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인 『비따비는 제 경험을 많이 참고해서 썼기 때문에 작품의성공이 내 글 때문인지 아니면 내 경험 때문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작품인 『신의 노래』는 제 경험과 동떨어진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원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때마침 방송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를 하기에 음악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처음 『신의 노래』를 기획했을 때는 주인공은 천재 뮤지션이고 록이나 메탈 혹은 재즈 같은 대중음악의 거장이 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가장 처음 접하는 음악을 발리의 교향곡으로 설정한뒤 작품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독자들이 글을읽으면서 주인공이 당연히 클래식 분야로 진출할 거라고 믿게 된 겁니다.
당시 댓글에 가장 많이 달렸던 것이 그깟 오디션 프로그램 다 때려치우고 빨리 미국 건너가서 클래식 공부하자 빨리 오케스트라 만나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댓글을 달아준 독자가100명 정도 되었는데 다들 일치된 의견으로 클래식을 원했습니다.
덧글을 그리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독자들의 일치된 의견은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클래식으로 전체 방향을 튼다는 것은 정말 거대한 모험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들은 클래식에 크게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인공이 클래식을 해야 한다고주장하는 댓글을 쓴 100명 외에 6,900명이 클래식에 관심이 없다면이 사람들은 이 소설을 계속 볼 것인가.
이 점은 매출과 수입으로 연결되는 문제였습니다.
또 평소 잘 듣지도 않는 클래식 음악을 작품으로묘사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
고민을 하며 제가 장준혁이라는 주인공에 한번 빙의를 해봤습니다.
주인공은 한 시간이 넘는 교향곡의 모든 악기연주를 다 외울 정도의 천재입니다.
그런 천재가 과연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로 이루어진 비교적 단순한 음악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 나오는모든 공연은 생생하게 묘사하자.
주인공이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만나서 공연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포디움에 올라가서 지휘를 시작하는 장면으로 한 편이 끝이 납니다.
그다음편은 공연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달린 댓글을 보니 ‘내일 공연이 정말 기대된다‘, ‘내일 공연을 꼭 보고싶다‘, ‘어떤 음악을 들려줄 것인가‘ 등의 내용으로 완전히 도배가 되어있더군요.
마치 티켓을 사놓고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을 못 자고 공연 조사를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공연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가본 적이 없는 외국 공연장을 그려야 했기 때문에 정말 자료를 많이 뒤졌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구성을 정확히알기 위해 악보를 다운받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악기가 언제 등장하는지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공연과 관련된 평론가들의 비평도 정말 많이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자료로 밤을 꼬박 새우면서 그다음 날의 공연 내용 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인공의 천재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정말 머리를 쥐어짜며 온갖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많은 독자가 주인공이 진짜 천재 같다고 해주었고, 그런 평에 위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저는 해당 분야를 잘 모를 때는 그 분야의 전문가와 최소 한두 번 정도는 만나서 인터뷰를 합니다.
「비따비』는 제 경험이라서 인터뷰가 필요 없었고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와 미팅이 불가능했기 때문에포기했습니다.
중원 싹쓸이를 쓸 때 중원 무림고수는 현재 존재하지않기 때문에 사전 인터뷰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네 법대로 해라』는 법조계에 몸담은 사람을 만나서 디테일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신의 노래」에서는 도입부의 에피소드가 주인공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시 방송 중이던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결론을 내리고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갔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들었습니다.
또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보는 클래식 마니아인 친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친구는 클래식 관련 다큐멘터리와 각 음악가의 평론집까지 보고, 거의 클래식 사전 수준으로 아는 게 많아서 필요할 때마다 전화해서 자세하게 묻고는 했습니다.
『신의 노래』는 ‘음악가는 천재‘라는 대중의 인식을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천재가 아닌 제가 천재를 그려야 하니, 정말 힘들게 썼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에 비견되는 ‘합창 협주곡‘이라는,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음악을 만들어내야 했던 것입니다.
사실 이때문에 합창 교향곡을 하루 종일 들으면서 글을 썼습니다.
정말200~300번 정도 들은 거 같습니다. 합창 교향곡이 진정한 걸작인 게,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머릿속에 그 음악이 계속 들리는 환청 같은 것이 생겼고, 자려고 누우면 합창 교향곡 선율이저절로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지만 쓰고 나서 굉장히 많은 보람도 느낀 작품입니다.
만약 실패했다면 솔직히 후회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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