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엇이 대전환을 만들었는가 -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으로 본 세계의 작동 원리
바츨라프 스밀 지음, 안유석 옮김 / 처음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역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을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큰 지적 충격을 느꼈다고 한다. 아직 <총, 균, 쇠>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어떤 충격이었을지는 잘 모르지만 그 책의 가치는 이미 잘 알고 있어서, 이 책 또한 소장하면서 여러 번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츨라프 스밀은 인류가 어떻게 먹고, 살아가며, 번성해 왔는지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이라는 다섯 가지 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거의 5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말하듯 그의 지적 탐구력과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역자의 말처럼 재레드 다이아몬드보다 더 대단한 걸작을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류의 역사를 변혁시키고 풍요로움으로 이끈 다섯 가지 대전환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한다. 인구의 대전환은 높은 출산율과 높은 사망률의 패러다임이 낮은 출산율과 낮은 사망률로 이어지는 변화를 설명한다. 농업과 식량의 대전환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류를 기아의 공포에서 해방시킨 대변혁을 이루어냈다.
에너지 대전환은 다섯 가지 대전환을 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동력이다. 단순히 에너지원의 종류가 변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한다. 나무 땔감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그리고 마침내 전기로 이어지는 질의 변화를 겪는다. 전기화는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이다.
경제의 대전환은 인구, 식량, 에너지의 대전환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경제는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그리고 다시 서비스업으로 발전했고, 그 결과 부의 거대한 불평등 구조가 만들어졌다. 환경의 대전환은 앞의 네 가지 전환이 남긴 청구서라고 말한다. 화석연료에 의존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고, 발전과 풍요의 댓가를 치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스밀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활용해서 근거있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과거와 현대를 관통하는 다섯 가지 대전환은 현재도 진행중이며 우리의 미래까지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힘이다. 인류의 놀라운 발전과 함께 스밀은 숨겨져 있는 걱정스러운 결과들까지도 보여주고자 한다.
과거의 성공과 그로 인한 교훈을 통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비관론이나 맹목적인 낙관론 모두 부정한다. 기후 변화나 자원 고갈을 이유로 반복되는 파국론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끝없는 낙관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필자는 미래에 대해 감히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예측은 반드시 실패를 수반하기 때문에 그보다 좀더 겸허한 자세를 취한다.
의심스럽고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예측 대신, 피할 수 없는 기술적 제약과 생물권 한계를 고려하고,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범위의 가능성과 기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의 대전환은 인류를 발전시키고 풍요로 이끌었으며, 향후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필자의 탁월한 통찰력을 따라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