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
정채연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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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상상력에 미스터리의 쾌감을 더한 소설을 지향하는 작가 정채연의 환상적인 이야기《그림자 마법사들 : 사라진 그림자의 비밀을 만나본다. 이 소설은 정말 엄청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환상적인 판타지 세상을 담고 있다. 책 속 세상은 인간과 셰드가 공존한다. 첫 장면도 미합중국 대통령과 셰드의 수장이 통화하는 내용이다. 미스터리의 시작은 '그림자 연쇄 갈취 사건'으로 행방이 묘연했던 300개의 그림자가 모두 주인에게 돌아온 그날 '제론'이 침대에서 눈을 뜨면서부터다.


한 달 만에 잠에서 깨어났다는 제론은 기억을 잃어버렸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젠'을 통해서 알게 된다. "내 이름이 제론…인가?"(p.14) 젠의 존재만큼이나 제론의 존재도 신비하기만 하다.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집안을 조사하던 제론은 자신이 7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확히는 일곱 개의 가면이고 그 가면을 쓰면 그 인물로 변한다는 것이다. 신비한 마법 세계의 첫걸음부터 심상치 않다. 하지만 '트랜스포마스크'라는 마법을 쓴 기억도 없고 자신이 마법사인 것은 확실한듯한데 기억나는 마법도 없는 제론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유란섀드학교의 보충반에 지원하고 그곳에서 채 교수를 만나게 된다. 가면을 쓴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채 교수의 시선이 난처한 제론은 사실은 이 학교의 교수였다. 자신이 브룩스라는 이름으로 교수로 재직하던 학교의 마법력이 약한 섀드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충반 학생으로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한 첫걸음으로 선택한 인물인 브룩스 교수는 엄청난 그림자 마법력을 가진 인물인듯하다. 이곳에서 제론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진실에 조금씩 접근해간다. 하지만 진실에 다가선 제론은 충격적인 반전과 마주하게 된다.


많은 그림자 마법들이 곳곳에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그리고 흥미롭게 빛나게 한다. 빛이 있어야 존재하는 그림자들의 또 다른 모습들을 만나보는 즐거움이 다양한 마법 가루들과 함께 펼쳐진다. 그림자로 이렇게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제론과 함께 '나'를 찾아가다 만나게 된 진실은 당황스러웠다. 아니 허탈했다. 믿고 있던 세상이 모두 바뀌는 엄청난 반전을 만난 것이다. 충격적인 반전을 접하고 싶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긴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 그림자 마법사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어서 빨리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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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 특서 어린이문학 7
정명섭 지음, 불곰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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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은 제목과 표지의 그림이 '난 타임슬립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언간독』이라는 책이 '역사도 담고 있습니다.'라고 알려준다. 이 책은 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 특서주니어특서어린이문학 일곱 번째 작품이다. 한여름 조선에 몰아닥친 눈보라와 한파라는 흥미로운 이야기 『빙하 조선』으로 만났던 멋진 이야기꾼 정명섭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책에서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이렇게 쓰면 재미와 흥미 그리고 의미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타임슬립으로 갈 수 있는 많은 시간 중에서 열두 살 주희는 1937년의 시골로 가게 되었다. 그것도 자고 일어나니 그곳이었다. 옥천. 그곳은 증조할머니의 고향이다. 주희는 가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증조할머니의 고향은 그저 '그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이곳'으로 바꿀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친구 갓난이를 만나면서 주희는 역사의 소중함을, 언간독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열두 살 동갑내기 홍갓난은 이곳에서는 친구이지만 현실에서는 증조할머니이다. 그런 증조할머니 유품 속에서 있었던 언간독을 주희는 왜 아이돌 멤버 지승에게 주려고 했을까?


주희는 타임슬립을 통해서 증조할머니의 유품 언간독이 품은 안타까운 사연과 가치를 알게 된다. 그리고 타임슬립이 우연하게 일어났듯이 언간독의 비밀도 우연하게 알게 된다. 주희와 함께 이야기 속을 동행한 우리도 그 비밀을 쉽게 알게 된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1937년 그곳에서는. 일제 치하의 우리나라로 타임슬립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아픔과 슬픔으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 시대로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창작 노트에서 작가가 말하고 있듯 '역사는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그때 그곳의 이야기도 잊지 말아야겠지만.


