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의 법칙 - 충돌하는 국제사회, 재편되는 힘의 질서 서가명강 시리즈 36
이재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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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시리즈의 36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이번 이야기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재민 교수가 들려주는 국제법에 관한 이야기다. 양자역학만큼이나 난해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법 이야기일 것이다. 그것도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국제법이라니 어려운 만남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동안 서가명강 시리즈가 보여준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믿고 책장을 열었다. 역시 편안하게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지배의 법칙》은 기존의 서가명강 시리즈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서가 명강 시리즈의 특별한 구성인 Q/A(묻고 답하기)는 각 챕터의 말미에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 본문에서 다룬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국제사회에서 살아갈 우리가, 특히 젊은 세대가 국제 규범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오늘 국제법이 더욱 중요하게 된 까닭을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신냉전 시대'(1부 세계를 뒤바꿀 신냉전의 서막)라는 다소 무거운 키워드로 시작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과 중국과 러시아가 중심된 세력 간의 신냉전 시대를 이야기하며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국제법의 시초를 1648년 맺은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아직도 국제법의 바탕이 400년 전의 이 조약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적시성이 너무나 떨어지는 듯하다.


2부 선을 넘는 디지털 시대가 온다에서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디지털'시대의 국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국경의 의미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조세 관계 등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할 확실한 방법이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진 3부 이제 세계는 으로, 우주로 간다에서는 남극과 북극 그리고 우주에 대한 권리를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서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우주 활동에 민간이 참여하면서 국제 관계가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한다. 남극 세종기지의 전화번호는 032로 시작한다. 하지만 북극 다산과학기지의 전화번호는 노르웨이 국제전화다. 왜일까?


4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전환에서는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다. 좁은 국토 때문에 늘 공간의 제약을 받았던 우리에게 사이버 공간을 매개로 하는 디지털 시대나 새로운 공간으로 진출하는 우주 산업 시대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대비가 없다면 엄청난 위기가 될 것이다. 이념 대결이 아닌 논리 대결을 펼쳐야 하는 국제 관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길을 생각해 보게 하는 재미난 국제법 이야기였다.


"21세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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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특별하지 않은 날
이나 소라호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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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시절 우리는 특별한 날에만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를 들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보다 특별한 날의 의미가 더 컸기에 불편을 감수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손에는 늘 사진기가 들려있다. 특별하지 않았던 일상이 휴대폰으로 인해 특별해진듯하다. 평범한 날이 특별한 날이 될 수도 있다. 특별한 날이 평범한 날들의 연장선에 놓이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우린 특별하지 않은 날을 편안하게 보내고 있다. 편안한 일상이 미소 짓게 만드는 만화를 만나보았다.


일본의 만화가 이나 소라호《특별하지 않은 날》를 통해서 사진들 속에서 이야기를 불러냈다. 필름 사진이 담고 있는 추억을 소환하고 휴대폰에 기록된 순간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들의 휴대폰에도 그 순간만큼은 특별했던 일상이 담겨있을 지도 모른다. 지난겨울 눈 내린 집 앞의 풍경과 새로 찾아온 계절을 대표하는 꽃을 담은 사진이 있을 수도 있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이 있을 지도 모른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 갑자기 특별해지는 순간을 담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 추억을 담고 있는 감성 에세이보다 더 감성 넘치는 만화책이다.


이 책은 편안하다. 표지에 등장한 선한 눈의 남자가 할아버지가 된 일상을 볼 수 있다. 특별하지 않은 날의 평범한 주인공들의 일상은 우리들 일상처럼 공감된다. 그림이 너무나 편안해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글을 꼭 읽지 않더라도 그림이 전해주는 편안함이 좋다. 하지만 편안한 그림 속에 숨은 위트 있는 글이 주는 즐거움을 마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위트 있는 재미난 글과 편안한 그림이 만들어낸 특별하지 않은 날의 특별한 순간을 만나보길 바란다. 필름이 햇빛에 노출되어 사진 인화에 실패했던 아쉬운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평범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열림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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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리더십 - 송동훈의 세계문명기행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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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콘텐츠 회사를 설립해 강연 활동과 집필을 하고 있는 송동훈이 들려주는 역사 속 리더 이야기《제국의 리더십》를 만나보았다.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는 우리 유권자가 직접 우리의 리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리더 이야기는 소중하다. 훌륭한 리더는 미미한 존재였던 국가를 강력한 제국으로 발전시킨다. 그렇지 못한 리더는 국가를, 국민을 혼란 속으로 끄집어 넣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 후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신중하게 접해야 하는 까닭이다.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 같은, 로마의 오현제五賢帝 같은 리더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바람을 가능하게 해줄 올바른 리더의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리더들을 소개하며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는 듯하다. 리더의 장단점들을 보여주어 훌륭한 대표를 고를 수 있는 혜안을,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를 권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다룬 책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까닭은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각국의 역사를 '리더'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프리즘은 고대 그리스, 로마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역사적 지도자들이다. 그들의 업적과 과오를 당시 시대상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위대한 업적과 훌륭한 성품으로 미국이라는 대국大國의 수도 이름으로 남은 리더도 있고, 역사에 오명汚名으로 기록된 리더도 있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책은 가벼운 역사 기행문처럼 다가와서 정치 철학서처럼 무겁게 머문다. 각국의 의미 있는 장소를 역사와 함께 소개하며 많은 멋진 사진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으로 붙잡은 관심은 각 챕터 끝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머물게 된다. 각 챕터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요점정리 같은, 본문의 이야기를 해설해 주는 각주 같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의 심연으로 이끌어주는 리더에 관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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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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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로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경성 제일 끽다점《카카듀》에는 '경성'이 보인다. '서울'이 아닌 경성. 경성의 등장으로 색다른 제목의 이야기는 역사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겨레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은 경성에 어떤 인물들을 등장시킬까? 카카듀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흥미로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재미난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p.312.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도 엄망진창일 것만 같다.

