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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이주영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 제목이 재미나서 기억하고 있다가 마침 책의 날에 타이밍 좋게 읽었다. 흥겹게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지독하게 책을 좋아하기에 발생하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이사갈 집을 보러 가서는 서재를 구경하다가 역시 책벌레인 그 집 주인과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책 수다 떠는 이야기나, 책을 줄일 목적으로 아는 어른께 좋아하실 만한 책을 드리려고 가져갔다가 다른 책들을 더 받아오는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여오는 이야기 같은 책담들이 유머러스하게 기록되어 있다.
에두아르가 시인 ‘흐엉보’를 언급했을 때, 나는 더 이상 모르는 것을 숨기는 데 지쳐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해버렸다.
그가 ‘흐엉보’라고 발음했던 시인이 우리가 ‘랭보’라고 발음하는 천재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창피했다. 그가 랭보를 모른다는 내게 어떤 비난도 경악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랭보를 모른다고 했다면 나는 뭐라고 했을까?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작가들이 존재하며, 평생을 다해도 그들의 존재를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아는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주이 고기룰 머고요(중이 고기를 먹어요).""인새운 짤고 예수룬 길다아~(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사자가 코키리룰 자밥 적여 머거다~(사자가 코끼리를 잡아 죽여 먹었다)." (에두아르가 연습하는 한국어 문장)
"호텔 이름 기억할 수 있지? 호텔 이름만 잊지 않으면 돼. 알았지?" "아리스토텔레스!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 아리스토텔레스 별로 안 유명한데..." 미셸 투르니에는 유명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안 유명하다? 이게 무슨 개똥같은 소리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책을 읽지 않았다. 사람들이 읽지 않은 책을 쓴 철학자가 뭐가 유명한가? 고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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