언간독은 비밀을 가지고 있지만 이 책은 '창작 노트'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스토리텔러 정명섭이 들려주는 소설 창작 과정은 이 책이 가진 많은 재미 중에서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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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 그간 외면해온 외로운 나에게 인생을 묻다
페터 베르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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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화를 결정한다."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명상 코치인 페터 베르가 들려주는 '나' 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 통해서 만나본다. 심리학이나 '명상'을 다룬 일반적인 책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다른 결의 흐름이 느껴진다. 아마도 서양에서 나고 자란 외국인이 동양의 불교와 명상 그리고 마음챙김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인듯하다. 파란 눈의 이방인이 동양의 불교 그리고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까?


p.234. 평화는 우리가 매일매일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우선 저자가 명상을 통해서 만나자고 하는 '나'는 '자아自我'가 아니라 '무아無我'이다. 불교의 교리 중 하나인 무아는 공空과 통한다. 그리고 명상의 끝은 '평화'와 닿는다. 안정된 마음과 맑은 마음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이 저자가 명상을 통해서 이루자고 하는 곳이다. 그런데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렵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이론들도 따라가기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때마다 넌지시 건네는 저자의 한마디가 커다란 힘이 된다. '지금은 비현실적으로 들리겠지만 그냥 뛰어들어 보자.'(p.106)


p.141. 모든 감정은 자신과 세상을 더 심도 있게 이해하는 문이 되어준다.


수많은 무의적인 부정적 '각인'들이 나의 생각을, 삶을, 나를 위태롭게 만든다. 그런 위태로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명상과 마음챙김이 가르치는 '의식'을 이야기하며 '생각을 관찰해 보라'라고 한다. 역시 명상이나 마음챙김은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이 책은 이론으로 시작해서 실천방법으로 끝난다. 마치 명상 수련법을 알려주는 참고서 같다. 먼저 명상이 필요한 이유를 심리학적인,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을 보여주며 알려준다. 이어서 명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명상을 수행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명상을 실천하는 방법을 배우고 처음으로 명상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내는 이 책이 해주고 있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다룬 책을 처음 접한 것이 아닌데 이 책의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감정을 생각하지 말고 느껴보라'라는 문장에 빠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명상이나 마음챙김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훌륭한 교과서가 될 듯하고 이미 명상의 의미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명상 세계를 만나보는 흥미로운 명상 여행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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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 철학하기 - 에드거 앨런 포에서 정유정까지
백휴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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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언제 읽어도 흥미롭고 재미나다. 그래서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소설문학 중 하나인듯하다. 그래서일까? 추리소설은 주변부 문학, 순문학이 아닌 '잡문학', 오락에 불과한 읽을거리'라는 우리 사회의 폄하를 받으며 성장한 소설 장르이다. 그런데 굳이 소설을 장르별로 디테일하게 나눌 필요가 있을까? 중식, 한식, 일식처럼 시詩, 소설小說, 수필 essay로 크게 나누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닐까? 짧은 소견에 가르침을 주듯 《추리소설로 철학하기》에서 백휴는 추리소설과 철학을 엮어서 문학을 이야기하고, 국내외 유명 소설가의 대표작들을 소개하며 그 속에서 철학을 끄집어내 깊은 철학과 문학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제목부터 흥미로웠다. 가장 재미나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과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어둠을 보여주는 철학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일본의 추리소설 흐름에 '사회파'가 있다고는 하지만 굳이 추리소설에 철학을 담아야 할까? 밀실에 갇힌 수수께끼를 풀고 범인만 잡으면 되는 것 아닐까? 가끔 반전을 보여주면서. 그런데 철학을 전공한 추리소설가이자 추리문학 평론가인 백휴가 잡문학으로 폄하되어 온 추리소설에 문학적인 위상을 찾아주려고 나섰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이 책《추리소설로 철학하기》인듯하다.


