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매하는 법 - 투자 세계의 영원한 거장, 제시 리버모어
제시 리버모어 지음, 박성환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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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책들 중 가장 유명한 책을 꼽자면 '세이노의 가르침'일 것이다. 익명의 천억원대 자산가인 '세이노'라는 인물이 본인 삶의 가치관과 부를 이룬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본래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내용이나 제본값 수준의 엄청난 저가에 출간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책이다. 나는 세이노가 예전에 인터넷에 올렸던 내용을 직접 읽어본 적이 있다. 책이 나온 김에 최근에 다시 읽어보았는데, 예전에 읽었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달라진 점도 흥미로웠다. 좋은 내용도 있었지만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부분도 많았고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여전히 동의하는 내용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풍문에 기대지 말고 본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독립적으로 판단하라' 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구성원이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투자 세계에서 풍문 때문에 평가가 휘둘리는 인물이라면 제시 리버모어도 그 중 하나에 들어갈 것이다. 추세를 추종하는 본인의 매매기법을 통해 몇 번이나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마지막으로 파산한 직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를 두고 리버모어의 투자법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가치투자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마저도 '실패한 투기꾼의 말로'라면서 조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리버모어가 당시 굉장한 우울증 때문에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으며, 이전 두 번의 파산을 겪고도 원래 수준까지 자산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었다는 점은 없는 사실로 취급한다. 이러나 저러나 리버모어의 투자실력 자체는 평범한 사람과 바교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무일푼 상태에서도 단숨에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사업으로 모은 초기 투자금이 매우 컸던 찰리 멍거와 같은 인물보다 더 배우고 따라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제시 리버모어에 관해서는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리버모어가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며 인터뷰를 통해 제3자가 재구성한 내용이라는 한계는 있다. 리버모어는 평소에 매매기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말년에 들어서야 본인의 매매방법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그게 이 책 '주식 매매하는 법(How to trade in stocks)'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본인의 투자법과 시세 흐름을 파악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서술해 놓았다. 리버모어는 매매기법을 최초로 공개했으니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향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당시 미국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의 여파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시든 상태였다. 결국 출간 후 책에 대한 관심이 뜨뜻미지근하자 리버모어의 우울증은 한층 더 심화된다.

비운의 역작이지만 내용은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유사한 범주에 속하는 종목들끼리 시세가 비슷하게 움직이므로 추이를 관찰하라는 내용과 함께 자금을 관리하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자세하게 기술했다. 특히나 본인이 실제로 시세 추이를 파악했던 과정을 직접 보여주면서 투자에 문외한인 사람이 따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점에서 실용서로서의 최고봉을 달린다.

리버모어는 특이하게도 차트를 보기보다는 주가를 직접 적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시세 추이를 파악했다. 이를 위해 본인이 만든 도표도 첨부하면서 어떤 식으로 주가를 기록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반드시 본인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시세 흐름이라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면 스스로 그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주변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을 믿어서는 안된다.

'주식 매매하는 법'은 여러 판본이 있지만 리버모어의 의도를 한국 시장에 맞게 추가로 잘 해설한 부분은 역자의 공로가 크다. 추세 매매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이 책은 필독서에 오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벌써 그렇게 무릎을 친 사람들 중 세계적인 트레이더가 된 사람들도 부지기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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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트레이더 (리커버판) - 장세에 상관없이 수익이 계속 불어나게 하라!
반 K. 타프 지음, 신가을 옮김 / 이레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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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그랬지만 최근 들어 의대, 치대, 한의대와 같은 메디컬 학과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막 수능을 치르는 고교생뿐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직장인들도 '지금 의대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학하겠는가'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더 높은 평균 소득을 올리면서도 고용불안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현상일 것이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메디컬 고시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이니, 의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줄을 잇는다.

그렇다면 의사가 되어 원하는 만큼의 소득을 올리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할까? 학과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군 복무를 포함하여 13~14년 정도의 수련을 거쳐야 한다. 인턴과 레지던트도 일반 직장인보다 대우가 박한 것은 아니지만 근무강도가 굉장히 강하다는 점에서 기대에는 못 미친다. 여유 있게 살면서도 원하는 수준의 소득을 올리려면 대략적으로 저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는 것이 메디컬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명의 전문가로 탄생하려면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투자를 직업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굉장한 무기가 된다. 정년도 없고 근무시간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그렇게 청운의 꿈을 품고 투자의 길로 들어서지만 막상 원하는 수준의 성과를 거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 많다. 오히려 투자금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차라리 투자를 안 하느니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체 왜 그렇게 되는 것일까?

