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 않은, 독특한 소재의 청춘소설.

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사토 다카코. 어디서 들어봤었지?

책을 펼치기 전 작가 이름이 이상하게 낯익었다. 알고 보니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의 작가였다. 육상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에서 했다면, 이번에 <신의 손가락>에선 소매치기와 타로카드 점술사의 이야기다. 과연 이 두 사람에겐 무슨 일이 생길까?

개인적으로 소매치기나 타로카드 점술사와 같은 직업에 대해서 편견은 없다. 안 좋은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음지의 직업에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에, 일반인인 나로썬 그들의 세계는 좀처럼 접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책 읽는 내내 타로카드의 이야기나 소매치기들이 일하는 방식, 묘사 등은 재밌었다. 그리고 꽤나 뚜렷한 성격을 지닌 두 주인공 역시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에 들었다. 소매치기면서 이상하게 곧은 데가 있고 중성적인 매력을 지닌 이 타로카드 점술가는 엉뚱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선 여러가지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건 부정 할 수 없다. 막 출소해서 나온 소매치기 쓰지를 집에 들이는 점술가 가오루의 모습까지는 괜찮다. 도입부 소설이니까, 조금 봐줄 수 있다. 게다가 삶에 자포자기한 듯한 가오루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렇게 무리도 아니다. 그렇지만 뒤로 갈수록 우연을 가장한 필연, 그것도 눈에 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은 솔직히 살짝 김이 빠졌다. 도쿄다. 그렇게 넓고 인구 많은 곳에서 한 소녀와 소매치기, 그리고 점술가가 얽히는 일은 정말 가능할까? 아, 물론 소설이니까 괜찮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도 무관하다. 소설이니까 그 정도의 필연쯤이야. 그렇지만 너무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뻔하다. 사실 문제는 그것이다. 뻔한 것. 읽다보면 조금의 미스터리는 남겨두면 좋을텐데, 다 추측 가능해서 적지 않은 책 분량을 생각하면 읽다가 지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넘친다. 그 긴장감은 물론 위험한 인물의 등장과 함께 비롯되는데, 이쪽은 어쩐지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유난히 주인공들의 주변은 현실감 넘치는데, 이 인물과 그 주변 만큼은 어째선지 조금 덜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덜' 느껴진다는 것일 뿐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은 제대로 한다. 의외의 의리도 보이기도 하고.

이야기는 출소한 날 학생으로 구성된 소매치기 집단에게 쓰지가 소매치기 당하고 그걸 잊지 못해 추척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결국 어디까지나 이야기는 소매치기와 소매치기인데, 그 연결고리에 타로카드 점술가가 끼인다. 나쁘진 않지만, 문제는 거기에 점술가가 끼여서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어딘가 불편했다는 점이다. 괜찮은 콤비였지만, 약간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전개부분까진 더디게 읽혔으나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읽게 만드는 흡인력도 있었다. 분량이 꽤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인물들에게 빠지게 되는 점이 좋았고 비교적 느긋한 전개과정은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멍석을 다 깔아놓고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느낌이었다. 소매치기나 타로카드 점술가라는 소재가 특이했고 자세했다. 특히 소매치기에 대한 것은 참 흥미로웠다. 그리고 뭔가 포기한 듯이 살던 가오루가 삶에 의지를 다지는 부분은 감동까지 있었다. 쓰지도 자신의 감정에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보는 점도 하나의 발전이었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성 없는 할리우드 판 액션물도 아닌 청춘 소설, <신의 손가락>. 너무 무겁지 않고 소재가 독특한 청춘 소설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권해도 괜찮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