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감튀 (감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책읽는 감튀입니다. 🍟🍟🍟🍟🍟🍟🍟🍟🍟</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Fri, 07 Aug 2026 11:50:03 +0900</lastBuildDate><image><title>감튀</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16633265_639195638375550925.png</url><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감튀</description></image><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썸타는 미술관 - [썸타는 미술관 - 그림과 연애하듯 살아가다, 감상X데이트코스X아트테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704</link><pubDate>Fri, 07 Aug 2026 01: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7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7854&TPaperId=174367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70/78/coveroff/k53213785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7854&TPaperId=174367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썸타는 미술관 - 그림과 연애하듯 살아가다, 감상X데이트코스X아트테크</a><br/>김용임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05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표지를 먼저 봤습니다. 연분홍 바탕에 파스텔톤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앞을 검은 옷차림의 남녀가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지나갑니다. 도시는 납작한 일러스트인데 두 사람만 유화 질감으로 얹혀 있어서 눈이 자꾸 그쪽으로 갑니다. &lt;썸타는 미술관&gt;이라는 가벼운 제목과 정통 회화가 한 화면에 놓인 셈인데, 이 조합이 책의 성격을 미리 일러주더군요. 미술관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대신 걸어 들어가 볼 만한 거리로 낮춰 놓겠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br>지은이는 아트디렉터 김용임 씨입니다. 기업 비서실에서 최연소 팀장으로 일하다 그림 한 점을 만난 뒤 인생의 방향을 튼 분이라고 해요. 목차부터 미술관 구조를 그대로 빌려 왔습니다. 상설관에서 긴장을 풀어주고, 제1관에서 감정으로 그림을 만나고, 제2관에서 혼자 서는 시간을 다루고, 제4관과 제5관에서 예술가의 사랑과 명화 속 관계를 살핍니다. 뒤쪽 특별관은 국내 미술관 데이트 코스, 별관은 아트테크 정보로 방향을 틀고요. 판형과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며칠에 걸쳐 편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br>가장 오래 붙들려 있던 곳은 제2관이었어요. 도입에서 중국 경극의 변검을 끌어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을 바꿔 쓰며 산다는 이야기인데, 회사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친구와 가족 앞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범위를 넓히더군요. 돈 잘 버는 아빠, 다정한 엄마, 말 잘 듣는 자녀 같은 기대를 예로 들면서 저자 스스로 상투적인 표현이라고 먼저 인정하고 들어갑니다. 그 솔직함 덕에 방어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어요. 이어지는 문장이 이랬습니다.<br>"나에게 가장 무심한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일 때가 있다"<br>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몰라서라는 말이 뒤에 붙습니다. 마흔 후반쯤 되면 자기 관리라는 말을 건강검진 결과지로만 이해하게 되는데, 이 대목은 다른 쪽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저자는 외로움과 고독을 갈라놓습니다. 외로움은 연결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결핍이고, 고독은 스스로 고른 관계의 거리두기라는 겁니다. 앞엣것은 타율적이고 뒤엣것은 자율적이라고 정리한 뒤, 고독이 필요할 때 미술관이 최적의 장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해요. 감춰진 나와 만나고 싶을 때 그곳으로 가라는 문장으로 챕터가 닫히는데, 함께 실린 워터하우스의 그림에서 프시케가 여는 황금 상자와 겹쳐 놓으니 뜻이 분명해집니다.<br>같은 관 뒤쪽에는 김환기의 점화가 나옵니다. 이 챕터는 저자가 겪은 두 번의 이별을 먼저 꺼내 놓아요. 오랜 이웃이자 인생 선배였던 분의 부고를 받고, 퇴원하면 콩국수를 사드리려 했는데 그날은 오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개인전에 못 갔다고 송구해하는 저자에게 인연이 될 때 만나면 된다고 답했던 화가와도 그렇게 헤어졌고요. 시간 날 때 보지요, 라는 흔한 인사가 이렇게 무거워질 수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 다음 검은 화면 위를 지나가는 선들을 두고, 평행하던 선이 다른 선과 만났다가 제 갈 길을 가는 그 스침과 헤어짐이 격조 있는 질서를 만든다고 읽어냅니다. 마지막 두 문장이 오래 남았어요.<br>"애도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는 아직이다."<br>제5관에서는 호퍼의 &lt;룸 인 뉴욕&gt;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거실에 앉은 남녀가 나오는데 남자는 신문에 붙어 있고 여자는 건반에 손가락만 얹고 있어요. 저자는 이 장면을 두고 침묵에 여러 얼굴이 있다고 말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편안한 친밀함일 때가 있고, 생각을 정리하려는 잠깐의 고요일 때가 있으며,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는 자존심일 때도 있다는 겁니다. 최악은 무관심이나 단절로 대화를 접어버린 상태고요. 이 분류가 이 책에서 제일 쓸모 있었습니다.<br>다만 여기서 조금 아쉬웠어요. 침묵의 층위를 그렇게 세심하게 나눠 놓고서도 결론은 냉각된 관계 쪽으로 비교적 빠르게 되돌아갑니다. 저자 본인도 두 사람이 외출을 앞두고 잠시 앉아 있는 것일 수 있다고 열어 놓았으면서 말이죠. 오래 산 사이의 침묵에는 편안한 쪽도 분명히 있는데, 그 얼굴 앞에 조금 더 머물러 줬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이건 화가의 의도와는 별개로 읽는 사람의 사정이 개입한 감상일 겁니다.<br>이어지는 곤살레스-토레스의 &lt;제목 없음, 완벽한 연인&gt;이 그 아쉬움을 얼마간 메워줬어요. 똑같이 맞춰 놓은 벽시계 두 개를 나란히 걸어둔 작품입니다. 처음엔 같은 시간을 가리키지만 하나가 빨라지고 하나가 느려지면서 결국 어긋나요. 저자는 사랑이 차이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씁니다. 완벽한 연인이라는 제목이 역설이라는 설명도 덧붙이고요. 도판 속 두 시계는 아직 거의 같은 자리에 있는데, 오른쪽 초침만 아주 조금 앞서 있습니다. 사진은 한 순간에 멈춰 있으니 어긋나는 과정 자체는 실물 앞에서만 볼 수 있겠더군요.<br>뒤쪽 별관은 결이 확 달라집니다. 아트테크 기본 상식을 다루는데, 시장 흐름을 태동기와 폭발기, 조정기로 나눈 뒤 지금을 재편기라 부르며 진짜들만 남은 생존자 리그라고 표현해요.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냉정하게 보는 시선이라 믿음이 갔습니다. 그런데 인기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 미술품은 가치가 내려가는 일이 없다는 문장이 슬쩍 들어가 있어요. 바로 앞에서 경기침체로 구조 조정을 겪었다고 써놓고, 몇 줄 아래 리스크 항목에서는 잘못 접근하면 자금이 묶이거나 손실이 난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낀 이 단정만 홀로 붕 떠 있습니다. 투자 이야기는 제 몫이 아니라 판단은 접어두더라도, 나머지 서술이 워낙 조심스러워서 이 한 줄이 더 눈에 걸렸어요. 초보 컬렉터를 향한 마지막 조언이 숫자만 보면 피로해진다는 말이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애정이 곧 정보력이라는 문장 쪽이 이 책의 본심에 가까울 겁니다.<br>읽는 동안 미술 지식이 늘었다기보다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다시 보였다는 쪽이 정직한 소감이에요. 다만 혼잡을 피해 평일 오전에 가라는 조언은 두 군데에서 반복되는데, 주중에 묶여 있는 처지에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폐장 한두 시간 전이라는 대안이 함께 적혀 있어서 그 문장을 접어 두었습니다. 미술이 낯설어 입구에서 망설여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첫 장부터 편하게 들어갈 수 있을 테고, 오래 함께 산 사람과 말수가 줄었다고 느끼는 이에게는 호퍼와 두 시계 이야기가 다르게 읽힐 겁니다.<br>입추이자 8월의 한복판입니다. 밖에 십 분만 서 있어도 셔츠가 젖는 날씨인데, 이런 때야말로 서늘하게 관리되는 전시장이 고마운 계절이지요. 더위가 물러갈 즈음 가까운 미술관 한 곳쯤 다녀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여도 괜찮고, 오래된 사람과 나란히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표지 속 두 사람처럼 우산 하나 나눠 쓰고 말이죠.<br>그림 앞에서 어색했던 마음을 풀어주고, 혼자와 함께 사이의 거리를 다시 재보게 하는 미술관 안내서.<br>#썸타는미술관 #김용임 #책이라는신화 #북유럽카페 #서평단 #미술에세이 #미술관가이드 #교양미술 #인문교양 #그림감상 #김환기 #에드워드호퍼 #룸인뉴욕 #워터하우스 #곤살레스토레스 #미술관데이트 #아트테크 #40대독서 #독서기록 #네이버블로그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070/78/cover150/k53213785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070786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를 세우는 고전 12권 - [나를 세우는 고전 12권 - 고전이 가르쳐준 리더의 자기 경영 법칙, 나의 존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695</link><pubDate>Fri, 07 Aug 2026 01: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6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7743740&TPaperId=17436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1/52/coveroff/899774374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7743740&TPaperId=174366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를 세우는 고전 12권 - 고전이 가르쳐준 리더의 자기 경영 법칙, 나의 존엄</a><br/>노진화 지음 / 진성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미색 바탕에 세피아 한 가지 색으로만 그려진 표지였습니다. 쌓아 올린 책 더미 위에 혼천의와 지구본이 놓이고, 그 둘레를 궤도선이 돌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강한 색이나 큰 약속 같은 것이 없어서, 오히려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표지였어요. 고서 느낌의 테두리 안에 붓글씨 같은 굵은 제목이 앉아 있는 모양새가 이 책의 태도를 미리 알려주는 듯했습니다.<br>&lt;나를 세우는 고전 12권&gt;은 노진화 저자가 카프카부터 스타인벡까지 열두 편의 고전을 오늘의 자기경영 언어로 옮긴 책입니다. 20년간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기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력이 곳곳에서 드러나요. 작가와 시대는 필요한 만큼만, 줄거리는 뼈대만 남기고, 곧장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넘어옵니다. 고전 해설서를 기대하고 펼치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습니다.<br>첫 장이 카프카의 &lt;변신&gt;입니다. 벌레로 변한 아침에 그레고르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걱정이 기차를 놓쳤다는 사실이었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저자는 산업화기 유럽의 공장과 기차, 채플린의 &lt;모던 타임즈&gt; 속 톱니바퀴로 시야를 넓혔다가, 다시 소설 안쪽으로 돌아옵니다. 그러고는 소설에서 이런 대목을 끌어옵니다.<br>"나의 양친 때문에 참고 있으나,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래전에 벌써 그만두었을 것이다."<br>아버지의 빚이 족쇄가 되어 그만두겠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었던 사람의 말입니다. 저자는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뒤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씁니다. 그 문장 앞에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br>이 장에서 오래 남은 건 소외를 정의하는 방식이었어요. 소외의 가장 잔인한 형태는 추방이 아니라 봉인이라는 것.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레고르는 가족의 명단에서 지워지고, 그가 없어도 집안의 일상은 그럭저럭 굴러갑니다. 방문 밖이 오히려 분주해진다는 서술이 특히 서늘했습니다.<br>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화살을 바깥으로만 돌리지 않습니다. 가장 깊은 소외는 내면에 있고, 타인의 잣대를 받아들여 스스로를 쓸모로만 평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다고 못을 박아요. 조직이 사람을 벌레로 만들기 전에 제가 먼저 저를 벌레로 만든다는 문장이 이 장의 마침점입니다. 장 끝에 놓인 '리더의 노트'도 같은 자리를 짚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숫자로 점수 매겨진다고 느끼는 순간 딱 그 숫자만큼만 일하게 되고, 효율로만 사람을 재는 조직이 결국 가장 비효율적이 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요. 관리자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이 짧은 박스에서 한 번 멈추게 될 겁니다.<br>다섯 번째 장은 빅터 프랭클의 &lt;죽음의 수용소에서&gt;입니다. 1941년에 미국 비자를 받고도 늙은 부모를 두고 갈 수 없어 떠나지 않았다는 한 문단이 이 장 전체의 무게를 지탱합니다. 이듬해 가족과 함께 끌려가 네 곳의 수용소에서 3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부모와 아내와 형을 잃었어요. 수감번호 119104번.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고, 벌거벗은 실존만 남았다고 책은 적습니다.<br>이 대목을 읽다 보면 앞 장의 그레고르가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쓸모가 다한 자리에서 사람이 어떻게 치워지는지를 두 텍스트가 다른 각도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br>그런데 프랭클이 목격한 것은 붕괴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한 번 지급되는 빵 한 조각을 더 약한 이에게 양보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 굶주린 몸으로 막사 한쪽에서 노래하고 시를 읊던 밤의 기록이 함께 남아 있어요. 저자는 그것을 오락이 아니라 인간임을 확인하는 의식이었다고 읽습니다. 해방 이후에 대한 서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풀려난 생존자들이 먼저 마주한 것은 기쁨이 아니라 환멸이었고, 돌아갈 집에는 가족이 없었으며, 세상은 이제 그만 잊고 살라고 말했다는 것. 세상의 무관심이 가장 잔인한 폭력이었다는 문장이 담담해서 더 아팠어요.<br>복수하려는 생존자들 앞에서 프랭클이 남긴 말이 이 장의 정점입니다.<br>"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견뎌온 것인데, 이제 와서 짐승이 될 수는 없다."<br>여기 붙은 '리더의 노트'가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한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리더가 해야 할 일은 힘내자는 구호가 아니라, 함께 그 시간을 보내고 먹고 마시며 옆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라고 저자는 씁니다. 어떤 처방보다 실행하기 어려운 조언이지요.<br>열 번째 장의 &lt;동물농장&gt;은 결이 또 다릅니다. 저자의 관심은 권력을 쥔 돼지들보다 그 아래 있던 이들에게 가 있어요. 특히 말 복서입니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풍차 건설에 매진했고, 다른 동물들이 지쳐 쓰러질 때도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한마디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존재. 그의 좌우명은 나폴레옹은 항상 옳다였고, 성실함만이 그의 언어였습니다. 그리고 늙어 일할 수 없게 되자 도살장으로 팔려갑니다. 마차에는 도축업자라고 적혀 있었고요. 선전 담당 스퀼러의 발표는 이랬습니다.<br>"복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평화롭게 숨을 거두었다"<br>동물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 말을 믿었습니다. 저자는 조직을 무너뜨리는 것이 대개 불복이 아니라 복종이라고 정리하고, 무지와 냉소와 방관이 결합될 때 권력자가 더 큰 자유를 얻는다고 덧붙여요. 밀그램 실험을 2017년에 폴란드 연구팀이 다시 해봤더니 참가자의 약 90퍼센트가 마지막 단계까지 버튼을 눌렀다는 대목에서는 이 이야기를 옛날이야기로 밀어둘 수 없게 됩니다. 배급 축소를 조정이라 부르고 굶주림을 희생으로 포장하는 언어의 기술을 짚는 부분도 오래 남았습니다. 실패한 결정이 원래 그럴 계획이었다로 고쳐 쓰이고 떠난 사람의 기여가 조용히 지워지는 풍경은, 어느 조직에나 조금씩 있으니까요.<br>다만 읽으면서 한 군데 걸리는 데가 있었습니다. 저자는 복서를 질문이 없는 인물로 그립니다. 의심이란 없었고 오직 성실함만이 그의 언어였다고요. 그런데 같은 장 안에, 복서가 스노볼은 외양간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웠다고 말했다가 무시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옵니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한 번은 입 밖에 냈던 셈이지요. 저자가 이 대목을 따로 짚지 않고 지나가는 게 아쉬웠어요. 물음이 아예 없던 사람과, 물었으나 묵살당한 뒤 다시는 묻지 않게 된 사람은 다르니까요. 후자 쪽이라면 그 침묵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물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여백을 남겨두는 게 이 책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남기겠다고 머리말에서부터 밝히고 있으니까요.<br>책 전체를 놓고 보면 열두 편이 저마다 다른 각도에서 같은 물음을 반복합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서 있는가. 그리고 저자가 내놓는 실마리는 거창하지 않아요. 정말 그런가라고 한 번 더 따져 묻는 힘, 그 한 문장입니다. AI가 판단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금, 판단은 위임할 수 있어도 책임은 위임할 수 없다는 이 책의 문장이 유난히 또렷하게 읽히더군요.<br>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만났습니다. 서평단 활동을 하다 보면 읽고 덮으면 끝인 도서도 있고, 읽는 속도가 자꾸 느려지는 도서도 있는데 이 한 권은 후자였어요. 각 장 끝의 '사유의 질문' 네 개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함과 성과를 빼고 나의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같은 물음 앞에서는 답을 적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팀 단위로 함께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고요. 고전을 처음 펼치는 분에게는 부담 없는 입구가 되어줄 것 같습니다. 이미 읽은 분이라면 익숙한 인물이 전혀 다른 각도로 서 있는 걸 보게 될 거예요. 무엇보다 요즘 자기 자리가 흔들린다고 느끼는 분들께 조용히 건네고 싶은 도서입니다.<br>내일이 입추라는데 더위는 아직 한창입니다. 이런 계절에는 두꺼운 책이 잘 넘어가지 않는데, 이 한 권은 장마다 끊어 읽기 좋게 짜여 있어 한 장씩 천천히 읽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독서였어요. 매미 소리가 잦아들 무렵이면 아마 두 번째 권이 나오지 않을까 기다려집니다.<br>쓸모로 자신을 증명해온 사람에게, 열두 편의 고전이 그 아래에서도 남는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묻는 안내서.<br>#나를세우는고전12권 #노진화 #진성북스 #리더의서재 #나의존엄 #고전읽기 #인문경영 #자기경영 #리더십도서 #서평단 #북유럽카페 #카프카변신 #죽음의수용소에서 #빅터프랭클 #동물농장 #조지오웰 #직장인추천도서 #독서모임추천 #AI시대인문학 #40대독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31/52/cover150/899774374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31521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트라이앵글 독서법 - [트라이앵글 독서법 - 누구나 독서 고수가 되는 3단계 읽기 혁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140</link><pubDate>Thu, 06 Aug 2026 2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14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9511&TPaperId=1743614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7/60/coveroff/k17213951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9511&TPaperId=1743614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트라이앵글 독서법 - 누구나 독서 고수가 되는 3단계 읽기 혁명</a><br/>김미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06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책을 받았을 때 봉투가 하나 더 들어 있었습니다. 빨간 봉투 안에 저자가 손으로 쓴 편지가 접혀 있었고, 표지를 열어 보니 사인도 있었어요.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받아봤지만 이렇게 정성이 담겨 온 경우는 드물어서 봉투를 한동안 들여다봤습니다. 편지에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대한민국 전역에 가득해지기를 바란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인쇄된 홍보 문구로 만났다면 그냥 지나쳤을 말이 손글씨로 오니 다르게 읽혔습니다.<br>표지는 편지와 결이 사뭇 다릅니다. 채도 높은 노랑 위에 굵은 검정 제목이 정면으로 서 있고, 한가운데 여러 겹으로 포개진 삼각형이 분홍에서 초록으로 번져 나갑니다. 아래 검정 띠에는 빠르게 읽고, 쉽게 이해하고, 강력하게 기억하라는 문장이 박혀 있고요. 솔직히 처음엔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속독을 내세운 자기계발서는 대체로 사람을 다그치는 쪽이라, 펼치기도 전에 뒤로 물러서게 되거든요. 그런데 &lt;트라이앵글 독서법&gt;은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힘을 뺐습니다.<br>편지에 3단계를 꼭 적용해서 읽어달라는 당부가 있어서 그대로 따라 해봤어요. 1초에 1페이지씩 넘기는 워밍업은 처음엔 영 어색했습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이걸 왜 하나 싶었고요. 그런데 몇 차례 반복하니 이상하게 손이 가벼워졌습니다. 지금은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미리 정해두니 진도에 대한 압박이 사라지더군요. 2단계에서 핵심 단서에 동그라미를 치며 읽을 때는 눈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감각이 있었고, 3단계에서 동그라미만 따라 다시 볼 때 앞에서 흐릿했던 문장이 조금 또렷해졌습니다. 각 단계를 세 번씩 돌린다는 구체적인 방식은 본문에 들어가서야 알게 됐습니다.<br>4장은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다정한 대목입니다. 이해가 안 되면 넘어가면 안 된다는 믿음, 저자는 그것이 우리를 책에서 멀어지게 만든 가장 큰 착각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한 문장이 막히면 거기 멈춰 서고, 그러다 이 책은 나에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고, 결국 덮어버린다는 설명은 제 경험과 거의 그대로 겹쳤습니다. 책장 한쪽에 앞부분만 손때가 묻은 채로 꽂혀 있는 책들이 떠올랐고요.<br>"이해는 선행 조건이 아니라 결과다."<br>이 진단이 위로가 되는 까닭은 책임의 방향을 옮겨놓기 때문입니다. 못 읽은 이유를 개인의 끈기에서 찾지 않고 방법의 문제로 돌려주니까요. 저자는 반복이 이해를 만든다고 말하면서, 억지로 짜낸 이해와 반복이 선물처럼 데려다주는 이해를 구분합니다. 맥락 없이 붙잡은 부분적 이해는 파편 한 조각일 뿐이라는 말도 함께 놓여 있는데, 나무를 들여다보느라 숲에서 길을 잃는다는 비유가 표지 문구와 정확히 맞물립니다. 숲에서 나무로, 그리고 다시 숲으로. 그 한 줄이 전체 설계도였다는 사실을 여기서 알았습니다.<br>7장은 성격이 또 다릅니다. 금을 팔아 책을 사라는 제목부터 기세가 셉니다. 한 권씩 사지 말고 열 권을 함께 사라, 올해 열 권을 읽겠다면 백 권을 사라, 백 권이 목표라면 천 권을 사라. 읽는 속도로 밀어붙이던 목소리가 여기서는 사들이는 규모로 옮겨 갑니다.<br>이 대목에서는 저도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저자가 그 무게를 모르지는 않아요. 뒤에 붙은 문답에서 열 권을 한꺼번에 사는 일이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만만치 않다는 질문을 직접 받아, 새로운 항구로 떠나는 항해에 비용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하거든요. 열 권 중 한 권이라도 나를 끌고 가는 밧줄이 되어준다는 대답에는 수긍이 갑니다. 다만 그 답이 도착하는 곳은 결국 마음가짐이라, 책을 둘 공간이 넉넉지 않은 살림이나 매달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움직이는 형편에는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이 남습니다. 저는 이 장을 읽으면서 동네 도서관과 중고서점을 함께 떠올렸어요. 열 권을 모두 소유하지 않더라도 같은 주제로 여러 저자를 나란히 놓아보는 시도는 해볼 수 있으니까요. 저자가 짚은 핵심도 소유의 규모보다는 한 사람의 관점에 갇히지 않는 데 있다고 저는 읽었습니다.<br>같은 장에서 뜻밖에 마음이 풀린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사들인 책을 책상에도 거실에도 침대 머리맡에도 쌓아두고, 눈에 거슬리고 발에 걸리게 하라는 권유예요. 작정하고 읽지 않아도 되고 지나다 제목만 힐끗 봐도 된다고 합니다. 펼치지 않은 채 쌓아두기만 해도 제목이 신호를 보내고, 언젠가 그 신호가 책장을 열게 만든다는 것이죠. 사둔 책이 밀려 있어 새 책 앞에서 괜히 미안해지는 사람에게 이건 꽤 큰 사면입니다. 앞에서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짐을 덜어주더니, 여기서는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의무까지 풀어주는 셈이에요. 열 권이 서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질문이 다른 책의 답이 되고, 그렇게 책들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순간을 독서의 네트워크라고 부르는 설명도 오래 남았습니다.<br>목소리가 가장 낮아지는 곳은 장 사이에 끼어 있는 문답 코너입니다. 본문이 선언에 가깝다면 이쪽은 저자가 존댓말로 조용히 건네는 이야기예요. 같은 분야 열 권을 어떤 비율로 채우면 되느냐는 질문에, 입문서 몇 권 전문서 몇 권 하는 식의 공식 대신 자기 삶에서 지금 채워야 할 결핍을 먼저 분석한다고 답합니다. 손에 잡히는 배분표를 기대한 독자라면 다소 허전할 수도 있는 답변인데, 뒤에 이어지는 문장 때문에 이 코너를 몇 번이나 다시 봤습니다.<br>"저의 책 읽기는 생존 독서입니다."<br>읽고 싶은 책이나 베스트셀러에는 눈을 돌리지 못한 채 생업에 맞춘 읽기를 해왔다고, 좋아하는 소설이나 시는 육십 대부터 읽을 생각이라고 저자는 적어두었습니다. 지금은 시를 조금씩 낭독하고 외우는 중이라고요. 삼십 년을 현장에서 버틴 이력이 성취의 목록이 아닌 미뤄둔 것들의 목록으로 적혀 있는 걸 보면서, 이 안내서가 왜 이렇게 급하게 등을 미는지 짐작이 갔습니다. 필요한 것만 읽어온 세월을 가진 사람의 말이라 그렇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튼튼한 울타리도, 변함없이 지지해 준 친구도, 앞으로 나아갈 때 켜져 있던 신호등도 책이었다는 문장이 과장 없이 들렸어요.<br>7장 중간의 사진 페이지에는 헤르만 헤세의 말이 놓여 있습니다. 책 자체가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도와준다는 문장인데, 금을 팔아서라도 책을 사라는 선언 바로 곁에 이 말이 배치된 것이 좋았습니다. 결국 이 한 권이 세는 대상은 권수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혔거든요.<br>다 읽고 나서 편지를 다시 펼쳐 봤습니다. 마지막 바람이 학교 쪽을 향해 있더군요. 교실에서 종이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를, 책 읽기가 어려운 누군가에게 이 방법이 하나의 기술이 되기를. 부록에 태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로드맵과 워크시트가 붙은 이유가 그제야 이해됐습니다. 저자가 그리는 그림은 독서 고수 몇 사람의 탄생보다 책장을 편하게 펼치는 사람들이 늘어난 풍경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br>물론 이 방식이 모든 종류의 책에 통할지는 저도 판단을 미뤄두고 있습니다. 정보를 다루는 실용서에서는 확실히 효율이 있었는데, 문장 자체를 천천히 맛봐야 하는 소설이나 시집 앞에서 1초에 1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좀 더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저자도 시는 낭독하고 외운다고 했으니 책의 성격에 따라 다른 속도를 쓰고 있을 텐데, 그 구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br>책을 좋아하지만 요즘 들어 진도가 유난히 더디다면 이 안내서가 도움이 될 겁니다. 서점에서 사놓고 다 읽지 못해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분이라면 7장의 권유만으로도 한숨 돌리게 될 테고요. 아이에게 책을 쥐여주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잔소리만 늘고 있다면 부록의 로드맵을 먼저 펼쳐보셔도 좋겠습니다.<br>8월의 한복판입니다. 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이죠. 이런 날씨에는 두꺼운 책을 붙들고 씨름하기보다 1초에 1페이지씩 넘기는 워밍업으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완벽하게 읽어내겠다는 마음을 놓으니 책이 조금 만만해졌고, 만만해지니 손이 갑니다. 이 도서가 남긴 가장 큰 소득은 그 가벼움이었습니다.<br>&lt;트라이앵글 독서법&gt;은 빨리 읽는 법을 알려주면서, 잘 읽어야 한다는 짐을 함께 덜어주는 책입니다.<br>#트라이앵글독서법 #김미경작가 #미다스북스 #독서법 #독서법추천 #우뇌교육 #우뇌독서 #속독법 #책추천 #서평 #북유럽카페 #서평단 #자기계발서추천 #독서습관 #독서교육 #책읽기 #신간추천 #독서노트 #부모교육 #40대독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97/60/cover150/k172139511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497608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일 마키아벨리 - [일 마키아벨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123</link><pubDate>Thu, 06 Aug 2026 19: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1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0107&TPaperId=174361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75/48/coveroff/k9321301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0107&TPaperId=174361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일 마키아벨리</a><br/>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지난주에 받아 두고 여태 붙들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lt;일 마키아벨리&gt;가 그렇습니다. 두께 때문은 아니었어요. 한 절이 두어 쪽으로 끝나고, 설명이나 사례도 거의 붙지 않습니다. 결론만 남긴 짧은 글 백스무 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구성이라 마음먹으면 하루에도 다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너 절을 지나면 속도가 저절로 떨어집니다.<br>먼저 아쉬웠던 점부터 적어 두겠습니다. 모든 절이 단정문의 연속으로 쌓이다 보니, 여러 편을 이어서 읽으면 리듬이 비슷하게 들립니다. 힘은 세지만 예외를 품을 여백은 좁아요. 사람이 늘 계산으로만 움직이지는 않고, 뒤늦게 도착한 마음이 그래도 고마웠던 기억이 저에게는 분명히 있거든요. 원전을 오늘의 말로 다시 쓴 책이어서 어디까지가 마키아벨리의 생각이고 어디부터가 옮긴 이의 해석인지 궁금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절 제목 아래에 출발이 된 원전의 장과 절이 작게 표기돼 있어 확인할 길은 열려 있지만, 그 확인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 자체가 이 도서의 성격을 말해 주는 듯합니다.<br>표지 이야기도 해야겠네요. 흰 바탕에 먹으로 그은 옆얼굴, 이마 자리에 삼각형 하나, 그 안에 눈이 뜨여 있습니다. 색이라고는 검정과 흙빛뿐이에요. 그림 속 시선이 정면을 향하지 않고 비스듬한 곳에 걸려 있다는 점이 한동안 눈에 밟혔습니다. 사람을 마주 보는 눈이라기에는 각도가 어긋나 있고, 사람을 읽어내는 눈이라기에는 표정이 담담합니다.<br>&lt;위버멘쉬&gt;를 쓴 어나니머스의 두 번째 고전 재해석입니다. &lt;군주론&gt; 한 권에 기대지 않고 &lt;로마사 논고&gt;와 &lt;피렌체사&gt;까지 함께 읽어, 여러 저작에 흩어져 있던 사유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고 해요. 인간 본성, 권력의 법칙, 생존 전략, 운명과 성공. 네 개의 장에 서른 절씩 담겨 있습니다.<br>제1장 앞쪽, 늦은 선의를 다룬 절에서 걸음이 멈췄습니다.<br>"인간은 호의의 크기보다 타이밍을 믿는다."<br>평소 거리를 두던 사람이 궁지에 몰린 뒤에 손을 내밀면 받는 쪽은 감사보다 의심을 먼저 꺼낸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도움이라도 도착한 시각이 다르면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이어지는 대목은 더 서늘합니다. 신뢰는 위기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위기가 오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다는 것. 한 번의 선물이 오래된 무관심을 지우지 못한다는 표현 앞에서는 제 지난 몇 해를 셈해 보게 됐습니다.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마음이 언제 도착했는지까지가 관계의 실체더군요.<br>제2장에서는 곁에 둔 사람이 지도자를 증명한다는 절을 따로 표시해 뒀습니다.<br>"잘못된 인사는 운명이 아니라 판단의 실패다."<br>무능한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있다면 그의 무능보다 그를 앉힌 사람의 무능이 먼저 드러난다는 진단입니다. 뒤이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하나로 압축해요. 그가 누구의 이익을 먼저 계산하는가. 자기 이익부터 셈하는 사람은 이미 다른 주인을 섬기고 있다는 말이 뒤따릅니다. 여기까지는 위정자의 이야기로 읽히지만, 보상이 부족하면 불만이 자라고 권한이 지나치면 야망이 자란다는 대목에 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연차가 쌓이면 누구나 사람을 고르고 배치하는 자리에 서게 되고, 그 선택은 결국 자기 실력의 기록으로 남습니다. 