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곳에서 로컬푸드 씨 뿌리기 - 지역, 상생과 공생, 순환을 위한 행동 가이드
탐진 핑커턴 & 롭 홉킨스 지음, 충남발전연구원 옮김 / 따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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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먹은 음식은  

아몬드 몇 알, 커피, 블루베리 요거트, 탕수육, 짜장면, 옹심이팥죽 등이다.

 

로컬푸드는 내가 근무하는 강동구에서도 화두다.

도시농업을 선도하면서 텃밭 보급에 힘써 왔다면,

올해부터는 로컬푸드 정착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농업이란 단어가 도시에서 쓰일 줄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농업', '농부'란 말이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현대인을 뜻하는 의미로 변해가고 있다.

 

로컬푸드도 마찬가지다.

해석하면 '지역 먹거리', 옛날 말로는 '신토불이'다.

 

농사를 지으면 수확물이 생긴다. 그것으로 음식을 해 먹는다.

즉, 도시농업과 로컬푸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또한 농사는 함께 지어야 하고 음식이 생기면 나눠 먹게 되므로,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레 형성될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책에는 영국에서 이뤄졌던 도시농업 운동, 로컬푸드 확산에 기여한

가지각색 프로젝트를 한데 모아 놓았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여러 사례들을 따라하라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열정과 비전을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불을 지핀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로컬푸드 펀드'다.

시민단체가 아닌 런던시장이 직접 주도한 거라 더욱 관심이 갔다.

보리스 존슨 시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맞춰

2012개의 먹거리 생산용 텃밭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얘기.

기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www.localfoodgrants.org에서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강동구는 이에 못지않게

텃밭을 조성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등 예산을 투입한다.

 

우리의 사례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알아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명제에

강한 확신을 갖게 됐다.

말은 옳으나 눈으로 확인한 적이 없어 늘 허공을 맴돌던 말,

그러나 이제는 주변의 텃밭을 보면서,

그 텃밭에서 행복에 겨워 하는 도시농부를 보면서,

음식물로 퇴비를 만드는 일에

진지하게 몰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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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
매트 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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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에 대한 궁금증부터 풀어보자.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는?

마술피리, 답은 금방 나온다.

그렇다면 '마술피리'라는 오페라가 왜 이 책의 제목이 되었을까가 궁금해진다.
단지 마지막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면,
죽기 바로 직전까지 작곡하고 있었던 K.626에 해당하는 레퀴엠이
더 이야기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첫 장을 읽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이 소설이라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다.
모차르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현실 인물인 듯 너무나 생생해서
그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다큐라고 결론 지어버린 때문이다.
하긴, 세상을 떠난지 벌써 220년이 훌쩍 지난 이가
현실에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어찌 보면 더욱 소설같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모차르트에 대한 대부분의 이미지는

아마도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궁정음악가였던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모차르트의 누나인 나넬의 시각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프란츠 크사버 볼프강 모차르트, 즉 모차르트의 아들은
78세의 고모의 병상을 지키다가 고모에게서 비밀 노트 한 권을 전달받는다.

그 일기에 적힌 이야기가 소설이다. 

 

 



 

영화에서는 살리에리라는 평생의 라이벌,
혹은 모차르트에게 열등 의식을 가진 패배자의 시각에서
모차르트의 위대함을 시기하는 시각을 강조했다면
소설은 모차르트의 평생 친구,
어찌 보면 부인보다도 더 많은 애정을 품었던

누나가 되짚어가는 동생의 발자취다.

영화와 소설은 다른 듯 같다.

영화는 모차르트 삶의 전부를 다뤘다면,
소설은 모차르트의 죽음에 이르기 직전의 1년을 집중 조명했다.

그럼에도 각각의 서술자인 살리에리나 나넬은
자신들 역시 음악적 재능을 인정 받는 수재였지만,
결국은 모차르트 음악의 천재성,

아름다움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모차르트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소설에서 한참은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모차르트가 오페라 '마술피리' 곡에 녹아 있는 의미들,
그가 믿었던 프리메이슨이라는 종교의 실체,
그의 누나 나넬의 일생,
모차르트가 죽은 진짜 이유 등
스릴러적 요소와 결합해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하나하나 깊이 있게 들여다 보는 것은
모차르트 음악을 음미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야 그의 음악이 온전히 나에게 전해질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예술이 그렇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작가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딱 한 곡이 오래도록 생각난다.
마치 이 책의 메인 테마인 것 같은 곡,
바로 '마술피리'에 나오는 '밤의 여왕의 아리아'다.  

