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감튀 (감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https://blog.naver.com/flying2025</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hu, 05 Nov 2026 10:14:19 +0900</lastBuildDate><image><title>감튀</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16633265_639195638375550925.png</url><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감튀</description></image><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죽음 리허설 - [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3426</link><pubDate>Wed, 04 Nov 2026 14: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34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131200&TPaperId=176134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26/89/coveroff/k51213120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12131200&TPaperId=176134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a><br/>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내 장례식에서도 나는 구경꾼이었다, 이클립스 〈죽음 리허설〉 서평<br>눈을 감고 내 장례식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영정 사진이 걸리고, 아는 얼굴들이 하나둘 들어오는 장면까지는 어렵지 않게 그려질 거예요.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나는 어디쯤 서 있었나요? 관 속에 누워 있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요.<br>이 질문으로 문을 여는 책이 〈죽음 리허설〉입니다. 지식 유튜버 이클립스의 '세계척학전집' 여덟 번째 책이에요. 처음엔 '철학'을 잘못 쓴 줄 알았어요. 아는 척 좀 하게 해 주는 학문이라면 저 같은 아재한테 딱이겠다 싶더라고요. 시리즈 여덟 번째 권이긴 한데, 따로 읽어도 흐름 따라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서 앞 권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br>죽음을 다룬다고 해서 내내 무겁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프로이트, 몽테뉴, 붓다, 가완디 같은 이름이 줄줄이 나오는데, 사람마다 실험이나 이야기를 하나씩 들고 와서 강의 한 편씩 듣는 느낌이 들어요.<br>프롤로그에 나오는 실험부터 재미있었어요. 죽음에 대해 짧은 글만 쓴 대학생들은 앞으로 벌 돈을 더 높게 내다보고 자기 몫도 더 챙기려 했대요. 그런데 고층 아파트에 불이 나 빠져나갈 길이 없는 상황에서 자기가 죽어 가는 모습을 자세히 그려 보고 지난 삶을 돌아본 사람들은, 더 가지려는 행동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하더군요. 같은 죽음을 떠올렸는데 방향이 정반대로 갈린 셈이죠.죽음을 짧게 스치기만 하면 막연한 불안으로 남고, 끝까지 바라보면 구체적인 두려움이 된다는 설명이 이어져요. 엄마에게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두려움 같은 거요. 그런 두려움에는 할 일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br>같은 직장인으로서 오래 생각하게 된 대목은 '사회적 죽음'이라는 말이었어요. 저자는 시한부 선고 같은 일은 드물지만, 사람은 살면서 몇 번씩 자기 삶의 일부가 끝나는 일을 겪는다고 해요. 다니던 회사에서 밀려나고, 오래 준비한 시험에 떨어지고, 믿던 관계가 끝나는 일들이요.회사에서 밀려나는 일이라니.첫머리부터 이 얘기가 나오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이 책의 생각들은 삶의 일부가 끝난 날에도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하니, 죽음 책이 갑자기 오늘 하루에 쓰는 책처럼 느껴지더라고요.<br>PART 1의 프로이트 장으로 넘어가면 맨 처음 던진 장례식 질문에 답이 나와요. 우리는 상상 속 장례식에서도 늘 식장 한쪽에 선 구경꾼이라는 거죠. 〈톰 소여의 모험〉에서 교회 2층 구석에 숨어 자기 장례식을 지켜보던 톰처럼요. 상상하려면 상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 죽음은 바로 그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니 제대로 그려질 리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아이들에게 아기 생쥐가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인형극을 보여 준 실험도 나와요. 아이들은 죽은 생쥐가 밥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건 정확히 답하면서도, 생쥐가 아직 엄마를 사랑한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대요. 대학생 일부도 비슷하게 답했다니, 나이를 먹는다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 모양이에요.<br>이 장에서 뜨끔했던 건 부고 이야기였어요. 이 나이쯤 되면 부고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는데, 그때마다 사고였는지 무슨 병이었는지부터 묻게 되잖아요. 책은 그 질문 뒤에 이런 계산이 숨어 있다고 말해요."과로였다면 나는 그렇게까지 일하지 않는다. 사고였다면 조심하면 된다. 여든이 넘으셨다면 나는 아직 멀었다."원인을 확인하는 순간 죽음은 특별한 사정이 있던 한 사람의 일로 줄어들고, 나는 그 사정의 바깥에 선다는 거예요. 반박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br>〈죽음 리허설〉만의 재미는 장마다 붙은 '리허설' 박스 같아요. 읽은 생각을 오늘 하루에 한 번 써 보라는 질문들인데, 쉬워 보여도 대충 넘어갈 수가 없게 생겼어요. 카이우스는 죽는다는 삼단논법 이야기 끝에는, 카이우스 자리에 내 이름을 넣으면 내게 남은 시간에도 끝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그 안에 꼭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아직 시작하지 않은 까닭은 뭔지 물어요. 장 끝의 '더 읽기' 박스도 친절했어요. 다음에 읽을 책을 난이도 별점까지 붙여서 알려 주거든요. 가완디 장 끝에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별 두 개로 소개하고 있어요.<br>읽는 순서도 자유예요. 파트 순서대로 읽기를 추천하긴 하지만, 목차에서 손이 멈추는 문장부터 들어가도 된다고 해요. 파트마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이 부질없어 보일 때 꺼내라', '다짐이 자꾸 흐려지고 미뤄 둔 일이 쌓여 갈 때 꺼내라' 같은 처방이 붙어 있어서 상비약 같은 느낌도 들고요.PART 2의 윌리엄스 장은 질문을 거꾸로 던져요. 죽음이 나쁘다면, 죽지 않는 건 좋은 일일까. 300년 넘게 늙지 않고 이름을 바꿔 가며 산 오페라 가수 엘리나가 나오는데, 차페크의 희곡 〈마크로풀로스 사건〉 이야기예요. 밥을 먹으려고 살아 있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 쓰던 소설을 끝내고 싶다거나 딸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은 내일도 살고 싶게 만든다는 구분이 꽤 선명하더군요.<br>여기 붙은 리허설은 유난히 반가웠습니다."이번 주에 가장 기다려지는 일 하나를 떠올려 보라. 그 일을 매주 되풀이해도 지금처럼 기다려질까. 아니라면, 매주 되풀이해도 기다려질 일은 무엇인가."요즘 제게 제일 기다려지는 일은 새 책이 오는 날이거든요. 매주 되풀이해도 지금처럼 설렐지는 장담 못 하지만, 아직은 새 책 소식만 들어도 들뜨는 걸 보면 꽤 오래갈 것 같아요. 존 마틴 피셔라는 철학자는 좋은 음식이나 음악,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처럼 몇 번을 되풀이해도 다시 좋은 즐거움이 있다고 했대요.<br>되풀이해도 좋은 즐거움.이 장은 어느 한쪽 편을 들어 주지 않고 끝나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좋았어요.〈죽음 리허설〉에서 제일 현실적인 장을 꼽으라면 PART 3의 가완디 장일 거 같아요. 부모님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은 나이라서인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어요. 완화의료 전문의 수전 블록은 척수 종양 수술을 받은 일흔네 살 아버지에게 출혈이 생겨서, 몇 분 안에 아버지 대신 재수술 여부를 골라야 했대요. 다행히 수술 전날 아버지에게 물어 둔 답이 있었다고 해요.<br>"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고 텔레비전으로 미식축구를 볼 수 있다면, 나는 계속 살고 싶다."거창한 철학도 아니고, 아이스크림과 미식축구라니.그런데 그 소박한 문장 하나 덕분에 그 급박한 순간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는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가족이 짐작한 환자의 뜻이 세 번에 한 번꼴로 실제와 어긋났다는 연구도 나오는데, 우리 식구들이 정말 뭘 원하는지 제가 알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리허설은 '이것만 있으면 나는 계속 살고 싶다'는 문장을 완성해 보라고 하고, 내가 말할 수 없게 된 날 나 대신 결정할 사람이 그 문장을 알고 있는지 묻습니다.<br>요양원에 잉꼬 100마리와 개, 고양이, 화분을 들였더니 약 처방이 근처 요양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돌볼 것이 생기면 아침에 눈을 떠야 할 이유가 생긴다는 설명이 붙어 있고요. 이 장은 이 문장으로 정리되는 거 같아요."결국 우리의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좋은 삶이다."PART 4는 제 또래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파트 같습니다. 카스텐슨 장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br>"시간이 넉넉하다고 느끼면 나중을 위한 약속이 지금을 위한 약속을 앞서기 쉽다. 도움이 될 사람과의 약속은 먼저 잡고, 가족은 다음에 봐도 된다며 미룬다."업무 약속은 칼같이 잡으면서 식구들과의 저녁은 자꾸 다음으로 밀리는 게 직장인 달력의 흔한 모양이잖아요. 그 바로 뒤에 붙은 리허설에서는 솔직히 좀 머쓱해졌어요."지금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여든 살에도 곁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한 끼를 함께한 것은 언제인가."첫 번째 질문의 답은 금방 나오는데, 두 번째 질문에는 날짜가 선뜻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노인들은 남은 시간에 맞춰 만날 사람을 고르고 있었고, 사라진 관계는 대부분 인사나 나누던 가벼운 사이였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나와요.<br>이어지는 얄롬 장에서는 자기 죽음을 실감하고 삶이 바뀌는 순간을 '각성 경험'이라고 부르는데, 꼭 큰일이 아니어도 가까운 사람의 장례식이나 앞자리가 바뀌는 생일, 은퇴가 그 순간이 될 수 있대요. 앞자리 바뀌는 생일이 머지않은 사람으로서는 흘려듣기 어려운 얘기였어요. 인생 전체를 돌아보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을 훨씬 많이 후회한다는 연구, 결정한다는 뜻의 decide가 '잘라 낸다'는 라틴어에서 왔다는 이야기, 미루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라는 말까지 이어지는데, 나중으로 미뤄 둔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이 대목에서 뜨끔하실 거 같아요. 그림을 배울지 1년째 고민만 하는 사람은 그림이 자기에게 의미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예시에선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br>책 생김새도 예뻐요. 연보라 표지 한가운데 일식처럼 생긴 검은 원이 있고, 안에서는 장마다 표지 색이 보라, 초록, 와인색으로 바뀌면서 사상가 이름이 필기체 영어로 크게 박혀 있어요. 두께는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고, 부록으로 '남은 삶에 묻는 스무 가지 질문'까지 붙어 있어요. 한 번 읽고 꽂아 두기보다는, 파트마다 적힌 '꺼낼 때'에 맞춰 다시 펼쳐 보기 좋은 책이라 소장 가치도 충분하다고 봐요. 프롤로그 끝에 이런 문장이 있거든요.<br>"그들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남긴 글을 펼치면, 그들은 아직 대답한다."11월 들어 첫 수요일, 은행잎이 노랗게 내려앉는 늦가을에 죽음 이야기라니 좀 쓸쓸할 줄 알았는데, 〈죽음 리허설〉은 오늘을 챙기라고 등을 살살 떠미는 책이었어요. 연말이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때라 더 그렇게 느껴졌나 봐요.<br>리허설은 이만하면 충분히 한 것 같으니, 본공연은 최대한 늦게, 아주 아주 늦게 올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죽음 리허설〉 덕분에 미뤄 둔 저녁 약속부터 하나 잡아 볼까 싶어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이 한결 정돈된 기분입니다.<br>내 장례식의 구경꾼 자리에서 출발해, 오늘 누구와 한 끼를 먹을지까지 데려다주는 늦가을의 인문 처방전<br>#죽음리허설 #이클립스 #모티브 #세계척학전집 #인문교양 #인문학책추천 #죽음철학 #삶의의미 #프로이트 #아툴가완디 #어떻게죽을것인가 #버나드윌리엄스 #로라카스텐슨 #어빈얄롬 #신간도서 #책추천 #서평 #플라잉의일상다반사 #플라잉의BOOK리뷰 #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26/89/cover150/k51213120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26894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나를 끌어내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3403</link><pubDate>Wed, 04 Nov 2026 14: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34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7482&TPaperId=176134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23/6/coveroff/89255674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67482&TPaperId=176134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나를 끌어내는 법</a><br/>에이미 커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하버드 교수도 "나는 가짜"라고 느꼈다,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서평<br>"때로 내가 직장에서 성공을 거둔 게 사실은 뭔가 착오가 있어서 잘못 평가된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이 문장에 '예'라고 답할 직장인, 생각보다 많을 거 같아요.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실린 가면감정 측정 문항 가운데 하나인데, 저도 속으로 '예' 쪽에 동그라미를 치게 되더라고요. 아는 척, 괜찮은 척, 다 알고 있는 척. 하루에도 몇 번씩 짓는 그 표정에 심리학 이름까지 붙어 있다니 반갑기도 하고 조금 민망하기도 했습니다.<br>파워포즈라는 말도 이 책에 자주 나와요. 아재 귀에는 파워포인트 신기능처럼 들리기 딱 좋은 이름인데, 몸을 크게 펼치는 자세를 가리키는 말이더군요.표지에는 연한 하늘빛 그물 같은 공간 한가운데, 무지개 망토를 두른 작은 실루엣이 한 팔을 번쩍 들고 서 있어요. 2017년에 처음 나왔던 책이 올가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원제는 〈Presence〉예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처음엔 살짝 겁이 났는데, 사람 사연이 많아서 생각보다 술술 넘어가는 편입니다.<br>책은 북카페 장면으로 문을 엽니다. 글을 쓰던 저자에게 점원 페테인이 다가와서, 의과대학입학자격시험을 치르기 전에 화장실에서 '원더우먼' 자세로 서 있었던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하는 장면이에요.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던 사회심리학자 에이미 커디는 2012년 테드 강연으로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렇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자주 찾아온다고 하더라고요.<br>여기까지만 보면 밝은 성공담 같은데, 프롤로그는 금세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열아홉 살 대학 2학년 때, 친구 둘과 번갈아 운전하며 밤길을 달리다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와이오밍 주 한복판, 새벽 4시 무렵이었고, 뒷자리 침낭에서 자던 저자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갔대요. 외상성 뇌손상이었습니다. 의사들은 "대학을 졸업할 기대는 마세요."라고 했고, 6개월쯤 지나 찾아온 가까운 친구 둘은 "넌 분명 우리가 알던 예전의 그 친구가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하더군요.<br>친구들의 그 한마디가 참 아프게 들렸어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니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움에 죄의식까지 느꼈다고 하니까요. 남들이 하는 말의 절반이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처럼 들렸다는 대목도 있어요.그 뒤로 여러 해 동안 저자는 사고 이전의 자신인 것처럼 지내려고 애썼고, 그 시절을 이렇게 돌아봐요.<br>"내가 마치 내 몸에 침입한 사기꾼이 된 것 같았다."공부하는 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학습 동아리에도 들어간 끝에, 동급생들보다 4년 늦게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고 합니다.<br>사기꾼.이 단어가 책 전체를 꿰는 실 같아요.4장으로 가면 이 단어가 연구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심리학자 클랜스가 오벌린대학 상담센터에서 만난 학생들은 시험 성적도 좋고 추천장도 많이 받은 학생들이었는데, 그런 학생들이 "제가 이 학교에 입학한 건 순전히 오벌린대학의 실수입니다"라고 말했대요. 클랜스와 동료 수전 임스는 이를 '가면현상'이라 부르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성취도가 높은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겼지만, 1985년에 이르러 남성도 똑같은 감정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대요.<br>〈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의 저자도 테드 강연 뒤에 자신이 가면을 쓴 것처럼 느껴진다는 메일을 수천 통 받았는데, 그중 절반은 남성이 보낸 거였다고 하네요.같은 직장인으로서 오래 생각하게 된 대목은 강연을 마친 저자에게 다가온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의 고백이에요. 사업가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렇게 털어놓았대요.<br>"사실 저는 매일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제가 가당치도 않게 사업가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기꾼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나이도 비슷하고, 아침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처지도 같아서 그런지 남 얘기 같지가 않았어요. 책에는 남자는 강인하고 늘 자신감에 차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기불신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그 끝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br>"남성은 이 짐을 비밀리에, 조용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짊어질 수밖에 없다."회의 자리에서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한마디가 왜 그렇게 꺼내기 어려운지, 이 문장 앞에서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br>대학 행정처 직원 데이비드의 메일도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는 50점짜리인데 세상 사람들은 90점이나 받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상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아, 돌겠네. 진짜!" 한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다가도 짠해지더군요. 작가 닐 게이먼조차 처음 18개월 동안은 누가 와서 가짜에 사기꾼이라고 하면 "예, 맞습니다"라고 대답했을 거라고 하니, 정말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인가 봐요.<br>클랜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걸 '가면경험'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대요. 증후군이나 콤플렉스, 정신 질병이 아니니까요."그건 거의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것이거든요."이 말이 은근히 위로가 됐습니다.그럼 저자는 그 가면을 어떻게 벗었을까요. 실마리는 대학원 첫해의 한 장면에 있어요. 20분짜리 발표가 너무 두려워서 학업을 그만두겠다는 저자에게 상담사 선생님이 해준 말이 있거든요.<br>"설령 그게 잘하는 척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야."프롤로그에 나온 "진짜로 이루어질 때까지 진짜로 이루어진 것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여기서 짐작이 갑니다. 하버드에서 "저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어요"라며 우는 여학생을 마주하는 장면도 이어지는데, 그 대목은 직접 읽어보시는 편이 좋겠어요.<br>솔직히 처음엔 살짝 걸리는 마음이 있었어요. 자세 하나 바꾼다고 사람이 얼마나 달라질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책도 그 부분을 슬쩍 넘어가지는 않더군요. 면접관 앞처럼 도전이 한창 진행 중인 자리에서 파워포즈를 취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선을 긋고, 효과가 계속 이어지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임이 분명하다"고 털어놓기도 해요.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주니 귀가 더 열리더라고요.<br>〈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서 제일 손이 많이 갈 것 같은 장은 9장이에요. 까다로운 도전을 앞두고 몸을 크게 펼치라는 대목은 이렇게 맺습니다.<br>"도전이 기다리는 방으로 걸어 들어갈 때쯤이면 뇌도 온전히 활성화되어 있을 것이다. 일종의 준비운동이라고 생각하라."<br>남의 눈에 띄지 않고 몸을 펼 만한 곳으로 엘리베이터, 화장실, 계단을 꼽는 것도 현실적이고요. 사람들이 메일로 들려준 파워포즈가 도움이 된 순간들에는 타인에게 도움을 청할 때, 비판적 평가를 받거나 주기 전, 그리고 직장에 사직서를 낼 때까지 들어 있어요. 마지막 항목에서는 괜히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br>직장인이 바로 써먹을 만한 건 '하루 종일 자세에 신경 써라' 쪽이에요. 한 시간에 한 번 스마트폰 알림으로 자세를 확인하고, 모니터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믿을 만한 동료에게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말해달라고 부탁하라는 식입니다. 마우스를 일부러 몸에서 먼 곳에 두는 동료, 양치질할 때 한 손을 허리춤에 대는 조교 이야기도 나와요. 사무실 공기가 서늘해지는 요즘 같은 철에는 이 문장이 딱 맞더군요.<br>"숄, 스카프, 담요, 카디건 따위로 몸을 감싸고 그 속에서 태아 자세로 웅크리지 마라. 차라리 옷을 여러 겹 껴입어라."무릎 담요 덮고 동그랗게 웅크리는 게 겨울 사무실의 국룰인 줄만 알았는데 말이죠.펭귄 팔 이야기도 있어요. 불안할 때 겨드랑이부터 팔꿈치까지를 옆구리에 붙인 채 팔 끝만 움직이는 자세인데, 저자가 괄호 안에 "독자도 이 동작을 지금 당장 해보기 바란다."라고 슬쩍 덧붙여 놨어요. 교수님이 강의하다 말고 시키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더라고요.<br>10장으로 넘어가면 자기넛지라는 말이 나와요. 거창한 결심 대신 작은 행동으로 스스로를 살짝 떠미는 방법인데, 이 문장이 참 좋았어요."어떤 사람이 자기넛지를 할 때, 이 사람은 건축가가 되고 동시에 건물이 된다."1960년대 캘리포니아의 한 초등학교에서 했던 실험도 흥미로웠습니다. 사실은 아무 근거도 없는 '성적이 오를 학생' 명단을 받은 교사들이 그 학생들을 더 많이 격려하고 학습 기회를 더 주었더니, 1년 뒤 정말 점수가 훨씬 좋아졌다는 내용이에요. 저자가 이어서 "이번에는 당신이 기업의 상사이고" 하고 물어오는데, 그 질문 앞에서는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뜨끔할 것 같아요.<br>〈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후반부에서 제일 정이 간 건 저자의 달리기 이야기예요. 해마다 새해가 되면 달리기 전문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가, 1월이 끝나갈 무렵이면 포기하곤 했대요. 그러다 딱 한 번만 달리기로 마음먹고,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속도로만 달렸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여행과 달리기를 엮으면서 트레일러닝의 즐거움도 알게 됐고요. 마라톤 완주는 앞으로도 못 할지 모른다면서 이렇게 덧붙여요.<br>"하지만 나는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게 중요하다."조금 앞에 나온 시카고의 한 고등학교 이야기와도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이 소개한 그 학교는 졸업하려면 꼭 들어야 하는 과목을 통과하지 못한 학생에게 '아직Not Yet'이라는 학점을 준대요. 아직이라는 두 글자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br>회의 전마다 어깨가 움츠러드는 분이나, 잘해놓고도 "운이 좋았죠"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분이라면 꽤 반가운 책일 거 같아요. 심리학 연구 이야기가 많은데도 사람 사연이 촘촘히 끼어 있어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9장의 자세 팁은 책상 가까이 두고 가끔 다시 펼쳐 보기 좋아서 소장할 맛도 나고요.<br>11월 첫 수요일이에요.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차가워져서 자꾸 몸이 움츠러드는 계절인데, 〈자존감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덕분에 어깨부터 한번 펴 보자는 마음이 드네요. 올해 달력도 딱 두 장 남았으니, 내년 결심은 거창하게 세우지 말고 딱 한 번씩만 해볼 생각이에요. 펭귄 팔은 펭귄한테 돌려주고요. 좋은 책 하나 만나서 이번 주는 가슴 펴고 걷는 기분입니다.<br>열아홉 살의 사고, 그리고 하버드 교수도 피해 가지 못한 가면감정을 지나, 몸을 펴는 작은 습관에서 자존감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책.<br>#자존감은어떻게시작되는가 #에이미커디 #이경식 #알에이치코리아 #RHK #자존감 #파워포즈 #가면증후군 #가면현상 #프레즌스 #신체언어 #자기넛지 #심리학책 #책추천 #책리뷰 #서평 #직장인책추천 #플라잉의일상다반사 #플라잉의BOOK리뷰 #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23/6/cover150/89255674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23060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 -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 - 2013, 2016, 2019, 2021, 2024, Office365 모든 버전 활용 가능]</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565</link><pubDate>Wed, 04 Nov 2026 01: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56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131699&TPaperId=1761256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6/6/coveroff/k41213169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131699&TPaperId=1761256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 - 2013, 2016, 2019, 2021, 2024, Office365 모든 버전 활용 가능</a><br/>서정아 지음 / 정보문화사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AI는 비서, 파워 쿼리는 자동 절차! 연말 앞둔 직장인의 엑셀 책 -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br><br>표가 단정해 보여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버튼이죠.그런데 그 버튼이 나중에 필터와 피벗 테이블을 꼬이게 만드는 주범일 수 있다는 걸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에서 제대로 알게 됐어요. 2019판과 2021판에 이어 나온 시리즈 최신판이고, 기본·활용·함수·실무 네 파트에 예제가 165개나 들어 있습니다.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들고 다니기만 해도 팔에 먼저 '실무의 힘'이 붙을 것 같더군요.<br>11월 첫 주 수요일입니다. 은행잎은 거의 다 떨어졌고 회사 안은 슬슬 연말 보고서 분위기가 나기 시작하는 때라, 엑셀 책이 유난히 반가운 거 같아요.