조직은 바깥의 적보다 안에서 잘못 앉힌 사람 때문에 먼저 흔들린다는 문장으로 절이 닫히는데, 이 자리에서는 위로보다 경고 쪽이 컸습니다.<br>가까운 사람이 가장 위험한 적이 된다는 절은 제목만 보면 냉소에 가깝습니다. 실제 내용은 조금 다릅니다. 배신의 뿌리를 미움에서 찾지 않고 욕망에서 찾거든요.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신뢰와 함께 바람도 자란다는 것. 은혜가 배신을 막아 주지 못하는 이유도 담담하게 설명합니다. 사람은 받은 것을 기억하기보다 아직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보니까요. 다만 저자는 배신이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지는 않는다고 덧붙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등을 돌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어리석은 쪽은 배신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신할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놓고도 끝내 그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절을 닫습니다.<br>뒤쪽 두 장으로 갈수록 화살의 방향이 바뀝니다. 멈춰야 할 순간을 아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는 절에서는, 사람들이 실패해서 무너지기보다 성공한 뒤에 멈추지 못해 무너진다고 말합니다. 승리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들고 그 대담함이 손쉽게 오만으로 바뀐다는 것. 한 번 맞은 판단이 다음에도 맞으리라 믿는 순간 성공이 함정으로 변한다는 흐름입니다. 긴장이 풀리고 경계가 사라질 때 운이 조용히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는 구절은 이 책에서 보기 드물게 부드러운 표현이었어요.<br>바로 뒤에 놓인 절도 결이 같습니다. 큰 사람은 자리가 아니라 역할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요. 로마에서는 어제 최고 권한을 쥐었던 사람이 오늘 다른 이를 돕는 일을 굴욕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가 앞에 서느냐보다 가장 필요한 곳에 적합한 사람이 서는 일이 중요했으니까요.<br>"현실은 직책보다 역할을 먼저 요구한다."<br>앞에 설 줄만 아는 사람은 절반만 성장한 사람이라는 진단이 이어집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직함이 하나둘 붙었다가 언젠가는 떼어지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실패의 목록으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대목이었습니다.<br>차가운 책이라는 인상으로 펼쳤다가 다 읽고 나니 그렇게만 부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도서의 위로는 등을 쓸어 주는 종류가 아닙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해서 덜 다치게 하는 쪽입니다. 호의를 베풀고도 오해받아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제1장 앞쪽에서 자주 멈추게 될 거예요. 조직 안에서 사람을 뽑고 맡기는 일을 하고 있다면 제2장이 유난히 따갑게 읽힐 테고요. 다만 따뜻한 문장으로 마음을 데우려고 펼친 독자에게는 결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br>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아 읽었습니다. 서평단 활동을 하다 보면 순하게 흘러가는 책을 주로 만나게 되는데, 이번처럼 읽는 사람의 판단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안내서를 만나면 자세가 달라지더군요. 밑줄을 긋는 대신 여백에 제 생각을 적어 두게 됐습니다.<br>입추가 코앞인데 더위는 아직 물러날 기미가 없습니다. 매미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해가 길어 저녁이 늦게 옵니다. 이런 계절에는 마음이 풀어지기 쉬운데, 이 한 권은 그렇게 풀린 마음을 조금 붙잡아 줍니다. 짧은 글 한두 편 읽고 덮어 두었다가 며칠 뒤 다시 펼치기에 알맞아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바뀌는 때까지 곁에 두고 천천히 갈 생각입니다.<br>믿음을 거두게 하는 대신, 그 믿음이 무엇 위에 서 있었는지 확인하게 만드는 한 권.<br>#일마키아벨리 #어나니머스 #떠오름 #위버멘쉬작가신간 #마키아벨리 #군주론 #로마사논고 #피렌체사 #고전재해석 #인문학추천도서 #자기계발서추천 #아포리즘 #직장인추천도서 #리더십도서 #40대추천도서 #북유럽카페 #서평단 #책추천 #독서기록 #신간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75/48/cover150/k9321301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75485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마틴 츠바이크의 위대한 투자 원칙 - [마틴 츠바이크의 위대한 투자 원칙 - 40년간 시장을 이긴 월스트리트 전설의 투자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108</link><pubDate>Thu, 06 Aug 2026 19: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61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774&TPaperId=174361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99/65/coveroff/k5321307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32130774&TPaperId=174361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틴 츠바이크의 위대한 투자 원칙 - 40년간 시장을 이긴 월스트리트 전설의 투자법</a><br/>마틴 츠바이크 지음, 송미리 옮김 / 이레미디어 / 2026년 06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검은 바탕에 금빛 선 하나, 그리고 황소의 뿔. 표지 자체는 단정한데 겉을 두른 문구들은 목소리가 큽니다. 1987년 블랙 먼데이 예측이라는 이력이 맨 앞에 놓여 있으니 그럴 만합니다. 정작 책을 펼치면 그 화려한 수식과 어울리지 않는 건조한 문장들이 이어집니다.<br>&lt;마틴 츠바이크의 위대한 투자 원칙&gt;의 저자는 자신을 어느 학파에도 넣지 않습니다. 통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쓰는 실무자라고 스스로를 규정하고, 판단을 통화정책과 금리, 테이프가 보여주는 모멘텀, 투자 심리라는 세 축으로 나눕니다. 비중 배분이 독특합니다. 종목을 고를 때는 기준의 90퍼센트가량을 펀더멘털에 기대지만, 시장 전체의 방향을 가늠할 때 펀더멘털의 몫은 10퍼센트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힙니다. 기업을 보는 눈과 시장을 보는 눈에 아예 다른 도구를 배정해 두는 방식입니다.<br>타이밍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저점에서 사서 고점에서 판다"는 오래된 통념을 해체합니다. 다우가 4,000까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4,300에 매수하고, 6,000을 노리는 대신 5,700에 매도하면 수익 확률이 90퍼센트에 이른다는 계산이 제시됩니다. 완벽한 지점을 맞히려는 시도가 오히려 확률을 깎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계산 과정 자체는 단순한데, 그 단순함이 통념을 밀어내는 데는 충분히 쓰입니다.<br>책 전체를 지탱하는 문장은 두 개뿐입니다. 연준에 맞서지 말 것, 그리고 추세에 맞서지 말 것.<br>통화 지표를 0점에서 8점까지 매기고 모멘텀을 재는 4% 모형의 점수를 더해 하나의 종합 점수로 만드는 방식은 지금 기준으로도 명료합니다. 매수와 해제를 가르는 임계값이 왜 하필 그 숫자에 놓였는지에 대한 설명은 얇게 느껴졌습니다. 1979년부터 1981년 사이의 데이터로 다듬어진 기준선이 지금의 시장 구조에서도 같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요. 책은 여기에 답하지 않고, 검증은 읽는 사람에게 넘어옵니다.<br>심리 지표를 다루는 장의 서두에는 P. T. 바넘 이야기가 나옵니다. 관객이 나가지 않아 회전이 막히자 출구에 '퇴로'라는 표지판을 세워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냈다는 일화입니다. 겨냥하는 것은 군중의 발걸음입니다. 약세장 바닥에서는 악재가 줄지어 나오지만 연준이 신용을 풀고 금리를 낮추면 상승은 이미 시작되고, 강세장 초반 여섯 달은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구간인데도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좋은 실적이 곧 주가 상승이라는 월스트리트식 사고가 전체적으로 틀렸다는 주장은 처음에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시장이 미래를 미리 할인한다는 원리로 되짚으면 앞뒤가 맞습니다. 저자는 그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대중은 정확히 잘못된 시점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br>공매도를 다룬 장은 가장 논쟁적인 부분입니다. 수익은 제한되고 손실은 무한하다는 통념을 담보 구조와 강제 청산으로 반박하고, 결국 파산할 종목이라면 어느 가격에 진입하든 "80%와 98%는 별로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여기서도 저자는 앞서 매수 쪽에 걸어둔 규칙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추세는 당신의 친구다. 테이프와 싸우지 마라." 방향이 반대여도 규칙은 하나라는 태도가 이 책의 일관성입니다. 그리고 장 끝에서 저자 스스로 문을 닫아겁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에게 공매도를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적은 뒤, 숙련된 투자자의 보조 전략으로 본다고 선을 긋습니다. 자기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는 대목에서 저자에 대한 신뢰가 붙었습니다. 물론 배경은 미국 시장입니다. 호가 제한이나 세제 설명은 국내 제도와 결이 다르고,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은 책 바깥의 과제로 남습니다.<br>번역과 편집도 성실합니다. 하락하는 종목에 포지션을 계속 쌓는 방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옮긴이가 각주로 신용 사용 시의 위험을 따로 짚어둡니다. 저자가 지나가듯 넘긴 자리에 안전장치를 하나 더 놓은 셈입니다.<br>정작 오래 남은 것은 지표 쪽이 아니었습니다. 매수가보다 10에서 20퍼센트 아래에 스톱을 걸어두라는 조언, 그리고 성공을 정의한 짧은 한 줄입니다. "성공이란 수익을 내고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뒤에는 이런 말이 붙습니다. "무엇보다 편안한 밤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숫자를 오래 다뤄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의 무게를 짐작할 겁니다. 반토막 난 자산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면 두 배가 필요하고, 그 두 배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손실이 발생한 며칠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규칙을 미리 정해 판단이 흔들릴 자리를 좁혀두는 방식은 결국 시간을 아끼려는 장치입니다.<br>아쉬운 점도 적어둡니다. 지표를 매일 계산해 점수를 갱신하는 작업량은 전업으로 시장을 보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본업이 따로 있는 독자가 이 체계를 그대로 옮겨오기는 어렵고, 책도 그 부담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통합 모형의 표를 눈으로 따라가다 중간에 멈추게 되는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br>그럼에도 이 책이 오래 읽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요령 이전에 시장 전체의 방향을 재는 순서를 알려주고, 그 순서를 독자가 직접 검증하도록 밀어붙입니다. 차트와 지표 용어가 낯선 단계라면 앞부분에서 속도가 붙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수가 흔들릴 때마다 근거 없이 결정을 바꿔온 경험이 있다면, 자기 기준을 다시 세우는 재료로 쓸 만합니다.<br>시장의 소음이 유난히 크게 들리는 계절에 데이터라는 건조한 언어를 붙들어보는 일에도 나름의 쓸모가 있습니다.<br>흔들리던 판단에 점수를 매기는 법을 알려주는 책, &lt;마틴 츠바이크의 위대한 투자 원칙&gt;.<br>#마틴츠바이크의위대한투자원칙 #마틴츠바이크 #위대한투자원칙 #이레미디어 #WinningOnWallStreet #연준에맞서지마라 #테이프와싸우지마라 #4퍼센트모형 #모멘텀지표 #투자심리지표 #손절매원칙 #리스크관리 #투자고전 #주식책추천 #투자서적추천 #블랙먼데이 #시스템투자 #직장인투자공부]]></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99/65/cover150/k5321307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99658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고난사전 - [고난 사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73</link><pubDate>Thu, 06 Aug 2026 18: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0004&TPaperId=174359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3/8/coveroff/k22213000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22130004&TPaperId=174359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고난 사전</a><br/>허진열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표지에는 마른 들꽃 한 줄기가 세로로 서 있고, 그 둘레에 열네 개의 단어가 작은 자음 기호를 달고 붙어 있습니다. 기다림에서 시작해 내려놓음과 동행을 지나 통곡과 평안을 거쳐 희망으로 끝나는 배열이에요. 꽃대에 맺힌 씨앗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전을 펼쳤을 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표제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색을 거의 쓰지 않은 미색 바탕이라 '고난'이라는 무거운 낱말이 도리어 조용하게 놓여 있어요. 표지에 적힌 한 줄은 고난의 자리에서 피워 낸 말 모음입니다.<br>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았습니다. 손에 들자마자 든 생각은 생각보다 가볍다는 것이었어요. 핸드북 판형이라 가방 한쪽에 넣어 두고 틈틈이 펼치기 좋습니다. 다루는 주제의 무게와 책의 몸피가 반대편에 놓여 있는 셈인데, 읽다 보니 그 가벼움이 배려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두툼한 양장으로 만나면 시작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br>저자 허진열 목사는 딸이 생후 70일 되던 날 담도 폐쇄증이라는 병명을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세 번의 수술과 간경화 말기 판정, 간이식으로 이어진 10년의 시간을 아이와 함께 통과했고요. 저자 소개에 실린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성격을 미리 알려 줍니다. 강단에서는 고난을 위로하는 말씀을 전하면서 집에 돌아오면 고난 때문에 소리 없이 울었다는 대목이에요. 위로를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정작 자기 몫의 어둠 앞에서는 아무 말도 찾지 못했다는 고백에서 &lt;고난 사전&gt;은 출발합니다.<br>열네 개 장 가운데 먼저 손이 간 곳은 '맡김'이었습니다. 부제가 아빠, 나 크로와상이 먹고 싶어. 간이식 수술을 마친 아이가 중환자실을 나와 처음으로 음식을 먹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진 날의 이야기입니다. 부산에 있던 아버지가 영상통화로 뭐든 사주겠다고 하자 아이가 고른 것은 크로와상 하나였어요. 소고기도 전복도 마다하고 그것만 먹고 싶다고 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기차표를 검색하고, 열차 안에서 신촌의 빵집을 뒤지고, 서울역에서 택시를 타고, 긴 줄 끝에 봉지를 받아 들고 병원까지 뛰어가는 장면이 숨 가쁘게 이어집니다. 다리도 뛰고 심장도 뛰고 마음도 같이 뛰었다는 문장에서, 이 챕터가 왜 이 책의 중심에 놓였는지 알 것 같았어요.<br>정작 마음에 남은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빵을 먹던 아이가 소리 없이 울고,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기 싫어 복도로 나가 웁니다. 그 자리에서 저자가 붙든 생각은 단순합니다. 크로와상을 사주는 일은 어른에게 아무것도 아니지만 격리된 병동의 아이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아이가 한 일은 말을 꺼낸 것뿐이었고, 그 한마디가 나오는 순간 문제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이죠. 챕터 앞머리의 사전 정의도 같은 자리를 가리킵니다. 맡기는 순간 그 문제의 주인이 나에게서 하나님으로 옮겨 간다는 풀이. 신학적인 설명 없이 빵 하나로 이만큼 설명해 낸 솜씨가 좋았습니다. "딸아이가 한 일은 딱 하나였다. 말한 것이고 맡긴 것이다."<br>'붙듬' 장에서는 같은 기차가 전혀 다른 표정으로 등장합니다. 딸이 간경화 말기 진단을 받던 날, 부부는 기차 안에서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고 해요. 그 침묵이 평생 가장 참담한 침묵이었다고 저자는 적습니다. 서울로 달려가던 기차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기차가 한 권 안에 나란히 놓여 있는 셈인데, 이 배치를 발견하고 나서 책이 다르게 읽혔습니다. 그날 나온 기도는 하나님, 살려주세요 한 문장이 전부였다고 하고요. 이 장의 제목은 붙든 게 아니라 붙잡혀 있었다는 것인데, 저자는 오랫동안 '하나님을 붙든다'는 신앙의 상투어가 불편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제 힘으로 붙드는 것이라면 힘이 빠지는 날 놓아버리게 될 테니까요. 목회자가 자기 언어를 의심하는 대목이 나와서, 이 책이 답을 미리 쥐고 쓰인 글은 아니라는 신뢰가 생겼습니다.<br>뒤쪽으로 가면 '카이로스' 장이 기다립니다. 간이식을 결정한 뒤 남은 일은 기증자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는데 하필 코로나 시기였다고 해요. 장기 기증자가 평소보다 30퍼센트 가까이 줄어든 때였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아이의 상태는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일주일 금식하며 드린 기도를 두고 저자는 "사실 기도라기보다는 처절한 매달림이었다"고 씁니다. 새벽마다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점점 짧아졌다는 서술이 특히 정직하게 느껴졌어요. 간절해질수록 기도가 길어지는 게 아니라 이름만 부르게 된다는 것, 겪어 본 사람만 쓸 수 있는 문장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윤이를 위한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한마디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는 장면으로 이 장은 절정에 닿습니다.<br>다만 여기서 잠시 생각이 갈렸습니다. 하나님의 때는 반드시 온다는 이 장의 결론은, 기증자를 만난 자리에서 쓰인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끝내 그 전화를 받지 못한 가정도 있었을 텐데, 그분들이 이 대목을 어떤 표정으로 읽을지는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자도 그 간극을 모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 이야기 바로 옆에 전해 들은 이야기 하나를 붙여 두었거든요. 4남매를 30년간 홀로 키운 권사님이 암으로 투병하던 남편과 수목원에서 보낸 마지막 한 시간의 산책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결국 세상을 떠났고 상황은 뒤집히지 않았지만, 그 한 시간이 이후 30년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고 하죠.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만 은혜의 때로 부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고, 그 덕에 앞의 단언이 성공담으로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br>구성에서 눈에 띄는 건 각 장 끝에 놓인 두 개의 상자입니다. 하나는 고난 극복을 위한 과제인데, 맡김 장에서는 가장 무거운 짐 하나를 털어놓아 보라고 하고, 붙듬 장에서는 오늘 하루 붙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 보라고 하고, 카이로스 장에서는 지금 기다리는 때가 무엇인지 적어 보라고 권합니다. 다른 하나는 독자가 직접 그 단어의 뜻을 적는 세 줄 여백이고요. 읽는 사람이 자기 사전을 완성해 가도록 만든 장치인데,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여백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워크북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런데 몇 장을 넘기고 나니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이 책의 열네 개 표제어는 저자의 정의일 뿐이고, 같은 낱말이 사람마다 다른 뜻으로 쓰인다는 걸 인정하는 설계로 보였습니다. 그러니 빈칸을 억지로 채울 필요는 없고, 언젠가 자기 문장이 생기면 그때 적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br>책 끝의 부록은 간이식이 가르쳐 준 복음을 다룹니다. 한 사람의 몸에서 떼어 낸 것이 다른 생명을 살린다는 사실을 십자가와 겹쳐 읽는 대목인데, 앞의 열네 장을 다 통과한 뒤에 읽으면 무게가 다릅니다. 이론이 아니라 수술실에서 확인된 이야기니까요.<br>지금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지나는 분이라면 이 한 권이 답을 주지는 못할 겁니다. 저자 자신이 아직 통과 중인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으니까요. 대신 같은 자리에 먼저 앉아 본 사람의 목소리는 분명히 들립니다. 곁에 아픈 사람을 두고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게 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에요. 위로의 문장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섣부른 말을 아끼는 법을 보게 되어서요. 신앙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성경 인물이 등장하는 대목이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크로와상과 병원 복도와 전화벨 소리 같은 장면들은 믿음의 유무와 상관없이 닿을 것 같습니다.<br>마지막 장의 부제가 가장 혹독한 추위 끝에 피어난 봄꽃입니다. 매미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지는 8월에 겨울과 봄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 일이 조금 어긋나 보일 수도 있지만, 더위 한복판에서도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을 지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계절과 상관없이 저마다의 겨울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표지의 마른 들꽃이 다시 떠오릅니다. 피어 있는 꽃이 아니라 말린 꽃을 표지에 올린 이유를, 다 읽고 나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br>고난을 이겨낸 사람의 간증이 아니라 아직 그 안에 있는 사람이 건네는 열네 개의 낱말, 끝을 모르는 시간을 지나는 이에게 조용히 곁을 내주는 책입니다.<br>#고난사전 #허진열 #작가의집 #신앙에세이 #기독교에세이 #기독교도서 #서평단 #북유럽카페 #책추천 #에세이추천 #독서기록 #네이버블로그서평 #고난 #위로 #맡김 #붙듬 #카이로스 #간이식 #담도폐쇄증 #희망]]></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63/8/cover150/k2221300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63086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노화는 어디까지 늦출 수 있는가 - [노화는 어디까지 늦출 수 있는가 - 오토파지부터 NMN까지, 과학이 밝혀낸 늙지 않는 시대의 비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59</link><pubDate>Thu, 06 Aug 2026 18: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130027&TPaperId=174359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8/95/coveroff/k64213002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130027&TPaperId=174359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노화는 어디까지 늦출 수 있는가 - 오토파지부터 NMN까지, 과학이 밝혀낸 늙지 않는 시대의 비밀</a><br/>요시모리 다모쓰 지음, 이선이 옮김 / 이너북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흰 바탕 한가운데를 모래시계가 가릅니다. 위에서 흘러내린 모래알이 아래로 쌓이는데, 그 쌓인 자리에서 사람의 형상이 만들어져요. 모래시계란 대개 줄어드는 쪽을 보여주는 물건인데, 이 표지는 그 아래에서 무언가 다시 생겨나는 장면을 그려 놓았습니다. 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보니 그림 한 장이 내용 전체를 미리 요약해 두었더군요.<br>지은이 요시모리 다모쓰는 오사카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오토파지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연구실을 열 때 조교수로 합류했던 사람이고요. &lt;노화는 어디까지 늦출 수 있는가&gt;의 미덕은 저자가 혼자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오토파지, 세포 노화, 면역, 피부, 장수 유전자, 구조생물학, 수면까지 열 개 장을 지나는 동안 저자는 각 분야 연구자를 직접 찾아가 들은 이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요. 그래서 확신에 찬 주장보다 조심스러운 문장이 더 자주 나옵니다.<br>1장에서 만나는 '루비콘'이라는 단백질 이야기가 도입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오토파지를 억제하는 이 단백질을 2009년 저자의 연구 그룹이 발견했고, 이름은 카이사르가 무장한 채 건넜다는 루비콘강에서 가져왔다고 해요. 오토파지에 대한 반역자라는 뜻으로 저자가 직접 붙였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 안을 교체하고 청소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그 저하가 신경퇴행성 질환이나 당뇨병과도 얽혀 있다는 설명 다음에 이런 문장이 놓입니다.<br>"노화는 반드시 거스를 수 없는 것만은 아닙니다."<br>앞 문단에서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마음을 먼저 꺼내 보인 뒤에 나오는 말이라 더 조용하게 다가옵니다. 저자는 단백질이라는 낯선 말을 레고 블록에 빗대 풀어냅니다. 스무 종류의 아미노산이 기본 블록이고, 피부 탄력을 맡는 콜라겐이나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이 모두 같은 블록의 다른 조합이라는 식이죠. 음식으로 먹은 단백질은 소화 과정에서 다시 블록 상태로 돌아가고, 우리 몸의 단백질은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전부 교체된답니다. 그 대목 끝에 붙은 비유가 기억에 남아요. 강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늘 같아 보여도 그 속의 물은 늘 새로운 것과 같은 이치라는 문장입니다.<br>다만 읽으면서 갸웃한 지점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루비콘을 반역자라 부르면서도, 오토파지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세포에 꼭 필요한 것까지 분해할 위험이 있으니 루비콘이 브레이크 노릇을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고 적어요. 실제로 일부 장기에서는 루비콘이 없을 때 중요한 것들까지 파괴되었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곧이어 루비콘을 억제하면 수명이 연장되거나 병적 상태가 개선되었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면서 브레이크를 풀면 좋아진다는 두 이야기 사이의 간격이 쉽게 메워지지 않았어요. 물론 저자는 그 결과가 선충과 초파리, 쥐 조직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범위를 분명히 밝혀 둡니다. 답을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쪽을 택한 셈이니, 불친절하다기보다 정직한 서술이라 봐야겠지요.<br>3장의 흉선 이야기는 이 나이대에 읽기에 각별합니다. 심장 위쪽에 있는 이 작은 기관을 저자는 학교라고 부릅니다. 새로 만들어진 T세포는 온몸으로 나가기 전에 반드시 여기를 거쳐 시험을 봐요. 교사 역할을 하는 세포가 몸속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는 물질을 학교 안에 미리 재현해 놓고, 이건 공격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교재로 내놓는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축소판을 한 기관 안에 차려 놓고 예습을 시키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졸업률이 10퍼센트 남짓이랍니다. 나머지 90퍼센트는 그 학교에서 죽습니다.<br>문제는 학교도 늙는다는 데 있습니다. 흉선 기능은 사춘기 무렵이 정점이고, 40대가 되면 새로 교육되는 T세포가 신생아기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해요. 세포 수 자체는 인생 후반부까지 유지되지만 그 시간 동안 조금씩 버그가 쌓이듯 문제가 축적된다는 표현을 저자는 씁니다. 흉선이 더는 충분히 가르치지 못하게 되면서 면역세포 일부가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한다고 그는 적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고장 나는 게 아니라 오래 돌아간 시스템에 오류가 누적되는 그림이라, 마흔 넘어 자가면역질환이 늘어난다는 통계가 조금 다르게 읽혔습니다.<br>수면을 다룬 10장은 이 도서에서 가장 실용적인 자리이면서 가장 아픈 자리이기도 합니다. 쇼트 슬리퍼는 유전자로 결정되며 훈련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게 잡아도 수백 명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고 합니다. 하루 세 시간만 잤다는 나폴레옹조차 자주 졸았던 인물로 유명하니 자칭 쇼트 슬리퍼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고요. 안 자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br>"실제로는 그냥 무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수면 부채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br>여섯 시간 수면이 열흘 이어지면 집중력이 밤을 꼬박 새운 상태가 되고, 이것이 만취 상태와 비슷한 생산성이라는 연구도 소개됩니다. 잠을 줄여 버티는 일을 오래 성실함의 증거로 여겨온 우리 사회에서는 꽤 서늘하게 읽힐 부분이에요. 학원 일정에 밀려 아이들 잠이 부족하다는 대목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수면이 모자라면 기억을 맡는 해마의 발달이 방해받아 어린 시절의 부족이 평생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붙어 있거든요.<br>성인의 적정 수면은 일곱 시간 전후로 이야기되는데, 저자가 정작 강조하는 건 시간의 길이가 아닙니다. 정말로 자고 있는가 하는 물음이지요. 평범하게 잔다고 여기지만 질이 아주 나쁜 경우가 있고, 세 시간밖에 못 잤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여덟 시간을 푹 잔 경우도 있답니다.<br>솔직히 말하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살짝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서투인이며 NAD며 알파폴드며 실험실 최전선을 아홉 장 내내 따라왔는데 결론이 잘 자라는 이야기로 모이니까요. 그런데 이 소박함이 도리어 이 책의 성실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는 NMN 점적주사가 위험할 수 있다는 점, 노화세포를 몽땅 없애는 게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을 굳이 적어 둡니다. 3장을 닫는 소제목처럼 노화는 온몸이 연결된 문제라서 없애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태도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습니다. 회춘 시장이 요란한 시대에 이 정도로 브레이크를 걸어 주는 교양서가 흔하지는 않습니다.<br>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아 읽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권을 만났지만 이렇게 읽는 속도가 자꾸 늦춰지는 책은 오랜만이었어요.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한 문단 읽고 제 몸을 한 번씩 떠올리게 되어서였습니다. 건강 정보를 찾아 서점을 서성이던 분이라면 유행하는 성분 이름을 외우는 대신 몸에서 벌어지는 일의 순서를 알게 될 테고, 부모님 연세를 헤아리며 고령화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는 분에게는 개인의 건강 너머까지 생각이 뻗어 나갈 겁니다. 생물 시간이 지루했던 기억이 있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레고와 학교와 강물로 설명하는 책이니까요.<br>열대야가 길게 이어지는 8월입니다. 밤마다 뒤척이다 새벽에 겨우 잠드는 날이 늘어나는 계절인데, 이 도서를 읽고 나니 그 뒤척임이 그저 여름 탓만은 아니겠구나 싶어집니다. 세포 안에서는 지금도 청소가 진행되고 있고, 흉선이라는 작은 학교는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무언가를 가르치고 있을 테니까요. 잘 자는 일이 그 모든 작업을 돕는 가장 값싼 방법이라면, 올여름 남은 밤은 조금 다르게 보내 볼 만합니다.<br>노화를 세포의 언어로 설명하면서도 섣부른 희망에 브레이크를 걸 줄 아는, 드물게 정직한 생명과학 교양서.<br>#노화는어디까지늦출수있는가 #요시모리다모쓰 #이선이 #이너북 #북유럽카페 #서평단 #오토파지 #루비콘 #NMN #서투인 #흉선노화 #면역세포 #수면부채 #쇼트슬리퍼 #세포노화 #생명과학 #교양과학 #건강서적 #노화연구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28/95/cover150/k64213002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28955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직장인입니다만, 주식으로 더 법니다 - [직장인입니다만, 주식으로 더 법니다 - 월급쟁이 투자자 3인의 계좌 성장 보고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46</link><pubDate>Thu, 06 Aug 2026 17: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4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0401&TPaperId=1743594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93/72/coveroff/k17213040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0401&TPaperId=1743594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직장인입니다만, 주식으로 더 법니다 - 월급쟁이 투자자 3인의 계좌 성장 보고서</a><br/>서정 외 지음, 권오태 외 엮음 / 경이로움 / 2026년 07월<br/></td></tr></table><br/><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퇴사는 왜 안 해요. 이 물음을 그대로 제목으로 단 장이 &lt;직장인입니다만, 주식으로 더 법니다&gt;의 1부 안쪽에 놓여 있습니다. 붙어 있는 부제가 이래요. 분명 취업이 꿈이었는데, 입사하면 퇴사가 꿈. 