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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 백시종 연작장편소설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23년 10월
평점 :
어릴적 할머니는 옛날에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했다. 쓱쓱 비벼서 나물밥을 먹었고 곰삭은 된장에 찍어 먹던 고추가 어쩜 그리 맛났는 지 모른다고 했다. 동네 아이들과 같이 먹었고 시집와서는 부뚜막에 서서 먹었다. 그당시 거칠고 흔해 빠진 먹거리는 그 시절을 박제한 아련한 추억이 됐다. 입맛을 다시던 늙은 입술은 연신 맛있었어라고 말하지만 막상 침은 고이지 않는다.
여든을 넘긴 노작가는 음식에 기대어 옛날을 회상하기로 한다. 중편 분량 소설은 음식소재가 이어져 연작의 모양을 이뤘다. 한국전쟁 전후 이념대립으로 분열된 나라, 군사정권의 권위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국민은 힘없고 배고픈 존재일뿐이었다. 권리와 의무가 유예된 살벌한 시대에도 먹어야 살고, 살기 위해 먹었다. 어머니가 혹은 누나가, 친구 엄마가 밥을 주고 반찬을 덜어주며 위로를 주고 받았다. 사람의 미각과 후각은 오래 간다. 어릴 적 먹고 맡았던 음식은 장기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언뜻 다시금 접하게 되면 그와 연관된 장면과 추억이 줄줄이 달려 나오기 마련이다. 노작가는 주린 배를 채웠던 그 시절이 부끄럽다. 너무 가난해서 배고팠고 그 가난 때문에 먹지 못한 것과 먹은 것들이 생각나서 아쉬웠다. 지금 풍요의 시대에 되돌아본 그때의 먹거리와 사람들은 현재 그를 이룬 피와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