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몸 - 몸을 알아야 몸을 살린다
이동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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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9.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생각은 건강한 몸과 마음에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대한 만성피로 학회 명예회장 이동환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건강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만성피로 전문 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는 현직 의사의 건강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이기는 몸>에는 저자가 27여 년간 진료실에서 만났던 환자와 강연장에서 만났던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환자들을 치유하며 얻은 경험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쌓은 지혜를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크게 3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3개 파트 속에 다시 15가지의 소제목을 단 이야기를 담고 있다. Part1 바이러스를 이기는 몸에서는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인 '면역력'을 시작으로 미세 염증과 호르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면역반응, 몸속 미세 세포에 관해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는데 사람들마다 면역반응이 왜 다른지, 미세 염증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또 호르몬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볼 수 있다.

저자가 첫 파트에서 면역력이나 호르몬을 다루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이 보여주는 가장 큰 테마가 우리 몸의 장기들은 유기적으로 동작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것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계속해서 우리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위장이 아프면 위장을 치료하면서 그 원인을 우리 몸 전체 시스템에서 찾아보는 식이다. 정확한 원인을 모른 체 치료하게 되면 다시 또 고장 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전체 시스템 작동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는 호르몬이나 미세 세포들에 대한 기초를 먼저 다룬듯하다.

p.290.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가능하면 에스프레소보다 필터를 통해서 걸러지는 드립커피가 좋습니다.

Part2 질병을 이기는 몸에서는 우리 몸속 주요 기관들을 작동원리에서부터 자주 발병하는 질환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거기에 발병하기 전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와 전조증상을 통해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의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Part3 노화를 이기는 몸에서는 섭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리들 건강의 기본이 되는 먹고 마시고 자는 행위의 올바른 이해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로 이 파트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할 것 같다. 영양제는 꼭 먹어야 할까? 음식에서 얻는 영양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내 몸에 맞는 운동법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는 건강에 정말 나쁠까? 스트레스를 올바로 푸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빠져나가는 영양소가 있다? 정말 다양한 의문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답해준다.

 

목표심박수 = [(   )% × (최대 심박수 - 안정 심박수)] + 안정 심박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정말 많은 영양제로 인한 선택 장애를 벗어날 수 있고, 해파리수면법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내게 맞는 운동 시간도 알아볼 수 있고 근육량 유지를 위한 단백질량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을 정확하게 알고 대처할 수 있다면 건강한 삶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공감할 것이고 두 번째 만남부터는 삶을 건강하게 사는 지혜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건강한 삶을 위해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 봐야할, 소장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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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 공부 습관을 바꾸는 완벽한 기억법
군터 카르스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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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이 책의 목표는 평범한 호모사피엔스가 고도로 진화한 정보사회의 요구에 발맞춘 호모 스투디오수스Homo studiosus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고등학생을 둔 부모로서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의 부제 공부 습관을 바꾸는 완벽한 기억법은 가슴속 깊은 곳까지 와닿았다. 이 책을 읽고 효과적인 공부법을 만나게 된다면 아이에게도 권해주고 싶었다. 생각한 데로 이 책에는 효과적인 기억 방법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 물론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방법들도 있었지만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효과적인 기억 방법들 소개는 기억력 향상하는 길을 보여주는 것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아이에게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는 저자가 멘사 회원이라는 것이 걸리는 듯했다. 그래서 책 속에 소개된 일반인들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저자 군터 카르스텐은 멘사 회원에 2007년 세계 기억력 선수권대회 챔피언이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 속에는 일반인들이 기억력을 향상시켜 공부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은 다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들도 이 책을 접하게 된다면 집중력을 높여 기억하고 공부하는 비법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1부 기억력, 과학에게 묻다를 시작으로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속에 48가지의 기억법과 학습 비법을 담고 있다. 긍정적 정서나 잠자기 몇 분 전이 기억력 향상에서 가지는 의미를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학습 효과 향상에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멘사 회원인 저자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론을 설명하면서 중간중간 자신의 재미난 경험담을 NOTEEPISODE에 담아 이 책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양한 실험들을 소개하고 있는 LAB을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신뢰를 더하고 있다. 거기에 가끔씩 보여주는 흥미로운 그림과 도표들은 몰입감을 높여준다.

