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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포차 심심 사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0
홍선주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4월
평점 :

<심야식당> <오늘밤은 코노지에서> <고독한 미식가> 등 음식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의 일본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서로 뜻하지 않았던 위로와 용기를 주고 받는다는 설정인데 이 소설도 이런류의 포맷을 차용했다.
보육원 출신의 홍채이색증이라는 일명 '오드아이'를 선천적으로 타고난 여자 주인공 용찬. 그녀는 어릴 때 부터 이 핸디캡으로 괴로워했으며 유능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성장한 지금도 여전히 단절된 일상을 사는 인물이다. 우연히 밤늦게 찾게 된 심심포차. 마음을 살피는 포차라는 의미심장한 상호를 가진 이 가게는 전직 검사출신의 서프로가 폐업 일주일을 앞두고 운영하고 있다. 전현직 검사, 경찰들이 단골인 이 가게는 그들의 사건이야기로 매일밤 흥미진진해진다.
일인칭 시점인 탓에 포차에서 듣는 타인의 사건 이야기는 주로 '엿듣기'에 의존한다. 인정많은 주인장과 손님 덕분에 제한적으로 대화에도 참여하게 되지만 대여섯건의 사건을 '엿듣기'로 진행하는 것은 독자로서 조금은 피곤하다. 또한 자신의 오래된 핸디캡과 해킹 혐의로 괴로워하는 용찬이 투신 직전에 서프로를 만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부족하고 포차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조금은 평면적이라서 싱겁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그렇구나, 혹은 그럴만했어라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작가의 펜은 그래서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