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 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70P
그런데 엄마, 한만수에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아.
그 애는 거기 살라고 하면서 내게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어.
돌아오지 말라고.
너 살기 좋은 데 있으라고.
나는 늘 그것을 묻고 싶었는데.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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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옥죄며 살았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살 수는 없다고, 사고 싶은 걸 다 사며 살 수는 없다고 하며 살았다.
나는 몇 벌의 옷으로 살고, 회사 사람들이 쇼핑할 때도 구경만 하곤 했다.
나를 위한 건 무조건 제하며 살았다.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그러다 보니 나 자체를 억누르며 낮추게 된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내 이야기를 늘어놓은 줄 알았다. 장녀로서 살았던 삶, 아이를 키우며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던 것, 이제는 여기저기 다 아프신 엄마의 하소연을 듣는 것까지.
동생은 그러지 않는다. 엄마는 그래서 나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하신다. 나마저 들어주지 않으면 너무 힘들 걸 알기에... ...
내 멋대로 살지 못했어도 엄마가 아니었다면 힘든 시간을 못 버텼을 걸 알기에.

네가 그 정도로 매력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게 김원상의 생각인 것 같았고 한영진 자신의 생각이기도 한 것 같았다. 더러운 거짓말.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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