<br>저자 서정아 님은 기업 연수원과 공무원 교육기관에서 엑셀을 가르쳐 온 강사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부터 현장 냄새가 납니다. 같은 결과를 내더라도 기능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소요 시간이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벌어진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요.<br>"단순한 기능 습득을 넘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업무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된 것입니다."수십 배라니, 좀 뜨끔하더라고요.이번 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AI 이야기예요. 기본 기능 파트의 마지막인 Section 50이 'AI에게 효과적으로 물어보기'인데, 첫 문장이 이렇습니다."AI는 '대신'이 아니라 '도와주는 비서'입니다."질문 공식도 깔끔해요. 상황, 데이터 모양, 원하는 결과, 제약 조건 이 네 가지만 넣어 주면 성공률이 올라간다고 하고,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템플릿도 세 가지나 실려 있어요.같은 직장인으로서 오래 생각하게 된 대목은 '좋은 질문 vs. 나쁜 질문' 비교였어요. 나쁜 질문 예시가 "엑셀에서 IF가 안 돼요."와 "데이터 정리 좀 해 줘요."인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말이죠. 그 위 POINT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br>"AI도, 사람도 추가 질문이 늘어나고 시간적으로도 손해입니다."AI 사용법을 설명하는 자리인데 회사에서 일을 주고받는 요령처럼 읽혀서 웃음이 났어요. 후배한테 일을 맡길 때 범위와 예시부터 또렷하게 말해 주고 있는지, 저도 한번 돌아보게 되는 문장이더라고요.<br>다시 병합 셀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활용 파트의 Section 30과 31이 짝을 이룹니다. 30에서는 출판사 이름이 병합된 도서목록표를 풀어서 빈칸 없이 채우는데요. AI에게 보낸 프롬프트와 AI가 내놓은 답을 먼저 보여 주고, 그다음 실제 화면으로 따라 하게 해요. 순서는 병합 해제, 이동 옵션에서 빈 셀 선택, '=A4' 입력 후 Ctrl+Enter, 마지막으로 값만 붙여넣기예요.<br>Ctrl+Enter 한 번에 빈 셀이 바로 위 출판사명으로 한꺼번에 채워지는 장면은 꽤 통쾌했어요.31은 반대로 같은 텍스트를 다시 병합하는 내용인데, 여기서는 AI에게 VBA 코드를 짜 달라고 합니다. 코드가 지면을 길게 차지하고 있어서 처음엔 좀 겁이 나요. 그런데 막상 할 일은 '사용 방법(짧게)'에 적힌 네 줄이 전부예요. Alt+F11로 편집기를 열고, 모듈을 삽입하고, 붙여 넣고, Alt+F8로 실행하면 끝이에요. 파일을 닫을 때 뜨는 매크로 경고창에서 무엇을 누르면 되는지까지 짚어 주는 걸 보면, 초보가 어디서 멈칫하는지 잘 아는 분이 쓴 책 같아요.<br>함수 파트에서는 XLOOKUP이 반가웠습니다. VLOOKUP 하나로 버텨 온 사람이라면 이 POINT 한 줄에 귀가 솔깃할 거예요.<br>"XLOOKUP 함수는 VLOOKUP 함수에서는 안 되었던 검색 값 기준의 왼쪽 데이터 추출도 가능합니다."찾는 값보다 왼쪽에 있는 열을 가져오려고 열 순서를 이리저리 바꿔 본 분들, 꽤 계실 거 같은데요.GROUPBY도 흥미롭더군요. =GROUPBY(지역,매출액,SUM) 한 줄이면 지역별 합계가 나오고, 여기에 FILTER를 끼우면 판매채널이 온라인인 데이터만 따로 묶입니다. 원본에 표 서식이 걸려 있으면 데이터를 추가해도 결과에 바로 반영된다니, 피벗 테이블 필드를 끌어다 놓던 수고가 수식 하나로 줄어드는 셈이에요.<br>〈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의 진짜 재미는 실무 파트 끝자락에 있는 파워 쿼리 세 장에 몰려 있는 거 같아요. Section 13 도입부의 이 문장이 세 장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 줍니다.<br>"데이터 정리를 '작업'이 아니라 '자동화된 절차'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예제가 쉬워서 좋았어요. 지점별로 1월부터 6월까지 옆으로 늘어선 크로스탭 표를 열 피벗 해제로 세로로 세우면 60행이 360행이 됩니다. 여기에 7월 데이터를 붙이고 새로 고침을 누르면 420개로 바로 반영돼요. 크로스탭이 "사람이 보기에는 편리하지만, 엑셀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에는 무릎을 치게 되더라고요.<br>Section 14는 매출 데이터와 제품 마스터를 '제품 코드'로 이어 붙이는 장이에요. VLOOKUP과 비교하는 대목이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VLOOKUP은 행이 늘어나면 수식을 고쳐야 하고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파일이 무거워지는데, 파워 쿼리는 새로 고침만으로 반영된다는 거죠. 조인 종류 여섯 가지를 벤다이어그램과 함께 정리한 표는 따로 떼어 책상 앞에 붙여 두고 싶을 만큼 깔끔하고요.<br>그리고 Section 15.매달 쌓이는 엑셀 파일을 폴더째 불러와 하나로 합치는 내용이에요. 파일 세 개를 취합해 180개 행을 만든 다음, 빼 두었던 4월 파일을 폴더에 다시 넣고 새로 고침을 누르면 240개가 됩니다."파일을 추가하더라도 새로 고침만으로 데이터가 자동 반영됩니다."월말마다 파일을 하나씩 열어 복사하고 붙여 본 분이라면 이 장면에서 한숨 반, 탄성 반이 나올 거예요. 새로 고칠 때마다 열 너비가 바뀌지 않게 하는 설정까지 챙겨 주는 마무리도 세심하더군요.<br>걸리는 게 하나 있다면 버전이에요. 표지에는 2013부터 Office 365까지 모든 버전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XLOOKUP은 엑셀 2021과 Microsoft 365에서, GROUPBY는 Office 2024 이상에서만 쓸 수 있다고 해당 장 도입부에 적혀 있습니다. 최신 함수 장을 펼치기 전에 회사 PC의 엑셀 버전부터 한번 확인해 보시면 마음이 편할 거 같아요.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가 그런 사용 가능 버전을 장 도입부에 미리 밝혀 두어서, 따라 하다가 헤맬 일은 적어 보였어요.<br>구성은 사전처럼 찾아보기 좋게 짜여 있어요. 기본부터 차례로 따라가도 되고, 필요한 Section만 골라 펼쳐도 됩니다. 엑셀을 막 시작하는 신입 때 만났으면 좋았겠다 싶다가도, 함수 이름은 대충 아는데 매번 검색창부터 여는 지금 같은 때 더 쓸모가 큰 책 같기도 해요.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는 한 번 읽고 꽂아 두기보다 책상 옆에 두고 자꾸 꺼내 보게 되는 쪽이라,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br>바람이 제법 차가워졌고 퇴근길 해도 부쩍 짧아졌어요. 연말 보고서 시즌을 앞두고 〈회사 실무에 힘을 주는 엑셀 2024〉 덕분에 든든한 비서 하나 들인 기분입니다.다가오는 겨울엔 야근 말고 새로 고침 버튼으로 퇴근해 볼 생각이에요. 좋은 책 만나서 이번 주가 괜히 든든하네요.<br>병합 셀 해제부터 AI 질문법, 새로 고침 한 번으로 끝나는 파워 쿼리까지, 반복 업무를 '절차'로 바꿔 주는 늦가을의 든든한 엑셀 비서.<br>#회사실무에힘을주는엑셀2024 #서정아 #정보문화사 #엑셀 #엑셀2024 #엑셀책추천 #엑셀실무 #직장인엑셀 #파워쿼리 #XLOOKUP #GROUPBY #엑셀함수 #엑셀AI #챗GPT엑셀 #업무자동화 #피벗테이블 #IT도서 #서평 #플라잉의일상다반사 #플라잉의BOOK리뷰#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6/6/cover150/k41213169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6067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베스트 프렌즈 구마모토·아소·히타 [2027~2028년 최신판] - [베스트 프렌즈 구마모토·아소·히타 - 최고의 휴가를 위한 스마트 가이드북, 2027~2028년 최신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414</link><pubDate>Tue, 03 Nov 2026 23: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41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7813790&TPaperId=1761241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1/1/coveroff/89278137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7813790&TPaperId=1761241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베스트 프렌즈 구마모토·아소·히타 - 최고의 휴가를 위한 스마트 가이드북, 2027~2028년 최신판</a><br/>전상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구마모토를 그저 골프 치러 가는 곳 정도로 생각했다면 유감이다."<br>책 앞쪽 키워드 꼭지에 대뜸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살짝 뜨끔했어요. 제 머릿속 구마모토가 딱 그 정도였거든요. 골프, 그리고 볼 빨간 검은 곰 한 마리. 아소는 화산 있는 동네, 히타는 이름부터 낯선 곳이었고요. 그런데 &lt;베스트 프렌즈 구마모토·아소·히타&gt;를 넘기다 보니 후쿠오카에서 멈춰 있던 제 규슈 지도가 아래로 쑥 넓어지는 느낌이 듭니다.<br>11월 첫 화요일이에요. 월요일을 간신히 넘기고 나면 몸은 무거운데, 여행책은 펼치기만 해도 연차가 며칠 남았는지부터 세어 보게 되니 신기하더라고요. 서평단 시작하고 생긴 버릇 중에 제일 즐거운 버릇 같아요.<br>&lt;베스트 프렌즈 구마모토·아소·히타&gt;는 표지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버터처럼 연한 노란 바탕에 하늘색 노면전차, 그 뒤로 초록 숲 위에 올라앉은 구마모토성이 있어요. 위쪽엔 "알차다, 편하다, 가볍다" 말풍선 세 개가 줄줄이 달려 있고요. 보통 여행 가이드북보다 확실히 얇고 길쭉해서 가방 옆주머니에 꽂아도 될 크기예요. 이렇게 가벼운 책인데 히타에는 무게 1,000kg짜리 일본 최대 게타가 있다고 하니, 책이 덜어낸 무게를 나막신 한 짝이 다 가져간 모양입니다.<br>처음엔 사진 예쁜 책인가 보다 했어요. Must Do List 사진들이 워낙 시원시원하거든요. 하늘로 휘어 올라간 구마모토성 석축, 이끼 낀 돌계단 끝에 도리이가 서 있는 가미시키미 쿠마노이마스 신사, 단풍 사이로 두 줄기 물이 떨어지는 다카치호 협곡까지요. 그런데 본문으로 들어가니 진짜는 꼭지마다 붙은 작은 글씨더군요. 운영 시간, 요금, 가는 방법, 그리고 지도 키워드와 맵코드가 다 붙어 있어요. 구글 지도나 렌터카 내비에 그대로 찍으면 되는 숫자들이에요. 아소 쪽은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힘들어 렌터카를 권한다는 말이 여러 번 나오는데, 그럴수록 이 숫자들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br>책을 읽다 보면 저자 말투가 꽤 솔직해서 웃게 돼요. 구주산 쪽 농가 레스토랑 베벤코는 "음식 가격이 다소 비싸고 주문과 서빙을 직접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멋진 풍경이 단점을 모두 잊게 한다"고 소개해요. 구로카와 저지우유 직판장에선 플레인 요구르트가 무겁고 단맛이 없어 호불호가 갈린다고 미리 일러 주고요. 히타 양갱 가게 꼭지에는 "어쩔 수 없이 대용량으로만 살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대용량이라니요. 그건 아재들한테 아쉬운 점이 아니라 장점입니다. 좋은 말만 늘어놓는 안내서는 왠지 덜 믿게 되는데, 단점을 이렇게 같이 꺼내 놓으니 나머지 칭찬도 믿고 따라가게 되더라고요.<br>저자 소개에는 "철이 다 들기 전에, 양쪽 무릎 연골이 나가기 전에 일본 전국을 두 발로 정복하는 꿈"이 있다고 쓰여 있어요. 이 대목에서 제 무릎 사정부터 떠올랐습니다. 매달 한두 번 일본을 오간다는 분이 쓴 책이라 그런지, 문장마다 직접 걸어 본 사람의 계산이 묻어 있는 느낌이에요. 구사센리 주차장은 성수기 주말 오전 9시면 거의 찬다고 하고, 아소 신사 앞 몬젠마치 상점가는 식사를 안 하면 10~20분이면 충분하대요. 구로카와 파티세리 로쿠는 오후 1~2시면 빵이 다 팔린다고 하고요.<br>유독 속도를 늦춰 읽게 된 건 구마모토성 꼭지 끝에 붙은 '구마모토성 곳곳에 남은 우리 역사'였어요.<br>세이난 전쟁 때 사쓰마군을 이끌었던 사이고 다카모리가 끝내 성을 함락하지 못하고 "나는 정부군에게 패한 것이 아니다. 기요마사공에게 패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해요.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가볍지 않더라고요. 성을 쌓은 가토 기요마사는 임진왜란 때 울산성 전투에서 식량과 물이 바닥나 처참한 상황까지 몰렸던 사람이에요. 거기서 익힌 축성 기술과 조선에서 끌고 간 도공들의 기술로 구마모토성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성 안에 우물을 120개 넘게 파고, 먹을 수 있는 토란 줄기로 다다미를 짠 것도 장기전에 대비한 거라니 울산에서의 일이 자꾸 겹쳐 보였어요. 기요마사 동상은 지금도 울산과 반대 방향을 보고 서 있다고 하고요. 성 바로 옆에는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울산마치'라는 이름이 노면전차 역 이름으로 남아 있대요.<br>그냥 지나쳤다면 멋진 성 사진 몇 장 찍고 끝났을 곳이에요. 이 사연을 알고 성벽을 올려다보면 같은 돌도 다르게 보일 거 같습니다. 꼭지는 악연이었던 두 도시가 오늘날 울산광역시와 구마모토시로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는 문장으로 끝나요. 그 한 줄에서 마음이 조금 풀리더군요.<br>같은 꼭지에 은행나무 이야기도 있어요. 가토 기요마사가 "이 은행나무가 천수각만큼 자랐을 때 이 성에서 병란이 일어나겠지"라고 했는데, 실제로 세이난 전쟁 때 천수각과 그 앞 은행나무에 큰불이 났다고 해요. 불탄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올라와 지금도 천수각 앞을 지키고 있어서 구마모토성을 '은행나무성'이라고도 부른대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사진이 함께 실려 있는데, 마침 은행잎 지는 계절이라 그런지 그 사진에 눈이 자꾸 갔어요.<br>아소 파트로 넘어가면 사진의 결부터 달라집니다. 하늘이 반, 초원이 반이에요. 나카다케 화구는 지름 600m, 깊이 130m인데, 분화 상황과 화산가스에 따라 그때그때 출입이 바뀌어서 "운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천식, 기관지 질환, 심장질환이 있으면 출입할 수 없다는 안내에서 건강검진 결과지가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봐요.<br>기시마다케는 아소 5악 중에 하이킹 난도가 가장 낮아서 계단으로 30분쯤이면 오른다고 해요. 나카다케 화구 뒤로 해가 떠오르는 사진이 여러 장 이어지는데, 주황빛 연기가 하늘로 번지는 걸 보니 매일 보는 해랑 같은 해가 맞나 싶었어요. 다이칸보 사진 중에는 모자 쓴 두 분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칼데라를 내려다보는 뒷모습이 있어요. 설명 한 줄 따로 붙은 것도 아닌데 그 사진이 좋았습니다. 회사 일에 쫓겨 굴러가다 보면 나중에 저렇게 앉아 있을 날이 오긴 할까 싶기도 하고요.<br>구로카와 꼭지는 읽기만 해도 어깨가 풀리는 거 같아요. 작은 마을에 온천 딸린 료칸이 30곳 가까이 모여 있고, 온천 마패 하나로 그중 25곳 가운데 3곳을 골라 들어갈 수 있대요. 어른 ¥1,500에 유효기간은 6개월이고, 여러 명이 한 장을 나눠 써도 된다고 해요. 수건 없는 곳이 많다는 안내도 있고, 당일치기라면 오히려 비쌀 수 있으니 2박 이상 머물 때 사라는 팁도 붙어 있어요. 노천탕 BEST 5 중에서는 사람이 직접 팠다는 신메이칸 동굴탕이 제일 궁금했어요. 대나무 봉을 잡고 서서 들어가는 이코이 료칸은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요. 연말부터 3월 말까지는 마을 전체에 등불이 걸린다니 벌써 마음이 바빠집니다.<br>맛보기로 한 대목만 옮겨 볼게요. 히타를 소개하는 문장이에요.<br>"예로부터 물이 맑기로 유명해서 간장과 술이 맛있는 지역이며 농산물의 품질이 좋아서 어느 집을 가도 평균 이상의 맛을 낸다."<br>어느 집을 가도 평균 이상이라니요. 메뉴 골랐다가 실패할까 걱정 많은 중년한테는 이만한 보증이 없는 거 같아요. 히타 간장집은 모든 제품을 맛볼 수 있고 한글 표기까지 되어 있대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만능 간장'으로 통하는 고레잇폰이 인기라고 하고, 간장 소프트아이스크림이라는 것도 있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책엔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정말 끝없이 나와요. 다이칸보, 뉴쿠사센리, 고겐도, 밀크랜드팜, 야마다산치 목장까지요. 키워드 꼭지에 유제품이 따로 한 자리를 차지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br>히타는 (진격의 거인) 작가 이사야마 하지메의 고향이라 도시 전체를 작품으로 꾸며 놨다고 해요. 키워드 꼭지에 "신조오 사사게요(심장을 바쳐라)!" 구호까지 넣어 둔 걸 보면 저자도 이 부분은 신나서 쓴 게 아닐까 싶어요. 스탬프북 구입, AR 촬영을 위한 VPN 앱 설치, 조사병단 망토는 국내에서 1만 원대에 미리 사 가라는 준비물 안내까지 꼼꼼하더라고요. 덕질에도 준비물이 있다는 걸 덕분에 배웠어요.<br>솔직히 마음에 걸린 건 제 체력 쪽이었어요. 히타 꼭지에 '12시간 렌터카 본전 뽑는 코스'가 있거든요. 아침 8시에 차를 받아 댐, 언덕의 나무, 박물관, 맥주 공장, 온천, 다케다 공원 일몰, 저녁 식사까지 돌고 밤 8시에 기름 채워 반납하는 일정이에요. 보기만 해도 알차고 신나는데, 운전대를 열두 시간 붙잡고 있을 제 허리가 따라와 줄지는 자신이 없더군요. 아소와 구로카와 쪽도 렌터카를 권하는 대목이 많으니,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일정을 넉넉하게 잡는 쪽이 마음 편할 거 같아요.<br>이번 판은 2027~2028년 최신판이고, 2026년 9월까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요. 목차를 보면 렌터카 이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꼭지와 여행 중 지진을 만났을 때의 대처 가이드도 따로 있고, 뒤쪽에는 지역별 지도와 노면전차 노선도도 실려 있어요. 후쿠오카는 이미 몇 번 다녀와서 다음 규슈 여행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lt;베스트 프렌즈 구마모토·아소·히타&gt;를 펼치는 순간 행선지가 정해질 거 같아요. 들고 다니기 가벼우니 여행 내내 손이 자주 갈 것 같고요.<br>11월 들어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습니다. 히타 양갱집의 유자양갱은 10월부터 3월까지만 나온다니 딱 지금이 제철이에요. 구로카와 등불도 곧 켜질 테니, 이번 겨울 연차는 여기에 써 볼까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좋은 여행지 하나 마음속에 찜해 둔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늦가을 보내세요.<br>쿠마몬 너머 구마모토성의 우리 역사, 아소 칼데라의 초원, 구로카와 노천탕, 히타의 간장과 진격의 거인까지 가볍게 들고 다니며 챙길 수 있는 규슈 한가운데 여행 안내서<br>#베스트프렌즈구마모토아소히타 #베스트프렌즈시리즈 #전상현 #중앙북스 #구마모토여행 #아소여행 #히타여행 #구로카와온천 #구마모토성 #쿠마몬 #진격의거인성지순례 #규슈여행 #일본소도시여행 #여행가이드북 #렌터카여행 #일본온천여행 #2027여행 #책추천 #서평 #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1/1/cover150/89278137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81014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 - [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396</link><pubDate>Tue, 03 Nov 2026 23: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39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292&TPaperId=1761239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1/94/coveroff/k19213129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292&TPaperId=1761239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a><br/>미셸 몽테뉴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400년 전 동네 형님의 솔직한 넋두리 | 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 서평<br>빨간 표지가 먼저 손을 끄는 책이에요. 새빨간 바탕에 흰 글씨 제목이 큼직하게 들어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목에 하얀 주름 깃을 두른 몽테뉴가 옆얼굴로 서 있습니다. 표정이 근엄해서 처음엔 잔소리 꽤나 하실 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읽어보니 이 양반, 자기 얘기를 몽땅 털어놓는 스타일이더군요. 이름부터 몽테뉴라 그런가 싶었습니다.<br>&lt;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gt;는 편역자의 말부터 요즘 얘기로 문을 열어요. 프로필을 고르고, 잘 나온 사진을 남기고, 성취를 정리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시대라고요. 그렇게 보여주는 일이 많아질수록 정작 실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는 일은 뒤로 밀리기 쉽다는 거예요. 회사 메신저 프로필 사진 하나 고르는 데도 은근히 신경 쓰는 게 사람 마음이라, 첫 장부터 뜨끔한 느낌이 들었어요.<br>남에게 보이는 나와 내가 알고 있는 나.그 사이가 멀어지는 시대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lt;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gt;가 조금 특이한 건 생김새부터예요. 몽테뉴가 평생 쓰고 고친 &lt;수상록&gt; 세 권 전체를 바탕으로 53가지 주제를 뽑아 요즘 말로 다시 풀어 쓴 편역서거든요. 완역본도 아니고 유명한 문장만 모은 명언집도 아니라고 편역자가 직접 밝혀두었더라고요. 몽테뉴처럼 한 가지 생각을 여러 방향에서 살펴보고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않는 태도를 살리고 싶었다는데, 읽어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꼭지마다 몽테뉴가 "나는" 하고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이라, 철학 강의를 듣는다기보다는 동네 형님 넋두리를 듣는 기분에 가깝습니다.<br>편역자의 말에서 웃음이 났던 대목도 있어요. 몽테뉴는 사랑과 성, 식사와 수면, 병과 노화, 배변과 통증처럼 점잖은 철학책이 피하기 쉬운 문제를 거리낌 없이 다뤘대요. 배변까지 철학에 넣은 사람이라니. 기억력이 나쁜 것도 숨기지 않았고, 생각이 바뀌면 바뀐 흔적까지 남겼다고 하니 이 정도면 솔직함이 거의 체질인 분 같았어요.<br>몽테뉴 하면 서재에 틀어박힌 근엄한 사상가부터 떠올렸는데, 이 책 속 몽테뉴는 꽤 사람 냄새가 납니다. 보르도 시장으로 뽑혔을 때 처음엔 사양했다가 왕의 명령까지 더해지자 결국 맡았고, 두 번이나 선출됐다고 해요. 그때 시민들 앞에서 기억력과 경험은 부족하지만 야심과 탐욕, 폭력도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는데, 취임 인사치고는 참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말 같더라고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02번 꼭지, 한 번의 행동으로 사람 전체를 규정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어요. 어제는 위험 앞에서 담대했던 사람이 오늘은 사소한 일에 겁을 먹고, 한때 너그러웠던 사람이 작은 이익 앞에서 인색해지기도 한다고 하죠. 사람은 우리가 설명하고 싶어 하는 만큼 한결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거예요.<br>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름표가 참 쉽게 붙는다는 걸 알게 돼요. "그 친구는 원래 좀 덜렁대", "그 팀장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는 식으로요. 몽테뉴는 친절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유능한 사람, 실패한 사람이라고 빠르게 정해버리면 그 뒤로는 이름표에 맞는 행동만 골라 보게 된다고 말합니다. 읽다 보니 제가 남한테 붙여둔 이름표들이 몇 개 떠오르더군요. 제 등에 붙어 있을 이름표도요.<br>그리고 이 꼭지의 마지막 문장."한 번 잘했다고 완성된 사람인 척하지 말고, 한 번 잘못했다고 자기 전부를 버리지도 마라."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나한테 돌아오는 말이었어요. 몽테뉴도 다른 사람에게 그래야 하지만 자신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덧붙이거든요. 실수 하나에 며칠씩 끙끙 앓는 중년 직장인에게는 이만한 처방이 없는 거 같습니다.<br>03번 꼭지에서는 웃으면서 찔렸어요. 몽테뉴는 나이가 들어 욕망이 줄었다고 해서 자기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대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유혹을 덜 따르게 된 것과 더 현명해진 것은 다른 일이라고요. 나이 들어 저녁 약속 줄어든 걸 철든 증거로 여기는 중년이 저만은 아닐 텐데요. 몽테뉴 앞에서는 그냥 체력 문제였던 걸로.<br>그래도 이 꼭지가 놀리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몽테뉴는 자신을 한 문장으로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금의 생각이 내일 달라질 수도 있고 그 변화 역시 나라고 말합니다. 어제 한 말과 오늘 생각이 다르면 체면 깎이는 것 같아 괜히 우기게 될 때가 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면 바뀐 이유를 함께 보면 된다는 얘기가 편하게 들렸어요.<br>요즘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보니 22번 꼭지가 특히 반가웠습니다. 몽테뉴는 박식하다는 이름을 얻으려고 책을 읽지 않았고, 길고 힘든 독서를 억지로 견디지도 않았대요. 플루타르코스의 짧은 글과 세네카의 편지를 좋아한 것도 필요한 곳에서 펼치고 원하는 때에 덮을 수 있어서라고요. 키케로처럼 훌륭한 사람의 글도 서론이 길게 이어지면 지친다는 고백에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400여 년 전 대철학자도 서론 긴 건 힘들었구나 싶어서요.<br>"나는 인용을 세지 않고 그 무게를 잰다"는 문장도 마음에 들었어요. 몇 권 읽었나 세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몽테뉴는 그 책으로 내가 무엇을 보게 되었는지를 물으라고 하더군요. &lt;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gt;를 읽으며 이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는 이유랑도 닮은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3번 꼭지는 회의실 풍경 그 자체예요. 논쟁이 시작되면 사람들은 누가 이기는지부터 따지고, 생각이 막히면 목소리를 높이거나 말꼬리를 잡는다고 하죠. 그 옛날 프랑스나 지금 우리네 회의실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몽테뉴는 상대의 이유가 더 강하다면 거기에 굽히는 것도 승리라고 말해요. 대화를 마친 뒤에는 "무엇을 새로 알게 되었는가"를 묻고 싶다고요.<br>회의 끝나고 나오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뭐였더라.30번과 32번 꼭지는 같이 읽으면 재미가 두 배예요. 몽테뉴는 말을 살 때는 다리와 눈, 몸 상태부터 살피면서 사람을 볼 때는 왜 옷과 신분부터 보느냐고 물어요. 칼집이 화려하다고 그 안의 칼까지 좋은 건 아니라는 비유도 이어지고요. 통풍이 찾아오면 왕도 다른 사람처럼 아프다는 대목에서는 피식 웃었습니다.<br>32번에서 몽테뉴는 가장 높은 자리를 바라지 않았고, 파리에서 둘째나 셋째쯤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대요. 이 나이쯤 되면 위로 올라가는 자리와 내 생활을 지킬 수 있는 자리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되는데, 몽테뉴는 그 앞에서 별로 망설이지 않았던 거 같아요. 왕자들이 제대로 배우는 건 말 타기뿐이라는 말도 나와요. 말은 왕의 아들이라고 봐주지 않으니까요. 알렉산드로스가 고개를 기울이면 신하들도 따라 기울였다는 이야기, 파보리누스가 하드리아누스 황제에게 논쟁을 져주면서 서른 개 군단을 거느린 사람보다 자기가 더 잘 안다고 우길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는 일화까지. 높은 자리일수록 솔직한 말을 듣기 어렵다는 얘기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놓으니 술술 읽히더라고요.<br>33번 꼭지는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어왔어요."다른 사람에게 나를 빌려줄 수는 있지만, 나 자신은 나에게 남겨두어야 한다."몽테뉴의 아버지도 같은 직책을 맡은 적이 있었대요. 늙은 몸과 건강, 집안의 평온까지 잊을 만큼 도시 일에 자신을 내맡겼다고 해요. 몽테뉴는 그 선의를 존경했지만 그 방식까지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힙니다. 일에 모든 걸 쏟아부은 윗세대를 보며 자란 사람이라면 이 몇 줄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br>책임은 다하되 그 일이 영혼을 모두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되고, 지나친 열정은 오히려 판단을 흐린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되, 내 힘 밖의 결과까지 끌어안지는 않겠다고요. "세상의 모든 짐을 내 마음속에 들여놓을 필요는 없다"는 문장은 월요일 아침마다 한 번씩 꺼내 보고 싶더라고요.<br>솔직히 걸렸던 부분은 48번 꼭지였어요. 몽테뉴는 늙어서 그리스어를 새로 배우기 시작한 카토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해요. 좋은 일에도 제때가 있다고요. 이 나이에 와서야 책 읽는 재미를 붙인 사람으로서는 순간 서운하더군요. 늦게 시작한 게 죄인가 싶어서요.<br>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문단에서 마음이 풀렸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공부를 멈추라는 뜻은 아니래요. 공부는 언제든 이어갈 수 있고, 다만 늘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살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지금 삶에 맞는 공부를 하고 이미 배운 것을 더 잘 쓰는 쪽으로 마음을 돌리면 된다고요. 몽테뉴가 정말 경계한 건 따로 있었습니다. 몸은 늙는데 욕망은 계속 젊어지는 것. 무덤에 한 발을 두고도 새 집을 짓는다는 비유 앞에서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깐 망설여졌어요.<br>몽테뉴는 이제 가장 긴 계획도 한 해를 넘기지 않으려 한다고 해요. 무엇을 더 시작할지만 묻지 않고 무엇을 누리고 마치고 놓아줄지도 생각하겠다는 말이 이 나이에 듣기 딱 좋았습니다. 