 

소설을 읽으면 이 곡이

마치 누나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곡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누나는 '저도 모차르트'라며

여자로서 숨어 살던 삶 대신 자신의 정체성을 떳떳이 밝히기에 이른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는 이처럼 많이 이야기와 의문을 남긴다.

그것은 모차르트 음악이 현재까지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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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 - 5분 경청의 힘
버나드 페라리 지음, 장세현 옮김 / 걷는나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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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사무실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민원을 해결해 달라며 말을 시작한 이 남자는

자기 동네 전봇대에 붙여진 불법 광고물에 대한 불만으로 얘기를 시작해 

20분이 지나도록 말을 멈추지 않는다.

 해결할 수 있는 부서에 연락을 하겠다고 했음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경위를 추측하는 것부터

이전에 겪었던 다른 민원 사례에 대한 얘기를 전부 쏟아낸다.

아...오늘 제대로 걸렸구나, 하며 울며 겨자먹는 심정으로

수화기를 붙잡고 딴청을 부린다.

둘. 공식 행사에 가면 자리에 초청 받은 내빈들의 인사말 순서가 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아무리 적은 규모의 행사라 할지라도 5명 정도는 인사말을 한다.

  청자 입장에서는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준비해 온 사람들은 이 세상 최고의 연설인 냥 웅변한다.

가끔 객석 제일 뒤편에서 '그만 좀 해라' 하며

 큰소리로 고함치는 사람을 목격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도

자기를 대변해 준 한 마디에 속이나마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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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입이 하나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상대방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사회가 커져 가고 많은 사람들의 사고가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는 잘 듣는 것보다 '최대한 표현하라'는 주장으로 더 집중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감정과 성과를 표현하려 한다.

모두가 함께 말을 해대니 어떤 것이 내가 하는 말이고

어떤 것이 남이 하는 말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다.

 

몇 년전부터는 SNS가 등장했다.

손가락 10개가 마구 올려대는 말들을

2개의 눈이 처리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 책의 제목은 'Listen!'이다.

빨간 색 글씨로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마주했을 때

내 눈에는 이 말이 마치 'STOP!'으로 보였다.

 

말을 멈춰라! 일단 멈추고 상대의 얘기를 들어라! 관찰하라!

경청이란 능동적 듣기다. 경청의 원칙은 간단하다.

무언가 끼어들고 싶고 조언하고 싶어 근질거릴 때 침묵을 유지할 것,

뻔한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바꿀 'Killer Question'을 만들 것,

메모할 것, 세 가지다.

경청 = 침묵, 질문, 메모. 하나의 공식과도 같다. (SAM)

 



책은 명확하고 쉽다.

뒷부분에는 경청의 전략이라 할 수 있는 구획화 방법을 제시해 놓았는데,

 매우 실용적으로 실전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구획화란 대화를 할 때 '비전'과 '계획',

'실행', '팀워크', '개성'이라는

가상의 서류함을 나누어 놓고,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그에 해당하는 질문들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1) 비전 - 우리 혹은 회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비전이 일치하는가?
              이 비전을 바탕으로 일하는 것이 가능한가?

2) 계획 - 비전을 실현시킬 구체적 목표가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은 구체적인가?
             실천 가능한 일정인가?
             필요한 자산은 무엇이고, 그것을 확보할 수 있는가?
             앞으로 맞닥뜨릴 리스크는 무엇인가?

3) 실행 - 의사 결정자는 누구인가?
              적절한 순간에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고 있는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유연성이 있는가?

4) 팀워크 -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조직의 비전과 개인의 사고방식이 잘 맞는가?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가?
                 선택받은 사람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피할 수 없는 한계가 무엇인가?
                 팀워크를 해치지 않는가?
                 팀의 달성 목표는 무엇인가?

5) 개성 -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의 개인적 포부는 무엇인가?
              그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가?
              그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가?