두 줄짜리 문장인데 회사 밥 좀 먹어본 사람이라면 여기서부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br>경이로움에서 펴낸 이 책은 세 명의 직장인 투자자가 남긴 일 년치 기록입니다. 30대 초반 영업직 서정, 40대 후반 글로벌 기업에 다니는 제시모어, 40대 초반 대기업의 쓰리쿼터. 2025년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의 매매와 판단을 적어두고, 2026년 5월에 다시 만나 나눈 인터뷰까지 붙였습니다. 계좌 내역은 실제 데이터라고 밝혀두었고요.<br>앞서 말한 그 장에서 세 사람은 같은 질문에 각자 답합니다. 서정은 조건을 셉니다. 최근 몇 년 잘했다고 평생 잘하리라는 보장이 없고, 잘나가던 고수들이 환경이 바뀌자 무너지는 걸 여럿 봤다고 해요. 자산과 시간과 준비, 이 셋이 갖춰지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계산입니다. 회사에서 얻는 게 아직 많다는 이야기도 담담하게 적어두었는데, 경험과 명함과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나란히 꼽더군요. 그러니 지금은 단순하다, 월급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자. 이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br>제시모어의 답은 결이 좀 다릅니다. 일 년 단위로 보면 몇 달쯤 그르쳐도 전체 성적은 나쁘지 않은데, 아직 실력과 자본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어요. 휴가를 내고 전념하면 매매가 잘 되는 경험도 있지만 시장에 붙어 있는 시간과 수익이 비례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선을 긋습니다. "투자는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잘 되는 법이다"라는 한 줄이 그의 논리를 압축합니다.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고정 수입이 조급함을 걷어내 주고, 그 여유가 결국 계좌를 지킨다는 것. 퇴사를 정든 울타리를 나서는 일로 표현한 대목에서는 같은 연배로서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br>쓰리쿼터에 이르면 이야기가 사뭇 무거워집니다. 명절에 큰아버지가 요즘 뭐 하냐고 물으면 회사 잘 다닌다는 대답으로 충분하다는 장면에서 시작해요. 전업 투자자라고 답했을 때 따라올 침묵, 아이 학부모 모임에서 아내가 받을 질문까지 그려봅니다. 한 달에 몇천만 원을 벌어도 명함이 필요하다는 고백이 이어지는데, 돈 이야기라기보다 자리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그러고는 시선을 더 멀리 던져요. 합계출산율 0.72명, 지방 소도시의 인구 소멸, 폐교와 미분양을 늘어놓은 뒤 주식 차트를 보다가 인구 차트를 본다고 적습니다. 지금 매매하는 기업들이 20년 후에도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이 이 책의 제목을 떠받칩니다. "나는 불안 속에 상수가 필요하다. 변수만으로 그 모든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br>세 답이 한자리에 놓이니 나이대별로 불안의 모양이 다르다는 게 보입니다. 서정은 서른아홉이 되는 해 12월까지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고, 쓰리쿼터는 마흔 이후 남은 사십 년을 걱정합니다. 같은 회사원인데 시계추가 다른 방향으로 흔들리는 셈이지요.<br>'자존감을 매수했습니다'라는 장은 이 책에서 숫자가 가장 적게 나오는 곳입니다. 서정이 어느 날 복기를 마치고 누웠다가 문득 계좌 개설 이후 전체 실현손익을 처음으로 눌러봤다는 대목이 있어요. 숫자 앞에 처음으로 플러스가 붙어 있었고, 그제야 6년 동안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손실을 봤다는 사실을 제대로 마주했다고 씁니다. 어쩌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이 뒤따르고요. 성장이라는 게 그때그때는 보이지 않다가 성공과 실패가 쌓인 뒤에야 계단처럼 드러났다는 비유가 오래 남습니다. "매매는 느려졌지만, 수익은 오히려 더 빠르게 쌓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가 혼잣말처럼 적어둔 문장은 이렇습니다. 이대로 계속 나아가면 된다, 나 지금 제대로 하고 있구나.<br>같은 장에서 눈물이 났을 때 명품이나 외제 차가 떠오를 줄 알았는데 부모님께 밥 한 끼 대접하고 편안한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다는 문단도 좋았습니다. 돈을 버는 이유를 이렇게 소박하게 적어둔 투자서는 흔치 않지요.<br>제시모어의 장면은 평범한 수요일 엘리베이터 안입니다. 아침에 매매를 걸어두고 회의에 들어갔다가, 커피 사러 내려가는 길에 잔액을 확인하니 주식만으로 월급의 배가 넘는 수익이 나 있었다는 이야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고서를 쓰고 동료들과 점심을 먹었지만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쩌지 못했다고 적어둔 문장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가 벅찼던 건 액수보다도, 통제할 수 없는 커다란 파도 속에서 손으로 직접 바꿀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감각이었다고 해요. 회사에서 쏟는 노력에는 월급이라는 천장이 있는데 공부해서 만든 수익에는 그 천장이 없더라는 것.<br>쓰리쿼터의 장면은 코엑스 전시 부스 뒤편입니다. 닷새짜리 행사 나흘째 저녁, 철거 분담을 두고 협력사와 언성이 높아지는 와중에 손목시계가 울립니다. 며칠 전 분할 매수해 둔 종목에 변동성 완화 장치가 걸린 것. 사람들이 계약서를 들먹이며 싸우는 동안 그는 반걸음 물러나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다가 전량 매도합니다. 그러고는 앞으로 나서서 오늘 정리는 자기가 다 하겠다고 말해요. 팀장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야 네가 왜, 하고 되묻는 장면이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여유는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이 맞았다고 그는 적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사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말로 그 장은 닫히고요.<br>다만 그 뒤가 조금 걸렸습니다. 이날 이후 그는 야근이든 출장이든 주말 근무든 먼저 손을 든다고 해요. 눈치 보지 않고 매매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고, 그렇게 회사에서는 성실한 직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씁니다. 솔직한 기록이라 오히려 믿음이 가면서도, 성실함의 동력이 회사 밖에 있다는 그림은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더군요. 근무 시간 중 매매를 다루는 대목도 마찬가지고요. 저자를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이 방식이 누구에게나 옮겨 심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쓰리쿼터가 직장인일수록 단기 매매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대목 역시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장 시간과 근무 시간이 통째로 겹치는 자리라면 애초에 성립하기 어려운 이야기니까요.<br>책이 미더운 건 잘된 달만 골라내지 않아서입니다. 2025년 11월 노트의 제목부터 꼬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예요. 지수가 하루 2~3퍼센트 급등했다가 다음 날 그만큼 내리꽂는 장세를 조울증이라 부르고, 증권사에 스님이 앉아 계셨다더라, 여든 넘은 어르신들이 계좌를 만들러 오신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인간지표라며 옮겨둡니다. 그러면서 정작 그 지표가 맞는지는 판단을 미뤄요. 손실의 원인 두 가지를 이번 달 손실의 1등 공신, 아니 1등 사신이라고 적은 대목에서는 실없이 웃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 손실의 달 안에 상한가를 잡은 날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잘한 날과 못한 달을 같은 장에 나란히 두는 편집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손절하지 않고 버텼다면 더 벌 수 있었던 사례가 많아 흔들릴 뻔했지만 원칙을 지킨 자신을 대견스러워하며 넘겼다는 마무리도 그렇고요. 이기는 법을 자랑하는 대신 지지 않는 법을 보여주겠다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습니다.<br>표지를 다시 보게 됩니다. 침대에 누운 사람 머리 위로 붉은 캔들이 피어오르고, 옆에는 노트북과 서류가 놓인 책상, 바닥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서류가방. 잠자리까지 따라오는 계좌 생각을 이렇게 담백한 선으로 그려두다니, 다 읽고 나니 이 그림이 책의 요약이었구나 싶습니다. 판형도 두께도 부담 없고 월별 노트와 문답이 짧게 끊겨 있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몇 꼭지씩 읽어도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br>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만난 도서인데, 그동안 받아본 책들 가운데 자기 실패를 이만큼 남겨둔 기록은 드물었습니다. 이래학 님도 추천사에서 오래 살아남는 쪽은 화려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단단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라고 적었더군요. 종목을 얻으러 펼치면 실망할 수도 있는 책입니다. 대신 지금 손실 구간을 지나며 혼자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리는 분이라면, 옆자리 동료가 건네는 것 같은 목소리를 여기서 만날 겁니다. 오래 성실하게 살았는데 통장이 그 성실을 증명해 주지 않는다는 허탈함을 아는 분이라면 더 그렇겠고요.<br>8월도 어느새 초순을 넘겼습니다. 더위가 한풀 꺾이려면 아직 멀었고, 시장도 늘 어느 쪽으로든 흔들리지요. 그 속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조용히 계좌를 키워온 사람들의 기록은 무언가를 크게 바꾸라고 재촉하지 않아서 편안했습니다. 월급이 상수라는 말이 이렇게 든든하게 들린 적이 없었습니다.<br>대박 신화 대신 손실까지 남겨둔 일 년치 기록, 월급을 상수로 삼고 버티는 사람들의 정직한 보고서.<br>#직장인입니다만주식으로더법니다 #경이로움 #서정 #제시모어 #쓰리쿼터 #권오태 #시그널리포트 #주식투자책 #직장인투자자 #투자에세이 #재테크도서 #월급쟁이재테크 #주식초보책추천 #투자태도 #계좌관리 #월급은상수 #40대독서 #북유럽카페 #서평단 #BOOKULOVE<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93/72/cover150/k17213040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93725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20개의 키워드로 전하는 인생의 지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37</link><pubDate>Thu, 06 Aug 2026 17: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593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0599&TPaperId=1743593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5/41/coveroff/k71213059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12130599&TPaperId=1743593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마흔에 읽는 하이데거 - 20개의 키워드로 전하는 인생의 지혜</a><br/>한상연 지음 / 김영사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숲을 숲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 이야기가 책의 뒷자락에 나옵니다. "세상을 숲으로 비유한다면, 모든 나무를 장에 내다 팔 목재로만 보는 사람은 평생 나무꾼의 마음으로 살게 된다." 나무꾼에게 나무는 돈의 원천일 뿐이라 다정한 대화 상대가 되지 못하고, 만약 그가 나무를 사랑하게 된다면 매일 도끼질해야 하는 제 직업을 견딜 수 없으리라는 문장이 뒤따릅니다. 도끼를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실은 사랑하지 않기로 한 선택에 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br>&lt;마흔에 읽는 하이데거&gt;는 김영사에서 나온 176쪽짜리 교양철학서입니다. 지은이 한상연 교수는 하이데거와 슐라이어마허를 함께 전공한 철학자로, 화학공학을 공부하다 독일로 건너가 철학과 독문학, 역사학을 다시 배운 이력이 있습니다.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지, 세상을 어떻게 대할지, 어떻게 자유로워지고 행복해질지, 그리고 어떻게 나답게 살지. 다섯 갈래 물음 아래 스무 개의 키워드를 배치한 구성입니다.<br>표지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살구빛 바탕 한가운데 모래시계가 서 있고, 위칸에는 작은 탁자와 화분을 곁에 둔 사람이 두 손을 머리 뒤로 받친 채 앉아 있습니다. 아래로 쏟아져 내린 모래는 누워 있는 커다란 얼굴을 이루고 있고요. 그리고 모래시계 왼편 아래쪽, 서류가방을 든 사람이 등을 보인 채 서 있습니다. 앞서 읽은 나무꾼과 이 뒷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손바닥에 얹으면 딱 한 뼘인 판형이라 어디든 들고 다니기 좋은데, 안에 담긴 문장들은 그 가벼움에 기대어 술술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br>읽는 속도가 저절로 줄어든 자리는 2부의 '기분' 챕터였습니다. 저자는 철학사를 짧게 훑으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성을, 루소를 비롯한 낭만주의자들은 감정을,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의지를 인간의 본질로 보았다고 정리한 뒤, 하이데거는 그 모든 것에 앞서 기분이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짚습니다. 기분과 감정도 구분해 둡니다. 오늘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지 결정하는 바탕이 기분이니, 기분 쪽이 더 근원적인 토대라는 설명이에요. 그러면서 &lt;존재와 시간&gt;의 한 대목을 가져옵니다. "구체적 상황마다 자신이 세계 안에 어떻게 있는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열어내어 알려주는 것은 바로 기분이다."<br>이 챕터에서 마흔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조건들을 열거하는 대목이 꽤 구체적입니다. 세상은 사람을 언제든 교체 가능한 소모품으로 취급하며 효율만 요구하고, 곁의 사람들도 각자의 생존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 들기 쉽고, 여기에 노화와 함께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가 얹힙니다. 기분이 상해 있으면 세상은 전쟁터가 되고 타인은 경계 대상이 될 뿐이라는 진술이 이어지고요. 그러니 기분을 되잡는 일이 억지로 웃으며 버티라는 주문일 리 없습니다. 저자는 그것을 도구적 논리와 불안에서 존재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일이라 부릅니다.<br>3부의 '시간'은 나이 듦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허락된 인생의 총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물리적 시간과 분명한 시작과 끝을 지닌 제 인생의 시간을 갈라놓습니다. 자아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를 불교의 무상 개념과 나란히 놓아 설명하는데, 이 부분은 하이데거 자체의 논지라기보다 이해를 돕기 위한 다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그래도 한국 독자에게는 이만한 입구가 없지 싶어요. 보들레르가 그린 권태라는 괴물, 한 번의 하품으로 지구라도 삼킬 수 있다는 그 이미지를 끌어와 현대인이 왜 그 괴물에게 잡아먹혔는지 설명하는 대목도 인상 깊습니다. 세계를 질량과 에너지와 돈이라는 숫자로 환산하는 습관 때문이라는 것. 무엇이든 숫자로 대체할 수 있다고 믿으면 결국 제 인생마저 상품이 되고, 대체 가능한 존재는 근원적으로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입니다.<br>3부 '결단성'의 도입부는 마흔을 조금 아프게 건드립니다. 완고하다는 말의 사전적 뜻인 융통성이 없이 올곧고 고집이 세다에서 출발해, 융통성 없음과 올곧음이 한 문장 안에 함께 산다는 사실을 짚거든요. 저자는 마흔이 어느 정도 완고해져야 할 나이일지도 모른다고 먼저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 올곧음이 남을 향한 심판의 칼날로 바뀌는 순간이고, 그런 사람 곁에서는 언제 죄인이 될지 몰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집니다. 선함이 타인에게 부담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훌륭함이 아니라 꼰대 기질이라 부른다는 문장에서 잠시 멈칫했습니다. 훈계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대개 상대의 복종이라는 지적도 함께 놓여 있고요.<br>같은 이야기가 5부 '초연함'에서 완성됩니다. 독일어 Gelassenheit를 저자는 그냥 내버려둠으로 풀어냅니다. 만나는 모든 존재를 제 삶을 위한 도구로 가공하지 말고, 그들이 지닌 본모습 그대로 있도록 자리를 비워주라는 뜻이지요. 화려한 꽃은 쓸모가 있으니 가치 있고 이름 없는 들꽃은 무가치하다고 나누는 태도를 가치의 폭력이라 부르는 대목, 그 습관이 모든 것에 돈값을 매기는 버릇으로 이어진다는 흐름이 나무꾼 비유로 흘러갑니다. 돈 버는 데 방해되면 언제든 꽃밭을 엎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문장이 특히 서늘했어요. 명절에 화투를 치며 돈 따는 데만 혈안이 된 사람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는 돈은 딸지 몰라도 친구와의 다정함과 제 품격을 함께 잃습니다.<br>여기서 하이데거의 &lt;숲길&gt;에 실린 한 줄이 인용됩니다. "온전한 것은 스스로 물러난다." 물러남을 좌절로 읽는 대신, 상대와 사물이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존재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배려로 놓는 해석입니다. 아끼는 사람일수록, 책임져야 할 사람일수록 제 틀에 맞추려 들지 말고 그만의 색깔로 빛나게 두라는 권고가 다른 챕터에도 반복해 나오는데, 자리를 비워주는 일이 우리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라는 말이 결국 이 책 전체의 한 문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스무 개의 키워드로 흩어져 있지만, 사람과 사물을 도구로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각도만 바꿔 되풀이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거든요.<br>다만 마음에 걸린 대목이 있습니다. 초연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저자는 초조함에 시달리는 사람보다 초연하고 기분 좋게 웃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도 더 높다고 쓰고, 뒷부분에서는 초연함을 가장 성숙하고 강력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성공의 정점이라 표현합니다. 바로 앞까지 모든 것에 값을 매기는 습관을 비판해놓고 마무리에서 성공이라는 잣대를 다시 불러들이는 셈이라, 논지가 살짝 어긋나 보였어요. 초연함이 좋은 이유가 성공에 유리해서라면 그 순간 초연함도 도구가 되니까요. 두 곳에서 같은 어법이 반복되는 걸 보면 우연한 표현은 아닌 듯한데, 독자를 설득하려는 배려에서 나온 문장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br>책을 닫는 자리에는 시인 김수영이 놓여 있습니다. 4·19의 시인으로 기억되는 그가 평소 탐독한 철학자가 하이데거였고, 세상을 떠난 뒤 아내 김현경 씨가 &lt;존재와 시간&gt;을 무덤에 함께 넣어주었다는 일화가 실려 있어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 자신을 한탄했던 시인의 목소리 안에 이미 이 철학의 온도가 스며 있었다는 이야기라, 독일어 개념 앞에서 주춤하던 마음이 마지막에 와서 조금 풀어집니다.<br>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받은 책입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읽고 나서 무언가를 정리해 두어야 할 것 같은 책과, 정리보다 태도를 조금 옮겨 앉게 만드는 책이 나뉘는데 이 도서는 후자 쪽이었습니다.<br>입추를 코앞에 둔 팔월입니다. 한낮 볕은 여전한데 해 지는 시각이 며칠 사이 눈에 띄게 당겨졌더군요. 여름이 스스로 물러나는 방식을 보고 있으면, 온전한 것은 물러난다는 저 짧은 문장이 계절에도 해당되는 말처럼 들립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계산하기 전에 지금 어떤 기분으로 서 있는지부터 살펴보라는 것. 얇은 한 권이 건네는 몫은 거기까지이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br>사람도 사물도 쓸모로만 재던 눈에서 도끼를 잠시 내려놓게 하는, 손안에 들어오는 하이데거 안내서.<br>#마흔에읽는하이데거 #한상연 #김영사 #하이데거 #교양철학 #철학책추천 #인문학도서 #존재와시간 #숲길 #김수영 #중년의독서 #마흔독서 #삶의의미 #초연함 #기분 #서평단 #북유럽카페 #독서기록 #책추천 #철학입문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5/41/cover150/k71213059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5413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 [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4358</link><pubDate>Wed, 05 Aug 2026 21: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3435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710&TPaperId=1743435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3/69/coveroff/k95213071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130710&TPaperId=1743435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a><br/>마하트마 간디 지음 / 사피엔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가방 안쪽 주머니에 꽂아도 표가 나지 않는 두께입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판형에 이백 쪽 남짓, 무게로 치면 얇은 노트 한 권 정도예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lt;결국, 모든 위대한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gt;를 받았습니다. 부피가 작다고 읽는 속도까지 가벼워지지는 않더군요. 오히려 한 꼭지씩 끊어 읽으라고 만들어 놓은 판형에 가까웠습니다.<br>표지부터 성격이 분명합니다. 흰 종이 질감 위에 안경과 콧수염, 어깨를 감싼 숄의 윤곽선만 선 몇 개로 남겨 두었어요. 눈도 입도 없는데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게 됩니다. 얼굴을 그리지 않은 초상이라니, 인물을 성인의 자리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편집자의 태도가 여기서 이미 읽힙니다. 실제로 책을 펼치면 간디는 자애로운 성인보다 냉정한 전략가에 가깝게 등장해요.<br>첫 장의 첫 꼭지가 이 한 권의 문을 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권한과 권위를 갈라 놓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요. 누가 임명해서 생기는 것은 권한이고, 그 권한이 사라져도 남는 것이 권위다. 이 구분 하나로 앞의 네 장이 전부 설명됩니다. 간디가 총리도 장관도 아니었고 국민회의 의장직 한 차례를 빼면 평생 평당원으로 남기를 자처했다는 사실을 들고 온 뒤, 저자는 이렇게 적습니다. "직함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사람은 많지만, 직함 뒤의 인간 앞에서 마음을 여는 사람은 드물다."<br>조직에서 이십 년 넘게 버틴 사람이라면 이 문장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될 것 같아요. 승진하면 사람들이 말을 들어줄 거라 믿었던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자리가 높아질수록 진짜 마음은 더 멀어진다는 지적은 야박한데, 야박한 만큼 정확합니다.<br>네 번째 장의 불복종 이야기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여기서 제일 좋았던 건 실이라는 비유였어요. 저자는 간디가 적의 거대함과 정면으로 맞붙지 않고, 그 거대함이 매달려 있던 가장 가는 실들을 하나씩 끊었다고 씁니다. 일상이라는 실, 협조라는 실, 습관이라는 실. 너무 가늘어서 적조차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실들이지요. 소금 행진도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군대를 모으지 않고 바닷가로 걸어가 손으로 소금을 집은 것이 전부였는데, 그 한 줌이 실 하나를 끊었다는 겁니다. 룰은 사용될 때만 살아 있고 아무도 쓰지 않는 룰은 종이에 적힌 잉크에 지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제도라는 것이 생각보다 허약한 물건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br>그런데 이 장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뒷부분에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 모든 협조를 거둘 필요는 없다는 것.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다만 부당하다고 느끼는 단 하나만 오늘부터 조용히 거두면 된다는 것. 누군가의 험담에 같이 웃지 않는 일, 부당한 지시에 침묵으로 동의하지 않는 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큰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큰 행동을 준비하느라 평생 준비만 한다는 문장에 이르면, 이 책이 왜 영웅담을 피해 왔는지 알게 됩니다.<br>마지막 장에서는 톤이 한결 낮아집니다. 세바그람 아슈람에서 중증 한센병을 앓던 산스크리트어 학자를 자기 오두막 곁에 머물게 하고 매일 상처를 닦아 주었다는 일화가 나와요. 저자는 이걸 성자의 온정으로 부르는 해석을 한 번 밀어냅니다. 그러면서 군림하려는 마음을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중력의 문제라고 규정하지요.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가 사람을 끌어당기니, 매일 아침 그 힘을 거슬러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요. 어제의 복무는 어제로 끝났고 오늘은 오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위로처럼 들렸습니다. 어제 실패했어도 오늘 다시 하면 된다는 뜻으로 읽혔거든요.<br>다만 읽는 내내 조금 갸웃한 대목도 있었어요. 이 책은 군림과 복무를 아주 선명하게 갈라 놓습니다. 방문 앞에 비서를 두느냐 문을 열어두느냐, 권한을 모으느냐 나누느냐 하는 식으로요. 읽는 동안에는 시원한데, 덮고 나면 현실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문을 닫고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나눌 수 없는 권한도 있으니까요. 새벽 네 시 기상과 정해진 시간의 침묵을 자기지배의 증거로 드는 부분도 그렇습니다. 자기 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같은 무게로 적용되기는 어려울 듯해요. 이 경계를 책이 끝까지 다루지 않는 점은 아쉬웠습니다.<br>문장은 짧은 단정문을 계단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힘이 있는 대신 읽는 사람을 조금 몰아붙이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이 얇은 판형이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한 꼭지 읽고 덮었다가 며칠 뒤에 다시 펴도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까요. 철학서보다는 실용서 화법에 가깝다는 점은 미리 알고 들어가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간디 사상의 원전을 기대하면 결이 다를 수 있고, 조직 안에서 지친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쪽이라면 잘 맞을 겁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 왔지만, 이렇게 작고 얇은 판형에 이만한 밀도를 담은 경우는 드물었어요.<br>8월 첫 주, 더위가 아직 물러가지 않았는데 저녁 공기에는 미묘하게 다른 결이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곧 입추라고 하지요. 계절이 바뀔 때 늘 무언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만, 실은 하루치씩 조용히 옮겨 간 결과일 뿐입니다. 이 책이 말하는 변화도 꼭 그런 모양이었어요. 큰 결심 하나를 준비하느라 애쓰는 대신, 오늘 거둘 수 있는 작은 협조 하나를 찾아보라는 이야기. 그 정도면 지금 계절에 어울리는 조언 같습니다.<br>직함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책, 그리고 오늘 하루치의 작은 거절로 답하라고 권하는 책.<br>#결국모든위대한것은사람으로부터시작된다 #마하트마간디 #간디 #사피엔스 #사시사철시리즈 #인문학추천 #철학책추천 #리더십책추천 #자기지배 #스와라지 #비폭력 #소금행진 #북유럽카페 #서평단 #책추천 #독서기록 #블로그서평 #인문교양 #직장인책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23/69/cover150/k9521307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23699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어린 왕자 - [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어린왕자 - 손을 쓰는 컬러링 필사가 뇌를 깨운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66</link><pubDate>Sun, 02 Aug 2026 21: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6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193&TPaperId=174288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7/70/coveroff/k75213019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0193&TPaperId=1742886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어린왕자 - 손을 쓰는 컬러링 필사가 뇌를 깨운다</a><br/>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서상원 옮김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05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표지를 한동안 들여다봤습니다. 아이보리 바탕에 금빛 별이 흩어져 있고, 그 가운데 어린 왕자가 둘 서 있어요. 앞에 선 쪽은 초록 외투와 붉은 안감까지 색이 다 들어갔고, 뒤에 선 쪽은 윤곽선만 남은 채 비어 있습니다. 완성된 그림과 아직 비어 있는 그림을 나란히 세워둔 구성인데, 이 책이 어떤 물건인지 표지 한 장으로 이미 설명하고 있더군요. 절반은 만들어져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읽는 사람이 채워야 합니다.<br>&lt;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어린 왕자&gt;는 생텍쥐페리의 원작을 스물일곱 개 장면으로 추려 담았습니다. 각 장면은 채색이 끝난 삽화 한 점과 짧게 줄인 본문, 그 아래 대여섯 줄의 빈 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뒷면에는 같은 그림이 선화로 놓입니다. 읽고, 옮겨 적고, 칠하는 순서로 흘러가는 구조예요.<br>첫 장이 보아뱀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여섯 살 아이가 색연필을 들어 생애 첫 그림을 그리고, 어른들에게 무섭지 않으냐고 묻고, 모자가 뭐가 무섭냐는 대답을 듣는 장면이죠. 그리고 이런 조언이 따라붙습니다. "그런 그림은 그만두고 지리, 역사, 산수, 문법 공부나 해라." 화가의 꿈을 접었다는 문장으로 첫 장이 닫혀요. 색연필을 다시 쥐라고 만든 책이 색연필을 내려놓은 사연부터 꺼내는 배치가 재미있습니다.<br>이어지는 면에서 조종사가 된 그는 현명해 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1호 그림을 내밀어 봅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늘 모자였고요. 그럴 때면 보아뱀도 원시림도 접어두고 브리지게임과 골프와 정치와 넥타이를 이야기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속마음을 터놓을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살아왔다는 문장이 그 뒤에 옵니다. 어른의 대화 목록이 그대로 외로움의 목록이 되는 셈이죠.<br>책의 앞머리에는 컬러링 필사가 뇌 활성화와 기억력에 좋은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한 안내가 실려 있습니다. 측두엽과 전두엽과 후두엽이 함께 작동한다는 설명, 손으로 쓸 때 해마가 강하게 자극된다는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대학교 연구, 알파파와 코르티솔 이야기까지 꼼꼼합니다. 다만 근거를 대는 방식에 편차가 있어요. 이름이 분명한 연구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 어느 저널이나 미국의 미술 치료 전문가들처럼 출처가 흐릿하게 처리된 대목도 섞여 있습니다. 밀도를 고르게 맞췄다면 설득력이 더 붙었을 것 같아요. 사실 손을 쓰는 동안 마음이 가라앉는다는 것은 뇌 부위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웬만한 사람은 이미 아는 감각이기도 하고요.<br>뒷부분으로 갈수록 문장이 조용해집니다. 사막에서 우물을 찾은 장면에서 도르래가 삐걱거리자 어린 왕자가 말해요. "우리가 이 우물을 깨우니까 우물이 노래를 부르잖아……" 별빛 아래를 걸어와 도르래 소리를 들으며 팔의 힘으로 길어 올린 물이었다고, 양식 이외의 어떤 다른 의미였다고 적혀 있습니다. 오래 일해온 사람에게는 이 대목이 조금 다르게 읽힐 겁니다. 애써서 얻은 것에만 붙는 맛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니까요.<br>지구에 닿은 어린 왕자가 사막이 쓸쓸하다고 하자 뱀이 답하는 말도 오래 남습니다.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역시 외로워." 사막에 홀로 핀 꽃은 사람들에게 뿌리가 없어서 바람에 실려 다닌다고 일러주고요. 뿌리 없음이라는 표현이 지금 우리 사는 모양과 겹쳐 보였습니다. 몇 년 단위로 사는 곳을 옮기고, 일자리를 따라 도시를 바꾸고, 은퇴 무렵에는 다시 어디에 자리를 잡을지 고민하는 흐름이 낯설지 않으니까요.<br><br>마지막 장에는 그림이 없습니다. 글만 놓여 있어요. 별들이 5억 개의 방울과 같다는 문장이 나오고, 양이 꽃을 먹었을지 모른다는 걱정과 유리 덮개를 씌웠을 거라는 위안이 번갈아 이어지다가, 독자에게 청을 남기며 끝납니다. 언젠가 아프리카 사막을 지나게 되면 서두르지 말고 그 별 아래에서 잠시 기다려보라고, 금발의 아이가 웃으며 다가오면 친절을 베풀어달라고, 그리고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편지를 보내달라고요. 빈 줄이 계속 따라붙는 책이어서인지, 그 마지막 부탁이 답장을 기다리는 편지처럼 읽혔습니다.<br>부모님께 드릴 무언가를 고르고 있다면 후보로 올려둘 만합니다. 은퇴 이후나 자녀가 독립한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을 안내 글이 꽤 정확하게 짚고 있어서, 그 시기를 지나는 분들에게는 특히 맞을 듯해요. 시니어라는 단어가 아직 남의 옷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원작을 다시 읽는 기분으로 펼치면 그럭저럭 어울립니다. 색을 잘 칠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우를 초록으로 칠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책이니까요.<br>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읽어오는 동안, 읽고 덮으면 끝나는 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손을 움직이게 만드는 쪽은 드물었고요. 그런 점에서 이 한 권은 서가에 꽂히기보다 책상 위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br>8월로 넘어왔습니다. 한낮에는 바깥 일을 줄이고 실내에 머무르게 되는 철이죠. 