끝까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책장 넘기는 속도는, 이야기의 흐름은 '미옥'과 '앨리스'의 등장과 함께 무게를 달리한다. 어쩌면 미옥과 앨리스를 대하는 '경손'의 생각이 흐름의 차이를 만드는 듯하다. 1부 미옥, 2부 부산, 3부 카카듀 그리고 4부 앨리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경손이지만 각 챕터의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의 주인공은 미옥인듯하다. 경손과 헤어져 상해로 가는 미옥과 포와(하와이)로 가는 미옥을 다시 만난 부산, 그리고 경성에서 재회 후 카페 카카듀를 연 앨리스, 다시 상해에서 만난 앨리스까지. 이야기 흐름의 중심에는 앨리스가 서있고 앨리스를 통해서 이야기 흐름을 멀리서 바라보는 경손이 보인다.


p.290. 나는 내가 배우인 줄 알았지만 나 또한 관객 중 하나였구나.


앨리스가 카카듀를 통해서 바라본 이야기는 '독립운동'이고 경손이 카카듀를 통해서 바라본 이야기는 '영화' 예술이었다. 그렇게 각자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흐르고 훗날 서로의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 만남과 헤어짐을 절묘하게 또는 애틋하게 꾸민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마치 사실인 양 보여준다. 실존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탕이지만 당시의 감정은 허구일 것이다. 기록되지 않고, 표현하지 않은 감정까지 촘촘하게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역사소설이 가진 기록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듯하다.


이경손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배우 겸 영화감독으로 『아리랑』의 나운규와 친분이 있었고 그의 조카 앨리스, 미스'현'과 함께 '카카듀'를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로로 태국에 정착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경손은 그곳에서 일가를 이루고 나름 성공한 삶을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경손에게 앨리스는 어떤 의미였을까? 왜 이경손은 고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역사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실존 인물들의 실제 삶을 찾아보고 이야기 속 삶과 비교해 볼 수 잇다는 것이다. 대학로 연극으로 만들어진 현 미옥, 앨리스의 삶은 정말 드라마틱 하다. 이경손의 삶이 독립운동이라는 폭풍 주변을 맴도는 유약한 지식인의 삶이었다면 현 앨리스의 삶은 폭풍의 중심에서 폭풍에서 벗어나려 힘차게 몸부림치는 강인한 삶이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만난 현 앨리스의 모습은 비정하기까지 하다. 유약하지만 자신의 꿈을, 예술을 지킨 이경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역사소설인 만큼 뜻하지 않은 많은 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또 누군가에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안겨줄 멋진 책이다. 매력적인 소설의 중심에 선 앨리스를 만나보는 것도, 중심에 다가서지 못하는 평범한 예술가 이경손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역사가 만든 희생된 국민들의 삶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기록에 남지 않은 미옥과 경손들의 의미 있는 삶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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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위에 눕다 - 내 삶에 클래식이 들어오는 순간
송지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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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위에 눕다》라는 제목도 흥미로웠지만 이 책은 표지에 보이는 부제가 더욱더 흥미로웠다. '내 삶에 클래식이 들어오는 순간'이라는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클래식 음악을 아침마다 듣고는 있지만 아직도 제목과 선율을 매칭 시키지 못한다. 번잡한 아침을 조금이나마 차분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는 있지만 아직도 클래식과 친하다는 느낌은 없다. 클래식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궁금하다. 어떤 느낌일지.


이 책의 저자 송지인은 클래식 음악 담당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글을 매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글의 흐름은 차분한 음악이 흐르듯 잔잔하고, 문장은 간결하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문장으로 글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듯하다. 그 단단함이 클래식 음악이 주는 느낌을 산만하지 않게 명쾌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를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글을 먼저 읽었지만 두 번째 챕터부터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었다. 글이 보여주는 이해와 음악이 들려주는 위안을 동시에 접하며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제대로 된 힐링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들 중에서 가장 큰 매력은 챕터 끝에 QR코드를 통해서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부 위로를 시작으로 2부 사랑, 3부 만남휴식 그리고 4부 희망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흐름을 만나보는 즐거움이 커다란 안정을 선물한다.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위한 따뜻한 봄날 같은 따스함이 담긴 아름다운 책이다.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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