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읽기의 괴로움 (고전파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 /><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1 Apr 2026 02:18:47 +0900</lastBuildDate><image><title>고전파</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894961294871988.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고전파</description></image><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염치를 아는 이들이여, 이리로 오라 - [안녕이라 그랬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203938</link><pubDate>Wed, 08 Apr 2026 11: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20393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039240&TPaperId=1720393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66/52/coveroff/s63213595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62039240&TPaperId=1720393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안녕이라 그랬어</a><br/>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06월<br/></td></tr></table><br/>염치를 아는 이들이여, 이리로 오라<br><br><br>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었다.<br>김애란 작가는 기존의 『바깥은 여름』, 『비행운』 등의 작품집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지금 활동하는 작가들 중에서 단편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꼽는 독자들도 많다.&nbsp;<br>그런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인지, 교보문고가 매년 실시하는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서 2025년에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유튜브 채널 &lt;이동진의 파이아키아&gt;에서 이동진 평론가 역시 2025년에 읽은 올해의 책 중 한 권으로 『안녕이라 그랬어』를 꼽기도 했다.<br><br>소설은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각 소설집들이 주로 코로나 시기 전후로 하는 시대상을 지니고 있다. 동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 으레 그렇듯, 단절, 격리로 인해 사회나 관계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일에 초점을 두곤 하는데, 김애란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해 있다. 작품의 해설에도 적혀 있듯이 김애란 작가는 『안녕이라 그랬어』의 주제를 '돈과 이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녕이라 그랬어』의 주제 의식은 '돈과 (돈이 많은) 이웃'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br><br>그렇다면, 왜 코로나 시기여야 했는가, 하고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집에 수록된 「좋은 이웃」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내고, 「홈파티」에서 보충하는 것처럼, 전염병은 건강에 대한 경각심뿐만 아니라 경제적 계급에 대한 간극이 부각된 시기다.&nbsp;<br>​코로나 시기는 '블랙 먼데이', '경제 대공황' 등을 떠올리게 할 만큼 역사적인 하락장이 발생했던 때다. 사람들이 격리를 하게 되면서 경제활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대적으로 구원투수로 나섰던 때이기도 하다. 돈을 "합법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기관에서 주도하는 구제금융이 시작되자 시장에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밀려들었다. 백신 접종과 더불어 코로나 확진세가 점차 안정이 되기 시작하자 경기는 안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주식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으로 인하여 부동산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다.<br>​주식 시장의 호황을 만드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코로나 시기를 주도했던 건 기업들의 눈부신 성장이라기보다는 밀려드는 "현금"에 기인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격언을 되새겨볼 만하다.<br>​<br>​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br>(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br>밀턴 프리드먼<br>​<br><br><br>현금, 화폐 공급량이 증가하면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물가가 상승한다면, 화폐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것이고 그렇다면 사람들은 현물, 즉 주식이나, 금, 부동산으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또다시 주식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FOMO 역시 한몫을 했다. 2025~2026년, 미국-이란 전쟁 발발 전까지만 해도 역대급 호황을 자랑하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처럼 말이다.<br><br><br>지나간 이야기들을 복기한 것은 이러한 현상을 배경으로 『안녕이라 그랬어』의 작품들이 쓰여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믿기지 않는 일엔 "너무 소설 같다"고 말한다. 반대로 형편없는 소설을 읽을 때는, 이 소설은 "너무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다. 이 기묘한 평가 기준은 종종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낸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사실에 기반하지만, 결과물은 허구여야 한다. 핍진성을 갖추면 좋지만, 그게 꼭 전부인 것만은 아니다.<br>​<br>『안녕이라 그랬어』는 현실에서 주워든 재료로 만든 탁월한 가짜다. 진짜들을 조각해, 마침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아진 가짜들. 이런 인상을 구성하는 기본 골조는 대개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한 번쯤은 느껴봤을 만한 감정이다. 이를테면, 「숲속 작은 집」에서 벌어지는 팁을 주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를 주어야 하는가, 나아가 어떤 방식으로 주어야 하는가, 와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바로 그 예다. 게다가 얼마간은 우리 모두가 느끼고 경험하지만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아픈 지점도 김애란은 송곳처럼 찝어낸다.<br>​<br>그러자 수명이 다한 행성처럼 천천히 멀어지던 둘의 관계가 눈앞에 떠올랐다. 둘 중 누구도 그걸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그렇다고 기태에게 아직 희주를 향한 미련이 남은 건 아니었다. 한때 가까웠으나 '이별의 형식' 없이 헤어진 친구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그 친구의 삶을 질시하지도 폄하하지도 않는 마음으로, 기태는 희주의 삶을 응원했다.<br>「이물감」, 155쪽<br>​​<br>나는 정작 가장 중요한 이유인 '외국어 공부를 하다보면 아직 내게 어떤 가능성과 기회가 남은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br>「안녕이라 그랬어」, 226쪽<br>​<br>​<br>또한 김애란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만 보이는 경제적 차이를 포착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인간 내면에 끼치는 영향을 관찰하는 데 독보적이다. 이와 같은 미시적인 감정을 포착해 이를 적확한 문장으로 치환한다. 나아가 「좋은 이웃」의 화자는 이 간극 속에서 괴로워한다. 도덕적 우월감과 물질적 우위 속에서 갈등하며, 마침내 그 우월감이 자기 모멸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러한 과정은 "정의는 힘없는 자들의 자기 합리화"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를 날카롭게 파고든다.<br>​<br>내가 연민하던 대상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가버렸기 때문일까? 아니, 나는 시우를, 시우 어머니를, 그들이 사는 집을 내려다본 적 없는데. 그럼 마주보는 건 괜찮지만 올려다보는 건 싫은 걸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br>「좋은 이웃」, 130쪽<br><br>얼마 전 남편이 내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잘살게 되면 남을 돕고 살자." 그런데 여보, 우리가 잘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br>「좋은 이웃」, 141쪽<br>​<br>​<br>『안녕이라 그랬어』에 수록된 7편의 작품을 읽으며 얼마 전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염치를 아는 사람일 수록 세상을 사는 게 어렵다.'는 말이었다. 안면몰수하고, 적당히 모른 척도 하며 살아야 세상을 살기 쉽고 돈도 잘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만 있다면 이 세상은 홉스가 말했던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속일지, 어떻게 이득을 취할지만 생각하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상태. 그게 정말 좋은 세상일까.<br>​<br>어쩌면, 어수룩하고 멍청해보여도 염치를 아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는 게 아닐까.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 무엇이 맞는 일인지,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 옳은 게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이를 감당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처를 김애란은 서슴없이 짚는다. 염치를 아는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와 고뇌를 숨기려 한다. 이를테면, 「좋은 인물」의 화자처럼, 자신의 우월감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그게 혹여나 잘못된 것은 아닌지를 되새겨보면서 '부끄러워' 하기 때문이다. 윤동주 시인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했'듯이 말이다.&nbsp;<br>​<br>그러니, 숱한 밤을 침대에서 뒤척이며 고뇌하는 염치를 아는 이들이여, 이리로 오라. 당신과 함께 앓아줄 소설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당신과 우리 모두가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어야 할 이유다.]]></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566/52/cover150/s63213595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5665217</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100자평</category><title> ‘인간’ 프로이트의 행적을 따라가는 친절한 안내서. - [지그문트 프로이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91533</link><pubDate>Thu, 02 Apr 2026 00: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9153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6920&TPaperId=1719153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4/99/coveroff/k32213692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6920&TPaperId=1719153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그문트 프로이트</a><br/>김석.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 arte(아르테) / 2026년 02월<br/></td></tr></table><br/>* 이 서평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br><br><br>‘인간’ 프로이트의 행적을 따라가는 친절한 안내서.<br><br><br>구스타프 말러, 반 고흐, 니체, 윤동주, 괴테, 아인슈타인 등 인류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아르떼의 시리즈 '클래식 클라우드'의 39번째 주인공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다.<br>국내 정신분석학 석학 김석 교수가 빈, 런던, 파리 등 정신분석학 창립자인 프로이트의 족적을 따라가는 여정이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담겨 있다.<br><br style="box-sizing: border-box; margin: 0px; padding: 0px; color: rgb(34, 34, 34); font-size: 15px;"><br><br><br><br><br>20세기를 연 세 권의 책이 있다.<br>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그리고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다.<br>생물학, 정치/경제학, 심리학 분야에서 기존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갱신해낸 기념비적인 저작들이다.