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 -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위기의 지구를 위한 인류세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39
박정재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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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가명강(울대 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의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는 위기의 지구를 지키기 위한 기초 방안으로 '인류세'에 대한 이해를 꼽았고 《인간의 시대에 오신 것을 애도합니다》에서 촘촘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인류세가 가진 의미를 접하고 나의 무지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인류세 멋지지 않나? 인류가 주인공인 지질 시대.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지구 전체의 시스템을 망가뜨린 주범. 그게 바로 인류이다.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는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여 제안된 지질 시대 구분 중 하나.


서가명강 도서들의 기본 구성을 따른 책은 총 4부로 짜여있다. 1부는 '이토록 파괴적인 인간의 시대'라는 강한 임팩트를 주며 시작한다. 인류세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연구 결과들도 보여준다. 개인적인 연구 이야기로 재미와 흥미를 끌어모아서 이제 본격적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전력질주한다. 2부에서 인류세를 상징하는 중요한 속성인 네 가지에 대해 설명한다. 기후 위기, 생태계 위기, 환경오염, 기후난민. 인류세를 대표하는 네 가지 속성을 보면 인류세라는 지질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p.125.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 면적에 준하는 크기의 산림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

3부에서는 발 닿는 곳마다 인류를 제외한 종의 멸종을 초래하는 몹쓸 인류가 만들어 놓은 생물종 다양성 문제에 대해 들려준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지구 전체를 망가뜨렸고 이제 조금 정신 차릴듯했는데 '탈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분열에 전쟁까지 그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4부에서 지구에 닥친 많은 위기를 이겨내는 방안으로 과학이나 최신 기술보다는 윤리와 철학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왜냐하면 종을 떠나 공존과 공생을 도모해도 될까 말까 한 지구 지키기인데 인간끼리도 화합이 안되니.


p.240.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과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유물론이 말하는 바와 동일하다.

인류세의 문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환경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 문제뿐만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문제(종 다양성 감소 문제),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기후 난민 문제'를 자세하게 알게 되어서 좋았다. 서가명강의 하이라이트 'Q/A 묻고 답하기'에서는 이번에도 조금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지적 즐거움을 배가培加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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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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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라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164. 설령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때 그 시간에 만났다는 사실에 가치가 있다. 그런 친구도 있는 것이다.


"네 할아버지를 죽여 줄게. 대신 남편을 죽여 줘."라는 띠지의 섬뜩한 문구가 시선을 강탈하는 흥미로운 소설을 만나보았다. 작가 곤도 후미에는 세 명의 소녀를 세 건의 살인 사건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연결이 너무나 촘촘해서 쉽게 풀 수 없는 매듭으로 소녀들의 인생 전체를 옭아매고 있다. 그리고 그 연결에는 사회 전반의 문제들이 함께 묶여있어서 풀기보다는 끈어내야 할것만 같다. 학교 폭력, 여성 납치 성폭력, 아동성추행, 가정 폭력까지.


마감에 쫓기던 작가의 눈에 들어온 편지 한 통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무시할 수도 있는 내용의 편지였지만 '저희 셋의 관계'라는 문구가 작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고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는 편지의 주인공 '유리'를 만난다. 그리고 유리에게서 자신이 중학생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품고있던 엄청난 비밀들을 듣게 된다. 그 속에 세건의 살인 사건이 담겨 있었다. 놀랍게도 두 건의 살인은 중학생 시절에 벌어진 일이었다.


p.62. 잔인함과 상냥함은 때때로 한곳에 공존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주요흐름은 소녀들의 범죄 행위 자체에 있지 않다. 세 건의 살인이 모두 서로를 위해 각자가 벌인 사건이기에 범인은 세 명이다. 어린 소녀들이 그런 무서운 일을 할 수 있게 한 무모한 용기는 어디서 온 것일까? 왜 어른이 되어서 다시 또 살인을 저지르게 된걸까? 소녀들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서로를 만난적이 없다. 전화 번호도 모르고 살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마지막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어둠속에서 상대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친구의 말만 믿고 술취해 잠든 친구의 남편을 살해한다. 가정 폭력에 힘들어하던 친구 '마호'를 위해.


p.100. 친근함이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첫 번째 살인도 납치되려는 마호를 구하기위해 '유리'가 남자를 칼로 찔렀던 사건이다. 하지만 소년원에는 또 다른 친구 '사토코'가 들어갔다. 이들 세 친구에게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었을까? 그 고리는 외로움인듯하다. 소외된 아이들. 소외될 수 밖에 사회가 만든 아이들. 친구가 없던 소녀들이 각자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준 사연이 매듭으로 이어진듯하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왕따, 학교 폭력, 가정내 성추행 그리고 가정 폭력까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고 있는 듯해서.


그런데 소설 의뢰를 받은 작가가 이 소녀들과 같은 중학교 동창이라는 점이 놀라운 반전을 만든다. 반전도 놀라웠지만 작가가 세 소녀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 더 놀라웠다. 3년 동안 같은 반이 한 번도 안되었을까? 어느 누구의 존재도 무시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무시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무시받던 아이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만든 비극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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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시대 -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
임승휘 지음 / 타인의사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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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사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선문대학교 사학과 교수이며 한국프랑스사학회 회장인 임승휘 교수의 재미있는 입담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접한 적이 있다. 그런 재미난 입담이 담겨있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점에 따라서 같은 사건이 전혀 다르게 기록될 수도 있다. 같은 사건이 '혁명'이 될 수도 있고 '쿠데타'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귀족 시대》에서 역사를 바라본 렌즈는 '귀족'이다. 귀족으로 바라본 인류의 역사는 또 귀족의 역사는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유럽으로 한정하더라도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귀족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는 찾기 힘든 '노블레스 오블리주'일까? 아니면 '기사도'일까? 저자는 챕터 1. 키워드로 읽는 귀족 문화에서 귀족을 대표하는 9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있다. 귀족의 피는 푸르다는 '블루 블러드'나 너무나 우아해 보이던 '애프터눈 티'의 기원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아니 나를 상징하는 문장을 하나 만들고 싶어졌다.