회사는 여전히 삼 년짜리 계획표를 들이밀지만요.<br>49번 꼭지는 조금 더 차분하게 읽혔어요. 우리는 일흔이나 여든까지 사는 걸 당연한 몫처럼 여기지만, 자연은 누구에게도 몇 살까지 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예요. 그렇다고 내일 죽을 사람처럼 모든 일을 서두르라는 뜻은 아니라고 하고요. 다만 시간이 많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해야 할 말과 선택, 책임을 이유 없이 미루지는 말라고 합니다.<br>미뤄둔 말들이 몇 개 떠올랐어요.&lt;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gt;는 메이트북스 슬림북 시리즈 중 한 권이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얇은 책이에요. 저보다 훨씬 날씬해서 살짝 질투가 날 정도. 한 꼭지가 짧아서 아무 데나 펼쳐도 되고, 마음이 복잡한 날 목차에서 지금 필요한 제목 하나 골라 읽기에도 좋아요. 필요한 곳에서 펼치고 원하는 때에 덮을 수 있는 책을 좋아했다는 몽테뉴의 취향이 책 모양에 그대로 담긴 것 같더라고요. &lt;수상록&gt;을 통째로 읽을 엄두는 안 나는데 몽테뉴가 어떤 사람인지는 궁금했다면 이만한 입구가 없을 거 같습니다. 책상 옆에 두고 오래 꺼내 볼 책으로 손색이 없어요.<br>어느새 11월 첫 주, 월요일을 겨우 넘기고 맞은 화요일입니다. 길가 은행잎이 바닥에 수북하게 깔리고 곧 입동이라니 한 해가 정말 빠르네요. &lt;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gt; 덕분에 마음 한쪽에 쌓여 있던 묵은 짐을 좀 내려놓은 기분이에요. 완벽해지려고 애쓰기 전에 오늘 하루라도 나한테 솔직해 보기로, 몽테뉴 형님이랑 조용히 약속 하나 해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차 한 잔 곁에 두고 좋은 책 만나시길 바랄게요.<br>완벽한 척 대신 흔들리는 나를 그대로 들여다보라고 말하는 400년 전 동네 형님 몽테뉴의 53가지 솔직한 인생 수업<br>#몽테뉴의지혜자신에게솔직하라 #몽테뉴 #수상록 #미셸몽테뉴 #정영훈 #이선미 #메이트북스 #메이트북스슬림북 #인문교양 #철학에세이 #고전읽기 #신간도서 #책추천 #서평 #책리뷰 #중년독서 #직장인책추천 #자기성찰 #북스타그램 #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1/94/cover150/k1921312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41941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 - [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259</link><pubDate>Tue, 03 Nov 2026 22: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2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1482&TPaperId=176122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8/24/coveroff/k9121314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12131482&TPaperId=176122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a><br/>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강현규 엮음, 김성훈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풍차 너머에 산초가 있었다, &lt;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gt; 서평쉰 살 가까운 나이에 기사도 책을 사겠다고 밭까지 팔아 버린 남자가 있었답니다. 밤낮없이 읽다 보니 잠도 줄고 다른 일은 전부 뒷전이 됐다고 하더군요. 40대 후반인 저로서는 웃어야 할지 뜨끔해야 할지 애매한 첫인상이었어요. 요즘 서평단 책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제 모습이 살짝 겹쳐 보여서 그런 거 같아요.<br>그 남자의 이름은 다들 아실 겁니다. 돈키호테요.이번에 만난 책은 메이트북스 청소년 시리즈 네 번째 권인 &lt;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gt;입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원작을 강현규 님이 엮고 김성훈 님이 옮겼어요. 주황빛 바탕에 풍차와 말 탄 두 사람의 실루엣이 서 있는 표지는 11월 들어 부쩍 색이 짙어진 늦가을 들판이랑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듭니다. 두께는 보통 소설책보다 조금 두툼한 편이에요. 원작이 1부 52장, 2부 74장이나 된다는 걸 생각하면 돈키호테가 갑옷 무게를 확 덜어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정도면 로시난테도 덜 헐떡이며 달렸을 거 같습니다.<br>&lt;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gt;는 풍차와 싸운 괴짜 기사 정도로만 알려진 이야기를 16장으로 다시 엮었는데, 유명한 장면만 오려 붙인 요약본과는 결이 좀 달라요. 엮은이의 글을 보면 실제로 일어난 일과 돈키호테가 그렇게 믿은 일, 다른 인물들이 일부러 꾸민 일을 분명히 나누어 썼다고 하더군요. 원작에 없는 사건이나 결말은 새로 만들지 않았다는 말도 있고요. 각 장 첫머리에는 그 장에서 벌어질 일을 짧게 알려주는 상자가 붙어 있어서 길 잃을 걱정 없이 따라가게 됩니다.<br>본문 앞에 붙은 '읽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코너도 쏠쏠했어요. 편력 기사가 뭔지, 종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스페인 길가 여관 '벤타'가 어떤 곳인지 차근차근 풀어 줍니다. 기사도 책 속 기사들은 돈이나 갈아입을 옷을 챙기는 장면이 없어서 돈키호테도 그걸 몰랐는데, 여관 주인이 실제 여행에는 그런 준비가 필요하다고 알려준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났습니다. 출장 가방 한 번이라도 싸 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진리인데 말이죠. 코너 끝에는 "처음부터 모든 이름과 사건을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고전 앞에서 괜히 주눅 드는 사람한테는 이 말이 꽤 든든하게 들리더라고요.<br>엮은이도 "고전은 처음부터 어렵게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써 두었더군요.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9장 (둘시네아는 어디에 있을까?)였어요. 돈키호테가 다음 모험에 앞서 둘시네아에게 축복을 받겠다며 토보소로 가자고 하는데, 정작 산초는 둘시네아의 집도 모르고 그녀를 만난 적도 없습니다. 예전에 주인에게 전한 이야기가 전부 꾸며낸 것이었거든요. 한밤중 골목을 이리저리 돌며 시간을 끄는 산초, 큰 문이나 높은 담만 보이면 걸음을 늦추는 돈키호테, 골목마다 번지는 개 짖는 소리와 멀리서 우는 당나귀. 그 사이에 이런 문장이 끼어 있습니다.<br>"찾는 집이 어디인지 몰랐으니, 틀린 길만큼은 얼마든지 골라 낼 수 있었습니다."이 문장에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여기는 아닙니다"를 몇 번이고 되풀이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거기 있으니까요.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처음 둘러댄 말 하나 때문에 다음 말을 또 얹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날이 밝으면 다 들통날 걸 알면서 길가에 주저앉아 머리를 굴리는 산초가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혼자 중얼거리는 속마음은 웃기면서도 좀 짠해요.<br>'주인 나리는 풍차도 거인으로 보신다. 평범한 여인을 보고도 공주라고 여기실 수 있겠지. 그렇지 않으면 마법에 걸렸다고 하면 돼.'그렇게 당나귀를 탄 시골 여인 셋이 둘시네아 일행으로 둔갑합니다. 산초는 들일할 때 입는 치마를 비단옷이라 하고 흙먼지를 향기로운 구름이라 우기는데, 돈키호테 눈에는 거칠어진 손과 햇볕에 탄 얼굴, 생마늘 냄새까지 고스란히 들어오고요. 여기서 돈키호테가 고르는 길이 저는 좀 놀라웠어요. 산초가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세우는 대신 자기 눈이 마법에 속았다고 받아들이거든요. "이 기사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오"라며 무릎 꿇은 이 양반을 보면 엉뚱하다는 말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사람 같더라고요. 종자의 말을 끝까지 거짓으로 몰지 못하는 그 모습에서 사람 냄새가 났습니다.<br>산초도 마냥 영리한 조연은 아닌 거 같아요. 섬 하나를 다스리게 해 주겠다는 솔깃한 약속에 가족을 두고 당나귀에 올라탄 사람이니까요. 보상에 귀가 팔랑이는 모습이 저 같은 월급쟁이 눈에는 오히려 정겹습니다. 그러다 주인이 제일 자주 쓰는 '마법' 핑계를 슬쩍 빌려 쓰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게 보이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거짓말이 이후 여정에 어떻게 따라붙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는 편이 훨씬 재미있을 거예요.<br>맛보기로 하나 고르라면 11장 (동굴의 이야기와 부서진 인형들)의 몬테시노스 동굴 대목이에요. 산초는 주인 몸에 묶은 밧줄 매듭을 두 번이나 확인하는데, 정작 돈키호테는 땅속 위험보다 훗날 이 탐험이 어떻게 기록될지를 더 신경 쓰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끌어 올려 보니 잠들어 있었고, 깨우자마자 하는 말이 "왜 나를 데려왔는가? 나는 그토록 즐거운 곳에 있었는데"라니 이 양반 참 한결같구나 싶더라고요. 그러고는 수정으로 지은 듯한 궁전과 흰 수염 노인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br>"거기 얼마나 계셨는데요?" "사흘 밤낮일세." "한 시간 남짓밖에 안 지났습니다."사흘 대 한 시간.먹지도 자지도 않았다는 주인 앞에서 산초는 더 따지려다 고개를 젓고 맙니다. 그래도 그런 말은 제발 그만 믿으시라는 산초에게 돈키호테가 돌려주는 말이 꽤 근사했어요.<br>"나를 아껴서 하는 말인 줄 아네. 하지만 자네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일어나지 않은 일은 아니야."재밌는 건 이야기를 기록한 시데 아메테마저 망설인다는 점이에요. 사실인지 아닌지 단정하지 않고 판단을 읽는 사람에게 맡겼다니, 400년 전 소설이 독자한테 슬쩍 공을 넘기는 모양새라 은근히 즐거웠습니다.<br>같은 장 뒷부분의 인형극 장면에서는 웃다가 조금 걸리더라고요. 방금까지 동굴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우기던 사람이 인형극 속 교회 종소리가 맞지 않는다며 깐깐하게 따지는 대목까지는 배를 잡게 됩니다. 그러다 쫓기는 두 인물을 구하겠다며 칼을 뽑아 들고, 나무와 천으로 만든 병사들이 우수수 쓰러지죠. "그만두세요! 사람도 아니고 병사도 아닙니다! 그것들은 제 인형입니다!" 하는 인형극 주인의 외침이 나오고 나서는 웃음기가 쑥 빠졌어요. 이야기 속 사람을 구하려던 행동이 눈앞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생계를 부수고 있었다는 문장이 바로 뒤에 이어지거든요.<br>좋은 뜻으로 밀어붙인 일이 엉뚱한 사람 일을 늘려 놓는 경우, 직장 다니면서 한두 번쯤은 다들 보셨을 거예요. 그래도 산초가 "우리 주인님은 잘못한 줄 아시면 갚아 주실 분이오"라고 달래고, 돈키호테가 칼을 휘두른 사람이 자기니 값을 물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이 양반이 도무지 미워지지가 않습니다.<br>엉뚱해도 셈은 분명한 사람.&lt;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gt;를 그냥 줄거리 책으로 넘기기 아까운 이유는 책 뒤에 붙은 작품해설 (&lt;돈키호테&gt;를 읽는 다섯 가지 프리즘) 덕분인 거 같아요. 패러디, 관점의 차이, 변해 가는 두 인물, 자기 이야기가 실린 책을 알게 되는 주인공, 근대소설과의 관계까지 다섯 갈래로 풀어 주는데, 청소년 눈높이 문장이라 어른이 읽어도 술술 넘어갑니다. 같은 풍차를 두고 서로 다르게 보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람마다 무엇이든 제멋대로 진실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 부분이 특히 좋았어요. 풍차는 실제로 풍차이고, 돈키호테는 그걸 다르게 해석할 뿐이라는 거죠.<br>이어서 던지는 질문이 "나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입니다. 회의실에서 제 판단을 철석같이 확신하던 순간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질문이더라고요. 1614년에 실제로 나온 가짜 속편을 세르반테스가 이야기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대목도 처음 알게 된 거라 흥미로웠고요.집에 중고등학생이 있다면 같이 읽고 해설 속 질문을 놓고 이야기 나누기 좋을 거 같아요. 저처럼 풍차 장면 하나로 돈키호테를 다 안다고 생각했던 어른한테도 &lt;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gt;는 부담 없는 첫 입문서가 되어 줄 느낌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는 다 읽고 나면 누구한테든 떠들고 싶어지더라고요.<br>11월 첫 화요일, 출근길 바람이 제법 매워졌네요. 노랗게 깔린 은행잎을 보니 라만차 들판도 이맘때면 이런 색이었을까 싶습니다. &lt;청소년을 위한 돈키호테&gt;를 덮고 나니 풍차 앞의 괴짜 기사 위에 산초랑 티격태격하며 같이 먹고 자고 다치던 길동무 얼굴이 한 겹 더 얹힌 기분이에요. 내일 아침에도 저는 지하철이라는 로시난테에 올라 편력 직장인으로 출정합니다. 회사 앞 환풍기만큼은 거인으로 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요. 좋은 고전 한 권 제대로 만난 거 같아서 기분 좋은 화요일입니다.<br>풍차만 알던 돈키호테를 산초와 함께 끝까지 따라가게 해 주는, 웃음으로 시작해서 질문을 남기는 고전 입문서<br>#청소년을위한돈키호테 #돈키호테 #세르반테스 #메이트북스 #메이트북스청소년 #강현규 #김성훈 #청소년고전 #고전입문 #청소년추천도서 #세계문학 #산초판사 #라만차 #풍차 #고전다시읽기 #책추천 #서평 #서평단 #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8/24/cover150/k9121314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78246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 - [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223</link><pubDate>Tue, 03 Nov 2026 22: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22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131906&TPaperId=1761222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6/30/coveroff/k04213190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42131906&TPaperId=1761222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a><br/>김진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제가 할게요" 대신 조건 한 줄, 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 서평"이거 누가 좀 맡아 줄 사람?"회의가 끝나 갈 무렵 이 말이 나오면 공기가 잠깐 멈추잖아요. 그 침묵이 어색해서 손이 먼저 올라가고, 자리에 돌아와 할 일 목록을 열어 보면 오늘도 야근 확정. 이 장면으로 시작하는 꼭지가 있는데, 첫 문단부터 뜨끔하더라고요.<br>&lt;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gt;은 김진우 작가가 쓰고 모티브에서 지난 10월에 나온 책이에요. 표지가 아주 샛노랗습니다. 말풍선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안경 쓴 직장인 캐릭터들이 만화 컷처럼 들어가 있어요. 책상 위에 올려 두면 형광펜을 한 자루 더 꺼내 놓은 줄 알겠더라고요. 판형은 보통 단행본보다 조금 아담해서 가방 한쪽에 쏙 들어가는 크기예요.<br>11월 첫 주 화요일입니다. 월요일 주간 회의에서 받아 온 일들이 슬슬 책상 위에 쌓이기 시작하는 요일이죠. 창밖 은행잎도 노랗고 책 표지도 노래서, 계절이랑 색을 맞춘 책을 만난 기분이에요.<br>프롤로그는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해요. 말 잘하는 법을 다룬 책을 여러 권 사서 밑줄도 긋고 형광펜도 칠했대요.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팀장님이 "그거 어떻게 됐어요?" 하고 물으시니 머릿속이 하얘지더라는 거예요. 책에는 분명 결론부터 말하라고 쓰여 있었는데, 정작 그 결론이 뭔지 몰랐다고요. 이어지는 비유가 재미있어요.<br>"배고픈 사람한테 요리 이론을 설명해 주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지금 필요한 건 숟가락에 얹힌 밥 한 술이잖아요."이 대목에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밑줄만 잔뜩 긋고 끝난 말하기 책이 저 혼자 겪은 일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br>그래서 이 책은 정말로 떠먹여 줍니다. 꼭지마다 따옴표 안에 그대로 따라 말하면 되는 대본이 들어 있어요. 꼭지 끝에는 '떠먹여 주는 한 줄'이 붙어 있어서, 바쁜 날엔 그 한 줄만 챙겨도 되고요. 저자가 처음엔 토씨 하나 바꾸지 말고 따라 하라고 하는데, 운전 배울 때 "거울 보고, 깜빡이 켜고, 핸들 돌리고"를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과 같다는 설명이 꽤 그럴듯했어요. 대신 호칭 같은 단어는 회사에 맞게 바꾸고 순서만 지키라고 해요.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은 아마 이거인 것 같습니다.<br>"말 잘하는 사람은 타고난 사람이 아니더라고요. 순서를 아는 사람이었어요."저자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어요. 스스로를 말 한마디 잘못해서 이불을 걷어찬 횟수로는 어디 가서 안 지는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합니다. 첫 출근 날 자기소개에서 "잘 부탁드립니다"만 반복했고, 전화벨이 울리면 누가 대신 받아 주길 바라며 모니터만 쳐다봤대요. 선배에게 질문 하나 하려고 메신저 창에 문장을 썼다 지웠다 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다고요. 이런 사람이 가르치니까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말투가 없어요. 같은 층, 같은 줄 책상에 앉은 동료가 건네는 메모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br>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17장 "'제가 할게요'를 줄이는 법"이었어요.저자의 입사 동기 이야기가 나와요. 손이 빠르고 뭐든 맡아 주니 처음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몇 달 지나자 '걔한테 주면 다 하더라'는 말이 돌았대요. 반년쯤 지나서는 팀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평가는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의 일을 받느라 자기 일을 제때 못 끝냈으니까요. 더 속상한 건 팀장님이 그 친구가 그렇게 많은 일을 들고 있는 줄도 몰랐다는 대목이었어요.<br>회사 밥을 꽤 오래 먹은 나이가 되니 이 부분은 반대편 자리에서도 읽히더라고요. 혹시 지금 우리 팀에도 아무 말 없이 일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퇴근길에 그 동기가 "나 왜 이렇게 됐지?" 했을 때, 저자는 떡볶이를 사면서도 남 얘기 같지 않았다고 해요. 본인도 손이 먼저 올라가는 사람이었으니까요.<br>책이 내놓는 해법은 거창하지 않아요. 대답 끝에 조건 한 줄을 붙이라는 거예요. 맛보기로 대본 하나 옮겨 볼게요.<br>"맡고 싶은데 지금 ○○ 건이랑 △△ 건이 이번 주 마감이라서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해도 괜찮으면 제가 할게요."이렇게 말하면 거절처럼 들리지 않으면서 내 상황이 드러나고, 판단은 상대에게 넘어간다고 해요. 그래도 손이 먼저 올라갔을 때는 "제 일정 한번 확인해 보고 30분 안에 말씀드릴게요"로 시간을 벌라고 하고요. 이미 받아 버렸다면 빨리 다시 말하는 게 낫다고 합니다. 말을 꺼내기 민망하다고 하루 이틀 버티면 그 민망함이 이자처럼 불어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감 전날 밤에 몰아서 갚아 본 이자일 거예요.<br>저자는 지금도 가끔 손이 먼저 올라간대요. 그럴 땐 올라간 손을 슬그머니 귀 뒤로 넘기며 머리를 정리하는 척한다고요. 다들 봤을 텐데 모른 척해 주더라는 말에 소리 내서 웃었습니다. 그 동기는 요즘 회의 때 손을 들기 전에 다이어리부터 펼친대요. 펼치는 소리가 꽤 커서, 이제는 팀장님도 그 소리가 나면 잠깐 기다려 주신다고 해요.<br>21장 "선 넘는 농담에 억지로 웃지 않는 법"은 결이 조금 달라요. 점심 먹고 들어오는 엘리베이터에서 과장님이 던진 농담에 옆 사람들이 킥킥 웃고,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가 자리에 앉아서 기분이 묘하게 나빠지는 장면이 나와요. 과장님보다 웃은 내 얼굴이 더 얄밉다는 문장이 아프게 정확합니다. 책은 그 웃음이 상대에게 '이 정도는 괜찮구나'라는 신호로 읽힌다고 설명해요. 그래서 권하는 건 담담한 표정으로 짧게 한마디 하는 거예요. "음, 그건 좀 웃기 어렵네요." 그리고 바로 원래 얘기로 돌아가는 거죠. 끝에 "하하"를 붙이면 앞 문장의 힘이 싹 빠진다는 조언도 있어요.<br>이 꼭지는 요령에서 끝나지도 않아요. 농담이 반복되거나 성적인 말,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로 번진다면 말하기로 풀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 줍니다. 기록을 챙겨 회사 신고 창구나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1350)에 도움을 청하라고 안내까지 해 주고요. 저는 이 부분이 이 책을 믿고 볼 수 있게 해 주는 대목 같았어요.<br>솔직히 마음에 걸린 건 이 꼭지에 나오는 농담 예시들이었어요. "살 좀 붙었네? 요즘 행복한가 봐." 같은 말이요. 제 나이쯤 되면 농담을 듣는 쪽보다 하는 쪽에 서 있을 때가 더 많잖아요. 분위기 좀 풀어 보겠다고 던진 말이 누군가에겐 퇴근길 지하철까지 따라갔을 수도 있겠다 싶으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말하기 책인데 말을 아끼는 법까지 배우고 가는 셈이에요.<br>에필로그에도 좋은 이야기가 많아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지인이 전화 꼭지의 대본을 옮겨 적고 며칠 뒤 "처음으로 전화를 한 번에 끝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대요. 저자는 그날 저녁이 이 책을 쓰면서 제일 뿌듯했다고 해요. 말수 적던 동기가 회의 끝에 떨리는 목소리로 "저… 하나만요. 일정에서 검수 기간이 빠진 것 같아서요" 하고 꺼낸 덕분에 터질 뻔한 문제를 막았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메모지에 문장을 세 번이나 고쳐 썼는데, 정작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문장이었다고 하더라고요.<br>"서툰 말은 다음에 고치면 되지만, 꺼내지 않은 말은 고칠 기회조차 없더라고요."그리고 이 에필로그도 첫 문장을 몇 번이나 고쳐 썼다는 고백. 말하기 책을 쓴 사람도 첫마디는 여전히 어렵다는 거죠.<br>소장 가치는 넉넉하다고 생각해요. 차례가 보고, 부탁, 거절, 회의, 일상처럼 상황별로 나뉘어 있어서, 내일 막힐 것 같은 장면만 골라 펼쳐 보기 좋습니다. 저자도 이 책을 너무 열심히 읽지 말고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막히는 날 한 꼭지씩 꺼내 보라고 하더라고요. &lt;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gt;은 이제 막 첫 출근을 앞둔 조카나 새로 들어온 후배 책상에 슬쩍 올려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해요. 읽어 보니 오래 다닌 사람한테도 잘 맞았어요. 순서를 몰라서 삼켰던 말이 연차와 상관없이 다들 있잖아요.<br>말 잘하는 법을 배우러 들어갔다가, 말 때문에 오래 헤맨 사람의 메모를 한 장씩 넘겨 본 느낌이었습니다. 무겁지 않고,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바람 끝이 제법 차가워진 11월이에요. 이 서평도 따지고 보면 '제가 할게요' 하고 손 번쩍 든 일이었는데, 이번만큼은 조건 한 줄 안 붙여도 남는 장사였네요. &lt;할 말은 하고 싶은 직장인들을 위한 말하기 수업&gt; 덕분에 내일은 저도 한 번, 먼저 말해 볼 용기가 조금 생겼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br>할 말은 늘 있었는데 순서를 몰랐던 직장인에게, 퇴근길 지하철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꺼낼 첫 문장을 숟가락째 떠먹여 주는 책이에요.<br>#할말은하고싶은직장인들을위한말하기수업 #김진우 #모티브 #말하기수업 #직장인말하기 #직장인자기계발 #직장생활 #보고잘하는법 #거절하는법 #회의발표 #사회초년생추천도서 #커뮤니케이션책 #신간도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늦가을독서 #북유럽 #서평단 #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6/30/cover150/k04213190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16306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숨의 조각 - [숨의 조각]</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171</link><pubDate>Tue, 03 Nov 2026 22: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1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600X&TPaperId=176121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76/coveroff/893292600x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2600X&TPaperId=176121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숨의 조각</a><br/>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정보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딸꾹질에 남은 바다의 기억, 핀란드 소설 &lt;숨의 조각&gt; 서평<br>표지 한가운데가 하얗게 비어 있어요. 낡은 지도와 범선, 해초 그림을 찢어 붙인 콜라주 위에서 커다란 동물 모양만 가위로 도려낸 것처럼 보이거든요. 처음엔 물개인가 했는데, 지금은 지구 어디에도 없는 동물의 실루엣이라고 하더라고요. 비어 있는 그 자리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고 나서 표지를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br>이다 투르페이넨의 &lt;숨의 조각&gt;은 스텔러바다소 이야기예요. 1741년 베링 탐사대 앞에 나타났다가 27년 만에 자취를 감춘, 역사상 가장 빨리 멸종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핀란드 작가의 첫 장편인데 헬싱긴 사노맛 문학상을 받았고 핀란디아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대요. 29개국에 판권이 팔렸다니 데뷔작치고는 출발이 꽤 화려한 셈이죠.<br>11월 첫 화요일이에요. 월요일은 어찌어찌 넘겼는데 주말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는, 딱 그런 요일이죠. 입동을 며칠 앞두고 바람 끝이 제법 차가워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날엔 유튜브나 틀어 놓고 잠들었을 텐데, 요즘은 새로 받은 책부터 집어 드는 걸 보면 저도 많이 달라진 거 같아요. 이번 책은 하드커버에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손목에 힘이 좀 들어갑니다. 그래도 몸길이 9미터짜리 바다소에 비하면 이 정도 무게는 '소소'한 거겠죠.<br>1부는 박물학자 스텔러가 끌고 갑니다. 탐사를 떠나기 전 아바차만 원주민들에게 동물 이야기를 해 달라고 진저리가 나도록 조르고, 이야기가 바닥나 그들이 지어내기 시작해도 그마저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긁어모은 이야기 어디에도 고래만 한 바다소는 없었다고 하더군요."어떻게 이런 동물이, 인간에게 알려진 바닷가에, 언급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수 있을까?"배는 길을 잃고 선장은 앓아눕는데, 스텔러의 속마음은 이렇게 그려져요. "이제 그는 안다, 그들이 곤경에 처했다는 것을. 그러나 그의 마음속엔 공포와 기이한 희열이 한데 뒤섞인다, 이 발견은 오직 그만의 것이기에." 위기 한복판에서도 신기한 걸 보면 눈이 반짝이는 사람. 회사에도 꼭 한 명씩 있잖아요, 다들 비상인데 혼자 새 아이디어에 들떠 있는 사람.<br>베링 선장이 숨을 거두는 대목에서는 문장이 툭 끊기고 이름 셋이 한 줄씩 놓여요. 베링섬, 베링 해협, 베링해. 죽어서도 그 끔찍한 장소에서 달아나지 못한다는 문장 뒤에 이름만 덩그러니 남겨 두니, 지도 위 익숙한 지명이 갑자기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선원들이 언 땅에 무덤을 파고, 크리스마스에는 남은 밀가루와 물개 기름으로 케이크를 굽고, 찻잔을 와인잔처럼 들어 건배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스텔러가 캐럴을 부르자 그들이 잠시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는 문장에서는 그 짧은 평온이 오히려 애틋하게 느껴졌어요.<br>&lt;숨의 조각&gt;이 다른 소설과 확실히 다르다고 느낀 건 그다음이에요. 무덤과 캐럴 장면이 지나가자마자 "생명은 원세포로부터" 시작된다며 이야기가 아득한 옛날로 훌쩍 건너뛰거든요. 세포가 두 배로, 두 배로 분열하고, 물고기가 웅덩이에서 몸을 일으키고, 포유류가 공룡 발치에서 눈치를 보며 번성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간과 바다소가 생명의 나무에서 서로 작별하게 되고요. 소설을 읽다가 자연 다큐멘터리 한 편이 통째로 끼어든 기분인데, 이게 또 술술 읽힙니다. 다큐 채널 즐겨 보시는 분이라면 이 대목에서 무릎을 치실 것 같아요.<br>진화사 대목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문장이 있어요. "인간의 반사 작용인 딸꾹질은 도롱뇽의 유생이 폐에서 아가미로, 아가미에서 폐로 숨을 옮기던 시절의 흔적이다." 바로 앞에는 "생명은 땅 위에 우뚝 서지만, 우리에겐 바다의 기억이 남아 있다"는 문장도 있고요. 제목이 왜 숨의 조각인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우리 몸 안에도 아주 오래전 숨의 흔적이 조각처럼 박혀 있다는 얘기니까요.