<br><br><br>『종의 기원』은 여전히 진화론에 있어서 성경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지만, 『자본론』이나 『꿈의 해석』은 등장 당시 안겨주었던 충격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진 못하는 것 같다.<br><br><br>정신분석학은 발전 과정에서 신경증, 히스테리, 억압, 그리고 무의식과 같은 개념으로 범위를 넓히며 신체적 증상의 원인이 심리적 기저에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그 시작은 '꿈'이었다. 자연스럽게 프로이트 자신의 '꿈'이 주요한 해부의 대상이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꿈의 해석』이다. 그러나 지금은 몇 가지 기본 개념을 제외하고는 그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br><br><br>"그렇다고 해서 프로이트와 그의 학문을 완전히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br>이 질문을 다음과 같이 표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br><br>지금 프로이트를 읽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br><br>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다.<br><br><br><br><br><br>김석 교수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이나 프로이트가 주창한 '리비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이론서들과는 다르다.<br><br>대신, '인간' 프로이트의 행적에 보다 집중한다.<br><br>책에서도 언급되듯이, 창시자가 이토록 명확하게 알려져 있는 학문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연유로 '정신분석학'은 곧 프로이트이며, 프로이트가 곧 '정신분석학'처럼 여겨진다. 인간이라는 종의 기원 때부터 꿔왔을 '꿈'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시도한 것은 분명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의 업적이다. 그러나 때로 정신분석학은 그 학문적 성취나 역할보다는 창시자인 프로이트의 결함 때문에 저평가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br><br><br>서두에서부터 저자는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인 '인간' 프로이트에 대해 솔직하게 적는다. 자신의 딸을 평생 비서로 두게 만들면서 통제하는 모습, 수제자 융과의 불화, 아들러와의 갈등, 담배에 중독되어서 구강암으로 고생하게 되는 말년 등등. 프로이트는 이를 빗대어 '찬란한 고립'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세상과 불화하는 영혼을 가진 인간이 택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br><br><br>위와 같은 사실들을 종합해나가면서 책을 읽어나가자 희미한 결론 하나가 떠올랐다.<br>만약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결함이 없는 인간이 제시한 학문이라면, 정신분석학이 인간을 이토록 솔직하게 해부할 수 있었을까?<br>프로이트가 '문제적 인물'이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br>개인적으로도 문제적인 인물에 크게 흥미를 느끼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읽어나가는 내내 그러한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br><br><br>나아가서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됐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정신분석학'에 대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br><br><br>정신의학과 비교해 정신분석의 가장 큰 차이는 임상의 본질을 내담자가 자신의 무의식을 마주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새로운 주체로 정립하게 도와주는 것을 본질로 삼는 점이다. 카우치(소파)는 정신분석의 원리를 반영한다. 카우치는 환자 스스로 연상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진실을 탐구하고 분석의 끝에는 스스로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는 정신을 보여준다.<br><br>김석, 『지그문트 프로이트』, 17-18쪽<br><br><br>프로이트의 소파는 굉장히 유명하지만, 단순히 환자의 편안한 기분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br><br><br>근래 대화형 AI의 발전으로 인하여, AI를 심리상담사, 정신과 의사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하지만 상담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사용자인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br><br><br>AI에게 상담을 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프로이트의 소파'가 아닐까 한다. 단순히 AI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의식과 억압적 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치유하는 것. 프로이트의 이론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되지 못할지언정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불가해한 스스로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사람, 숨겨져 있는 고통을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프로이트는 유용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nbsp; 또한 저자도 책의 말미에 밝혔듯이, "아프고 연약한 나의 모습이야 말로, 나를 빛내는 아름다움의 원천"(236쪽)이므로 이는 한 번쯤은 대면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 프로이트는 여전히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br><br><br>『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덮으며 그런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4/99/cover150/k32213692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049911</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경계선 위에서 태어난 소설들 - [자개장의 용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47152</link><pubDate>Fri, 13 Mar 2026 00:2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471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694&TPaperId=171471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789/42/coveroff/893204469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44694&TPaperId=171471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개장의 용도</a><br/>함윤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1월<br/></td></tr></table><br/><br>함윤이 소설가는 「되돌아오는 곰」을 통해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25년에는 단편소설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를 통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6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br>또한 같은 해 장편소설 『정전』으로 제3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수정 작가와 더불어 근래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br><br><br>함윤이 소설가의 첫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에는 총 7편의 소설이 실려있다. 특이하게도 신춘문예 등단작인 「되돌아오는 곰」은 실려 있지 않다.<br><br>「자개장의 용도」<br>「구유로舊遊路」<br>「강가/Ganga」<br>「수호자」<br>「규칙의 세계」<br>「나쁜 물」<br>「천사들(가제)」<br><br><br><br><br>「자개장의 용도」<br>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자개장이 이 소설의 주요 장치로 등장한다. 증조모때부터 물려받은 자개장은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특별한 물건이다. 그러나 돌아올 때는 늘 스스로의 힘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러한 제약은 "떠남"의 의미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끔 한다. 돌아오는 방법을 염두에 둔 채 떠나는 것은 정말로 떠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다녀옴"의 일부일 뿐.<br>진정으로 떠난다는 것은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과 현실성을 버린 순간에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개장의 용도」의 말미에 이러한 의미가 엄마의 입으로 드러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엄마가 그랬듯이 아주 멀리, 쉽사리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다녀오지 않고" "떠난다."<br><br>엄마는 말했다. 예전에 너더러 자개장을 쓸 때는 돌아올 거리를 꼭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지. 사실 그건 거짓말이야. 돌아올 길을 생각하면 자개장을 제대로 쓸 수 없어. 오히려 그걸 전혀 개의치 않아야만 자개장을 잘 쓸 수 있다. 누구한테도 이 말은 하지 않았어. 그게 나를 떠날 방법으로 쓰일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야.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곳으로 너희가 떠날까 봐.<br>「자개장의 용도」, 41쪽.<br><br>「구유로舊遊路」<br><br>두 번째 소설인 「구유로」에도 "걷는 사람"이 등장한다. '나'는 함께 무대를 꾸미던 동료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서 무작정 걷는다. 걸어서 그들에게 도착하면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함께. 도대체가 걷는다는 행위가 소원 성취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br>오랜 시간 걷는 행위는 통증을 동반한다. 통증은 죽어감이나 문제적인 징후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때때로 살아 있음을 증거하기도 한다. 국토종주, 삼보일배 등 몸을 혹사시키는 단순한 방법들은 수행의 한 방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나의 신체에 고통을 가해 마음을 닦고, 그리하면 초월적인 존재가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 단순한 바람의 발로 아닐까.<br>「자개장의 용도」에도 걷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엄마'와 '나'가 그렇다. 왜 이 여자들은 걸어야만 했을까?<br>걷는다는 건 이족 보행이 가능하게 진화했음을 의미하며, 그로 인해 두 손이 자유로워져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인류는 다른 짐승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라고 퉁쳐서 말해도 될까?괜찮다면, 이는 곧 '진보(進步)'를 의미한다. 진보의 한자가 '나아가는 걸음'이라는 점과 함께 곱씹어볼 만하다.<br>걷는 행위는 결국 아무 데도 기댈 곳 없는 이들이 절박하게 더 나은 삶을 기대하게끔 기능하는 듯하다.<br>나는 구유로를 생각한다. 그 집을 떠나온 날 이후로 매일 그래왔듯이, 그 마당과 복도 그리고 방 들을 떠올린다. 푸른 빛으로 일렁이던 방 한가운데에 서 있던 몸을 그린다. 어깨와 배 등 가슴 그리고 무릎과 허벅지 사이까지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사라의 몸은 항성과 위성이 겹치는 순간처럼 아주 잠시 드러나며, 다시는 잊히지 않는다.<br>「구유로」, 83쪽.<br><br>「강가/Ganga」<br><br>"강가"에는 크게 3가지 뜻이 있다.<br>강가, Ganga/강가/명사힌두교의 하천(河川)의 신(神). 갠지스 강(Ganges 江)을 신격화(神格化)한 것임.<br>강-가, 江-/강가,-까/명사강줄기가 육지와 잇닿은 곳. 또는, 그 부근. 강변(江邊). 하반(河畔).<br>강ː가, 降嫁/강가/명사왕족의 딸이 신하의 집안으로 시집가는 것.<br><br>「강가/Ganga」는 이 소설집 안에서 조금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남자를 사러 낯선 도시에 온 여자의 이야기다. 주체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여성을 내세워 독립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낸다. 소설 속의 '나', 또는 '강가'는 남성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얼핏 남성 의존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내 남성을 "사겠다"는 태도를 견지한다. 이는 '강가'의 3번째 의미와는 정반대되는 태도다.<br>이러한 독립 영화적인 특성과 더불어 고전 영화 같은 분위기도 동시에 갖고 있다. 여성과 그가 만나는 남성들의 다소 연극적인 상호작용을 보고 있노라면 70~80년대 흑백 영화의 향수를 자아내기 때문이다.<br>이 소설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번에 출간된 함윤이 작가의 『정전』이 여공들의 이야기기 때문이다. 이 여공의 이야기가 이 소설이 씨앗이 되었을지 살펴보는 점도 재밌는 독법이 될 것 같다.<br><br><br>「수호자」<br>「수호자」는 작중 화자가 뉴질랜드에서의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떠나가던 함윤이의 인물들은 이제 돌아온다. 다만, 돌아온 화자는 혼자가 아니다. 