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쏜살 문고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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읭? 하다가 빠져드는 러시아 소설의 원형이 여기였나봐 …

아카키 아카키에비치의 시체는 묘지로 실려 나가 매장됐다. 그리고 아카키 아카키에비치가 없어져도 페테르부르크는 여전히 그 모양 그대로였다. 마치 그런 사람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리하여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누구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했던, 흔해 빠진 파리조차도 핀으로 꽂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박물학자의 주의조차 끌지 못한 존재, 관청에서 온갖 비웃음을 순순히 참아내면서 이렇다 할 업적 하나 이루지 못한 채 무덤으로 간 그 존재는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져 버린 것이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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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둘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행동 방식이 자기 중심적인지, 현실 중심적인지에 따른다. 다시 말하면 쾌락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아이이고, 현실 원칙에 따라 행동하면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현실의 이모저모를 너무 깊게 생각하면 ‘애늙은이’라 부른다. 반면 어른이 현실은 제쳐 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들면 ‘철이 덜 든 사람’이라 부른다. - P43

오늘 하루 어떻게 살지도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할 수도 있다. 똑같은 시간이라도 내가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 누구를 허락하고, 무엇을 허락하고 싶은가. - P62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체념의 미덕을 배우는 일이었다 - P66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이야말로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을 떠올린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의 차이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P67

데일 카네기의 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부당한 비판은 칭찬의 다른 모습이다. 그것은 누군가 당신을 부러워하며 질투한다는 뜻이다. 죽은 개를 걷어차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P92

어떤 감정이 생기든 엄마의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감정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그녀는 어떤 것이 우울함인지, 어떤 것이 불안인지, 어떤 것이 속상함인지 구분하는 법을 모르는 채 성장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두려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짜증 난다’는 말이 전부였다. …

어떤 감정이 생기든 엄마의 공감과 이해를 받지 못했고, 그로 인해 감정 발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그녀는 어떤 것이 우울함인지, 어떤 것이 불안인지, 어떤 것이 속상함인지 구분하는 법을 모르는 채 성장하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녀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불쾌하고 부정적인 감정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두려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곤 ‘짜증 난다’는 말이 전부였다 - P95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냉소주의자를 일러 "모든 것의 값어치(price)를 알면서 그 어떤 것의 가치(value)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여우가 포도를 가질 수 없게 되자 포도를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듯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전부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가질 수 없다면 부숴 버려라’는 태도이다. - P99

냉소가 위험한 이유는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허무주의와 무력감, 분노와 파괴력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 봐도 안 된다는 무력감은 원하는 것의 가치를 파괴해 버림으로써 더 이상 욕망하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냉소주의자는 현실로부터 한 발 떨어진 방관자가 되어 모든 것을 비웃는다. 열정이나 고뇌, 고통은 모두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자신만이 무가치함을 이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세상을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우월감에 젖는다. 세상을 발밑에 두고 내려다보면서 지배하려 드는 것이다. 하지만 냉소적인 비웃음 뒤에는 버림받을까 봐,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울고 있는 얼굴이 숨어 있다. 또한 좌절된 욕망이 일그러진 형태로 숨어 있다. 냉소주의자는 어느 것에도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미 모든 것을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 어느 것에도 만족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어떤 일을 꼭 해야 할 때는 마지못해 대충대충 한다. 그러면서도 ‘세상은 열중할 가치가 없는 곳이다’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과 사람들의 약점을 정확히 꼬집어 냄으로써 주변 사람들마저 회의적으로 만든다. - P100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런데 그 화를 참을지, 아니면 상대방에게 화를 낼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은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은 화를 너무 억눌러서 문제가 생기고, 또 어떤 사람은 화를 심하게 내서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든지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식으로, 화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P105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혹시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화가 가라앉고 이성을 회복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도 누누이 당부한 바 있다. 화가 났을 때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 일마다 잘못될 것이라고. - P109

마음속에 분노를 담아 두지 말자. 상대에게 느끼는 불만을 털어놓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된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흥분하지 않고,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불만을 잘 전달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에게 잘 전달했을 때 나는 또 한 번 자유로워진다.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이상 ‘아닌 것’처럼 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P144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정상의 기준이 "약간의 히스테리, 약간의 편집증, 약간의 강박을 가진 것"이라고 했다. - P146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의 감정과 생각과 생활 방식 모두를 존중하는 과정이다. - P162

