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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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알고 있다 생각했던 사람이
누구보다 낯선 타인이 된다는 건,
상상만 해도 매우 끔찍한 일일 것이다.

헌데 그 일이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일어나게 된다면.
그 사람을 알던 모두가
그의 행방을 모르는 상황이 온다면.
기껏 찾았다 싶었던 순간,
그 사람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은원, 은, 원]의 주인공이 그런 상황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여행을 다녀 올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연인.
은원은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은원과 절친한 친구들 역시
그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은원이 속해 있는 회사에 전화해보니,
회사에서도
'그는 일주일 전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쪽도 매우 당황스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않으며
은원과 친했던 친구들의 말에 의존한 채
그의 행방을 찾던 주인공.
주인공은 낯선 곳에 자리잡은 채
자신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처럼.
스토커처럼 대하는 은원.
은원을 보호하며 자신을 쫓아내는
사람들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왜 은원은 그를 낯선 사람처럼 대한 것일까.
오해가 있어서 그런 거라면,
그 오해를 풀고 이전처럼 우호적인 사이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보기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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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1952-1961 - 오래된 방랑하는 집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프랭크 허버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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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다른 장르보다
매니아층을 형성하기 쉬운 이유는 뭘까?

과학과 기술의 혁신이
인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악용한 개인. 혹은 사회에 대한 비판을
-해당 장르의 특수성을 이용해-
거침없이 해 주는 것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리라.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오래된 방황하는 집]은
SF의 본질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단편들의 모임이다.

누군가에게
'나는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뇌를 시킬 수 있는 자.

특정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현대판 흑사병'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감염력이 큰 질병을
자신이 개발한 기계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려 시도하는 자.

갯과 동물들만을
죽게 만드는 질병이 퍼진 세계에서,
자신의 개들만은 살리고 싶어하던 자.

모든 것과 하나가 되며,
생명체와 하나가 될 시
해당 생명체의 자아마저
자신과 똑같이 일치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

능력자가 다수가 된 시대.
그 어떤 능력도 없는 자를
처음 만나게 된 누군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내 온전한 자의에 의한 거였냐'의
여부와 관계없이
내가 나로 존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처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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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레드카펫 네오픽션 ON시리즈 20
김청귤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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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히 단정지을 수 있다.
조커는 동양인 출신의
여자 캐릭터였어야만 했다.

생각해보라.
'여자로 태어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온갖 종류의 강력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범죄에 연류되지 않은 자들 역시
온갖 장소에서
온갖 불합리한 일들을 수없이
겪고 있다는 사실을
하루에도 몇 건씩 나오는 뉴스 기사들이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외국에 나간다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저들은 사근사근하고 소심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자들에 의한
또 다른 괴롭힘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가.

그 상황에서 동양인 여성들이
히어로와 빌런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관에 떨어지게 된다면,
조커와 같은 빌런이 되는 것이
더 상식적인 상황이지 않겠는가.

[미드나잇 레드카펫]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그런 시대상을 풍자하는 자들이다.

누군가는
갑작스레 터진 생리 때문에
해야만 했던 어떠한 행동이,
그 행동을 하기 직전에 있었던
수많은 우연들이 결합되며 일어난
불운한 일이었을 뿐이니
부디 사고로 접수해달라고.
만일 살인으로 접수된다면,
자신은 호르몬 작용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적용해달라 주장한다.

누군가는
'자신은 더 이상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마법소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아주 사소한 것까지 통제되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까지 금지당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다'
'직업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
그리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또한 누군가는
모든 여성에게 출산의 의무가 적용된.
그래서 원활한 모유 수유를 명목으로
성인이 된 모든 여인에게
가슴 성형수술을 강제화 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가슴 성형수술을 했다 얻게 된 능력으로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선택한 행동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추측하고,
이야기가 끝난 뒤의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상상해보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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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감빵에 가다
최구실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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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처분.

'사회로부터 일정 기간 격리 당해야 마땅하다'
그리 여겨지는 범죄를 저지른.
그 덕에 최소 반년 최대 2년까지의 기간동안
소년원에 수감될 것이 확정된
청소년들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헌데 해당 처분을 받은 청소년 모두가
타고 나길 악하게 태어났기에,
나쁘지 않은 주변 환경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소년원 처분을 받아야만 할 정도로.
사람들이 '저들은 갱생이 불가능하다'
그리 외칠 정도로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만약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게 맞다면.
그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 모두가
온전한 자의로.
의도적으로 해당 범죄를 저질렀을까?

[소녀, 감빵에 가다]의 주인공이
반쯤 타의에 의해
범죄에 발을 들인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

부모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릴 때
새 삶을 찾아 떠났고
할머니는 자신을 가게에 종속된
판매 상품과 비슷하게 대하고 있었다.

짐승새끼한테 하듯이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와
시간을 떼울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제공할 뿐.

그 누구도 아이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인간적인 삶이라는 것이,
인간적인 애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떠한 수요를 충족시키면
일말의 관심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얄팍한 애정이나마 받을 목적으로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것이리라.

허나 그 행위가 걸려 들어오게 된
소년원 안의 어른들도.
교육을 받으며 만나게 된
다른 아이들 대부분도
자신이 바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비슷하였기에,
소년원 안에서도 바깥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행위를 계속해서 시도하던 주인공.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 안에 갇혀 있는 신세임에도
정의를 부르짖는.
'일반적인 행동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게 뻔한 룸메이트들.
9호실 아이들에게 그 행위를 걸리게 된다.
그 때문에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어떠한 비밀을 공유하기도.
어떠한 목표를 가지기도 한다.

'정의'를 부르짖을 정도로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의
행동을 좋아하는
9호실 아이들은 어째서 소년원에 들어왔는가.
그들이 공유하게 된 비밀은 무엇인가.
그들은 소년원 안에서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들이 입에 달고 살던
정의라는 것을 실현해볼 때가 오긴 할까.
소년원을 나간 뒤의 9호실 아이들은
'소년원 출신들 대부분은 똑같은 짓 하다
징역살이까지 하게 된다'
그리 말하던 교도관들의 말처럼
이전과 비슷한 범죄 행위를 반복하게 될까.
아니면 해당 시설에서 얻은 기억들 때문에
두 번 다시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않게 될까.

[소녀, 감빵에 가다]는
그 모든 것들을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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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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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이라는 괴담을 알고 있는가?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 없이
'그 날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평소였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실수를 했단 이유로
끌려가는 공간.

공간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로
비슷비슷한.
혹은 현실과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구조물들이 가득한 공간.

그 공간 속에서
출구가 어디인지도,
어떻게 해야 도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을 피해
방황하는 자들에 대한 괴담 말이다.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어떠한 이유로
백룸과 비슷한 공간.
속칭 '틈'이라 불리는 곳과 엮이게 된.
혹은 그 공간 속 주민과
마주하게 된 자들의 이야기이다.

그 어떤 흔적도,
소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아이.
어느 순간 존재가 뒤바뀌게 된 자매.
누군가에게 반쪽을 빼앗긴 덕에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으로
변해버리게 된 자.
그런 자들과 연관된
일반인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만일, 현실에서
'어떠한 이유로 존재 자체가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지 않았나'
싶은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나 자신이,
혹은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곳에
-실종에 가까운 형태로-
빨려들어가게 되었다면.
혹은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충동이 들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보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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