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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의 리더쉽을 위한 친절한 병법서
임유진 엮음 / 미래문화사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병법서는 바로 <손자병법>이다. 서양에서도 두루 읽힐만큼 유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손자병법>만큼이나 유명한 병법서가 바로 <36계 병법>이라고 말한다. 36계 병법서는 다른 병법서, 사서, 삼국지연의, 시 등에서 따온 36가지의 병법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17세기 경 명나라 말에서 청나라 초기에 수집된 자료를 정리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일반인들이 병법서를 읽을 필요가 있을까? 흔히 우리는 직장 생활을 전쟁터에 비유한다. 비즈니스를 전쟁터와 비슷한 상황으로 여기는 것이다. 직장이든 전쟁터든 많은 사람들이 승리 또는 성공을 위해서 협업하고 경쟁하는 구조가 동일하다. 경쟁에서 지면 회사에서 내쳐지거나 전쟁터에서 죽기 마련이다. 직장 생활은 전쟁터와 다를 바 없고, 인간들의 욕심을 다루기 때문에 병법서는 충분히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병법서는 개인들에게도 유용하지만 한 조직의 리더가 참고하기에 최고의 표본이 된다. 병법은 전쟁터에서 장군들이 활용하는 조직적 전략을 다루는 것이므로, 현대 조직의 리더들이 팀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가득하다. 다만 전쟁터의 상황을 비즈니스 상황으로 바꿔 생각하면 그만이다. 책에 나오는 사례들은 주로 삼국지연의의 사례를 차용한다.
36계는 승전계, 적전계, 공전계, 혼전계, 병전계, 패전계 등 총 6가지 주제로 나눈다. 승전계는 아군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때 적을 압도하여 상황을 유리하게 전개하는 전략을 다룬다. 적전계는 아군과 적군의 세력이 비슷해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적군을 미혹하여 승리를 이끄는 전략을 다룬다. 공전계는 자신을 알고 상대를 파악하여 계책을 모의하고 적을 공격하는 필승 전략을 다룬다.
혼전계는 혼전 중에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다루며, 병전계는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을 때 상황의 추이에 따라 적이 될 수도 있는 우군을 배반하거나 이용하는 전략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패전계는 패세에 몰린 싸움에서 기사회생하여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다룬다. 결국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로 끝까지 승리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36계 병법>은 36계 중 최고의 계책은 도망가는 것을 뜻하는 '36계 줄행랑'이라는 말로 알려져 있었다. 사실 36계 전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이나 비즈니스에서 항상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는 없다.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도 내려가고, 망했다가도 다시 흥하는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적이 나보다 강하다고 생각될 때는 도망쳐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훌륭한 계책이 될 수 있다. 무모하게 싸워서 큰 피해를 입는 것보다 힘을 더 키워 반격하는 것이 최고의 계책이 되는 것이다.
제36계는 주위상(走爲上)이다. 주위상책, 주위상계라도고 불리며 승리를 위해 잠시 달아나는 것도 최고의 용병술로 인정한다. 도망 가는 것에도 피동적인 경우와 수동적인 경우가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고려말의 사육신의 사례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많다. 사육신처럼 죽음으로써 의를 행하려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나중을 위해 목숨을 아꼈다면 나라를 위해 더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삼국지의 조조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36계 주위상 계책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이다. 하지만 한신, 악비 등은 정세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행동하지 않아서 죽음을 당한다. 이들이 정세를 읽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잠시 몸을 피해 도망갔다면 역사의 흐름이 바뀌지 않았을까?
비즈니스에서 주위상책을 보면, CEO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물러서는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다. 판로를 축소하거나 공장을 폐쇄하고, 인원을 감축하는 등의 결정은 더 큰 성공을 위해 잠시 퇴각하는 36계의 전형적인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전쟁도 비즈니스도 적절한 시점에 물러설 줄 아는 것이 진정으로 이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