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1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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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를 통해서 처음 만났던 작가 다지마 렛토田島列島의 두 번째 장편《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를 만나보았다. 첫 장편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실사 영화로 제작되었고,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신생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여전히 그림은 아름답고 스토리는 묵직하다. 또 여전히 주제의 묵직한 무게는 유쾌한 대사와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가볍게 해주고 있다. 세 권으로 구성된 책의 1권만 읽었고 또다시 후회하고 있다. 어서 빨리 나머지 두 권의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


나오는 집에서 등교하기가 힘들어서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삼촌이 사는 집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의 어두운 그림자를 접하게 된다. 삼촌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을 기차역으로 마중 나와준 사사키와의 악연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무언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 만화가 삼촌, 여장을 하고 다니는 점술가, 거기에 교수님으로 불리는 아저씨가 있고, 26세의 직장 여성 사사키가 있다.


모두들 조금 이상하지만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사사키 어머니와 나오의 아버지가 10년 전 불륜을 저질렀고 나오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사사키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오는 사사키와 한 지붕 아래서 살 수 있을까?


엉뚱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재미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그 속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진솔한 향이 은은하게 배어난다. 우리는 많은 관계 속에 산다. 우리가 만든 관계도 있지만 선택할 수 없는 관계도 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있는 이들의 잘못으로 눈앞의 관계가 뒤틀려버릴 때도 있다. 지금 나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나오와 사사키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크래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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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 2024.3 - 십우도
불광 편집부 지음 / 불광(잡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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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광」은 1974년 11월 창간호를 발간했다. 그리고 2024년 창간 50주년을 맞이한 불교를 대표하는 월간지이다. 특정 종교를 다루는 월간지는 처음 접한다. 불교 신자도 아니면서 월간 《불광 vol.593》을 만나본 까닭은 593호에서 다룬 '십우도十牛圖'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선禪 수행의 길을 일러주는 그림과 글이 '십우도'와 '십우도송 十牛圖頌'이다. 소를 길들이는(목牧)그림이란 뜻의 '목우도 牧牛圖'라고도 하고, 자신의 본래 마음을 찾아(심尋) 나서는 길이기에 '심우도 尋牛圖'라고도 한다. 고려 시대 보조 지눌 스님의 호가 '목우자牧牛子'였고, 만해卍海 스님이 말년에 머물던 곳이 '심우장尋牛莊'이다. 선 수행과 소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스님이 직접 들려주는 '십우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그림을 보면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십우도와 친해질 수 있다. 십우도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어서 책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특히 많은 사진과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십우도를 이해하고 선 수행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불교의 십우도와의 만남도 좋았고, 퀴어 불교미술 작가 박그림이 십우도를 모티브로 표현한 심호도尋虎圖는 정말 흥미로웠다.


'지나온 50년, 나아갈 100년'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첫 이야기인 창립 50주년 법련사 이야기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서울 도심의 사찰 법련사의 창건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불교 잡지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불교 이야기들을 정말 풍부하게 많이 담고 있는 책이다.



"월간불광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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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 - 불안, 분노, 무력감 뒤에 숨은 진짜 감정을 돌보는 심리 수업
권수영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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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3. 힐링은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 안에 불필요한 감정이란 하나도 없다.(p.240)라는 전제하에 우리 머릿속을, 우리 마음속을 촘촘하게 들여다본 심리 수업을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심리학 책에서는 분노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참고 억눌러 이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과 권수영 교수는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에서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마음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풀어내려는 심리치료인 '내면 가족 시스템'을 소개한다.


인과관계를 선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원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마음속 감정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내면 가족 시스템'의 정확한 개념이나 작동 방법은 모르지만 '분노'를 새롭게 보게 한다. 폭력의 원인은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라고 한다. 분노는 강경파이고, 수치심은 온건파이다. 또 유배자와 소방관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접근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심리학 책이다.


이 책에서 강경파와 온건파는 대결하지 않는다. 강경파는 온건파를 지켜주기 위해 앞장선다. 그렇게 짜증 많고 화 많은 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 화를 불러내 상처를 지키는 것뿐인데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되고 또 심한 경우 치료를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들 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심리 상담에서는 어떤 감정도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니 치료할 감정도 없는 것이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심리 수업이었다.


