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감빵에 가다
최구실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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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처분.

'사회로부터 일정 기간 격리 당해야 마땅하다'
그리 여겨지는 범죄를 저지른.
그 덕에 최소 반년 최대 2년까지의 기간동안
소년원에 수감될 것이 확정된
청소년들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헌데 해당 처분을 받은 청소년 모두가
타고 나길 악하게 태어났기에,
나쁘지 않은 주변 환경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소년원 처분을 받아야만 할 정도로.
사람들이 '저들은 갱생이 불가능하다'
그리 외칠 정도로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만약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게 맞다면.
그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 모두가
온전한 자의로.
의도적으로 해당 범죄를 저질렀을까?

[소녀, 감빵에 가다]의 주인공이
반쯤 타의에 의해
범죄에 발을 들인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

부모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릴 때
새 삶을 찾아 떠났고
할머니는 자신을 가게에 종속된
판매 상품과 비슷하게 대하고 있었다.

짐승새끼한테 하듯이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와
시간을 떼울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제공할 뿐.

그 누구도 아이에게
옳고 그름에 대해서.
인간적인 삶이라는 것이,
인간적인 애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어떠한 수요를 충족시키면
일말의 관심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얄팍한 애정이나마 받을 목적으로
범죄 행위에 가담하게 된 것이리라.

허나 그 행위가 걸려 들어오게 된
소년원 안의 어른들도.
교육을 받으며 만나게 된
다른 아이들 대부분도
자신이 바깥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비슷하였기에,
소년원 안에서도 바깥에서 하던 것과
비슷한 행위를 계속해서 시도하던 주인공.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범죄를 저질러
소년원 안에 갇혀 있는 신세임에도
정의를 부르짖는.
'일반적인 행동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게 뻔한 룸메이트들.
9호실 아이들에게 그 행위를 걸리게 된다.
그 때문에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어떠한 비밀을 공유하기도.
어떠한 목표를 가지기도 한다.

'정의'를 부르짖을 정도로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의
행동을 좋아하는
9호실 아이들은 어째서 소년원에 들어왔는가.
그들이 공유하게 된 비밀은 무엇인가.
그들은 소년원 안에서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그들이 입에 달고 살던
정의라는 것을 실현해볼 때가 오긴 할까.
소년원을 나간 뒤의 9호실 아이들은
'소년원 출신들 대부분은 똑같은 짓 하다
징역살이까지 하게 된다'
그리 말하던 교도관들의 말처럼
이전과 비슷한 범죄 행위를 반복하게 될까.
아니면 해당 시설에서 얻은 기억들 때문에
두 번 다시 범죄 행위에 가담하지 않게 될까.

[소녀, 감빵에 가다]는
그 모든 것들을 상상하며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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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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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이라는 괴담을 알고 있는가?

성별. 나이. 국적에 상관 없이
'그 날 그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로.
평소였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실수를 했단 이유로
끌려가는 공간.

공간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로
비슷비슷한.
혹은 현실과 미묘하게 다른 형태의
구조물들이 가득한 공간.

그 공간 속에서
출구가 어디인지도,
어떻게 해야 도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을 피해
방황하는 자들에 대한 괴담 말이다.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어떠한 이유로
백룸과 비슷한 공간.
속칭 '틈'이라 불리는 곳과 엮이게 된.
혹은 그 공간 속 주민과
마주하게 된 자들의 이야기이다.

그 어떤 흔적도,
소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아이.
어느 순간 존재가 뒤바뀌게 된 자매.
누군가에게 반쪽을 빼앗긴 덕에
모든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으로
변해버리게 된 자.
그런 자들과 연관된
일반인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만일, 현실에서
'어떠한 이유로 존재 자체가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지 않았나'
싶은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나 자신이,
혹은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갑작스럽게 알 수 없는 곳에
-실종에 가까운 형태로-
빨려들어가게 되었다면.
혹은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충동이 들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하게 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보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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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의 살인
모모노 자파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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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은
어떠한 제품이 상용화 되기 전,
해당 제품을 일정 기간동안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테스터.
혹은 어떠한 형태로든
특정 서비스의 초기 운영에
참여하는 것에 성공한
몇 안되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해당 제품을 경험하기 위해 간 곳에서,
해당 장소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방식으로 죽은 사람을 발견한
사람들 중 한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일정이 끝나기 전까지는
해당 장소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밀실이나 다름없는 장소에서
범인일지도 모르는 자들과
모든 일정이 끝날 때까지
같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별에서의 살인]은
우주 여행을 하게 된,
최초의 일반인들이
'완전한 무중력 공간'에서 목을 메고 죽은.
그래서 사고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는
시신을 마주하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가스 때문에 죽을 뻔한 사람이 발생하며
'우주선 안에 연쇄살인자가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으나
탈출은 불가능하다.

비상용 우주선들 대부분은
다른 직원들이
'지구에 도움을 요청하러 간다'는
명목으로 사용해버렸고,
전자기기의 연결이 불안정해져
지구와의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는
'지금 당장은 돌아오지 마'란
의미심장한 한마디였기 때문에.

범인은 왜 살인 장소로
우주를 고르게 되었는가.
죽은 자와 어떤 관계였기에
죽일 결심을 하게 된 것일까.
우주선에 남은 자들은
늦지 않게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그 모든 것들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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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 어게인
헬리 액튼 지음, 신승미 옮김 / 모모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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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번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 흔히 등장할 법한
한 상황을 상상해보자.

당신은
그 날 따라 운이 지나치게 좋지 않았고,
그 불운의 끝은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헌데 그런 당신에게 새로운 삶.
혹은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비긴 어게인]의 주인공이
소설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지루하고
소소한 불행은 계속 있어왔지만
나름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그 날 만큼은 기상하는 순간부터
소개팅을 파토내고 나올 때까지
좋지 않은 기분만을 받았으니까.

'오늘이 바로 삼재인가' 싶을 정도로
안 좋은 일만 일어난 날의 마무리가
타코를 먹다가 사고를 당해
생사의 경계에 서는 것으로 끝난 순간,
주인공에게는
'살아 있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일어났을 법한
몇몇 미래를 미리 체험한 뒤
자신이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하나의 미래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만일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자신이 선택한 미래에서는 과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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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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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후기는
<문어> 부분만을 읽고 작성한 후기임을 밝힙니다

만일
유난히 커다란 해양생물체가
당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겁에 질려 도망칠 것인가.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미쳐버릴 것인가.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의 단편.
<문어>의 주인공은
거대한 해양 생물체.
그것도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생물체를
배가 고프다는 이유로 잡아먹은 인간이다.

이 사람은 어쩌다
그 생물체를 잡아먹을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그 생물체가 갑작스럽게 지구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문어>는
그런 의문을 풀어나가며
읽는 재미가 있는 파트였으며,
해당 단편을 통해
다른 단편들 역시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대응을 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었는데
이게 상당히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었다.

또한 그렇기에
가장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이
나올 거라 예상되는 단편.
<해파리> 역시 매우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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