 

저자는 기억력 향상이 주는 다양한 효과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기억력 향상은 분석력이나 인지력 거기에 창의력까지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억력 향상으로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만나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비법을 흥미롭게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유익한 책을 꼭 한번 접해보기를 바란다. 공부에 찌든 아이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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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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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183. "그야 그랬지……땅이 떠도는 것인지, 내가 떠도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떠돌았지……"

나라를 잃고 땅도 빼앗긴 조선의 민초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멀지만 아니 어딘지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 조상들에게는 희망이 돼 주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버렸을 때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했을까? 포기하지 않고 척박하고 보잘것없던 '땅'을 개간하여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굶주림에서 벗어날 때쯤 러시아에 살던 조선인들의 삶을 만날 수 있는 책을 만나보았다.「흐르는 편지」로 처음 만났었던 작가 김 숨<떠도는 땅>을 통해서 다시 만났다.

p.102. "난 땅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땅은 인간을 노예로 만들지."

첫 만남보다 더 강렬한 느낌의 두 번째 만남이 있었을까? 사람을 만났을 때도 소설을 만났을 때도 미술 작품을 만났을 때도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제목을 보고 어딘가 낯설지 않았고「흐르는 편지」에서 받았던 느낌을 떠올려 보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도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아픔과 고통을 겪고 있는 민초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너무나 큰 차이점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조국을 떠났다는 것이다.

 

p.103. "……인간이 땅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더군. 인간은 살아 있을 때는 땅의 종으로 살다, 죽어서는 썩어 땅의 거름으로 쓰이니 말이야."

조선의 농부들에게 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에게 땅은 그 무엇보다 더, 하나님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땅'을 찾아 그렇게 국경을 넘은 민초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그들의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느껴보았다. 이 이야기는 조선의 격동기에 조국을 떠나 러시아에 정착한 조선인들이 다시 그곳에서 러시아의 격동기에 휘말리게 되는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다.

 

p.171. 금실 가족이 신한촌에 정착해 살았던 지난 20년 동안 러시아는 황제인 니콜라이2세에서 레닌으로, 스탈린으로 바뀌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화물 열차를 타고 정든 자신들의 정착촌을 떠나는 한인들의 한숨처럼 깊은 어둠이 자리한 열차 안이 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화물 열차 한 칸. 그 속에 강제로 타게 된 한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시어머니와 함께 열차에 탄 금실을 중심으로 열차 안에 탄 강제이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이 소설을 전개한다. 힘들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이주는 희망이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제로 어딘지도 모르는 러시아 구석으로의 이주에 희망이 있을 리는 만무했고 그런 무거운 슬픔이 열차 널빤지 사이로 들어오는 빛마저도 차단했는지도 모르겠다.

 

p.145."아나똘리, 나쁜 생각들은 떨쳐버려라, 인생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거란다. 다람쥐가 죽어야 쳇바퀴가 멈추지……그러니 절망할 것도,기뻐할 것도 없단다."

어두운 화물 열차 안에서 귀머거리 허우재가 들려주는 노래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국경 넘어 장사를 간 금실의 남편은 금실을 찾아올 수 있을까? 귀머거리가 노래를 할 수 있을까? 금실 자신도 모르는 곳을 남편 근석이 찾아올 수 있을까? 열차 안에 민초들의 지나온 삶은 모두가 안타깝고 쓸쓸했다. 그런데 열차 안이라는 현재에서 미래를 잃어버리는 요셉과 따냐의 이야기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과거가 아닌 지금 현재에 고통을 받는 따냐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나 달렸을까? 열차는 멈추고 그들은 다시 어디론가 보내진다. 그들의 아니 우리 조상들의 삶은 이제 어떻게 흘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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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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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다룬 책은 참 많다. 인문서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만화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미스터리한 천재의 삶에 작가들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까닭일 것이다. 화학 박사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마르코 말발디<인간의 척도>는 작가의 특이한 이력보다 더 특색 있는 책이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는듯한 색다른 느낌을 주는 특별한 책 속으로 들어가 본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5세기 밀라노이다. 피렌체를 떠나 밀라노의 실질적인 권력자의 후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레오나르도가 주인공이다. 천재적인 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는 루도비코의 의뢰로 기마상을 제작 중이다. 하지만 그는 밀라노의 실질적인 군주 루도비코의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밤을 새우는 일이 많다. 고단한 일상을 보내던 레오나르도는 또 다른 일을 맡게 된다. 궁정에서 발견된 한 남자의 사인에 대해 조사하라는 루도비코의 명령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쇄업자이자 화가였던 람발도 리치의 사인은 무엇일까? 모든 미스터리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300여 페이지의 다양한 재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밀라노의 군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암투와 점성술과 과학의 대결,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레오나르도 그리고 불륜, 사랑 이야기까지 정말 쉴 없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책의 시작 부분에 담긴 스포르차 가문의 가계도와 등장인물들의 소개는 고전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품게 한다. 고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정말 긴 이름(p.82.에르콜레 마시밀리아노 스포르차)과 복잡한 가계도에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시작부터 보여주는 트릭이다. 지루하고 난해한 고전과는 거리가 먼 정말 유쾌한 소설이다. 가계도와 등장인물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니 그 부분은 스킵 해도 좋을 듯하다.