색연필 몇 자루와 볼펜 하나면 시작되는 책이라, 에어컨 바람 아래 길게 늘어지는 여름 오후와 잘 맞습니다. 별이 잘 보이는 계절이기도 하고요.<br>원작의 문장을 손으로 옮기고 빈 그림을 채우는 동안, 어른의 언어에 밀려났던 감각이 조용히 돌아오는 책.<br>#시니어컬러링필사북어린왕자 #어린왕자 #컬러링북 #필사북 #컬러링필사 #생텍쥐페리 #서상원 #스타로고 #북유럽카페 #서평단 #시니어취미 #부모님선물 #두뇌활동 #손글씨필사 #어린왕자필사 #힐링북 #독서기록 #책추천 #여름독서 #액티비티북]]></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7/70/cover150/k75213019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7708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AI 시대, 생각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 [AI 시대, 생각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 최고의 질문으로 결과를 바꾸는 문제해결의 기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53</link><pubDate>Sun, 02 Aug 2026 21:1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5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0211&TPaperId=1742885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44/8/coveroff/k55213021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0211&TPaperId=1742885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AI 시대, 생각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 최고의 질문으로 결과를 바꾸는 문제해결의 기술</a><br/>변창우 지음 / 세이코리아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표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큼직한 쉼표였습니다. 위쪽은 흰 바탕에 짙은 청회색 글자가 화면을 꽉 채우고, 아래로 내려오면 바탕색이 따뜻한 베이지로 바뀝니다. 차가운 색과 사람 손때 묻은 색이 위아래로 나뉜 그 경계에 쉼표가 하나 찍혀 있어요. &lt;AI 시대, 생각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gt;라는 제목에서 그 부호가 단순한 문법 기호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급하게 달려가는 쪽을 잠깐 붙잡아 세우는 표시 같았거든요.<br>무게도 제법 나가고 두께도 있습니다. 처음 펼쳤을 때 며칠에 나눠 천천히 봐야겠다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판단이 책의 주장과 얼추 맞아떨어졌더군요.<br>1부 초반에는 신입사원 한 명이 등장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느 대학 출신에, 무슨 주제를 물어도 막힘없이 답을 내놓고, 주 7일 24시간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친구요. 보고서를 다시 써 오라 해도 금방 고쳐 오고 엑셀과 코딩도 능숙합니다. 그런데 몇 달 지내보니 이상한 구석이 보이기 시작해요.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하는 법이 없고, 없는 얘기를 그럴싸하게 지어내고, 결과물은 무난하지만 자기 관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체는 짐작하시는 대로 생성형 AI입니다. 능청스러운 설정이라 웃으며 읽었는데, 저자가 붙인 결론은 담백합니다. 아직 독립적으로 일을 맡기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부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는 것. 월 20달러 남짓이면 되는 비서라는 계산까지 함께요.<br>이어서 BCG와 미국 교수들이 경영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소개됩니다. AI를 쓴 쪽이 12.2퍼센트 더 많은 일을 25.1퍼센트 더 빠르게 처리했고 결과물의 질도 40퍼센트 이상 좋았다는 수치.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의 다른 면이 바로 뒤에 붙습니다. 데이터와 인터뷰를 세밀하게 통합해야 풀리는 문제에서는 AI를 쓰지 않은 그룹이 84퍼센트 정답을 맞혔고, 쓴 그룹은 오답이 더 많았다는 것. 결과를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사람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br>솔직히 이 구성에서는 잠깐 갸웃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은퇴하기 전까지 AI가 자리를 빼앗는 일은 없다는 쪽에 한 표를 걸겠다고 해놓고, 곧바로 방심의 대가를 보여주는 연구를 붙여둡니다. 안심시키는 말과 경계하라는 말이 한 호흡 안에 나란히 놓여 있어서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할지 헷갈리는 자리가 있어요. 다만 읽어나가다 보면 그 배치가 의도였겠다 싶어집니다. 저자가 겨냥하는 대상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능숙하게 부리는 옆자리 동료의 성과니까요.<br>2부로 넘어가기 전, 2장에 실린 회의실 장면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월요일 아침 여덟 시 반, 꼭대기 층 회의실에서 해외영업 활성화 전략을 놓고 임원 회의가 열립니다. 삼십 분짜리 발표가 끝나자 CEO의 첫마디가 뭐 새로운 거는 별로 없구먼, 이었어요. CFO는 숫자를 들어 예산과 인력 감축을 꺼내고, 해외영업 임원은 초기 투자가 필요하니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CMO는 온라인 채널과 브랜딩 투자를 말합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틀리지 않은 말을 하는데 대화는 도무지 이어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그 건으로 상의해봤느냐는 CEO의 물음에 돌아온 답은 "아직…, 요청이 오지 않아서…"였고, 몇 마디 뒤에는 이런 말도 나옵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얘기부터 먼저 하네."<br>장면 끝에 붙은 손그림 한 장이 오래 눈에 남습니다. CEO 말풍선에는 '맞는 질문 제일 많이 하실 분'이라 적혀 있고, 맨 아래 김 대리는 '좀 갑갑합니다' 한마디를 달고 있어요. 저자는 마지막에 김 대리가 임원들을 제치고 상황을 정리해내는 장면을 통쾌하게 그려놓고도, 현실에서 대리가 그렇게 나섰다간 뒷감당이 안 된다고 곧바로 인정합니다. 그 솔직함 덕분에 이 안내서를 좀 더 믿고 읽게 됐습니다.<br>책의 뼈대는 HIPS 프로세스입니다. 인간지능 문제해결이라는 뜻이고, 핵심 질문을 던져 문제를 구조화하는 1단계, 분석적 접근과 창의적 접근을 병행하는 2단계, 핵심 과제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3단계로 이어집니다. 로직트리와 고객여정지도, 디자인 씽킹, 프로토타입처럼 현장에서 쓰이는 도구들이 차례로 나오는데, 실무서로 읽으면 이쪽이 본론일 겁니다. 다만 제 눈길이 오래 머문 자리는 조금 달랐어요.<br>2단계 후반에 '고뇌 구간'이라는 이름이 붙은 꼭지가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다 꺼내놨는데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한 지점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저자는 당황하지 말라고 하면서, 문제해결 과정이 애초에 선형적이지 않다고 짚습니다. 하다가 막히면 되돌아가 반복해야 하고, 확산에서 수렴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반드시 지나야 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br>여기서 짧은 이야기가 하나 나옵니다. 사과를 가득 실은 농부가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서둘러 가다 노인을 만나 장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묻습니다. 노인의 대답이 이랬어요. "천천히 가면 30분이고 지금처럼 가면 온종일도 걸릴 거요." 무슨 소리인가 싶던 농부는 노인이 길에 떨어진 사과를 주워 짐칸에 실어주는 모습을 보고 뜻을 알아차립니다.<br>일터에서 흘리고 다닌 사과가 몇 개나 될지 세어보게 만드는 대목이었습니다. 급하니까 예전 하던 방식대로 결정하고, 불편하니까 어긋난 의견은 덮고 넘어가고, 그렇게 아낀 시간은 나중에 몇 배로 청구되곤 하지요. 저자는 불편함과 무력함 때문에 선택을 서두르면 과거의 익숙한 솔루션을 고르게 되고 그것이 지금에 적합한 답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적어두었습니다. 고뇌 구간을 지나는 요령 중에는 휴식과 숙려 기간도 들어 있어요. 우리의 두뇌는 근육과 같아서 무리한 후에는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쉬는 사이 뜻밖의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고요. 괄호 안에 붙은 한마디가 이 책의 온도를 잘 보여줍니다. 그러면 고뇌 구간이 아니라 환희 구간이 된다.<br>1부에 나오는 π자형 인재라는 개념도 적어두고 싶습니다. 자기 전문 분야 하나에 다른 영역의 이해를 더해 서로 다른 지식을 연결해내는 사람을 가리켜요. 정형화된 문제는 AI가 더 잘 풀겠지만 여러 분야가 뒤엉킨 현실의 문제에는 여전히 사람의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견해입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붙들어온 사람에게는 이 부분이 조용한 응원처럼 읽힐 것 같습니다. 쌓아온 경력이 두 번째 기둥을 만날 때 비로소 값이 매겨진다는 이야기니까요.<br>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드러나는데, 핵심 과제를 고르는 단계를 설명하다 말고 역사 이야기로 빠지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스스로 역사 덕후라 밝히면서 런던의 커피하우스, 파리의 카페, 독일 바우하우스를 나란히 놓아요. 뉴턴과 핼리가 돌고래를 해부하며 놀던 자리에서 주식 거래소와 보험사가 태어났고, 파리의 카페에서는 헤밍웨이와 사르트르가 하루를 통째로 죽쳤습니다. 사르트르는 카페 드 플로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이상해 보이지만, 카페 드 플로르는 우리에게 집과 같은 곳입니다." 세 장소의 공통점을 저자는 이질적인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격 없이 수다를 떨었다는 데서 찾습니다.<br>그러고는 우리에게도 그런 자리가 있는지 살펴본 뒤 각자 만들어보자고 권합니다. 온라인 독서토론 모임도 좋고, 나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고요. 어딘가에 나만의 커피하우스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이 꼭지를 닫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그런 공간이 없다고 단정한 부분에는 살짝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도서관과 크고 작은 독서모임, 이런저런 살롱 형태의 자리는 이미 여기저기 생겨나는 중이고, 다만 서로 다른 배경이 한자리에 섞이는 일이 드물 뿐이라는 쪽이 실감에 가깝습니다.<br>이 도서는 북유럽 카페를 통해 받았습니다. 같은 한 권을 놓고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감상을 남기는 풍경이 저자가 말한 커피하우스와 크게 멀지 않겠더군요. 서평을 쓰는 일도 결국 남의 생각에 제 생각을 부딪혀보는 절차에 가깝고요.<br>이 안내서의 무게중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해결 절차에 놓여 있습니다. AI는 그 과정을 거드는 도구로 등장할 뿐이에요. 부록에 생성형 AI로 HIPS를 돌리는 프롬프트 설계 가이드가 실려 있어서 당장 써먹고 싶은 분이라면 그쪽부터 펴봐도 되지만, 앞을 건너뛰면 손에 도구만 남을 것 같습니다.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께 특히 할 말이 많은 책이고, 자기 일하는 방식을 한 번 점검해보려는 사람에게도 쓸모가 있습니다. 2024년에 나온 &lt;인공지능 시대, 무기가 되는 생각법&gt;의 개정판이라는 점도 적어둡니다. 초판이 HIPS라는 틀을 세웠다면 이번 판은 그 틀을 생성형 AI 위에서 굴려보는 예문을 더한 셈이에요.<br>저자가 던지는 맞는 질문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이제 우리가 뭘 하면 되지?"라는 물음이요. 그 뒤에 인용된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의 문장이 이 책 전체를 요약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영향을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br>8월 첫 주, 낮이고 밤이고 더위가 물러가지 않는 계절입니다. 이런 시기에는 진도가 더뎌도 조바심이 덜 나서, 두께 있는 한 권을 붙들기에 오히려 나쁘지 않겠다 싶어요. 서둘러 넘긴 페이지는 어차피 다시 돌아와 읽게 되니까요. 천천히 가면 30분이라던 노인의 말을 이 여름 내내 떠올릴 것 같습니다.<br>AI를 어떻게 쓸지 배우기 전에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부터 정하게 만드는, 사람을 위한 문제해결 안내서.<br>#AI시대생각은어떻게무기가되는가 #변창우 #세이코리아 #SAYKOREA #서평 #북유럽카페 #서평단 #문제해결 #HIPS프로세스 #인간지능 #직장인책추천 #자기계발서추천 #AI활용법 #프롬프트설계 #파이형인재 #고뇌구간 #커피하우스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40대독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44/8/cover150/k55213021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44085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오늘 밤부터 달라지는 잠의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29</link><pubDate>Sun, 02 Aug 2026 21: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0117&TPaperId=174288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42/31/coveroff/k55213011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0117&TPaperId=174288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오늘 밤부터 달라지는 잠의 과학</a><br/>이준용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표지를 먼저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위쪽은 거의 비워 두고 붓으로 눌러쓴 듯한 제목만 크게 얹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푸른빛과 연둣빛이 안개처럼 번지고 그 위에 달이 초승에서 조금씩 차오르는 모양으로 작게 늘어서 있어요. 밤을 검게 칠하지 않고 새벽 직전의 옅은 빛으로 그렸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잠을 다루는 책이면서 겁을 주지 않겠다는 태도가 표지에서 먼저 읽혔거든요.<br>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은 &lt;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gt;은 손에 쥐어보면 제법 묵직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준용 원장이 쓴 안내서인데, 페이지 수도 그렇지만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하룻밤에 훑을 책은 아니더군요. 며칠에 걸쳐 나눠 읽었습니다.<br>가장 먼저 붙들린 곳은 야근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었어요. 밤 열한 시에 집에 들어와 씻고 바로 누웠는데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든다는 사람의 하소연으로 장이 열립니다. 저자는 여기에 자동차 비유를 붙입니다. 동네 마트에 다녀온 차는 시동을 끄면 엔진이 금방 식지만, 고속도로를 한참 달린 차는 시동을 꺼도 한동안 열이 남는다는 것이죠. 하루 종일 에너지를 쏟은 몸도 마찬가지여서 코르티솔 수치와 교감신경이 여전히 켜져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못 박아요. "야근 후 귀가해서 2~3시간 동안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우리 몸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벨기에 연구팀 실험도 곁들여지는데, 세 시간만 재워 극심한 졸음 상태로 만든 사람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더니 잠드는 데 평소보다 사 분이 더 걸렸다고 합니다. 피로가 한계까지 쌓여도 각성이 내려가지 않으면 잠은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br>이 설명이 반가웠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잠들지 못한 밤을 자기 관리의 실패로 셈하는 습관이 우리에게 꽤 깊게 배어 있어서요. 저자는 그 셈법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합니다.<br>올빼미를 다룬 장에서는 그 제안이 더 선명해집니다. 야근할 때 집중이 가장 잘 되고 학창 시절 일교시는 늘 비몽사몽이었던 삼십 대 직장인이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가 무너지는 과정이 나오는데, 일어나는 시각만 당겨졌을 뿐 잠드는 시각은 그대로여서 수면 시간이 네다섯 시간으로 줄었다고 해요. 결국 무기력을 안고 진료실 문을 열고는 자기가 의지가 약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저자의 대답이 이 장의 핵심입니다. "이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에요. 그저 몸의 생체시계가 조금 늦게 맞춰져 있을 뿐입니다."<br>이어지는 근거들이 흥미롭습니다. 크로노타입은 키나 몸무게처럼 타고나는 다양성이고, 탄자니아 하드자족 연구에서 부족 구성원 전체가 동시에 잠든 시간은 하룻밤에 평균 십팔 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저마다 잠드는 시각이 달랐기 때문에 별도의 당번 없이도 자연스럽게 불침번이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새벽형 인간을 성실함의 척도로 삼아온 우리 사회의 잣대가 여기서 한 번 흔들립니다. 저자 본인도 전형적인 올빼미형이라 국가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 낮 열두 시에 일어났다고 고백하는데, 그때는 사회의 시간표와 부딪힐 일이 없었기에 가능했다는 단서를 정직하게 붙여둡니다.<br>다만 이 대목에서 갸웃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해법으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를 최선으로 꼽고, 오전에는 간단한 업무를 두고 집중력이 살아나는 오후로 중요한 일을 옮기라고 권하거든요. 원리는 수긍이 갑니다. 그런데 회의 시각과 업무 순서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하면 거리가 꽤 멀게 느껴졌어요. 아침 햇빛을 십 분에서 삼십 분 쬐라는 조언 역시 출근 동선이 지하로 이어지는 사람에게는 만만치 않고요. 저자가 타고난 올빼미의 경우 생체시계를 앞당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미리 인정해둔 만큼, 원인을 알게 되는 것과 상황이 달라지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빈칸이 남습니다. 그 빈칸을 메우는 건 결국 개인이 아니라 근무 제도 쪽 몫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br>책의 중반, 수면무호흡을 다루는 대목에서는 목소리의 결이 바뀝니다. 앞장들이 자책을 덜어주는 쪽이었다면 여기서는 병원에 가보라고 등을 미는 쪽에 가까워요. 주말에 열 시간씩 자고도 온몸이 무겁다는 사십 대 회사원의 사례가 나오는데, 수면 부족도 우울증도 불안도 아니라는 것이 하나씩 지워진 끝에 검사를 받고 진짜 원인을 찾습니다. 스노클링 비유가 오래 남았습니다. 대롱 끝이 물 밖에 있을 때는 숨을 쉴 수 있지만 아래쪽 물고기를 보려고 잠수하면 대롱이 잠겨 결국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는 것. 깊은 잠에 들수록 근육의 힘이 빠져 기도가 막히니, 열 시간을 통째로 자도 뇌가 실제로 회복한 시간은 거의 없는 셈이라고 합니다. 잠드는 것 자체는 누구보다 빠르기 때문에 본인은 문제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설명까지 읽고 나면, 코골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중년의 밤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참고 버티지 말라는 당부가 이 장의 마지막 문단에 놓여 있는데, 위로만 건네고 끝냈다면 이 책은 훨씬 가벼웠을 겁니다.<br>그리고 마지막 부에 이르러 표지의 문구가 착지합니다. 우산 없이 길을 걷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원망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로 장이 열려요. 처마 밑으로 몸을 피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그냥 맞으며 걸어간다는 것이죠. "우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건 편안히 누워 몸을 쉬게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침대에서 일곱 시간을 누워 있고도 다음 날 더 지치는 이유를 공회전에 빗대는데, 앞에서 나온 엔진이 여기서 다시 돌아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 연료만 태우는 상태라는 것이죠.<br>책 끝자락의 비수면 깊은 휴식 가이드는 실제로 따라 해볼 만합니다. 불을 끄고 누워 사 초 들이쉬고 육 초 내쉬는 호흡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왼발부터 시작해 오른발과 배와 등, 어깨와 팔을 거쳐 얼굴까지 주의를 옮겨가며 힘을 빼는 십 분짜리 실습이에요. 신경과학자 앤드루 휴버먼이 대중화한 원리에 저자의 임상 경험을 더해 구성했다고 밝혀두었고요. 마지막 순서가 얼굴이라는 점이 오래 남았습니다. 미간이 풀리고 다물려 있던 턱이 느슨해지면서 하루 동안 지어왔던 표정이 서서히 풀린다고 적혀 있는데, 표정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리게 되더군요.<br>물론 여기에도 작은 의문은 남습니다. 잠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가 결국은 잠을 부르기 위한 우회로인 이상, 며칠 해보고도 못 자면 이 실습마저 성과로 재게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만 저자는 그 어긋남을 먼저 인정하고 플랜 B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기댈 방법이 하나뿐일 때 상황이 더 막막해진다는 설명은 수긍이 갔습니다.<br>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읽어왔지만 이렇게 밑줄이 자주 그어지는 실용서는 드물었습니다. 밤마다 알람을 앞당겨보려 애쓰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올빼미 장에서 오래 머무를 테고, 오래 자는데도 아침이 무거운 분에게는 뒤쪽의 자가진단 문항이 병원 문턱을 낮춰줄 겁니다. 잠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사춘기 자녀의 늦잠을 게으름으로 읽어온 어른들이 읽어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br>한여름 밤이 이 책을 읽기에 유난히 알맞은 시기였습니다. 열대야가 이어지는 요즘은 누구나 한 번쯤 잠을 설치니까요. 창을 열어두고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뒤척이는 밤에, 오늘도 못 잤다고 자신을 몰아세우는 대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보시면 좋겠습니다. "잠이 와도 좋고, 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저 눕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br>잠들지 못하는 밤을 의지의 실패로 셈해온 사람에게, 몸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주는 다정하고 단단한 안내서.<br>#자도자도피곤한당신을위한수면처방 #수면처방 #이준용 #미래의창 #수면의학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크로노타입 #올빼미형 #미라클모닝 #NSDR #비수면깊은휴식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멘탈탄탄 #건강도서추천 #서평단 #북유럽서평단 #열대야 #잠못드는밤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42/31/cover150/k55213011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42313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살아만줘요 - [살아만줘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18</link><pubDate>Sun, 02 Aug 2026 20: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8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035913&TPaperId=174288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95/31/coveroff/k97203591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035913&TPaperId=174288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살아만줘요</a><br/>이소베 지음, 백종민 그림 / 송송책방 / 2024년 12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여름 한가운데에 제법 두꺼운 책 한 권이 도착했습니다. 북유럽 카페를 통해 받은 &lt;살아만줘요&gt;는 손에 들자마자 무게가 먼저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표지에는 짧은 머리의 아이가 강가 난간에 기대어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늘은 노을빛으로 부드럽고, 뒤로는 도시의 건물들이 나지막하게 이어져요. 아프게 그리려 애쓰지 않은 그림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 절제가 책의 성격을 미리 알려주는 듯했습니다.<br>이소베 작가가 자신의 십 대 시절을 '반디'라는 인물로 옮긴 자전 만화입니다. 그림은 정동장애를 오래 다뤄온 백종민 작가가 맡았고, 2023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만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송송책방에서 나왔어요. 만화니까 금방 읽히겠거니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한 챕터씩 끊어 읽게 되더군요. 종이는 빨리 넘어가는데 마음이 따라붙는 속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br>이야기는 어린 반디가 살던 집에서 출발합니다. 신앙을 두고 부모가 부딪히고, 말싸움은 곧 몸싸움으로 번져요. 아이는 그 장면을 정면으로 목격하기보다 문 뒤에서 소리로 먼저 겪습니다. 그리고 맨발로 현관에 서 있는 엄마 곁으로 다가가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위로를 받아야 할 나이의 아이가 위로하는 쪽에 서 있는 구도인데, 이 장면이 책 전체의 출발점이자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질문의 씨앗이 됩니다.<br>오빠에 관한 장은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오래 시달리다 자퇴한 오빠는 집 안에서 동생에게 화를 옮겨요. 작가는 이 대목을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라는 전언의 형식으로 씁니다. 직접 본 일이 아니라 나중에 들은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오빠를 멀리 두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혔어요. 욕설이나 폭력의 세부를 옮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두려움이 온몸을 감쌌다. 샴푸가 눈에 들어가 따가워도 씻어내지 못했다."라는 한 줄이, 무서움을 설명하는 대신 몸이 멈춰버린 상태를 그대로 적어 놓아서 오래 남았습니다.<br>더 무거운 것은 그 뒤의 침묵입니다. 일곱 살 무렵의 일이 밝혀졌을 때 엄마가 던진 짧은 물음 하나로,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동시에 드러나요. 검은 화면 위에 눈이 가려진 얼굴 넷이 놓인 컷은 그 집이 무엇을 택했는지 말없이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이 시기 내내 화면 바깥에 있어요. 반디의 표현대로 항상 방관자였습니다.<br>책의 중간은 애정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표지와 소개 글에 실린 문장은 이렇습니다. "엄마의 불안정함과 아빠의 무관심 속에서 나는 타인에게 애정을 갈구했다." 밴드 무대에서 만난 사람이 반디에게는 오래 유일한 빛이었고, 무대 위에서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그 모습을 보며 자기도 언젠가 빛나고 싶다고 마음먹습니다. 짝사랑이 어긋나는 자리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태어나는 흐름이 인상적이었어요. 회복의 동기가 병원에서 오지 않고 공연장에서 온다는 점도요.<br>병동 이야기는 담담해서 더 잘 읽힙니다. 병실까지 가려면 문을 세 개 지나야 하고 그중 하나는 벨을 눌러야 열립니다. 소지품은 하나하나 확인받고, 안전을 위한 장치들은 동시에 사생활을 지워요. 그 안에서 열두 살 아이가 수줍게 초코파이를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반디가 병동에서 처음으로 웃습니다. 위로가 어디서 오는지에 관해 이 책은 계속 같은 답을 내놓는 것 같아요. 커다란 말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이 도착합니다. 반대로 교회 선생님이 꺼낸 고난과 회복의 이야기 앞에서 반디의 말풍선은 점만 찍힌 채 비어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건넨 말이 미끄러지는 순간을 이렇게 정직하게 그린 만화는 흔치 않습니다.<br>가운데쯤에서 반디가 소리치는 대사가 있습니다. "나 이제 18살이야! 그만 좀 해! 나도 살고 싶어!" 곧이어 이런 문장이 이어져요. 열여덟은 미성년자인데 자기는 늘 어른이 되어야 했다는 것. 어른 노릇을 떠맡아온 아이가 처음으로 아이의 자리를 요구하는 장면이라, 제목이 여기서 한 번 크게 울립니다.<br>결말은 화해가 아니라 분리로 향합니다. 반디를 집에서 꺼내준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이모였고, 이사 후의 서술은 소박합니다. 오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치약과 수건을 함께 쓰지 않아도 되는 생활. 안전이라는 말이 이렇게 생활적인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아버지는 떨어져 살게 된 뒤에야 전화와 문자로 자주 연락해옵니다. 그에 대한 반디의 대답이 이 책에서 제일 어른스러운 문장이었습니다. "아빠는 아빠의 인생을 사는 거고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br>그리고 이런 말이 나옵니다. "앞으로 나는 자주 넘어질 것이고, 또 많이 울겠지만, 또 그만큼 잘 웃고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어서 자신이 어른인지 아이인지 묻고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약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완벽하게 어른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적어요. 마흔을 훌쩍 넘긴 제가 이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열여덟이 내놓은 결론이 나이와 상관없이 맞는 말이어서요. 마지막에 이르러 작가는 어렸던 나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다고 씁니다. 그 뒤에 놓인 문장이 제목의 정체를 밝혀주는데, 그건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만 이 책의 부탁이 누구를 향하고 있었는지는 읽고 나면 분명해집니다. 맨 뒷장에는 연필을 쥔 손과 함께 손글씨 한 줄이 남아 있어요. 겁에 질려 울던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는 말이었습니다.<br>읽기 전에 알아두시면 좋을 점 하나. 초반부의 가정 폭력 묘사와 중반의 자해 관련 서술이 꽤 직접적입니다. 지금 마음이 많이 지쳐 있다면 시간을 넉넉히 두고 나눠 읽으시길 권해요. 혹시 책의 내용이 본인의 일처럼 겹쳐 힘들어진다면 혼자 견디지 마시고 가까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셨으면 합니다.<br>8월의 낮은 여전히 뜨겁고 저녁은 조금 길어졌습니다. 이런 계절에 어울리는 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표지 속 노을과 강물이 이상하게 지금과 잘 맞았어요.<br>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어른 노릇을 떠맡았던 아이가 자기 자신에게 살아만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입니다.<br>#살아만줘요 #이소베 #백종민 #송송책방 #자전만화 #만화서평 #그래픽노블 #다양성만화 #양극성장애 #조울증 #정신건강 #회복의기록 #책추천 #북리뷰 #서평 #독서기록 #위로가되는책 #가족이야기 #청소년성장 #북유럽카페]]></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95/31/cover150/k97203591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395315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 - 공유되는 순간 완성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원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797</link><pubDate>Sun, 02 Aug 2026 20: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7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0419&TPaperId=174287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4/72/coveroff/k5521304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0419&TPaperId=174287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 - 공유되는 순간 완성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원칙</a><br/>로빈 랜다.그레그 브라운 지음, 최은아 옮김 / 알레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검정 바탕 위로 형광 초록 원들이 조용히 번져 나가는 표지입니다. 손에 쥐어 보니 생각보다 묵직해서, 며칠 안에 다 읽겠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접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두께가 부담스럽기보다 오히려 다행스러웠습니다. 천천히 읽어도 된다고 책이 먼저 말해주는 것 같았거든요.<br>그레그 브라운과 로빈 랜다가 쓰고 최은아가 옮긴 &lt;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gt;는 광고인이 쓴 광고 책인데요. 덮고 나서 남은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어떤 자리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잘 만들었다는 말보다 누군가에게 가닿았다는 말이 훨씬 어려운 칭찬이라는 걸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br>책 중반에 제레미 불모어의 오래된 비유가 나옵니다. 인사이트는 냉장고 안의 불빛과 같아서 문을 열 때에만 켜진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대목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우리가 답이라고 믿는 것들 대부분은 문을 열어야만 보이는데, 정작 그 문을 여는 일은 자주 생략되니까요.<br>아디다스와 하바스 미들 이스트가 두바이 해수욕장에 실제로 수영할 수 있는 광고판을 세운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전 세계 여성의 32퍼센트가 공공장소에서 수영하는 걸 불편해하고 중동에서는 그 비율이 89퍼센트라는 데이터가 있었는데요. 담당자는 그 숫자가 답을 주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리서치 파트너들과 함께 그 지역 여성들을 오래 들여다본 뒤에야 인사이트가 나왔다고 하더군요. 