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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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존(gray zone);

회색 지대 혹은 경계 영역.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 지대.

 

요즘 사는게 힘들어서 이 책을 펼쳐 보는 독자들이라면 만족할 만한 답변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위안을 받거나 동기부여의 팁을 주는 책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서가에서 찾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발달장애의 경계 혹은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특이하거나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다. 좋은 말로 하면 개성적이며 취향이 독특하다고도 볼 수 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 예민한 사람,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사람, 주위가 산만한 사람 등등....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 프란츠 카프카,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의 사례를 들며 울퉁불퉁한 성격을 가진 그들이 어떻게 뛰어난 업적을 이루게 되었는지 간단한 설명을 곁들인다.

현재 우리나라도 경계선 지능을 가진 느린 학습자, 성인 ADHD, 집착증과 고집증의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부터 인식되었던 발달 장애도 있고 새롭게 부각된 케이스도 있다.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로 교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가정과 직장, 지역사회의 배려와 인식의 변화도 동반되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지구에 사는 세계인구 80억명의 다양한 개성과 특징을 단 몇개 밖에 안되는 정신과적 진단명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는 것은 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최근 의학계에서는 발달장애를 신경다양성의 테두리안에서 이해하는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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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노우티 지음 / 북모먼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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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자기계발 관련 콘텐츠로 꽤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 같다. 저자 노우티가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필명은 아닌 것 같고 제작그룹의 브랜드일 걸로 추측한다. 5분 내외의 컨텐츠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이나 역사상 위인들의 지혜와 영감을 대중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것은 아주 영리한 전략이다. 우연히 알고리즘의 안내로 위인의 숨은 고민과 성공스토리를 보는 기분은 어쩌면 위안과 자신감이 결여된 우울한 밤에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호사일 것이다. 어떻게 내 기분을 알아 냈는 지 따뜻한 목소리와 생동감 넘치는 화면은 자연스럽게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게 하니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멈춰야 했다.

영상물과 출판물은 엄연한 차이를 갖는 매체다. SNS 누적 조회수 천만회는 대단한 일이긴 하다. 그런데 삼십만 독자의 열광적인 선택은 팩트인가? SNS '구독자'와 출판물의 '독자'는 구별해야 하지 않을까? 구독자 삼십만이 노우티의 출판물을 선택했다는 과장은 그냥 애교로 넘겨도 좋을까? 35명의 숨가뿐 명언 릴레이는 구독자가 아닌 독자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명언집과 에세이의 중간에서 방향을 못잡고 헤매는 상냥한 나레이션은 아무래도 유튜브에서 봐야 제맛이다. 좋은 콘텐츠가 좋은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마치 솜씨 좋은 우리 엄마 찜닭을 팔면 대박날거야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건 그렇고, 책 제목에 대한 대답은 이 짧은 글은 독후감이 아니라 서평이기에 후회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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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허한 울림
    from wmeb님의 서재 2023-09-07 17:25 
    일단 책의 분류가 아무리 봐도 인문학은 아닙니다. 기껏해야 수필, 실은 명언 또는 일화모음집에 가깝습니다.프롤로그와 에필로그만 봐도 문단의 구분이 불필요하게 많습니다. 글과 글 사이가 분절되어 있어 일관성도 떨어지고요. 특히 프롤로그는 그저 유명한 라틴어 격언의 나열이며, 주어,목적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결론적으로 말했을 때, 이 책은 내용에 충실한 책이 아니고, 일단 써 놓고 마케팅으로 밀어붙인 경우에 가깝습니다.책의 초반
 
 
 
갭 모티베이션 - 격차를 뛰어넘는 동기부여의 힘
호시 와타루 지음, 서희경 옮김 / 더퀘스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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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일본인 저자의 자기계발서를 접해 본다. 호시 와타루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나서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인생의 남은 시간을 모두 자신을 위해서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후 뇌과학, 인지심리학등을 배워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컨설팅과 강의로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영미권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문화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술술 잘 읽힌다.