챕터 2. 귀족의 일상 엿보기에서는 가족 내에서 아동, 어린이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런데 귀족이라는 허울이 만들어낸 사치를 보면서 이들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연회 한 번을 위해 새끼 돼지 2000마리를 잡는 사람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알까? 굶주린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은데. 챕터 3.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귀족들에서도 여전히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영국의 정치인, 친근한 인물도 만날 수 있다.


앞선 챕터들에서 특정 키워드 등을 통해서 귀족의 사회적 위치나 의미 등을 살펴보았다. 이제 저자는 마지막 챕터 4. 낯설고 신기한 귀족의 세계에서 귀족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족'이라는 개념부터 새로운 귀족의 등장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사진과 그림을 더해서 귀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법복귀족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계급을 신분으로 세습하려는 우리 사회 권력층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진정한 귀족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진정한 의미의 기사도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알려주는 멋진 책《귀족 시대》를, 임승휘 교수의 깔끔한 스토리텔링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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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서사원 일본 소설 3
이즈미 유타카 지음, 이은미 옮김 / 서사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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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19년 제8회 일본역사시대작가협회상 신인상과 제2회 호소야마사미츠상을 수상한 이즈미 유타카의 장편소설《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를 만나보았다. 제목에서 받은 첫 느낌은 판타지 소설이었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상상했다. 그리고 코인 세탁소의 한쪽 기계에 걸린 채 방치된 봉투 하나의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판타지 소설을 상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판타지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담은 이야기이다.


큰 키에 우람한 체격의 아카네는 힘겹게 버티던 부동산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힌 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새로운 출발의 시작으로 삼은 것이 빨래였다. 그런데 세탁기가 고장 났고 코인 세탁소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코인 세탁소 주인 마나를 만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편안함과 위로를 느끼게 했다. 결국 아카네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조금씩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곳에는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오고 또 다양한 감정들이 드러난다. 남편의 외도로 어린 딸을 혼자 키우게 된 젊은 싱글맘도 등장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던 중년 가장도 등장한다. 또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의지를 상실한 노인도, 오래도록 방치한 비닐봉지의 주인인 대학생도 등장한다.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아키네에게 썸남이 나타나고 이제 달달한 이야기가 이어지려나 하는 순간 코인 세탁소의 점장 마나의 과거가 드러난다. 한 소년의 등장으로 너무나 아프고 슬픈 마나의 과거가 현재로 이어진다. 점장 마나의 괴로운 과거는 무엇일까?


일상 속에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속에서 공감과 위로를 찾을 수 있는 힐링 소설이다.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이런 장소가 어딘가에 한 곳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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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킷사텐 여행 - 존 레넌에서 하루키까지 예술가들의 문화 살롱
최민지 지음 / 남해의봄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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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봄날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285. 긴 세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취향과 취향이 모이고, 시간에 시간이 쌓여 문화가 된 공간에는 진정성이 있다.


나고야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 최민지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도쿄 킷사텐 여행》은 도쿄에 있는 일본의 오래된 킷사텐을 소개하고 있다. 킷사텐喫茶店의 한자를 보고 한국 소설이 한편 떠올랐다. 『카카두 : 경성 제일 끽다점』에서도 그곳은 새로운 문화의 시작이었고 독립운동의 중심이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도쿄의 킷사텐 역시 문학, 미술, 음악 등 당시 문화가 모이는 곳이었고 또 뻗어나가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의 잘나가는 무언가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 도쿄를 문화를 중심으로 산책한 인문학 여행기이었다.


p.103. 이처럼 킷사텐을 만나는 것은 그 킷사텐이 자리 잡은 곳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나는 일이자 여러 지역의 다양성을 만나는 일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드나들던 그리고 흔적을 남긴 추억을 간직하고 100년을 이어온 킷사텐들을 짧은 호흡으로 하지만 급하지 않게, 편안하게 소개하고 있다. 출판사 방 한 칸을 개방해서 만든 란보 킷사텐에서는 『인격 실격』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초상화를 그렸고, 도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 파울리스타에서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흔적과 존 레넌의 추억을 만날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게 되는 작품 속 아름다운 장소들을 만나는 것도, 일본 만화의 거장들이 젊었을 때 모여 살았다는 마을의 '만화 보살'을 만나보는 것도 이 책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긴자 후지야 킷사텐을 자주 찾았다는 젊은 작가는 훗날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 그는 누구일까? 작가가 되기 전 '피터 캣'이라는 재즈 킷사를 운영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학교보다 더 오래 머물렀다는 재즈 킷사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가부키도 아닌 신파극도 아닌 새로운 연극을 시도했던 쓰키지 소극장에서 만난 조선 유학생들은 누구일까? 스시 1인분이 열 개가 된 사연은 또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도,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이 머물렀던, 그들을 도와주었던 나카무라야에는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관광명소보다는 오래된 문화명소를 만나보고 싶다면, 일본 최초의 비엔나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도쿄 킷사텐 여행》에 담긴 지도를 따라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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