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렇다면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 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 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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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윈이 세상을 뜰 즈음에 영국 국교회는 진화론을 대체로 받아들여 신이 정한 자연법칙 목록에 포함시켰다. 다윈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젊을 때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았지만 죽을 때는 불가지론자不可知論者였다. 두 가지 의문이 다윈의 신앙을 무너뜨렸다(두 의문은 오늘날에도종교의 골칫거리다). 신은 왜 악을 허용하는가? 신이 존재한다는 실질적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다윈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다정다감했으며, 가족에게 헌신하고, 노예제를 격렬히 반대했으며, 남을 배려했다. 사랑하는 딸 애니가 열 살 때 결핵으로 죽자 다윈은 신이 만일 존재한다면 어 떻게 무고한 아이의 고통을 용인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다윈의 아내 에마는 애니가 죽은 뒤에 종교에서 위안을 찾았지만, 다윈이 종교에서 찾은 것은 의심뿐이었다. 오늘날의 과학 적 수수께끼는 진화가 왜 노화와 죽음을 허용하는가다. 오, 주여, 왜 불로불사의 아이다호 감자 가 아니라 저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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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이 언제나 그렇듯 행운은 그걸 그리 절실하게 원치 않는 이 에게 편중되게 주어지곤 한다. 친구는 그다지 책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친구의 어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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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태연해지려고 애썼다. 모욕감에서 조금이라도 벗 어나려면 그것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 각했을 것이다. 약점을 들킬 때마다 해오던 생각이었다. 하 지만 마음의 불편함을 참는 내가 비굴하고 이중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최악은 지금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그 발로 상을 걷어찰 만한 극적인 배짱이 없다는 점이었다.
P248

치는 비슷할지도 모른다. 일생을 그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해도 나에게만 유독 빛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내 인생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면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나의 수긍과방관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P 278

와 선을 긋는 일을 적극적으로 되풀이했다. 그러는 내가 너무나 사소해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쉴 새 없이 헛웃음을터뜨렸다.
P 301

비관은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나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적게 소 모되므로 심신이 약한 사람일수록 쉽게 빠져든다. 신체의운동이 중력을 거스르는 일인 것처럼, 낙관적이고 능동적인생각에도 힘이 필요하다. 힘내라고 할 때 그 말은 낙관적이되라는 뜻인 것이다.
P319

그런 점에서 낙관과 비관의 차이는 쉽게 힘을 낼 수 있느지 아닌지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인 점은 비관이 더많은 희망의 증거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어둡고 무기력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관을 일삼는 사람이야말로 그것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자신 같은비관론자도 설득될 만큼 강력한 긍정과 인내심을 요구하게되고, 결국 유일하게 그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아마 이동휘는 그것을 알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해 12월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숙사를떠나게 되고 신문사를 그만두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지고 그리고 연애에 실패한 일, 이 모두가 나의 도망침이었다.
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망각도 회피의 한 방식이다.

나의 경우는 스스로 어떤 변화를 시도 하지는 못하고 소심한 다수라는 자리를 감당했을 뿐이니 어쩌면 시간의 결론에 따른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녀가 어떤 권력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한 것은 단지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다. 오래전 국사 강사의 말을 조금 바꿔보자면 행동하는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불만스러운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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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난 것일까. 오로지 내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과 성적을 올리는 것 두가지에만 의미를 두던 고등학교 시절 훈육의 틀과 그리고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세상의 모범생이라는 모순된 자리.
거기에서 시스템의 눈치를 보며 적응한 척했던 것이 단지임시방편이었을까. 혹시 그대로 내 삶의 태도가 되어버린것은 아닐까.
훈육과 세뇌에는 탈출구가 없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없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그 틀의 궤적에 부딪히고 상처입고 위축되며 계속해서 눈치껏 나를 속이며 살아야 하는걸까.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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