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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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내 오랜 운명

 

"…… 내 시가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랍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언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암호이기는 더더욱 반대합니다.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다면 고요하기를 바랍니다.

매화처럼 희고 고요하고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2014년 앵두꽃 자두꽃 피어 화사한 봄날      도종환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 접시꽃당신 中

 

 

 

 

 

시인의 이름만 쳐다봐도 떠오르는 시는 당연 '접시꽃당신'이다.

문학소녀라며 웃으게 소리를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내며 이 시를 중얼거리지 않은 이가 있을까?

그렇게 읽었던 시는 살아오는동안 시에 대한 감성이 달라지고, 시에 대한 낯설음이 싫어지고, 멀리하며 소홀했던 것 같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접어들며 내가 떠오른것은

뉴스 정치보도에서 접하는 시인의 얼굴이었다.

 

내가 시인의 詩를 잊고 살았던 세월만큼 시인은 또다른 삶의 길에 속해 있으니, 참 재미있다.

그렇다고 그가 시인이 아닐까. 국회의원 시인^^;

 

 

2014년 개정판을 내놓으며, 시인은 역시 "시는 내 오랜 운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고 있든, 시인이라는 운명은 벗어 날 수 없는 '도종환 시인'의 詩를 오랜만에 읊고, 필서해 본다.

 

 

이 더위에 詩 나부랭이를 읽고 있을 여유가 있냐만은 더덥, 춥던 계절은 부질없다.

사는동안 흔들림없는 삶이 어디 있으며, 맘 다잡고 꼿꼿하게 살아내야 하지 않은 날들이 몇일?

끝에서 부터 읽던, 앞장 부터 읽던 순서도 상관없이 내맘 닿는대로 읽어도 괜찮은 것이 시집의 장점이 아닐까.

 

서명에 이끌려 '흔들리며 피는 꽃' 가장 먼저 만났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112쪽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  사는 동안 굴곡없이 사는 삶이 어디있겠나 싶다가도

한번씩 찾아오는 나와 다른 삶의 우월함을 느끼면 저절로 좌절하는 맘에 이런 구절들은 맘에 안도감을 전해준다.

어떤 삶이 더 좋다고, 어떤 삶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꽃의 한 살이나, 인생의 한 살이다 같으리라.  

 

 

무더운 여름 한낮을 보내고, 잠든 아들 곁에서 찾아드는 외로움과 우울함에 시집을 들춰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21쪽 '꽃잎 中'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글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29쪽 '희망의 바깥은 없다. 中'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116쪽 '저녁 무렵 中' 

 

 

시집을 들고는 줄줄 읽어 내렸다. 맘에 닿으면 멈춰서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고, 소리로 읊었다.

시인의 말처럼 시가 무겁지 않아서 좋았고, 고통스럽지 않았다. 편안한 친구를 만난듯이 읽다가 눈물을 적시기도 하였다.

아버지가 남겨준 유일한 선물인 고목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버지의 삶을 반추해 본다.

홀로 덩그러니 남아 외로움을 삭히며 살아가는 어머니도 떠올려보고, 각자의 가정살이에 바쁜 형제들도 그리워본다.

다들 가난한 집안에서 복잡다단한 사연속에 살아온 다섯 식구들의 삶은 이제 흩어지고, 그 세월이 추억이 되어버린 지금.

'참 가난했었구나' '어쨌든 나락으로 치닿지 않기위해 애썼구나' 그런 생각에 눈물이 핑돈다.

 

 

그대여 흘러 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 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그대 잘가라 中

 

'그대여 흘러 흘러 부디 잘 가라'는 첫 구절에서 내생이 있다면, '아버지가 부디 평안한 삶에 안착하기를' 바래본다.  

 

 

 오랜만에 시가 위안이 되고, 친구가 되어준 여름 몇날 몇일.

