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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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은 후 처음으로 다시 읽어 보았다. 예전에 읽을 때는 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주는 느낌이 워낙 강했기에 안네의 은신처가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조마조마하며 오직 안네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던 듯하다.

그래픽 노블로 다시 접한 안네의 일기는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사춘기 열세 살 소녀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마음의 성장 과정을 ‘키티’라는 일기장에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는 안네의 내적 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져 책이 새롭게 읽혀졌다.

전쟁 중 2년간 은신처 생활을 해야만 하고 매일매일 공포를 견디는 생활을 하는 안네의 극한 삶 속에서도 여느 열세 살 여자아이가 느낄법한 일상적인 갈등, 생각 그리고 그 속에서도 간직하는 꿈이 시각적인 이미지와 함께 더욱 절실하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온갖 단점을 지닌 엄마를 나 혼자 감당하기가 갈수록 벅차.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 엄마의 무신경함과 빈정거림과 비정함에 제대로 맞설 순 없지만 그렇다고 나만 잘못했다는 비난을 한없이 받아줄 수도 없어. 엄마와 나는 모든 면에서 반대야. 그러니 충돌할 수 밖에...” p.91

엄마가 된 후 읽어서 그런지 안네의 엄마에 대한 마음이 담긴 일기를 읽을 때면 뜨끔하기도 하고, 그런 엄마를 이해하는 안네의 성숙함에 놀랍기도 하였다.

“약속할게.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나아가겠다고. 눈물을 삼키며 내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그 노력의 결과를 지금 확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 한 번만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격려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p.91

온전히 사랑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 안네의 마음에 안타까우면서도 다시 한번 엄마로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아빠는 엄마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이 거의 없어...(중략)... 엄마에게 시시콜콜 알려주지도 않아. 엄마가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비판적일 뿐 아니라 때로는 너무 편파적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아빠의 애정도 예전 같지 않아....(중략)... 엄마를 쳐다볼 때도 빈정거리거나 무시하는 표정이지 결코 사랑스러워 하는 표정이 아니야. 어쩌면 엄마가 많은 걸 희생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고 무뚝뚝하게 대하게 되어서인지도 모르겠어. 확실한 건, 엄마의 그런 태도 때문에 애정 전선에서 더 멀어진다는 거야.” p.108

엄마와 아빠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고작 열세살 아이가 저런 생각과 분석을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또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제2의 안네는 경솔하지도 않고 익살스럽지도 않아. 그저 온전히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할 뿐이야.” p.131

“지금까지 가끔 우울한 적은 있지만 절망한 적은 없어. 은신처 생활을 위험과 낭만이 가득한 흥미로운 모험으로 생각했고, 온갖 고초와 궁핍을 일기에 기록할 부가적 요소라고 생각했거든.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굳게 다짐했어. 평범한 아줌마로 늙어가지 않을 거야. 여기에서 겪는 일들이 흥미로운 삶을 꾸려가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거야. 몹시 위험한 순간에도 어떻게든 좋은 면을 포착해 웃어넘기는 건 오로지 이런 희망 때문이야.” p.135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제2의 안네라고 표현하며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모습, 전쟁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성숙함에 놀라며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쟁이 진행 중인 곳에서 안네와 같은 소녀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고 하루빨리 평화로운 일상이 우리 모두에게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 네이버 미자모 카페 서평단 이벤트 참여하며 도서를 증정 받아 리뷰하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증정 받아 솔직한 리뷰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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