귀신과 함께다. 표제작인 「자개장의 용도」와 비슷하게 환상성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며, 언뜻 퀴어적인 요소가 엿보인다.<br>귀신과 사람은 죽음과 삶이라는 명백한 경계로 갈려진 존재들이기도 하다. 「수호자」를 기점으로 앞의 세 작품에서는 강가, 늪처럼 물리적으로 존재하던 "경계"가 추상적인 단위로 확장되기 시작된다.<br>여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소름이 척추를 따라 번졌다. 여자가 말했다. 이걸 귀신이라고 부르는 건 네 자유지만, 떼어내려고는 하지 마. 무조와 똑 닮은 눈이 나를 응시했다.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무 힘들면요? 바닥에 주먹질하는 기분으로 매일 버터기는 싫어요. 귀신이든 뭐든, 붙잡고 사는 게 너무 어려우면 어떻게 해요?<br>「수호자」, 152쪽.<br><br><br>「규칙의 세계」<br>「규칙의 세계」는 쉐어하우스처럼 여러 사람이 한 곳에 모여산다는 설정에서 「구유로」와 묶어볼 수 있으며, 미신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핵심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개장의 용도」, 「수호자」의 냄새도 난다.<br>또한 "거울"과 "산"은 이쪽 세계에서 저쪽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계"의 이미지가 짙게 작용한다.<br><br>「나쁜 물」<br>「나쁜 물」은 「천사들(가제)」와 함께 이 단편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선과 악은 얼핏 절대적이며 객관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가치판단은 대체로 주관적이다. 선악의 문제가 명확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는 지점들은 언제나 선악이 흐릿해지는 경계에 놓여져 있을 때다. 윤리의 경계라고 말해볼 수 있을까. 이를테면, 「나쁜 물」에서 '너'가 '범죄자'에게는 '좋은 사람'이 되었던 순간처럼. 이렇게 선의가 죄책감으로 돌아오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 이 소설의 미덕이라고 볼 수 있다.<br>「천사들(가제)」<br>「천사들(가제)」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차 안에서 꾸는 꿈이 주를 이룬다. 꿈에서 친구와 내가 같이, 또 따로 알던 사람들이 두 사람이 만드는 영화 배역의 오디션을 보기 위해 등장한다. '나'는 자꾸만 꿈에서 깼다가 다시 잠에 들었다가 하는데, 이처럼 이 소설에서 "경계"는 현실과 꿈의 사이로 옮겨지고 자꾸만 흐릿해진다. 마침내, 3개의 배역에 지원한 9명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 사이의 경계마저 지워버리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br><br><br>목 이모님은 자신이 옛 영화들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좋은 영화들이 오래 남아 옛것이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도 그런 거 만들어. 이모님은 종종 덕담처럼 말했다. 오래가는 거 말이야.너희가 죽은 후에도 길이길이 남는 거.<br>「천사들(가제)」, 264-265쪽.<br><br><br><br>G a n g a.글자들은 잘 지은 집처럼 견고해 보인다. 입속으로 또 한 번 발음한다. 강가 - 이 단어는 보통 강줄기와 육지가 맞닿는 부분을 의미한다. 강과 땅 모두의 가장자리지만,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않는다.<br>「강가/Ganga」, 92쪽.<br>이처럼 함윤이의 소설집 『자개장의 용도』에서 "경계"는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경계가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 무언가를 가르는 기준이라기보다는 그 경계를 사이에 둔 두 공간, 두 가치를 이리 저리 옮겨다니는 과정과 그 의미에 집중하는 듯하다.<br>앞의 세 작품에선 강을 건너고(강을 건너도 여전히 강 건너임에도), 늪에 빠지고, 마침내 강물에 빠진다. 중후반에 배치된 작품에 이르게 되면, 경계는 서로 다른 세계, 선과 악의 윤리, 꿈과 현실, 생과 사처럼 추상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 이를 위해 환상적인 요소를 마음껏 끌어들이며 적재적소에 표현한다. 그리고 그 위에서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br>그렇다면, 이렇게 말해볼 수 있을까. 함윤이가 그려낸 인물들은 모두 "경계선 위에서 태어났다고." 나는 이 작가가 그려놓은 다음 경계선을 쫓아서 『정전』을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자개장의 용도』를 덮는다.<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789/42/cover150/89320446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7894266</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내부자가 지켜본 엔비디아의 성공 방정식 - [엔비디아 DNA]</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34284</link><pubDate>Fri, 06 Mar 2026 17: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342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5333&TPaperId=171342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37/55/coveroff/k58213533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5333&TPaperId=171342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엔비디아 DNA</a><br/>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02월<br/></td></tr></table><br/><br>*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된 리뷰입니다.<br><br><br><br><br><br><br><br><br><br><br><br>올해 2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lt;레이디 두아&gt;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br><br>사업가나 사기꾼이나 매한가지긴 해.근데 사업가가 사기꾼이랑 다른 게 딱 한 가지 있어.<br>시작은 허풍일지라도 끝은 아니라는 거지.<br><br>모든 성공한 기업들에는 대체로 이 말을 적용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차고에서 윈도우 개발을 시작했을 때, 제프 베조스가 인터넷으로 도서 배송을 시작했을 때,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을 매각하고 테슬라를 사들이고, 스페이스X를 창업했을 때.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정주영 회장이 갯벌 사진을 들고 그리스 선박업주 리바노스를 찾아가고, 영국 은행에 찾아갔을 때. 너무 먼 이야기인가? 김병훈 대표의 APR 사례도 있다.<br>그들의 비전은 남들이 보기엔 허풍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정주영 회장, 이병철 회장 등 각국 경제에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치는 인물들이 되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남들 눈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비전을 현실화시키는 게 '기업가 정신' 아닐까.<br>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다르지 않다.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리니지 등의 열풍으로 인해 PC방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던 1990년대 젠슨황은 한국의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 엔비디아가 생산한 그래픽카드를 팔기 위해서였다.<br>제품을 팔기 위해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 발품 팔기를 마다하지 않던 젠슨 황의 엔비디아는 이제 애플을 제치고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의 기업이 되었다.<br>모티브에서 출간된 『엔비디아 DNA』는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출신인 유응준이 직접 이런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성장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br><br><br>CPU와 GPU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 레전드 시연회<br><br><br>『엔비디아 DNA』에서 저자가 수차례 강조하는 지점은 젠슨 황의 유연한 판단, 그리고 변화에 대한 과감한 베팅이다. 엔비디아의 기존 주력 상품은 그래픽카드였다.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면서 팔려고 했던 제품도 그래픽카드였다. 그러나 현재의 엔비디아의 핵심 상품은 그래픽카드에 연산 기능이 더해진 GPU다.<br>반면 진짜 통찰을 가진 리더는 시장이 아직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간다. 그곳에는 숫자도, 사례도, 확신도 없다. 대신 기술의 방향성과 구조적 필연성만 존재한다. 젠슨 황은 늘 이 필연성에 베팅해 왔다.<br>『엔비디아 DNA』, 21쪽.<br><br>저자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본 후에야, AI 시대가 열렸음을 깨달았고 그동안 젠슨 황이 강조했던 방향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br>고사양 게임을 돌리기 위한 부품을 만드는 회사로만 알려진 엔비디아가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 건 3가지 사건이 있다. 비트코인 채굴 열풍, 테슬라 자율주행 시연, 생성형 AI의 등장.<br>이 셋 모두 고성능 GPU를 필요로 하고, 이에 맞춰 젠슨 황은 재빠르고 과감한 결정을 통해서 엔비디아를 성장시켰다. 『엔비디아 DNA』에서 특히 강조되는 젠슨 황의 2가지 사고 방식이 있다.<br><br><br><br><br><br><br><br><br><br>1. TOP 5 Things<br><br><br><br>엔비디아 회의에서 젠슨 황은 "Top 5 things"를 강조한다고 한다. 이는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한해서 당장 "집중해야 할 5가지 목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해서 몰두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당연하게도 비슷한 규모의 대기업들을 상대하는 기업이고, 두 대기업 간의 이해관계를 모두 따지다보면 업무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공룡 기업은 필연적으로 관료제적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엔비디아 DNA』에 자주 보여지는 젠슨 황의 면모는 경직된 분위기를 타파하고,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데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br><br><br><br>2. 실패를 두려워 말고 실패에서 배워라.<br><br><br><br>마찬가지로 회의에서 젠슨 황은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한다고 저자는 밝힌다.<br>"Good. Now we know."<br>『엔비디아 DNA』, 90쪽<br><br>이러한 젠슨 황의 태도를 저자는 "지적 정직성"이라고 표현한다. 직원들이 실패했을 때는 문제 삼지 않지만, 그 실패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이 시작되면 젠슨 황은 질책한다고 한다. 실패에 대해 변명하기 시작한다면, 실패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없고, 실패를 두려워해 소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들었다.<br>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젠슨 황은 직원들을 질책하기보다 이제 문제를 더 정확히 알았다고 말한다. 이는 마치 에디슨이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작동하지 않는 1만 개의 방식을 알았을 뿐이다."라고 한 말과 겹쳐진다.<br>이러한 "지적 정직성"이 이 회사를 급격히 변하는 기술, 경제 상황 속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한 회사로 만든 것이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br><br>이 회사(엔비디아)는 항상 가장 먼저 성공한 기업이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틀렸음을 인정한 기업이었고, 그래서 가장 먼저 방향을 바꿀 수 있었던 기업이었다.<br>『엔비디아 DNA』, 42쪽.<br><br><br><br><br>하루마다 달라지는 시대<br><br><br><br>요즘의 시대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하루만에 모든 게 달라지는 시대 같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 코스피의 급격한 급등, 생성형 AI들이 점점 빠르게 장악하는 인간의 영역, 현대차의 아틀라스 등등. 하루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나만 빼고 전부 변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끔 만든다.<br>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엔비디아, 그리고 젠슨 황이 보고 있는 더 먼 미래를 독자들에게 살며시 보여준다. 이 지점은 상당히 흥미롭다. 앞서 언급했듯이, 엔비디아는 숱한 격변을 성공적으로 넘어온 기업이고, 이 변화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br><br>"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GPU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그 자체다."<br>(…)<br>이제 엔비디아는 더 이상 GPU 회사가 아니다. 그들은 시스템을 설계하는 회사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단순한 하드웨어 묶음이 아니다. 지식이 흐르고, 연산이 축적되며, 시간이 압축되는 구조다. 