루신의 '고향'을 인용하여 쓴 시인의 '산벗나무' 구절에서 절망도 희망도 나름의 무게가 있음을 배운다.

이 시를 읽으니, 내가 좋아하는 '잡보잠경'의 구절들이 떠오른다.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42쪽 산벗나무 中

 

 

편안한 싯구절 따라 함께 동행하는 송필용 화가의 그림이 내 안의 감성에 진한 터치를 하는 것 같다.

시와 그림의 만남이 그래서 더욱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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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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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lection

바다 이야기 OCEANO

 

 

 

 

 

 

프랑스 작가 아누크 부아로베르와 루이 리고는 장식 미술학교에서 시청각 교수법을 공부하고,
팝업 오브제에 관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네요.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를 통해서도 섬세한 입체적 표현이 신기했는데, <바다 이야기>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작가들에게 호감이 가는 점은 대자연의 웅장함 한 부분에 생명체의 존재성을 표현한 의도가 짐작이 됩니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다의 위와 바다 아래의 풍경을 일체감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를 절묘하게 팝업북으로 펼쳐낸 바다풍경에
독자들의 환호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ㅋㅋ​

 

 

 

 

 

바다위 배가 항구를 떠나는 갑판 위도 부산합니다.
  쓰레기 더미로 가득찬 바닷속의 물고기도 바쁘게 움직입니다.
'쓰레기 더미'라는 문장에 꽂혀서 '아하 바다 환경문제'로 펼쳐지겠거니 생각한다면 예측의 충돌이 생길겁니다.
 
 

다음장면에 이르러 알게 되었지요.
작가는 '바다의 환경문제'를 역설적이게도 우회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바다의 이야기로 펼쳐보입니다.
'아름답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고 싶지않은' 인간의 욕망을 저울질 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이 파란 바다의 색감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하늘색과 바다색은 동일하다고 하죠. 정말 신비롭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구의 비밀은 무한 하겠지만, 이 바다도 못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국 지방의 이상기온도 아주 유연하게 접근하셨네요.
'조용한 가운데 가끔 빙산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얼음이 녹아 동물들이 살 곳을 읽어간다고...
최근엔 4살된 아들땜에 자연 다큐를 즐겨보게 되는데요.
서식지를 잃고 떠도는 종종을 서로 먹는 장면들이 나오면 .. 아들이 물을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그림으로 바라보면 참 행복한 풍경입니다. 하얀 빙산위에 쉬고 있는 동물들.
저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야 우리도 지구상에 잘 살고 있겠구나 싶어지네요.

 

 

<바다 이야기>의 엔딩입니다.
아들이랑 마지막 장면을 펼쳐보이며 '우와~~'하며 절로 탄성을 질렀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작은 만에 닻을 내려 선원들은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듭니다.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에 감탄을 합니다.
 
'그래요,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가 우리가 꿈꾸던 바다예요!'
 
우리가 꿈꾸던 바다의 지속가능성은 누구에게 달려있을까요?
그 메세지가 궁금하시다면 펼쳐보세요. <바다 이야기>가 정답을 알려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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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The Collection Ⅱ
아누크 부아로베르.루이 리고 글.그림, 이정주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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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lection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

 

 

 

 

 

소장 가치를 지닌 그림책.

재미와 독특함, 주변 환경을 고민하게 하는 그림책.

 

보림출판사가 신작으로 내놓은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 <바다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보림극장에 공연 관람갔다가 책방에서 만난 팝업북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를

펼쳐보는 순간 '와아~~하하'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꼭 숲속을 산책하는 느낌

포크레인에 숲속이 휘청거리는 느낌

다시 숲이 회복되는 느낌

 

이런 과정이 세심하게 표현된 느낌이 참 좋았던 책이랍니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는 '자연의 보존과 회복,  지구환경의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팝업이라는 시각적 느낌을 빌려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지구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전달하고 있죠.