<br>바다소의 조상인 프로라스토무스 소개도 재미있었어요. "크기가 돼지만 하고 겁이 많은, 바다를 향한 느린 그리움에 사로잡힌 생물"이래요. 겁은 많은데 마음은 자꾸 먼 데로 향하는 존재라니, 마흔 넘은 아저씨들 마음이 딱 이렇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고는 "이제 우리의 주인공, 스텔러바다소가 등장하지만, 아직 이 이름은 어색하다"며 능청스럽게 주인공을 불러내요. 추운 바다로 들어가 지방층을 늘리고 몸집이 코끼리만큼 커지면서, 동족 가운데 가장 거대하게 자란 "가문의 별종"이 됐다고 하고요.<br>가문의 별종이라니.이 표현이 어쩐지 정겨웠어요. 친척들이 따뜻한 물을 그리워하다 하나둘 사라질 때 혼자 차가운 바람에도 끄떡없던 덩치 큰 녀석. 이 바다소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잠드는 모습이 짧게 나오는데, 그 그림이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한참 뒤, 백 년 가까이 아무도 바다소를 보지 못한 대목에서 그 모습이 다시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어딘가 춥고 조용한 곳에서 "어린 바다소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배를 드러내고 두려움 없이 잠들 수 있을 것"이라 믿어요. 앞에서 본 장면이 이렇게 다시 겹쳐지니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습니다.<br>스텔러라는 인물은 볼수록 정이 갑니다. 섬에서 살아남으려면 난파선을 뜯어 새 배를 지어야 하는데, 이 양반은 새와 풀과 광물을 분류할 일이 산더미라 배 짓는 일을 거절해요. 그래도 업무는 기어이 떨어지죠. 그때 터져 나오는 속마음이 "이 고통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인가, 왜 그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인가!"입니다. 여기서 웃음이 났어요. 본업은 따로 있는데 회의와 보고에 치이는 직장인의 비명 그대로라서요. 꿈속에서 섬을 장갑처럼 접어 가방에 넣는 장면, 작업이 늦어진다는 욕을 들을 때 섬에 하루 더 있을 수 있어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대목은 귀엽기까지 하더군요.<br>아내 브리기타가 모스크바에서 더는 함께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스텔러는 격분하며 울고 기도하다 결국 혼자 떠나요. 공책에는 "내겐 더 이상 아내가 필요하지 않다, 내겐 큰까마귀들이 있으니까."라고 적고요. 큰소리는 쳤지만 그 문장이 허세처럼 들려서 짠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섬에서는 조수들에게 명령 대신 담배를 건네며 도움을 청하게 돼요. 섬이 그들에게 미친 영향이라는 설명이 짧게 지나가는데, 그 한 줄에 사람이 달라진 게 다 보이더라고요.<br>솔직히 마음에 계속 걸렸던 건 사냥 장면들이에요. 선원들은 카드 판돈으로 가죽을 걸고, 빚을 갚으려고 더 많이 사냥하다 2주 만에 해달 9백 마리의 가죽을 벗깁니다. 스텔러는 새끼 잃은 어미 해달이 어린아이처럼 울며 여위어 가는 걸 지켜보다가, 동물은 인간에게 쓰이는 게 신의 뜻이라며 그 감상을 마음에서 털어내고요. 바다소를 해부할 때도 해변까지 따라와 어미를 부르는 새끼의 울음을 외면합니다. 쉬운 답을 내놓지는 않는 거 같더라고요. 호기심 많고 다정한 사람이 동시에 칼을 드는 사람이기도 하니까요.<br>2부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바다소 고기 맛으로 이어져요. "버터이자 천국의 만나"였다는 증언까지 나오는데, 바로 그 맛 때문에 운명을 맞이했다니 입맛이 쓰더군요. 중간에 그래프 하나가 등장해서 사살된 바다소의 쓰임을 네 가지 가능성으로 한 줄씩 늘어놓아요. 금방 먹혔다, 먹힐 뻔했으나 버려졌다, 식량으로 보존되었다, 보존될 뻔했으나 버려졌다. 감정 하나 섞지 않고 건조하게 나열하니 오히려 더 아프게 읽혔습니다. 사냥꾼들에게는 늘 다음 섬이 있었다는 문장도요.<br>멸종을 뜻하는 단어를 언어마다 풀어 보는 대목도 있어요. 영어와 프랑스어로는 종이 꺼진다는 뜻이고 스웨덴어로는 뿌리째 뽑힌다는 뜻인데, 핀란드어 sukupuutto는 친족이 없다는 뜻이래요. 같은 종의 친구가 하나도 남지 않은 외로움. 원제 Elolliset가 살아 있는 자연 모두를 아우르는 오래된 과학 용어라는 걸 떠올리면, 작가가 붙들고 싶었던 게 결국 함께 살아 있다는 감각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br>2부에서 가장 정이 간 인물은 총독 함푸스의 여동생 콘스탄스예요. 함푸스는 아내 안나와 공모자처럼 미소를 주고받고는, 정작 콘스탄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동물 수집품 관리를 맡겨 버립니다. 1부의 일등 항해사 히트로프에게도 "그의 의견도 물어야 했겠지만, 그들은 묻지 않는다"는 문장이 붙었는데, 백 년을 건너 같은 장면이 되풀이되는 게 재미있었어요. 회의실 한구석에 앉아 있어도 아무도 의견을 묻지 않는 자리, 직장 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다들 앉아 보잖아요.<br>그런데 콘스탄스는 그 어두운 방에서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해요. 동물을 무서워하던 사람이 박제된 동물들의 위협은 덫과 총알로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 코뿔바다오리를 들어 올려 물갈퀴를 보며 킬킬 웃습니다. "정말 그녀에게 어울리는 벗이다!" 오빠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없어서 이 일을 줬다는 걸 알면서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 대목, 매일 같은 순서로 수집품을 훑다가 회색곰 곁에까지 가면 그날 하루를 잘 보낸 거라며 곰의 앞발과 유리 눈을 닦아 주는 대목이 참 좋았어요.<br>재능 없는 아이는 가르칠 필요가 없다던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콘스탄스는 죽은 동물들 사이에서 깨달아요. 이제 그녀에겐 "자기만의 조용한 학교"가 있고, 읽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녀의 동물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 준다"고 하더군요. 괜히 옆에서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굴뚝새 울음소리를 흉내 내 보지만 새소리처럼은 안 들린다는 대목에서는 피식 웃었고요.<br>새로 고용된 박제사 마틴 볼프도 남 일 같지 않았어요. 논문을 쓰겠다며 떠났다가 모아 둔 돈이 바닥나 비와 녹조가 지긋지긋한 싯카까지 흘러온 사람이거든요."볼프는 저녁마다 떠날 결심을 하지만, 아침이면 다시 다음 월급날까지는 남겠다고 결심한다."19세기 알래스카 사람이 2026년 한국 직장인 속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대변해 줄 줄은 몰랐네요.3부는 노르드만 교수와 그의 조수 힐다 올손의 이야기로 이어진다고 해요.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힐다 올손은 역사 속에 잊혔던 핀란드 최초의 여성 과학 일러스트레이터래요. 옮긴이의 말을 보니 2025년 헬싱키 자연사 박물관에서 그녀의 거미 그림 33점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됐고, 2026년 9월에는 이 소설이 헬싱키 시립 극장 무대에도 올랐다고 하더군요. 핀란드에서는 이 바다소 이야기가 꽤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거 같습니다.<br>옮긴이는 이 책을 "하루하루 지루한 일상의 노력이 모여 어떻게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소개해요. 작가가 7년에 걸쳐 쓰고, 지우고, 고쳐 쓴 작품이라고 하고요. 매일 출근해서 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는 입장에서는 이 말이 꽤 든든하게 들렸습니다.<br>소장 가치로 보면 일단 만듦새부터 마음에 들어요. 하드커버에 그 하얀 바다소 실루엣까지 더해져서, 책장에 꽂기보다 표지가 보이게 세워 두고 싶은 책이에요. 옮긴이는 번역하면서 책에 나온 박물관과 식물원을 찾아다니며 "엄마 아빠, 이것 좀 보세요!" 하고 외치는 아이처럼 발견의 기쁨에 들떴다고 하는데, 저도 다 읽고 나니 가까운 자연사 박물관이라도 한번 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lt;숨의 조각&gt;은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아무 데나 펼쳐 봐도 좋은 책 같아요.<br>입동이 나흘 앞이라 이제 진짜 겨울 채비를 할 때네요. 저도 스텔러바다소처럼 지방층 두툼하게 쌓으면서 버텨 볼까 했는데, 거울을 보니 그건 이미 넉넉히 준비돼 있는 것 같습니다. &lt;숨의 조각&gt; 덕분에 늦가을 화요일이 한결 든든해졌어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하루입니다.<br><br>한순간에 사라진 바다소와 그 흔적을 붙든 사람들을 3세기에 걸쳐 따라가다 보면, 우리 몸속에 남은 숨의 조각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소설<br>#숨의조각 #이다투르페이넨 #정보람 #열린책들 #핀란드문학 #핀란드소설 #스텔러바다소 #멸종 #역사소설 #헬싱긴사노맛문학상 #핀란디아상 #신간소설 #장편소설추천 #소설추천 #책추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1/76/cover150/893292600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1761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DROP - [DROP - 작지만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네 가지 원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130</link><pubDate>Tue, 03 Nov 2026 22: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213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1907&TPaperId=176121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6/64/coveroff/k96213190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1907&TPaperId=1761213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DROP - 작지만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네 가지 원리</a><br/>전대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br/></td></tr></table><br/><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양재역 화장실에서 시작된 한 방울, 전대진<br>크림색 바탕에 남색 글자, 그리고 한가운데 물방울 하나. 표지만 보면 참 맑고 단정한 책이에요. 그런데 첫 장을 열면 전혀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겨울 새벽, 양재역 2번 출구 아래 화장실 변기에 앉아 휴대전화로 글을 쓰는 청년이 나오거든요. 은 그 청년이 11년 뒤에 내놓은 책이더군요.<br>11월 첫 화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매워졌어요. 제목은 한 방울인데 책은 보통 자기계발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손에 들면 한 방울을 훌쩍 넘어 한 바가지는 되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바가지는 긁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br>저자는 2015년 11월 27일, 새벽 1시 30분 심야버스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해요. 경기도의 한 연수원에서 열리는 1박 2일 교육과정에 가려고, 숙박비를 아끼느라 일찍 도착한 날이었대요. 그런데 연구소 문은 잠겨 있었고, 몸을 녹이려 들어간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을 먹다가 나가 달라는 말을 듣습니다. 문 열린 빌딩을 찾아 경비원에게 부탁했지만 그마저 거절당하고, 한 시간 가까이 헤매다 들어간 곳이 그 화장실이었다고 하더라고요.<br>거기서 쓴 글 가운데 이런 문장이 있어요.<br>"냉장고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날씨인데, 비전 찾기 참 좋은 날씨다."<br>처지를 생각하면 짠한 장면인데, 이 문장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손은 시려도 가슴은 뜨거웠다는 청년이 끝에 "P.S.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까지 덧붙여 놓았거든요. 그 추위 속에서 이런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 얘기는 좀 들어봐도 되겠다 싶었습니다.<br>제목 DROP은 네 문장의 첫 글자를 모은 거예요. Do it daily 매일 해낸다, Repeat the right things 옳은 일을 반복한다, Offer value first 먼저 가치를 준다, Prove with your life 삶으로 증명한다. 저자는 이 원리를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을 '드로피언(DROPIAN)'이라고 부릅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큰 성과를 요구하지도 않아요. 오늘 선 자리에서 한 방울 같은 행동을 이어가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더군요.<br>이 좀 특이하다 싶었던 건 읽는 방법까지 알려준다는 점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실천할 필요 없이,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장을 펼쳐 질문 하나에 답하고 오늘 할 행동 하나를 정하면 된대요. 실행한 다음엔 결과를 적고, 기대만큼 안 됐으면 무엇을 바꿀지 살펴보고 다시 시작하라고요. 10CORE 체크리스트, ARK NOTE, ASK NOTE, 가치노트 같은 도구도 곳곳에 들어 있어서 펜 하나 옆에 두고 읽기 좋은 책 같습니다.<br>솔직히 뜨끔했던 대목도 있어요.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책을 읽은 뒤 삶이 달라지는 건 전혀 다른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만나고 싶은 독자는 읽다가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br>서평단 활동을 시작하고 새 책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저로서는 좀 찔렸습니다. 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만 보다 잠들던 사람이 책을 먼저 집게 된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라고 혼자 뿌듯해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2-1장에 가면 더 아픈 데를 건드립니다. 집에는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가득하고, 컴퓨터에는 한 번도 다시 열지 않은 교육 자료와 양식이 쌓여 있다는 대목에서 괜히 제 책장이 떠오르더라고요.<br>"배운 것은 많다. 그런데 삶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br>2-1장 '최고의 나를 만나라'는 이 나이에 읽으니 더 크게 들리는 장이었어요. 저자가 만난 수강생 중에는 자기계발에 시간과 돈을 상당히 쓴 사람이 많았대요. 무엇을 배웠냐고 물으면 막힘없이 답하던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 물으면 오래 대답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교육과 컨설팅에 약 3,000만 원을 쓰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루틴을 따랐는데 결국 번아웃이 찾아온 고객 이야기도 나오고요.<br>"번아웃은 일을 많이 해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삶을 너무 성실하게 살아낼 때도 찾아온다."<br>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이 문장이 꽤 아프게 읽힐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남들이 좋다는 목표, 위에서 정해준 목표를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그게 정말 내가 고른 건지 헷갈릴 때가 있잖아요. 저자는 이걸 '목표의 소유권'이라고 부르더군요. 성격검사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MBTI나 강점검사는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일 뿐이라면서 "검사 결과가 나 대신 삶을 살아주지는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하는데, 요즘은 회사에서도 MBTI 얘기가 빠지지 않는 터라 웃음이 나더라고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한 줄씩 따라가며 읽은 건 1-3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먼저 주어라'였어요. 중간에 이런 문장들이 짧게 끊겨 나옵니다.<br>"전화가 울린다. 메시지가 도착한다. 누군가 답을 기다린다."<br>직장인이라면 이 세 줄에서 자기 하루가 그대로 보일 거 같아요. 급한 메시지에 답하고 자잘한 일을 연달아 해치우고 나면 부지런히 살았다는 만족감이 드는데, 정작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은 계속 뒤로 밀린다는 거죠.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두고도 급해 보이는 일에 먼저 끌리는 현상을 '단순 긴급성 효과'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장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정곡을 찌르더라고요.<br>"결국 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 시간표가 더 솔직하다."<br>제 시간표요? 할 말이 없습니다.<br>인생을 80년으로 잡으면 약 30,000일, 주 단위로는 약 4,000주라는 계산도 나와요. 저자가 읽은 책이 4,000권이 넘는다던데 인생도 4,000주라니, 숫자가 겹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올리버 버크먼의 &lt;4000주&gt;를 끌어오며 저자가 묻는 건 결국 하나예요. 내게 주어진 시간 가운데 무엇에 먼저 시간을 줄 것인가.<br>PART 4에서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집니다.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가 하은지 씨는 열일곱 살에 부모님 앞에 A4 용지 열 장을 내놓았대요. 학교를 떠나려는 이유부터 공부와 음악을 이어갈 방법, 필요한 비용 마련 계획까지 적은 문서였다고 해요. 악보 그리는 법을 몰라 음 이름과 느낌을 한글로 적어가며 곡을 썼고, 그렇게 열일곱에 만든 곡이 (황야를 달리다)였다고 하더군요. "먼저 시작했고, 부족함이 드러날 때마다 배웠다"는 문장이 은지 씨를 제일 잘 설명하는 거 같았어요.<br>5년 몸담았던 소속사의 관련 부서가 사라지고 새로 준비하던 팀마저 해체되는 시기도 있었대요. 다시 혼자가 된 뒤에도 곡을 썼고, 그때 나온 곡이 (요셉의 기도)라고 합니다. 오래 품어온 꿈이 그 뒤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책에서 직접 만나보시면 좋겠어요.<br>"끊어진 것은 선로였지 선율이 아니었다."<br>티앤북클래스 대표 박지연 작가 이야기는 좀 더 생활 가까이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약 10년 동안 KTX 승무원으로 일하다 두 아들을 스무 달 간격으로 낳으면서 일을 그만뒀고, 생활 반경은 집과 놀이터로 좁아졌대요. 매달 조금씩 모아 방학마다 떠나던 아이들과의 여행마저 코로나로 멈췄다고 하고요. 그러다 독서모임에 들어가 아침 필사부터 시작했고, 하루 20분씩 읽고 쓰는 일을 반복했다고 합니다.<br>지연 씨 이야기에서 자꾸 떠오르는 건 주방 식탁 장면이에요. 따로 작업실이 없어서 식탁에 앉으면 집안일이 자꾸 눈에 들어오니까,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겨 벽을 보고 앉았대요. 시야를 가로막는 벽 덕분에 오히려 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요. 한 작가가 책으로 써보라고 권했을 때는 "나는 책을 쓸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글을 쓰라고 하지?" 했다는데, 그 말이 참 사람 냄새 나서 좋았어요. 그렇게 한 문장씩 쌓인 글이 에세이집 &lt;역마살 엄마의 신호등 육아&gt;가 됐다고 합니다. 승무원 시절 몸에 밴 관찰과 배려가 차와 글을 나누는 수업으로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먼저 가치를 준다는 이 책의 세 번째 원리가 이런 얼굴이구나 싶더군요.<br>단절(斷絶)과 계절(季節)이 같은 '절'로 끝나지만 한자가 다르다는 얘기도 이 장에 나와요. 끊어질 絶과 마디 節. 저자는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던 시절 목장갑을 끼고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사진을 지금도 강의안에 넣어둔대요. 어떻게 그런 사진을 남길 생각을 했냐고 사업가들이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고 해요.<br>"이 시간은 결국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어요."<br>양재역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글을 쓰던 청년과 이 사진 속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어지더라고요. 직장 다니면서 나이를 먹다 보면 누구나 끊어졌다 싶은 시기를 한 번쯤 지나잖아요. 그 시간을 마디로 볼 수 있다면 조금은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br>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엔 좀 아까운 책 같아요. 지금 내 상태에 맞는 장을 골라 펼치는 구조라서, 연말을 앞두고 내년 계획을 세울 때 다시 꺼내 들기 좋겠더라고요. 열심히는 사는데 어딘가 방향이 흐릿하다고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읽는 내내 내 얘기 같아서 재미있을 거예요.<br>11월이 되니 해가 부쩍 짧아졌어요. 4-2장 첫머리에는 헬 볼랜드의 이런 문장이 실려 있습니다.<br>"어떤 겨울도 영원하지 않고, 어떤 봄도 제 차례를 건너뛰지 않는다."<br>의 프롤로그 끝에는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놓여 있어요. 저는 일단 내일 시간표 맨 앞에 중요한 일 하나부터 적어 넣어 볼 생각입니다. 제목이 DROP이라고 중간에 드롭할 순 없으니까요. 좋은 책이었다는 말로만 끝내면 저자한테 한 소리 들을 것 같지만, 오늘만큼은 이 말을 하고 싶네요. 좋은 책 만나서 쌀쌀한 화요일이 한결 든든합니다.<br>양재역 화장실에서 떨어뜨린 한 방울로 시작해, 내 시간표와 목표가 정말 내 것인지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실천형 자기계발서<br>#DROP #드롭 #전대진 #모티브 #도서출판모티브 #자기계발서 #자기계발 #실행력 #습관만들기 #기록습관 #셀프리더십 #드로피언 #책추천 #신간도서 #서평 #책리뷰 #직장인책추천 #플라잉의일상다반사 #플라잉의BOOK리뷰#북유럽]]></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416/64/cover150/k96213190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416646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 - [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1679</link><pubDate>Tue, 03 Nov 2026 1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16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686&TPaperId=176116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1/95/coveroff/k10213168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02131686&TPaperId=176116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a><br/>애덤 스미스 지음, 강현규 엮음, 최민철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보이지 않는 손 말고, 마음속 관찰자 이야기 &lt;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gt; 서평건강하고 빚이 없고 양심이 편하면 충분하다.목차를 훑어보다가 이 꼭지 제목에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저 세 가지를 다 갖춘 40대 후반 직장인이 주변에 몇이나 될까 싶더라고요. 건강은 검진 결과지가, 빚은 매달 오는 대출 이자 문자가 알아서 챙겨주니, 제가 신경 쓸 건 양심 하나뿐인 거 같습니다.<br>그런데 이 문장을 남긴 사람이 애덤 스미스예요. 경제 교과서 첫머리에 '보이지 않는 손'이랑 같이 나오던 바로 그 이름이요.<br>11월 첫 화요일, 아침 공기가 제법 차고 길가 은행잎도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한 해가 두 달 남짓 남은 이맘때면 지나온 길을 자꾸 돌아보게 되는데, &lt;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gt;은 그런 계절 기분이랑 꽤 잘 맞는 책 같아요. 메이트북스 클래식 시리즈 33번째 책이고, 강현규 님이 엮고 최민철 님이 옮겼습니다. 10월 초에 나온 신간이라 소식부터 반갑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유튜브 알고리즘한테 저녁을 통째로 맡겼을 아재가 요즘은 서평단 책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 일 정말 모를 일입니다.<br>표지는 가발 쓴 스미스 초상 아래로 민트색이 시원하게 깔려 있어요. 겉모습은 점잖은 고전인데, 펼쳐보면 글의 호흡이 의외로 짧습니다. 한 꼭지가 문단 서너 개 남짓이고 제목이 곧 요지라서, 목차만 읽어도 무슨 얘기인지 대충 감이 오더군요. 손에 쥐기에도 부담 없는 두께라 가방에 넣어 다니기 좋은 편이에요.<br>이 책만의 특이한 점은 엮은이의 말에서 먼저 보였어요. 강현규 님이 이 책을 엮으면서 가장 먼저 다시 읽은 게 &lt;도덕감정론&gt;이었다고 합니다. &lt;국부론&gt;보다 17년 먼저 나온 책이라는데, 저는 순서가 그렇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lt;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gt;도 이 흐름을 따라 앞쪽에 &lt;도덕감정론&gt; 이야기를 많이 담았고, 뒤로 가면 &lt;국부론&gt;은 물론 수사학과 문학 강의, 예술과 음악에 관한 글까지 이어집니다.<br>더 마음에 든 건 엮은이가 스스로 선을 그은 대목이었어요. 여러 저작을 한 권으로 묶으면서 가장 경계한 게 스미스의 말을 오늘의 자기계발 언어로 지나치게 바꾸는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이 책은 완역본이 아니니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싶으면 완역본을 보라는 말도 솔직하게 합니다. 요즘 서점에 '인생 한 줄' 책이 넘쳐나는데, 그 사이에서 이렇게 말해주니 오히려 믿음이 가는 느낌이었어요.1장 첫 꼭지는 동감(sympathy)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남의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없고, 그 사람 자리에 나를 놓아보는 상상으로만 짐작할 수 있다는 거죠. 예로 드는 장면이 재미있어요. 누군가의 팔이나 다리에 타격이 가해지려는 순간 보는 사람이 저도 모르게 자기 팔다리를 움츠린다는 것. 줄 위에서 위태롭게 움직이는 곡예사를 보며 관객이 같이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br>회의실에서 후배가 크게 깨질 때 괜히 내 어깨가 움츠러드는 거, 직장인이라면 다들 알 거예요.2장으로 넘어가면 이 책의 중심 개념인 공정한 관찰자가 나와요. 나를 '행동하는 사람'과 '그 행동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사람'으로 나눠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내 이해관계와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이 상황을 어떻게 볼지 상상해서 내 행동과 견줘보는 거죠. 엮은이 말대로 사람은 남의 잘못에는 쉽게 눈을 뜨면서 자기 잘못에는 놀라울 만큼 너그러워지니까요. 남이 실수하면 "저건 좀 그렇지" 하다가 내가 실수하면 "사정이 있었잖아" 하게 되는 거, 회사 다니는 사람이면 다들 한 번쯤 찔릴 대목 같습니다.<br>솔직히 마음에 걸렸던 건 바로 다음 꼭지였어요. 사람들은 상황을 잘못 알고 우리를 칭찬하거나 비난할 수 있어서, 세상의 실제 평가와 마음속 관찰자의 판단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대목입니다. 억울했던 평가들이 떠오르면서 위로가 되다가도, 그중 몇 개는 제 마음속 관찰자가 슬쩍 제 편을 들어준 건 아니었을까 싶어 마음이 좀 불편해지더라고요. 공정한 관찰자를 세우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겠구나 싶기도 하고.<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4장 초반이에요.<br>사람이 부를 원하는 데는 잘 먹고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 말고도, 남들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함께 들어 있다고 하더군요. 부자가 되면 자기 처지가 주는 기쁨에 다른 사람도 함께해 줄 거라 믿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차 바꿀 때 주차장에서 받을 눈길부터 떠올리는 마음, 이 나이쯤 되면 한 번쯤 품어봤을 거 같습니다.이어지는 '젊을 때는 부와 지위가 행복처럼 보인다'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요."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며,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잘 보이려 하고, 높은 사람의 호의를 얻기 위해 자신을 낮추기도 한다."<br>18세기 글인데 우리 사무실 풍경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엮은이가 어떤 글은 스미스가 지금 우리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쓴 것 같은 느낌을 줄 거라고 했는데, 딱 이 대목에서 그 말이 실감 나더라고요. 바로 다음 꼭지에는 이미 누릴 수 있었던 건강과 마음의 평온을 먼 훗날의 더 편리한 생활과 바꾸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0대, 30대를 지나 여기까지 와보니 그 거래가 늘 남는 장사는 아니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되는 거 같아요. 그러고 나니 4장 첫 꼭지의 질문이 다르게 들렸습니다. 