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원제 'Wintering' - '겨울나기'나 '겨우살이' 또는 '월동'. 겨울이 매우 길고 혹독한 나라나 지역에 살면 실감이 더 생생해지겠지만, 추위에 약해서인지 지금 여기의 겨울을 사는 일 역시 쉽지는 않다. 


논픽션인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광경은 저자의 겨울 해수욕이다. 해안가에 사는 저자는 계절과 날씨에 상관 없이 일년 내내 수영하는 모임을 소개 받고 겨울 바다로 간다.엄청난 강추위와 두려움을 겪으나 막상 물 밖으로 뛰쳐 나오자마자 또 하고 싶어진다. 


인디언 서머 9월(프롤로그)에 시작해 얼음이 녹은 후인 3월 말(에필로그)이 되면 이 책이 끝나는데, 겨울이 끝나는 3월에 저자는 실비아 플라스의 시 'Wintering'(번역 시전집에 '겨울나기'로 실려 있다)을 이야기하며 그녀를 추모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플라스의 '윈터링'은 원래 시집 에어리얼(Ariel)의 마지막이었으나 사후 딴 시 두 편을 추가하여 재편집했다고 한다. 


우리 절기로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춥다. 우수 경칩을 지나 춘분은 되어야 봄 기운을 느낄 것 같다. 아직 겨울이 오래 남아 있어 어쩌면 다행이다. 

바다를 응시하는데 한 번 더 하고 싶은, 다시 들어가 그 수정처럼 투명한 몇 초 동안 극강의 추위 속에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나의 피가 혈관 속에서 생기 있게 빛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두 번째에는 바다를 정복할 수 있고, 그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에서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극한의 추위와 맞닥뜨리는 것은 우리를 상투적인 표현인 ‘지금 이 순간‘으로 데리고 갔다. 이 순간, 우리의 정신은 과거나 미래에 연연하거나 끝없는 할 일 목록을 적는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추운 바다는 잠시나마 우리를 각자가 지나는 겨울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고 우리의 가장 암울하고 연약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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