즉, 경청의 이유가 삶의 도덕적 요소이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얻으려고 하는 것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책이다.
서양적인 시각, 실용에 초점을 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다시 앞에서 말한 상황으로 돌아가 본다.

자기 말만 늘어놓는 민원인이든, 저 혼자 잘난 명사든

그들의 얘기를 가만히 들으면서

어떤 캐릭터일까 혼자 분석해 보기도 하고,

진정 하려는 얘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묻기도 하다 보면,

인내심도 생길 뿐더러 예상치 못한 데서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불행히 그렇게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경청과 동시에 말하는 사람의 자세나 마음가짐,

인성이 동시에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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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살리는 협동조합 만들기 7단계
그레그 맥레오드 지음, 이인우 옮김 / 한살림(도서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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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얇았다.  

부록과 에필로그를 다 합쳐도 130쪽밖에 되지 않았다.

이걸로 어떻게 협동조합을 다 알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한 손에 기분좋게 폭 들어오는 느낌이 좋았다.

얇은 책 하나로도 협동조합에 대한 낯섦과 부담이 확 줄어드는 것 같았다.

 

2012년은 협동조합의 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에 협동조합법이 발효됐다.

5명 이상만 모이면 협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아는 게 없었다.

농협과 신협, 축협같은 것이 협동조합이었다는 것도

지난해에야 알게 되었다.

요즘 떠오르는 소규모 협동조합과는

규모나 조직 운영 체계가 크게 다르니

같은 조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협동조합을 공부하기 위해 이 책을 샀다.

사회활동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7가지로 압축했다.

핵심만 집어서 말해 주니 자질구레함이 없어 깔끔했지만,

협동조합이라는 말만 듣고 기웃거리는 초보가 보기에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

 

이 책은, 지역 내 공동체 구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는 시민활동가가

직접 협동조합에 뛰어들려고 할 때 필요한 선배의 조언,

지침에 딱 어울린다.

 

지역 활동에 이제 막 발을 디딘 사람들이라면

다양한 지역 활동의 사례를 접하며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 더 나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7단계는 무엇일까?

1단계. 3~4명의 소규모 모임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자신이 연구해 본 지역사회 공동체 중에
          몬드라곤협동조합 회사법인과 발렌시아 협동조합 2곳을

           가장 성공적으로 꼽는데,
          두 조직 모두 5명의 친구들이 설립한 조직이다.)

2단계. 목표와 가치에 합의한다.

3단계. 기존 사업체를 통해 성공과 실패 요인을 찾는다.

4단계.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한다.

5단계. 필요한 자원을 발굴한다.

6단계. 사업체의 법인 형태를 선택한다.

7단계. 사업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협동조합은 특히나 그럴 것이다.
적은 규모로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에

물량 공세나 어떠한 외적인 요인보다는

 그 조직을 구성하는 소수의 사람의 역량이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모임을 구성하는 것도 사람, 목표와 가치를 설정하는 것도 사람,

선택을 하는 것도 사람, 필요한 자원을 발굴하는 것도 사람,

행동-즉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람이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협동조합의 특징과 성격을 대변한다.

 

어떤 완벽한 사람도 없고, 어떤 완벽한 조직체도 없으며,

어떤 완벽한 사업도 없다. 그것은 바로 인간적이라는 의미이다.

지역사회 공동체 사업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은

사회적 지상명령과 사업적 지상명령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러 부분 중에서 5단계인 <필요한 자원 발굴>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 상태의 물질은 사람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서만

자원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어떤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야말로 핵심 자원들이다.

협동조합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한 마디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실천하면서 배워라." 즉, 행동하라는 말이다.

엊그제 신문에 나왔던 홍콩 'MaD(Make a Difference) 2013'

올해 핵심 주제는 행동이었다.

 

협동조합은 땅에 두 발을 딛고 가장 삶과 가까운 분야에서부터

사람들의 협동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협동의 힘은 불완전에서 나온다. 끊임없는 도전, 행동에서 비롯된다. 

