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동화로 읽은 피터팬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 완역본으로 읽으니 훨씬 더 재미있다. 내 경우에 어릴 때는 아이로 남는 선택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바라지는 않았지만 계속 아이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기억도 없다. 지금 피터팬을 읽으며 즐거워하는 나의 심리는 뭘까. 사실, 아이와 어른이 제각기 무리지어 피터지게 패싸움하며 끝장을 본다는 점에서 피터팬 이야기는 잔혹동화이자 차라리 매우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제국주의 시대의 영국 지식인 남성이 쓴 만큼, 현재의 관점에서 시대착오적이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내용이 당연히 거슬리지만, 풍자적으로 재해석하며 읽으면 굉장히 웃긴다.
'즐거운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빙카꽃은 어린이의 관을 장식하는 용도로 썼다는데, 피터팬과 아이들을 몰살시키려는 끔찍한 어두운 생각에 잠긴 후크 선장의 눈을 어린이의 장례식에 사용하는 빙카꽃에 비유한 이면에는 이처럼 무시무시한 의미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크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불길한 기운이 드리운 그의 모자는 풀밭에 놓여 있었고, 부드러운 산들바람은 그의 머리칼을 상쾌하게 쓸어내렸다. 그의 생각은 어두웠고, 그의 푸른 눈동자는 빙카꽃처럼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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