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리더십 - 송동훈의 세계문명기행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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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콘텐츠 회사를 설립해 강연 활동과 집필을 하고 있는 송동훈이 들려주는 역사 속 리더 이야기《제국의 리더십》를 만나보았다.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는 우리 유권자가 직접 우리의 리더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리더 이야기는 소중하다. 훌륭한 리더는 미미한 존재였던 국가를 강력한 제국으로 발전시킨다. 그렇지 못한 리더는 국가를, 국민을 혼란 속으로 끄집어 넣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마 후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신중하게 접해야 하는 까닭이다.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 왕 같은, 로마의 오현제五賢帝 같은 리더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는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바람을 가능하게 해줄 올바른 리더의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리더들을 소개하며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저자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따로 있는 듯하다. 리더의 장단점들을 보여주어 훌륭한 대표를 고를 수 있는 혜안을,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를 권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를 다룬 책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까닭은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각국의 역사를 '리더'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선택한 프리즘은 고대 그리스, 로마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역사적 지도자들이다. 그들의 업적과 과오를 당시 시대상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들려주고 있다. 위대한 업적과 훌륭한 성품으로 미국이라는 대국大國의 수도 이름으로 남은 리더도 있고, 역사에 오명汚名으로 기록된 리더도 있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책은 가벼운 역사 기행문처럼 다가와서 정치 철학서처럼 무겁게 머문다. 각국의 의미 있는 장소를 역사와 함께 소개하며 많은 멋진 사진들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진으로 붙잡은 관심은 각 챕터 끝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머물게 된다. 각 챕터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요점정리 같은, 본문의 이야기를 해설해 주는 각주 같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의 심연으로 이끌어주는 리더에 관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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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박서련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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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흥미로운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경성 제일 끽다점《카카듀》에는 '경성'이 보인다. '서울'이 아닌 경성. 경성의 등장으로 색다른 제목의 이야기는 역사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한겨레문학상 등을 수상한 작가 박서련은 경성에 어떤 인물들을 등장시킬까? 카카듀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 흥미로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재미난 상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p.312.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도 엄망진창일 것만 같다.

끝까지 조금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책장 넘기는 속도는, 이야기의 흐름은 '미옥'과 '앨리스'의 등장과 함께 무게를 달리한다. 어쩌면 미옥과 앨리스를 대하는 '경손'의 생각이 흐름의 차이를 만드는 듯하다. 1부 미옥, 2부 부산, 3부 카카듀 그리고 4부 앨리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경손이지만 각 챕터의 제목이 보여주듯 이 책의 주인공은 미옥인듯하다. 경손과 헤어져 상해로 가는 미옥과 포와(하와이)로 가는 미옥을 다시 만난 부산, 그리고 경성에서 재회 후 카페 카카듀를 연 앨리스, 다시 상해에서 만난 앨리스까지. 이야기 흐름의 중심에는 앨리스가 서있고 앨리스를 통해서 이야기 흐름을 멀리서 바라보는 경손이 보인다.


p.290. 나는 내가 배우인 줄 알았지만 나 또한 관객 중 하나였구나.


앨리스가 카카듀를 통해서 바라본 이야기는 '독립운동'이고 경손이 카카듀를 통해서 바라본 이야기는 '영화' 예술이었다. 그렇게 각자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흐르고 훗날 서로의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다시 만나게 된다. 그런 만남과 헤어짐을 절묘하게 또는 애틋하게 꾸민 이야기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마치 사실인 양 보여준다. 실존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탕이지만 당시의 감정은 허구일 것이다. 기록되지 않고, 표현하지 않은 감정까지 촘촘하게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역사소설이 가진 기록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은 듯하다.


이경손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배우 겸 영화감독으로 『아리랑』의 나운규와 친분이 있었고 그의 조카 앨리스, 미스'현'과 함께 '카카듀'를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경로로 태국에 정착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경손은 그곳에서 일가를 이루고 나름 성공한 삶을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경손에게 앨리스는 어떤 의미였을까? 왜 이경손은 고국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않았을까?


