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나는 수능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라. 현역 때는'역대 최고의 불수능 top 5' 중 하나로 손꼽히는 수능을 경험해야만 했고, 그 여파로 재수를 했을 때는직전 해의 반동으로 난이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수능을 봐야만 했다.게다가 모의고사 - 수능을 거친 사람들 대다수는 온갖 괴랄맞은 문제들을 마주하는 과정에서,나처럼 해당 문제를 만들어낸 어떠한 현상이나 위인들을 한 번 정도는 끔찍하게 싫어해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일단 나는 지금도 그레고리 13세를진심으로 증오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수능제도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수능해킹]은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방식으로학생들의 변별력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능이 어째서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인지.수능을 경험한 사람들 대다수가수능에 대해 반발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어떠한 과목을완벽하게 이해하게 만드는 대신'어떻게 해야 점수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테크닉을 기르는 것에만 집중하나,해당 테크닉이 지나치게 잘 들어맞아 높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사교육.교사들, 혹은 원어민들마저 때로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난이도가 높은 문제들을 내기 시작한 출제위원들.이로 인해 학교에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과수능에서 마주하게 된 지식 사이에 발생하게 된 괴리감.그 모든 것이 불러 일으킨 공교육의 붕괴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언젠가부터 수능이-사교육 지원을 풍부하게 받을 수 있는-부잣집 아이들에게더 유리하게 편성되었다 느끼던 사람들. 혹은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항목들이 난무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마저혀를 내두르기도 하는 문제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란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해답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나는 언젠가 [Q : 어떠한 이유로든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면, 시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A : 시신을 묻은 곳에 식물을 심으면 됩니다.그게 멸종 위험이 있어 보호종으로 지정된 거거나,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품종일수록 더욱 효과적입니다]란 글을 보고 웃은 적 있다.해당 답변이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서 있는.그래서 쉽사리 성사되지 못할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식물, 상점]의 주인공.유희는 해당 판타지를 현실로 끌고 온 인물이었다. 주기적으로 사람들을 죽인 뒤, 자신이 판매를 위해 키우고 있는 식물들의 성장을 위한 비료로 사용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유희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했을까.살해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이었을까. 그 행위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런 것들을 감히 예상해보며 읽으면 더욱 흥미로울 책이었다.
언젠가 죽은 자들이 거쳐가는 곳과 관련된만화를 본 적 있다. 해당 만화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생전에 사형 선고를 받았던 자들이자 '이대로 영원히 알 수 없는 공간을 헤매는 극형을 받을 것인가.아니면 '다른 사망자들의 사망처리를 보조하는 자리에 고용되는' 조건으로 극형을 피할 것이냐'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고용되는 것을 고른 자들로, 이들은특정한 조건(혹은 배정된 근무기간)을모두 채운 경우다른 사망자들처럼 천국이나 지옥에 갈 권리를 얻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해당 만화 속 직원들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차이점이라면이들은 모두 살해 당한 피해자. 혹은 누군가를 살해한 뒤 자살한 범인.둘 중 하나에 속해 있으며, 매일 아침마다 배송되어 오는 신문 속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섬 안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자신들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밝혀내야만 지옥이든 천국이든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 이들이 살해당하거나.살해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모든 사실이 밝혀진 뒤 이들은 과연 마음 편하게 자신의 마지막을준비할 수 있었을까.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기 좋은 소설이었다.
우리 한번 어떤 상황을 생각해보자.사건 전문 기자이기에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눈에 띄는 흉터가 있기에다른 사람인 척 위장하기도 쉽지 않은 당신.당신은 어느 날 다이어리를 선물로 받았다. 해당 다이어리는 이미 살해당했거나, 살해당할 사람들의 목록이 적힌 다이어리였고해당 목록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살인 리스트]의 주인공.메리가 정확히 이런 상황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몇개월 뒤에 살해당할 예정'이란메모가 적힌 수첩을 받게 된 주인공.주인공은 자신이 숨기고 있는 중대한 비밀들 중 하나와다른 피해자들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으나, 주변인 전부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변수가 생기면서 해당 비밀을 더욱 더 철저히 감춘 상태로도 살아남고자노력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에게살해 예고를 보낸 사람은 어째서 주인공에게 살의를 품고 있는가.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주인공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잘 남아 있을까. 그 모든 것들을 나름대로 추측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언젠가 '왜 하필 자신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그 혼자서의 의지만으로는 절대로 떨쳐낼 수 없는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이런 사람들이 늘어나는 과정에서대상자들의 꿈 속에 들어가 해당 증상의 원인이 되는 무언가를 퇴치,악몽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사람들 역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웹툰을 본 적 있다. [악몽 면역자]의 주인공.조안이 그런 사람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타난, '드림버그'란 이름의 거미에 물린 사람들은 영원히 악몽 속에 갇힌 채그 어떤 외부 자극에도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 시대.어떠한 연유로 드림버그에 물렸음에도악몽에서 깨어나게 된 이후,그 거미를 다루며 남들의 꿈에도 관여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드림버그를 만들어낸 존재가사람들을 영원한 악몽 속에 가둔 이유는.그 악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가 주인공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할머니와 동생을 깨우고자, 웨스트랜드라는 곳에 잠입하게 된 주인공은 과연 원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