숫자는 문고리였을 뿐이고, 불이 켜진 자리에 있던 건 수영을 포기해온 사람들의 마음이었습니다.<br>존중이라는 말이 이 책에 자주 나오는데요. 뉴욕 타임스 캠페인에서 그 말이 가장 잘 보였습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던 시기에 나온 광고인데, 결론을 말하는 대신 "진실은…"이라고 문장을 열어둔 채 판단을 독자에게 넘깁니다. 무엇을 믿으라고 설득하지 않고, 믿을지 말지를 정할 사람이 누구인지만 분명히 해두는 방식이지요. 뒤에 붙은 성과 수치보다 그 태도가 오래 남았습니다.<br>말한 대로 행동하라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장에서는 자꾸 손이 멈췄습니다. 파타고니아가 신문 한 면에 실은 시는 위에서부터 읽으면 절망인데, 아래에서부터 읽으면 선언이 됩니다. 읽는 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광고이면서 그 요구 자체가 메시지인 셈입니다. 중고 가구를 되사는 아이케아 캠페인에 붙은 연구도 마음에 남았는데요. 사회적 책임을 말할 때 스스로를 지나치게 칭찬하는 어조는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캠페인은 목소리를 낮췄다고 해요. 좋은 일을 하고도 조용히 말하는 편이 낫다는 걸 광고가 먼저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br>현대자동차 슈퍼볼 광고를 만든 데이비드 메스핀의 인터뷰에는 촬영 직전의 작은 결정 하나가 나옵니다. 준비해둔 VR 고글이 군인들의 표정을 가릴 것 같아 쓰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인데요. 몇 달을 준비한 장치를 현장에서 내려놓은 이유가 사람의 얼굴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니, 이 책이 말하는 존중이 어디까지 내려와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br>그래도 가장 오래 붙들려 있던 대목은 삼성 아이테스트를 만든 브렛 콜리버의 인터뷰였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갤럭시폰으로 바꾸는 일을 두고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할 것처럼" 느낀다는 관찰에서 시작한 아이디어인데요. 정작 그 인사이트는 당시 받은 브리프에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팀은 브리프를 푸는 작업과 별도로 그 생각을 따로 챙겨 함께 제안했고, 클라이언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해요. "무척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하나의 제품에만 국한되기에는 너무 큰 아이디어인데요."<br>여기까지는 흔한 성공담인데, 인터뷰의 마지막 문장이 달랐습니다.<br>"인사이트에서 아이디어로 도약하는 과정은 비교적 단순했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도전이었다."<br>이 한 줄을 접어두었습니다. 회의실에서 박수를 받은 생각이 실제로 굴러가기까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 사이에서 몇 번이나 주저앉게 되는지를 아는 분이라면 이 문장이 위로처럼 들리실 것 같습니다. 원래 어려운 일이었다고, 부족해서가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문장이라서요.<br>물론 읽으면서 고개가 갸웃해지는 대목도 있었는데요. 이 책은 성과를 숫자로 증명하는 편이라, 낭포성 섬유증 아이들의 하루를 바꾼 조끼 이야기와 협업 화장품이 44분 만에 팔린 이야기가 같은 무게로 나란히 놓입니다. 방법은 같아도 남는 것이 다를 텐데 책은 그 차이를 굳이 나누지 않습니다. 존중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도, 그 사이가 늘 그렇게 곧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걸 오래 일해본 분들은 아실 겁니다. 사례가 대부분 큰 브랜드라 예산과 조직이 다른 자리에서는 그대로 옮겨오기 어렵기도 하고요. 그래도 이 책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과를 흉내 내지 말고 태도만 가져오면 충분하겠다 싶었습니다.<br>다양성과 형평성을 다룬 장, 정해진 공식이 없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마지막 장은 이 글에 다 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쪽에 저자들의 생각이 더 또렷해서, 읽으실 분들은 그 두 장을 아껴두셔도 좋겠습니다.<br>포르투갈의 한 페스티벌 포스터를 AI로 만든 팀은 중요한 것이 어떤 도구를 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가이며, "그것이 곧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라고 말합니다. 도구는 계속 바뀔 것이고 이 책에 실린 기술도 몇 해 지나면 평범해지겠지요. 그래도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은 도구가 바뀌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로 읽혔습니다.<br>오래 일해온 사람에게 이 책이 건네는 말은 아마 이쯤일 겁니다. 브리프에 맞지 않아 접어둔 생각이 있다면 그건 틀린 게 아니었다고, 좋은 안이 실행 앞에서 무너진 경험이 여러 번이라면 그건 원래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고요. 화려한 사례들 사이사이에 그런 문장이 조용히 놓여 있습니다.<br>8월의 한낮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좋은 계절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책이 오히려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두를 수 없어 하루에 한 챕터씩만 넘기게 되는데, 그 속도가 책의 두께와 잘 맞더라고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절반쯤 읽어두면, 가을에 남은 절반이 조금 다르게 읽힐 것 같습니다.<br>설득하는 법을 배우려고 펼쳤다가, 접어두었던 생각들을 오래 들여다보게 됐습니다.<br>#사람의마음을움직이는스토리 #그레그브라운 #로빈랜다 #알레출판사 #브랜드스토리텔링 #마케팅책 #광고책 #서평 #북유럽카페 #책추천 #브랜딩 #크리에이티브 #독서기록 #직장인독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874/72/cover150/k5521304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874729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내면혁명 - [내면혁명 - 인간은 내면의 목소리를 믿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745</link><pubDate>Sun, 02 Aug 2026 20: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287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400&TPaperId=174287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93/57/coveroff/k8221304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130400&TPaperId=174287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면혁명 - 인간은 내면의 목소리를 믿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a><br/>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 이너스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표지를 한동안 들여다봤습니다. 옅은 청백색 바탕에 에머슨의 옆얼굴이 동판화처럼 새겨져 있는데, 시선이 정면을 향하지 않고 살짝 아래로 내려가 있어요. 제목에는 혁명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그림은 내내 조용합니다. 그 어긋남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안에 담긴 문장은 꽤 세게 나오는 편인데, 그 문장들이 가리키는 자리는 결국 소란이 걷힌 조용한 곳이더군요.<br>&lt;내면혁명&gt;은 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받았습니다. 이너북에서 시작한 시리즈의 첫 권이고, 19세기 미국 초월주의자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 신뢰 사상을 다섯 장으로 다시 엮은 편역서입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판형에 220쪽이라 어디든 들고 다니며 읽기 좋았어요. 두께는 가볍지만 안쪽 문장의 힘은 그렇지 않습니다.<br>1장에서 저자는 둥근 돌 이야기를 꺼냅니다. 둥근 돌은 본래부터 둥글지 않았고, 물살에 깎이고 다른 돌에 부딪히면서 수십 년 끝에 그 모양이 되었다는 것. 사람도 같아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욕망이 결국 자기 모서리를 스스로 갈아내는 일이라고 씁니다. 여기서 모서리를 취향과 신념, 거절할 용기, 불편한 진실을 입 밖에 내는 양심으로 풀어 놓는데, 그 대목이 오래 남았습니다. 자신이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르게 되어 메뉴를 고를 때마저 아무거나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는 장면도 그렇고요. 저자는 그것을 배려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자기 감각이 마비된 상태라고 씁니다. 챕터의 결론은 이렇게 놓여 있어요. "인격은 매끈함이 아니라 정직한 모서리에 있다."<br>읽다가 한 번 멈칫한 지점도 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은 친절을 전부 거래로 규정하는 대목이에요. 저자도 곧이어 균형을 잡긴 합니다. 갑자기 차갑게 굴라는 뜻이 아니고 진심일 때만 응하고 아닐 때는 차라리 침묵하라는 정도로 정리하죠. 그래도 여러 사람이 얽혀 겨우 굴러가는 자리에서는, 마음이 덜 실린 배려가 관계를 지탱해 주는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그 정도의 둥긂까지 위선으로 몰아붙이는 건 조금 가혹하지 않나 싶었습니다.<br>책의 가운데쯤, 고독을 다룬 장에서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에머슨이 콩코드 숲으로 물러났을 때 사람들이 어리석다며 만류했다는 일화로 문을 여는데, 저자는 고독을 결핍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자기 세계를 지으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입구로 봅니다. 그 입구를 두려워하는 한 평생 남의 세계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신세에 머무른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집 이야기로 옮겨 놓으니 뜻이 단번에 들어왔습니다. 좋았던 건 그다음입니다. 저자도 모두가 숲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걸 압니다. 현실의 사람들에게는 대출이 있고 가족이 있고 마감이 있고 회의가 있다고 적어 두었어요. 그러면서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자기에게 온전히 돌아오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면 이미 작은 콩코드를 자기 안에 짓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대출이라는 단어가 에머슨 옆에 놓여 있는 게 반가웠습니다. 장의 끝에는 알림을 모두 끄고 한 시간만 자기에게 돌아와 보라는 권유가 붙어 있고, 처음에는 어색할 것이고 휴대폰에 손이 갈 것이며 그 손을 거두는 데도 의지가 필요하리라는 말까지 미리 적어 두었더군요. 그 미리 일러 주는 태도가 꽤 다정하게 읽혔습니다.<br>뒤쪽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감정 쪽으로 옵니다. 칭찬 한마디에 올라갔다가 눈빛 하나에 무너지는 하루의 출렁임을 두고, 자존감이 타인의 손에 들린 리모컨이 된 상태라고 표현하더군요. 평정을 감정이 사라진 자리로 두지 않고, 파도가 쳐도 그 아래 대지가 흔들리지 않는 상태로 정의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감정은 손님이고, 자신은 그 손님을 맞이하는 집의 주인이다."라는 문장이 그림으로 남았고요. 그런데 이 장에서 제 마음을 붙든 건 조금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사람이 기계가 아니라고 인정합니다. 아무리 단단한 사람도 어떤 날은 흔들리고 어떤 밤은 잠을 설친다고요. 평정을 훈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건 흔들림의 유무가 아니라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씁니다. 어제는 사흘을 휘청였던 일에 오늘은 반나절 만에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에서 한숨이 놓였습니다.<br>책의 끝자락에는 새벽 세 시에 천장을 보며 누군가 건져 주기를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알 만한 장면이 놓여 있습니다. 거기서 구원이라는 큰 단어를 일상의 높이로 끌어내리는데, 그것이 거창한 빛이 아니라 이불을 걷어내는 한 번의 작은 동작에서 시작된다고 적혀 있어요. 앞뒤 문장의 무게에 비하면 소박한 그림인데 그래서 오히려 손에 잡혔습니다. 같은 자리에 칸트의 계몽 이야기도 나옵니다. 미성년이 나이와 무관한 상태라는 것, 자기 지성을 쓸 용기가 없어 남의 지도에 기대면 마흔이 되어도 쉰이 되어도 여전히 미성년이라는 것. 진짜 성년은 자기 인생의 마지막 결재권자가 자신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쓰는데, 결재라는 단어를 여기에 가져다 놓은 감각이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끊고 혼자 서라는 말은 아닙니다. 친구도 가족도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분명히 적어 두고, 다만 그 도움이 도착하는 마지막 지점을 흐리지 말자고 합니다. "외부의 도움은 다리이고, 다리를 건너는 발은 언제나 자신의 것이다."<br>아쉬운 점을 하나 더 적자면 전개가 눈에 익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세게 던지고, 비유를 하나 세우고, 예상되는 반박을 미리 막고, 작은 실천을 권하고, 물음으로 닫는 순서가 여러 꼭지에서 거의 그대로 반복됩니다. 짧게 끊어 읽으면 안정감이 되지만 몰아서 읽으면 다음 문단이 짐작돼요. 하루에 한 꼭지씩 끊어 읽는 방식이 이 도서에는 더 어울립니다. 에머슨의 원문 "너 자신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너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수 없다"가 여러 번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눈에 걸렸고요.<br>그럼에도 한 권의 값은 충분히 합니다. 안쪽 어딘가에 진짜 책은 결국 독자를 책장 너머의 자기 삶으로 밀어낸다는 문장이 있는데, 이 안내서 자체를 설명하는 말로도 읽혔습니다. 정답을 받아 적고 싶은 마음으로 펼치면 아쉬울 수 있어요. 오래 미뤄 둔 질문을 꺼내 놓을 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조용히 쓸모가 있을 겁니다. 특히 조직 안에서 둥글게 사는 법을 먼저 익힌 세대에게는 몇 문장이 유독 가깝게 붙을 것 같고요.<br>8월로 넘어오면서 더위가 한창입니다. 창밖은 매미 소리로 소란한데 이 책은 내내 조용한 자리를 가리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덮자마자 할 말이 정리되는 도서가 있고, 며칠 지난 뒤에야 문장이 되돌아오는 도서가 있습니다. 이번 한 권은 뒤쪽에 속했어요. 무더위가 한풀 꺾일 즈음 다시 한 꼭지씩 펼쳐 볼 생각입니다.<br>흔들리지 않게 되는 책이 아니라, 흔들린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을 줄여 가는 법을 알려 주는 책.<br>#내면혁명 #랄프왈도에머슨 #에머슨 #자기신뢰 #이너북 #인문학추천 #철학책추천 #북유럽카페 #서평단 #책추천 #독서기록 #초월주의 #자존감책 #직장인책추천 #에세이추천 #신간도서 #독서스타그램 #인생책 #평정심 #고독의힘<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93/57/cover150/k8221304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935728</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염증을 이기는 몸 - [염증을 이기는 몸 - 암과 치매를 예방하는 자연치유력의 힘]</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445</link><pubDate>Tue, 28 Jul 2026 19: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44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7813707&TPaperId=1741744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7/6/coveroff/89278137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7813707&TPaperId=1741744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염증을 이기는 몸 - 암과 치매를 예방하는 자연치유력의 힘</a><br/>이토 도시노리 지음, 김동연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염증. 이 두 글자에서는 대개 붉고 뜨거운 무언가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lt;염증을 이기는 몸&gt;의 표지는 그 예상을 조금 비껴가요. 흰 바탕 한가운데 노란 점들이 둥근 빛처럼 번져 있고, 그 안에 분홍빛 사람 형상이 조용히 서 있습니다. 경고판보다는 등을 데워 주는 온기 쪽에 가까운 배색이지요. 다 읽고 표지를 다시 들여다보니 이 색 선택이 내용과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는 걸 알겠더군요.<br>지은이 이토 도시노리는 췌장 이식의 권위자입니다. 일본 국내 1호 췌장·신장 동시 이식을 집도했고, 지금까지 70여 차례 같은 수술을 해왔습니다. 서양 의학의 최전방에 오래 서 있던 사람이지요. 그런 이력을 지닌 의사가 여섯 개 장 가운데 첫 장의 제목을 '몸을 고치려면 마음을 고쳐라'로 붙였습니다. 순서를 이렇게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도서의 태도가 짐작됩니다.<br>앞부분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br>"의사는 약으로 통증을 완화하거나 병든 장기를 절제하여 '병을 고칠' 수는 있어도 '몸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br>수술로 생긴 상처를 몸이 스스로 아물게 하는 힘이 없다면 수술이라는 행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릅니다. 평생 메스를 잡아온 사람이 자기 일의 한계를 이렇게 담담하게 적어 두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여기에는 스승 격인 아쓰미 가즈히코 교수의 이야기가 겹칩니다. 인공심장과 레이저 치료 같은 최첨단 연구를 이끌던 도쿄대 명예교수가 60년의 현장 끝에 전하고자 했던 핵심이 '의사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이었다고 해요. 저자는 이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적으면서, 곧바로 서양 의학을 무시하는 뜻이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입니다. 이 조심스러운 한 걸음이 있어서 뒤에 이어지는 통합의료 이야기가 미덥게 읽혔습니다.<br>미더웠던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저자는 통합의료 역시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고 스스로 인정합니다. 침술이나 요가, 아로마테라피 같은 보완대체요법을 소개하면서도 만병통치의 언어를 쓰지 않아요. 20세기 의료가 완치를 겨눴다면 21세기는 관리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는 진단도 과장이 없고요. 고령자의 만성 질환처럼 되돌릴 수 없는 변화 앞에서는 원래대로 복구하는 일보다 그 병과 어떻게 동행할 것인지가 중요해진다는 말이 이 책 전체의 바닥에 깔려 있습니다.<br>2장으로 넘어가면 문체가 확 가벼워집니다. 인류가 왜 두 발로 서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요. 빙하기를 향해 한랭화가 진행되면서 열대우림이 줄었고, 잘 익은 과일을 얻기 어려워지자 서서 걷는 편이 유리해졌다는 설명입니다. 그렇게 자유로워진 손이 도구를 만들고 문명을 낳았지만, 대가도 함께 따라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를 진화적 트레이드오프라고 부르며, 오늘날 고령자들이 겪는 만성 질환의 뿌리를 여기서 찾습니다.<br>이 대목의 소제목이 '침팬지는 어깨결림을 모른다'입니다. 고개를 숙인 자세가 길어지면 목뼈의 완만한 곡선이 사라지고, 체중 60킬로그램 기준으로 목이 감당할 부담이 평소의 두 배까지 늘어난다는 계산이 도표와 함께 실려 있어요. 허리를 30도만 숙여도 등 근육에 80킬로그램에 가까운 하중이 걸린다는 숫자도 나옵니다. 딱딱해질 수 있는 해부학 설명 끝에 저자는 이렇게 씁니다.<br>"침팬지에게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깨결림'을 모른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br>이런 여유가 있어서 두꺼운 건강서를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었습니다.<br>다만 이 장을 읽으면서 걸린 부분도 있어요. 목과 허리에 실리는 하중은 모멘트 방정식까지 동원해 소수점 단위로 제시하는데, 정작 장 제목에 걸린 '보폭'은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600만 년의 진화사에서 출발해 스마트폰 자세까지 오는 흐름이 흥미롭긴 해도, 그 정교한 계산들이 걸음을 넓힌다는 실천으로 곧장 이어지는지는 읽는 동안 몇 번 의심이 들었습니다. 근거를 충분히 쌓고 나서 결론으로 가려는 성실함이겠지만, 실용서를 기대하고 펼친 독자라면 초반의 밀도에 조금 지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br>책의 뒤쪽, 치매를 다루는 장에서 걸음이 다시 느려졌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근거로 돌봄이 필요해지는 원인 1위가 치매라는 사실을 짚는데, 몸이 부러지거나 쓰러지는 일보다 기억이 무너지는 일이 앞선다는 순서가 조용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최근 의학계가 치매를 생활습관병의 하나로 보기 시작했다는 관점, 당뇨와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뇌혈관에 남기는 손상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는 연구들도 정리되어 있고요. 의학 학술지 &lt;란셋&gt; 위원회가 꼽은 열네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제거하면 이론상 치매의 45%는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뒤집으면 절반 이상은 손쓰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한데, 저자는 그 45%를 붙잡자는 쪽으로 손을 내밉니다.<br>가장 오래 붙들려 있었던 서술은 시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상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과정은 20년 넘게 이어지고, 증상은 20~25년이 지나서야 겉으로 드러난다고 해요. 80세에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면 55세나 60세 무렵부터 뇌 안에서 무언가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는 뜻이라는 문장 앞에서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때 적절한 대책을 세웠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덧붙임은 뒤늦은 후회처럼 들리지 않고, 아직 시간이 남은 사람들을 향한 말로 읽혔어요. 마흔 후반이라는 자리에서 읽으면 남의 이야기로 넘기기가 어렵습니다.<br>이 책은 북유럽 카페를 통해 받아 읽었습니다. 서평단으로 만나는 책들 가운데는 읽는 동안만 머무는 것도 있고, 다 읽고 나서 생활의 각도를 조금 틀어 놓는 것도 있는데요. 이 한 권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대단한 결심을 요구하지 않고, 고개를 덜 숙이고 걸음을 조금 넓히는 정도의 일을 오래 이어 가라고 말할 뿐이거든요. 병원 검사에서는 별말 없이 돌아왔는데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시기를 지나는 분이라면 이 목소리가 반가울 겁니다. 부모님의 노년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기 차례를 어렴풋이 계산해 보게 된 사람에게도 그럴 테고요. 통계가 전부 일본 자료라는 점은 아쉬웠지만,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 이야기로 옮겨 읽는 데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br>한여름입니다. 열대야가 이어지고 낮에는 그늘을 찾아 걷게 되는 계절이라, 몸을 돌보자는 말이 가장 흐지부지되기 쉬운 때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해가 기운 저녁이면 걷기 좋은 바람이 붑니다. 오늘 걸음을 조금 넓혀 보는 일이 이십 년 뒤의 어떤 하루를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이 남긴 건 그 정도의 조용한 확신이었습니다.<br>병을 고치는 의학의 한계를 인정한 외과의가, 남은 시간 동안 몸을 살리는 법을 담담하게 일러 주는 안내서.<br>#염증을이기는몸 #이토도시노리 #중앙북스 #북유럽카페 #서평단 #건강서추천 #통합의료 #자연치유력 #유병수명 #초고령사회 #치매예방 #암예방 #생활습관병 #건강수명 #보폭걷기 #40대건강 #노후준비 #독서기록 #책추천 #네이버블로그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7/6/cover150/89278137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27062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284</link><pubDate>Tue, 28 Jul 2026 17: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2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279&TPaperId=174172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4/99/coveroff/k36213027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279&TPaperId=174172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a><br/>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표지가 먼저 말을 겁니다. 검은 배경 위로 빌딩 골조가 솟아 있고, 그 사이에서 파랑과 분홍이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단어는 만화처럼 가볍게 걸려 있는데, 아래에 붙은 문구는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이에요. 색은 요란하고 부제는 담백해서, 웃기려고 만든 책만은 아니겠다는 짐작이 들었습니다.<br>&lt;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gt;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한 줄이 에필로그 첫머리에 실려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 모도 님이 남긴 "이 책은 매우 위험한 책이오. 너무 재밌어서 위험하오."라는 문장인데, 읽어보면 그 말이 농담만은 아닙니다. 저자 길군은 서문에서 본문을 읽기 전에 에필로그를 펼치지 말라고 당부해 놓고, 정작 그 자리에 와서는 독자를 믿겠다며 슬쩍 넘어갑니다. 이런 능청이 책 전체에 깔려 있어요.<br>구성은 세 갈래입니다. 실무자 시선으로 조직의 인간 군상을 훑는 오피스 빌런, 관리자 자리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법을 묻는 오피스 히어로, 그리고 그 힘의 정체를 밝히는 히어로 스톤입니다.<br>인상적인 건 첫 문장부터 저자가 자기 이름표를 먼저 단다는 점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빌런 레벨 0, 일 안 하는 담당자였다고 적어요. 공기업을 고른 이유가 어린 시절의 꿈일 리 없었고 그냥 영업이 싫었을 뿐이라는 고백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지자체 위탁으로 문화센터를 맡게 되고, 위에서는 회원이 없다는 말만 내려옵니다. 이유를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요. 밀어붙임을 견디다 나온 혼잣말이 '회원 수, 늘려주지 뭐'였다는 대목에서, 이 책이 다루려는 게 성과 기술이 아니라는 걸 알겠더군요. 여덟 달 만에 회원이 두 배 넘게 늘었다는 숫자가 나오긴 하지만, 저자는 곧바로 자기가 하려는 말은 영업 전략이 아니라고 못을 박습니다. 사람은 돈 때문에 일하지만 존중받기 때문에 일하기도 한다는 문장, 이 한 줄을 위해 앞의 이야기를 다 깔아둔 셈입니다.<br>2부에서 만나는 팀장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수영장 수질 관리 시스템이 자꾸 멈춰 업체를 갈아치워도 소용없던 일에 그가 내놓은 답은, 습기에 굳은 소금을 깨서 넣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지, 기계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저녁에 하던 수영장 청소를 새벽으로 옮기고, 화단을 직접 파보니 폐건축자재가 나오고, 짝수 층 엘리베이터가 자꾸 멈추자 홀수 층 짝수 층 구분을 아예 없애버리라고 합니다. 화장실에서 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이유를 두고는, 청소한 사람이 티를 내고 싶을 때 그렇게 한다고 짚어요. 담당자가 미화 직원만 탓하니 그렇게라도 표시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br>다만 읽으면서 걸린 부분도 있었습니다. 팀장이 등장할 때마다 짧은 한마디로 상황이 정리되고 감탄이 따라붙는 흐름이 반복되다 보니, 인물이 조금 이상적으로 그려진 인상을 받았어요. 현실에서는 옳은 판단을 가진 사람도 조직 안에서 번번이 밀리는 경우가 훨씬 많고, 그 마찰이야말로 오래 일한 사람들이 가장 지치는 지점일 텐데 그 자리가 매끄럽게 지워져 있습니다. 물론 저자가 존경을 담아 쓴 인물이라는 게 문장에 배어 있어서, 그 마음까지 탓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br>책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안내데스크 챕터에 있습니다. 남의 운동화를 신고 가려다 걸려도, 쓰레기를 몰래 버리다 들켜도, 주차 시비를 CCTV로 확인해줘도 화는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쏟아집니다. 그러다 저자가 질문 자체를 고쳐 씁니다. 직원들이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불친절해 보이는 것이라고요. 본질은 책임 전가라는 결론이 여기서 나옵니다. 그리고 최종 빌런으로 지목되는 건 진상 고객이 아니라, 고객 앞에서 "그냥 한번 해드리세요."라는 한마디로 실무자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관리자입니다.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목소리에서 감정이 사라진 직원들 이야기는 담담해서 오히려 아팠습니다.<br>이 챕터가 힘을 얻는 건 마지막 한 문장 때문이에요. 그 멍청한 인간이 누구였는지 너무 늦게 깨달았다면서, 저자가 그 자리에 자신을 앉힙니다. 한참을 성토해놓고 스스로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구성이라 앞의 모든 문장이 다르게 읽힙니다. 그다음에 오는 해법도 거창하지 않아요. 무리한 요구를 절대 안 된다고 자르는 대신 검토해보겠다는 여유를 주고, 등록 안내는 강사들 손을 빌리고, 마지막에 "결과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 이 책이 내내 반복하는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라는 명제가 여기서 실물이 됩니다. 저자가 다른 대목에서 그 명제를 스스로 비틀어 보는 장면도 있는데, 정말 그렇다면 승진이라도 먼저 했을 거라고 적어둔 부분이요. 자기 논리에 취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보여서 오히려 신뢰가 갔습니다.<br>책의 끝자락은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향합니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목소리가 "그냥 한번 해 줘라."인데, 사무실에서 실무자의 권위를 무너뜨리던 그 말과 문형이 똑같아요. 자리를 옮겨도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의 구조는 같다는 뜻이겠지요. 다만 이 대목에서 저자가 세우는 부부 구도는 위트로 읽는 사람과 불편하게 읽는 사람이 갈릴 것 같습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겠어요.<br>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받은 도서입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만나다 보면 읽고 나서 할 말이 금방 정리되는 책이 있고, 자꾸 제 쪽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 있는데 이번 한 권은 확실히 후자였습니다. 실무자로 억울했던 기억과 관리자로 무심했던 순간이 같은 페이지 안에 들어 있어서, 어느 쪽에 서 있든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조직에서 사람 때문에 지쳐본 사람, 아래를 움직여야 하는 자리에 처음 올라선 사람이라면 자기 이야기로 읽힐 대목이 분명 있을 겁니다. 각 챕터 끝에 붙은 체크 포인트 질문들도 그 몫을 합니다.<br>칠월이 저물어 갑니다. 장마가 지나가고 더위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은 요즘, 사무실에서 사람 때문에 마음이 식어가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책은 그 마음을 다독여주기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차분히 설명해줍니다. 그런데 설명을 다 듣고 나면 이상하게 조금 가벼워집니다. 미워했던 얼굴 하나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거든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한 권 붙들고 계실 분들께 권해봅니다.<br>사무실에서 사람에게 지쳐본 사람이, 그 사람을 다시 이해해보려 애쓴 기록.<br>#오피스히어로vs오피스빌런 #길군 #밥북 #직장인추천도서 #인간관계리더십 #직장인간관계 #동기부여 #리더십도서 #자기계발서추천 #조직문화 #신간도서 #북유럽카페 #서평단 #책추천 #독서기록 #40대독서 #직장생활 #감정노동 #권위는책임지는순서 #여름에읽기좋은책]]></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44/99/cover150/k36213027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449928</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페르시아 신화 - [페르시아 신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251</link><pubDate>Tue, 28 Jul 2026 17: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25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932063&TPaperId=1741725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62/85/coveroff/k3229320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932063&TPaperId=1741725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페르시아 신화</a><br/>오카다 에미코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책을 받고 표지부터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짙은 남색 바탕에 아라베스크 문양이 옅게 깔려 있고, 아래쪽에는 노랑과 파랑으로 나뉜 페르세폴리스의 석주가 서 있어요. 색면이 살짝 어긋나게 인쇄된 듯한 처리 덕분에 온전한 유적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번 무너졌다가 겨우 다시 세워 올린 구조물에 가깝게 느껴졌어요. 왕조의 흥망을 따라가는 책의 얼굴로는 꽤 정직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br>&lt;페르시아 신화&gt;는 일본의 페르시아 문학 연구자 오카다 에미코가 쓰고 김진희가 옮긴 200쪽 남짓한 책입니다.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적 세계관에서 출발해, 이란에서 지금도 낭송된다는 서사시 샤나메의 줄기를 따라갑니다. 아후라 마즈다와 아흐리만이 벌이는 빛과 어둠의 오랜 전쟁으로 문을 열고, 케유마르스에서 잠시드왕으로 이어지는 건국의 시간을 지나, 뱀왕 자하크와 영웅 로스탐에 이르지요. 신들의 계보를 나열하는 책은 아닙니다. 사람이 왕이 되고, 왕이 사람으로 무너지는 과정을 계속 보여줍니다.<br>가장 먼저 발이 묶인 곳은 3장이었어요. 