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츄샤는 탄력 있고 건강한 다리로 재빨리 방향을 틀어 멀찌감치 달아났다. 그 앞으로 라일락 화단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안 보이자 카츄샤는 네흘류도프를 돌아보고는 화단 뒤에서 만나자는 뜻으로 고갯짓을 해 보였다. 신호를 알아채고 얼른 라일락 수풀 쪽으로 달려갔지만 그는 화단 뒤에 쐐기풀이 무성하게 자란 도랑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는 도랑 쪽으로 넘어져 두 손이 쐐기풀 가시에 찔리고 그새 내리기 시작한 저녁이슬에 젖어버렸다. 그는 무안한 웃음을 터뜨리며 벌떡 일어나 마른 곳으로 뛰어올랐다.

촉촉한 블랙커런트 열매처럼 검은 눈을 빛내는 카츄샤가 방긋 웃으면서 네흘류도프에게 달려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뛰어가 손을 맞잡았다.

카츄샤는 꽃이 이미 떨어진 라일락 가지 두 개를 꺾어 화끈 달아오른 자신의 얼굴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네흘류도프 쪽을 바라보았다. 카츄샤는 그를 향해 두 팔을 크게 흔들어 보이고는 획 뒤돌아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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