칩을 넘어 시스템으로, 시스템을 넘어 공장으로. 엔비디아는 이렇게 스스로를 재정의해왔다.<br>『엔비디아 DNA』, 108쪽, 123쪽.<br><br>이 모든 변화가 모이는 지점이 바로 AI Factory 개념이다. 젠슨은 데이터센터를 더 이상 IT 인프라가 아니라, 지능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정의했다. AI Factory는 GPU,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 냉각, 소프트웨어가 하나의 생산라인처럼 결합된 구조이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AI 토큰', 지능의 단위다.<br><br>『엔비디아 DNA』, 301쪽.<br><br><br><br>그래픽카드, GPU, 시스템, 피지컬 AI, AI 팩토리.<br>서두에 언급했듯이, 누군가는 허풍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허풍까지는 아니어도, 그게 과연 무엇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그래서였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미래를 꿈꾸고 실현시키는 엔비디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br><br>동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이다.<br><br>엔비디아가 B Player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AI 시대에는 평균이 곧 한계이기 때문이다.<br>『엔비디아 DNA』, 74쪽.<br>AI 시대는 이미 열렸다. 엔비디아에선 평균적인 능력을 가진 B player를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모든 기업이 더 나은 직원을 뽑으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AI 시대에 오면서 평범의 기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전 시대보다 더 높은 기준을 요구 받고, 그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지 못할 것이라는 자극을 주는 대목이었다.<br><br>이러한 변화를 예견했기에 젠슨 황은 오래 전부터 이런 말을 해온 듯하다.<br><br>"나는 여러분이 충분히 고통받기를 바란다."<br>『엔비디아 DNA』, 29쪽.<br><br>끊임없이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고, 거기서 생기는 고통을 극복하는 것만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A Player가 될 길인지도 모르겠다.<br>성장하는 기업을 창업하고 싶거나, 엔비디아, 젠슨 황, 또는 다가올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가 궁금하다면 『엔비디아 DNA』가 상세한 해설서가 되어줄 것이다.<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37/55/cover150/k58213533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5375518</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간첩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28506</link><pubDate>Tue, 03 Mar 2026 21: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2850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930305&TPaperId=171285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57/91/coveroff/k9729303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930305&TPaperId=1712850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a><br/>하동환 지음 / 에스엠디자인 / 2024년 04월<br/></td></tr></table><br/><br>전직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 출신인 하동환의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를 읽었다.2024년 1월 1일부로, 국정원은 그동안 해오던 대공수사 업무를 경찰로 이관했다.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는 소를 잃은 농부가 외양간을 고치는 마음으로 쓴 책처럼 읽힌다.<br><br>『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에 실린 간첩 수사의 역사는 흥미롭다.1970~1990년대까지는 "연고선" 간첩들이 활동했다고 한다. 주로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가족의 혈연을 이용한 공작 방식이다. 이때 이후로 완전한 북한 출신인 "새세대 공작원"들이 등장했으며, 놀랍게도 근래까지 "자생 간첩"이 활동하다가 검거되기도 했다.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에서는 "남조선노동당 사건", "민혁당 사건", "일심회", "RO" 등 굵직한 사건들을 아우른다.<br>특히 내 이목을 끈 부분은, 요즘 북한의 문화교류국은 "유튜브" 댓글을 이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또한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 생성기, 해독기를 사용한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유튜브" 댓글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엔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서 익명의 사람들이 특정한 좌표를 주고 받는다고 의혹을 제기한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다시 찾아보니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드보크 좌표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br><br>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br><br>국정원의 실체에 대해선 잘 몰라도 원훈만큼은 유명하다. (현재의 원훈은 이재명 정부에 들어서 "정보는 국력이다"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이 원훈처럼,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끊임없이 북한의 대남공작과 치열하게 싸움을 전개해온 국정원은 국회의원들의 입법에 의해 수사권을 잃었다. 여러모로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문제다. 저자가 주장하듯이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입법시킨 다수당 의원들 중 많은 수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된 이력이 있고,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에서 상당한 고초를 치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몰랐던 간첩 잡는 이야기』, 210쪽)<br>하지만, 저자가 언급했다시피, 국정원은 FBI의 수사권과 CIA의 정보력을 동시에 지닌 막강한 권력기구이기도 하다. 중정이나 안기부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만 빼고는 뭐든지 가능하다."와 같은 묘사가 나오는 건 그런 면모를 더욱 부각시킨다.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강압 수사의 결과물들이 축적되어 대공 수사권 폐지에 한몫했음도 부정할 순 없다.<br>실질적으로 통진당 사건, 이태원 참사 시위 지시문 등을 살펴볼 때, 북한은 여전히 우리나라에 실제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나 역시 저자의 의견대로 이러한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선 국정원이 대공 수사를 맡아야 한다고 본다. 다만, 앞서 언급한 강압 수사나, 저자가 책에서 고백했듯이 잘못된 정보를 재판에 사용했던 문제 등은 국정원의 자승자박이었다. 따라서 이 수사권을 국정원에게 돌려주되,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정치권이 마련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57/91/cover150/k9729303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8579126</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먼나라 이웃나라, 가깝지만 또 먼 나라, 일본 - [지극히 사적인 일본 -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솔직하게 말하는 요즘 일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15964</link><pubDate>Thu, 26 Feb 2026 19: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11596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039018&TPaperId=1711596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84/94/coveroff/k22203901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039018&TPaperId=1711596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극히 사적인 일본 -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솔직하게 말하는 요즘 일본</a><br/>나리카와 아야 지음 / 틈새책방 / 2025년 05월<br/></td></tr></table><br/>먼나라 이웃나라, 가깝지만 또 먼 나라, 일본<br><br>『지극히 사적인 일본』의 저자 나리카와 아야는 오사카 태생이다. &lt;아사히신문&gt;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일본 곳곳으로 파견을 나가서 근무하면서 일본의 여러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 두 차례 유학을 와 한국 문화에도 친숙한 편이다. 근래에는 한국의 방송에 출연하는 등 한국와 일본 양국을 오가면서 한국에는 일본을, 일본에는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br>『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틈새책방이라는 곳에서 출간되었는데,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를 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방송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러시아의 일리야, 영국의 피터 번트가 각각 『지극히 사적인 이탈리아』,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지극히 사적인 영국』을 집필했다.<br><br>『지극히 사적인 일본』는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문체로 구성되어 있다. 통번역도 할 수 있는 저자의 역량 덕분에, 번역체 느낌보다는 저자 고유의 언어가 살아 있는 것 같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을 읽는 내내,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 일본인 친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br>『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전반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한다. 당연하게도 그 무엇이 우월하고 열등하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종종 인터넷에서 한국은 "서일본", 일본은 "동조선"이라고 부를 때가 있다. 대체로 서로의 안 좋은 사회적 문화나 특성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사용한다. 그만큼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점이 많은 이웃나라다. 북한이나 중국, 대만과 함께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며, 안 좋은 역사로도 묶여 있는 사이기도 하다.<br>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다르다는 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일본에 관심이 많아서 대체로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이런 지점은 정말로 양쪽 문화를 깊숙이 체화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려줄 수 없는 내용 같았다. 호칭의 문제는 한국 사람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다른 문화권이라면 더 헷갈리기 마련이다.<br><br>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사람 중에 '씨'와 '상(さん)'을 같다고 생각해서 쓰는 사람이 많은데 씨보다 상이 훨씬 쓸 수 있는 범위가 넓다. 상은 총리에게도, 사장님에게도, 후배에게도 쓸 수 있다. 한국에서 직원이 김 사장님을 "김 씨"라고 부르면 실례가 되겠지만, 일본에서는 직원이 다나카 사장님을 "다나카상"이라고 불러도 괜찮다.<br>『지극히 사적인 일본』, 392쪽<br>또한 일본에는 "2세대 대출"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한국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생소한 개념이라 신기했다.<br><br>친척 중에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큰아버지 집 벽에 금이 갔다. 단독 주택이었는데 지진 몇 년 후에 '2세대 대출'을 받아 다시 집을 지었다. 큰아버지가 정년퇴직 때까지 갚고 그다음에 이어서 장남이 갚는 대출이다.<br>『지극히 사적인 일본』, 313쪽<br><br>"유도리"라는 말이 양국에서 가지는 뉘앙스 차이도 재밌었다. 유도리는 한국어에 남아 있는 일본어의 잔재라고 한다. 한국에서 "유도리 있게 하자.", "저 사람은 유도리가 없다."라고 하면, "융통성 있게 하자.", "저 사람은 융통성이 없고 꽉 막혔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물론, 이는 일본어의 원래 의미인 "여유"와도 의미는 대략적으로 통하긴 한다. "여유 있게 일을 하자.", "저 사람은 여유가 없다." 정도로 표현해도 말의 뉘앙스는 알아들을 수 있다. 정확한 의미는 "융통성"이 맞다.<br><br>한국에서는 '유도리'를 '융통성'이라는 뜻으로 사용하는데, 원래 '여유'를 뜻하는 일본어 발음은 '유토리'에 가깝다. 