뱀왕 자하크는 이미 페레이둔의 꿈에 시달리며 약해진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그가 마지막까지 붙든 것은 군대가 아니라 한 장의 선언문이었습니다. 자하크는 공정하고 자비로운 왕이며 진실과 정의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문장을 적어놓고,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습니다. 서명하는 이들은 그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붓을 듭니다. 폭정이 힘으로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신화가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그려놓았다는 점이 놀라웠어요.<br>그 자리를 끊어놓는 인물이 대장장이 카베입니다. 열여덟 명의 아들 중 열일곱을 잃고 마지막 하나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인 늙은 아버지지요. 그는 왕 앞에서 서명을 거부하고 선언문을 찢어 발로 밟습니다. 그리고 일하던 가죽 앞치마를 창끝에 매달아 들고 걸어 나갑니다. 훗날 페레이둔이 여기에 금과 비단과 보석을 달아 카베의 깃발이 되고, 이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고 해요. 저는 이 대목이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라고 느꼈습니다. 영웅의 무기가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고, 평생 두들기던 작업복에서 나왔으니까요.<br>자하크의 마지막도 인상적입니다. 예루살렘의 지붕마다 벽돌과 돌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는 여전히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을 붙들고 있습니다. 왕좌를 되찾겠다는 계산보다 질투에 가까운 마음으로 이름을 숨긴 채 지붕에서 뛰어내리지요. 폭군의 끝이 장엄하지 않아서 오히려 사람 같아 보였어요. 그를 죽이지 말고 가두라는 천사의 명령이 이어지는데, 조로아스터교의 종말론과 닿아 있는 장면이면서도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여운을 남깁니다. 페레이둔이 500년 동안 평화롭게 다스렸다는 문장 뒤에도 그 불씨는 남아 있는 셈이니까요.<br>5장으로 넘어가면 결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왕 삼이 오래 기도한 끝에 얻은 아이는 은빛으로 빛나는 몸에 깊은 지혜를 담은 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다만 머리가 백발이었어요. 삼의 두려움은 아이를 향하지 않고 바깥의 시선을 향합니다. 사람들이 이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그 생각 하나로 그는 아이를 산에 버립니다. 신령한 새 시무르그가 아이를 거두어 기르지요. 이 아이가 잘입니다.<br>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그저 슬픈 유기담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뒤 삼은 아들 앞에 엎드립니다. "아들아, 용서해다오! 무거운 죄를 지은 것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시무르그는 잘에게 깃털 한 장을 남기고 떠나고, 축복의 북과 나팔, 황금종 소리가 이어집니다. 잘못한 아버지가 사과할 기회를 얻고, 그 사과가 받아들여지는 결말은 신화에서 흔치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 앞에서 오래 숨을 골랐어요.<br>책의 마지막 축은 로스탐과 소랍의 이야기입니다. 잘의 아들 로스탐은 사냥길에 명마 라흐시를 잃고 국경 너머 사만간에 머물다 공주와 인연을 맺고, 홍옥 세 알을 남긴 채 돌아갑니다. 태어난 소랍은 한 달 만에 한 살 아이만큼 자라고, 열 살에는 또래 중 누구도 겨룰 상대가 없게 되지요. 아버지의 이름을 알게 된 소년은 곧장 이란으로 향합니다. 아버지를 왕좌에 앉히겠다는 마음 하나로요. 책은 이 소년을 두고 아직 전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적어둡니다. 그리고 순환하는 천륜이 소년에게 국왕의 계략보다 더한 계략을 준비해두었다고 덧붙입니다. 자하크 편에서 반복되던 그 표현이 여기서 다시 나오는데, 책 전체를 꿰는 실이 무엇인지 그제야 선명해집니다.<br>가장 서늘한 대목은 투란 왕의 지시입니다. 그는 부자 관계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아버지를,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명령합니다. 로스탐의 깃발 문양을 소랍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못을 박지요. 어머니가 일러준 표식, 용 문양의 깃발과 꼭대기의 황금 사자는 소년이 아버지를 알아볼 유일한 열쇠였습니다. 그 열쇠를 누군가 의도적으로 감춥니다. 비극이 운명의 몫으로만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br>세 세대를 나란히 놓아보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삼은 아들을 버렸으나 다시 만나 용서를 구할 시간을 얻었고, 잘은 아버지 없이 자랐지만 결국 아버지를 얻었으며, 로스탐과 소랍에게는 그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가 더 강한 영웅인가보다, 누가 서로를 알아볼 시간을 얻었는가가 이 신화의 진짜 갈림길이었던 것 같아요.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읽으니 그 차이가 유난히 크게 다가옵니다.<br>아쉬운 점도 적어둡니다. 사건 전개가 빠른 대신 인물의 내면을 설명하는 문장이 인색한 편이에요. 특히 소랍의 어머니처럼 이야기의 방향을 실질적으로 쥔 인물조차 몇 문단 안에서 소비되고 사라집니다. 원전을 압축해 소개하는 책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조금 더 머물러주었다면 하는 지점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낯선 고유명사와 계보가 빠르게 지나가는 점도 처음 읽는 분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목차를 한 번 훑고 들어가시길 권합니다.<br>이 책은 북유럽 카페를 통해 만나게 되었습니다. 페르시아 신화라는 제목만 보고는 먼 나라 이야기려니 했는데, 아이를 버린 아버지와 겁 많은 폭군과 사과하는 늙은 왕이 차례로 나오더군요. 낯선 이름들 사이에서 익숙한 마음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br>한여름 볕이 가장 두꺼운 시기입니다. 이런 계절에는 멀리 다녀오는 이야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시원한 자리에 앉아 3000년 전 이란 고원의 왕과 대장장이와 아버지들을 만나고 나면,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오래된 이야기가 주는 위로는 대체로 그런 방식이지요. 답을 주지 않고, 이미 다 겪은 사람들이 여기 있었다고만 알려줍니다.<br>영웅의 무용담을 기대하고 펼쳤다가, 서로를 알아볼 시간을 얻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책입니다.<br>#페르시아신화 #오카다에미코 #김진희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샤나메 #조로아스터교 #세계신화 #신화이야기 #신화책추천 #고대페르시아 #이란문화 #자하크 #대장장이카베 #로스탐 #소랍 #시무르그 #인문학책추천 #독서기록 #북유럽카페 #BOOKULOVE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62/85/cover150/k3229320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262857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171</link><pubDate>Tue, 28 Jul 2026 16:2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71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0490&TPaperId=174171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1/61/coveroff/k4221304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22130490&TPaperId=174171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a><br/>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검정 바탕에 형광에 가까운 파랑 하나로만 그려진 표지입니다. 머리를 감싸 쥔 사람, 쓰러진 술병, 알람시계, 유령, 위태롭게 쌓아 올린 머그잔, 알약, 3D 안경, 777이 걸린 슬롯머신. 어두운 소재를 다루는 책치고 디자인은 오히려 경쾌한 쪽으로 밀어붙였고, 그 온도차가 이 책의 태도를 먼저 알려주는 듯했어요. 아래쪽 띠지에는 "인류는 단 한 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다."라는 문장이 큼직하게 박혀 있습니다. 지식 유튜브 채널 〈다크모드〉의 두 번째 책 &lt;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2 : 우리는 모두 망가져 있다&gt;는 그 선언을 스무 편의 이야기로 밀고 나갑니다.<br>책을 펼치면 인상이 또 달라집니다. 각 장 앞에는 고전 문헌처럼 장식 선을 두른 속표지가 놓여 있고, 파트마다 색이 바뀝니다. 잠 파트는 회색, 기억 파트는 짙은 자주빛, 치료 파트는 먹빛에 가까운 청록. 겉은 팝하게, 속은 단정하게 눌러둔 설계라 읽는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았습니다.<br>첫 파트에서 오래 붙들린 대목은 다섯 번째 장이었습니다. 시작이 정보가 아니라 장면이에요. 새벽 3시,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잠이 깹니다. 다시 자려고 눈을 감아보지만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고, 폰을 켜서 3시 12분을 확인하고, 알람까지 두 시간 남았다는 계산이 시작됩니다. 나 불면증인가, 이러다 내일 종일 피곤하겠지.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걱정이, 다시 잠드는 걸 막는다."<br>여기서부터 역사학자 로저 에키르치의 작업이 따라 나옵니다. 옛 일기와 법정 기록, 의학책, 호메로스와 초서, 디킨스의 소설에까지 '첫 잠'과 '둘째 잠'이라는 표현이 툭툭 등장하는데 누구도 그 뜻을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20년에 걸쳐 모은 기록이 500건을 넘었고, 거기서 하나의 그림이 떠올랐어요. 해가 지고 두어 시간 뒤 첫 잠을 자고, 한밤중에 한두 시간 깨어 있다가, 다시 둘째 잠을 자고 동틀 무렵 일어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건 그 중간의 시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여겼느냐인데, 아무도 그걸 곧장 불면증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기도를 하고, 옆에 누운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집에 다녀오기도 했다고 해요. 시계가 아니라 그날 할 일이 남았는지가 잠드는 때를 정했다는 문장에서, 잠이라는 게 관리 대상이 되기 전에는 이런 얼굴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br>가로등이 깔리고 밤에 문 여는 가게가 생기면서 밤은 어둠에 잠겨 보내는 시간이 아니게 됐고, 산업화가 겹치자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일이 낭비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두 토막이던 잠이 하나로 압축됐다는 설명이 이어져요. 1990년대 토머스 웨어의 실험도 흥미롭습니다. 사람들을 매일 밤 14시간 어둠 속에 두자 4시간 자고 한두 시간 깨어 있다가 다시 4시간 자는 형태로 잠이 갈라졌고, 한밤중에 깨어 있는 그 시간에 사람들은 불안해하기는커녕 평온했다고 합니다.<br>이 장이 마음에 든 건 저자가 여기서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전기 없이 사는 일부 부족은 지금 우리처럼 한 번에 쭉 자기도 하니 두 번 자는 패턴을 인류 보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스스로 못을 박아요. 남는 결론은 딱 하나, 8시간 통잠이 생각만큼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한밤중에 자꾸 깨는 사람에게 그게 자연스러운 패턴일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만으로 불안이 줄어든다는 연구자들의 말로 장을 닫습니다. 고쳐야 할 고장이라 여기던 것을 그냥 밤의 한 부분으로 옮겨놓는 일. 지식으로 위로한다는 게 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어요.<br>2부를 닫는 자리에는 클라이브 웨어링의 이야기가 놓입니다. 1985년, 르네상스 음악을 연구하던 음악가이자 지휘자였던 그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일으킨 뇌염으로 기억 관련 부위에 큰 손상을 입습니다. 그 뒤로 기억이 7초에서 30초밖에 이어지지 않았어요. 그는 매 순간 자신이 방금 혼수상태에서 처음 깨어났다고 믿었고, 일기에 몇 분 간격으로 처음으로 깨어났다고 적고 조금 뒤에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깨어났다고 다시 적었습니다. 몇 분 전 자신이 쓴 문장을 남이 써놓은 말처럼 보았다는 서술에서 숨이 조금 막혔습니다.<br>그런데 남은 것이 있었습니다. 아내 데버라는 알아봤어요. 그녀가 잠깐 방을 나갔다 몇 분 뒤 돌아와도 매번 크게 반가워하며 일어나 다가갔고, 오래 떨어져 있다 다시 만난 사람처럼 끌어안았다고 합니다. "조금 전에 같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데버라가 낯선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하나는 음악이었습니다. 음악을 들은 적도 없다고 말하던 사람이 피아노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고, 복잡한 곡을 연주하고 악보를 읽고 합창을 지휘했습니다. 연주가 끝나면 자신이 방금 피아노를 쳤다는 사실은 잊었지만요. 기억이 무너져도 사람 안에 끝까지 버티는 층이 있다는 것, 그게 이 장이 남긴 이상한 안도였습니다.<br>마지막 장은 결이 다릅니다. 1840년대 빈의 병원에서 의사 병동의 산욕열 사망률이 산파 병동보다 훨씬 높았고, 산모들은 이미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제발 산파 병동에 넣어달라고 빌었고, 어떤 이들은 병원에서 낳느니 길에서 아이를 낳고 들어오는 쪽을 택했습니다. 이그나츠 제멜바이스가 알아낸 답은 의사들의 손이었어요. 부검을 마친 손으로 곧장 분만실에 들어가던 관행. 염화석회 물로 손을 씻자 10퍼센트를 넘던 사망률이 몇 달 사이 크게 떨어졌습니다.<br>그런데도 의학계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자가 그 거부를 악의로만 그리지 않는 점이 좋았어요. 제멜바이스가 발견을 제때 논문으로 정리하지 못했고 원리를 설명하지 못했으며 비판에 답하는 데 서툴렀다는 사실을 먼저 짚습니다. 그러고 나서 진짜 이유를 꺼내요. 손을 씻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동안 씻지 않은 손으로 산모들에게 병을 옮겼을 수 있다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는 것. 살리려던 사람들이 죽음의 통로가 되었을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어떤 치료가 효과 없었다고 인정하는 것과 제가 환자를 해쳤을지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무게가 전혀 다르고, 후자는 자기 자신을 향한 판결처럼 느껴진다고 책은 말합니다. 그리고 "이건 몇몇 사람의 못난 성격이 아니다."라고 덧붙여요. 조직에서 오래 일해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 앞에서 몇 장면쯤 떠올릴 겁니다. 제멜바이스는 마흔일곱에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2주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br>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례 하나하나의 힘이 워낙 세다 보니, 몇몇 장에서는 마무리의 위로가 조금 급하게 붙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간은 불완전하니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 말자는 결론이 반복되면서, 정작 그 불완전함을 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에게 공을 넘기는 쪽에 가깝습니다. 유튜브 콘텐츠를 확장한 책이라는 태생상 어쩔 수 없는 호흡이겠지만, 서너 편쯤은 더 밀고 들어가도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그 짧은 호흡 덕에 잠들기 전 한 편씩 읽어 나가기에는 최적이기도 하고요.<br>이번 책은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았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권을 읽다 보면 좋은 문장을 모으는 일에 익숙해지는데, 이 도서는 좀 달랐어요. 밑줄보다 확인에 가까웠습니다. 잘 자지 못하는 것도,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도,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것도 제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오래 안고 온 조건이라는 확인.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흔한 위로보다, 애초에 완벽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을 사례로 들이미는 방식이 훨씬 든든하게 다가왔습니다.<br>열대야가 이어지는 계절입니다. 새벽에 눈이 떠져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유난히 많아지는 때죠. 그런 밤에 이 책의 첫 파트를 읽으면, 뒤척이는 시간을 조금 덜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읽기 좋은 책이 잠에 관한 책이라는 게 이 여름의 작은 아이러니 같습니다.<br>인간의 오작동을 낱낱이 꺼내 보이면서, 결국 스스로를 덜 미워하게 만드는 위험하고 다정한 교양서.<br>#우리는모두망가져있다 #알면잠못드는위험한인문학 #다크모드 #모티브출판사 #북유럽카페 #서평단 #인문학추천 #교양인문학 #심리학책 #뇌과학책 #수면 #불면증 #두번자던사람들 #클라이브웨어링 #제멜바이스 #의학의역사 #독서기록 #책추천 #40대독서 #여름밤독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1/61/cover150/k4221304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1613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잠언집 - [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잠언집 - 스페셜 아포리즘, 법정 스님이 옮긴 &amp;lt;진리의 말씀&amp;gt; 법구 108경 수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2384</link><pubDate>Sun, 26 Jul 2026 1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23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130599&TPaperId=174123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5/18/coveroff/k29213059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130599&TPaperId=174123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잠언집 - 스페셜 아포리즘, 법정 스님이 옮긴 &lt;진리의 말씀&gt; 법구 108경 수록</a><br/>김세중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받고 나서 가장 오래 들여다본 건 표지 아래쪽 사진이었습니다. 밀짚모자를 눌러쓴 스님이 한 손을 살짝 들어 무언가를 설명하시는 중인데, 정면을 응시하는 근엄한 초상이었다면 책장을 열기 전부터 마음이 조금 굳었을 것 같아요. 말씀을 건네는 도중에 찍힌 얼굴이라 그런지 옆에 앉아 들어보고 싶어집니다. 위쪽을 채운 연둣빛 세로 줄무늬는 절집 창호에 아침 빛이 스민 것처럼 보이고요. 요란한 장식 없이 제목 글자만 굵게 세워둔 구성도 책의 주제와 어긋나지 않습니다.<br><br>&lt;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잠언집&gt;은 김세중 편저로 스타북스에서 나온 완전개정증보판입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성철 스님의 무심을 두 축으로 삼고, 무소유·인연·침묵·명상·마음·지혜·자유·사랑·행복·무소유의 삶이라는 열 갈래 주제 아래 짧은 글들을 묶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책이라기보다 아무 데나 펼쳐 한 편씩 읽으라고 만든 책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읽었고, 그 방식이 이 도서에는 잘 맞았습니다.<br>인연을 다룬 장에 '만남은 스침과 다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대단한 인연이라는 말을 우리가 얼마나 가볍게 쓰는지 짚으면서, 정작 출퇴근길에 어깨가 부딪히면 표정부터 굳어지고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적어두었더군요. 스침의 값어치를 먼지처럼 날려 보내면서도, 사적인 끈이 하나 이어지는 순간 태도가 확 달라지는 우리 모습을 꽤 정확하게 그려냅니다. 이어서 길상사 개원 법회에 김수환 추기경을 모셔 축사를 청했던 일과, 명동성당에 법정 스님이 특별 강사로 서셨던 일이 나란히 놓입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도 이렇게 한자리에 놓고 보니 다시 마음이 조용해집니다.<br><br>이 장에서 남는 그림은 성문입니다. 제 잣대로 섣불리 선을 그으면 마음의 성문이 닫히고, 굳게 닫힌 성채 안에는 귀한 손님이 들어올 수 없으며 고독의 먼지만 쌓인다고 써두었어요. 문을 열어두면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맑은 바람이 오가며 탁한 공기를 씻어낸다는 대목까지 읽고 나면, 관계를 정리하는 일에 익숙해진 나이라는 게 어떤 뜻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장 앞머리에는 절대적인 선연도 절대적인 악연도 없다는 경전 구절이 놓여 있는데, 이 한 줄이 뒤따르는 글 전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br>침묵을 다룬 장은 결이 다릅니다. 소중한 생각일수록 값싼 말로 꺼내지 말라면서 "침묵의 봉인 속에 가두어 두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합니다"라고 적어놓았어요. 진실의 힘은 구걸하듯 설명하지 않아도 언젠가 상대에게 가닿는 필연성에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해명하고 설득하는 데 쓰는 사람에게는 방향이 반대로 놓인 문장입니다. 이 장 앞머리에 실린 경전 구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에게 충고할 때 때를 가려 말할 것, 진심으로 하되 거짓되게 하지 말 것, 부드러운 말씨를 쓸 것, 의미 있는 일에 대해서만 말할 것, 인자한 마음으로 말할 것. 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아니라 조건을 갖춘 말만 하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br>그런데 같은 장 앞부분에서 걸리는 대목이 하나 있었어요. 말썽을 부린 아이에게 부모가 아무 말 없이 서글픈 눈빛으로 침묵을 지키면 아이가 매를 맞을 때보다 훨씬 큰 불안을 느낀다며 이를 침묵의 교육 효과로 소개하는 부분입니다. 침묵이 아이를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쓰이면 그건 다른 종류의 벌이 되고, 요즘 양육 상담에서도 권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부모의 침묵이 힘을 갖는 순간은 아이가 두려울 때가 아니라 이미 신뢰가 쌓여 있을 때겠지요. 앞머리의 경전 구절이 말하는 인자한 마음과도 결이 조금 어긋나 보였습니다. 침묵의 미덕과 침묵의 위력을 같은 것으로 묶어 설명한 셈인데, 이 둘은 나누어 읽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br>지혜를 다룬 장에서는 성철 스님 쪽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옵니다. 제자들에게 목숨 걸고 지키라 하셨다는 다섯 계율이 실려 있는데, 그중 머리 지식으로 남을 속이려 드는 조사어록이나 책을 함부로 보지 말라는 항목 앞에서는 책을 읽고 감상을 적는 처지가 조금 머쓱해지더군요. 백련암을 찾아온 이들에게 삼천배를 하고 오라 하셨다는 일화도, 권위를 세우려는 뜻이 아니라 남이 대신 져줄 수 없는 짐을 제 땀으로 덜어내게 하려는 방편이었다고 풀어냅니다. 장 앞머리에 놓인 법구경 구절은 "멀리 있어도 높은 산의 눈처럼 도를 가까이하면 이름이 나타나고 가까이 있어도 밤에 쏜 화살처럼 도를 멀리하면 나타나지 않나니"인데,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라는 뜻으로 읽혔습니다.<br><br>다만 이 장에서 억울함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제시한 두 가지 경우의 수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노력이 같아 보여도 상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애썼거나, 아직 결과가 드러날 때가 오지 않았거나. 두 갈래로 정리하면서 평가 자체가 공정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아요. 인사권자가 숨은 내공을 정확히 알아본 것이라는 전제도 조직에서 늘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이 구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부당한 결과 앞에서도 원인을 자기 안에서만 찾게 되는데, 그건 겸손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겁니다. 마음을 다스리라는 권유와 상황을 정확히 보라는 요구는 나란히 갈 수 있으니까요.<br>세 장을 이어 읽다 보면 재미있는 배치가 보입니다. 인연을 말하는 자리에서는 성문을 열라 하고, 침묵을 말하는 자리에서는 입을 닫으라 하고, 지혜를 말하는 자리에서는 다시 귀를 열라 합니다. 열고 닫는 지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비움의 실제 모양에 가깝지 싶어요. 무조건 놓는 것이 아니라 어디를 놓고 어디를 붙들지 가려내는 일이겠지요.<br>책 끝자락에는 법정 스님이 옮긴 진리의 말씀 가운데 백여덟 편을 골라 실은 스페셜 아포리즘이 붙어 있습니다. 앞쪽 본문이 설명을 넉넉하게 붙인 문장들이라면 이쪽은 군더더기가 거의 없어서, 호흡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가장 값진 자리라고 느꼈어요. 문장이 짧아지니 읽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지더군요.<br><br>이 책은 북유럽 카페를 통해 서평단으로 받았습니다. 서평단으로 받는 책들은 대개 마감이 있고 그래서 읽는 속도에 어느 정도 압박이 붙기 마련인데, 이 도서는 그렇게 읽으면 손해라는 걸 며칠 만에 알았습니다. 밑줄을 긋고 정리하려 들수록 문장이 미끄러졌고, 아침에 한 편 저녁에 한 편 정도로 속도를 줄이니 비로소 자리를 잡았어요. 서평단 활동을 이어오면서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게 한 책은 흔치 않았습니다.<br>문장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편저자의 서술이 전반적으로 수식이 강합니다. 위대한, 거룩한, 찬란한 같은 형용사가 자주 등장해서 담백한 잠언집을 기대하고 펼치면 톤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반대로 말하면 두 스님의 말씀만 덩그러니 놓고 읽기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안내자 역할을 해주는 셈입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걸리는 지점이 거의 없고, 요즘 흔한 비움이나 미니멀리즘 이야기가 정리 정돈의 기술로만 소비되는 게 아쉬웠다면 이 한 권이 그 말의 뿌리를 짚어줄 겁니다. 종교의 벽을 넘어선 만남들이 여러 대목에 실려 있는 것도 이 책을 넉넉하게 만들어주고요.<br>장마가 물러가고 매미 소리가 하루 종일 이어지는 계절입니다. 더울수록 짐은 줄여야 하는데 마음에 얹힌 것들은 계절과 상관없이 그대로 남아 있지요.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언가를 크게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무엇을 붙들고 있었는지 정도는 알아차렸어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그중 하나쯤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br>비우라고 다그치지 않고, 무엇을 붙들고 있었는지부터 알아차리게 해주는 잠언집.<br>#무소유잠언집 #성철스님 #법정스님 #무소유 #김세중 #스타북스 #법구경 #법구108경 #진리의말씀 #불교에세이 #잠언집 #비움의미학 #무심 #마음챙김 #에세이추천 #서평 #책스타그램 #독서기록 #북유럽카페 #서평단<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5/18/cover150/k29213059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5182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 - [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 - 고전부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2000</link><pubDate>Sun, 26 Jul 2026 03:4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200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0190&TPaperId=174120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6/68/coveroff/k9121301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0190&TPaperId=1741200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 - 고전부적</a><br/>이방원 지음 / 흑막 / 2026년 06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책등이 얇길래 가볍게 훑고 말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가 문제였어요. 얇은 두께에 비해 남은 무게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lt;어찌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겠는가&gt;는 조선 제3대 국왕 태종 이방원의 통치 철학을 오늘의 언어로 옮겨온 책입니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판형이라 어디서든 펼치기 좋았고, 문장은 짧고 단단해서 진도는 수월하게 나갔습니다.<br>표지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노란 바탕 위에 붉은 선으로 그려진 임금의 얼굴, 곤룡포 가슴을 감아 도는 용 문양, 그리고 '古典符籍'이라는 시리즈명. 부적이라는 발상이 재미있었습니다. 예로부터 부적은 불안한 사람이 품에 지니는 물건이었으니까요. 흔들리는 사람더러 이 책을 부적처럼 지녀보라는 뜻으로 읽혔습니다.<br>솔직히 목차만 훑었을 때는 조금 세다 싶었습니다. 자비를 베어라, 관계를 숙청하라, 판을 엎어라 같은 말들이 줄지어 있어서요. 그런데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면 결이 다릅니다. 이 책이 겨냥하는 건 남을 짓밟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삶의 결정권을 남에게 넘기고 살아온 사람의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말투는 서늘한데, 정작 겨누는 자리는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어요.<br>1장의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이 나를 죽이고 있다'에서 오래 붙들렸습니다. 정몽주가 쓰러진 뒤 아버지 이성계에게 크게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이방원은 변명하지 않았다고 하죠. 저자는 이 장면을 두고 좋은 아들, 좋은 신하로 기억되기를 그가 스스로 포기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적어둡니다. "그가 포기한 것은 평판이지 자신이 아니다." 평판이라는 거울만 들여다보는 사람은 정작 자기 얼굴을 못 보고 남이 기대하는 표정만 본다는 것이죠. 좋은 사람 소리를 지키려고 판단을 미루고 화를 삼키고 하고 싶은 말을 접어둔 시간이 누구에게나 적잖이 쌓여 있을 테니, 조직 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장을 닫는 문장이 뜻밖이었어요. "그 작은 한 번의 정직함이 평생 쌓아온 가면의 균열이 된다. 균열은 무너짐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 뒤엎으라는 게 아니라 오늘 딱 한 번만 정직해 보라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낮은 다독임처럼 들렸습니다.<br>3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자리'로 옮겨갑니다. '남이 만들어준 자리에는 미래가 없다'는 제목 그대로예요. 형의 양위와 공신들의 추대로 얻은 옥좌를 이방원은 '받은 자리'로 냉정하게 규정합니다. 받은 자리에는 반드시 받게 해 준 사람이 있고, 그는 언젠가 그것을 거두어 갈 권리를 주장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병을 혁파해 형제와 공신, 아버지의 친위 병력까지 예외 없이 국가로 귀속시킨 일을, 저자는 받은 자리를 자기 손으로 다시 세운 의식으로 읽어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저자가 이 이야기를 남을 밟으라는 쪽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고마움은 간직하되 결정권은 넘기지 말라는 것, 도움은 받되 판단은 내가 내리라는 것. 부모나 선배가 놓아준 출발선 위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구분이 꽤 묵직하게 다가올 겁니다. 지금 앉은 자리가 편안하다면, 그게 정말 내 것이어서인지 아니면 누군가 만들어준 편안함인지 되묻게 되니까요. 익숙한 자리는 대개 남의 자리이고 어색한 자리가 내 자리의 시작이라는 말이, 그래서 오래 남았습니다.<br>가장 위로가 됐던 건 4장의 '미움받기를 두려워하면 어떤 영토도 가질 수 없다'였습니다. 저자는 영토를 가진다는 게 선을 긋는 일이고, 선을 긋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거절을 통보하는 일이라 결국 미움을 낳는다고 정리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지켜낸 모든 경계는 누군가의 미움을 대가로 얻은 자리인 셈이죠. 그런데 정작 저를 붙든 건 이 문장이었어요. "대부분의 미움은 우리가 상상한 것의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로 존재한다." 오지도 않은 미움을 미리 겁내느라 해야 할 말을 삼키고 그어야 할 선을 못 긋는 마음, 그렇게 잃어버린 것들이 평생에 걸쳐 쌓인다는 지적이 오래 걸렸습니다. 다만 저자는 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일부러 무례해지는 것을 분명히 갈라둡니다. 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 무례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결정을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선언일 뿐이라고요. 이 선이 있어서 책이 끝까지 거칠어지지 않았습니다.<br>아쉬운 점도 솔직히 적어둡니다. 역사적 사실과 저자의 해석이 한 문장 안에 섞여 흐를 때가 있어서, 태종이라는 인물을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어디까지가 사료이고 어디부터가 재해석인지 헷갈릴 수 있겠더군요. 사병 혁파나 제도 정비 같은 큰 줄기는 실제 역사에 기대고 있지만, 그것을 전부 하나의 심리적 동기로 묶는 방식은 분명 저자의 시선입니다. 역사서로 기대하고 펼치면 이 지점에서 살짝 걸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br>그럼에도 이 책은 결국 왕의 이야기라기보다 결정을 미뤄온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착한 사람 소리에 오래 갇혀 지낸 사람, 남이 마련해 준 자리에서 편안함과 답답함을 동시에 느껴온 사람, 미움이 두려워 하고 싶은 말을 늘 뒤로 미뤄온 사람이라면, 서늘한 문장들 사이에서 뜻밖의 위로를 만나게 될 겁니다. 강해지라고 몰아붙이는 책이 아니라, 이미 지쳐 있는 사람에게 네가 약해서가 아니라 방향을 남에게 맡겨왔을 뿐이라고 일러주는 쪽에 가까웠어요.<br>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아 든 책인데, 처음 표지를 마주했을 때의 강한 인상과 다 읽은 뒤의 잔잔한 여운이 꽤 달라서, 그 간극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br>여름의 한복판입니다. 매미 소리가 창을 두드리고 더위에 쉽게 지치는 계절인데, 이런 때일수록 밖으로 향하던 마음을 잠시 안으로 돌려 나는 지금 누구의 표정을 짓고 사는지 물어보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얇지만 오래 곁에 두고 여름을 나기 좋은 한 권이었습니다.