반 타프 박사의 "슈퍼 트레이더"는 투자에 있어서 프로의 경지에 오르고자 한다면 무엇이 필요한지 세세하게 나열한다. 포지션 조절 전략과 시장에 대응하는 방법도 중요하게 다루지만, 그 이상으로 강조하는 것은 '투자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어떻게 갖추는가이다. 훌륭한 도시공학자가 되기 위해서 8년 이상의 트레이닝을 거치는데 투자는 단기간에 프로 수준의 기량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순진한 사고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모든 기술은 익히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생활 수준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투자 분야라면 진지한 훈련과 연습은 필수적이다.

반 타프 박사가 투자 교육 세미나에서 가장 먼저 하는 활동은 모의 투자다. 임의의 패를 뽑아서 수익과 손실을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투자금 대비 수익 여부를 결정한다. 모두에게 동일한 확률이지만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큰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예 파산해 버린 사람도 있다. 기법과 투자금이 중요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면서 포지션을 조절하는 자기관리가 더 중요함을 보여준다.

투자 책을 수없이 읽고 거기 나온 기법들을 모조리 따라해봤는데도 수익을 올리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직 트레이딩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투자 기법은 모두가 다 다르다. 하지만 성공한 트레이더들을 모두 일정한 공통된 요소들을 가지며, 그 내용을 익히는 것이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는 첩경이다. 성공하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진지하게 익혀야 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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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처음공부 - 누구나 전자공시를 읽고 분석할 수 있는 처음공부 시리즈 6
체리형부 지음 / 이레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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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로 불리는 기본적 분석과 트레이딩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분석은 언뜻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보인다. '가격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미스터 마켓의 오류를 이용하라' 와 '가격은 모든 정보를 다 반영하고 있으니 가격 추이를 분석하라'는 정반대의 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어느 한쪽만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트레이더로 크게 성공한 보컬 김형준과 같은 사람도 '거래정지 등에 걸리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기본적인 기업 사항은 체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어느 부분을 더 강조하느냐에 방점이 찍힐 뿐이다.

국내 증시의 흐름이 좋지 않아 한국주식 투자 자체에 회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스닥 지수는 꾸준히 우상향하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박스권에 머물렀던 코스피 지수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몇몇 기업들이 사욕을 위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한 탓도 있다. 서학개미는 물론이고 일학개미까지 등장하는 데는 그런 실망감이 큰 이유다.

해외증시 투자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개별주 투자에 한정한다면 해외주식이 큰 메리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재무제표 등 기본 정보를 찾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 같은 대기업은 좀 낫지만 중소형주는 재무제표 찾는 것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정보 접근성의 문제이며, DART로 재무제표부터 경영진, 유의사항까지 한번에 검색할 수 있는 국내증시와는 차이가 있다.

체리형부 저자의 '기업분석 처음공부'는 국내주식 개별주 투자를 하려면 어떤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흔히 주식투자 방법을 알려준다는 책들은 대부분 '가격과 가치의 괴리를 이용하라' 내지는 '리스크를 관리하라' 같은 이론적인 내용만 반복한다. 이 책은 '상장기업 전체 중에서 분기별 실적 상승률이 10% 이상인 기업을 추려내고, 현금흐름의 질을 고려하여 범위를 좁히라'고 권한다. 말 그대로 뜬구름 잡지 않고 실천적인 내용을 세세하게 언급하여 어떤 방식으로 정량적 기업분석을 할지 감을 잡게 도운다.