일본에서는 1987년부터 2004년에 태어난 세대를 '유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 유토리(여유)가 있는 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br>『지극히 사적인 일본』, 303쪽<br><br>일본만의 고유한 놀이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 술게임이다. '기쿠노하나'라는 놀이라고 하는데, 술자리 인원에 맞게 술잔을 뒤집어 놓는다. 그 중 하나에는 '국화'를 숨겨놓는다. (상상해보자면 그러고나서 아마도 야바위 게임을 하듯이 잔을 마구 섞지 않을까?) 그때부터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잔을 뒤집는다. 국화가 있는 잔을 뒤집은 사람이 그때까지 뒤집어진 잔만큼의 술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정말로 "어떻게든 마시게 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음주문화"다. (77쪽)<br><br>「여성 천황의 가능성」이라는 꼭지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선 역대 8명의 여성 천황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천황의 계보는 과거로 갈수록 정확한 편은 아니긴 하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에 의해 공포된 '일본국 헌법', 그리고 미군정 시절 반포된 '일본국 헌법'에 의거한 '황실 전범'에서는 남성의 세습만을 인정한다.<br>지금 나루히토 천황에게는 딸밖에 없어서 만약 나루히토 천황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동생인 왕세제가 물려 받거나, 왕세제도 고령인 점을 감안하여, 승계 2순위인 왕세제의 아들이 물려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br>이 책이 쓰여진 건 2025년 여름인데, 그 이후 2025년 10월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취임했다. 게다가 2026년 2월에는 의회를 해산하고 개헌 의석수까지 확보할 만큼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새로이 취임하면서 '황실기본법'도 고치겠다고 하는데, 근대화 이후 사상 첫 여성 총황이 탄생하게 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평화 헌법'이 얼만큼 고쳐질지를 예의주시하면서 같이 관심을 갖고 챙겨볼 만한 사안인 것 같다.<br><br>「외면하는 가해의 역사」 꼭지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피해자의 입장이어서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전체적으로 중립적인 관점에서 쓰여졌다.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도 않고, 나리카와 아야 개인이 한일 양쪽에서 불편한 점은 솔직하게 말하고, 좋았던 점 역시 솔직하게 적었다. 하지만 회색 지대에 선다는 것은 언제나 양쪽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 '적이 없다면 친구도 없다'는 말을 생각해본다면, 중립의 어려움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br>나리카와 아야는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뮤지컬 영화 &lt;영웅&gt;의 팜플렛에 글을 기고했다고 한다. 이때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이라는 문구를 편집자가 수정을 요청했다. (363쪽) 저자의 말대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건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한 가해의 역사를 불편하게 여기고 숨기려는 모습이 일부 일본인들에게 보일 때마다 독일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br><br>특히 (한국의) 연예인들은 10대부터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대학에 안 가는데, 한국은 연예인도 대부분 대졸인 상황을 보면 일본인 입장에서는 신기한 일이다. 확실히 한국이 일본보다 학력 사회다.<br>『지극히 사적인 일본』, 322쪽<br>이 부분에는 사족을 달고 싶었다. 이 해석에서는 중요한 변수 하나를 빼먹은 것 같다. 바로 군대다. 물론 한국이 일본보다 대학 진학율이 높고, 연예인들도 대학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새는 10대 때부터 활동하는 아이돌 가수나 배우들은 대학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건 여자의 경우다. 남자 연예인의 경우에는 크게 학업에 뜻이 없더라도 대부분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으면 한창 활동해야 할 시기에 영장이 날라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징병제에 낯선 저자가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br><br><br>『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와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밤에 침대에 누워서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카페에서, 이자카야에서 만나서 일본에 대해서,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죽 듣는 기분이었다.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호칭이 딱 맞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일상적이고 가볍게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484/94/cover150/k22203901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4849406</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불청객을 조심하라 - [버섯 농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8754</link><pubDate>Wed, 18 Feb 2026 13: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87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537&TPaperId=170987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3750/87/coveroff/89364395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439537&TPaperId=170987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버섯 농장</a><br/>성혜령 지음 / 창비 / 2024년 04월<br/></td></tr></table><br/><br><br>불청객을 조심하라<br><br><br><br><br><br>『버섯 농장』은 소설가 성혜령의 첫 단편소설집입니다. 「윤 소 정」으로 2021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한 성혜령은, 「버섯 농장」으로 젊은작가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2024년에는 「간병인」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수상 이력만으로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br>『버섯 농장』의 표지는 울창한 수림 한 가운데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림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의 색감과 소설의 분위기 탓인지, 열려 있는 하늘에 대한 개방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여기서 도망칠 곳은 바로 위 하늘밖에 없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리고 그건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절망적인 암시를 주는 그림 같습니다.<br><br>책을 설명하는 문구 중 눈에 띄는 것은 ‘하드보일드’입니다. 익숙하지 않아서 조금 찾아보았습니다.<br><br>문학 장르 혹은 스타일. 영어로 hard-boiled. 일본에서는 비정파(非情派)라고 번역한다. 비슷한 단어로 느와르가 있다.<br>원래는 '(계란이) 완숙되는'이라는 의미의 형용사이지만 '비정·냉혹'이라는 의미의 문학용어로 변했다. 사전에서는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해 비극적인 사건을 건조하고 진지한 분위기로 묘사하는 작품을 하드보일드라고 부른다. 자극적인 갈등, 감정묘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몰타의 매〉를 쓴 대실 해밋,〈빅 슬립〉과 〈기나긴 이별〉을 쓴 레이먼드 챈들러,〈움직이는 표적〉을 쓴 로스 맥도널드를 크게 하드보일드 추리소설 작가의 대표격으로 꼽을 수 있다. 또는 마이크 해머 시리즈의 미키 스필레인도 있다. - 출처: 나무위키<br><br><br><br>책을 읽기 전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서 느낀 인상은 ‘하드보일드’의 설명에 부합했습니다. 『버섯 농장』에 묶여 있는 소설들에서는 비극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데 그에 따르는 감정의 묘사는 극도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괴로울 정도로 건조함을 느끼게 됩니다. 결말에 이를 때까지 한 겹씩 쌓이는 부조리와 불가해함은 끝내 해결되지 못한 채 불길함을 자아냅니다.<br><br><br><br>인상적인 소설들은 크게 3편이었습니다.<br><br>「사태」<br>「주말부부」<br>「마구간에서 하룻밤」<br><br>이 세 편의 단편소설은 하나의 원형을 공유하고 있는 듯합니다. ‘도무지 떠날 생각이 없는 불청객’들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초대받지도 않은 채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사정을 망각한 채, 그곳의 주인인마냥 떠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br>불청객과 함께 낯선 장소에서 고립되는 형식은 불편을 넘어서서 꽤나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소설들에서는 우리가 가장 안락함을 느껴야 할 집도 그런 장소로 변할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br>한 편 한 편 읽고 나면, 도대체 불편함과 불길함이라는 인상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소설까지 다 읽고 나서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br><br>불청객을 조심하라, 그리고 가장 난처하고 불쾌한 불청객은 우리 자신일지도 모른다.<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750/87/cover150/89364395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7508787</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한국 문단의 특이점 - [불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8750</link><pubDate>Wed, 18 Feb 2026 13: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875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038605&TPaperId=1709875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24/95/coveroff/k062038605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038605&TPaperId=1709875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불새</a><br/>신종원 지음, 한규현 그림 / 소전서가 / 2025년 04월<br/></td></tr></table><br/><br><br>한국 문단의 특이점<br><br><br>소설가 신종원을 생각하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감상이라는 전제 하에서) 문단에서 가장 독특하고 가장 스타일리시한 소설을 선보이는 작가라는 인상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전 작품인 『전자 시대의 아리아』에서 보여줬던 소설의 한계를 실험하면서 선보인 전위성이 상당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br><br>물론 근래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아쉽지만 신종원 작가의 작품을 꼽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보고서』나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권혁일 작가의 『첫사랑의 침공』이라는 쟁쟁한 후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br>그러나, 근래 읽었던 소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거나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꼽을 듯합니다.<br><br>신종원 작가의 신작인 『불새』 역시 이전 작품이 주었던 기대감 속에서 읽었습니다. 장편소설 『불새』는 『전자 시대의 아리아』에서 서로 다른 단편들로 보여주었던, 종교성, 사물성, 언어, 음악성에 대한 감각들이 극한으로 확장되고 한데 모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br>개별 단편들에서 시도하던 실험들을 종합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실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단일 소재가 강력하게 밀어붙여지던 단편 소설들만큼의 장악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난 서평에서 ‘파시즘적이고 자폐적인 분위기’라고 표현했던 그 압도적인 느낌이 없었다는 아쉬움이기도 합니다.<br>그러나 여전히 넋놓고 따라가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작품이라곤 말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굉장히 인상적인 스타일을 자랑하지만, 한편으론 읽기에 난해하다고까지 여겨지던 문장들이 제법 말쑥하게 정리된 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긴 분량을 읽어야 하는 장편이기 때문에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합니다.