<br>착한 사람으로 살아온 당신에게, 이제 당신 삶의 저자가 되어보라고 낮게 권하는 책.<br>#고전부적 #어찌가만히앉아서죽기만을기다리겠는가 #태종이방원 #이방원 #흑막출판사 #조선사 #역사에세이 #자기계발 #리더십 #결단력 #착한사람딜레마 #직장인책추천 #40대책추천 #인생책 #서평 #책추천 #북유럽카페서평단 #서평단 #여름에읽기좋은책 #에세이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6/68/cover150/k9121301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6688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 - [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1995</link><pubDate>Sun, 26 Jul 2026 03: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19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0592&TPaperId=174119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8/45/coveroff/k9921305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0592&TPaperId=174119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a><br/>라비니야 지음 / 모티브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책을 처음 받아 든 날, 표지부터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크림빛 위쪽과 짙은 초록이 나뉘어 있고, 그 위에 작은 십자무늬가 규칙적으로 놓여 있더군요. 부제에 '처방전'이라는 말이 있어서인지, 약봉지나 병원에서 건네받는 종이가 얼핏 겹쳐 보였어요. 요란하지 않은 색이라 오히려 마음이 놓였습니다. 무너진 마음을 다독인다는 책이 화려하게 굴었다면 좀 미덥지 않았을 텐데, 이 표지는 그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br>라비니야 작가의 &lt;쓰는 동안 조금씩 어른이 되었다&gt;는 글쓰기를 재능이나 기술로 말하지 않습니다. 첫 장을 여는 문장부터가 '내가 글을 써도 될까'예요. 저는 이 제목 앞에서 조금 멈칫했습니다. 글이라는 걸 늘 남의 일로 여겨온 사람이라, 저 물음이 제 것처럼 읽혔거든요. 작가는 그림이나 악기와 달리 글쓰기는 노트와 펜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데도 사람들이 선뜻 쓰지 못하는 건,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이 써도 되나 하는 마음의 문턱 때문이라는 거죠.<br>이 책이 좋았던 건 작가가 자기 밑바닥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시와 소설을 배웠지만 회사에 다니면서 글쓰기를 거의 체념했다고 해요. 재능은 미약하고 현실은 강퍅했다는 문장에서 괜히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펜을 든 계기가 신춘문예도 등단도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작은 발악"이었다는 부분이요. 회사에서 먹은 말라비틀어진 참치 샌드위치, 탕비실로 데려가 하소연을 늘어놓던 선임처럼 시시콜콜한 것들을 적었다는 얘기에서는 웃음이 났다가 이내 뭉클해졌습니다. 대단한 주제가 아니라 그렇게 사소한 걸 적으며 사람이 살아지는구나 싶었어요.<br>앞쪽에는 A라는 수강생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편의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가장이 된 40대 주부인데, 그 몇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괜찮은 척뿐이었다고 해요. 안 괜찮으면 어쩔 거냐는 반문 뒤에 내놓을 답이 없어서, 불행 앞에 입을 다문 채 사는 게 습관이 되었다는 부분.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괜찮은 척에 능숙해지고, 정작 자기가 얼마나 지쳤는지는 뒤늦게야 알아차리니까요. 작가는 이렇게 씁니다. "슬픔을 견디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도 늦게 알아차린다." A가 수업 막바지에 처음으로 완결된 글을 가져온 뒤 건넨 말이 마음에 걸렸어요. "이제야 비로소 제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br>책의 가운데를 지나면 '상처를 기록하면 소재가 된다'가 나옵니다. 제목만 보면 다소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읽어보면 그렇지 않아요. 나를 짓누르던 아픔도 글로 옮기고 나면 더는 나를 휘두르는 사건이 아니라 유연하게 다룰 수 있는 재료가 된다는 뜻이더군요. 작가는 이성복 시인의 "이야기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기 삶에서 실제로 겪었다고 적습니다. 여기서 &lt;빨간 머리 앤&gt;의 앤과 &lt;키다리 아저씨&gt;의 주디를 불러오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고아원에서 스스로 '주디'라는 이름을 지어 붙이고 매일 편지를 쓰던 소녀를, 환경을 탓하는 대신 일상을 기록하며 마음의 균형을 붙든 사람으로 읽어내거든요. 어릴 적 넘기던 이야기가 이렇게 다시 와닿을 줄은 몰랐습니다.<br>개인적으로 이 책의 심장은 '생존을 위한 기록'이 아닐까 싶어요. 작가는 자기 내면을 미로처럼 얽힌 배관에 빗댑니다. 두세 군데가 막혀 순환이 되지 않고, 그 막힌 것의 정체는 스스로 만든 열등감이거나 무언가를 잃고 싶지 않은 애착이었다고요. 이십 대에는 이루지 못한 꿈과 재능의 한계가 통로를 메웠다는 고백에서, 저는 제 지난 시간이 겹쳐 보였습니다. 5평 남짓한 고시텔에서 가슴이 답답해 주말마다 카페에서 시간을 죽였다는 시절, 그 숨 막힘이 실은 안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 그래서 무작정 쓰기 시작한 글이 "난 여기 있다, 아직 살아 있다"는 구조 신호였다는 부분. 살기 위한 선택처럼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자기 이야기를 썼다는 그 말이, 제게는 이 책 전체를 요약하는 한마디로 읽혔습니다.<br>요즘처럼 사진과 영상이 넘치고, AI가 발표문 한 편을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시대에 굳이 글을 써야 하느냐는 물음에도 작가는 답을 내놓습니다. 사진과 영상은 멈춘 현재를 이미지 안에 가두지만, 글은 정리된 현재의 시선으로 미래의 나에게, 혹은 이름 모를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일이라고요. 흘러가는 시간과 경험을 헐거운 주머니에서 빠지는 동전처럼 잃지 않으려면 기록으로 붙들어야 한다는 비유가 특히 좋았습니다. 편리함이 미덕이 된 지금, 느리게 정제하는 이 일의 값을 다시 헤아리게 하더군요.<br>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배관이나 파이프에 빗댄 표현이 여러 곳에 되풀이되는 게 조금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그마저도 작가가 그만큼 자기 방식으로 세상을 오래 들여다봤다는 흔적처럼 읽혀서, 크게 걸리지는 않았어요.<br>이 책은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안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속에 하지 못한 말이 쌓여 있는데 그걸 어디에 풀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 괜찮은 척에 익숙해져 자기 감정을 오래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에게 조용히 스며들 책이라고 생각해요. 거창한 무언가를 시작하라고 등을 떠밀지 않고, 지금 쓴 한 줄이 막힌 통로를 여는 시작일 수 있다고 나직이 일러줍니다.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두껍지 않아 쥐기 가볍고, 부담 없이 넘기다 보면 어느새 자기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는 그런 책입니다.<br>한여름 열기가 한창인 요즘,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이 얇은 한 권을 천천히 넘겼습니다. 무언가를 이루라고 다그치는 대신 지친 마음을 가만히 받아주는 문장들이라, 더위에 눌린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더군요.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만난 책이지만, 읽는 내내 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br>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의 한 줄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이 책은 다정하게 말해줍니다.<br>#쓰는동안조금씩어른이되었다 #라비니야 #모티브출판사 #에세이추천 #글쓰기에세이 #기록의힘 #위로되는책 #마음챙김 #자기이해 #일상글쓰기 #서평단 #북유럽카페 #에세이신간 #힐링에세이 #40대추천도서 #글쓰기의위로 #책추천 #독서기록 #이야기된고통 #상처의기록]]></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8/45/cover150/k9921305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8455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엘리트 유전자 - [엘리트 유전자 - 선천적 지능을 압도하는 후천적 엘리트들의 환경 설계 법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1994</link><pubDate>Sun, 26 Jul 2026 03: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19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590&TPaperId=174119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5/76/coveroff/k2721305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0590&TPaperId=174119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엘리트 유전자 - 선천적 지능을 압도하는 후천적 엘리트들의 환경 설계 법칙</a><br/>다나트 지음 / 모티브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살다 보면 결국 남는 건 재능이 아니라 곁에 둔 것들이더군요<br>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뜨거운 구호를 예상했습니다. 막상 마주한 표지는 조용한 편이었어요. 홀로그램처럼 반짝이는 금속 곡면 위로 세로로 흐르는 'ELITE DNA' 글자가 이중나선을 닮아 있었고, 파랑과 은빛이 섞여 차분한 인상을 줬습니다. 감정을 밀어붙이는 대신 '설계'와 '시스템' 같은 단어를 먼저 내미는 표정이었죠. 성공을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책일까 싶었는데, 읽어 보니 딱 그 반대편에 서 있었습니다.<br>&lt;엘리트 유전자&gt;는 대학 캠퍼스를 소재로 삼지만, 실은 나이와 상관없이 통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자 다나트는 전국 70여 개 대학을 직접 걸으며 상위 1% 학생들의 생활을 관찰했고,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 힘이 타고난 머리가 아니라 매일 놓여 있던 환경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공간과 사람, 언어와 습관이 조용히 한 사람의 기준을 바꿔 놓는다는 이야기죠.<br>읽으며 자꾸 걸음을 늦추게 된 건 10장이었습니다. 관계를 다루는 장인데, 여기 이런 문장이 있어요.<br>"환경은 명령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된 장면으로 기준을 바꾼다."<br>저자는 좋은 습관이 전염되듯 회피도 똑같이 번진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억지로 따라가던 것이 몇 달 뒤엔 그냥 몸에 붙은 루틴이 되고, 반대로 "오늘은 그냥 쉬자"는 말이 반복되면 어느새 미루는 게 기본값이 되어 버린다는 거죠. 정작 무서운 건, 그 변화가 워낙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자기 하루가 언제부터 흐트러졌는지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제 기준이 어디서부터 낮아졌는지 저 역시 짚어내기 어렵다는 걸, 이 책이 조용히 일러 주더군요.<br>같은 장에서 저자는 관계를 두고 "관계는 운명이 아니라 동선이다"라고 정리합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어디에 머물고 누구 곁에 시간을 쓰느냐가 관계의 방향을 정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면서도 편한 사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친구, 시험 망친 날 같이 밥 먹어주는 친구도 필요하다고 분명히 짚어요. 다만 편한 관계로만 하루가 채워질 때 세계가 슬며시 좁아진다는 것, 그 기울기를 살펴보라고 말할 뿐입니다. 나를 혼내지 않으면서도 움직이게 하는 관계가 좋은 관계라는 저자의 정의는, 사람을 오래 겪어 본 사람일수록 고개를 끄덕일 대목입니다.<br>6장은 결이 다릅니다. 소속감과 자부심을 다루는데, 책에서 가장 온기가 도는 부분이에요. 저자는 애교심을 단순한 감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기가 속한 곳을, 그리고 그 안에 있던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힘에 가깝다"고 표현하죠. 자기가 보낸 시간을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나가서도 자기 배경을 덜 숨긴다는 흐름이었습니다. 학교 이야기로 읽히다가도, 어느새 제가 지금껏 지켜 온 자리와 관계들을 떠올리게 되더군요. 오래 몸담은 곳을 부정하지 않는 마음이 결국 자존감의 바닥을 만든다는 말은, 중년의 어느 지점에서 특히 묵직하게 들립니다.<br>책의 끝자락, 13장에서 저자는 예상되는 반론을 먼저 꺼냅니다. "결국 명문대에 가라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결론은 정반대예요. 졸업장은 복제할 수 없어도 그 안에 담긴 시스템, 그러니까 공간과 사람과 언어와 기준과 루틴은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집에서 공부가 안 되면 집에서 하지 않아도 된다, 침대와 소파가 놓인 방은 원래 사람을 눕게 만든다, 그러니 하루를 바꾸고 싶으면 먼저 머무는 공간부터 손보라는 조언은 담백하면서도 당장 시도해 볼 만한 것이었어요. 의지만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장소의 압력을 받는다는 저자의 말은, 자기 게으름을 탓해 온 이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br>물론 읽는 내내 마냥 끄덕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다 보면, 개인의 의지나 선택은 어디쯤 남는 걸까 싶은 의문도 들었어요. 다만 저자도 그 점을 모르지 않는 듯, 환경을 바꾸는 첫 선택만큼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는 자리로 이야기를 되돌려 놓습니다. 그 균형 덕에 결정론으로 미끄러지지 않고 실천의 이야기로 남더군요.<br>아쉬운 점이라면 사례가 대학 캠퍼스에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학교를 한참 떠나온 독자라면 자기 상황으로 옮겨 읽는 수고를 조금 해야 해요. 그래도 저자의 관점이 워낙 보편적이라 그 번역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학이라는 렌즈를 빌려, 사람이 자신이 머문 곳을 닮아간다는 오래된 명제를 새삼 실감했습니다.<br>판형은 손에 편하게 들어오는 보통 크기에 두께도 부담 없어서, 며칠에 걸쳐 천천히 읽기 좋았습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받은 책인데, 그동안 읽어 온 여러 권 가운데 이 도서는 '나 자신'보다 '내가 놓인 자리'를 돌아보게 만든 한 권이었어요. 성공 공식을 쥐여 주는 책이라기보다, 지금 내 하루가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조용히 물어오는 안내서에 가깝습니다.<br>그러니 노력해도 잘 안 바뀐다는 자책에 지쳐 본 사람이라면 한 번 펼쳐 볼 만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의지의 부족에서 환경의 설계로 옮겨 놓아 주니까요. 자녀의 진로를 함께 고민 중인 부모에게도, 이제 와 새 습관 하나쯤 들여 보려는 사람에게도 각자의 자리에서 읽을 거리가 남을 겁니다.<br>여름의 한복판이라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에어컨 바람이 도는 조용한 자리에서 이 책을 펼쳐 두고, 매일 머무는 공간과 자주 마주하는 사람들을 한 번쯤 헤아려 보는 것도 이 계절을 지나는 괜찮은 방법일 것 같아요.<br>재능을 탓하기 전에, 매일 머무는 자리와 곁에 둔 사람부터 다시 살피게 만드는 책.<br>#엘리트유전자 #다나트 #모티브출판사 #자기계발서 #환경설계 #습관의힘 #북유럽카페서평단 #서평 #책추천 #독서기록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추천 #관계의기술 #루틴만들기 #40대독서 #인생책 #성장하는삶 #책스타그램 #독서노트 #네이버블로그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5/76/cover150/k2721305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5762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게 왜 궁금할 과학 - [이게 왜 궁금할 과학 - 일상의 호기심이 우주까지 확장되는 엉뚱한 질문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1993</link><pubDate>Sun, 26 Jul 2026 03: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199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9619&TPaperId=1741199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7/82/coveroff/k78213961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82139619&TPaperId=1741199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게 왜 궁금할 과학 - 일상의 호기심이 우주까지 확장되는 엉뚱한 질문들</a><br/>허경석(허석사) 지음 / 빅피시 / 2026년 06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책장에 과학책을 들일 일이 언제였나 싶었는데, 이번엔 표지가 먼저 눈을 붙잡았습니다. 형광에 가까운 노란 바탕 위로 검은 고양이, 눈을 감고 명상하는 뇌, 망원경과 작은 로켓, 반쯤 기운 달이 팝아트처럼 통통 튀고 있더군요. 과학책이라기보다 어릴 적 들여다보던 그림책에 가까운 얼굴이라, 첫인상부터 딱딱함이 절반쯤 덜어져 있었습니다. &lt;이게 왜 궁금할 과학&gt;은 그렇게 경계심을 미리 풀어놓은 채 제게 왔어요.<br>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받은 도서인데, 크기도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며칠에 걸쳐 편하게 넘겼습니다. 저자 허경석(허석사) 님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는 분이더라고요. "똥은 왜 갈색일까"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같은, 알고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갸웃했을 질문 마흔 몇 개를 인체와 생명, 지구와 우주, 뇌, 생활, 공학으로 묶어 풀어냈습니다. 물리학자 김범준 교수가 표지에서 "재밌는 질문과 의미 있는 답변이 가득한 과학책"이라 적어둔 걸 보고, 반신반의하며 첫 장을 열었던 것 같아요.<br>읽으면서 오래 붙들렸던 건 우주나 최신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을 다룬 대목들이었습니다.<br>&lt;인간은 왜 100살까지밖에 못 살까?&gt; 챕터에서는 몸집이 클수록 대체로 오래 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쥐가 2년쯤, 코끼리가 60~70년, 대왕고래가 80~90년을 산다고 합니다.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몸집이 클수록 대사 속도와 심장박동이 느려서 오래 산다는 거예요. 저자는 이걸 자동차 엔진에 빗댑니다. 무리하게 빨리 돌리면 수명이 짧아지지만, 안정적인 속도로 운행하면 더 오래간다고요.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니 이 문장이 그냥 과학 상식으로만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 급했던가, 조금 천천히 굴러도 괜찮았을 텐데 싶은 마음이 슬며시 들었거든요. 노화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 텔로미어를 지켜 이론상 영생이 가능하다는 랍스터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마음에 남은 건 저자가 슬쩍 흘린 농담이었어요. 절제된 식단에 규칙적인 운동, 금주와 금연이 노화를 늦춘다고 알려주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br>"이 모든 것을 다 지키면서 산다면 인생이 조금 재미없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br>과학책에서 이런 솔직한 문장을 만나니 어쩐지 마음이 놓였습니다. 오래 사는 것과 잘 사는 것 사이에서 우리 다 조금씩 흔들리며 지내는구나 싶어서요.<br>시간을 안쪽에서 들여다본 챕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lt;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갈까?&gt;인데요. 어릴 땐 하루가 그렇게 길더니 요즘은 한 해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이 감각, 저만 느끼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저자는 듀크대 배얀 교수의 연구를 빌려 물리적 시간과 마음의 시간을 나눕니다. 나이가 들면 신경망이 커지고 신호 경로가 길어져 정보 처리가 느려지고, 그래서 마음의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설명이었어요.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빗댄 비유가 특히 와닿았습니다. 어릴 땐 매일이 상세한 문장으로 빼곡히 기록되지만, 어른이 되면 "어제와 비슷함" 같은 짧은 요약문만 남아서 나중에 다시 펼쳤을 때 최근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는 거죠. 그렇다면 방법도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 의식적으로 집중해 더 많은 장면을 기억에 담아두는 것. 읽고 나서 며칠은 저녁 식탁이든 창밖 하늘이든 조금 더 눈여겨보게 됐습니다.<br>그렇게 안쪽에서 시간을 들여다보다가, &lt;블랙홀에서의 1초가 지구의 100년이라고?&gt; 챕터에 이르면 시선이 단숨에 우주 바깥으로 끌려 나갑니다. 영화 &lt;인터스텔라&gt;에서 주인공은 거의 늙지 않았는데 딸은 할머니가 되어 있던 그 장면, 공상처럼 보이지만 실제 물리학이라고 하더군요.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느려지고,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에 다다르면 시간이 사실상 멈춘다는 겁니다. 지구가 블랙홀이 되려면 직경 1.9cm로 압축돼야 한다는 대목에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어요. 규모가 이렇게까지 아득한데, 2019년엔 전 세계 망원경 여덟 개를 이어 지구만 한 망원경을 만들어 기어이 블랙홀의 흔적을 찍어냈다니. 챕터 끝의 한 문장이 이 책 전체의 마음을 잘 요약해준다고 느꼈습니다.<br>"과학기술의 발전은 우리 인류가 더 좋은 안경을 쓰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br>뒤로 갈수록 책은 우리 손 안의 기술로 눈을 돌립니다. &lt;안구를 적출해도 홍채 인식이 가능할까?&gt; 챕터는 제목부터 능청스러운데, 답은 담백해요. 홍채는 사람마다 다르고 좌우 눈마저 달라서 지문보다 훨씬 정교한데, 눈을 적출하면 동공이 확대되고 모양이 바뀌어 영화 속 그 장면은 현실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매일 무심코 스마트폰에 눈을 대면서도 그 안에 이런 원리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던 터라, 익숙한 동작 하나가 새삼 다르게 보이더군요.<br>가장 여운이 길었던 기술 이야기는 &lt;생각만으로 서로 대화하는 날이 온다고?&gt;였습니다. 뇌와 컴퓨터를 잇는 BCI 기술을 다루는데, 사지 마비 환자가 뇌 신호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고 외골격 로봇을 입고 걸었다는 성과 앞에서는 뭉클함이 밀려왔어요. 다만 저자는 여기서 낙관으로만 내달리지 않습니다. 뇌 정보가 해킹되면 정신적 자유까지 침해될 수 있다며, 어떤 기술이든 삶을 개선할 가능성과 새로운 위험을 함께 품는다고 담담히 짚거든요. 들뜨지도 겁주지도 않는 이 균형이, 저는 이 책에서 가장 믿음직한 대목이라 느꼈습니다.<br>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질문 하나하나가 짧고 경쾌하게 끝나다 보니 어떤 주제는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데 다음 장으로 넘어가버린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이 책의 성격이겠지요. 애초에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혀두려는 책이 아니라, 궁금할 때마다 꺼내 한두 꼭지씩 집어 먹으라고 만든 안내서에 가까우니까요.<br>그래서 이 도서는 과학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져 늘 첫 장에서 덮어버렸던 분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재밌는 이야기로 읽히거든요. 저처럼 중년에 접어들어 삶의 속도나 남은 시간을 문득 헤아리게 되는 사람에게도, 뜻밖에 위로가 되는 문장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이건 왜 그럴까" 물어가며 한 꼭지씩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평단으로 만난 여러 책 가운데, 읽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한 뼘쯤 넓어진 기분이 든 건 오랜만이었습니다.<br>여름이 한창입니다. 매미 소리가 창을 두드리는 이런 계절엔 두꺼운 책보다 이렇게 가볍게 손이 가는 한 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시원한 차 한 잔 곁에 두고, 궁금한 제목부터 골라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이 더 좋은 안경이라면, 이 책은 그 안경을 처음 걸쳐보기에 꼭 알맞은 한 권이었습니다.<br>엉뚱한 질문에서 출발해 삶과 시간을 다시 보게 하는, 부담 없이 곁에 두고 꺼내 읽기 좋은 과학 안내서.<br>#이게왜궁금할과학 #허경석 #허석사 #빅피시 #과학교양서 #과학책추천 #교양과학 #김범준교수추천 #블랙홀 #인터스텔라 #BCI #뇌과학 #홍채인식 #서평단 #북유럽카페 #책추천 #독서기록 #네이버블로그서평 #여름에읽기좋은책 #과학이야기]]></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517/82/cover150/k78213961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517820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 - [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0595</link><pubDate>Sat, 25 Jul 2026 08: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1059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0808&TPaperId=174105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7/82/coveroff/k08213080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0808&TPaperId=1741059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a><br/>사랑좋아해적단 지음 / 모티브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얇은 판형이라 가볍게 펼쳤다가, 표지에서 잠깐 멈칫했어요. 피가 흘러내리는 하트를 단검이 그대로 뚫고 있고, 옆에는 불꽃이 흔들립니다. 연애서라기엔 위태로운 그림인데, 그 위태로움이 도리어 시선을 붙들더군요. "평온한 사랑을 거부하고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당신에게"라는 카피까지 읽고 나서는, 이건 다정한 위로를 파는 책이 아니겠다 싶었습니다.<br>&lt;우리는 망한 사랑만 골라서 하지&gt;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연애 이야기를 나눠온 '사랑좋아해적단'이 쓴 관계 심리 에세이예요. 착각과 도파민으로 시작해 집착과 통제를 지나 파국과 실연에 이르고, 그러고도 다시 사랑을 고르는 마음까지 네 단계로 훑습니다. 목차에 도파민, 리머런스, 가스라이팅, 애증, 미련 같은 단어가 줄줄이 나오는데, 이름이 낯설 뿐 겪어보지 않은 감정은 하나도 없더군요.<br>'가스라이팅 &amp; 통제'를 다룬 대목에서 오래 걸렸습니다. 저자는 관계 안에서 사람의 말이 어떻게 제 뜻을 잃고 다른 용도로 바뀌어 가는지를 담담하게 늘어놓아요. 미안하다는 말이 사과가 아니라 생존 인사가 되고, 웃음이 기분이 아니라 분위기 조절 수단이 되고, 설명이 소통이 아니라 무죄 입증이 되는 과정. 위로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데, 그 정직함이 이상하게도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내놓는 통찰 하나도 마음에 남았어요. 연애는 수평적이라지만 실제로는 갑과 을이 생기고, 을이 되는 이유가 결국 사랑의 크기 차이라는 것. 관계가 어긋났을 때 우리는 흔히 누가 더 나쁜지를 따지는데, 저자는 그 자리에 누가 더 사랑했는지를 놓습니다. 나이가 들어 지난 관계들을 돌아보니, 이 말이 꽤 오래 맞는 말처럼 들리더군요.<br>뒤로 갈수록 저자의 목소리가 달라집니다. 초반이 누군가를 향한 분노였다면, '미련 &amp; 후회'에 오면 그 화살이 저자 자신에게로 돌아와요. 미련을 다시 정의하는 방식이 특히 좋았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이 그립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 사람과 함께였던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거라는 이야기. 기억이 나쁜 순간은 지우고 좋았던 장면만 골라 데려와 사람을 흔든다는 것, 그래서 향만 남고 정작 그 사람은 없다는 표현 앞에서는, 판단보다 이해가 먼저 앞섰어요. 이 챕터를 저자는 칸예 웨스트의 "Runaway"를 반복해 들으며 썼다고 밝히는데, 도망가라 외치던 사람이 정작 자신은 도망가지 못했다는 아이러니를 미련에 붙들린 마음과 겹쳐놓는 솜씨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손을 뻗는 마음이야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것이고요.<br>그리고 마지막 '순애'에 이르러 이 책은 비로소 답 비슷한 것을 꺼냅니다. 요즘 유행하는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라는 말에 저자는 대뜸 반발해요. 여태 자기가 한 더럽고 비참한 사랑은 다 무엇이었냐고요. 그러다 스스로를 정직하게 들여다봅니다. 자기가 한 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고, 도파민을 사랑으로 착각한 순간부터 이미 사랑을 거칠게 써왔다는 인정. 불안이 확인을 낳고 확인이 집착으로, 집착이 결국 가둠으로 번져간 과정을 고백하는 대목은 읽기 아플 만큼 솔직했습니다. 그렇게 저자는 사전과 다른, 자기만의 순애를 새로 씁니다. "순애는 더러운 마음을 가진 채로 끝까지 선을 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미워하고 무너뜨리고 싶은 순간이 와도 상대를 사람으로 남겨두는 것, 그 선이 결국 상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면, 그 서늘한 표지를 왜 골랐는지 알 것 같아집니다.<br>문장은 거칠어요. 욕설도 감탄사도 걸러내지 않고 튀어나오고, 상담 콘텐츠에서 출발한 저자라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어투가 강합니다. 정제된 글을 기대한 분이라면 초반에 당황할 수 있어요. 다만 매끈하게 다듬었더라면 이 진심이 이만큼 전해졌을까 싶기도 합니다. 거친 질감이 곧 이 책의 정직함인 셈이지요.<br>지금 관계 속에서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어느 페이지에서든 자기 이야기를 만날 겁니다. 헤어지고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사람에게도 그렇고요. 사랑을 이미 다 지나와 이제는 담담히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읽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난날의 서툰 장면들이 조용히 떠오르면서, 그때의 나를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게 되니까요. 저는 그런 쪽에 가까운 마음으로 읽었고, 다 덮고 나서는 젊은 날의 미련했던 순간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br>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받지만, 다 읽고 나서 표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처음엔 위태로워 보였던 단검과 흘러내리는 하트가,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상처를 숨기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보였어요.<br>무더위가 한창인 요즘, 이렇게 뜨겁고 솔직한 책이 오히려 계절과 잘 어울립니다. 더위를 식혀주진 않아도, 자기 안의 열기를 외면하지 않게 해주니까요.<br>망하는 줄 알면서도 또 사랑하고 마는 우리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조용히 어깨를 두드려주는 책입니다.<br>#우리는망한사랑만골라서하지 #사랑좋아해적단 #모티브출판사 #연애에세이 #관계심리 #가스라이팅 #미련 #순애 #연애심리학 #사랑에세이 #책추천 #서평 #북유럽카페 #서평단 #에세이추천 #심리에세이 #이별후유증 #자기이해 #독서기록 #여름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27/82/cover150/k0821308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27826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 - [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9189</link><pubDate>Fri, 24 Jul 2026 13: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91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690&TPaperId=174091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2/49/coveroff/k3421306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42130690&TPaperId=174091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a><br/>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450여 년 전 프랑스 시골의 한 서재에서 미셸 드 몽테뉴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에세이'라고 부르는 글쓰기의 첫 문을 연 사람이지요. 클래시카에서 나온 &lt;완벽을 포기할 때 삶은 가벼워진다&gt;는 그 오래된 사유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맞춰 다시 풀어낸 책입니다. 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손에 들어온 순간 먼저 반가웠던 건 판형이었어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핸드북 크기라 얇고 가벼웠거든요. 두꺼운 철학책일 거라 지레 긴장했는데, 이 정도면 며칠 나눠 천천히 읽어볼 만하겠다 싶었습니다.<br>표지도 그 마음을 거들었습니다. 짙은 남색 바탕에 옆모습으로 앉은 몽테뉴의 판화, 창밖으로 보이는 언덕 위 마을과 깃펜 하나. 요란하게 말 걸지 않고 사색으로 데려가는 표지였어요. 아래쪽에 적힌 "천 년을 살아남은 생각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문장이, 이 책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미리 알려주는 것 같았고요.<br>책은 다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지만, 결국 하나를 향해 걸어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아니, 완벽하려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를 갉아먹는다는 것. 성과를 증명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당연하게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라면, 어느 페이지에서든 자기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겁니다.