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 소통!작년 연말 입사한 직장에서 마케팅과 관련한 홍보 업무를 주로 맡으며 지금껏 일하고 있다. 이전 영화마케팅사에서 일했던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겠지만, 지금 직장에서는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며 마케팅 업무 특유의 정신없고, 바쁨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타겟층이 비교적 분명한 이곳에서의 홍보란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해결해주고, 최종적으로는 그 해결의 주체인 우리를 알리는 것에 있다. 따라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들여다보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정혜승의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는 한 개인의 역사이기도 한 미디어의 변화를 언급하며, 제목 그대로 '소통'에 주목해 오늘날의 홍보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자로서의 올드미디어, 다음 포털, 카카오에서의 뉴미디어를 거쳐 청와대에 뉴미디어 비서관으로서 디지털소통센터를 이끌며 '국민 청원'의 활성화를 이끌어낸 저자의 이야기는 가장 개인적이면서 한 시대를 관통하는 큰 흐름을 닮아 있었다. 마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보는 듯한 실감나는 사례들과 그러면서도 최선의 '소통'을 향한 저자의 이성적인 접근과 비평이 읽는 내내 흥미를 돋운다.
'언어’가 주인공이었던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를 읽을 때의 기시감이 들면서도 책을 덮을 때까지 생경한 느낌이 여전했던 소설이었다. 작품 속 ‘나’는 죽음 충동에 시달리며 자신과 너, 고통 사이를 끊임없이 배회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눈에 그려지거나 손에 잡힐 것 같은 인물이나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라기보다는 사유나 관념에 가깝고, 상상하기보다는 이해를 요구한다. 정확하게는 이해해보려 노력하게 만든다. 분명 실재하나 실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잔뜩 쏟아진다. 그러나 그 추상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다. 나의 과거에, 어쩌면 내가 잠시 접어둔 비슷한 사연들이 어떤 문장을 마주치면 잠시 멈칫거리며 동요한다. 나는 그렇게 이 소설을 읽어갔다.책의 마지막 챕터를 장식하는 ‘작가의 말’이 이렇게나 긴 경우는 처음이었고, 또 이처럼 마음에 와 닿았던 적도 처음이었다. 자신의 글이 작품이 아닌 ‘증상’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고백하는 작가.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내 삶의 절박했던 시절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가 될지 모르면서도 다분히 자전적인 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았다는 사람. 그런 사람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나는 오랫동안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나를 꿈꿔왔다. 그건 나의 연약함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하단 걸 안다. 이 책은 매 순간 그 과정을 겪으며 단단해지고만 한 사람의 이야기다. 죽음을 말하면서 삶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