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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이야기 ㅣ 창비세계문학 53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석영중 옮김 / 창비 / 2016년 12월
평점 :
체홉이 이십대 말에 쓴 표제작 '지루한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년에 접어들고 있는 남성 학자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속 선생님과 비교해 보게 되는 인물이다. 염세적인 그는 잿빛 세계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작고 귀한 장미꽃봉오리 같은 존재가 피어나고 있다. 그가 친딸 이상으로 아끼고 돌보는 까쨔는 희곡 '갈매기'의 여주인공 니나를 연상시킨다. 까쨔는 니나의 원형인가? 니나의 잘 알려진 이 대사는 여기서도 유효하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인내에요." 체홉은 젊은 나이에 이미 중년 이후의 정서에 정통했던 것 같다. 괴테가 그랬나, 신동은 앞으로 다가올 감정을 미리 안다고, 확실히 체홉은 분더킨트였나 보다. 대미를 장식하는 역자해설은 압축된 평전처럼 유익하고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