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의 얘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나머지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지붕이 뾰족한 빅토리아풍의 아름다운 집도 있었고 결혼도 잘했고 작가로서도 유망했다.
"그렇지 않아요. 그와 사나우바르 사이에 하산이 태어났잖아요. 그들이 하산을 낳았잖아요…………."
"나는 네가 그게 누구였는지 알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관목이나 넝쿨을 붙잡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아무것도잡지 못하고 가파른 절벽 아래로 자꾸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말하는 내 입술이 내 것 같지 않았다.
20년 전에는 첫 번째 전쟁의 일부 유적들을 내 눈으로 확인했었다.
불에 탄 낡은 소련제 탱크의 잔해, 전복되어 녹슬어가는 군용 트럭, 산기슭에 방치된 부서진 러시아 지프차 등 전쟁을 환기시키는 끔찍한 것들이 도로를 따라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그것을 파리드의 눈을 통해 보고 있었다.
그는 도로에 난구멍들을 요리조리 능숙하게 피해 갔다.
그는 지난밤에 와히드의 집에서 묵은 이후로 훨씬 말이 많아졌다.
그는 조수석에 앉아 있는 나를 가끔씩 바라보며 얘기를 했다.
그는 불구가 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성한 손으로는 마을들을 가리켰다.
그는 몇 년 전에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알았다고 했다.
그들 대부분은 죽었거나 파키스탄의 난민 수용소에 있다고 했다.
그는 부서지고 불에 타 잔해만 남은 자그마한 마을을 가리쳤다.
지붕은 날아가고 없고 새까맣게 그은 벽만이 남아 있었다.
개 한 마리가 벽 밑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탈레반이 그와 그의가족을 몰살시키고 마을을 전소시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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