안나 카레니나 6부 2장(3권 초반)의 딸기잼 만드는 장면.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에게는 생소한 방법, 즉 물을 넣지 않는 방법으로 잼을 끓이고 있었다. 키티가 친정집에서 하던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얼마 전에 이 일을 맡았지만 레빈가에서 하는 일 중 나쁜 건 없다는 생각에 딸기와 산딸기에 물을 부었다. 다르게는 할 수 없음을 확신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다가 걸렸고, 그래서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데서 딸기를 끓이게 되었다. 그러자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는 물 없이도 잼이 잘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믿어야만 했다.

"제가 할게요." 돌리가 말하고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설탕 거품을 저었다. 이따금 숟가락에 들러붙은 걸 떼어내기 위해 접시에 숟가락을 두드렸는데 접시에는 벌써 갖가지 색깔, 노랗고도 장밋빛을 띤 거품이 덮여 있고 붉은 시럽이 흘렀다. ‘애들이 차를 마시며 이걸 핥아 먹겠지!’ 그녀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어린아이였을 때 어른들이 가장 맛난 부분인 거품을 먹지 않아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 이제 다 된 것 같아요." 돌리가 숟가락에서 시럽을 떨어뜨려 보며 말했다. "끈적끈적하게 떨어져야 다 된 거지. 좀 더 끓이게,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 "이 파리들이!"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가 화가 나서 말하고는 덧붙였다. "어떻게 해도 똑같을 거예요."

"참,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 잼은 다 됐어?" 레빈이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 기분을 풀어주려고 웃으며 물었다. "새 방법으로 하니 좋은가?" "당연히 좋죠. 우리 식으로 보자면 졸아든 거지만요.""그게 더 좋아요, 아가피야 미하일로브나, 시어지지 않으니까. 더구나 우리 집에 있는 얼음은 벌써 다 녹아서 보관할 곳도 없고."

"자, 내 말대로 하게." 노공작부인이 말했다. "잼 위에 종이를 얹고 럼주를 적시게. 그러면 얼음이 없어도 절대 곰팡이가 슬지 않을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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