p.50. 애거사 크리스티의 기본 정서는 노스탤지어 nostalgia다. 누가 뭐래도 마음이 과거라는 콩밭에 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문학계와 철학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익히 알고 있는 작가들, 작품들 이야기를 만날 때는 반가웠고, 그들의 생각을 철학적, 문학적인 해석으로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도 있다. 추리문학의 시작으로 알려진 에드거 앨런 포를 시작으로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애거사 크리스티, 우리나라에 엄청난 팬을 가진 일본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리고 정유정 등 많은 작가들이 서양의 철학가들과 '짝'을 맞춰 등장한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서양 철학을 새롭게 시작하게 한 니체의 짝은 누구일까? 칸트와 조르조 아감벤의 짝은 누구일까?

모든 챕터가 흥미롭고 재미나다. 거기에 '주석'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주석이 단어의 뜻을 풀어낸 정도를 넘어 생각을 담고 있어 또 다른 읽을거리를 준다. 짝으로 등장하는 문학가와 철학가의 생각을 만나보며 읽어본 작품을 추억하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철학적인 분석이 유지하는 묵직한 흐름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많은 철학가와 소설가들과의 만남이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마지막 챕터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던 듯하다. 긴 여정을 함께했지만 그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p.405. 모더니즘의 정신은 무엇보다 '시간의 공간화'에서 비롯되었다.


《추리소설로 철학하기》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책도 아니다. 2024년은 이 책과 함께 시작과 끝을 함께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시작은 함께한다. 조금씩, 천천히 한 챕터씩 자세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문학과 철학을 촘촘하게 분석하면 어떨지 궁금하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묵직함이 주는 특별한 재미와 흥미를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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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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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첫 작품 《로제나》가 발표된다. 총 열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마이 셰발페르 발뢰가 창조한 마르틴 베크 형사가 주인공인 '경찰 소설'이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북유럽의 범죄소설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부터 60여 년 전의 형사들은 어떻게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았을까? CCTV를 비롯한 과학적인 수사와는 거리가 먼 발로 뛰는 아날로그식 수사 방법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마르틴 베크라는 형사가 처음 인사를 전하는 《로재나》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p.137. 열흘 뒤에 미국에서 답장이 왔다.


셜록 홈스와 명탐정 코난, 그리고 가가 교이치로(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주인공들처럼 영웅적인 모습을 보이며 범죄를 해결하지도, 번뜩이는 영감으로 수수께끼를 풀어내지도 못하는 지극히, 너무나 평범한 형사 마르틴 베크가 주인공이다. 마르틴 베크의 하루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작한다. 물론 일중독처럼 사건 해결에 매달리지만 가장으로서의 무게는 고스란히 위장병으로 이어진다. 택시비를 아끼는 소박한 가장의 모습이 현실감을 더한다.


p.421. 그들은 결코 공개해서는 안 될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했다.


명탐정 코난 같은 재미도, 가가 교이치로같은 배려도 찾아볼 수 없는 범죄소설이다. 추리소설의 흥미진진함은 사실적인 사건 기록이 대신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발로 뛰는 형사들의 기록이 대신한다. 픽션을 읽고 있는데 논픽션으로 다가선 소설이다. 마치 6개월이 넘는 기간의 수사 기록을 보고 있는 듯하다. 범인을 찾아내고 범인을 특정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은 고스란히 이야기에 표현된다.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으로 움직이며 수사하는 경찰들의 모습이 한 명의 탐정이나 뛰어난 형사가 주인공인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p.367. 클라라 경찰서의 벽에 걸린 전자식 벽시계가 또다시 무사태평한 사흘을 똑딱거렸다.


사회적인 모순과 부조리를 경찰들의 일상과 수사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실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간결한 문장과 절제된 표현이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어서 요즘은 접해볼 수 없는 특별한 미스터리 소설을 만나게 해주고 있는 책이다. 반전은 찾아볼 수 없지만 현실적인 경찰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가진 책이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던지는 묵직함이 매력적인 책이다.



"엘릭시르를 통해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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