 

많은 말을 담아내기 보다는 이 작품은 시각적인 섬세함이 공감으로 다가옵니다.

나무 한그루를 이룬 숲속, 그곳에서 쉬거나, 놀고있는 듯한 새와 고슴도치,  사람들. ​

'나무늘보'를 메인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아주 작은 생명체로 그려놓은 작가의 의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체의 존재가치를 평등하게 그려놓았어요.

그래서 장면마다 등장하는 '나무늘보'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맛 볼 수 있습니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은

모든 것이 푸르고, 생명이 넘쳐요.... '

 

오픈 멘트입니다.

 

나무늘보가 존재하는 숲은 푸르고, 생명이 넘친다.

그 숲에 곧 무슨일이 일어날 것 같은 ​암시가 느껴지죠??

 

 

숲을 개발하기 위한 거대한 기계장비들이 등장합니다.

그래도 잠꾸러기 '나무늘보'는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4살된 아들은 나무보다는 포크레인과 톱니바퀴에 흥분합니다.

지구의 환경에 대해 운운하는 건 아들에겐 아직 어렵겠죠.

다만, 숲속의 나무들이 새들이 그리고 나무늘보가 다치게 될 것 같다고 말해줍니다.

그래서 엄마는 참 슬프다고.. 숲속에 나무가 행복해야 '나무늘보'도 행복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행복숲"

요즘 '행복'이라는 단어를 어디에나 붙이는 녀석입니다.

"행복밥" "행복사탕" "행복엄마"

그러고 보니 '숲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라는 이쁜 말이 떠오르는군요.​

 

 

 

숲의 초록색과 기계의 붉은계열이 대조를 이룹니다.

산업화된 세계는 현재 모든 숲들을 이렇게 고갈 시키고 있겠지요.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을 제작한 작가 아누크 부아로베르(Anouck Boisrobert)와

루이 리고(Rouis Rigaud)

프랑스 출신의 삽화가이자 장식미술학교에서 시청각 교수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

그래픽 디자인과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이력에서 '숲'을 표현한 섬세한 입체감과 예술성,

담아내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어렵지 않고, 누구나 공감 할 수 있는 팝업북의 완성도를 높인 것 같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이고 했던가요.

많은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숲을 자연을 지구를 황폐하게 하지만,

나무를 심는데 희망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리석은 희망인 듯 하지만, 씨를 뿌리고, 싹을 피우면서 '나무늘보'는 다시 돌아옵니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은 모든 것이 조화롭고, 생명이 넘쳐요.

나뭇가지에 나무늘보가 흔들흔들 매달려 있어요.

보이나요? '

 

 

 

우리들에게 '나무늘보'는 그냥 동물이 아니라 지구에 공존하는 가족입니다.

숲의 생명력은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는 섬세한 예술적인 감각으로 재미있고, 희망적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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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 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제니퍼 시니어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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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리는 많은 것들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부모로 산다는 것

 

 

 

ALL JOY AND NO FUN

 

제니퍼 시니어 지음 |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2014년 04월 19일 출간