책의 구성은 여타의 심리학 책들처럼 많은 심리학 상담 사례를 보여준다. 또 적절한 예시를 통해서 쉽고 편안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몇몇 심리학 용어와 이론이 등장하지만 전혀 돌부리나 웅덩이는 되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한 설명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듯 빠르고 편단하게 목적지에 다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누구나 맺고 살아가야 하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하는, 관계의 시작인 '가족'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p.305. 창피했던 기억, 무력했던 내 모습도 모두 나의 일부분이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내가 버림받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바로 힐링의 완성이다.



"갈매나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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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 : 상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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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모닝〉을 통해 데뷔한 다지마 렛토의 첫 장편을 만나보았다. 상, 하 두 권으로 구성된 만화책 제목《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의 의미가 다소 모호했다. 아이가 알아주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상권만 읽어서는 알 수 없을 듯하다. 상, 하권 모두를 동시에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그림은 너무나 훌륭했고 진지한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가는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도 무척이나 좋았다. 코믹하지만 가볍지 않고 무거운 사회 이슈(이혼, 트랜스젠더, 신흥종교 등)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물론 상권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꼭 상, 하 권을 동시에 준비하고 만나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삶에 무심한듯한 무표정의 남학생과 세상 생기발랄한 여학생의 만남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런데 에너지 넘치는 사쿠타는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며 친아빠를 찾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서예부 모지와 연결된다. 왜냐하면 모지의 형 아키가 탐정이기 때문이다. 왠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모습은 뒤로하고 아키는 사쿠타의 친아빠를 찾아낸다. 사쿠타와 친아빠는 만나게 될까?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두고 꼭 친아빠를 만나야 할까?


등장인물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차고 넘친다. 특히 주인공인 것 같은데 상권에서 활약이 미미한 모지와 아키와 묘하게 연결되는 헌책방 주인 젠 아저씨가 스토리 흐름을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진코와 진코의 할아버지도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흥미로운 인물들이 만드는 재미난 이야기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미스터리'향을 진하게 풍긴다. 이 책을 하권도 준비해두고 읽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이유다. 실종된 '빛의 상자' 교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사쿠타와 모지가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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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스 -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경제학적 생존 전략 7가지
저스틴 길리스.핼 하비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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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불타고 있다.(p.9)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흥미로운 환경 관련 책을 만나본다. 《빅 픽스 The BIG FIX 》 저자 저스틴 길리스는 40년 경력의 환경, 과학 전문 기자이고, 핼 하비는 에너지 환경 정책 전문가이다.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 기후 위기를 경제학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정부와 우리 시민들이 해야 할 일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면 좋을 것들이 아니라 탄소 배출 0에 접근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실천하기를 바라고 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은 제1장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 경제 법칙 : 학습 곡선으로 시작한다. 총생산량이 두 배로 늘 때마다 공장의 생산비가 다소 일정한 비율로 떨어진다는 라이트의 법칙을 통해서 그래프를 그릴 때 나오는 기울기를 학습 곡선 또는 경험 곡선이라고 한다. 기후 환경 문제를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첫걸음으로 경제 이론을 언급하는 것은 알겠지만 '학습 곡선'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2장부터 7장까지는 화석 연료를 전기로 대체하자는 '만물의 전기화'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변화 대상으로 지목된 까닭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들은 누구이고 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즐거움은 조금씩 걱정으로 빠져든다. 저자들은 미국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읽다 보니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대체에너지, 청정에너지의 발전은 미국이 우리보다 앞선 게 사실인듯해서 우리의 현재 상황을 찾아봐야 했다.


8장에서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소개하며 9장에서 앞에서 다룬 내용들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마무리 짓는다. 화석 연료를 사용해온 발전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온난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텀블러 사용과 같은 '녹색소비자'의 행동에서 벗어나 유권자로서 환경 기후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장을 펼치는 '녹색 시민 의식'을 갖길 바라고 있다. '레버 당기기'를 실천하라고 응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을 일으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 우려는 지구 환경 기후 변화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경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까닭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알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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