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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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을 만나보았다. 언제나 새로운 주제로 신선한 지식을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서가명강 시리즈가 이번에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정치 이야기이다.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가 우리나라 정치의 전반적인 흐름을 임시정부를 시작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오늘도 정치권의 행보는 조화나 통합과는 거리가 먼 극한 대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정치를 대하는 태도도 그러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를 사건이나 인물 중심이 아니라 정치적인 제도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다.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와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 정치의 핵심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듯해서 책의 범위가 너무 넓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탁월한 선택이 핵심만을 디테일하게 들려주고 있다.

 

P.100. 4년 중임이든 7년 단임이든 무슨 형태라고 해도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문제로부터 근본적으로 벗어날수 없다. 즉 권력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형태에서 벗어나야만 고질적인 한국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핵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어조가 너무나 자신 있고 거침이 없어서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든다.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게 흐릿한 논조를 보이는 정치권 인사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투명하지 못한 이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에 정말 속이 다 시원하게 거침없이 투명하게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모임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정치 이야기'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저자 의견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의 신념 있는, 자신감 넘치는 주장들이 정말 좋았다.

저자는 임시정부와 정부 수립, 4.195.16, 1987년 민주화 그리고 촛불집회에 이르는 한국 정치의 변천 과정을 역사적으로 접근해서 검토하며 우리가 어디에 어떻게 서있는지 그리고 또 어디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총 4부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표지의 그림에서 보여주듯 혼란스러운 우리 정치 골목을 1부 대통령, 한국 정치의 드라마틱 한 주인공을 시작으로 4부 민주화, 일상에서 '촛불'을 만나 다로 끝을 맺는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들도 정치학자의 눈을 통해 다시 만나볼 수 있고, 서가명강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인 묻고 Q 답하기 A를 통해서 조금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답답한 정치를 잠시나마 속 시원하게 만나볼 수 있는 서가명강의 여덟 번째 수작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을 만나 보는 결정적인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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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없음의 과학 - 세계적 사상가 4인의 신의 존재에 대한 탐구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김명주 옮김, 장대익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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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4. 우리의 관심사는 비록 제각각이지만, 종교의 독단이 정직한 지식의 성장을 방해하고 인류를 쓸데없이 갈라놓는다는 것을 각자의 자리에서 절실히 깨달았다.

 

돌아가신 할머님을 시작으로 우리 가족은 성당에 다니고 있다. 나만 빼고. 지금이야 괜찮지만 어려서는 일요일이 일주일 중 가장 길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조카가 성당을 다니지 않는 이유도 내 탓이 돼버렸을 때는 정말 답답했다. 종교는 자유다. 아니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종교에 대한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세계적인 무신론자 네 명이 모여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하고 그 대화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친 내용을 책으로 구성한 <신 없음의 과학>이 바로 그 책이다.

 

2007년 우연하게 이루어진 무신론자 네 명의 결정적인 만남의 결과물인 이 책은 종교인들에게는 어쩌면 금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무신론자들에게는 정말 속 시원한 내용들이 가득하지만 종교인들에게는 모욕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는 강한 어조들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종교인들은 종교인들대로, 비종교인들은 비종교인들대로 조금은 파격적이어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p.50. 자만심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자부심이다. 자부심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과학에 대해서는 정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p.84. 예컨대 우리는 예수의 신성을 부정합니다.

 

무신론과 종교를 떠나서 신무신론의 네 명의 기사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들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말들이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종교인들에게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논점의 시작부터 너무나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기에 양 진영의 날선 공방은 오늘도 어디에선 가는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날선 공방이 가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언제나 인류는 다툼을 통해서 성장해 왔으니 말이다.

 

대화에 참여했던 네 명의 기사는 『종교의 종말』을 쓴 샘 해리슨, 『주문을 깨다』 의 대니얼 데닛,『만들어진 신』 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그리고『신은 위대하지 않다』를 쓴 크리스토퍼 히친스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히친스를 그리워하며 쓴 다른 세 기사의 글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책의 원제가 네 기사(Four Horsemen)인 까닭은 이 책을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적과의 한판 결전을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른 기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 기사들의 거침없는 말들이 날카로운 칼보다 더 예리하게 느껴질 것이다. 논리의 기사, 이성의 기사, 과학의 기사들이 펼쳐 보이는 세상을 만나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신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 마음의 '위안'이라는 측면에서 종교의 효과를 인정해 왔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도 네 기사에게는 적으로 간주된다. 네 기사의 주장이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생각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서 그들에게 금세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물론 이런 것도 그들에게는 비논리적이라 비판받겠지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신비한 무엇인가의 원인을 신에게서 찾느냐 아니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학에서 찾느냐의 문제를 만나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를 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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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게 말을 걸다 - 난해한 미술이 쉽고 친근해지는 5가지 키워드
이소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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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6. 누구도 매일 완전하게 목적 있는 삶을 위해 달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느 날은 헤매고, 어느 날은 돌아가고, 어느 날은 잠시 서서 방향을 살피고, 다시 정처 없이 걸을 것입니다. 이렇게 누구든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움직이며 보냅니다.…(중략)…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활동이라고, 자코메티의 작품은 늘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걷는다는 건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언제나 처음 만나 '인사'를 건넬 때는 무언지 모르게 어색해서 힘이 든다. 그런데 잘 지내다가 어느 순간 멀어졌던 이를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눌 때는 어색함을 넘어 난감하기까지 하다. '미술'과의 만남이 그런듯하다. 어릴 때 가장 먼저 했던 예술 활동이 그림 그리기라면 가장 먼저 멀어져 버린 예술 활동도 그림 그리기인듯하다. 아마도 미술이 즐거운 예술 표현에서 교과목이 되는 순간, 많은 미술 사조를 외우야 하는 순간 이미 미술과는 이별을 마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p.35. "미술은 보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 파울 클레