노란색 표지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서명 '부모로 산다는 것'을 보는 순간 현기증이 일어난다.
'All Joy No Fun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그래도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겉표지의 메시지 만큼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최고의 역할이 '부모노릇'이 아닐까? 
41개월이 막 시작된 ​아들이 눈뜸과 동시에 이유없이 짜증을 낸다.
분명 뭔가 이유는 있겠지만, 정확한 이유를 서로 찾기 힘든상황.
달래고, 윽박지르고, 방귀소리에 깔깔 웃다가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침의 풍경.
화났다가 웃음짓는 이런상황이 육아중에 얼마나 비일비재 한지.
이건 아주 단순하고, 유쾌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것 같다.
영유아 시기를 지나 아동의 시기, 사춘기로 이어지는 성장의 단게에서 부모는 숱한 갈등과 고뇌의 시기를 살아내야 한다.
아마도 자녀가 죽거나, 부모 본인이 죽음에 이르지 않으면 생애서 놓을 수 없는 연민의 관계가 아닐까.
<부모로 산다는 것>은 육아서가 아니다. 부모지침서도 아니다.
2010년 '뉴욕 매거진'의 커버스토리 베테랑 기자인 제니퍼 시니어가 쓴
'모든 게 기쁨, 그러나 재미는 전혀 없음 All Joy and No Fun'이라는 특집기사가 발표 되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에너지를 이어 추가 조사와 연구 끝에 2014년 1월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부모로 산다는 것>에서 다양한 측면에서 부모와 자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철학, 문학, 역사, 심리학과 인류학 등 각 분야의 서적과 저자들의 인터뷰, 부모모임의 사례들을 리얼하게 담아내고 있다.
1장~6장으로 나눠진 목차만 읽어도 무엇을 설명하는지 짐작이 간다.
1장 나의 삶은 어디로 간 것일까?
2장 조급한 엄마, 야속한 아빠
3장 소박한 선물
4장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5장 사춘기 아이들
6장 행복이란 무엇인가?​
부모가 되는 순간 자신의 정체감이 상실된다. ​일상생활에선 수면부족, 몰입의 방해, 무수한 걱정과 갈등으로 격정의 시간을 보내는
육아기는 양육한 경험이 있으면 공감이 갈 것이다. 2장에서는 부부가 자녀를 두고 갖는 교육관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부부관계의 소원함에 관하여 기록한다. 3장은 아이들이 주는 일상의 작은 행복과 기쁨을 4장은 어떤 교육적 모델을 제시
해야할지에 대한 고뇌가 5장은 사춘기를 맞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의 끈임없는 부딪힘이 리얼하다.
6장은 숱한 갈등과 기쁨의 교차를 그래도 부모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행복을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빨간 밑줄을 이곳저곳 그어가며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하고,
통찰력있게 펼쳐보인 역사, 심리학, 문화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철학적 바탕의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소설보다 더욱 감성적이고 어떤 심리학, 경제학 서적보다 현실감있게 다가온 것 같다.
몇녁간의 육아를 통해서 겪었던 고립감, 몰입부재, 심신의 피곤함, 부부의 갈등, 양육비용의 버거움을
전방이적 자료로 제시하니 객관적 사고를 갖게한다. 사춘기관련 내용의 부모 인터뷰와 자료 역시 흥미롭다.
<부모로 산다는 것>에는 많은 학자와 부모 인터뷰가 실려있다. 
예를 들면, 애덤 필립스는 한 예세이에서
"워즈워스나 프로이트나 블레이크나 디킨스와 같은 다양한 작가들은 모두" 사람들이 어릴 때 느끼는 격동과 
격렬함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
필립스는 애널리스트 도널드 위니콧의 말을 빌려
"위니콧에게 어린아이는 문자 그대로 미친 존재다"라고 썼다.
"위니콧이 안고 있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만일 어른이 어린 시절에 가졌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광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였다. ​
​스타인버그의 '엇갈린 길들' 중에
"사준기의 부모들은 자기가 가진 물리적인 통제력과 거기에 따르는 위안을 단계적으로 포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한때는 자기의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
​저자는 필립스외에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이야기 많이 들려주고 있다.
 미드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육아중인 독자에게 아주 중요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
​예전에는 부모 역할이 자기 방식의 삶을 살도록 분명한 역할모델이 되었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다.
미드는 미국인 부자관계를 상징적으로 '가을의autumnal'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자신을 추월하기를 바라며 교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전세계가 그럴것 같다. ​
 
​불확실성의 미래는 불안을 가중 시키고, 계층간의 교육열은 계층별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사교육 시장이 확장되어간다.
모든 삶이 경쟁이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양육이란, 교육이란, 부모로 산다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19세기 넘어 자녀는 노동인력의 대상이 아닌 보살핌과 기대주 입장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부모교육서로 보기엔 너무나 철학적인 문제제기와 사고를 요구한다.

