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1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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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작가든 늘 기발한 아이디어로 글을 써서 그저 놀랍기만 하다..
천운영..이 작가 또한 등장인물이 평범치만은 않다...
[잘가라 서커스]를 읽은 적이 있다.. 주변 사람들한테 추천을 할 정도로 기발한 이야기를 썼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책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입했는지도 모른다..
이 작가를 좋아하긴 하지만..소설집은 왠지 끌리지 않았었는데..다행히도(?) 장편소설이 나왔다..^^ 

 생강..결코 쉽게 좋아지지 않는 그 알싸한 맛을 참 잘 표현한것 같다..
고문기술자인 아버지를 둔 '선'..그리고 그 고문기술자인 아버지로부터 고문을 받았던 한 남자..그 둘의 대화에 생강이 나온다..
고문기술자였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사왔던 선베이 과자엔 생강과자가 포함되어있었고...아버지는 잠이 덜 깬 채 과자를 먹는 딸 '선'입에 생강과자를 넣음으로서 잠을 깨웠었다.
'선'"** 난 생강과자가 싫어요. 설탕을 잔뜩 입혀서 달기만 할 거 같은데 먹어보면 쓰거든요.**" 라고 말하고
남자"** 김치에는 생강이 꼭 들어가야 해. 생강이라면 다 좋아. 생강절임 생강차 생강과자.****그게 생강과자의 맛이지. 쌉쌀한 단맛.달달한 쓴맛." <----(P.228) 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고문기술자 안과 그의 딸 '선'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시작은 고문하는 장면부터다. 고문하는 장면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쫙쫙 돋는 기분이 들었다.어찌나 자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는지...(이런 장면들은 이상하게 머릿속으로 상상까지 하면서 읽게된다.)
물고문 전기고문 관절꺾기의 명수.장의사집 둘째 주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고문기술자 안..그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잠적을 하게 되고..그 잠적 장소는 그의 딸 '선'의 다락방이 되고 만다..
3년이라는 세월만 보내게 될줄 알았던 그 다락방에서의 생활은 자그만치 10년 11개월이 되고만다.
다락방생활을 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수발을 들기 위해 다락방이 딸린 그 방에서 생활하게 된 딸..그 둘의 갈등에서 부녀지간의 애증관계를 살짝 엿볼수도 있다.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보진 못했지만..나의 아버지가 다락방에서 그런 생활을 한다면..난..신고할지도 모른다.ㅡㅡ;;)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의 '생강'처럼 큰 효과는 없었지만 고문기술자라는 소재에서 만큼은 신선했고 신선했던만큼 끌렸던 건 사실이다.
딸 '선'의 부분은 긴장감도 좀 있고 따라가기 쉬웠던 반면, 아버지 부분은 그녀부분과는 달리 좀 지루하고 느슨한 느낌이었달까?...좀 미적지근한 느낌이었지만.........그래도 대체로 만족이다...별 네개로는 부족하고 다섯개는 많은..

 P. 043....웃음과 그늘 사이의 간극이 빛과 어둠처럼 극명하게 느껴진다. 빛이 만들어낸 그늘과 미소가 만들어낸 그림자 중에 어느 것이 엄마 것인지 모르겠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닌 것 같다.

 P. 094....하아, 옅은 숨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미로운 떨림. 귀를 뚫었던 날처럼. 만두 김을 쐴 때처럼. 한숨과 함께 새어나오는 몸의 떨림. 젖을 물고 힘차게 입을 놀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 잠에 곯아떨어질 때의 감미로운 경련 같은 것. 바르르 떨리는 몸의 휘파람 소리. 미세한 떨림을 동반한 그 옅은 숨소리. 내 몸에서 나온 소리. 그리고 쿵쿵쿵. 심장뛰는소리.

 P. 102....저들은 먹잇감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배가 부르고, 날아드는 돌멩이에 위협을 느끼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하다. 그리고 나는 볕을 쬐고 앉은 까마귀들에게 시샘을 느낄 만큼 비루하다. 그저 볕을 쬐고 있을 뿐인 까마귀들에게조차 위협을 느낄 만큼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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