저는 비슷한 맥락에서 '미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편견없이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술과의 난감한 만남에서 조금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예술가의 사적인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다는 저자 이소영이 들려주는 정말 흥미로운 예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을 만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개성 있는 저자를 만나보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이름도 흥미롭다. 카시오페아. 소설 『모모』에 등장하는 거북이 이름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를 담았는지는 그냥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p.36. 미술 작품과 친해지는 최고의 방법은 작품을 내 방식대로 보고, 내 방식대로 묘사하는 단계라는 것을요.

<미술에게 말을 걸다>는 두 파트(Part)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미술에 친한척하기 위해서 왜 우리는 미술과 친하지 않은 지부터 살펴본다. 그리고는 미술과 친하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거기에 저자는 미술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도와줄 책들을 소개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고 있다. 두 번째 파트의 제목은 '미술과 친해지는 5가지 방법'이다.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아름다운 작품들과 함께 보여주고 있다.


p.113. 미술과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아하는 화가를 찾는 것입니다.


그중 두 번째 방법은 '#작가 시작은 단순하게, 좋아하는 작가 한 명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을 맡은 작가는 누구일까? 살아서는 외로웠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펜이 많은 작가 빈센트 반 고흐가 시작을 맡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미술과 친해지는 방법 중 하나로 좋아하는 작가를 선택해보라 권한다. 그리고 그 작가의 작품을 시작으로 조금씩 미술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는 즐거움을 소개하고 있다. 나머지 방법들도 재미난 이야기와 훌륭한 작품을 함께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어서 편안하게 '난해한 미술'을 접할 수 있었다.

이별했던 미술과의 만남을 쉽고 편안하게 만들어줄 <미술에게 말을 걸다>와 함께 미술 작품 그리고 예술가를 만나보는 즐거움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가까운 전시회를 찾아서 미술에게 반갑다고 말을 걸어보고 싶다는 용기를 팍팍 심어주는 매력적인 책, 저자가 작품이나 작가를 보며 느꼈었던 깊이 있는 사유를 훔쳐볼 수 있는 책 <미술에게 말을 걸다>와 깊어진 겨울밤을 함께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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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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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서,어서 대답해야 해.

         -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해도 돼.

         - 선택해도 돼. 너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 네가 어떤 답을 내더라도, 나는 그것에 따르겠어.

 

2012년『헌티드 캠퍼스』로 제19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독자상을, 『적과 백』으로 제25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구시키 리우<사형에 이른 병>을 만나보았다.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살인마로 인해 심각한 육체적, 심리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심리를 너무나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소설의 시작을 맛보았다면 단번에 끝까지 읽어야 하는 치명적인 재미를 담은 책이다.

 

전형적인 질서형 살인범 하이무라 야마토의 타깃은 열여섯 살에서 열여덟 살의 고교생으로 염색도, 피어싱도 하지 않은 용모단정한 남녀 청소년들이다. 야마토가 그렇게 정성 들여 선택한 대상은 공식적으로 24명이다. 그들의 목숨을 빼앗고 생각만 해도 아찔한 '전리품'을 챙기던 야마토는 결국 경찰에 잡혔고 그중 9건의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이 살인마 야마토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선다. 어차피 사형되겠지만 9건의 사건 중 마지막 한 건은 맹세코 자신의 범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마토가 챙긴 전리품은 무엇일까? 그는 왜 억울하다고 하는 것일까? 야마토의 너무나 잔인한 소년 범죄 이력만 보더라도 전혀 억울할 것 같지 않은데.

 

p.348."법률에서 살인을 살인죄로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고의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했는가'여부야. 요컨대 의사의 문제지."