국내증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은 대부분 수출 중심이다.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기순환형 형태를 띤다. 무작정 저평가되었다고 투자를 결정했다가 경기 하락기 초입이어서 주가 상승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많이 벌어지는 이유다. 이 책은 국내기업들의 그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다. 현재 실적이 앞으로 크게 개선될 만한 촉매를 파악하는 작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저평가되었다면 언젠가는 가격이 가치에 수렴할 것이다'는 기도매매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실전 투자를 위해 기업분석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주식은 기업의 일부고, 예상치 못한 리스크는 기업가치 자체의 훼손에서 나온다.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을 익힐 수 있으니만큼, 하방이 닫혀 있는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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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 디지털 금융의 미래
박예신 지음 / 더난출판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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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이 인터넷 강국임에 동의한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문화답게 초고속인터넷도 빠르게 보급되었고 IT기업들도 우후죽순으로 설립되었다. 외형적 성장에 걸맞는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나 기술이 이만큼 빠르게 정착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훨씬 먼저 발전한 선진국인 일본이 팩스를 계속 쓰는 등 아날로그 시스템을 고수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다만 간편결제와 같은 핀테크 분야에서는 인터넷 강국 한국의 자존심을 계속 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금을 쉽게 신뢰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중국의 모바일 결제 분야 활성화는 한국보다 더 빨랐다. 제도적 정비 측면으로 봐도 가상자산 관련 법령은 일본이 먼저 정비가 완료되었다. 시대가 흐르면서 자산시장과 금융 시스템도 계속 변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은 극과 극을 달린다. 심한 변동성을 지적하며 건전한 투자자라면 절대 얽혀서는 안 되는 사기 비슷한 취급을 하거나, 티끌 모아봐야 티끌인 세상에서 내 위치를 바꾸어줄 기회라고 여기며 가즈아를 외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나 두 부류 모두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심하다'는 사실 자체는 동의한다. 한쪽은 그걸 위험으로 보고 다른 쪽은 기회로 보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스테이블코인에 관한 이 책은 기존의 단순한 시각을 넘어 실생활에 코인이 쓰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국을 포함하여 금융과 사회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국가는 코인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계좌이체만 해도 충분히 결제가 가능한데 굳이 번거롭게 코인을 쓸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스템이 당연하지 않은 국가가 많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당장 전세계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인구가 14억 가량이다. 전쟁이나 내정 불안으로 인하여 사회 시스템이 마비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성 금융 시스템이 그 힘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는 코인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코인이 어떻게 대안이 되는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탈중앙화'와 '거래의 신뢰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한다. 중앙화된 누구 하나가 대표로 거래를 기록하지 않으니 그 누구가 마비되더라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데는 문제가 없다. 기록이 분산되어 있으니 마음대로 수정할 수도 없으므로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기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코인은 충분한 대안이 된다.

'가즈아'만을 외치는 사람들에게는 가상자산의 내재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파악해볼 수 있고, 코인은 모조리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변화하는 금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책이다. 가상자산의 구조와 가능성, 활용 범위를 사례를 통해 이해하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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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2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제수단으로서의 한가지 방법은 될 것 같은데, 이는 은행거래가 힘든 경우에 국한되는 제한성이 있고 보안에 다소 리스크가 있어 보이네요. 그래서 북한은 이런 화폐들을 집중적으로 해킹하는 모양입니다.
 
혼돈 속의 혼돈 - 1688, 세계 최초의 주식투자 설명서!
조셉 드 라 베가 지음, 조성숙 옮김, 김영익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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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하다보면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기업분석을 통하여 투자를 할 경우, 호재와 주가의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각도로 분석하여 이번 분기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시장도 그런 분석에 부응하듯이 주가가 계속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막상 실적발표 당일에는 주가가 주춤하더니, 그 이후 연속적으로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악재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흔든다고 평가되는 악재가 발생하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 쉽게 해결될 상황이 아닌 것으로 보이니 물량을 어느 정도는 정리하고 관망해야겠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손실을 감수하고 저가에 팔았는데, 막상 악재가 실현되었을 때는 전혀 주가가 떨어지지 않더니 그 이후에는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투자를 하려면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고, 그런 조언을 충실히 따랐을 뿐인데 막상 결과물은 초라하다. 기업분석만 가지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장의 움직임이다. 그 사람들 말이 틀린 걸까? 아니면 내가 분석을 잘못한 것일까? 대체 원인은 무엇인가?

역사상 최초의 주식투자 설명서라는 수식어가 붙은 조셉 드 라 베가의 '혼돈 속의 혼돈'은 투자시장에 있어 대중심리와 광기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17세기 주식투자의 개념이 막 생겨나기 시작할 때,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거래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었다. 대항해시대를 맞아 동방으로 떠나는 무역선들의 지분을 사고 팔던 시점에서 현대적 주식투자의 개념이 대부분 생겨난다. 옵션과 선물거래 같은 상품투자도 마찬가지다.

무역선이 예상대로 동방의 귀한 향신료를 제대로 싣고 올지, 아니면 암초를 만나 난파되었을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소문 내지는 저마다의 예측만 가지고 상황을 추론한다. 그 과정에서 똑같은 소식을 듣고도 관점에 따라 호재로 보기도 하고 악재로 보기도 한다. 상승과 하락의 의견이 충돌하니 주식 시세도 널뛰기를 한다.

'혼돈 속의 혼돈'은 투자시장에서 발생하는 군중심리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가치는 유지되지 않고 소문은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 뒷골목의 싸움이 세상을 뒤흔드는 결투로 침소봉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투자를 할 때 어떤 자세로 시장을 대해야 하는가? 이 책은 그 답을 명확하게 내려준다.

투자시장의 겉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조셉 드 라 베가가 활동하던 시절처럼 무역선 지분을 거래하던 시절은 아니다. 그러나 풍문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광기는 현대에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시대를 뛰어넘어 시장을 대하는 통찰을 얻고 싶다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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