<br>전체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불행한 경험을 하게 된 신부 바오로가 성직을 그만두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의 정신적 아버지인 베드로 신부가 바오로에게 발렌시아 대성당에 안치된 ‘성배’를 보고 오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그러고 나서도 그만두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때마침 성배가 어떤 집단에 의해 강탈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br>성배와 바오로, 그리고 다른 인물들을 따라서 소설은 이어집니다. 이 소설의 척추에 해당하는 종교성 덕분에 이 소설은 『사람의 아들』과 『죽음의 한 연구』의 유산을 이어받고자 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시공간의 제약에서 굉장히 자유로워서 지금 내가 어디 한두 장 빠뜨리고 읽은 게 아닌가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전 작품에서도 드러나듯이 신종원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 옅은 서사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각각의 자유분방함들을 이어주어야 할 서사의 맥이 가냘프기 때문입니다.<br>이전 작에서도 그러했듯이, 이 작가에게 서사는 여전히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서사는 신종원의 소설에 복무하되, 주력이 아닌 그가 가진 여러 가지의 무기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종원의 소설은 서사 예술이라기보다는 언어 예술이라는 재미난 인상을 줍니다.<br>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과 함께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이 독특한 작가에게 소설의 앞날을 맡겨보는 건 분명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작가가 계속해서 소설을 써준다면 말이죠.<br><br><br>이 다마스쿠스의 소경에게 앞날을 맡겨보겠다.<br>362쪽<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224/95/cover150/k062038605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2249576</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100자평</category><title>X가 된 트위터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 [트위터 X - 트위터를 둘러싼 440억 달러의 싸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7607</link><pubDate>Tue, 17 Feb 2026 2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760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135017&TPaperId=170976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75/32/coveroff/k3721350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135017&TPaperId=1709760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트위터 X - 트위터를 둘러싼 440억 달러의 싸움</a><br/>커트 와그너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01월<br/></td></tr></table><br/>* 이 서평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br><br><br><br>X가 된 트위터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br><br><br><br><br><br><br><br><br><br><br>커트 와그너의 『트위터 X』는 페이스북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SNS인 트위터의 역사를 다룬다. 특히, 소셜플랫폼 '트위터'가 'X'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150 여명의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도있게 따라간다. 여기서 중심축은, 트위터가 '기업'으로서 겪여야 했던 내외적인 진통이다.<br>2006년 정식으로 출범한 트위터는 "간결성", "실시간" 등의 특징을 이용해 전세계의 사용자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트위터는 전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소통의 창구가 되었다.<br><br><br><br><br><br><br><br>창업자 잭 도시가 올린 트위터 최초의 트윗<br><br><br><br>『트위터 X』의 1장은 대체로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에게 초점을 맞추며 진행된다. '잭 도시'는 일견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비슷해 보인다. 예술가적 기질이 있으며,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본인이 창업한 회사의 이사회에 의해 한 차례 밀려났다가 구원투수로 돌아왔다는 이력도 공유한다.<br>기본적으로 잭 도시는 『트위터 X』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듯이 회사를 운영할 때, '방임주의'를 선호했다. 이는 어떤 측면에선 직원들을 신뢰하는 상사였다고 할 수도 있고,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책임지는 걸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br><br><br><br><br><br><br><br><br>이러한 도시의 방식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회의를 통한 합의를 중시한 트위터는 빠른 결정이 중요한 문제 앞에서 단호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내지 못했다. 동시에, 논쟁적인 방침이나 결정을 내렸을 때, 이에 대한 비난이 직원 한 사람에게 쏠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 전체에게 쏠리도록 하는 안전 장치 역할을 했다.<br><br><br><br>도시는 트위터가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서비스라며, 어떤 메시지를 확대해야 할지 결정하는 건 세상에 맡겨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은 모든 의견과 목소리에 열려 있어야 하며, 나는 우리가 그 모든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br>-『트위터 X』, 75쪽<br><br><br>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언론의 창구' 역할을 하던 트위터의 CEO로서 잭 도시는 "발언의 자유"를 신봉한다. 이런 잭 도시의 신념은 크게 두 가지의 외부 요인으로 흔들린다. 첫 번째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br><br><br>1. 가장 영향력이 있는 '트위터리안',&nbsp;도널드 트럼프<br><br><br><br><br>『트위터 X』에서도 잘 설명되어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첫 대통령 선거 당시, 그리고 집권 1기 내내 가장 영향력이 있는 '트위터리안'이었다.<br><br><br><br>'살아 있는 댓글, 살아 있는 연결, 살아 있는 대화.'<br>-『트위터 X』, 54쪽<br><br><br>트위터의 강점은 "살아있는"이다. 『트위터 X』에서도 강조되듯이, "LIVE"다. 어떤 사안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우, 트위터는 정보를 제일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유용한 아지트였다. "아랍의 봄" 당시, 트위터는 이런 역할을 수행해냈다.<br>아이러니하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기준에서는 가장 트위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br><br><br>어쨌거나 현직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을 활용해 적국에 핵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하는 꼴을 지켜 보는 것만큼 '지금 벌어지는 일'에 잘 맞는 일은 없었다. 트럼프는 트위터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트위터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흥미로운 서비스로 만들기도 했다.<br>-『트위터 X』, 100쪽<br><br><br><br>트럼프는 트위터의 헤비 유저로서 잭 도시와 트위터의 가치를 시험대에 올렸다. 발언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 극단적이고도 편향적인 주장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가? 발언의 자유도는 분명 많은 사람들을 '광장(플랫폼)'으로 불러들인다. 그만큼 트위터가 지니는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소셜 미디어는 현대의 아크로폴리스다. 다양한 논쟁이 실시간으로 백가쟁명하는 곳이다.<br><br><br>반면에, 그 광장이 혐오와 분노, 나아가 폭력을 양상하는 확성기가 된다면? 이 딜레마는 시작부터 난제다. 예컨대, 도대체 어디까지가 극단적이고, 어디서부터 편향적인 발언일까? 즉, 무엇이 "지나친 발언"인가, 결정하는 건 정말로 어렵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신이 아닌 한, 이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밝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br><br><br><br>2.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br><br><br><br><br>잭 도시를 흔든 두 번째 주체는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다. 우리에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두고 소송을 벌인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잘 알려져 있다.<br><br>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5294376b<br><br><br>이들의 등장은, 잭 도시에게 트위터가 자본을 앞세우고 들어오는 이들에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트위터가 상장회사이기에 당연한 현상이었다. 다만 의결권 문제에 있어서 취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커트 와그너는 '트럼프'와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조명하는 데 많은 분량을 기꺼이 할애한다. 잭 도시가 트위터에 일론 머스크를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br><br>이 둘의 문제는 외견 상으론 서로 달라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문제기도 하다. 트럼프의 문제는, 트위터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어떤 소리들을 규제해야 하는가, 하는 내부적인 문제다. 엘리엇의 문제는 상장회사의 경영권이라는 측면의 외형적인 문제다. 하지만 이 둘은 결국 하나의 근원에서 태어난 문제다. 트위터가 상장회사라는 점이다. '지나친 발언'에서 '지나침' 정도는 많은 경우에, 트위터 광고주들의 시선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잭 도시는 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을 '알렉산더'로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게 된다.<br><br><br><br><br>3. 일론 머스크<br><br><br><br><br><br>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잇는 '트위터리안'이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면이 많았다. 트럼프는 다수의 팔로워들을 다루고,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하는 방법에 탁월했다. (『트위터 X』, 71쪽) 머스크 역시 SNS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었고, 이를 잘 이용했다. (『트위터 X』, 323쪽)<br>『트위터 X』의 후반부는 사실상 일론 머스크가 주인공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매입을 중단하고자 트위터 이사회와 소송까지 벌이지만, 결국 트위터를 매입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소송에서 트위터의 입장에서 일론 머스크와 싸운 간부들은 머스크가 트위터의 주인이 되자마자 해고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소송에선 이겼지만, 결국 그 소송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br>『트위터 X』의 작가 커트 와그너는 트위터의 기존 기업 문화를 지키지 못한 머스크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X로 간판을 바꿔달고 열심히 실적을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은 일론 머스크의 목표치에 도달하기엔 갈 길이 먼 것 같다. 다만, 일론 머스크의 이전 이력으로 살펴봤을 때, 이 거래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재단하긴 이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한 때 파산 직전까지 몰렸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회사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다.<br><br><br>머스크는 결점으로 보일 만큼 대답하고 야심 찼다. 그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고, 인간이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할 것이라고 습관처럼 약속하는 사람이었다.<br>(중략)<br>"그냥 이상한 일들을 시도하세요. 