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커다란 잔에 담긴 크림커피와 버터 바른 빵 앞에서 잠을 깬다.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본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들리고 우리 둘이 함께 침대에 있다. 이제 한 방에. 우리의 방이 아니라 그의 방에, 내가 여행객으로 온 것이다. 둘 다 방학이고, 함께 있을 때는 공부하지 않는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들어봐, 말로 나의 일을 덜어주고, 나에게 멋진 일정을 제안하는 식으로는 이제 더 이상 나를 속일 수 없다. 그의 눈에도 확실하게 보였으리라. 만약 내가 혼자 아이를 돌본다면, 내 공부는 끝장나고, 엄청나게 많은 계획을 품었던 이전의 그 소녀는 죽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