<br>가장 오래 붙잡혀 있던 대목은 '목적지에 닿지 못해도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챕터였어요. 저자는 '에세(Essais)'라는 말의 뿌리에 '시도하다, 시험하다, 맛보다'라는 동사가 깔려 있다는 데서 이야기를 엽니다. 몽테뉴는 자기 글에 '완성된 사상'이나 '체계적 철학' 같은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그저 '한번 해본 것들'이라고 불렀을 뿐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요. 한 페이지짜리 보고서에도 완벽이라는 도장을 찍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석 달 안에 몇 킬로그램을 정해두고, 책을 펼치기도 전에 연말까지 몇 권을 셈합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해 있어야 하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는 셈입니다.<br>그러면서 도착하지 못한 모든 순간에 '실패'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을 몰아세우지요. 이 책이 흔드는 건 바로 그 지점입니다. 인생을 도달해야 할 종착역으로 보느냐, 걸어가는 길 자체로 보느냐. 종착역으로 보는 사람에게 오늘은 내일을 위한 도구일 뿐이지만, 길 자체로 보는 사람에게는 오늘의 한 걸음이 곧 인생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오늘의 한 걸음이 곧 인생이다. 도착하지 못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애초에 무너질 무엇도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몽테뉴가 책을 인쇄하고도 평생 여백에 문장을 덧붙였다는 이야기, 그래서 우리 삶도 완성되는 작품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새 문장이 더해지는 '영원한 초안'이라는 대목에서는, 미완성이 부끄러움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말이 한동안 곁에 머물렀습니다.<br>"나를 베인 것은 상대의 칼이 아니라, 내가 미리 그어둔 선이었던 셈이다." '기대치를 바닥으로 낮출 때 찾아오는 평온'에서 이 문장을 만났을 때, 그동안 저를 힘들게 한 것의 정체를 얼추 알 것 같았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기대가 미덕인 줄 알았다고 고백해요. 자신에게 높은 기대를 거는 일이 성실한 의지라 칭찬받았으니까요. 그런데 나를 가장 많이 다치게 한 건 타인의 무례가 아니라, 그 무례를 만나기 전에 내가 이미 품고 있던 기대였다는 것입니다. 비를 안 맞겠다고 우산을 두 개씩 들고 나가던 사람이 그냥 비를 맞기로 결심하는 순간 비가 재난이 아니라 그냥 비가 된다는 비유도 기억에 남습니다. 기대를 낮추는 일이 냉소가 아니라 오히려 정직에 가깝다는 것, 세상에게 사람답게 살 여유를 돌려주는 일이라는 것. 마음속 기대치를 한 칸만 내려놓아도 세상이 조금은 덜 무례하게 느껴지겠다 싶었습니다.<br>책의 끝자락에 놓인 '남의 박수 없이도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라'는 앞의 이야기들을 껴안으며 닫힙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인정이라는 작은 사탕을 물어야 발이 떨어지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저자는 사람마다 다리 길이도, 그날의 컨디션도, 가야 할 길의 경사도 다르니 보폭이 다른 건 결함이 아니라 그저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옆 사람 보폭에 발을 맞추려다 발목을 삐고, 결국 걷는 일 자체가 싫어져 주저앉는다는 것이지요. 몽테뉴가 시장직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 남은 생애를 썼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도피가 아니라 가장 어려운 선택으로 다시 읽힙니다. 박수 소리가 멈춘 적막 속에서야 비로소 자기 숨소리가 들리고, 그 숨소리가 박수보다 훨씬 정직하다는 것. 그가 남긴 "우리의 시선은 너무 바깥을 향해 있어서 정작 우리 자신의 내면은 텅 비어 있다"는 문장은, 세월의 거리를 무색하게 만들며 지금 우리 자리로 곧장 걸어 들어옵니다.<br>읽는 내내 위로받았지만, 아쉬움이 아주 없진 않았습니다. 각 챕터가 몽테뉴의 일화를 소개하고 현대의 삶에 대입한 뒤 작은 실천을 권하는 비슷한 틀을 반복해서, 뒤로 갈수록 다음 전개가 어렴풋이 짐작되는 순간이 있었어요. 다만 그 반복이 곧 이 책의 성실함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흠으로 남지는 않았습니다.<br>이 책은 성과와 인정이라는 저울 위에서 매일 자신을 재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가닿을 것 같아요. 무언가 이뤄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 흐릿해진 사람, 남의 속도에 맞추느라 자기 보폭을 잊은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대단한 결심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습니다. 기대치를 한 칸 내려보라거나 하루에 한 시간만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정도의 작고 부담 없는 제안이라, 지쳐 있는 사람도 편하게 받아 들 수 있습니다. 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오면서 읽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 한 권이 그랬습니다.<br>한여름 더위가 한창인 요즘,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이 작은 책을 펼쳐두고 오래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완벽을 내려놓은 자리에서 삶이 오히려 가벼워진다는 말이, 무더위에 지친 마음에도 시원한 그늘이 되어 줄 테니까요.<br>완벽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오래전 철학자가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가벼운 위로.<br>#완벽을포기할때삶은가벼워진다 #몽테뉴 #미셸드몽테뉴 #클래시카 #서양철학전집 #고전읽기 #철학에세이 #에세이추천 #인문학추천 #책추천 #서평 #북유럽카페서평단 #직장인책추천 #자기돌봄 #마음챙김 #위로가되는책 #완벽주의 #내려놓기 #40대책추천 #오늘의책]]></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2/49/cover150/k3421306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12498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고흐와 니체 - [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고흐와 니체 - 손끝에서 뇌가 다시 젊어지는 시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1272</link><pubDate>Mon, 20 Jul 2026 03: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127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0496&TPaperId=1740127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4/5/coveroff/k32213049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0496&TPaperId=1740127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고흐와 니체 - 손끝에서 뇌가 다시 젊어지는 시간</a><br/>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송동윤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06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택배를 받자마자 표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짙은 초록을 배경으로 왼쪽에는 고흐의 해바라기가 노랗게 다 피어 있고, 오른쪽에는 같은 꽃이 색 없이 선으로만 남아 있더군요. 완성된 절반과 비어 있는 절반을 나란히 둔 표지였습니다. 컬러링북이니 당연한 구성인데도, 그 비어 있는 쪽이 유독 오래 눈에 밟혔어요. 나머지 반은 이 책을 든 사람이 채우라는 뜻이었습니다.<br>&lt;시니어 컬러링 필사북 고흐와 니체&gt;는 스타로고에서 나온 책입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마흔여섯 편을 색칠할 수 있는 도안으로 싣고, 그 맞은편에 철학자 니체의 문장 마흔여섯 편을 손으로 옮겨 적을 수 있게 배치했어요.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끝내 만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참 닮았습니다. 살아서는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저마다의 고통을 안은 채 붓과 펜을 놓지 않았으며, 세상을 떠난 뒤에야 위대함을 인정받았죠. 그 두 사람을, 색을 고르는 손과 문장을 옮겨 적는 손으로 함께 만나게 하는 구성입니다.<br>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받았습니다. 봉투를 열고 처음 든 생각은 의외로 가볍고 얇다는 것이었어요. 두툼한 아트북을 예상했는데 손에 얹으니 부담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펼쳐 보고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실로 꿰맨 제본이라 활짝 열면 가운데가 뜨지 않고 180도로 평평하게 눕습니다. 색을 칠하다 보면 접히는 안쪽이 늘 아쉬웠는데, 이 책은 펼친 면을 끝까지 쓸 수 있어요. 얇고 가벼워 아무 데나 두고 하루에 한 장씩 채워 가기에도 좋습니다. 만듦새 하나에서 이 책이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가 보였어요.<br>앞쪽에는 손으로 색칠하고 글씨를 쓰는 일이 왜 뇌에 좋은지를 다섯 갈래로 풀어 놓았습니다. 색을 인식하는 영역과 손을 움직이는 영역, 글을 다루는 영역이 동시에 깨어난다는 이야기, 손글씨가 기억을 붙드는 힘을 지녔다는 연구, 색을 채우는 반복이 명상과 비슷한 안정을 준다는 대목이 이어져요. 저는 이론보다 그 뒤에 나오는 문장에 마음이 갔습니다. 한 페이지를 다 채웠을 때 밀려오는 뿌듯함이 은퇴나 자녀 독립 뒤에 찾아오는 '나는 이제 쓸모없어졌나' 하는 공허함에 조용한 답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었어요. 손을 놀리는 그 단순한 행위가 실은 자기를 돌보는 시간이라는 말로 읽혔습니다.<br>책을 넘기다 오래 눈이 머문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br>첫 장부터가 '별빛도 시간을 원한다'예요.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와 별이 있는 길'이 실려 있고, 그 아래 니체의 문장이 놓여 있습니다. "기다리지 못하고 나는 너무 일찍 왔다.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글인데, 번개와 뇌성에도 시간이 필요하듯 별빛도 사람의 눈에 닿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살아서 빛을 보지 못한 두 사람의 삶이 첫 문장에서부터 그대로 겹쳐 옵니다. 지금 당장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것이 의미 없는 건 아니다. 무언가를 오래 붙들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br>한참을 넘기다 스물여섯 번째 장에서 다시 멈췄습니다. '인간은 고뇌하는 동물이다'라는 제목 옆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의자에 앉은 노인을 그린 '슬픔에 잠긴 노인'이 함께 있어요. 그림만 봐도 마음이 서늘해지는데, 니체는 여기서 인간이 어떤 동물보다 약하고 불안정한 존재, 곧 고뇌하는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운명에 반항하고 미래에 도전하는 존재라고 덧붙여요. 고뇌를 결함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읽어 준 셈입니다. 이런저런 걱정을 안고 사는 게 나만 유별난 일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흔들리며 나아간다는 말로 다가왔어요.<br>가장 곱씹게 된 건 서른아홉 번째 장 '개인은 늘 새로운 것의 창조자다'입니다. 니체는 개인이 무언가 전혀 새로운 존재이며, 설령 감정과 지식을 스스로 만들지 않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는 순간 늘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이 문장이 곧 이 책의 성격입니다. 고흐의 그림과 니체의 문장은 이미 백 년도 더 전에 완성된 것이지만, 그 위에 어떤 색을 얹고 어떤 마음으로 문장을 옮기느냐는 온전히 지금 이 책을 든 사람의 몫이니까요. 표지의 비어 있던 절반이 여기서 다시 떠올랐습니다.<br>일곱 번째 장 '축복은 삶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얻게 한다'도 담아 두고 싶은 대목입니다. 권태에서 벗어나려는 긴 싸움과 덧없는 선물에도 감사하는 여린 마음에, 인생이 마침내 축복을 내리고 그로써 자신의 사명을 되찾게 된다는 문장이에요. 고단한 시간을 지나온 사람에게 건네는 담담한 인사 같았습니다.<br>물론 니체의 문장이 늘 다정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비참함도 시련이다' 같은 장은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법 서늘해서, 처음 읽으면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그런 날 선 문장까지 한 글자씩 손으로 옮겨 적다 보면, 빠르게 읽고 지나칠 때는 놓쳤던 결이 조금씩 만져집니다.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쓰는 것의 차이가 거기 있습니다.<br>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필사 지면의 줄 간격이 조금 더 넉넉했다면 글씨가 큰 분들도 편했겠다 싶었어요. 그 정도가 전부입니다.<br>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만나다 보면 읽고 덮으면 끝인 책이 있는가 하면, 곁에 두고 천천히 쓰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이 한 권은 분명 뒤쪽입니다. 한 번에 다 읽어 치우는 책이 아니라, 마음이 헛헛한 날 한 장씩 펼쳐 색을 얹고 문장을 옮기며 스스로를 돌보게 되는 안내서에 가까워요. 그림을 오래 손에서 놓았던 사람, 좋은 문장을 눈으로만 스쳐 보냈던 사람,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 정작 제 마음은 들여다볼 틈이 없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하루 십 분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부모님께 무언가 해 드리고 싶은데 마땅한 걸 못 찾았던 이에게도 조용히 건네볼 만하고요.<br>여름의 한복판입니다. 열기가 오래 머무는 계절이라 마음도 쉬 지치는데, 시원한 자리 하나 잡고 앉아 색연필을 쥐고 고흐의 별빛을 천천히 칠하는 저녁이라면 이 무더위도 제법 견딜 만해집니다. 물 한 잔 곁에 두고 한 장씩 채워 가기에 이만한 계절도 없겠다 싶어요.<br>완성된 절반을 감상하고 비어 있는 절반을 채우며 백 년 전 두 사람과 나란히 앉아 보는 시간이었습니다.<br>#고흐와니체 #시니어컬러링필사북 #컬러링북추천 #필사책추천 #고흐 #니체 #반고흐그림 #니체명언 #니체아포리즘 #어른컬러링 #힐링컬러링 #부모님선물추천 #시니어취미 #하루한장필사 #마음챙김 #손글씨필사 #스타로고 #북유럽카페서평단 #책추천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4/5/cover150/k32213049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4054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주사위는 던져졌다 - [주사위는 던져졌다 -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1270</link><pubDate>Mon, 20 Jul 2026 03: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127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130691&TPaperId=174012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2/83/coveroff/k0421306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130691&TPaperId=1740127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주사위는 던져졌다 - 모든 것을 잃을 각오가 모든 것을 얻게 한다</a><br/>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 프라임북스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강한 제목을 단 책일수록 오히려 조심스럽게 펼치게 됩니다. &lt;주사위는 던져졌다&gt;도 그랬어요. 카이사르, 결단, 승부 같은 단어가 표지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데, 이런 책은 대개 읽는 사람을 몰아붙이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 예상이 조금 빗나갔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기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를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쪽에 더 가까웠어요.<br>표지부터 그런 예감을 줍니다. 깊은 와인빛 바탕에 금색 아치와 기둥이 서 있고, 그 아래 토가를 걸친 사람들이 둘러앉아 무언가를 논하고 있어요. 오래된 서재로 들어서는 문 같았습니다.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어딘가 진중하게 묻는 표정을 하고 있달까요.<br>북유럽 카페 서평단을 통해 이 책을 받았는데, 손에 들었을 때 먼저 반가웠던 건 크기였어요.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판형에 얇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넘기기에 좋았습니다. 두께에 비해 담고 있는 무게는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요.<br>책은 다섯 개의 장에 걸쳐 카이사르의 결단과 실행, 리더십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에서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성공이나 승리 같은 단어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멈춰 있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br>1장에 '안전지대라는 이름의 가장 안락한 감옥'이라는 대목이 있어요. 저자는 안전지대를 감옥에 빗댑니다. 창살이 보이지 않고 간수가 친절하며 식사가 따뜻하게 나오는 감옥이라서, 사람들은 그곳을 감옥이라 부르지 않고 '내 자리, 내 직장, 내 일상'이라 부른다고요. 처음엔 조금 세게 느껴지는 표현이었는데, 읽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습니다.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 빨리 죽는 것보다 안전한 일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더 비참한 죽음일 뿐이다"라는 문장에서요.<br>여기서 저자는 스무 살 청년 카이사르의 일화를 들려줍니다. 절대 권력자 술라가 아내와 이혼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때, 서류 한 장만 찢으면 목숨도 재산도 미래도 보장될 상황이었는데, 청년은 망설임도 변명도 없이 거절하고 도망자의 삶을 택했다고요. 저자는 이 선택을 용기가 아니라 '계산'으로 읽어냅니다. 굴복하는 순간 평생 누군가의 그림자 안에서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살게 되리라는 걸 직관으로 알아챘다는 거예요.<br>제 마음을 붙든 건 그다음 문장이었습니다. "감옥의 문은 안에서 잠겨 있다. 열쇠는 간수가 아니라 당신이 쥐고 있다." 우리를 가둔 게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일 수 있다는 이 말이 며칠을 두고 되살아났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위로 같은 한 문장. "인정하는 자는 이미 절반쯤 걸어 나온 자다." 대단한 결심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br>2장으로 넘어가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나약한 환상'이 나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살짝 뜨끔했어요. 저자는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말이 실은 두려움을 신중함으로 포장한 가면이라고 말합니다. 기원전 49년의 로마 원로원이 끝없이 회의만 반복하는 동안, 카이사르는 회의 대신 군단을 움직였다고요. "종이는 발을 이기지 못한다. 회의는 행군을 이기지 못한다"는 대비가 오래 남았습니다.<br>다만 이 장이 무섭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저자는 카이사르도 루비콘 앞에서 망설였다는 기록을 짚으면서, 그의 주저함이 짧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결단은 시간을 짧게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 안에 무게를 다 싣는 것"이라는 정의가 그래서 인상적이었어요. 무엇보다 마음에 닿은 건 이 대목이었습니다. "부족한 채로 출발했다. 모자란 채로 부딪쳤다. 그는 출발하면서 채웠고, 부딪치면서 다듬었다. 완성된 다음에 움직이는 사람은 평생 움직이지 못한다."<br>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미뤄온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싶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발을 떼도 된다는 이 이야기가, 오래 재고 따지느라 지친 사람에게는 채찍보다 오히려 등을 토닥이는 손처럼 느껴졌습니다.<br>같은 장의 '분석의 늪에서 빠져나와 즉각 검을 뽑아라'에는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기원전 46년, 카이사르가 아프리카 해안에 상륙하다 발이 미끄러져 얼굴부터 모래밭에 처박힙니다. 로마인에게 지휘관이 첫걸음에 엎어지는 건 패배의 전조로 읽히는 불길한 순간이었죠. 병사들의 사기가 얼어붙던 그때, 카이사르는 일어나며 모래 묻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 외칩니다. "아프리카여, 내가 너를 쥐었노라." 그 한마디로 패배의 흉조가 정복의 길조로 뒤집혔다고 해요.<br>저자는 이걸 두고 순간의 재치가 아니라 오래 쌓인 시간의 결과라고 짚습니다. 그 1초 안에는 "수십 년의 전쟁터와 수백 번의 연설과 수천 번의 군중 장악이 압축"되어 있었다고요. 여기서 저는 조금 위로를 받았습니다. 결단력이란 타고난 담대함이 아니라 평소에 벼려둔 무언가라는 이야기, 성실하게 자기 몫을 쌓아온 사람에게는 이게 오히려 든든한 말이거든요. "준비는 분석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준비는 평소의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문장이 그래서 좋았습니다.<br>책의 뒤편, 5장의 '동정표를 구하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군림하다'는 또 다른 결로 다가왔어요. 카이사르가 원로원 계단에서 갈리아 정복을 보고할 때, 자신이 얼마나 많은 밤을 천막에서 보냈는지, 어떤 부상을 견뎠는지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오직 결과만 적었다는 대목입니다. "견딘 것은 자신이 알면 그만이고, 이룬 것은 세상이 알아야 한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았어요.<br>처음엔 다소 차갑게 읽혔는데, 곱씹을수록 인상이 달라지더라고요.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굳이 생색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대목이 자기 삶의 방식을 조용히 긍정해주는 것처럼 들릴 수 있거든요.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힘들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걸, 저자도 아는 듯했습니다.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의 칼에 찔리는 순간조차 짧은 한마디 뒤 토가로 얼굴을 가리고 자신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내주지 않았다는 마지막 장면은, 승부의 언어를 넘어 한 사람의 품격에 관한 이야기로 읽혔습니다.<br>물론 이 책이 모두에게 편안하게 읽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곳곳에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한다거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피 묻은 손도 허락하라는 식의 단호한 주장이 나오는데, 이런 대목은 사람에 따라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모든 문장에 고개를 끄덕인 건 아니었어요. 다만 이 책을 처세의 교본으로 읽기보다, 망설임에 관한 하나의 자극으로 받아들이면 그 날 선 부분들도 나름의 쓸모가 있었습니다.<br>그런 마음으로 읽다 보니 마지막 장이 더 편하게 다가왔어요.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직접 밝힙니다. 카이사르를 미화하거나 그가 흘린 피를 정당화하려는 책이 아니라, "한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어떻게 찢었는지, 그 찢김의 흔적을 따라가는 기록"이라고요. 이 문장을 읽고 나니 앞서 만난 강한 표현들이 조금 다르게 정리되었습니다. 카이사르처럼 되라고 몰아붙이는 책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선 자리를 한 번쯤 솔직하게 마주해보라고 권하는 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br>읽는 내내 한국의 40대, 50대가 겪는 감각과 겹치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오래 다닌 직장, 익숙해진 관계, 어느새 당연해진 하루하루.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처음에는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해진다"는, 적응이라는 이름의 마비 말이에요. 떠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가 나를 키우고 있는지 아니면 나를 깎고 있는지 가끔은 물어보라는 정도의 권유였습니다. 그 물음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 건 책이 얇고 문장이 간결해서이기도 했어요.<br>서평단으로 여러 책을 받아 읽어왔지만, 이 한 권은 조금 특별한 자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결심을 요구하기보다, 오래 미뤄둔 작은 결정 하나를 다시 손에 쥐게 만드는 힘이 있었거든요. 거창한 강을 건너라는 게 아니라, 오늘 아침 무심코 미룬 사소한 선택 하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책. 그 정도의 조용한 변화라면 누구든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어요.<br>읽고 나면 아마 각자 떠올리는 얼굴이 다를 겁니다. 익숙함에 안주하고 있다는 자각이 문득 드는 사람이라면 서늘한 문장들 사이에서 자기 자리를 돌아보게 될 테고, 무언가를 오래 재느라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에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지 모릅니다. 그리고 티 내지 않고 자기 몫을 감당하며 살아온 이에게는, 견딘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문장이 뜻밖의 위안이 되어줄 것 같아요.<br>한여름 열기가 한창인 요즘, 오후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에서 짧게 넘겨보기 좋은 두께입니다. 무겁게 각오하고 펼치는 책이 아니라, 잠깐의 틈에 나를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정도라 이 계절과 잘 어울렸어요. 창밖 매미 소리를 배경으로 삼기에 나쁘지 않은 한 권이었습니다.<br>결단을 다그치는 책 같지만, 실은 지금 내가 선 자리를 조용히 마주하게 하는 담백한 한 권.<br>#주사위는던져졌다 #프라임북스 #리더의서재 #카이사르 #율리우스카이사르 #서평 #북유럽카페 #서평단 #인문교양 #자기계발서 #40대책추천 #직장인책추천 #결단력 #실행력 #리더십 #안전지대 #오늘의책 #책추천 #독서기록 #북스타그램]]></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2/83/cover150/k0421306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128358</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가장 위대한 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쟁취된다 - [가장 위대한 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쟁취된다 - 신 국부론]</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1269</link><pubDate>Mon, 20 Jul 2026 0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40126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0691&TPaperId=1740126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2/78/coveroff/k93213069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0691&TPaperId=1740126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가장 위대한 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쟁취된다 - 신 국부론</a><br/>애덤 스미스 지음 / 에버필링 / 2026년 07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검은 바탕에 금빛으로 두른 테두리, 그 한가운데 옆얼굴을 내어준 노학자의 초상. 북유럽 카페 서평단으로 이 책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오래된 서재에서 방금 꺼내온 고서 같다는 것이었어요. 화려한데 소란스럽지 않고, 손끝에 닿는 감촉이 묵직할 듯한 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펼쳐 보니 핸드북 크기에 얇고 가벼워서, 가방 한쪽에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기에 딱 좋더라고요. 겉모습의 무게감과 부담 없는 두께 사이의 간극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br>&lt;가장 위대한 부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쟁취된다&gt;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오늘의 자본주의 자리에서 다시 읽어낸 책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시장에 다 맡기라던 사람'으로서의 스미스가 아니라, 도덕과 법치 위에서만 시장이 제대로 굴러간다고 믿었던 사상가로서의 그를 데려옵니다. 그 통찰을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개인의 언어로 옮겨놓았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에요.<br>"세상은 나의 노력에 빚을 진 적이 없다." 억울함을 다룬 장에서 만난 이 한 문장 때문에 잠깐 읽기를 멈췄습니다. 저자는 억울함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감정이면서 동시에 가장 게으른 감정이라고 말해요. 내가 이만큼 했는데, 이만큼 견뎠는데, 그 무게를 세상이 알아주고 보상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오래 일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잠겨봤을 감정이라, 처음엔 서늘했던 그 문장이 다시 읽으니 위로에 가깝게 다가왔습니다.<br>노력과 효용을 갈라 보는 방식도 곱씹게 되더라고요. 노력은 입증의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라는 것, 노력 자체가 곧 가격표가 되는 게 아니라 그것이 누군가의 필요와 만날 때 비로소 값을 갖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노력은 재료이고, 효용은 그 재료를 가공하는 방식이다"라는 비유가 특히 선명하게 박혔어요. 다만 이 장이 좋았던 진짜 까닭은 그다음 대목에 있습니다. 효용을 입증하라는 말이 자신을 깎아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고유한 것이 어디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지를 찾아내는 일이라고 분명히 짚어주거든요. 억울함이 수동적인 분노라면 효용에 대한 자각은 능동적인 설계라는 대비가, 지친 이에게 방향을 쥐여주는 듯했습니다.<br>'열정'과 '가족'이라는 단어를 파헤친 장은 조금 다른 결로 읽혔습니다. 본래 따뜻했던 두 말이 어느새 일터에서 가장 교묘한 무기로 변했다는 이야기예요. 저자는 이를 애덤 스미스가 &lt;국부론&gt;에서 지적한 고용주들의 담합에 연결합니다. 250년 전의 담합이 임금 수준을 맞추기로 약속하는 노골적인 형태였다면, 지금의 담합은 감정의 영역으로 들어와 '문화'라는 이름으로 작동한다는 거죠. "진짜 가족은 야근을 시키지 않는다. 진짜 가족은 휴가를 눈치 보게 하지 않는다"는 문장 앞에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수긍하게 됩니다. 스미스가 자본가가 아니라 노동자의 정당한 대가를 옹호했다는 사실 또한 여기서 새삼 또렷해졌어요. "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가난하고 비참한데, 그 사회가 번영하고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그의 말은, 오래된 책 속 문장이 아니라 지금 이곳의 뉴스처럼 읽혔습니다.<br>책의 뒤쪽으로 갈수록 저자는 분노 대신 다른 길을 권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 화를 쏟는 대신 내 욕망을 지휘하라는 이야기예요. 분노는 외부를 향하고 욕망은 내부에서 출발한다는 구분, 그리고 "무작정 달리는 말은 결국 절벽에서 떨어진다. 그러나 고삐를 쥔 말은 가장 먼 길을 가장 빠르게 간다"는 비유가 마음을 붙들었습니다. 여기서 저자는 스미스가 영향받은 스토아 철학과 &lt;도덕감정론&gt;의 '공정한 관찰자'를 불러와요. 욕망을 억누르라는 게 아니라, 내 안에 또 하나의 시선을 두고 그것이 정말 내 것인지 지켜보라는 조언이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자랑하기 좋으니까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제 욕망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합니다.<br>읽는 내내 이 안내서가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실은 다정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욕망을 지휘한다는 것은 가장 차가운 자기 인식이자, 가장 따뜻한 자기 사랑이다"라는 문장이 그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제 박자를 잃지 않는 사람을 진짜 부자라고 부르고 싶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돈에 관한 책을 덮으며 뜻밖에 마음이 놓이는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br>서평단으로 여러 도서를 만나다 보면 결이 비슷한 자기계발서에 이따금 지칠 때가 있는데, 이 한 권은 그 사이에서 다른 자리에 서 있었어요. 부를 이야기하면서도 사람을 먼저 보고, 냉정한 논리 끝에 위로를 남긴다는 점에서요. 일터에서 정당한 대가를 말하기가 자꾸 머뭇거려지는 분, 세상을 향한 화로 하루가 소진되는 것 같은 분이라면 곁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 만합니다. 두껍지 않아 며칠이면 다 읽히지만, 문장이 남기는 여운은 두께에 비해 훨씬 깁니다.<br>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이 계절, 냉방이 잘 든 방에서 이 얇은 책을 펼쳐 스스로에게 정직한 질문 하나를 던져보길 권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가. 뜨거운 날씨와 달리 마음의 셈법은 서늘하게 정돈해주는 한 권이었어요.<br>부에 관한 냉정한 통찰 끝에서, 뜻밖의 위로와 삶의 주도권을 함께 건네받게 되는 책.<br>#신국부론 #애덤스미스 #가장위대한부는보이지않는손으로부터쟁취된다 #에버필링 #불후의명작 #국부론 #도덕감정론 #경제학고전 #인문학추천 #자본주의 #직장인책추천 #열정페이 #보이지않는손 #자기통제 #욕망의지휘 #서평단 #북유럽카페 #책추천 #40대책추천 #인문교양]]></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2/78/cover150/k93213069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12781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