함석헌 선생의 시처럼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이 말이다. - P164

착하게 말을 잘 들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가르친 부모가 있다면 그들이 틀린 것이다. 누구나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엄마 말이니까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없다. - P187

시인 정일근은 <가을 억새>라는 시에서 요즘의 이별을 다음과 같이 스케치한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 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 P199

상대의 문제를 어떻게든 고쳐 보겠다고 애쓰기보다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지를 생각하는 게 맞다. - P250

"우리는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놀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라는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P255

프랑스의 한 사회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어떠한 증오나 분노 혹은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없이 단지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 P260

우리 마음에서는 상대와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영원히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 상대가 나의 모든 투정을 받아 주기를 바라는 어린아이 같은 이기적인 마음이 끊임없이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상처를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듯,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내 상처가 너무 아파서 힘들었듯이, 그도 내가 준 상처 때문에 많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와 다른 상대의 감정을 최대한 공감하고 배려하며 상처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서로에게 상처를 최소한으로 줄 수 있는 방법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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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분명 회피형 인간의 기질이 있다. 곤란한 상황에서는 도망치기라는 옵션이 뜨고, 메시지 답장은 오래 걸리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 또한 갖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자각하고 있는 사실은, 무언가를 병적으로 회피하려는 인간은 사실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 - P78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던 인간이 결국 도망치려는 마음으로부터도 도망치는 소설을 썼다. (지상의 밤/임경선 작가의 말) - P78

내가 묻은 것이 함부로 다뤄질 때에 나는 내 손발이 다치는 것처럼 실제로 아파한다.

(중략)

나는 이런 자해성 흡연이나, 자해성 음주, 그리고 자해성 약물 남용을 주로 하는데 그것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 저들끼리의 세상에서 안락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몹시 견딜 수 없어 한다. 같은 환경에서 나만 시달리는 것은 거부한다. 세상 도처에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는 무심하고 인간 사정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그들이 ‘의도치 않게’ —물론 이 말은 신뢰할 수 없다.— 행하는 행위들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정당하지 못한 감정의 기울기가 싫다. - P90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느끼지 않았을 서러움들이 그리움의 크기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서러워서 그리워요. (안뜰에 봄/정지우)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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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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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런 동물이다. 아니, 그럴 수 있는 동물이다. 배신할 수 있는 동물. 자신의 배신이 온전히 약한 생명에게 죽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는 동물. (임보일기/최은영) - P9

떠나온 사람보다 떠나보낸 사람이 멀리 간 존재를 더 많이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P93

오늘 새벽, 제이의 문자는 멀리 있는 내가 몹시 그립다고 했다. 정말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래서 거짓말 같았다.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 있으니 그립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P94

마당 한 귀퉁이에 샛노란 수선화가 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오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노란빛이다. 봄은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다. P99


언제 올 거냐고, 남편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 나를 놓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의 일상을 안온하게 유지시켜줄 누군가 필요한 것이므로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게 또 무슨 말이냐고 하겠지. 제발 예민 좀 떨지 말라고 하겠지, 제발 꼬치꼬치 따지지 말라고 하겠지. 그냥 넘어가면 안 되냐고 하겠지. 그 말이 나를 더욱 숨 막히게 한다는 걸 당신은 나와 10년 아니 20년을 살아도 모를 거라고, 그래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하지 않았다. 같은 말의 반복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p100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삶은 그다지 무겁지도 슬프지도 불행하지도 않을지도 모른다. 얼마든지, 얼마든지. P105


(식초 한 병/김선영)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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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김하나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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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함은 시절과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 P14

사람만 보는 개의 슬픔도, 개를 잃은 사람의 슬픔도 있다. 모두 사랑의 일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 슬프지 않기보다는 슬픔까지 껴안고 사랑하기를 택한다. 동물을 사랑함은 슬픔까지 포함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슬픔보다 크다. 사랑은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다.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동안 그들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느낀다. 사랑하는 이의 상상력은 고통 또한 지나치지 못하리라. 한 마리의 개나 고양이를 진실로 사랑해본 사람은 한겨울 추위 속에 묶인 수많은 생명의 고통 또한 생생하게 느낄 것이다. 사람으로서의 미안함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 『자기 앞의 생』의 마지막 문장으로 이 글을 끝내고 싶다.  


사랑해야만 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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