불확실한 시대에 '부모로 산다는 것'은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다. 자녀는 나 자신과는 또 다른 보살핌의 존재로서 버겁다.

그러나 부모이기에 느껴보는 생의 환희를 우리는 느낄 것이고,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기도 한다.

어떤 모습이든 많이든 적든 아이를 키우면 본표적으로 느끼는 행복의 기쁨.

필립스 에세이 <균형에 대하여>의 글은 옮기며 '부모노릇'에 대해 성찰해 본다.

 "성장해 가는 아이들에게 인생은 온갖 놀라움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놀라움이 트라우마로 남지 않고 그저 놀라운 일들로만 남을 수 있도록 어른들은

헌신적인 노력과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나 아무리 건전한 보살핌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아이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인생에서 설계가 가능한 부분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는 깨달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 3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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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위위야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2
거빙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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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雨的桃花源

'위위는 인간쥐이다' 시작되는 이야기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과 추리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유전자 변형으로 탄생한 인간쥐는 인간의 얼굴과 사고를 하고, 몸은 보통 생쥐이다.

발명 초기에는 애완용으로 인기를 얻지만, 너무 많은 개체수 증가로 무작위로 죽임을 당한다.

결국 인간쥐들은 시궁쥐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친천재'라 불리는 어느 교수는

슈퍼 인간쥐를 비밀리에 실험하고 있었고, 주인공 '위위'도 실험쥐 중의 한마리였다.

실험실의 사고로 교수는 죽고, 겨우 살아남은 '위위'는 비교실험 대상인 천재 동생 '펑펑'을 찾아 길을 떠난다.

'프롤로그'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인간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가의 상상력이 뛰어남과 동시에 기괴하다는 느낌이다. 실험실을 벗어난 '위위'는 동생을

찾는 여정에서 겪는 모험과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쥐의 사연을 공유하며 성장해간다. ​

대왕쥐의 굴에서 만난 음식독을 감별하는 스승 '은젓가락'​, 춤추는 뱀을 살리기 위해 죽어간 '널빤지',

헤어디자이너와 살아가는 '헤어스타일', 침몰한 배에서 자신이 배가 되어 새끼들을 구조한 '엄마 담비'​ 등

인간들의 사연 만큼이나 구구절절한 인간쥐들의 스토리는 감동과 재미를 더해준다. ​

거빙의 <안녕, 난 위위야>라는 작품을 읽으며,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떠올랐다.

황선미 작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 독자를 어린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주제를 '생명'에 두었다고 ​

강연장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 거빙 또한 <안녕, 난 위위야> 독자를 한정한 것 같지 않다.

다양하게 담아낸 메시지는 묵직하다. 유전자 변형의 문제점과 생명존엄의 위협, 삶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자세, 펑펑이 찾아 떠난 '도화원'까지 삶의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 같다.

​'거빙'이라는 작가를 기억하고 싶을만큼 상상력이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에너지는 놀라웠다.

등장하는 생명체들, 은젓가락, 널빤지, 담비, 춤추는 뱀, 사냥꾼 칼자국, 헤어스타일의 사연을

액자구성으로 이야기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의 감성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

천재동생 '펑펑'과 비교되는 평범한 형 '위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의도가 눈여겨 보이고,

아내를 잃은 슬픔을 조각으로 완성하는 '은젓가락'과 뱀을 살리기위해 피리를 불어주는 '널빤지'

의 예술적 혼은 감동이었다. ​'펑펑'이 그토록 찾았던 '도화원'은 과연 어디일까?

그곳은 한 공간을 뜻하지 않으며, 엄마 담비가 남긴 마지막 유언처럼 머리에 맴돈다.

 

"사랑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가장 강한 무기란다." 우리가 찾는 유토피아가 '사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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