 

이야기의 시작은 존재감 없는 대학 생활을 하고 있던 마사야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야마토의 편지를 받으면서 전개된다. 보잘것없는 대학을 다니며 취직 걱정에 시름해야 할 마사야는 야마토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마사야는 연쇄살인범의 유형과 심리에 관한 책을 읽고, 사건 기록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만나 진실을 밝히려 노력한다. 정말 오랜만에 활기찬 날들을 보내며 예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하다.

 

아니, 마사토의 인생에 깊숙이 빠져들어 마사토와 비슷한 인간이 되어가는 듯하다. 자신감을 넘어 타인을 무시하는 우월감에 취해버린다. 그런데 마사야 자신은 우등생 시절의 자신감 넘치던 자신으로 돌아왔다는 심각한 착각에 빠진 체로 진실을 찾아 헤맨다.

 

p.274. 하이무라 오리코에게 맡겨진 것은 옛날이야기의 해피엔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이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잊을만하면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참 신기한 소설이다. 마사야와 야마토의 접점은 무엇일까? 야마토는 왜 마사야를 선택했을까? 정말 야마토는 억울한 상황에 처한 것일까?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마사야는 끝까지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할까? 야마토의 억울함은 풀 수 있을까? 야마토가 준 사진을 보고 마사야는 왜 그렇게 놀랐을까?

 

살인마의 인생을 추적하다가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삶에 놀라는 마사야. 자신이 알고 있던 자신의 인생이 왜곡된 삶이었다면, 그리고 그 왜곡된 삶을 남의 인생 속에서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정말 한도 끝도 없는 의문들로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고 그때마다 상상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답을 주는 작가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살인마 야마토를 만나게 된다면 그 어떤 '선택'도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선택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지금 바로 살인마 야마토가 기다리고 있는 <사형에 이르는 병>을 선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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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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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소개되면서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책 <멋진 신세계>를 만나본다. 이 책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소설<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1949년 발표된『1984』가 정치적 이념에 더 중점을 두고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다면 <멋진 신세계>는 과학 문명의 발달을 중점으로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는듯했다.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아야 했던 『1984』의 민중들은 이 작품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포드'의 관리와 감시를 받게 된다. 전체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표어'는 이 작품에도 등장한다.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

 

이 이야기는 A.F.632년의 일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세계국의 기원은 '포드'다. 아마도 자동차의 대량 생산으로 몰개성 한, 똑같은 외양의 자동차를 생산했던 포드 자동차의 모습을 바탕으로 소설을 구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주의가 필요로 하는 몰개성, 동일성을 이루어낸 포드는 신적인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포드신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계급이 존재하는 세계가 '멋진 신세계'이다.

알파(α), 베타(β), 감마(γ), 델타(δ), 입실론(ε)

 

그런데 그 계급은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고 그 탄생도 어머니의 모체가 아니라 부화 센터라는 점이 씁쓸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거기에 영유아기에 실시되는 세뇌 교육은 여기가 왜 신세계인가 아니 왜 멋진가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행복이 세뇌로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해도 그게 진정한 행복일까? 전체주의적인 교육으로 획일적인 생각과 행동을 보이는 이들 중에서 진정한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이가 있다면 그는 당연히 왕따가 될 것이다. 그런 왕따 버나드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p.152. "그럼요,지금은 누구나 다 행복하고말고요. 우린 다섯 살 때부터 아이들에게 그런 소리를 하쬬. 하지만 당신은 다른 방법으로 행복해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나요,레니나?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의 방법이 아니라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말이예요."

 

전체 사회와는 다른 행동으로 헨리 (부화 - 습성 훈련국장)의 눈밖에 난 버나드는 아이슬란드 전출이라는 경고를 받는다. 하지만 계획대로 레니나와 함께 뉴멕시코의 보호구역 말파이스로 휴가를 떠난다. 그곳은 신세계인들이 말하는 야만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즉 그곳은 우리들이 사는 곳이다. 어머니가 존재하고 우리가 아는 상식이 통하는 세계이다. 이제 이야기는 신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계를 비교하듯이 전개된다. 소마라는 알약 하나만 먹으면 늘 행복할 수 있는 세상, 세상의 모든 것이 공유인 세상 그래서 매일 상대를 바꿔 사랑을 나누는 세상인 '멋진 신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상 중에서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느 세상을 선택하겠는가?

 

p.243.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성공은 버나드의 머리를 핑핑 돌게 만들었고, 성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모든 좋은 마취제가 다 그렇듯이) 그때까지는 꽤나 못마땅하다고 느꼈던 세계와 완전히 타협하기에 이르렀다.

 

야만인 세상에서 '멋진 신세계'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쥔 버나드는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카드는 '멋진 신세계'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 정말 순식간에 끝까지 읽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나 놀라워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작품이 발표되었던 시대를 몇 번이나 뒤돌아보게 된 작품이다. 인간의 대량 생산으로 개성이나 존엄성이 사라져버린 '멋진 신세계'와 모두가 '성공'이라는, '돈'이라는 함정에 빠져 개성과 존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세상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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