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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아직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어떤 소설이 좋은 소설인지 모르지만. 김금희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가장 궁금했고 좋았다. 작가의 작가노트를 읽는 일은 왠지 작가랑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서 더 좋다.
은희경의 소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미국에 있는 친구 민영을 만나러 간 승아가 느끼는 속상함이다. 소설에서 승아는 정규직 전환이 안 되었다. 속상한 마음에 친구를 찾아 떠나는데. 현실은 인스타그램과 달랐다. 민아의 인스타그램은 행복하고 즐거워보였는데.
여기서 오래 혼자 살다보면 그냥 친절한 건지 특별한 감정인지 잘 구별 못하게 돼.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놓고 그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좀 있거든. 그건 어디 살든 마찬가지 아냐? 승아가 대꾸했다. 다음 순간 승아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그럴 때면 말야. 왜 얼마 동안 어디에를 생각해봐. 거기에 대답만 잘하면 문을 통과할 수 있어. (은희경,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권여선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운전을 해서 엄마랑 여행을 가서 맥주도 한 잔 마시면 좋겠다 생각했다. 엄마와 딸은 친구같다고 하는데 엄마랑 나는 어떤가. ㅎ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야 할 텐데.
엄마 보면 날 사랑하는 거 맞아. 날 사랑해서 힘든 게 보여.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서 힘들어. 근데 엄마, 내가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는 거야? 사랑하는 게 왜 좋고 기쁘지가 않아?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안 힘들어도 되는데, 미워하면 되는데, 왜 우린 사랑을 하고 있어? 왜 이따위 사랑을 하고 있냐고. 눈물도 안 나오고 숨도 못 쉬겠는, 왜 이런, 이런 사랑을 하냐고. (권여선, 실버들 천만사)
정한아의 <바다와 캥커루와 낙원의 밤>, 제목이 길다. 대학 강사인 엄마, 그리고 딸의 이야기. 권여선의 소설에서도 딸과 엄마의 관계가 등장한다. 입장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게 어려워 보임. 아무튼 정한아의 소설은 처음 인 것 같다. 최은미의 소설은 표지가 예뻐서 구매한 기억. ㅎ <어제는 봄>은 근데 에상하고는 다른 소설이었다. 기준영은 처음만났다.
소설을 읽을 때 작가가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을까 궁금하다. 그런데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그런 궁금증이 좀 풀렸다. 작가노트랑 리뷰가 있다. 소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작가노트가 더 좋다. ㅎ김금희의 소설에 대한 김화영의 글이 더욱 인상적이다. 이런 글을 읽은 게 이 책의 묘미구나.
그것은 아마도 “너는 어디서 왔니?”라는 질문에 “나는”이 아니라 일인칭 복수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라는 대답을 제목에 올려 한 세대의 열정, 사랑, 좌절 그리고 그 좌절을 통한 성장을 증언하고 확인하는 이 아름다운 소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김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