모험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습니다. 지나치게 신중하게 군다면 어떻게 혁명적인 개선을 이루어내겠습니까? 혁명은 조심성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br>-『트위터 X』, 377~378쪽<br><br><br><br><br><br>https://news.ikbc.co.kr/article/view/kbc202512130008<br><br><br><br><br>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매입 협상에서 발을 빼려고 할 때, 공개적으로 발표한 문제는 '봇 이용률'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사람이 아닌 봇들이 너무 많아서, 광고주들에게든, 이용자들에게든 매력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 들어왔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근래의 트위터에는 점점 더 많은 봇들이 보이는 듯하다. 물론, AI의 급격한 발전이 끼친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지만, 머스크가 우려했던 것처럼, 요즘에는 사람끼리의 대화보다는 봇과의 대화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br><br><br>* * *<br><br><br><br>『트위터 X』는 이처럼 '잭 도시', '트럼프', '일론 머스크'를 거치면서 트위터의 역사를 훑어간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플랫폼은 '언론'인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이 문제에서 시작된 질문은 결국 언론의 기업적 측면을 고찰하게 만든다. 언론은, 그리고 소셜 플랫폼은 대체로 광고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광고주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며, 이는 보이지 않는 일종의 통제가 작용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 태생적인 딜레마를 깊이 있게 통찰한 책이 바로 『트위터 X』라고 할 수 있다.<br><br>트위터의 사용자, 언론의 역할에 관심이 있는 사람, 일론 머스크와 같은 기업인에 흥미가 있는 사람, 기업의 내부 의사결정, 외부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커트 와그너의 『트위터 X』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75/32/cover150/k3721350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753256</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줄리언 반스가 건네는 아름다고 우아한 작별 인사 -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0204</link><pubDate>Fri, 13 Feb 2026 18: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902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5794&TPaperId=170902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34/78/coveroff/k232135794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5794&TPaperId=170902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a><br/>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01월<br/></td></tr></table><br/><br><br>* 이 서평은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br><br><br><br><br><br><br><br>영국의 위대한 소설가로 꼽히는 줄리언 반스의 신작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었다.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에 소개되는 줄리언 반스의 소설 제목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따라,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목의 결을 맞추고 있다.<br><br>줄리언 반스는 초기작인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시작했던 '픽션, 논픽션, 자서전이 합쳐진' 하이브리드 형식을 다시 한 번 빌려와&nbsp;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썼다.<br>​<br>​*&nbsp; *&nbsp; *​​<br>​<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의 첫 장을 펼친 독자는 예상치 못한 당혹감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소설이라기보다 흡사 뇌과학서나 심리학 개론서를 펼친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1장은 인간의 기억에 대한 깊이감 있는 고찰을 담고 있다.​<br>불수의 자전적 기억(IAM: involuntary autobiographical memory), HSAM 등등의 전문 용어와 읽기 난해하기로 정평이 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들렌'이 출몰한다. 이 장을 읽어나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기억에 대한 기억'에 압도당한 모습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br>​<br>한 철학자 친구가 나에게 지적한 대로 뇌는 자신이 처리하고 지나가는 모든 것을 일일이 우리에게 알려줄 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는 압도당할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에 파묻혀, 우리는 바들바들 떨며 훌쩍거리는 동물이 되고 말 것이다.<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36~37쪽.<br>​<br><br>​<br>줄리언 반스가 밝혔듯이,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설을 써온 40년이 넘는 여정을 함께해 준 독자들을 향한 '작별인사'다. 이를 드러내듯이, 소설의 마지막 장은 애틋함과 섭섭함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 이르서야, 나는 1장의 의미를 겨우 헤아릴 수 있었다.&nbsp;<br>1장에는 줄리언 반스가 왜 이토록 아름답지만 쓸쓸한 작별 인사를 준비해야 했는지 그 이유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인내심을 갖고 이 난해한 첫 관문을 통과해야만 작가가 설계한 이야기의 본질에 닿을 수 있다. 1장의 의미는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br>​<br>​<br><br><br><br><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의 전체적인 뼈대는 '스티븐'과 '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다. 대학 동기였던 세 사람은, 줄리언 반스를 통해서 친해졌고 연인이 되었다. 하지만 졸업할 무렵, 헤어졌고 오랜 시간이 흘러 재회하게 되면서 소설은 본궤도에 오른다.<br>​<br>​"너는 한 번도 없어?" 그가 물었다.<br>"한 번도 뭘?"<br>"돌이키려 한 적."<br>"있지, 한 두번. 마누라가 죽은 뒤에. 어쩌면 세 번."<br>"그래서?"<br>"늘 나쁜 생각이었어. 아니, 그건 진실이 아니군. 한 번은 좋은 생각이었고, 한 번은 그럴 뻔했고, 한 번은 나쁜 생각이었어."<br><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114~115쪽.<br><br><br>​<br><br>노련한 이야기꾼인 줄리언 반스는 독자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든다. 과연 관계를 돌이키려는 시도가 '좋은 생각'이었을지, '그럴 뻔했을지', 아니면 '나쁜 생각'이었을지.<br>​분명 두 연인은 이 중에 하나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지만,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다 읽고나면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이 뻔하디 뻔한 연애소설은 아닌 까닭이다. 오히려 작가가 평생을 통해 길어 올린 삶의 진실을 건네는 고백에 가깝다. 특히 상실에 대한 다음 문장은 오래도록 곱씹게 된다.<br><br><br><br>모든 죽음은 2차 피해를 준다. 죽어가는 사람은 곧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반면, 슬픔에 시달리는 사람은 앞으로 긴 세월 동안 그 영향을 받게 된다.<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94쪽.<br><br>​<br><br>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 역시 『나란 무엇인가』(21세기북스)에서 '상실의 2차 피해'를 '분인(分人)의 죽음'으로 설명한 바 있다.<br>​<br>"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가. 그를 통해 생성된 나의 분인까지 잃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과 함께 그 앞에서만 가능했던 나의 분인의 삶도 끝난다. 이제 다시는 그를 볼 수 없고 다시는 그때의 나로 살 수 없다."&nbsp;<br>​<br><br>그의 비극은 사랑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br>그녀의 비극은 사랑을 할 수는 없는데 그녀가 주고자 하는 것이 사랑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182쪽.<br><br>​<br><br>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종종 인간관계에 지칠 때마다 되새기는 생각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아끼는 온도와 누군가가 나를 아끼는 온도는 다르다는 것. 비극은 거기서 시작한다고. 줄리언 반스는 그 사실을 아름답게 빚어 한 편 소설로 썼다.<br>​<br>​​*&nbsp; *&nbsp; *​<br>​<br><br><br>​<br><br><br><br>작가가 생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작품을 유작이라고 한다. 대체로 소설가들은 무엇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임을 공공연히 말하지 않는다. 단호하게 절필을 선언한 김승옥 작가가 예외적인 사례다.<br>​'유작'을 대신하는 '작별 인사'라는 말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함을 품고 있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를 읽는 내내, 소설이 작별인사가 될 수 있는가, 어떤 형식이 작별 인사에 어울릴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질문은 이 소설의 제목은 무엇을 뜻하는가, 하는 의문과 결합된다.&nbsp;<br>​<br>1장을 읽어나가면서, (당연하게도) '떠난 것'이 기억이라고 막연히 추측했다. 4장까지 읽어나가면서도 감을 잡기 어려웠다. 마침내 5장에 이르러서야 좀 더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다.<br>​<br>글을 발표한 지 44년이 지나니 내가 나 자신을 반복하기 시작하고, 똑같은 낡은 비유와 밈으로 돌아가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좋아하는 말을 되풀이하고, 심지어 (실제로는 아니기를 바라지만) 내 우스개마저 반복한다는 느낌, 또는 생생한 두려움도 있다.<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247쪽.<br><br>​<br>​<br>떠남은 대개 도착에 이른다. 물론 한 번도 항구를 떠난 적이 없던 저 프랑스의 시적 몽상가들을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역, 버스 터미널, 공항에서 우리는 출발과 도착 알림판을 본다. 우리는 가고, 우리는 도착하고, 우리는 귀환에 나서고, 다시 집에 다다른다. 우리는 그런 타성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그런 궤도는 더 크고 더 모순된 구조 안에 놓여 있다. 우리 삶에서는 도착이 먼저 오고 떠남은 마지막에 온다. 도착으로 이어지지 않는 떠남이지만.<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215쪽.<br><br>​<br>​<br>책의 원문 제목을 확인했을 때, 사소한 의문이 있었다. 원문 제목은 'Departure(s)'다. 그저 출발, 떠남 정도를 의미할 뿐이다. 위의 문장에도 나오는 '공항'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 의문은 위 대목에 이르서야 해소되었다.&nbsp;<br>​<br>삶을 도착으로 시작해, 떠남으로 끝나는 과정으로 본 줄리언 반스는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인생을 소풍에 비유했던 시인처럼. 그러니 이 소설은 인생의 황혼기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될 것이다.<br>​<br><br>나 하늘로 돌아가리라<br>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br>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br>- 천상병, 「소풍」<br><br>​<br>​<br>작중 '진'의 입을 통해 줄리언 반스는 스스로를 '어쩔 도리가 없는 X 같은 소설가(117쪽)'라고 자조한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br>​<br><br>『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줄리언 반스만이 쓸 수 있는, 독자를 위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작별 인사다.<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434/78/cover150/k23213579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4347845</link></image></item><item><author>고전파</author><category>행복한 책읽기</category><title>김혜진, 『오직 그녀의 것』, 문학동네 / ‘햇살‘만이 오직 그녀의 것 - [오직 그녀의 것]</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66082</link><pubDate>Mon, 02 Feb 2026 14: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496129/170660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031546&TPaperId=170660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98/43/coveroff/k37203154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72031546&TPaperId=170660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직 그녀의 것</a><br/>김혜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09월<br/></td></tr></table><br/>'햇살'만이 오직 그녀의 것<br>김혜진 장편소설, 『오직 그녀의 것』, 문학동네<br><br>소설가 김혜진의 10번째 소설 『오직 그녀의 것』을 읽었다. 