역사소설이 주는 가장 큰 재미는 실존 인물들의 실제 삶을 찾아보고 이야기 속 삶과 비교해 볼 수 잇다는 것이다. 대학로 연극으로 만들어진 현 미옥, 앨리스의 삶은 정말 드라마틱 하다. 이경손의 삶이 독립운동이라는 폭풍 주변을 맴도는 유약한 지식인의 삶이었다면 현 앨리스의 삶은 폭풍의 중심에서 폭풍에서 벗어나려 힘차게 몸부림치는 강인한 삶이었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만난 현 앨리스의 모습은 비정하기까지 하다. 유약하지만 자신의 꿈을, 예술을 지킨 이경손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역사소설인 만큼 뜻하지 않은 많은 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또 누군가에는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의구심을 안겨줄 멋진 책이다. 매력적인 소설의 중심에 선 앨리스를 만나보는 것도, 중심에 다가서지 못하는 평범한 예술가 이경손을 만나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역사가 만든 희생된 국민들의 삶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기록에 남지 않은 미옥과 경손들의 의미 있는 삶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안온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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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위에 눕다 - 내 삶에 클래식이 들어오는 순간
송지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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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위에 눕다》라는 제목도 흥미로웠지만 이 책은 표지에 보이는 부제가 더욱더 흥미로웠다. '내 삶에 클래식이 들어오는 순간'이라는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클래식 음악을 아침마다 듣고는 있지만 아직도 제목과 선율을 매칭 시키지 못한다. 번잡한 아침을 조금이나마 차분하게 시작하고 싶어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는 있지만 아직도 클래식과 친하다는 느낌은 없다. 클래식이 삶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이 궁금하다. 어떤 느낌일지.


이 책의 저자 송지인은 클래식 음악 담당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에 관한 글을 매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글의 흐름은 차분한 음악이 흐르듯 잔잔하고, 문장은 간결하다. 화려하지 않은 수수한 문장으로 글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듯하다. 그 단단함이 클래식 음악이 주는 느낌을 산만하지 않게 명쾌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에서 받을 수 있는 위로를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글을 먼저 읽었지만 두 번째 챕터부터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읽었다. 글이 보여주는 이해와 음악이 들려주는 위안을 동시에 접하며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제대로 된 힐링을 맛볼 수 있었다. 이 책이 가진 많은 매력들 중에서 가장 큰 매력은 챕터 끝에 QR코드를 통해서 클래식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선택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1부 위로를 시작으로 2부 사랑, 3부 만남휴식 그리고 4부 희망으로 이어지는 마음의 흐름을 만나보는 즐거움이 커다란 안정을 선물한다.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위한 따뜻한 봄날 같은 따스함이 담긴 아름다운 책이다.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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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스 마키나 -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크너 지음,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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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낯선 주제를 다룬 이야기를 만나본다. SF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미래의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의학교수이자 독일 항노화 학계의 권위자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와 철학 교수이나 트랜스휴머니즘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철학계의 악동’으로 불리는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가 트랜스휴머니즘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의하며 트랜스휴머니즘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우리에게 줄 기회를 들려주고 있다. 《호모 엑스 마키나》들려주고 있는 이야기가 낯선 만큼 흥미도, 재미도 배가 된다.


