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베레니스 짜릿하게 즐기는 세계 공포 추리 소설 12
에드거 앨런 포 / 바로이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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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화자(세례명 에게우스)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다. 작가 포의 자전적 사실과 겹친다. 사촌 베레니스는 포와 어린 사촌 버지니아와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아름다운 문장에 오싹한 광기는 덤이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은 그 서재,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책들과 관련이 있다 - 책들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여기서 엄마가 죽었다. 여기서 내가 태어났다. 무의미한 말이 되겠지만 나는 전생을 살아본 적이 없고, 전생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라고? 논쟁은 그만두자. 나는 확신하고 있지만 설득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실체 없는 형상, 의미심장한 영적 눈빛, 듣기 좋지만 슬픈 눈빛을 나는 기억한다.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 방에서 나는 태어났다. 존재할 것 같지 않았던, 하지만 실제로 존재했던 긴 밤에서 깨어나자 나는 곧바로 요정의 나라, 상상의 궁전, 수도자적 사고와 학식의 영지를 알아차렸다. 그러니 내가 놀랍고 열정적인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소년 시절을 책 속에 파묻혀 보내고, 몽상 속에서 청춘을 보낸 것은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일이었다.

베레니스와 나는 사촌이었고, 선조들의 저택에서 함께 자랐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다르게 자랐다. 나는 병약하고 우울했지만 베레니스는 똑똑하고 우아하고 생기가 넘쳐흘렀다. 내가 외딴 서재에 박혀 있는 동안 베레니스는 언덕 위를 거닐었다. 내가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명상에 몰두하는 동안 베레니스는 아무 생각 없이 무심하게 삶을 배회했다. 앞날에 펼쳐질 그늘이나 까마귀가 날개를 펼치고 조용히 날아다닐 시간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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