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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과 오십 사이 - 인생길을 바꾸는 논어 30수
최종엽 지음 / 유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가치가 있는 것은 그 지속성이 영원하다. 서양의 성경만큼이나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동양의 고전 중의 하나가 바로 <논어>이다. 아직 <논어>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손으로 재해석된 책들은 조금씩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논어에 대한 갈증이 참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논어를 읽을 엄두는 내지 못한다. 그렇게 또 다시 논어에 대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한다.
마침 책 제목처럼 내 나이가 <마흔과 오십 사이>이다. 예전같으면 불혹(不惑)과 지천명(知天命)의 시기라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를 보면 아직 길을 찾지 못한 20대 초반의 젊은이 같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에서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불혹을 지났고, 이제는 우주와 자연의 섭리가 알려주는 하늘의 뜻을 알아가는 지천명에 다가가고 있는데....
실제 나의 내면은 나약하기만 하다. 필자의 말대로 배울 만큼 배웠으나 삶의 기준이 자주 흔들린다. 들을 만큼 들었으나 무엇이 중요한지 아직 잘 모르겠다. 넘쳐 나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고 남의 의견에 혹하는 것도 자주 있다. 나름 인생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무엇을 이루었는지, 훌륭한 아버지인지, 본받을만한 선배인지는 모르겠다.
책을 여러 권 읽어가지만 그 좋은 조언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잘 나갈 때는 스스로 잘난 맛에, 힘들 때는 그 시간을 이겨내느라 바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결국은 나의 몸과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특히 나의 마음을 잘 다스려야 내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부모,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거스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맞는 삶인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내게 남는 게 없는 피동적인 삶일뿐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내 인생을 고민하고 있고, 걸어온 과거가 훌륭한 업적으로 남아 있지 않고,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중이다.
필자가 <논어>에서 찾은 자신의 키워드는 '반복'이다. 가난하게 태어났든 부자로 태어났든 상관없이, 그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고 단지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평범한 사람의 반복이 천재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잘 살아가는 삶이란 내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면 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준이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나 자신을 단단히 붙잡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삶과 일, 관계를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인생을 스스로 일으키기 위해서 3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부지명(不知命), 부지례(不知禮), 부지언(不知言). 삼부지(三不知). 3가지를 알지 못하면 삶다운 삶을 살 수 없다.
단지 주어지고 던져진 삶을 살지 말라고 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데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은 어떤 것도 이루기 힘들다. 남의 방식대로 사는 삶은 그들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뿐, 나의 삶은 갉아먹고 말 것이다. 내가 나의 생명을, 나의 삶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면 살아도 살아 있는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잘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이 더불어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사회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는 조직이다. 배려와 신뢰같은 공동의 예를 지키는 것은 나를 빛나게 하고, 나아가 살아가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기본이 된다.
마지막으로 부지언. 말은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이나 마음 상태를 반영한다. 따라서 그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속을 알 길이 없다. 특히 상대의 말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려면 내 생각을 잠시 멈추어야 한다. 내 생각 속에 그의 말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를 이해할 수 없다.
평소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논어의 구절들이 쉽게 다가온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에 이런 고민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고뇌를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니 비슷한 연배의 필자가 존경스러워진다. 사십 이후 인생을 살면서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더불어 <논어>에 도전해야할 날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