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0
리브카 갈첸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의 40번째 책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는 '현재 생생하게 존재하는 젊은 고전들'이라는 꽤 멋진 기획물입니다. 내가 공감을 하며 읽고 있는 책을 쓴 작가와 지금 이 순간 공존한다는 것은 더할나위없는 위로를 주잖아요. 제가 참 좋아하는 친구가 선물해줘서 알게 된 책입니다. 그 친구가 이 책 전에 선물해줬던 책이 안드레이 쿠르코프라는 러시아 작가의 <펭귄의 우울>이었으니 이 친구의 취향은 참... 저와 안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_ =) 그러나 <펭귄의 우울>도 그렇고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 현상들>도 그렇고 막연히 "어려워!"라는 생각보다는 중학생 때 <죄와 벌>이나 <데미안>을 읽었을 때 느낀, 그런 느낌입니다. 참 좋은 책인 것 같은데 아직 내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내년이 되어 제가 그 친구 나이가 되면 이 책들을 다시 읽었을 때 다른 느낌을 받게 될까요?

 

 

 

지난 12월에 내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가 내 아파트로 들어왔다. 

 

라는 첫문장이 아주아주 흥미롭습니다. 줄거리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50대 정신분석가 레오는 젊고 예쁜 아내 레마에게 어느 순간 이질감을 느낍니다. '가짜 레마'의 아름다운 허리에 손대고 싶은 욕구도 꾹 참고 '진짜 레마'를 찾아 나서는 레오.(이 순간에도 레오는 '내가 이 예쁜 여자의 유혹을 참아낸걸 보면 레마가 얼마나 대견스러워할까! 뿌듯해합니다. 귀엽죠?ㅋㅋ) 레오는 자신의 환자 하비가 영국 왕립 기상학회의 비밀요원이라 믿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치료하기 위해 레마의 아이디어로 '츠비 갈첸'이라는 왕립 기상학회 요원의 비밀 부하인 것처럼 행세했었는데 하비가 실종된 것이 레마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여기서 또 웃긴 게 '츠비 갈첸'이란 이름은 저자 리브카 갈첸의 아버지와 동명이며 진짜 기상학자였다고 합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그대(나)의 마음

 

변덕스러운 것은 사실 그대의 마음이 아니라 바로 나의 마음이다. 내 마음이 그대를 사랑한다면 그대의 여드름도 사랑스러울 것이고 내 마음이 그대를 싫어한다면 그대가 고이 접은 100개의 종이학이 꼴보기도 싫을 것이다. 레오는 이런저런 기상현상들을 들어 사라진 레마의 행방을 찾지만 실은 변한 것은 레오의 마음이다(아 슬퍼라).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마다, 현상 하나 하나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그의 행동은 전형적인 사랑을 찾아 헤메는 사람의 행동이랄까. 결국에 '가짜 레마'와 사랑에 빠지는 결말은 해피엔딩 맞..죠?

 

 

 

가볍거나 혹은 어렵거나

 

'무거운 책'이란 무엇이고 '가벼운 책'이란 무엇일까요? 혹은 '어려운 책'이란 무엇이고 '쉬운 책'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이 '좋은 책'인걸까요? 개인적으로 전자는 주제의식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무거운 책이란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해보아야할 문제'에 관한 것이고 '가벼운 책'이란 심심풀이로 읽기 좋은 책이랄까요? (예외적으로 '사랑'이란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너무나 많이 논의되었기 때문에 가벼운 주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자에 관해선 가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책'이란 속도가 빨리 안 나는 책, '쉬운 책'이란 빨리 읽히는 책.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이 책은 가볍고 어렵습니다. 주제는 아주 흥미로운데 잘 안 읽혀요. 그래서 참 답답합니다. 리브카 갈첸은 정신과 의사인데 지극히 문과인 저로서는 이런저런 과학적 현상들이 어렵기만 합니다. 과학과 사랑을 접목시키는 것도 알아야 접목이 되는거죠. 한편으론 실제 기상학자나 정신과의사, 혹은 이과계열 친구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긴 하군요.

 

 

 

결국 우리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오로지 현실 뿐이다.

 

그래도 이 한 문장 건진걸로 이 책은 읽길 잘 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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