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작가 미상'의 영어제목은 'never look away' - '타인의 삶'을 만든 감독의 작품. '타인의 삶'처럼 동독도 나오지만 나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거사 청산을 다룬다.
러닝타임이 길고 소재가 부담스러워 딱히 끌리지 않다가 일단 보기 시작하니 빨려 들어갔다. 실존 인물들이 모델이다. 장본인이 고사하여 허구로 극화되었으나 디테일의 차이는 있더라도 거의 실화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 나는 한 청년의 인생이 펼쳐지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다. 주인공 화가는 처음엔 추상화나 팝아트 같은 첨단 유행을 다 따라 해 보지만 결국 자신을 찍어누르던 무거운 가족과 국가, 사회와 역사의 어두움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나아가 그것들이야말로 자기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해야 할 이야기라는 점까지 인식하고 얼핏 보기엔 낡은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언뜻 심약하여 자신을 감추고 낮추는 듯해도 진지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응시한 그는 결코 삶의 곡예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 주인공의 모델은 현대 독일의 대표적인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의 가족사는 책으로도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