레오나르도가 들려주는 살인 사건의 전말은 그가 맡은 비밀 임무만큼이나 놀라운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서 볼 수 있었던 대화체가 인상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코뮌 공작의 레오나르도 노트 훔치기 작전이었다. 두 명의 좀도둑을 고용해서 천재의 아이디어들이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트를 훔치려 한 것인데 전혀 가망성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너무나 큰일을 의뢰한 자체가 코미디였다.

p.97.어쨌든 앞에서 말했듯이 베르곤치오 보타는 소심한 남자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새가슴이었다. 

위트 있는 재미난 문장이 주는 즐거움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거기에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함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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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국
요스트 더프리스 지음, 금경숙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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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요스트 더프리스의 소설 <공화국>을 만나보았다. 소설의 첫 문장 '요시프 브리크 같은 사람은 흠잡을 데가 그다지 많지 않다.'에서 알 수 있듯이 요시프 브리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브리크의 수제자 프리소 더포스의 흥미로운 일탈에 관한 이야기이다. 히틀러 연구의 권위자 브리크의 죽음이 프리소의 이성을 마비시킨 듯 프리소는 비이성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정확하게는 브리크가 죽은 후에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는 한 청년에 대한 질투심이 프리소를 비논리적인 상황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p.274. 이상한 일이었다. 어느 한순간 당신은 거기에 있는데 조금 뒤에는 거기에 덜 존재하며 당신의 그 부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의아해 한다.

아마도 스승 브리크와 늘 함께하던 프리소가 스승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면서 질투심이 더 커진듯하다. 브리크의 제안으로 칠레에 '히틀러'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을 인터뷰하러 갔던 프리소는 그곳에서 다소 황당하게 큰 병에 걸리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있던 바로 그때 스승 브리크가 죽음을 맞이한 까닭에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이 있었어야할 자리에 있었던 '듣보잡' 필립 더프리스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미움이 프리소를 이상한 방향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프리소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아슬아슬하다. 재미나면서도 무모하게도 느껴지는 프리소의 행동이 긴장감을 더하고 스릴과는 전혀 상관없는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프리소를 바라보는 내내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진다. 히틀러라는 인류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질투심에 사로잡혀 펼치는 비이성적인 행동의 무대는 히틀러를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이는 '역사의 종말'이라는 이름의 학회다. 프리소의 게획은 많은 이들 앞에서 필립을 망신 주는 것이다. 자신이 브리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다. 프리소의 계획은 성공할까? 성공 유무를 떠나서 그의 계획이 참...

p.295. 예는 또한 아니요를 의미하며, 흰 것은 또한 검은 것이고, 여기는 또한 다른 곳이며, 삶은 또한 허구라는 것.

이 책은 실제와 허구를 마구 오가며 실제와 허구를 혼합해 놓아 처음에는 적응하기 벅차다. 작가 자신의 성과 필립의 성이 '더프리스'로 같고, 프리소도 작가처럼 잡지사 편집장이라는 점은 그저 애교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실제와 허구의 혼재를 접할 수 있다. 또 예술 분야 편집장답게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소설 속에 인용하고 있다. 단순하고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은 작가가 인용한 음악을 찾아 듣고 영화를 찾아보는 동안 풍부하고 다양해진다.

스승의 죽음 뒤에 웃지 못할 촌극을 일으킨 제자 프리소는 자신의 행동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는 또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시작은 벅찼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 찾을 수 있었던 의미가 너무나 좋았다.

 

p.341."공화국, 그 말은 언제 들어도 서글픈 구석이 있어. 무언가가 지나가고 난 뒤에 오는 법이니까. 왕조의 뒤에, 황조의 뒤에. 공화국은 절대 저절로 존재할 수 없지. 도대체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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