건강하고 빚에 시달리지 않으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의 행복에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br>그렇다고 스미스가 부를 좇는 마음을 어리석다고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이기심과 선의, 허영과 신중함을 단순한 대립으로 보지 않는 게 스미스 글의 매력이라고 엮은이도 말하더군요. "애덤 스미스의 글에는 인간을 이상적인 존재로 만들려는 조급함이 적다"는 문장도 있는데, 읽다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lt;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gt;에서 만난 스미스는 훈계하는 교장 선생님보다는, 사람 구경을 오래 해온 동네 어르신이 "다들 그렇게 살더라" 하고 툭 던지는 말투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br>7장에는 이게 정말 18세기 사람이 쓴 글인가 싶은 꼭지도 있습니다. 고용주가 과도한 노동을 억제할 필요도 있고, 적당히 꾸준하게 일하는 사람이 건강도 오래 지키고 한 해 전체로 보면 더 많은 일을 해낸다는 이야기예요. 그다음 꼭지에는 이런 문장이 나오고요. "나흘 동안 지나치게 일한 것이 나머지 사흘을 쉬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휴식 욕구를 계속 무시하면 직업 특유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는 웃음기가 싹 가시더군요. 거북목이랑 손목 통증을 달고 사는 사무직한테는 남 얘기 같지가 않습니다.<br>목차를 보면 6장에 '들을 가치가 있는 수업은 출석을 강요할 필요 없다'는 꼭지가 있어요. &lt;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gt;이 딱 그런 수업 같습니다. 아무도 출석을 안 불러도 자꾸 제 발로 찾아 들어가게 되는 수업이요. 꼭지가 짧아서 아무 데나 펼쳐 한 꼭지씩 읽기 좋고, 그날 기분 따라 2장을 폈다가 4장으로 건너뛰어도 흐름이 크게 끊기지 않아요. &lt;도덕감정론&gt; 완역본은 엄두가 안 나지만 경제학자 말고 사람 애덤 스미스가 궁금했던 분께는 첫 책으로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책상 한쪽에 꽂아두고, 사람 때문에 속 시끄러운 날 한 꼭지씩 꺼내 읽으면 좋을 책 같습니다.<br>은행잎 다 떨어진 11월, 한 해를 슬슬 정리할 무렵에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음속에 공정한 관찰자 하나 들여놓은 것 같아 든든하네요. 건강, 빚, 양심 셋 중에 돈 안 드는 양심부터 잘 챙겨보려고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차 한 잔이랑 같이 넉넉한 늦가을 보내세요.<br>경제학의 아버지가 아니라 사람 구경을 오래 해온 철학자 애덤 스미스가 남의 시선과 부, 양심과 휴식에 대해 들려주는, 짧게 끊어 읽기 좋은 인생 수업.<br>#애덤스미스의인생수업 #애덤스미스 #메이트북스 #메이트북스클래식 #강현규 #최민철 #도덕감정론 #국부론 #공정한관찰자 #동감 #인문학책추천 #고전입문서 #철학책추천 #직장인책추천 #중년의독서 #신간도서 #서평 #책리뷰 #북유러브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21/95/cover150/k10213168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21951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 - [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 - 너는 느리게 걷는 아이, 나는 발맞춰 걷는 엄마]</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1643</link><pubDate>Tue, 03 Nov 2026 17: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116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1396&TPaperId=17611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7/59/coveroff/k16213139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62131396&TPaperId=176116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 - 너는 느리게 걷는 아이, 나는 발맞춰 걷는 엄마</a><br/>구하라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11월 첫 화요일이에요. 월요일은 어찌어찌 넘겼는데, 화요일은 이름부터 화끈하게 피곤한 날이라더군요. 방금 그건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br>첫째는 9개월에 걸었고 18개월에 첫 문장을 말했대요. 3년 뒤에 태어난 둘째는 16개월이 되어서야 겨우 첫걸음을 뗐고, 세 돌이 지나도록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고 하고요.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lt;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gt;는 엄마의 그 혼잣말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인스타그램에서 '주주맘'이라는 이름으로 인스타툰을 그리는 구하라 작가가, 말도 걸음도 느린 둘째를 키우며 지나온 시간을 만화와 글로 엮었어요. 표지에는 노을 지는 강변길을 엄마와 아이가 손잡고 걷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그 그림 한 장이 책 전체의 걸음걸이를 미리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br>첫 장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첫째를 키울 때 작가는 아이 발달을 걱정하는 엄마들한테 "곧 하겠죠, 기다리면 다~해요" 하고 웃으며 말해줬대요. 그리고 몇 년 뒤, 그 말을 둘째 앞에서 고스란히 되돌려 받습니다. 주변에서는 "엄마가 걸음마 연습 안 시켜주는 거 아냐?" 하고 수군거리고요. 회사에서도 남 일일 땐 "다 그렇게 배우는 거야" 소리가 참 쉽게 나오잖아요. 그 말이 내 일이 되는 순간의 온도 차가 그림 몇 컷에 다 들어 있더라고요.<br>맛보기로 하나 꺼내면 바나나 컷이에요. 엄마가 바나나를 까 들고 "엄마 따라해봐, 바.나.나~" 하는데, 아이 말풍선에는 말줄임표만 덩그러니 있어요. 그 아래 컷에서 엄마는 매일 밤 맘카페를 드나들고, 초록창에 '16개월에 첫걸음', '40개월 언어지연'을 쳐 넣습니다. 검색할수록 남는 건 커져가는 불안뿐이었고, 정답은 어디에도 없었다고요. 휴대폰을 툭 떨군 채 이마를 짚고 누운 엄마 그림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어요.<br>밤마다 검색창 붙잡아 본 사람이라면 그 컷이 남 얘기 같지 않을 거예요.&lt;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gt;만의 재미난 점은 만화 사이사이에 실제 사진이 섞여 있다는 거예요. 코타키나발루의 진짜 바다와 진짜 야자수 위에 만화로 그린 아이 얼굴이 쏙 얹혀 있는 식입니다. 처음엔 좀 신기하다 싶었는데, 보다 보니 이게 정말 있었던 일이라는 걸 컷마다 슬쩍 일러주는 느낌이 들어요. 구명조끼를 입고 "바들.." 떨고 있는 사진 속 아이 위에 얹힌 만화 얼굴은 귀여우면서도 짠했어요.<br>작가는 치료실 책상 대신 짐을 싸서 두 아이와 한 달 살기를 떠납니다. 프롤로그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달 살기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내게 그 시간은 여행이라기보다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해보고 싶었던 간절한 시도였습니다."<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사피섬으로 건너가는 통통배 장면이에요.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빠른 속도도, 크게 흔들리는 것도, 갑자기 몸이 튀는 느낌도 무서워했대요. 선착장에서 기다리는 엄마 머릿속엔 "괜찮을까?", "너무 울면 어떡하지?", "중간에 내릴 수도 없는데.." 같은 말풍선이 줄줄이 떠 있고요. 배가 출발하자마자 아이 얼굴이 굳더니 이내 울음이 터집니다.<br>그다음 컷이 좋았어요.얼굴은 하나도 안 나오고, 엄마의 주황색 옷자락을 꽉 움켜쥔 작은 손과 그 등을 쓸어내리는 큰 손만 클로즈업돼 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울음소리와 모터 소리 사이에서 바다를 건넜다." 들리는 거라곤 "괜찮아 괜찮아.." 하는 엄마 목소리와 "으아아앙" 하는 울음뿐인데, 이 한 컷에 책이 하고 싶은 말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br>울면서 건넌 바다 끝. 섬에 내리자 전혀 다른 색의 바다가 펼쳐지고, 울던 아이는 울음을 멈춘 채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그러다 눈앞으로 대왕도마뱀이 어슬렁 지나가는데, 누나는 "악어?!!", 둘째는 "고..공룡?" 하고 굳어버려요. 여기선 소리 내 웃었습니다. 도마뱀 입장에선 졸지에 쥬라기 공원 주연으로 캐스팅된 셈이니까요.<br>엄마는 그 모습을 보며 "무서운 경험이 꼭 실패로 끝나는 건 아니구나", "울면서 지나온 길 끝에도 아이를 기다리는 새로운 세상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해요. 마흔 넘어 낯선 일을 맡아 허둥대는 직장인한테도 그대로 건네고 싶은 말 같더군요.<br>둘째는 참 귀여운 아이예요. 말은 느려도 "난 이제 형아니까" 하며 씩씩하게 엄마 손을 잡고, 시소 위에서 "더 높이 엄마!!" 하고 소리치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더라고요. 누나 주주도 자꾸 눈에 밟혀요. 낯선 섬에서 동생 손을 꼭 잡고 같이 두리번거리는 모습에 말없이 든든한 구석이 있거든요. 그리고 엄마. 작가는 자기를 멋지게 포장하는 편은 아닌 거 같아요. 불안해서 울고, 맘카페를 들락거리고, 상처받고 돌아와 혼자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br>솔직히 읽다가 제일 걸렸던 건 예비초등 학원 상담 대목이에요. 7세 때 설렘을 안고 찾아간 학원에서 원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발달도 느린데 지금까지 엄마는 아무것도 안 시키고 뭐 하셨어요?" 언어치료도 감통치료도 다니고 여행하며 경험도 쌓아줬던 시간이, 그 한마디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고요. 읽는 제가 다 욱하더군요. 일 년 내내 뛰어다닌 걸 숫자 한 줄로 평가받으며 "그래서 뭐 했어요?" 소리를 듣는 기분이랑 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엄마는 따져 묻고 싶었지만 아이가 더 주눅 들까 봐 한마디도 못 하고 돌아섭니다. 그리고 "엄마 나 학원 못 다녀?" 하고 묻는 아이에게 웃으며 "그냥 여기보다 더 멋진 학원 가자 우리" 하고 말해요.<br>그 웃음이 어떤 웃음인지 알 것 같아서, 그 컷은 오래 들여다봤어요."아이의 느림보다 더 힘든 건 어쩌면 아이의 느림을 마치 평균 낙오처럼 판단해버리는 세상의 시선이었다." 놀이터에서 "너는 가" 소리를 듣고 고개 숙인 아이, 자기보다 어린 아이한테 "애기야 너 몇 살이야?" 소리를 듣는 아이가 그 문장 앞에 차례로 놓여 있어요. 작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으니 아이의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길러주기로 합니다. "세상이 아이를 작게 보더라도 아이만큼은 자기 자신을 작게 여기지 않도록." 알록달록한 말풍선들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가운데, 엄마가 아이를 꼭 끌어안고 웅크린 그림 위에 이 문장이 얹혀 있어요.<br>&lt;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gt;는 치료실을 깎아내리지도, 정답을 내밀지도 않아요.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자기도 치료실을 다녔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다만 치료실 밖에도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하고 싶었다고요. 그 균형이 읽는 내내 편안했습니다.<br>에필로그의 이 문장은 느린 아이를 키우며 혼자 속 끓이는 분이라면 꼭 한번 소리 내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당신이 유난인 게 아니에요. 아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니까 가장 먼저 알아차렸고, 가장 많이 사랑하니까 가장 오래 불안했을 뿐이에요."<br>그림이 넉넉해서 술술 넘어가고, 두께도 보통 에세이 정도라 부담이 없어요. 그런데 가볍게 넘어간다고 가볍게 남는 책은 아닌 거 같습니다. &lt;조금 천천히 자라도 괜찮아&gt;는 아이 키우는 집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아이가 자란 뒤 같이 펼쳐봐도 좋을 것 같아요.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언젠가 아이가 이 책을 읽게 될 날을 이야기하는데, 그날이 오면 이 책은 그대로 엄마의 편지가 되겠더라고요. 주변에 조급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면, 말 대신 슬쩍 건네기에도 좋겠고요.<br>은행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래지는 11월 초입이에요. 해가 부쩍 짧아져서 퇴근길엔 벌써 표지 같은 노을이 걸리더군요. 다들 토끼처럼 뛰어야 할 것 같은 화요일이지만, 이번 주는 이 책 제목을 주문처럼 한 번 외우고 거북이 걸음으로 가보려고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 기분입니다.<br>느린 아이의 걸음에 발맞추며 엄마도 함께 자라는, 울면서 건넌 바다 끝에서 웃게 되는 그림 에세이<br>#조금천천히자라도괜찮아 #구하라 #주주맘 #모티브 #육아에세이 #그림에세이 #인스타툰 #느린아이 #언어지연 #발달지연 #코타키나발루 #한달살기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책추천 #서평 #북스타그램 #BOOKULOVE #11월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7/59/cover150/k16213139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47595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자본주의 생존전략 Z - [자본주의 생존전략 Z - 250 NEXT 50, 시대정신을 직시하고, 7% 역방향 무빙워크의 함정을 돌파하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01563</link><pubDate>Fri, 30 Oct 2026 00:2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015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1699&TPaperId=176015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5/96/coveroff/k08213169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82131699&TPaperId=176015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자본주의 생존전략 Z - 250 NEXT 50, 시대정신을 직시하고, 7% 역방향 무빙워크의 함정을 돌파하라!</a><br/>김유진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월급은 그 자체로 인생이다, &lt;자본주의 생존전략 Z&gt; 읽고 국밥값부터 계산하게 된 아재 서평<br>남색 바탕 위에 무지갯빛으로 번쩍이는 커다란 Z 하나.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무슨 SF 소설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뒤에 깔린 점선 막대들이 영락없는 주식 차트 모양이고, 그 위에 큼직하게 박힌 제목이 &lt;자본주의 생존전략 Z&gt;입니다. Z라길래 Z세대 책인가 보다, 저는 '지친 세대'라 해당 사항이 없겠구나 했는데 웬걸요. 프롤로그부터 제 월급 얘기를 하고 있더라고요.<br>저자 폴라리스 유진은 2004년생이에요. 고등학교 때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해서 지금은 7년 차 생계형 자영업자이고, 구독자 5만 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합니다. 회사로 치면 막내 사원보다도 어린 나이인데, 그런 사람이 1776년부터 2026년까지 250년 자본주의를 다룬다고 하니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어요.<br>프롤로그는 인스타 피드에서 시작해요. 조명 아래 예쁘게 놓인 오마카세, 수백만 원짜리 가방, 한 박스에 수십만 원 하는 디저트. 어른들은 "요즘 애들은 절약을 몰라"라며 혀를 차는데, 이 대목에서 살짝 뜨끔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말을 속으로 해본 적이 있는 거 같거든요. 저자는 그 화려한 사진 한 꺼풀 밑에 있는 게 "지독한 허무함"에 가깝다고 말해요. 한 달에 200씩 모아도 서울에 번듯한 집 한 채 사려면 몇십 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끝나는 순간, 저축은 "그냥 플라시보"가 된다고요.<br>"위로라는 이름의 사치, 역전이라는 이름의 도박."요즘 젊은 친구들이 서 있는 자리가 이 한 문장에 다 들어 있는 거 같았어요. 오마카세 영수증으로 스스로를 달래거나, 밈 코인에 인생 한 방을 걸거나 하는 양쪽 끝. 그 사이 어디쯤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진단이 꽤 아프게 들리더군요.<br>아무리 걸어도 뒤로 밀리는 역방향 무빙워크.부제에도 들어간 이 표현이 프롤로그에서 처음 나오는데, 이름 한번 잘 지었다 싶었습니다. 부지런히 걷고는 있는데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밀려나는 느낌은 직장 생활 오래 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테니까요.&lt;자본주의 생존전략 Z&gt;가 출발점으로 잡은 해가 하필 올해, 2026년이에요. 정확히 250년 전인 1776년에 애덤 스미스의 &lt;국부론&gt;과 미국 독립선언이 같은 해에 나왔고, 그 250년을 떠받쳐 온 룰이 지금 통째로 흔들리며 리셋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책은 과거를 복기하고,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순서로 흘러갑니다. 저자는 "예전의 테크트리와 앞으로의 테크트리는 분명히 다르다"고 하는데, 게임 용어로 경제를 풀어주니까 귀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br>제6장 '융합'에서는 250년 번영의 비밀을 자유와 소유라는 두 기둥으로 정리해요. "자유가 없는 재산권은 약탈의 대상이고, 재산권 없는 자유는 빈털터리의 공허함일 뿐이다." 문장 리듬이 좋아서 소리 내 읽어보고 싶어지는 대목이었어요.제 또래 직장인이라면 제5장 '저항'에서 고개를 몇 번은 끄덕일 거 같아요. 몇 년 전만 해도 7,000원이면 든든하던 국밥 한 그릇이 이제 1만 원을 훌쩍 넘는 곳이 흔하다는 얘기로 시작하는데, 이건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잖아요. 연봉이 조금 올랐다고 기뻐했는데 물가가 그보다 더 빨리 올랐다면 정말 부자가 된 거냐고 묻는 대목에서는 웃음 반, 한숨 반이었습니다.<br>저자는 인플레이션을 "이 시대의 가장 조용한 세금"이라고 불러요. 하루 14시간씩 버텨 모은 자영업자의 돈, 평범한 직장인이 매일의 모멸감을 견디며 모은 월급의 가치가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소리 없이 증발하고 있다"는 표현은 좀 서늘하게 읽혔어요. 대부분은 마트 영수증을 보며 물가가 올랐다고 말하지만, 시장을 읽는 사람은 그걸 내 화폐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석한다는 설명도 기억에 남고요.<br>1773년 보스턴 차 사건도 나옵니다. 앞바다에 던질 홍차 상자조차 없는 지금은 사람들이 비트코인과 주식으로 눈을 돌린다면서, 저자는 그걸 '21세기형 보스턴 차 사건'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렇다고 뭘 사라고 등을 떠미는 책은 또 아니었어요. 이런 자산들에도 저마다 위험과 변동성이 따른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 둬서 마음 편히 읽혔습니다.<br>이 책에서 독특했던 건 장과 장 사이에 들어 있는 'Break Chapter'예요. 지면 색부터 연한 하늘색으로 바뀌어서 펼치면 바로 티가 나요. 쉬어 가는 코너인가 했더니 알맹이가 더 진하더라고요. Break Chapter 1의 제목은 숫자 하나, 876,000입니다.<br>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자본주의 1호 교과서"라는 조병학 작가의 &lt;돈의 비밀&gt;을 인용해요."돈은 내 인생을 조각내 팔아 맞바꾼 대가이다. (중략) 월급은 그 자체로 우리 인생이다."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어요. 아침 일찍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나가 땀 흘려 번 월급이 그 귀한 시간을 잘게 잘라 돈과 바꾼 결과라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월급 명세서 숫자가 조금 다르게 보이더군요. 거기 찍힌 게 전부 제 인생의 조각이라니.<br>저자는 한동안 [시간=돈]이라고 믿었다가 장사를 하면서 [시간&gt;돈]을 깨달았다고 해요. 돈은 잃어도 다시 벌 수 있지만, 흘려보낸 한 시간은 억만금을 줘도 다시 살 수 없다는 거죠. 그러고는 계산을 하나 내놓습니다. 1일 24시간, 1년 8,760시간, 100년이면 876,000시간. 파란 글씨로 따로 박힌 이 숫자를 보고 있으면 억만장자에게도, 막 장사를 시작한 자영업자에게도 하루 24시간은 똑같이 흐른다는 말이 괜히 하는 소리는 아니구나 싶어요.<br>이 Break Chapter에는 저자 아버지 이야기도 들어 있어요. 외환위기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아빠가 어린 저자에게 해준 말이라고 합니다."불평불만 하지 마라. 남들과 비교도 하지 마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거다. 그냥 주어진 현실과 조건을 받아들이고 빨리 출발하면 된다."그때는 서럽고 원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준 고마운 조언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IMF를 또렷이 기억하는 나이라 외환위기라는 단어가 저한테는 남다르게 들려요. 그 시절 어느 집 아버지가 자식에게 저런 말을 건넸을 모습을 떠올리니, 뒤에 붙은 문장도 다르게 읽혔습니다. 세상을 탓한다고 해서 내 삶이 "단 1센티미터라도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는 말이요.<br>헬조선을 다루는 9장은 부제부터 세요. '헬조선은 거짓말이다.' 국가 멸망, 경제 파탄, 원화 붕괴 같은 썸네일이 넘쳐 나면서 공포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 상품이 됐다는데요, 그런 콘텐츠가 대중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를 준다는 대목은 퇴근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에 끌려다니다 잠들던 예전의 저한테 하는 말 같았어요. 재미있는 건 UBS 글로벌 웰스 리포트 2025를 들고 와서 한국 성인 1인당 자산이 평균도 중간값도 세계 20위라는 수치를 내민 다음, "평균의 함정이다!"라는 반론을 저자가 먼저 꺼낸다는 점이에요. 충분히 가능한 지적이라고 받아주고 넘어가는 그 태도가 좋았습니다.<br>제21장 '각성'은 정치 이야기가 제법 나와서 조심스럽게 읽히는데, "AI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반도체는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모른다"는 문장 하나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정리되는 거 같아요. 진영 싸움에 쓰는 시간과 감정을 내 성장과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자는 쪽이거든요.40대 후반인 저는 같은 장에서 부동산을 다루는 대목에 특히 귀가 쫑긋했어요. 저자는 부동산을 "거대한 중력"이라고 부르면서도, 혹독한 시대를 맨몸으로 견딘 기성세대에게 그 단단한 콘크리트는 "삶의 훈장이자 가장 큰 자부심"이었다고 먼저 인정해 줘요. 콘크리트 신화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 신화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고요. 2004년생이 부모 세대의 공식을 이렇게 예의 바르게 다루니 듣는 아재 입장에서도 서운할 틈이 없더라고요. 그다음 이야기는 세계적인 혁신 기업의 "주주이자 동업자"가 되자는 쪽으로 이어집니다.<br>제22장 '본질'에서 무릎을 쳤던 건 사전 정의를 비교하는 대목이에요. 표준국어대사전은 자본주의를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해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체제라고 하고, 얼마 전까지 네이버 지식백과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설명했대요.<br>보장과 지배.같은 대상을 두고 단어 하나 차이인데 인상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나 싶었어요. 저자는 우리가 '보장'이라는 말에 익숙해지면서, 국가와 시장이 평범한 개인의 노동과 삶을 지켜줄 거라는 기대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건 아닌지 묻습니다.솔직히 걸렸던 단어도 하나 있어요. 저자는 아날로그 노동력에만 기대어 돈을 버는 걸 '현금 채굴'이라고 부르는데, 월급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처음엔 좀 서운하더라고요. 그런데 바로 뒤에 19세기 러다이트 운동과 영국의 적기조례가 나오고,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면서 임금 인상도 복지도 요구하지 않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얘기까지 이어지니 반박할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br>각주도 꽤 성실한 편이에요. 닉슨 쇼크, 밀턴 프리드먼, 린치핀 같은 용어마다 설명이 꼼꼼하게 붙어 있고, 적기조례 각주에는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증기차 앞을 걸어가는 삽화까지 들어 있어요. 깃발 든 사람이 자동차 55m 앞에서 걸어가야 했다니 지금 보면 웃음부터 나오는데, 그 법이 1896년에야 폐지되는 사이 영국 자동차 산업이 프랑스와 독일에 뒤처졌다는 설명을 읽고 나면 웃을 일만은 아니더군요.<br>에필로그는 저자가 자기 얘기를 가장 솔직하게 꺼내는 자리예요. 지금도 원가와 비용을 계산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자영업자가 250년 자본주의를 논하는 일이라, 시작부터 "도대체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책을 쓰냐?"는 비아냥을 각오했다고 해요. 10대 끝자락과 20대의 시작을 팬데믹 속 '코로나 세대'로 보내면서 세상과 사람과 돈을 온라인으로 배웠다는 고백도 나오고요.<br>그러고는 인생의 항로를 바꿔 놓은 세 명의 스승을 소개하는데, 셋 다 사람이 아닙니다. &lt;돈의 비밀&gt;, 비트코인, 그리고 유튜브. Break Chapter에서 만났던 '내 인생을 조각내 팔아 맞바꾼 대가'라는 말이 여기서 다시 돌아오는 걸 보고, 책 한 권을 꿰는 실 같은 문장이었구나 싶었어요.유튜브 댓글 창에서 "고졸 주제에~"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는 대목은 담담하게 쓰여 있어서 오히려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걸 견디며 5만 구독자와 함께 지나온 시간을 저자는 '멘탈 훈련소'라고 불러요. 저 같은 사람이 화면 이쪽에서 영상을 넘기는 동안, 반대편에서는 누군가 이렇게 버티고 있었던 거죠.<br>책 전체가 "우리 2030"을 부르며 말을 거는 방식이라, 40대 후반 독자는 가끔 옆 테이블 대화를 엿듣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엿들을 가치는 충분한 얘기였습니다. 2030 자녀를 둔 집이라면 &lt;자본주의 생존전략 Z&gt; 한 권을 사이에 두고 저녁 식탁에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br>보통 경제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인데, 중간중간 하늘색 Break Chapter가 숨 돌릴 틈을 줘서 지루할 새가 없었어요. 국밥값, 연봉, 콘크리트, 876,000시간처럼 일상의 언어로 붙잡아 둔 장면이 많아서 경제 용어가 낯선 분들도 따라가기 수월할 거 같고요.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물가 뉴스가 나올 때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될 책입니다.<br>10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요. 찬바람이 불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부터 생각나는데, 이제는 숟가락 들기 전에 구매력부터 계산하게 생겼습니다. 주말을 하루 앞둔 목요일, &lt;자본주의 생존전략 Z&gt; 덕분에 제 시간과 월급이 어디쯤 놓여 있는지 한 번 둘러보게 됐네요. 좋은 책 만나서 든든한 늦가을입니다.<br>국밥값에서 876,000시간까지, 2004년생 자영업자가 월급쟁이 아재에게 건넨 250년 자본주의 생존 수업<br>#자본주의생존전략Z #폴라리스유진 #경제경영신간 #경제인문서 #신간도서 #책추천 #서평 #북리뷰 #인플레이션 #역방향무빙워크 #250NEXT50 #돈의비밀 #876000시간 #헬조선은거짓말이다 #미중패권경쟁 #AI혁명 #2030재테크 #직장인책추천 #가을독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5/96/cover150/k08213169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5961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애매함을 사랑하기 - [애매함을 사랑하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01379</link><pubDate>Thu, 29 Oct 2026 23: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6013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0537&TPaperId=176013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93/coveroff/k9621305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62130537&TPaperId=176013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애매함을 사랑하기</a><br/>이창현(코유) 지음 / 고유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이창현(코유) &lt;애매함을 사랑하기&gt; 서평, 두부 같은 삶이 좋다는 사람의 다정한 고백<br>표지부터 좀 애매한 책이에요.