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태연해지려고 애썼다. 모욕감에서 조금이라도 벗 어나려면 그것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 각했을 것이다. 약점을 들킬 때마다 해오던 생각이었다. 하 지만 마음의 불편함을 참는 내가 비굴하고 이중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최악은 지금처럼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그 발로 상을 걷어찰 만한 극적인 배짱이 없다는 점이었다.
P248

치는 비슷할지도 모른다. 일생을 그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해도 나에게만 유독 빛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내 인생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면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나의 수긍과방관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P 278

와 선을 긋는 일을 적극적으로 되풀이했다. 그러는 내가 너무나 사소해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쉴 새 없이 헛웃음을터뜨렸다.
P 301

비관은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나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적게 소 모되므로 심신이 약한 사람일수록 쉽게 빠져든다. 신체의운동이 중력을 거스르는 일인 것처럼, 낙관적이고 능동적인생각에도 힘이 필요하다. 힘내라고 할 때 그 말은 낙관적이되라는 뜻인 것이다.
P319

그런 점에서 낙관과 비관의 차이는 쉽게 힘을 낼 수 있느지 아닌지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인 점은 비관이 더많은 희망의 증거를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어둡고 무기력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비관을 일삼는 사람이야말로 그것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자신 같은비관론자도 설득될 만큼 강력한 긍정과 인내심을 요구하게되고, 결국 유일하게 그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괴롭히게 된다. 아마 이동휘는 그것을 알고 도망쳤을 것이다.
그해 12월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기숙사를떠나게 되고 신문사를 그만두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지고 그리고 연애에 실패한 일, 이 모두가 나의 도망침이었다.
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망각도 회피의 한 방식이다.

나의 경우는 스스로 어떤 변화를 시도 하지는 못하고 소심한 다수라는 자리를 감당했을 뿐이니 어쩌면 시간의 결론에 따른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녀가 어떤 권력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한 것은 단지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다. 오래전 국사 강사의 말을 조금 바꿔보자면 행동하는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불만스러운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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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난 것일까. 오로지 내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과 성적을 올리는 것 두가지에만 의미를 두던 고등학교 시절 훈육의 틀과 그리고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세상의 모범생이라는 모순된 자리.
거기에서 시스템의 눈치를 보며 적응한 척했던 것이 단지임시방편이었을까. 혹시 그대로 내 삶의 태도가 되어버린것은 아닐까.
훈육과 세뇌에는 탈출구가 없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없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그 틀의 궤적에 부딪히고 상처입고 위축되며 계속해서 눈치껏 나를 속이며 살아야 하는걸까.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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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피해자인 주제에 제 쪽에서 자리를 피해주는 것만봐도 그녀가 얼마나 자기도취적이며 위선에 익숙한지 알 수있다.


회피야말로 가장 비겁한 악이다. 애매함과 유보와 방전 세계의 소통에 폐를 끼친다. 게다가 그녀는 적에게조차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한다. 모두에게 맞춰주면서 우월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P171

세상은 내가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의 세계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세속적이었다. 귀족에게는 그들만의 가계도가 있다.
그리고 진짜 공주들은 결코 어리석은 비련에 빠지지 않는

고, 이따금 오드리 헵번처럼 성을 빠져나와 스쿠터에 올라다는 ‘로마의 휴일‘을 상상할 뿐이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었다. 진짜 모범생이 아니었듯 진짜 공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P 18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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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당황스러웠다. 나의 세계가 넓어질수록 전혀 의식하지더 것, 가령 출신지 같은 것이 나를 규정하는 조건이 되었다. 기숙사 안에서 출신 지역에 따라 무리가 만들어진다.
면 학교로 나오면 서울과 지방 두 가지로 성분이 나뉘었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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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위기가 바뀐다고 약점을 조건으로 봐주는 세상이 생길것 같은지?

약자는 위로받기보다 차별이 없는 존중을 원한다. 결점이있는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게 아니라.
다수와는 다른 조건을 가졌을 뿐 동등한 존재로서의 권리를누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맞은편 대열에서 응원을 보내기보다는 내 곁으로 와서 서는 것. 하지만 내가 자란 시절은 약점을 개인이 가진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결코 아니었다.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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