『오직 그녀의 것』은 주인공 '홍석주'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소설 말미에도 석주가 스스로 복기하듯이, "극적인 사건도, 놀라운 반전도 없는 서사. 개성도 매력도 없는 주인공이 완성해 나가고 있는 그 스토리"(263쪽)에 가깝다. 소설 전반을 훑어봐도, 그나마 드라마틱하고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결혼을 포기하는 지점" 정도만 꼽을 수 있다. (이것도 그저 물 흐르듯이 흘러가다보니 사실 그렇게 인상적인 사건이라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nbsp;<br>이러한 지점에서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를 연상시킨다. 이렇게 말해볼 수 있을까. 세상 사람들은 세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스토너』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 『스토너』를 읽었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 『스토너』를 읽고 인생책으로 꼽는 사람. 세상의 모든 책이 다 그렇겠지만, 『스토너』, 그리고 『오직 그녀의 것』과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책은 이런 호불호가 더 극명하게 갈리는 듯하다.<br>남들이 보기엔 의미도 없어보이고,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은 일에 두 소설의 주인공, 스토너와 석주는 강하게 매료된다. 그리고 끝내 한 번뿐인 삶을 그 일에 내던진다. 이들의 여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혼란에 빠진다. 이게 그럴 만한 일인가? 동의하는 사람은 주저없이 그 인물을 사랑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스토너』를 인생책으로 꼽는다. 하지만 끝끝내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책을 그저 지루한 책으로 여기게 된다.<br>​​<br>김혜진 작가의 소설 『오직 그녀의 것』은 추천사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lt;응답하라 1988&gt;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홍석주가 처음 편집일을 시작한 시기가 90년 대 어간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한 인물의 20대부터 60대까지 장장 40 여년을 차분히 조망해간다는 점에서 &lt;폭싹 속았수다&gt;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nbsp;<br>​<br>석주는 소심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다. 삶을 통틀어, 그녀답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첫시작이 '소설 창작수업'을 청강한 일이었다. 인기 수업인지라 들을 수 없게 되었는데, 석주는 무작정 교수를 찾아가 청강을 부탁한다. 처음에 거절했던 교수도 이내 석주에게서 무언가를 느낀 듯이 청강을 허락한다. 석주는 교수(를 비롯한 다른 선배 편집자들)의 호의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소설 말미에 깨닫는다. 이 수업이 종강하고 석주는 교수에게서 책을 한 권 받는다. 그리고 이 때 느낀 감정은 석주의 인생 항로를 완전히 바꾸어버린다.&nbsp;<br>​<br>​<br><br>창을 통과한 햇살이 푸르스름한 표지의 한 부분을 환하게 비추었다.<br>​<br>(중략)<br>​<br>추운 날씨였지만 한기를 느낄 수 없었다. 쌀쌀한 겨울의 정오 속에서 꺼지지 않는 어떤 강력한 온기를 손에 쥔 사람은 자신 하나뿐인 것 같았다.<br>25~27쪽<br>​<br>​<br>외부의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인물의 내면을 은근히 드러내는 기법은 현대 소설이라는 형식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직접적인 감정 표현에서 벗어나 은유적으로 인물을 보여줄 수 있는 세련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전위가 시간이 흐르면 그 빛이 퇴색하듯이, 이제는 다양한 도구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이다. 하지만 김혜진 작가는 이 소설에서 그 도구를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대변자로 삼은 듯하다. '햇살'은 홍석주의 인생 전반에 걸쳐 등장하면서, 석주가 겪는 희로애락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구절들.<br>​<br>​<br>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 오층짜리 건물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다. 건물이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듯한 그 찰나의 모습은 석주가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출근길에 꽤 적응한 뒤에도, 회사생활에 제법 익숙해진 뒤에도 처음 보는 것처럼 놀라운 데가 있었다.<br>39쪽.<br>​<br>​<br>식사를 시작할 떄엔 오기서의 검은 구두를 환하게 덮고 있던 햇살이 미세하게 거리 쪽으로 물러나고 있었다.<br>56쪽.<br>​<br>​<br>날이 개는 모양인지 가느다란 햇살이 책상 끄트머리에 걸려 있었다.<br>66쪽.<br>​<br>​<br>창을 통과한 햇살이 그의 구부정한 뒷모습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br>97쪽.<br>​<br>​<br>두 사람은 애매한 말들을 주고받다 아무런 소득 없이 카페를 나왔다. 오후의 강한 햇살이 두 사람 발밑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br>127쪽.<br>​<br>화창했던 날씨는 흐려졌고 오후가 되자 급격히 어두워졌다.<br>247쪽.<br>​<br>​<br>그녀는 창을 통과한 햇살이 조금씩 책상 안쪽으로 밀려드는 것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이윽고 햇살이 그녀가 검토중인 원고 뭉치의 모서리를 환하게 만들었다.<br>264쪽.<br>​<br>소설은 애써 석주와 거리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그녀를 관찰하는 카메라 렌즈가 되겠다는 듯이. '그녀'라는 호칭이 주는 다소 딱딱한 뉘앙스와 작가가 서술하는 석주의 내면은 어느 정도 정제된 언어와 표현들이다. 직접적이거나 절절하게 와닿지 않는다. 이 거리감이 소설 전반의 고요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거리감과 더불어 일견 평평해 보이는 서사는 때때로 독자로 하여금 몰입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석주라는 주어를 지워버린다면, 편집자의 에세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br>​<br>그래서 김혜진 작가는 '햇살'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석주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모든 걸 다 말해주는 것보다 햇살이 석주의 감정과 생각을 더 내밀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석주가 연애에서 삐걱거릴 때 그동안 자주 등장하던 햇살에 대한 묘사는 소거되어 있다. 그 연애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처럼 말이다.<br>​<br>​<br><br><br>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저 인생이 흘러 가는대로 사는 사람이 있다. 마음 가짐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인생은 너무 복잡하다. 인생을 긍정하는 정도의 차이쯤이라고 적어보고 싶다. 우리 앞에 놓은 삶은 석주처럼 오직 자신의 것을 획득해 내는 여정인지도 모른다.&nbsp;<br>​<br>대단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여정은 오직 석주에게 속한 것이었고 그녀만의 것이었다.<br>264쪽.<br><br>​<br>그렇다면, 무엇이 석주만의 것이었을까. 다 읽고나서 든 생각은 이렇다. 오직 햇살만이 그녀의 것이었다. 햇살이 석주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감정의 변화를 느낄 때마다 등장하는 점에서 유추해볼 수 있지만, 햇살이 가지는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햇살은 손에 쥘 수 없다, 당연하게도. 그리고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면 평소엔 잘 느끼기도 어렵다. 또한 누군가가 명확히 소유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같은 햇살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눈이 부셔서 짜증이 난다고 말할 것이고, 다른 이는 따뜻해서 사랑스럽다고 말할 것이다.&nbsp;<br>​<br>주어를 한 번 바꿔볼까. 햇살에서 문학으로.&nbsp;<br>문학은 누군가가 명확히 소유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같은 작품을 읽고도 서로 상반되는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석주는 그 햇살 같은 문학을 사랑했던 게 아닐까. 석주가 아래와 같은 사랑을 준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문학이었다.&nbsp;<br>​<br>세상보다 늦되고, 허무해보이기까지 하고, 자꾸 마음을 다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그 언저리에라도 있고 싶은 것. 그럼에도 그 곁에 머물고 싶어지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br>​<br>​<br>석주가 아는 사랑은 문학을 통해 배운 것이어서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했다. 그녀는 사랑이 한 사람의 삶을 전복시킬 수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지 못했다. 사랑은 그것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선택적으로 주어지는 특권 같았고, 허구의 형식 안에서만 존재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기도 했다.<br>144쪽.<br>그 무렵 석주는 자신의 취향을 조심스레 점검하기 시작했다. 규한과 비교하면 자신이 애정하는 글들은 어딘가 구태의연하고 무미건조해 보였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는 무관하게 늘 같은 자리에 머무는 듯했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런 고민이 조바심이 되고, 불안으로 번질 때도 있었다.<br>168쪽.<br>좋아하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밉고 싫고 그만두고 싶어도 꾸역꾸역해나가게 되거든요.예전에 제 사수가 그러더군요. 뭘 좋아한다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더 좋아하고 많이 좋아할수록 마음 다칠 일이 많다고.<br>253~254쪽.<br>​​<br>​<br>출판과 관련된 소설이다 보니 몇몇 현상을 포착한 문장들이 재미있었다.&nbsp;<br>​<br>​<br>어떤 독자들은 좀 늦게 오기도 해요.<br>132쪽.<br>​<br>저자의 손을 떠난 책은, 독자들의 내면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쓰이고 완성되어가는 듯했다.<br>187쪽<br>​<br>​<br>또한 작중 등장하는 에세이집 『내 마음의 지도를 따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언급하자 판매부수가 훌쩍 뛰는데, 인플루언서의 입김이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작금의 출판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끔 한다.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문장들이 매끄럽고 정갈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nbsp;<br>​<br>다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출판계가 지나온 역사에 정통한 이들이라면, 그다지 개의치 않을 수 있겠으나 일반 독자들에게는 '시간대'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려워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작중 저자 안정묵은 故 마광수 작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러한 일은 거진 20여 년 전의 일이었다. 물론, 한 편의 소설에서 한 사람의 40여 년의 여정을 담아내다보니 그랬을 거라 짐작은 하지만, 시간대가 너무 훅훅 넘어가 작중 인물이 속한 시간대가 어디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또한 종종 어느 대목은 너무 에세이 같기도 해서 소설을 읽는 것인지 에세이를 읽는 것인지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소설을 읽는 것과 에세이를 읽는 것은 독자가 바라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br>​<br>또한 평소에 오타에 대해서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데, 어쩐지 교정교열로 사회에 발을 디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오타를 발견하게 되니 더 눈에 띄는 기분이었다.<br>​<br>골목 안쪽에 차리한 두번째 가게 (169쪽)<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298/43/cover150/k37203154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298435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