짙은 코발트빛 바탕 위로 하얀 선 하나가 끊기지 않고 흘러가면서 얼굴을 그리고 있는데, 어디까지가 눈썹이고 어디서부터 코인지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 선을 따라가다 보면 "불안한 우리, 애매한 나에게, 그럼에도 붙이는, 다정한 한마디"라는 글귀가 군데군데 숨어 있습니다. 제목은 &lt;애매함을 사랑하기&gt;. 애매함을 사랑하라니, 요즘 제 인생에서 제일 선명한 건 뱃살 하나뿐인데 말이죠.<br>저자는 이창현, 필명은 코유입니다. 작가 소개가 재밌는데요, 춤을 못 춰서 마땅한 표현 방법을 찾다가 글을 고른 사람이고, 시력은 좋지 않지만 책 볼 시력 정도는 있는 사람이래요. 그러다 읽고 쓰는 일이 본업이 돼서 지금은 고유출판사와 상수동 고유아지트, 연남동 고유라운지를 꾸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소개만 봐도 한 줄로 반듯하게 요약되는 분은 아닌 거 같아서, 제목이랑 참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br>&lt;애매함을 사랑하기&gt;는 시작, 애매함, 시도, 잡음, 축적, 사이, 끝까지 일곱 갈래로 나뉘고, 그 안에 짧은 산문들이 촘촘하게 들어 있어요. 두께도 손에 쥐기 편한 정도라 부담이 없고요. 재미있는 건 글 하나 안에 존 키츠와 장자가 나란히 나오고, 바로 옆에서 도라에몽이 주머니를 뒤적인다는 점입니다. 칼 세이건의 &lt;코스모스&gt;나 니체 같은 만만치 않은 이름들이 배스킨라빈스 메뉴, 영화관 좌석 얘기랑 한 테이블에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요. 어려운 말을 빌려 오면서도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철학책 펼칠 때처럼 긴장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br>첫 글부터 좀 의외였어요. 삶이 본래 의미 없다고 생각한 뒤로 생일을 챙기지 않게 됐다는 고백으로 시작하거든요. 몇 달 전부터 생일 주간을 준비하는 친구를 처음엔 요란하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자격지심이었다고 털어놓는 대목에선 웃음이 나면서도 뜨끔했습니다. 자기 삶을 당연히 소중하게 대하는 그 자신감이 부러웠다는 말이, 나이 들수록 생일 케이크 앞에서 쑥스러워지는 아재한테도 해당되는 얘기 같았거든요.<br>그런데 그 허무가 저자를 오히려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해요. 부동산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사무실을 계약하고, 거절당하면 뭐 어떠냐 싶어 제안 메일을 돌려 프로젝트를 따내고, 탁구가 재밌다는 이유로 새 사무실을 얻어 탁구대를 들여놓았다고요. 결재 서류 하나 올리는 데도 몇 번씩 고쳐 쓰는 직장인 입장에선 부럽다 못해 살짝 어지러운 속도더라고요.<br>첫 글은 이렇게 끝나요."허무함을 핑계로 숨지 않고, 무기로 들고 나아가기. 같은."마지막에 덧붙인 "같은."이 꼭 말끝을 흐리는 사람 같아서, 그게 또 이 책다웠어요."나는 키가 크지 않다"로 시작하는 표제작 (애매함을 사랑하기)는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얼굴이 빼어나지도, 공부를 썩 잘하지도, 특별한 재능이 있지도 않은 자신을 저자는 서랍 제일 아래 칸 안쪽에 접혀 있는 옷가지에 빗대요. 자주 꺼내 입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버려질 옷더미에 들어 있지도 않은 옷. 너무 정확한 비유라 피식 웃음이 나더군요. 세상은 누구나 자기만의 대표 메뉴 하나쯤은 들고 살아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정작 자기 주머니에서는 "이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만 나왔다는 고백이 이어집니다.<br>회사에서 "그래서 본인 강점이 뭡니까" 하는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사람, 아마 저만은 아닐 거예요. 꽤 오래 일했는데도 한 문장으로 저를 요약해 보라고 하면 아직도 말끝이 길어지니까요.<br>저자는 거기서 존 키츠가 말한, 불확실함과 의심 속에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을 꺼내 오고, 장자의 시선을 빌려 애매함을 다시 정의합니다. 한 방향으로 굳지 않은 상태, 그래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상태라고요. 그리고 이 문장이 나와요."애매함은 정의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 것이다."누군가는 진중하다고, 누군가는 다정하다고, 또 누군가는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는 앞 문장까지 같이 읽으면 마음이 한결 풀리는 거 같아요. 삶은 바로 그 '기타 등등' 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도 괜히 좋았고요. 바로 뒤에 붙은 짧은 글 (낮에 빛나는 별)도 결이 비슷합니다. 낮에도 별은 있는데 태양이 밝아서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얘기요. "나를 너무 일찍 버려선 안 된다"는 한 줄이 짧아서 오히려 세게 들어오더라고요.<br>&lt;애매함을 사랑하기&gt;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아무리 해도 제자리걸음 하는 것 같을 때)였어요. "사무실, 집, 헬스장, 집, 카페, 그리고 다시 집." 첫 줄부터 남의 하루 같지가 않았거든요. 동선만 조금 바꾸면 그대로 제 일주일이니까요. 집은 조용한데 머릿속만 시끄러운 밤이라는 묘사도 그렇고요.<br>그런데 그 무거운 밤의 결론이 웃깁니다. 추상적인 질문과 공허한 답 사이를 떠돌다가, 결국 이 모든 게 점심을 과하게 먹고 퍼질러 잔 낮잠 탓이겠거니 하고 낮잠 금지령을 내린다는 거예요. 진지하게 따라가다가 여기서 웃음이 터졌습니다.<br>저자는 거기서 시선을 우주까지 밀어 올려요.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돌고, 초신성 잔해에서 새 별이 태어나는 것까지 다 반복인데, 한낱 인간이 어떻게 반복을 피하겠느냐고요. 서동욱 교수의 &lt;철학은 날씨를 바꾼다&gt;에서 '반복은 새로움의 전제 조건'이라는 말을 빌려 오고, 매번 같은 길을 걸어야 새로 생긴 가게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예를 듭니다. 매일 같은 지하철, 같은 엘리베이터, 같은 자리. 지겹기만 하던 그 반복이 이 대목을 지나고 나니 조금은 다르게 보일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br>"매일 반복하는 일상을 보낸다는 말은 매일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말과 같다."글은 니체가 던진 영원회귀 질문에 "그러하다"고 답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삶은 충분하다는 말로 맺어요. 쳇바퀴 도는 중년 직장인한테 이만한 위로가 또 있을까 싶더군요.<br>(벚꽃 같은 삶은 싫다)는 합정역에서 걸어서 5분, 가로등이 약해 밤이면 으스스한 거리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벚꽃 필 때만 이상하리만치 다정한 움직임으로 가득 찬다는 그 거리요. 저자는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도 비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질 걸 먼저 생각하고, 불꽃놀이 앞에서도 끝난 뒤의 검은 하늘과 밟혀 구겨진 종이컵부터 떠올리는 사람이래요. 그래서 떡볶이처럼 맵고 달고 강렬한 삶 대신 두부 같은 삶이 좋다고 해요.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요란하게 자기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제 역할을 해내는 것.<br>하루 종일 비슷한 온도로 이어지는 날이 좋다는 대목도 있어요. 아침엔 차갑고 낮엔 덥고 밤엔 다시 서늘해지는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몸과 마음을 갈아입어야 해서 피곤하다는 문장인데, 아침엔 두꺼운 외투가 생각나고 한낮엔 겉옷을 벗어 들게 되는 10월 끝자락이라 그런지 딱 지금 날씨 얘기 같았습니다.<br>솔직히 마음에 걸렸던 건 그다음 고백이에요. 감정을 드러내면 더 커질 것 같아서 모르는 척, 별일 아닌 척, 지나가는 일인 척 가라앉히는 쪽을 택한다는 얘기. 건강한 방식이라고는 못 하겠지만 적어도 마음을 지키는 데엔 도움이 된다고 저자가 덧붙이는데, 그 문장 앞에서 좀 찔렸어요. 회사에서 "괜찮습니다"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중년이라면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요.그러면서도 이번 벚꽃 필 때 보러 갈 거고, 사진도 찍을 거고, 몇 장은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들여다볼지도 모른다고 슬쩍 덧붙이는 솔직함이 사랑스러웠습니다. 두부처럼, 물처럼. 글을 닫는 이 두 마디가 참 이 사람답다는 느낌이 들어요.<br>(겨울 없이 꽃은 피지 않는다)는 계절이 계절이라 더 반갑게 읽혔어요. 호주 시드니에 사는 한 교민이 고국에서 개나리 가지를 꺾어다 앞마당에 심었는데, 잎은 무성해지는데 해가 바뀌어도 노란 꽃은 피지 않더라는 이야기예요. 일정 기간 차가운 온도를 지나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는 것, 춘화 현상이라는 말을 이 글에서 처음 알았습니다.<br>"아직 피지 않았다고 해서, 내 안에 꽃이 없는 것은 아니다."곧 겨울인데, 이 문장 하나 들고 들어가면 좀 덜 추울 거 같아요.책의 마지막 묶음에 실린 (도망치다 보니 낙원에 도착했다)에서 저자는 "나는 지금까지 도망쳐 왔다"고 대뜸 털어놓습니다. 싸움을 못 해서 잘 웃는 걸 연습했고, 누군가를 설득할 자신이 없어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고, 일하기 싫은 날엔 책으로, 글쓰기로, 헬스장으로 도망쳤다고요. 그에게 도망은 숨 쉬기 어려운 곳에서 고개를 돌리는 일이래요. 길을 잘못 들어서야 골목 귀퉁이의 빈티지숍도 만나고 지름길도 찾게 된다는 얘기와 함께.<br>그러고는 그렇게 알게 된 자기 취향을 줄줄이 꺼내 놓는데, 이게 참 좋더라고요. 고수를 싫어하고, 배스킨라빈스에서 민트 초코와 레인보우 샤베트를 싫어하고, 영화관에선 E 좌석을 고른다는 것.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와 (한시오분)을 좋아한다는 것. 책 내내 들었던 목소리가 갑자기 옆자리 사람처럼 가까워지는 순간이었어요.<br>그리고 책은 (나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로 끝을 맺습니다. 앞의 글들이 비교적 담담한 결이었다면, 이 글에는 저자가 가장 깊숙이 넣어 두었을 법한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받기만 하며 자란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꽤 아프게 돌아보고,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건넵니다. 자세한 사정은 책으로 만나시는 게 좋을 거 같고, 마지막 문장은 이랬어요.<br>"이번에도 이기적으로 그대들 덕분에 한결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사과로 끝나는 문장인데 고개를 숙이기만 하지는 않는, 그 솔직한 어정쩡함까지 끝까지 제목다웠습니다.&lt;애매함을 사랑하기&gt;는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지만, 아무 데나 펼쳐서 한 편만 읽어도 하루치 위로로는 충분한 책이에요. 짧은 글이 많아서 책장에 꽂아 두고 생각날 때마다 한 편씩 꺼내 보기 좋겠더라고요. 제목만 보고는 진로 앞에서 마음 졸이는 이십 대한테나 어울릴 책인 줄 알았는데, 막상 더 자주 고개를 끄덕인 건 마흔 후반인 제 쪽이었어요.<br>10월도 이제 이틀 남은 목요일입니다. 주말을 하루 앞두고 버티는 요일인데,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차가워서 겨울 문턱이 코앞인 게 느껴지네요. 다가오는 겨울엔 저도 시드니 개나리처럼 춘화 현상이나 한번 기대해 볼까 해요. 꽃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정수리에 머리카락이라도 좀 피어나면 좋겠습니다.<br>애매한 채로 살아도 괜찮다는 말을 &lt;애매함을 사랑하기&gt;한테 들은 거 같아서, 마음 한쪽이 가지런해진 기분이에요. 좋은 책 한 권 만나서 흐뭇합니다.<br>아직 선명하지 않은 나를 너무 일찍 실패라고 부르지 말자는, 서툰 채로 계속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다정한 산문집.<br>#애매함을사랑하기 #이창현 #코유 #고유출판사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위로에세이 #서평 #책리뷰 #책추천 #독서기록 #서평단 #애매함 #두부같은삶 #겨울없이꽃은피지않는다 #가을책추천 #늦가을독서 #플라잉의일상다반사 #플라잉의BOOK리뷰<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0/93/cover150/k9621305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0935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 - [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 - 업무 효율 200% 올리는 노션 AI 워크스페이스 구축하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708</link><pubDate>Wed, 28 Oct 2026 20: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7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1895&TPaperId=175987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5/18/coveroff/k14213189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42131895&TPaperId=175987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 - 업무 효율 200% 올리는 노션 AI 워크스페이스 구축하기</a><br/>전시진 지음 / 제이펍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늘 피곤한 직장인에게 노션 AI가 건네는 칼퇴 비법, 전시진 &lt;노션 AI&gt; 서평<br>표지 한가운데에서 헤드셋을 낀 캐릭터가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고 있는데요, 꼭 "그 보고서, 아직도 일일이 손으로 쓰세요?" 하고 묻는 얼굴 같았어요. 회의록 정리하고, 주간 보고 양식 채우고, 같은 내용을 메일로 또 옮겨 적고. 하루 일과에서 이런 일이 차지하는 몫이 생각보다 크다는 거, 직장 생활 좀 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lt;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gt;는 바로 그 몫을 노션 AI한테 넘겨 보자고 말을 걸어오는 책입니다.<br>처음 제목만 봤을 땐 노션을 '노 선(No Sun)'으로 잘못 읽을 뻔했어요. 요즘 해가 워낙 짧아져서 그런가 봅니다.10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갑습니다. 월요일 한 번 넘기고 맞는 화요일은 이상하게 쌓인 일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날이기도 하고요. 예전 같으면 이런 실용서는 목차만 훑고 책장에 꽂아 뒀을 텐데, 서평단 하면서 책 읽는 재미가 붙고 나니 IT 책도 소설 펼치듯 설레면서 열게 되더라고요.<br>저자 전시진 님은 '시리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노션 공식 컨설턴트예요. 머리말을 보니 2018년부터 프로, 챔피언, 파트너, 앰배서더, 공식 컨설턴트, 공식 컨설팅 파트너까지 노션의 국내 타이틀을 전부 가진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재밌는 건 처음부터 노션 AI 예찬론자는 아니었다는 고백이에요. 2022년 11월 노션 AI가 처음 나왔을 때는 크게 놀라지 않았고, 챗GPT에 비하면 덜 다듬어진 부가 기능 같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러다 2025년 9월 노션 AI 3.0을 써 보고는 장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요.<br>더는 미룰 수 없어서 책을 내기로 했답니다.머리말 끝에는 주말마다 방에 틀어박혀 원고와 씨름하는 넉 달 동안, 시간 좀 내 달라는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참아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실려 있어요. 실무서 머리말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니 저자가 한결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이 책만의 색깔은 머리말에서 이미 드러나는 것 같아요. 한때는 프롬프트를 잘 쓰는 법이 가장 뜨거운 주제였는데, AI가 프롬프트까지 써 주는 시대에는 내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쌓아 두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예요. 그래서인지 &lt;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gt;는 노션 AI를 똑똑한 챗봇 정도로 소개하지 않더라고요. 저자는 노션 AI를 부사수이자 에이전트, 그리고 두 번째 뇌라고 부릅니다. 부사수라는 단어에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요즘 회사에서 손발 잘 맞는 부사수 한 명 만나기가 어디 쉽나요.<br>Chapter 02에서 챗GPT와 노션 AI를 비교하는 대목도 기억에 남아요. "챗GPT는 세상의 지식을 알고 있지만 내 상황을 모르고, 노션 AI는 내 상황을 알고 있지만 세상 전체의 지식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정리가 깔끔하더라고요. 그 차이를 만드는 게 맥락이라는 설명인데,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잖아요. 이름난 외부 전문가도 좋지만, 급할 땐 우리 팀 사정 훤히 아는 동료 한 명이 더 든든할 때가 있으니까요.<br>노션 AI가 하는 일은 검색, 생성, 분석, 실행 네 가지로 나눠서 설명하는데, 분석 쪽 예시 하나에서 괜히 뜨끔했습니다.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를 보고 "현재 업무가 가장 많이 몰린 팀원이 누구야?"라고 묻는 장면이에요. 일 나눠 주는 자리에 앉아 보면 늘 감으로 짐작하던 걸 데이터를 읽고 답해 준다는 거죠. 실행 단계로 가면 "마감일이 지난 모든 작업의 상태를 지연으로 변경해 줘" 한마디에 수백 개 항목이 한꺼번에 바뀐다고 하니, 하나하나 클릭하던 손목이 먼저 반응하는 느낌이에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Chapter 03의 OICES 프롬프팅이었어요. Order, Information, Constraints, Example, Style의 앞 글자를 딴 건데, 저자는 이걸 울타리를 겹겹이 세워 범위를 좁혀 가는 과정에 빗대요. 바깥 울타리부터 하나씩 세울수록 AI가 제멋대로 판단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설명이고, 울타리 그림까지 실려 있어서 머리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그렇다고 꼭 외워야 할 공식처럼 내밀지는 않습니다. 요청하기 전에 빠뜨린 건 없는지 빠르게 점검하는 사고 틀 정도로 받아들이라고 하더군요.맛보기로 하나만 소개하면 이래요. 노션 AI에게 아무 맥락 없이 "신제품 출시 이메일 써 줘"라고만 하면 핵심 효익 1, 2, 3이 빈칸처럼 늘어선 초안이 나옵니다. 저자는 이걸 두고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디에나 쓸 수 있는, 반대로 말하면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해요.<br>어디에나 쓸 수 있는 글. 그러니까 어디에도 맞지 않는 글.다섯 요소를 채워서 다시 요청하자 결과물은 "안녕하세요, [이름]님. 매일 반복되는 문서 작업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일에는 손도 못 대고 계시진 않나요?"로 시작합니다. 첫 줄부터 받는 사람의 고민을 건드리는 메일이 나오더군요.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방향을 갈아엎을 일 없이 표현만 다듬으면 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상사한테 "다시 해 와" 소리 듣는 것보다 "여기 표현만 좀 바꾸자"가 백번 나은 거, 우리 다 알잖아요.<br>이 장에서 저자의 얼굴이 제일 잘 보였던 건 '한 걸음 더' 박스였어요. 제목부터 '시리얼이 자주 쓰는 출력 조건 통제 프롬프트'인데, "**를 제거해 줘", "결과물 이외에 설명 글은 제거해 줘", "MUJI의 제품명처럼 명확하게 작성해 줘" 같은 문장이 줄줄이 나옵니다. 모든 지침을 적용한 다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한 번 더 검증하고 결과물을 내 달라는 문구도 있고요. 강의 쉬는 시간에 강사님이 슬쩍 다가와 "이거 제가 자주 쓰는 건데요" 하고 알려 주는 꿀팁 같은 느낌이라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br>&lt;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gt;의 뒤쪽 Chapter 05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노션 AI, 일반 에이전트, 커스텀 에이전트를 표 하나로 정리해 주는데 예시가 간단해서 좋았어요. "이 문서를 요약해 줘"가 노션 AI라면, "이 내용으로 새 페이지를 만들어 줘"는 일반 에이전트, "새 항목이 추가되면 자동으로 분류해 줘"는 커스텀 에이전트의 몫이라고요. 커스텀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잠든 사이에도, 휴가 중에도 멈추지 않는다는데, 휴가 가서도 메신저 알림을 들여다보는 중년 직장인한테 이만큼 반가운 문장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br>반복 업무를 다루는 대목은 조금 다른 마음으로 읽혔어요. 반복 업무가 부담스러운 건 매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바쁜 날엔 깜빡하거나 대충 처리하게 되고, 담당자가 바뀌면 품질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커스텀 에이전트가 해 주는 일을 "사람이 신경 써야 할 일이 하나 줄어드는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늘 피곤했던 게 일의 양 때문만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br>실습으로는 프로젝트 팀의 주간 업무 보고를 자동으로 만드는 에이전트가 나와요.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실행되도록 트리거를 걸고, PROJECT DB와 TASK DB를 참조하라는 지침을 넣고, 완성된 보고서를 Slack 채널로 보내도록 권한까지 주는 흐름이에요. 단계마다 화면 캡처가 붙어 있어서 겁먹을 틈이 별로 없겠더라고요. 마지막에 지난주 완료 업무, 현재 진행 중인 업무, 이번 주 예정 업무로 정리된 보고서 화면을 보니 월요일 아침마다 양식을 붙들고 있던 시간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br>같은 장의 '한 걸음 더'에서는 주간 보고서를 바탕으로 회의록 초안을 만드는 에이전트를 따로 두라고 권해요. 에이전트는 한 번에 하나의 역할에 집중할수록 결과가 안정적이라서요. 한 사람한테 이 일 저 일 몰아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 입장에서는 남 얘기 같지 않았고요.<br>솔직히 살짝 걸렸던 건 커스텀 에이전트가 비즈니스와 엔터프라이즈 요금제에서만 쓸 수 있고, 별도로 노션 크레딧이 든다는 점이었어요. 크레딧 1,000개에 10달러, 노션 공식 문서 기준으로 에이전트를 45~90회쯤 돌릴 수 있고, 쓰지 않은 크레딧은 다음 달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하네요. 회사 계정이면 모를까, 개인으로 맛보려는 입장에서는 계산기를 한 번 두드려 보게 됩니다. 그래도 크레딧 사용 현황을 확인하는 메뉴 위치까지 알려 줘서, 모르고 쓰다가 놀랄 일은 없겠다 싶었어요.<br>판형도 큼직하고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책상 한쪽에 세워 두면 지나가던 부장님이 "요즘 공부하나 봐?" 하실 만한 존재감이라, 들고 다니기보다는 옆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펼쳐 보는 용도로 딱인 것 같습니다.<br>저자는 전작 &lt;업무와 일상을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gt;이 수학의 정석처럼 노션 기본기를 다지는 책이었다면 이번 책은 노션 AI의 정석이라고 소개하더라고요. Chapter 01에서 블록과 데이터베이스 같은 기본기를 먼저 잡아 주니까 노션이 아직 낯선 분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노션에 정리해 둔 내용을 굳이 복사해서 챗GPT 창에 붙여 넣고 계셨다면 &lt;업무와 일상을 혁신하는 새로운 방법 노션 AI&gt;를 펼치자마자 "아, 이걸 여기서 바로 할 수 있었구나" 하실 거고요. 팀에 노션을 들여 볼까 고민 중인 분 책상 위에 올려 두기에도 좋겠더라고요.<br>길가 은행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드는 10월 끝자락입니다. 연말로 갈수록 보고서도 회의도 늘어나는 시기라 지금 이 책을 만난 게 타이밍이 기가 막힌 것 같아요. 올겨울엔 노션 AI 부사수 하나 들여서 저도 칼퇴 한번 노려 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만나서 화요일부터 마음이 든든합니다.<br>반복 업무에 지친 직장인에게 노션 AI라는 든든한 부사수를 소개해 주는, 따라 하는 맛이 있는 실무서예요.<br>#노션AI #업무와일상을혁신하는새로운방법노션AI #전시진 #시리얼 #제이펍 #노션 #노션책 #커스텀에이전트 #업무자동화 #OICES프롬프트 #프롬프트작성법 #생성형AI #일잘러 #직장인책추천 #IT도서 #실무서추천 #책리뷰 #서평 #BOOKULOVE<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35/18/cover150/k14213189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35183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지지 않는 벚꽃 - [지지 않는 벚꽃]</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689</link><pubDate>Wed, 28 Oct 2026 20: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6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350&TPaperId=175986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7/52/coveroff/897604835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350&TPaperId=175986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지 않는 벚꽃</a><br/>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항의 전화 마흔여섯 통으로 시작하는 경찰 미스터리 &lt;지지 않는 벚꽃&gt; 서평<br>오전 11시 반까지 걸려 온 항의 전화가 마흔여섯 통.&lt;지지 않는 벚꽃&gt;은 이 숫자와 함께 문을 엽니다. 요네자키현 경찰청 홍보과 사무실에서는 전화기 여덟 대가 쉬지 않고 울리고, 스물일곱 살 막내 모리구치 이즈미는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매뉴얼에 나온 사과를 되풀이해요. "이 세금 도둑!" 소리와 함께 상대가 수화기를 쾅 내려놓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더라고요. 회사 밥을 이십 년 넘게 먹은 사람한테 저 전화벨 소리는 남 얘기 같지가 않거든요.오늘이 10월 27일 화요일이에요. 단풍이 산 아래까지 내려오는 늦가을에 벚꽃 이야기를 꺼내려니 철이 좀 안 맞는 거 같긴 한데, 제목이 &lt;지지 않는 벚꽃&gt;이니 봄에 피든 가을에 펴든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br>사건은 이렇습니다. 히라이시의 여대생 나가a오카 아이리가 오랫동안 스토킹을 당하다 결국 목숨을 잃어요. 부모가 몇 번이나 경찰서를 찾아가도 꿈쩍하지 않다가,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말이 나오자 그제야 신고서를 받기로 했는데, 그 접수마저 일주일을 미뤘더군요. 경찰은 다른 사건으로 바빴다고 했지만 실제 이유는 담당 부서 직원 열한 명이 간 워크숍이었고요. 아이리는 신고서가 수리되고 이틀 뒤에 세상을 떠납니다.<br>이 대목에서는 화가 안 날 수가 없었어요.그런데 정작 사무실 공기는 또 다른 쪽으로 흘러가요. 도가시 과장은 신문을 책상 위에 내던지며 "이게 다 이 망할 놈의 신문 때문이야!"라고 하고, 옆에서 다카하시 과장대리는 "아무리 그래도 워크숍은 아니지" 하고 혼잣말을 해요. 과장이 진짜 신경 쓰는 건 따로 있었습니다. 신고를 언제 받았느냐보다 워크숍 얘기가 어디서 샜느냐는 거죠. 일이 터지면 누가 말을 흘렸는지부터 찾고 보는 회의실 분위기는 직장 생활 오래 하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겪어 보셨을 거 같아요. 씁쓸하게 웃으면서 읽었네요.<br>그 말을 듣는 이즈미의 등에 땀이 배어나는데, 소설은 창으로 스며든 햇살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슬쩍 덧붙여요. 이 한 문장에서 이야기가 확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워크숍 이야기는 이즈미가 고등학교 동창이자 지역 신문 기자인 쓰무라 지카와 밥을 먹다가 무심코 꺼낸 말이었거든요. 지카는 기사로 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틀 뒤 단독 보도가 나와 버린 거예요.<br>지카는 자기가 쓴 기사가 아니라고 했어요. 이즈미는 그 말을 믿지 못했고요. 그리고 일주일 뒤, 지카는 강 하류에서 발견됩니다.여기까지는 책 소개에도 나와 있는 출발점이에요. 그다음부터는 이즈미가 친구의 마지막 일주일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다른 경찰 미스터리와 결이 다르게 느껴졌던 건 주인공이 서 있는 자리 때문이었어요. 이즈미는 수사권도 수갑도 없는 홍보과 사무직원이거든요. 책에도 자신이 형사였다면 사건 해결을 최우선으로 여겼을 거라는 문장이 나오고, 바로 뒤에 "그러나 이즈미는 형사가 아니다"라는 말이 이어져요. 그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가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경찰 조직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바깥 사람처럼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라, 읽는 쪽도 덩달아 경찰서 안을 낯설게 보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br>작가 소개를 보니 유즈키 유코는 주로 뜨겁고 치열하게 사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써 온 작가라고 하더군요. 그런 작가가 스물일곱 살 여성 사무직원을 앞세웠다는 점부터 흥미로웠어요. 해설에서는 이즈미가 홍보과 직원이라는 제삼자의 시선과 친구를 잃은 당사자의 시선을 함께 지녔다고 설명하는데, 3장에 들어서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br>3장은 공기부터 달라요.퇴근하자마자 지카네 집으로 간 이즈미가 고등학생 때 이후 10년 만에 그 집 거실에 앉는 장면인데요. 