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서 프란체스카는 운전하는 킨케이드를 신기한물건 보듯 한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예이츠의 시를 알며여태 아무도 몰랐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았던 자신의 고향지명도 아는 이 남자. 자신에게 담배를 권하고 먼저 불을 붙여주는 남자. 게다가 다리에 도착해서는 푸른 들꽃을 꺾어감사의 표시로 건네기도 하는데, 그녀는 금세 주부에서 여성으로 돌아가버렸다.
그 모든 것이 로즈먼 다리로 가고 오는 트럭 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의 몸짓과 눈빛은 진실했고 감미로웠다. 바람둥이의 그것과 달랐다.
그날 둘은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다.
깔깔대던 식탁에 문득 정적이 흐른다. 서먹한 어색함.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오늘 처음 본 남자한테 빠져도 되는 것일까? 남편과 아들과 딸이 없는 집에 모르는 남자를 데려와서 웃고 있어도 되는 걸까? 식사 후 그가 숙소로 돌아가고그녀는 새벽에 다리로 가서 그에게 쓴 편지를 놓아둔다. "오늘 저녁에 오세요. 언제라도 좋아요." 프란체스카는 아침에그가 사진을 찍으러 올 것을 알고 있다.
편지를 놓고 온 그녀는 마을로 가서 예쁜 원피스를 산다.
평생 입어보지 못한 등이 훤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옷. 오직낯선 사내에게 보이기 위해 산 옷이다. 그날 저녁, 프란체스키는 그 웨딩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정식으로 그를 맞이한다. 멋진 식사였다.
시에 관해, 그녀의고향에 관해, 각자의 꿈에 관해 이야기했다.
욕실에 들어선그녀는 그가 막 샤워했던 수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무릎에 닿는 순간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사흘 동안 그녀는 누구의 아내도 엄마도 아니었고, 농장 일도 트랙터도 싱크대에 쌓인 접시도 생각하지 않았다.
사흘째 아침, 프란체스카는 떠나려는 킨케이드에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건다.
"그렇게 매번 가는 곳마다 여자를 꼬드기나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오."
그들은도덕과 사회 질서와 가정에 관해 말한다. 사랑과 외로움과두려움에 관해 말한다.
위선과 진실함과 운명에 관해 말한다. ‘그래, 그저 심술부려본 것뿐이야. 그녀는 그의 마음이진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스템이라는 적을 만나면 주인공은 영리해진다.
처음에는 상대를 적으로 삼지만 곧 진짜 적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둘은 서로의사랑을 확인한 후 곧바로 연합하여 진짜 적인 도덕의 딜레마와 싸운다.
스승 콰이곤이 죽었기에 큰형이 막내를 맡은모양새이다.
둘은 팀이 되어 여러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아나킨에게는 누르는 돌이 필요했다.
누구도 따라올 수없는 선천적인 능력을 지닌 아나킨의 눈에 제다이들의 의사 결정은 한심해 보였다.
단칼에 끝장낼 수 있는 사건을 답답할 정도로 관망하거나 느슨하게 대처하는 태도는 젊은아나킨의 분통을 터뜨렸다.
게다가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지 못하는 요다나 메이스 윈두 등 원로 제다이의 시선도불만이었다.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주의를 준다. "서두르지 마. 위에서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조절과 균형을 중요시하는 제다이의 법칙을 엄격하게 강조하는 한편, 기다리면 위에서도 인정해줄 것이라고 다독이지만 아나킨에게는 그 말이 와닿지 않는다.
결국 아나킨은 제멋대로 움직이고야 만다. 파드메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구하기 위해 다크 사이드로 돌아선다.
천재에게는 날개가 아닌 무거운 돌을 주라고 했던가.
아나킨에게는 그 역할을 할 인물이 없었다. 요다와 메이스 윈두 같은 지체 높은 제다이 원로들은 아나킨을 맡으려 하지않았다.
왜? 아나킨의 근본에서 악에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슬픔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받지 못한환경에 있었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가 크다.
요다와 윈두는 아나킨을 콰이곤이 주워 온 잘못된 보석으로 보았다.
아나킨은 늘 사랑에 목말라했다. 제다이는 사랑을 금지한다. 사랑뿐 아니라 재물욕, 명예욕, 기쁨, 슬픔, 미움 등 인간의 오욕칠정을 경계한다. 마음의 평온을 홀트리기 때문이다.
아나킨은 거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컸다. 왜사랑을 목말라했으니까.
일전에 요다는 어린 아나킨에게 "공포는 분노를 낳고, 분노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물같이 고요한 마음, 아니 그런 마음까지도 비우고 완전한무가 되는 상태를 강조했다. 포스의 균형은 다름 아닌 거기서 나왔다. 예언의 균형자라면 누구보다 그 점에 강해야했다.
하지만 아나킨은 끝없이 사랑을 갈구했고, 종국에는 사랑 때문에 운명을 거스르고 만다. 납치된 어머니 슈미가 죽었을 때, 그는 속에 있는 분노를 끄집어냈으며 사랑하는 파드메를 살리기 위해 어둠의 힘과 손을 잡아버린다. 마스터요다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천성이 학생보다 높은 것일까? 오비완이 아닌 요다나 원두가 아나킨을 제자로 삼았다면 어땠을까? 그들이맡았어도 아나킨은 습성대로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왜? 너무 출중했으니까. 악당의 본질은 여기서생겨난다.
"집도 팔고 재산을 정리해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요. 거기서 새롭게 시작해요. 종일 낚시나 해요. 거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요."
코니는 남편에게 다 잊고 새로 시작하자고 말한다.
차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계속 그 자리에서있다.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둘은 다시 그들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했는지, 아니면 경찰서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다.
과연 그들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니는정말로 벌을 받지 않았을까?
분명한 사실은 그들은 시스템이라는 적에게 패배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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