모티베이션은 우리말로 의욕이다. 의욕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고 어려운 부분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런데 1365일 내내 의욕에 불타오르기도 힘들고 가능하지도 않다. 여기서 뇌과학의 도움을 받게 된다. 우리의 뇌는 체중의 2% 안팎에 불과하지만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에너지의 25%를 차지한다. 에너지 효율이 별로 좋지 않기에 뇌 스스로도 자구책을 가지고 있다. 바로 '새로운 일을 하지 않는다' '늘 하던 대로 한다'이다. 이렇게 게을러 터진 뇌를 깨우는 채찍은 무엇일까? 저자는 과거의 잘 나갔던 일을 끄집어 내는 '과거 기억'과 절실하게 이루고 싶은 '미래 기억'의 조합을 통해 뇌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기억이 선명하게 각인될 수록 뇌는 현실과 두 개의 기억의 갭을 메우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나게 되고 이후 자연스럽게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연비가 좋지 않은 뇌를 움직이는 방법은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목표를 기술적으로 조합해서 뇌가 '하던 대로 하던 상태'를 유지하게 하여 에너지를 덜 소모하면서 자연스럽게 갭을 메우는 노력을 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성공학이나 자기계발의 단골 주제이기에 조금 식상할 수도 있다. 이런 류의 책이 계속 나오고, 그것을 읽고 싶은 독자가 있다는 것은 목표를 향해 의욕적으로 접근해 나간다는 것이 보통사람에게는 여전히 고달프고 요원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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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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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처음 만났다. 박인환은 왜 하필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이야기해야 하고 그녀의 서러운 이야기를 왜 들어야만 했는 지, 한 잔의 술을 마시면서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 동양과 서양, 수십년간의 시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각 세계1차대전과 한국전쟁을 겪었던 두 예술가의 마음에는 공통적으로 격변의 시기에서 느꼈던 불안과 허무가 짙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숨막히는 빅토리아 시대의 봉건적 억압에 좌절하며 주류인 남성적 문학관과는 달리 상상력을 발휘한 관념과 몽환의 이미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이 소설집에 담긴 단편을 보면 마치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들판과 호수와 창문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기승전결의 플롯을 무시하며 느낌과 요구에 따라 이미지가 펼쳐진다. 불과 100년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그 시대의 재기발랄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당시 유행했던 남성 예술가의 창조의 원천인 '뮤즈'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이 소설에는 남성의 보조적 창작자가 아니라 주체적인 관념과 여성만의 예술을 창조하려 했던 20세기 초 원조 페미니스트의 실험정신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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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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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오늘밤은 코노지에서> <고독한 미식가> 등 음식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의 일본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서로 뜻하지 않았던 위로와 용기를 주고 받는다는 설정인데 이 소설도 이런류의 포맷을 차용했다.

보육원 출신의 홍채이색증이라는 일명 '오드아이'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자 주인공 용찬. 그녀는 어릴 때 부터 이 핸디캡으로 괴로워했으며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성장한 지금도 여전히 단절된 일상을 사는 인물이다. 우연히 밤늦게 찾게 된 심심포차. 마음을 살피는 포차라는 의미심장한 상호를 가진 이 가게는 전직 검사출신의 서프로가 폐업 일주일을 앞두고 운영하고 있다. 전현직 검사, 경찰들이 단골인 이 가게는 그들의 사건이야기로 매일밤 흥미진진해진다.

일인칭 시점인 탓에 포차에서 듣는 타인의 사건 이야기는 주로 '엿듣기'에 의존한다. 인정많은 주인장과 손님 덕분에 제한적으로 대화에도 참여하게 되지만 대여섯건의 사건을 '엿듣기'로 진행하는 것은 독자로서 조금은 피곤하다. 또한 자신의 오래된 핸디캡과 해킹 혐의로 괴로워하는 용찬이 투신 직전에 서프로를 만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하고 포차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조금은 평면적이라서 싱겁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그렇구나, 혹은 그럴만했어라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작가의 펜은 그래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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