빛바랜 다다미와 자리를 옮긴 화분 말고는 다 그대로라서, 당장이라도 고등학생 지카가 2층에서 내려올 것 같다는 묘사가 나와요. 불단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작은 탁자에는 지카가 좋아하던 헝겊 인형 캐릭터와 스낵이 놓여 있고요.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머니 마사코는 10년은 더 늙어 보인다고 합니다.<br>이즈미가 현경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끝내 말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마사코가 짧은 침묵 끝에 묻습니다. 이즈미 네가 보기에 우리 지카는 어떤 애였냐고요.<br>"지카는 정말 다정다감한 애였어요. 그리고, 절대 약속을 어기지 않는 착실한 애였어요."약속.1장에서 이즈미가 믿어 주지 못했던 바로 그 단어를 이번엔 이즈미가 직접 꺼내는 거예요. 그 대답이 나오기까지 이즈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문장에 쓰이지 않은 것들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어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그 뒤에 마사코가 지카의 어린 시절을 꺼내는 대목이에요. 지카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아버지 참관 수업이 있었는데, 아빠들 사이에 엄마가 대신 섞여 서 있었대요. 평소엔 참관 수업 때마다 적극적으로 발표하던 아이가 그날은 손을 한 번도 들지 않았고요. 집에 와서 외롭지 않냐고 물었더니 지카는 활짝 웃으면서 엄마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했답니다. 마사코는 그런 딸을 끌어안고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br>"엄마도 똑같아. 우리 지카가 있어서 외롭지 않아. 너만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어."나이를 먹으니 이런 장면은 아무래도 부모 자리에서 읽히는 거 같아요. 손을 들지 않은 아이의 마음도 알 것 같고, 그걸 눈치챈 엄마의 마음은 더 알 것 같아서요.마사코가 "어째서 그렇게 착한 애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니?"라며 절규에 가깝게 쏟아낼 때, 이즈미는 눈물을 닦고 등을 곧게 펴요. 그러고는 "형사도 아닌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그렇지만 지카를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죠. 1장에서 매뉴얼대로 고개만 숙이던 막내가 여기서는 상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더라고요.<br>사무실 쪽 인물로는 이즈미의 선배 아라이 미사코가 기억에 남아요. 이즈미가 모르는 게 있으면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믿음직한 서른다섯 살 선배예요. 안색이 안 좋은 채 돌아온 미사코에게 도가시 과장이 "오늘 조퇴는 안 돼"라고 못부터 박는데, 미사코는 그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기자 클럽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는 소식을 꺼내요. 어느 회사에나 한 명쯤 있는, 막내가 기댈 언덕 같은 사람이죠. 솔직히 초반엔 홍보과 사람들 이름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데다 미사코와 마사코 이름까지 비슷해서 잠깐 헷갈렸는데, 한 사람은 사무실에, 한 사람은 지카네 거실에 있으니 금방 정리되더군요.<br>마음 한쪽에 계속 걸려 있던 건 이야기가 너무 현실 같다는 점이었어요. 신고를 미룬 이유가 워크숍이라는 설정은 지어낸 얘기로만 넘기기엔 어디선가 뉴스로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해설에도 실제 사건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마냥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표지에 적힌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국가의 안녕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문장도 같은 결로 읽히고요. 범인 한 명 찾고 끝나는 이야기려니 하고 들어갔다가는 생각보다 훨씬 먼 곳까지 걸어가게 되는 책이에요.<br>&lt;지지 않는 벚꽃&gt;은 일본에서 50만 부 넘게 팔렸고 영상으로도 만들어졌어요. 도쿠마문고대상 대상도 받았다고 하니 현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셈이죠. 김지연 님의 번역도 매끄러워서 문장이 술술 넘어가는 편이었어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들고 다니면 팔 운동은 덤이니, 이번 달 헬스장은 이 책으로 대신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첫 장부터 속도가 붙어서 두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어요.<br>열린 문 앞에 서 있는 트렌치코트 뒷모습, 그 위로 흩날리는 벚꽃잎, 벽에 길게 드리운 사람들 그림자. &lt;지지 않는 벚꽃&gt;의 표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꾸 다시 들여다보게 돼요.<br>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 끝자락에 봄꽃 이름을 단 책 한 권으로 마음이 꽉 찼네요. 좋은 이야기 제대로 만난 것 같아 든든한 화요일입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책 이야기 들고 또 오겠습니다.<br><br>친구의 약속을 믿지 못했던 경찰 홍보과 막내가 그 친구의 마지막 일주일을 거슬러 오르는 사회파 미스터리<br><br>#지지않는벚꽃 #유즈키유코 #김지연옮김 #문예춘추사 #일본미스터리 #사회파미스터리 #경찰소설 #일본소설추천 #미스터리소설추천 #도쿠마문고대상 #영상화원작 #소설추천 #책추천 #가을책추천 #서평 #책리뷰 #신간소설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7/52/cover150/897604835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7520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Ready, Set, Korean! - [Ready, Set, Korean! (준비, 시작, 한국어!)]</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659</link><pubDate>Wed, 28 Oct 2026 19: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6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0255&TPaperId=175986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7/85/coveroff/k99213025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0255&TPaperId=175986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Ready, Set, Korean! (준비, 시작, 한국어!)</a><br/>장인혜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6년 08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한국어 쉽네!" 기린이 외치기까지, &lt;Ready, Set, Korean!&gt; 서평<br>"아… 한국어 어려워."기린 한 마리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를 쥔 채 책상에 털썩 엎드립니다. 그런데 몇 컷 지나지 않아 이 친구가 주먹을 불끈 쥐고 "한국어 쉽네!"를 외치더라고요.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br>별일은 없었어요. 독수리는 "미국 사람이에요", 코끼리는 "태국 사람이에요", 무스는 "캐나다 사람이에요", 털모자 쓴 곰은 "러시아 사람이에요". 반 친구들이 똑같은 꼴의 문장을 돌아가며 말하는 걸 듣던 기린이 "아마 별로 안 어려울지도…?" 하면서 슬그머니 고개를 듭니다. 나라 이름 하나만 바꿔 끼우면 되는 거였으니까요. 시원스쿨닷컴에서 나온 &lt;Ready, Set, Korean!&gt; 1과 만화인데, 이 몇 컷에 책 전체의 성격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br>&lt;Ready, Set, Korean!&gt;은 한글은 읽을 줄 알게 된 외국인 학습자가 본격적인 초급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말문부터 틔워 보자고 만든 입문 회화 교재예요. 표지 위쪽 말풍선에 적힌 "Your Next Step After Learning Hangeul"이 딱 그 얘기고요. 평생 한국어로 먹고살아 온 사십 대 후반 아재가 외국인용 한국어 교재 서평을 쓴다니, 처음엔 저도 좀 웃기긴 했습니다. 서평단 하면서 소설이며 에세이며 이것저것 받아 봤지만 내 모국어를 배우는 책은 또 처음이라서요.<br>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저자 장인혜 선생님은 K-pop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부터 해외에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고, 그렇게 20년 가까이 외국인 학습자들을 만나 왔다고 해요. 머리말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한글을 막 뗐을 때 밝던 학습자들의 표정이 초급 과정에 들어가자마자 금세 사라진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은/는', '이/가', '을/를'에 '-습니다', '-아요/어요'까지 한꺼번에 밀려오니 첫 문장부터 틀릴까 걱정하게 된다는 거죠. 생각해 보면 우리도 중학교 영어 시간에 딱 그랬던 거 같아요.<br>저자는 외국어를 배우는 가장 즐거운 순간을 이렇게 적어 두었어요."서툴더라도 내 말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그 말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입니다."이 문장에서는 회사 생활이 겹쳐 보이더라고요. 연차가 쌓일수록 틀리지 않을 말만 고르게 되는데, 막상 일이 굴러가는 건 어설프게라도 먼저 꺼낸 한마디 덕분일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머리말은 "이 교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로 이어지고, 실제로 책 전체가 일단 입부터 떼게 만드는 쪽으로 짜여 있어요. 저자 표현을 빌리면 "먼저 입으로 익히고, 나중에 문법으로 정리하는 방식"이고요.<br>1과에 들어가기 전에 "처음이라도 괜찮아요!"라는 코너가 먼저 나옵니다. "천천히 말해 주세요", "다시 말해 주세요", "한국어 잘 못해요" 같은 생존 표현이 동물 친구들 그림과 같이 실려 있고, 표현마다 '언제 써요?' 상자가 붙어 있어요.<br>"잠시만요" 하나에 그림이 두 장.한 장은 알파카가 손가락을 들고 기다려 달라는 장면이고, 다른 한 장은 꽉 찬 지하철에서 길을 비켜 달라는 장면이에요. 같은 말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인다는 걸 긴 설명 없이 그림으로 보여 주니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우리야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이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한테는 이런 게 제일 헷갈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그다음 장에는 택시, 한옥 앞 한복, 명동 거리, 치맥, 한강 유람선, 찜질방 양머리 수건, 편의점 1+1까지 한국 여행 사진첩 같은 그림이 쭉 붙어 있습니다. 노래방 화면에 뜬 "서비스 +10분 추가!"에서는 피식 웃음이 났어요. 그거 받으면 괜히 기분 좋은 거, 이제 외국 친구들도 알게 되겠구나 싶어서요.<br>등장하는 친구들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표지에도 나오는 호랑이가 선생님이고, 알파카 알피, 판다 판판, 기린, 무스, 독수리, 코끼리, 코기, 펭귄 같은 친구들이 과마다 돌아가며 나와요. 손에 든 국기가 저마다 달라서 다국적 반 친구들을 귀엽게 옮겨 놓은 느낌이 듭니다. 저는 기린한테 제일 정이 가더라고요. 어려우면 바로 엎드리고, 할 만하다 싶으면 금세 주먹을 쥐는 게 꼭 뭘 처음 배울 때 우리 모습 같아서요.<br>12과 제목은 "아아 주세요."예요. 솔직히 '아아'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누가 어디 아픈 줄 알았거든요. 책에는 팁 상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줄여서 '아아'라고도 해요"라고 친절하게 나와 있더군요. 외국인 학습자만큼이나 제 또래 아재들한테도 꼭 필요한 설명일지 모르겠어요.<br>만화에서는 기린이 카페라테를 시키고, 점원 코기가 "사이즈는요?", "시럽 넣어 드릴까요?" 하고 물어요. 기린의 대답은 "아니요, 시럽 빼 주세요." 건강검진 결과지가 신경 쓰이는 나이라 그런지 이 한마디가 괜히 반가웠습니다. 진동벨이 울리고 와이파이까지 묻고 나면 이번엔 무스 차례예요. 아이스 카페라테 큰 사이즈에 두유까지 야무지게 넣어 달라고 하더니 "여기 화장실 어디 있어요?" 하고 냅다 뛰어가는 마지막 컷에서 결국 크게 웃었어요. 주문, 옵션, 포장, 와이파이, 화장실까지 카페에서 입 열 일이 한 장면에 다 들어가 있는 셈이에요. 새 단어 페이지에는 메뉴와 시럽·두유·휘핑크림 같은 옵션, 진동벨과 빨대까지 그림 카드로 정리돼 있고, "먹고 갈게요"와 "가져갈게요"도 그림 두 장으로 나눠 놓았습니다.<br>13과 "치맥! 짠!"은 직장인 입장에서 반갑지 않을 수가 없는 제목이죠. 네온사인 켜진 치킨집에 독수리, 코기, 코끼리 셋이 들어가 "세 명이에요" 하는 첫 장면부터 퇴근길 풍경 그대로예요. 생맥주 있냐, 소주 있냐 묻고, 막걸리는 "아니요, 없어요"라는 답을 듣고, 치킨하고 감자튀김을 시키고, "짠! 건배!" 바로 다음 컷이 "취해요."<br>속도가 아주 한국적입니다.새 단어 페이지 아래 '문법 팁'에는 두 가지 메뉴를 같이 시킬 때 단어 뒤에 '하고'를 붙인다는 설명이 나와요. 예문이 "치킨하고 맥주 주세요.", "소주하고 파전 주세요."더라고요. 조사 하나 가르치는데 예문을 이렇게 고르니 안 외워질 수가 없겠다 싶었어요. 만화와 패턴으로 충분히 말해 본 다음에 원리를 짧게 정리해 주는 흐름이라, 머리말에서 말한 방식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이 과 만화 후반부는 분위기가 살짝 달라져요. 장면이 강가 포장마차로 넘어가고, "오늘 어때요?"라는 물음에 코끼리가 "너무 슬퍼요"라고 답합니다. 생각 풍선 속에는 다투는 듯한 코끼리 둘이 보이고요. 옆에 앉은 코기는 별말 없이 "여기 소주 하나 더 주세요!"를 외칩니다. 무슨 사연인지 만화에선 따로 말해 주지 않아요. 그냥 옆에 앉아 한 병 더 시켜 주는 것. 마음 상한 친구한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도 대개 그 정도라서, 이 몇 컷은 웃기기보다 좀 찡하더라고요.<br>20과 "도와주세요."는 분실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무스가 지하철에서 빨간 가방을 잃어버려서 안내 데스크, 분실물 센터, 경찰서까지 돌고 돌아요. 겨우 가방을 찾았나 싶었는데 "가방 안에 지갑, 우산, 물 있어요. 핸드폰 없어요." 하며 또 울상이 되더니, "핸드폰…? 핸드폰…? 여기 있어요!"<br>손에 들고 있었던 거죠.경찰관이 엄지를 척 들어 주는 마지막 컷까지 보고 나니, 폰을 손에 쥐고 폰을 찾는 건 국적 불문 만국 공통인가 봅니다.같은 과 뒤쪽 '화재 대피' 만화는 결이 완전히 달라요. "지금 불났어요! 나가요!", "비상구 저기 있어요.", "119 불러 주세요! 소방차 불러 주세요!"가 이어지고, 대피한 친구들이 "목 아파요", "머리 아파요" 하다가 구급차에 오릅니다. 팁 상자에는 지진, 태풍, 폭우, 폭염, 한파, 폭설, 실종 같은 단어와 함께 한국에서는 긴급 상황에 재난 문자가 온다는 안내, 그리고 119와 112 번호가 정리돼 있어요. 이 페이지는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읽었습니다. 우리는 재난 문자가 울리면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라도 하지만, 한국어가 서툰 사람한테는 그저 낯선 알림음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림책처럼 귀여운 교재 끝자락에 이런 내용까지 챙겨 넣은 걸 보니, 학습자를 오래 곁에서 지켜본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br>부록 "단어만 말해도 통해요!"는 "드디어 20과를 다 끝냈네요! 정말 축하해요!"로 시작해요. 그러고는 아직 말하려면 떨리냐고 묻고, 괜찮다고, 완벽한 문장이 아니어도 단어 하나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다독여 줍니다. 알파카가 "저기요… 서울역…?" 하면 경찰관이 길을 알려 주고, 판다가 손가락 두 개를 펴고 "주세요!" 하면 펭귄 점원이 "네, 김치찌개랑 불고기 두 개요?" 하고 알아들어요. 병원에서는 토끼가 머리를 짚고 "머리… 머리…."<br>그거면 된다는 거죠.머리말에서 꺼낸 자신감 이야기가 책 맨 끝에서 이렇게 다시 돌아오니, 첫 장에서 엎드렸던 기린이 떠올랐어요. &lt;Ready, Set, Korean!&gt;은 처음부터 끝까지 결국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틀려도 괜찮으니 일단 말해 보라고요.솔직히 걸렸던 건 제 쪽 사정이에요. 저는 이미 한국어를 쓰는 사람이라, 처음 배우는 학습자가 이 패턴들을 얼마나 쉽게 받아들일지는 짐작만 할 수 있거든요. 문장이 너무 당연하게 읽혀서 학습자 입장이 되어 보려면 일부러 애를 써야 했습니다. 그래도 영어 회화책 앞에서 쩔쩔매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그림 보고 단어 하나 바꿔 끼우는 이 방식이 얼마나 고마운지는 알 것 같아요. 회사에 외국인 동료가 있거나 한국어 배우는 외국 친구가 있다면 한 권 건네주고 싶어지는 책입니다.<br>판형이 크고 보통 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그림 카드와 만화가 페이지마다 큼직하게 들어가 있어서 넘기는 맛이 있고, 만화 옆 QR 코드로 같은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출판사 소개를 보면 과마다 써 봐요, 연습해요, 말해 봐요 같은 활동과 노래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lt;Ready, Set, Korean!&gt;은 교실에서 써도 좋고 혼자 따라 하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br>10월도 끝자락이고,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화요일이에요. 책 덕분에 '아아'는 확실히 배웠는데, 이 날씨엔 아무래도 "뜨거운 아메리카노 주세요"가 먼저 나올 것 같네요. 메뉴 앞에 '뜨거운'만 붙이면 된다는 것도 &lt;Ready, Set, Korean!&gt;에서 배웠으니까요. 한 주 초입부터 귀엽고 따뜻한 책을 만나서 기분 좋았습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포근한 가을 보내세요.<br>"아… 한국어 어려워"로 엎드렸던 기린이 "한국어 쉽네!"를 외치기까지,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먼저 심어 주는 한국어 첫걸음 교재<br>#ReadySetKorean #레디셋코리안 #준비시작한국어 #장인혜 #시원스쿨닷컴 #시원스쿨한국어 #한국어 #korean #한국어공부 #한국어독학 #한국어말하기 #한국어회화 #한국어입문 #한국어교재 #한국어교재추천 #한국어책추천 #LearnKorean #외국인친구 #외국인친구선물용 #북스타그램 #책추천 #서평 #신간도서 #졸라맨 #인스타툰 #책툰 #가을책추천 #BOOKULOVE<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7/85/cover150/k99213025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7851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 - [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468</link><pubDate>Wed, 28 Oct 2026 17: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46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932063&TPaperId=1759846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62/80/coveroff/k35293206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52932063&TPaperId=1759846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a><br/>하비재팬 편집부 지음, 김정규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07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전차가 모자라서 만든 사냥꾼들, &lt;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gt; 서평<br>전차가 모자란 군대는 무엇으로 전차를 막았을까요.<br>표지에 이미 답이 반쯤 나와 있습니다. 점박이 위장 무늬를 두른 납작한 차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스듬히 달려오는데, 있어야 할 포탑이 없어요. 그 자리에 긴 포신 하나가 앞으로 쭉 뻗어 있고, 승무원 둘이 해치 위에 걸터앉아 있더군요. 낮고 단단하게 생겼는데 어딘가 사냥개 같은 느낌이 듭니다. 출판사가 붙인 문구도 "적 전차를 저격하는 사냥꾼들!"이더라고요.<br>&lt;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gt;은 하비재팬 편집부가 엮고 김정규 님이 옮겨서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나온 책이에요. 제2차 세계대전 후기에 신뢰성 높은 IV호 전차를 바탕으로 만든 대전차 자주포 네 종을 다룹니다. IV호 구축전차, IV호 전차/70(V), IV호 전차/70(A), 그리고 IV호 돌격포. 약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합쳐 약 3,000량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nbsp;<br>10월 마지막 주 화요일이에요.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니 따뜻한 커피 옆에 큼직한 책 하나 펼쳐두기 좋은 계절인 거 같아요. 판형이 A4라 시원시원합니다. 두께는 보통 소설책보다 얇은 편인데, 펼치면 양면 가득 전차가 들어차서 책상 위에 한 대 세워둔 기분이 들어요.<br>사진집이라길래 사진만 쭉 이어질 줄 알았어요.<br>그런데 &lt;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gt;의 1장은 생각보다 읽는 맛이 있더라고요. 1935년 재군비에서 시작해서, 전격전을 준비하던 독일이 '전차의 적은 전차'라는 결론에 닿기까지를 차근차근 따라갑니다. I호 전차 차체에 체코제 4.7cm 대전차포를 얹은 I호 전차 구축차가 첫 시도였고, 바르바로사 작전에서 KV-I과 T-34를 만나 진격이 막힌 이야기가 뒤를 잇죠. 그때 구세주처럼 나선 게 원래 보병 지원용으로 만든 III호 돌격포였다는 대목이 재미있었어요. 전고가 1,960mm로 IV호 전차 D형보다 한참 낮아서 대전차전에서 쓸모가 컸다고 하네요. 나중에 베를린 공습으로 알케트 공장이 피해를 입자, 크루프 그루존이 IV호 전차 차체에 III호 돌격포 상부를 얹어 빈자리를 메웠다는 사연도 나옵니다. 그렇게 나온 IV호 돌격포가 모두 1,141량이라고 하고요.<br>그 대목에서 한 문장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br>"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실전에서는, 책상머리에서 계획한 대로만 진행되지 않는 법."<br>회사에서 기획서 한 번이라도 써본 사람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문장 아닐까요. 보병 지원하라고 만든 차가 정작 전차 잡는 일로 이름을 날렸다니, 계획표와 현장 사이의 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거 같아요.<br>구축전차 쪽으로 넘어가도 비슷합니다. 설계는 포마그가 맡았는데, 히틀러가 탑재할 포와 궤도 폭, 최저 지상고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지시했다고 해요. 윗분이 디테일까지 챙기면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름도 참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IV호 전차 구축차 F형'으로 양산 명령이 내려졌고, 'IV호 구축전차 F형'으로도 불리다가, L/70포를 얹은 뒤에는 히틀러가 직접 'IV호 전차 랑(V)'이라고 이름을 붙였대요. 그러고 나서 보통은 'IV호 전차/70(V)'로 불렸다고 하고요. 이름이 하도 바뀌어서 담당자는 명함을 몇 번이나 새로 찍었을까 싶더군요. 구축전차인데 굳이 '전차'라는 이름을 붙인 데는, 만들던 IV호 전차 H/J형을 이 차로 바꿔 나가겠다는 뜻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br>네 차종 가운데 마음이 제일 쓰였던 건 IV호 전차/70(A)였어요. 알케트가 개수 키트를 맡고 니벨룽겐 제작소에서 만든 차인데, '잠정 사양(Zwischenlösung)'이라고도 불렸다더군요. L/70포를 얹은 차를 빨리 늘리려고 IV호 전차 차체를 거의 그대로 가져다 쓰다 보니 차고가 70(V)보다 35cm나 높아졌다고 해요. 전선에서는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차라리 IV호 전차 J형을 만드는 쪽이 낫겠다는 보고서까지 올라왔답니다.<br>그래도 1944년 8월부터 1945년 3월까지 277량이 만들어졌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시작했는데 끝까지 현장을 지킨 셈이라, 중년 직장인 눈에는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4장 캡션 하나는 이 차를 두고, 주포를 빼면 설계가 많이 바뀌어서 "거의 다른 차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하더군요. 땜질로 출발해서 자기 모양을 갖춰 간 차라고 생각하니 괜히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어요.<br>&lt;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gt;이 제 얼굴을 보여주는 건 2장부터인 거 같아요. 독일 문스터 전차박물관에 있는 IV호 구축전차 시제차 V2를 앞, 옆, 위, 뒤에서 차례로 훑어 갑니다. 이 차가 걸어온 길도 흥미로웠어요. 프랑스에서 훈련용으로 쓰이다가 소뮈르 기갑 박물관을 거쳐 문스터로 돌아와 복원됐다고 해요. 그래서 측면에 훈련용 차량이라는 뜻의 'Schulungs-Fahrzeug'가 큼직하게 적혀 있습니다.<br>캡션은 정말 깨알 같습니다. 차체 앞쪽 예비 궤도 랙에 10개가 걸려 있는데 "좌우에 5개 정도 더 들어갈 것 같다"고 굳이 덧붙여 주고, 전조등은 '보쉬 라이트'라는 애칭에 커버에 'Bosch'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고 알려주는 식이에요. 공구 코너에서 보던 그 이름을 전차 전조등에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요. 2단식 머즐 브레이크는 앞쪽이 타원이고 뒤쪽이 원형이라는 것, 고깔 모양 기관총 포트 커버는 안에서 좌우로 돌려서 여닫는다는 것까지.<br>사진 옆에 선으로 그린 도면이 붙어 있어서, 사진에서 그림자에 묻힌 부분을 도면이 받쳐줍니다. 4장에는 70(A)를 정면, 후면, 위에서 본 도면이 크게 실려 있고 화살표마다 주석이 빼곡해요. 모형 만드시는 분들은 이 몇 장만으로도 본전 생각이 안 나실 거 같더라고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프랑스 소뮈르 기갑 박물관에 있는 IV호 전차/70(A) 사진들이었어요. 현존하는 유일한 70(A)라고 하는데, 1944년 12월 자유 프랑스군 제3 보병사단 '알제리아'가 노획해서 전후에도 프랑스군이 운용했다고 합니다. 이 차는 전투에서 입은 상처를 그대로 둔 채 보존돼 있어요. 차체 앞쪽 오른편에 포탄 세 발이 맞아서 두 발은 뚫고 들어갔고 한 발은 장갑에 박혔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용접이 떨어져 벌어진 틈으로는 안쪽의 7.5cm 포미가 들여다보이고요.<br>깔끔하게 복원된 시제차 사진을 보다가 이 대목에 오니 공기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장갑 두께와 경사각을 숫자로만 따라 읽어 왔는데, 그 숫자가 버텨야 했던 순간이 쇠에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요.<br>1945년 무렵의 흑백 사진들도 그랬습니다. 폐허가 된 마을에 선 70(A) 옆으로 민간인 두 사람이 손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사진이 있고, 민가 앞에 버려진 70(A)의 긴 포신에 빨래가 널린 사진도 있어요. 무기 사진집인데 전쟁이 끝나 가던 무렵의 일상이 사진 가장자리에 같이 찍혀 있더군요.<br>솔직히 처음엔 용어가 좀 버거웠어요. Pak 39 L/48, KwK L/70, 치메리트 코팅, 쉬르첸, 맨틀릿 같은 말이 쉬지 않고 나오거든요. 그래도 사진 바로 옆에 설명이 붙어 있어서 몇 장 넘기다 보면 눈에 익습니다. 쉬르첸을 강판에서 6mm 와이어 철망으로 바꾼 게 무게를 줄이고 펜더 사이에 끼는 먼지를 덜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사진 속 차체 옆구리부터 보게 되더라고요.<br>소장 가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슷하게 생긴 네 차종의 차이를 사진과 도면으로 하나씩 맞대 볼 수 있어서,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는 생각날 때마다 꺼내 펼쳐 보게 되는 책인 거 같습니다. 큼직한 판형 덕분에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해도 든든하고요.<br>요즘 은행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래지는 10월 끝자락입니다. &lt;독일 4호 구축전차 / 4호 돌격포 사진집&gt;을 덮고 나니 머릿속에 낮고 단단한 차체가 한 대 남은 기분이에요. 좋은 자료집 하나 들인 거 같아 마음이 넉넉합니다. 내일 출근할 때는 저도 IV호 구축전차처럼 몸을 낮추고 조용히 자리까지 진입해 보려고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가을 보내세요.<br>전차가 모자라던 시절 IV호 전차 차체로 버텨 낸 대전차 자주포 네 종을 개발 이야기, 박물관 실차 디테일, 전장 사진으로 따라가는 사진집.<br>#독일4호구축전차4호돌격포사진집 #4호구축전차 #4호돌격포 #야크트판터4 #IV호전차70 #AK커뮤니케이션즈 #하비재팬 #밀리터리사진집 #전차사진집 #구축전차 #돌격포 #2차세계대전 #전쟁사 #밀리터리책 #프라모델자료 #모형자료집 #서평 #책추천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4262/80/cover150/k35293206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262809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 - [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362</link><pubDate>Wed, 28 Oct 2026 16: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36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982&TPaperId=1759836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13/coveroff/k9221319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982&TPaperId=1759836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a><br/>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9억이 통장에 있는데 나만 모른다면? &lt;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gt; 서평<br>표지부터 좀 귀엽습니다. 