불완전을 인정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용기,

그것만 있다면 협동조합에 도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 사업 매뉴얼은 이 책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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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마을로 - 21세기 대한민국의 커뮤니케이션 구조 변화에 대하여 다중지성총서 4
전명산 지음 / 갈무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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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마을로'라는 제목만 보면 

요즘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보를 담은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국가 단위의 매스미디어만이 존재했던 사회에서

마을 단위, 또는 그러한 성격을 지닌 인터넷과 SNS 등의

입말언어의 성격을 가진 커뮤니케이션이 생활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읽다 보면 그것이 곧 '마을공동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을이라는 소규도 단위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이뤄지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SNS 현상에 대한 얘기로 시작해 입말언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

정보의 속도성, 문자의 도입, 인터넷 등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을 설명한다.

 

마셜 맥루한과 월터 옹 등이 언급한 개념들을 현재 상황과 적절히 잘 접목함으로써,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웠을 그들의 이론을 쉽게 풀어썼다.

 

이야기처럼 쭉 읽다보면, 어느새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변천사를 대략 그려볼 수 있다.

요즘 블로그다, SNS다, 소통과 관련한 도구 사용법에 대한 실용서가 많이 나오는데,

커뮤니케이션의 개념과 의미, 흐름을 다룬 이와 같은 책을 먼저 본 뒤에 기술을 익히면

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과 공감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전의 어떤 시대에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같은 속도의 미디어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정보 격차라는 것은 단순히 접하는 정보의 양과 질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가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속도에 더 많은 가치가 부여된다.

비둘기나 봉화대, 편지, 전화, TV, 라디오 등의 모든 미디어는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 사이의 시간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인터넷, 더 나아가 SNS가 생기면서

그야말로 누구나 같은 속도의 미디어를 사용한다.

속도도 같을 뿐더러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조차 사라져 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오랜 세월을 놓고 봤을 때 '개인이 곧 미디어'였던 시기가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60분을 전체 인류의 시간으로 놓았을 때 1분은 50년에 해당한다.

문자, 인쇄신문이 등장해 전화, TV 등으로 발전한 것은 고작 9분 전이었다는 말이다.

더욱이 컴퓨터가 생겨난 것은 9초 전이다.

 

 

판옵티콘을 넘어, 이젠 홀롭티시즘이다!

지금의 커뮤니케이션은 판옵티콘, 요즘 표현으로 빅 브러더를 넘어선

홀롭티시즘이라는 주장도 참신하다.

홀롭티시즘은 장 프랑스와 누벨이 제시한 용어로,

어떤 조직 내의 행위자들이 조직의 전체를

마치 하나의 개체인 것처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체가 개인을 감시하는 체제인 판옵티콘이 작용함과 동시에

개인이 전체를 감시하는 역판옵티콘도 함께 생겨남으로써

이제는 홀롭티시즘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세상은 투명해지고 평등해지는 방향으로 바뀌어 간다.

 

TIT for TAT, 마을 커뮤니케이션

'협력'과 '평판'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맞받아치기 전략'이라는 뜻의 'TIT for TAT'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개념을 '초협력자'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다.

 

어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남이 했던 행동 그대로 그를 대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배신을 한 행위자에게는 배신을, 협조를 한 행위자에게는 협조를 함으로써

배신에 대해서는 응징을, 협조를 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호혜를 베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실험이다.

 

마을 단위에서는 서로 간의 단합이 중요하며 이를 지키지 못할 시에는

공동체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으며 자체적인 평판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의 부수 효과들을 학습함으로써 마을공동체는 더욱 견고해지고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집단지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협력이 필연으로 다가오는 요즘의 분위기를 볼 때

마을 단위의 커뮤니케이션의 회귀는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던바의 수 150, 공동체의 이상적인 규모

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던바의 수 150' 수를 제시한다.

인간 두뇌의 신피질의 평균적인 크기에 근거하여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무리의 크기를 산출했는데,

그 수가 최대 150명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만들고자 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서도 주의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수치다.

마을공동체가 자립의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규모를 갖추어야 함과 동시에,

마을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벗어나는 수준으로까지의 확대를 잦하는 관리도 필요할 테니까.

 

제일 마지막 장에 나온 것처럼, 이제 커뮤니케이션은 잘 디자인해야 한다.

정교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말이다. 감성적인 요소도 반드시 포함시키면서 말이다.

 

'마을'이라는 단어, 촌스럽고 보잘 것 없었던 이 개념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인간이 무리를 이우고 사는 데 있어 가장 핵심이며 기본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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