내게는 무척이나 낯설고 생소한 트랜스휴머니즘이지만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벌써 오래전에 발생하고 여전히 핫하게 논의되고 있는 트랜스휴머니즘에대해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처음 접하는 문외한들에게 친절하게 미래 인류에 대해 그려볼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시작은 아직도 뜨거운 논쟁거리라지만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줄리안 헉슬리라고 한다. 『멋진 신세계』를 쓴 올더스 헉슬리의 형이라고 한다. 형은 인류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동생은 『1984』와 더불어 디스토피아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작품을 썼다는 것이 왠지 아이러니하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인류의 변화를 생각하는 철학이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한다. 과학의 엄청난 발전 속도가 인간에게 매력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적인 의구심을 풀어보려 연구하는 학문인듯하다. 트랜스휴머니즘의 중심은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미래 인류는 이 책의 제목일지도 모른다. ‘호모 엑스 마키나 HOMO EX MACHINA'’기계화된 인간‘을 뜻한다. 유전자 변형이나 나노 기술, 마인드 업로딩 등의 발전되고 있는 과학이 선물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향상된 인류를 말한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음지가 줄 위험을 이야기하며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의 개념부터 장점과 단점 그리고 획기적인 생명 연장을 시작으로 한 미래 인류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두 석학이 들려주는 트랜스휴머니즘이라는 낯선 사상도 흥미로웠고 냉동인간부터 테크노아트까지 미래의 인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내일을 그려보는 시간이 즐거웠고, 미래의 인간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SF 판타지 속에 한참 동안 머물게 하는 책이다. 정말 매력적인 저자들이 과학과 철학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과학이 던지는 질문에 철학이 매력적인 답을 들려준다. 과학과 철학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와이즈베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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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8 -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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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이라는 놀라운 집필 기간이 만들어낸 엄광용의 멋진 역사소설을 만나본다. 고국원왕(담덕의 할아버지)부터 소수림왕(큰아버지), 고국양왕(아버지) 그리고 광개토태왕(담덕)에 이르는 고구려 왕 4대에 걸친 이야기는 마치 웅장한 대하드라마를 보는듯하다. 《광개토태왕 담덕》의 여덟 번째 이야기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는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갖게 되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북방 초원로 개척을 위해 전쟁이 아닌 협상을 선택한 담덕의 지혜가 멋지게 그려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정복 군주 광개토태왕의 일대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 《광개토태왕 담덕》이 가진 매력 중에 무시 못 할 한 가지는 당시의 중국 대륙(후연, 북위, 그리고 숙신등의 북방 민족)은 물론 왜국의 역사까지 폭넓게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8권 말 타고 초원로를 달리다에서도 제6장 왜의 대륙 출병을 통해서 왜국의 당시 상황은 물론 흥미로운 역사도 보여주고 있다.


중원을 간접 교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길을 찾아 북방의 초원 길로 나선 담덕과 함께 가면서 낯선 지명들을 듣게 된다. 해삼위, 백해. 그런데 이 낯선 지명들의 현재 명칭을 알게 되면 담덕이 꿈꾸고 이룬 제국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블라디보스톡과 바이칼호. 러시아까지 넓은 제국을 만든 담덕은 국내성에서 지금의 로마인 대진국까지 교역할 수 있는 상업의 길을 연 것이다.

8권에서 광개토태왕 담덕은 자신이 꿈꾸는 국가를 가슴 깊이 되새긴다. 어린 담덕이 꿈꾸던 이상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대동세상. '인간 세상에 평화는 언제 올 것인가?'(p.114) 군주로서 백성의 평안한 삶을 먼저 생각하고, 전쟁보다는 평화를 그리는 인간 담덕의 모습은 오늘도 국민을 짜증 나게 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위정자들의 모습과 비교된다.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고 도덕성을 중시한 멋진 군주 광개토태왕 담덕의 정신이 몹시도 그리운 요즘이다.


p.189. 그는 소수의견도 존중할 줄 알았으며, 다수의 긍정만이 합리성을 확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했다.


광개토태왕 담덕 7: 전쟁과 평화 이후 조금 긴 기다림이 있었던 탓에 8권을 접하며 등장인물들부터 적어보려 했다. 그런데 친절한 작가 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등장인물들이 누구인지 짧게 코멘트해 주고 있어서 정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에 기록된 내용보다는 허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고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지만 《광개토태왕 담덕》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새움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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