하얀 바탕에 선 몇 개로 그린 인물들이 저마다 편한 자세로 있는데, 한 분은 엎드려서 턱을 괴고 책을 읽고 있고, 아래쪽 분홍 띠 위의 스님은 아예 다리를 쭉 뻗고 기대앉아 계시더라고요. 철학책 표지가 이렇게 늘어져 있어도 되나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자세가 곧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었던 거 같아요.<br>책을 펴자마자 저자가 10초만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내 계좌에 1억 엔, 우리 돈으로 9억 원쯤이 들어 있는데 정작 나는 그 사실을 모르는 모습이래요.아재 입장에선 9억이라는 숫자에서 이미 마음이 좀 흔들렸습니다만.아무도 모르는 돈에 무슨 가치가 있냐고 하면, 저자는 그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숫자일 뿐이라고 답해요. 그리고 이 책은 그 1억 엔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존재, 그러니까 당신 자신을 알아보게 하려는 책이라고 소개하죠. 첫 장부터 이렇게 훅 들어오니 다음 장을 안 넘길 수가 없더군요.<br>&lt;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gt;은 일본에서 '숟가락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는 유튜버 오사지마 마사오가 쓴 책이에요. 어려운 불경을 떠먹여 주듯 풀어줘서 숟가락인가 싶었는데, 읽어 보니 그 짐작이 영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붓다, 용수, 세친, 달마, 노자, 장자, 호넨, 신란, 렌뇨, 잇큐까지 열 명의 사상가가 차례로 나오는데요. 장 제목에 "노자와 곰돌이 푸의 닮은 삶의 태도", "달마 인형이 둥근 이유는 과도한 수행 때문이다" 같은 게 섞여 있어서 목차만 봐도 철학책 같지가 않았어요.<br>제일 특이하다고 느낀 건 장이 시작하는 방식이었어요. 사상가 소개로 바로 가지 않고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를 먼저 보여주거든요. 붓다 장은 아침 알람을 끄는 장면으로 열립니다. 상사가 보낸 "어젯밤에 준 보고서, 좀 더 알기 쉽게 만들 수 없을까?"라는 메시지 한 줄에 커피 향조차 느껴지지 않는대요. 딱히 나무라는 말도 아닌데 말이죠. 오후엔 동료의 푸념이 꼭 내 얘기 같고, 거래처 전화에는 필요 이상으로 고개를 숙이다가 수화기를 쥔 손바닥에 땀이 뱁니다. 퇴근 전철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또 쓸데없이 신경 쓰고 있네" 하고 중얼거리는 데서 장면이 끝나요.<br>남 얘기 같지가 않았습니다.그다음 이어지는 말이 괜찮았어요. 쉽게 주눅 드는 건 약해서가 아니고, 오히려 그만큼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고 주변의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힘이 있어서 마음이 반응하는 거라고 해요. 다정한 사람일수록 작은 일에도 강하게 반응하기 쉽다고도 하고요. 그러니 너무 자신을 탓하지 말고, "별거 아니야", "나중에 생각하지 뭐" 같은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 보라고 권하는데, 이 두 마디가 생각보다 쓸모 있겠다 싶더군요.<br>붓다라는 인물을 소개하는 방식도 재밌었어요. 석가족 왕국의 장남으로 태어나 돈, 지위, 명성을 다 가졌고, 학문과 무예까지 뛰어났던 사람이래요. 저자 말로는 지금으로 치면 그야말로 초엘리트였답니다. 최고의 미인이라던 야쇼다라 공주와 결혼해 자식 복까지 누렸는데, 그런 사람이 "언젠가 늙고 병들고 죽어갈 인생,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를 고민했다는 거예요. 저자는 이걸 '세계 최초의 중2병 발병'이라고 불러요.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다는 이야기에도 갓난아이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을 리는 없다고 슬쩍 덧붙이고요. 세계 4대 성인이 나랑 같은 고민을 했다고 생각하니 괜히 어깨가 좀 펴지는 느낌이었습니다.<br>맛보기로 한 대목만 옮겨 볼게요. 늘 남과 비교하고, 억지웃음을 짓고, 실력보다 잘나 보이려고 무리하는 모습들을 쭉 늘어놓은 다음에 나오는 문장이에요.<br>"이 상태에서는 없으면 없는 대로 괴롭고, 있으면 있는 대로 또 괴롭다."붓다는 이런 상태를 유무동연(有無同然)이라고 불렀대요. 우리가 바라볼 곳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상태라고 하네요. 그렇다고 깨달음의 경지까지 갈 필요는 없고, 지금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느껴진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이는데, 여기서 마음이 좀 놓였어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장자 장의 첫 장면이었어요."또 졌다."영업 실적이 나왔는데 동기 사사키가 1등이고 나는 중간보다 아래예요. 등 뒤에서 사사키 칭찬이 들리더니 "그에 비해 다른 사람들은…"까지 이어집니다. 내 이름은 안 나왔는데 왠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은 그 기분이요. 점심시간에 다른 동료가 "이 자료는 사사키 프레젠테이션에 비하면 좀 약한데" 하며 넘기는 종이가 하필 내가 만든 자료였고, 포크를 든 손이 멈춥니다. 시험 점수, 스포츠 기록, 회사 할당량까지 인생은 늘 숫자와의 싸움이었다는 고백도 나와요. 마흔 줄 후반쯤 되면 그 숫자에 실적이 붙고, 연봉이 붙고, 요즘은 건강검진 수치까지 따라붙는 거 같아요. 저자는 1등을 거머쥐어도 그 1등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새로 생긴다는 아이러니를 짚은 다음 이렇게 정리합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순간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지친다." 경쟁이 노력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거기에 휘둘려 자신을 갉아먹지는 말자고 하니,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서 좋았어요.<br>솔직히 콕 찔린 건 렌뇨 장 앞부분이었어요. 제목부터 '다정함 착취'입니다. 학교 운영위원회 회장이 "누구 이거 부탁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자 다들 시선을 떨구고, 그 침묵이 싫어서 결국 "그럼, 제가 하겠습니다"가 입에서 나와요. 운동회 담당에 바자회 준비, 소식지 편집까지 매번 그렇게 손을 들어 왔대요. 직장으로 넘어오면 "이거 해줄 사람?"이라는 말에 무작정 나서는 모습이 되고요. 그러다 나온 한 문장에 뜨끔했어요. "그렇게 주변 기대에 계속 맞추다 보면 어느새 좋은 사람이 그저 만만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회사에서 이십 년 넘게 지내다 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게 되거든요. 저자는 그 답을 렌뇨에게서 찾아보자며 장을 이어 가는데, 그 얘기는 직접 펼쳐 보시는 게 나을 거 같아요.<br>에필로그에는 결혼하면 행복하고 미혼이면 불행하다, 부자가 되면 행복하고 가난하면 불행하다 같은 '잘못된 규칙'들을 표로 정리해 둔 부분이 있어요. 저자는 연봉, 성과, 성적, 체중 같은 숫자에 휘둘리는 마음을 '숫자병'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소중하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은 부분까지 억지로 남에게 맞추거나 강박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 책의 요지예요. 그리고 이 문장이 나와요. "성인군자가 되지 않아도, 큰 부자가 되지 않아도,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br>약속에 늦은 친구를 '이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면 웃는 얼굴로 맞이할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가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조용히 옮겨간다는 얘기로 책이 마무리돼요. 거창한 깨달음보다 이런 손에 잡히는 예시로 끝나서 좋았습니다.<br>&lt;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gt;은 두께도 부담 없는 편이고, 장마다 고민 하나와 사상가 한 명씩 짝을 이루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돼요. 누가 나보다 앞서 있어서 속이 쓰린 날엔 장자 장을 펴고, 또 혼자 일을 떠안은 날엔 렌뇨 장을 펴면 될 것 같아요. 책장에 꽂아 두고 그때그때 꺼내 보기 좋은 책입니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한자 가득한 어려운 책부터 떠올리시는 분들도 &lt;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gt;은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일본에서 아마존 7개 부문 1위를 했다는데, 다들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말이 그만큼 듣고 싶었던 모양이에요.<br>시월도 끝자락이고 어느새 화요일이네요. 길가 나무들도 하나둘 잎을 내려놓는 계절인데, 저도 어깨에 들어간 힘을 조금은 빼 봐도 되겠다 싶습니다. 좋은 책 만나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하루는 너무 애쓰지 마시길요.<br>애쓰는 법만 배워 온 사람에게 열 명의 사상가가 힘 빼는 법을 알려주는, 출퇴근길에 꺼내 보기 좋은 동양철학 입문서.<br>#인생에한번은동양철학 #오사지마마사오 #박현아옮김 #딥앤와이드 #동양철학 #동양철학입문 #인문학책추천 #철학책추천 #붓다 #장자 #노자 #렌뇨 #있는그대로 #직장인책추천 #마음챙김 #비교하지않기 #신간도서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47/13/cover150/k9221319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47133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 - [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 - 물처럼 부드럽게, 산처럼 단단하게 52주간의 생각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308</link><pubDate>Wed, 28 Oct 2026 16: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830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498&TPaperId=1759830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8/78/coveroff/k9221314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498&TPaperId=1759830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 - 물처럼 부드럽게, 산처럼 단단하게 52주간의 생각 수업</a><br/>최태규 지음 / 다빈치페이지 / 2026년 10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물처럼 낮게, 산처럼 단단하게 | 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 서평<br>언뜻 보면 초록 산이 겹겹이 솟은 그림 같아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산봉우리마다 책장이 비치는데, 초록 책들을 엎어서 쌓은 거더군요. 그 꼭대기 구름 위에서 교복 입은 아이 둘이 등을 맞대고 책을 읽고 있고요. 2,500년 된 할아버지 말씀이 AI한테 뭐든 물어보는 요즘 십 대한테 정말 먹힐까. &lt;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gt;은 표지부터 그 질문에 그림으로 답을 해두고 시작하는 느낌이었습니다.<br>10월도 끝자락이에요.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고, 월요일을 넘기고 화요일쯤 되면 좀 풀릴 법도 한데 어깨는 여전히 무겁네요.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날엔 퇴근하고 유튜브 틀어놓고 졸았을 텐데, 요즘은 서평단 책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재가 됐습니다. 사람 일 모르는 거 같아요.<br>저자 최태규 선생님은 초등학교에서 2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쳐 온 분이라고 해요. 앞서 &lt;AI 시대, 십 대를 위한 논어&gt;를 펴냈고, 머리말을 보면 공자 이야기를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노자에게로 이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공자가 인간성의 회복에서 답을 구했다면 노자는 인위적인 것을 내려놓는 데서 해답을 찾았다는 설명이 짧고 깔끔해서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lt;도덕경&gt;입니다"라는 한 줄로 넘어가는 대목도 꽤 시원시원했고요.<br>머리말에서 저자는 AI에게 없고 사람에게만 있는 것으로 세 가지를 꼽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지혜, 손에 쥔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그리고 흔들릴 때 중심을 잡는 힘이에요.<br>"고전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를 가르칩니다."<br>회사 생활을 이십 년 넘게 해 보니 엑셀 함수는 검색하면 다 나오더군요. 그런데 한 소리 듣고 난 다음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는지는 어디에도 안 나와 있었어요. 그런 건 결국 사람이 오래 다듬어 온 말에 기대게 되는 거 같아요.<br>&lt;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gt;만의 재미는 인물 코너에 있는 듯합니다. 1년 52주에 맞춰 매주 사자성어 하나와 인물 한 명이 짝지어 나오는데, 이 인물들이 독자한테 직접 말을 거는 형식이거든요. 김홍도, 모차르트, 워런 버핏, 권정생, 리처드 파인먼까지 시대도 나라도 제각각이에요. 차례를 훑다 보면 '반면교사'로 들어간 인물들도 눈에 띕니다. '잡으려 하는 사람은 잃는다'는 집자실지 자리에 궁예가, '말이 많으면 자주 궁색해진다'는 다언삭궁 자리에 원균이 서 있더라고요. 배치만 봐도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짐작이 갔습니다.<br>유독 천천히 읽은 건 18주 상선약수, '가장 훌륭한 것은 물과 같다' 편이었어요.<br>"더러운 걸레를 빨 때도 걸레를 나무라지 않고 조용히 받아들이죠."<br>이어서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틈을 만나면 소리 없이 스며든다는 문장이 나와요. "시궁창에도, 진흙탕에도 물은 불평 없이 머무르죠"라는 문장에서는 좀 뜨끔했습니다. 저는 진흙탕 같은 회의에 들어가면 표정부터 먼저 나가는 사람이라서요. 장 끝에서는 지금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지 묻는데, 이 질문은 아이들보다 중년 직장인한테 먼저 날아오는 질문 같았어요.<br>그 뒤에 간디가 등장하는데, 첫마디가 "나는 사상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란다"예요. 할아버지가 손주를 앉혀 놓고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말투입니다. 소금을 직접 만들려고 바닷가까지 걸었던 일, 물레를 돌려 천을 짰던 일을 담담하게 풀어놓더라고요. 감옥에 갇히고 굶고 맞으면서도 맞서 싸우지 않았다는 대목에서는 말투가 조용한데도 쉽게 넘어가지지 않았습니다.<br>"물은 바위와 싸우지 않아. 그저 돌아 흐를 뿐이지만, 끝내 바위를 뚫는 것은 물이란다."<br>"눈에는 눈으로 맞서면 결국 온 세상의 눈이 멀게 된다."<br>아이들한테 "참아라, 부드럽게 해라" 하고 잔소리하면 한쪽 귀로 흘려듣잖아요. 그런데 역사 속 인물이 자기 목소리로 들려주면 이야기가 다르게 들어갈 것 같았어요. 교실에서 오래 아이들을 만나 본 분이라 이런 화법을 고른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br>맛보기로 하나 옮겨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새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서 오래 기다렸는데 막상 손에 넣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좋은 모델이 눈에 들어와요." 지족을 풀어주는 부분이에요. 다른 장에서는 노자가 말한 배(腹)와 눈(目)을 이야기하면서 "눈이 원하는 것은 끝이 없어요"라고 하는데, 읽다 보니 스마트폰 자리에 자동차나 아파트 평수, 동기의 직함을 넣어도 그대로 말이 되더군요. 십 대를 위한 책인데 마흔 후반 아재 마음도 정확히 건드립니다.<br>각 장 끝에는 '가족과 함께 이야기 나눠요' 코너가 있어요. 질문이 다섯 개씩 붙어 있습니다. 마지막 52주의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더라고요.<br>"지금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놓아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br>자리, 익숙한 일하는 방식, 예전에 잘했던 기억 같은 것들이 줄줄이 떠오르는 질문이었어요. 아이한테 묻기 전에 아빠가 먼저 대답을 준비해 둬야 할 것 같고요.<br>솔직히 처음엔 '~해요'체로 아이에게 말을 거는 문장이 어른 입장에서는 살짝 간지럽게 느껴졌습니다. 몇 장 넘기니 그 말투 덕분에 오히려 편하게 읽히더군요. 사자성어 네 글자도 한자부터 보면 낯설지만, 옆에 우리말 뜻이 바로 붙어 있어서 부담은 없었어요.<br>두께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노자는 5,000여 자만 남기고 함곡관을 넘어갔다는데, 그걸 풀어 쓰니 이만큼이 되네요. 노자 할아버지가 보시면 "다언삭궁이다"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한 주에 한 장씩이니 무게는 나눠 들면 됩니다.<br>소장 가치는 충분한 거 같아요. 한 번 읽고 꽂아 두는 책이 아니고 1년 내내 옆에 두고 펼치는 책이라서요. 머리말에도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마음이 끌리는 것부터 골라 시작해도 좋습니다"라고 되어 있어요. 저자는 "쉰두 개의 한자 성어 중 단 하나라도 '이게 내 좌우명이다'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더군요. 십 대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식탁에 한 권 올려 두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처럼 &lt;도덕경&gt; 이름만 알고 제대로 펼쳐 본 적 없는 어른한테도 문턱이 꽤 낮은 책입니다.<br>맺음말 제목은 '선생님, 고맙습니다'예요. 첫 번째로 고마운 선생님이 노자더라고요. 이어서 &lt;도덕경&gt;을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해 온 분들께 인사하고, 마지막엔 네 번째 책을 내기까지 곁에서 응원해 준 아내와 두 딸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가족과 함께 읽으라고 쓴 책의 끝이 가족에게 건네는 인사라서 보기 좋았어요.<br>창밖 은행잎도 하나둘 떨어지는 계절이에요. 나무도 저렇게 때 되면 내려놓는구나 싶네요. &lt;AI 시대, 십 대를 위한 도덕경&gt; 덕분에 1년을 같이 걸어갈 책이 한 권 생긴 기분이라 든든합니다. 상선약수라니까 저는 일단 커피 한 잔 줄이고 물부터 한 잔 더 마셔 보려고요. 다들 따뜻한 가을 보내세요.<br>물처럼 낮게 흐르는 법을 1년 52주에 나눠, 역사 속 인물들이 직접 들려주는 도덕경 입문서<br>#AI시대십대를위한도덕경 #도덕경 #최태규 #다빈치페이지 #노자 #청소년인문 #청소년추천도서 #동양고전 #고전읽기 #상선약수 #사자성어 #52주독서 #가족독서 #하브루타 #십대추천책 #인문교양 #서평 #책추천 #북유럽BOOKULOVE #신간도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8/78/cover150/k9221314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48783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 [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53가지 인생 지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6220</link><pubDate>Tue, 27 Oct 2026 17: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622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1172&TPaperId=175962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12/coveroff/k27213117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72131172&TPaperId=1759622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53가지 인생 지혜</a><br/>에픽테토스 지음, 강현규 엮음, 김성훈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북풍이 분다고 서풍을 불게 할 수는 없다, &lt;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gt; 서평<br>2천 년 전 철학자가 "화난 메시지는 바로 보내지 말고 잠시 두어라"라고 말했다면 믿어지시나요. 사고 싶은 게 생겼다고 곧바로 결제하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입니다. 처음엔 엮은이가 말을 너무 요즘식으로 바꾼 거 아닌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바로 그 점이 이 책을 끝까지 붙드는 재미 같더라고요. 오늘 이야기할 책은 &lt;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gt;입니다.<br>10월도 어느새 끝자락으로 가는 목요일이에요. 목요일은 주말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날이라 목요일이라는, 저 혼자 믿는 설이 있습니다. 네, 아재라서 그렇습니다.<br>표지부터 눈에 확 들어와요. 진한 벽돌색 바탕에 곱슬곱슬한 수염의 철학자 한 분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고, 그 아래에 "바꿀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마라"라는 문장이 큼직하게 박혀 있습니다. 철학자 표정이 꼭 "자네, 또 쓸데없는 데 힘 빼고 있지?" 하고 묻는 것 같아요.<br>두께는 보통 책보다 확실히 얇은 편이에요. 손에 쥐면 가볍다 싶은데 그 안에 꼭지가 53개나 들어 있습니다. 한 꼭지가 짧아서 하나씩 끊어 읽기 좋고, 이어서 읽으면 네 개의 파트가 계단처럼 이어지더라고요.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는 데서 시작해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를 지키는 법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책임을 다하는 법으로, 마지막엔 생각을 점검하고 바로 실천하는 법까지 올라갑니다.<br>&lt;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gt;만의 특이한 점은 편역자의 말에서 먼저 보였어요. 엮은이 강현규 님이 밝히기를, 이 책은 &lt;담화록&gt;을 그대로 옮긴 완역본은 아니라고 해요. 제자 아리아노스가 스승의 강의와 대화를 받아 적은 &lt;담화록&gt;을 중심축으로 삼고, 짧게 압축된 &lt;엥케이리디온&gt;과 단편은 보완 자료로 참고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 이유도 납득이 갔어요. &lt;엥케이리디온&gt;은 원칙을 파악하기엔 좋은데 왜 그 원칙이 필요한지는 많이 생략돼 있고, &lt;담화록&gt;에는 에픽테토스가 제자들과 묻고 답하며 생각을 바로잡아가던 현장이 남아 있다는 거죠.<br>그래서인지 책 전체에 질문하는 목소리가 깔려 있는 느낌이 듭니다. 편역자의 말에 나오는 두 문장이 딱 그 목소리예요.<br>"정말 그렇게 믿는가" "그렇다면 실제로도 그렇게 살고 있는가"<br>마흔 후반에 이 질문을 받으면 좀 뜨끔합니다.<br>이 책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에픽테토스 본인이에요. 꼭지마다 "나는 ~라고 말한다"로 말문을 열고, 중간쯤 가면 꼭 "당신도"라며 독자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고대 로마의 선생님이 맞은편 의자에 앉아 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는 구도라, 철학책인데도 상담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br>조연들도 꽤 나옵니다. 소리와 그림자만 보고 적이 왔다고 외치는 겁먹은 정찰병이 있고, 반대편에는 죽음과 가난을 살핀 뒤 그것들이 비겁함과 굴종보다 두려운 건 아니라고 본 디오게네스가 있어요. 사냥꾼의 깃털을 피해 달아나다 그물로 뛰어드는 사슴도 나오고, 죽음과 고통을 아이가 무서워하는 가면에 빗댄 소크라테스도 잠깐 얼굴을 비추고요. 비유가 하나같이 그림처럼 떠올라서 어려운 용어 없이도 뜻이 쑥 들어오는 편이었습니다.<br>헤라클레스에게 사자와 멧돼지가 없었다면 그 힘을 어디서 확인할 수 있었겠느냐는 물음도 좋았어요. 고난을 일부러 찾아다니라는 뜻은 아니라고 바로 덧붙이는 게 이 선생님 스타일이더군요. 그러고는 또 독자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당신도 직장이나 관계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사실을 차분히 확인하고 맡은 책임을 다하고 불필요한 분노를 줄일 수는 있다고요.<br>첫 꼭지에 나오는 배 이야기는 장면으로 남았어요. 배를 띄우려는 사람은 배와 짐을 준비하고 떠날 때를 기다릴 수는 있지만, 어떤 바람이 불지는 정할 수 없다고 하죠.<br>북풍이 분다고 원망하며 서풍을 불게 할 수는 없다.<br>직장 생활 오래 하면서 제가 가장 많이 힘을 뺀 데가 어디였나 떠올려 보면, 대부분 바람 쪽이었던 거 같아요. 윗사람 기분, 인사 결과, 남들의 평가 같은 것들요. 책에서는 시험에서 준비하고 답하는 건 당신 몫이지만 결과까지 정할 수는 없고, 관계에서 솔직하게 말하고 약속을 지킬 수는 있어도 상대 마음까지 바꿀 수는 없다고 해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라는 말도 아니더군요. 몸은 돌보고 재산은 관리하고 책임도 다하되, 그 결과까지 반드시 내 뜻대로 되라고 요구하지는 말라는 겁니다.<br>"사람들 앞에서 떨릴 때는 평가보다 내가 할 일에 집중하라"라는 꼭지에는 혼자 연주할 땐 멀쩡하던 음악가가 극장에만 서면 떨린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연주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박수와 평판 욕심까지 얹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러면서 발표나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정하라고 합니다. 첫 문장을 익히고, 핵심을 정리하고, 예상 질문에 답하는 연습을 하고, 실수하면 바로잡으면 된다고요. 철학자가 이렇게 실무적인 조언을 할 줄은 몰랐어요. 연말이 다가오면 회사마다 평가 얘기가 슬슬 나오는데, 그 시즌에 책상 앞에 붙여두고 싶은 문장도 하나 있었습니다.<br>"다만 한 번의 칭찬이나 비판을 내 능력 전체에 대한 판결처럼 받아들이지 마라. 평가는 다음 수행을 고치는 자료로 쓰면 충분하다."<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욕망을 모두 채우는 삶을 자유라고 부르지 마라"였어요. 돈을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돈 줄 사람 눈치를 보게 되고, 높은 자리를 원하면 그 자리를 줄 사람에게 매이고, 좋은 평판을 원하면 사람들 말에 흔들린다고 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이 이렇습니다.<br>"내가 원하는 것을 쥔 사람이 내 기쁨과 두려움까지 좌우하기 시작한다."<br>이 나이쯤 되면 이 말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더 높은 자리를 얻으려고 아첨하고, 옳지 않은 요구를 받아들이고, 자기 기준까지 바꾸게 된다면 무엇이 당신을 움직이고 있는지 보라는 대목에서는 회사에서 본 여러 얼굴이 스쳐 갔습니다.<br>그중엔 제 얼굴도 있었고요.<br>그래도 에픽테토스가 욕망을 없애라고 몰아붙이지는 않아요. 무엇을 욕망할지 가리라고 하죠. 정직하게 행동하고 책임을 다하고 자기 판단을 바로 세우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허락해줄 필요도 없다는 말이 은근히 든든하더라고요.<br>"말을 잘하기보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판단하라"는 꼭지는 회의실 풍경과 겹쳐 읽혔어요. "유창함을 지혜와 혼동하지 마라." 말하기 전에 왜 이 말을 하려는지 보라고 하는데, 상대에게 꼭 필요한 말인지, 아니면 내가 더 많이 안다는 걸 보여주거나 상대를 이기고 싶은 건지 돌아보라는 뜻이래요. 마이크 한번 잡으면 놓지 않는 분들이 먼저 떠오르긴 했는데, 솔직히 저도 가끔 그럽니다.<br>결론부터 정해놓고 근거만 모으는 회의 얘기도 나와요. 추론의 규칙을 다루는 꼭지인데, 진짜 은화와 가짜 은화 비유가 쉽게 들어오더라고요. "진짜는 받고 가짜는 버려라"라는 원칙만 안다고 돈을 가릴 수 있는 건 아니고, 실제로 둘을 구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원하는 결론이 나오면 근거를 쉽게 받아들이고, 마음에 안 드는 결론에는 더 까다로워지기 쉽다는 대목에선 할 말이 없었어요.<br>화가 나거나 욕망이 생길 때를 다룬 꼭지에는 이런 권유가 나옵니다. 마음에 떠오른 인상을 향해 "잠깐 기다려라. 네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겠다"라고 말해보라는 거예요. 화가 나면 지금 당장 되갚아야 속이 풀릴 것 같고, 욕망이 생기면 지금 못 얻으면 큰 걸 놓칠 것 같지만, 강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요. 분노도 반복할수록 습관이 된다는 말에 이어 "감정은 먼저 찾아올 수 있어도, 그다음 행동까지 감정에게 맡기지는 마라"는 문장까지 오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결제 버튼 앞에서도 통하는 말이라 더 반가웠고요.<br>웃음이 났던 문장도 하나 있어요. 술이나 쾌락에 쉽게 끌린다면 처음엔 그런 상황과 거리를 두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직 약한 습관을 굳이 강한 유혹 앞에 세울 필요는 없다." 2천 년 전 철학자가 이렇게까지 현실적이어도 되나 싶었어요. 같은 꼭지에서 철학 공부를 어려운 논리부터 시작하지 말고 무엇을 원하고 피할지부터 바로잡으라고 하는데, 네 파트가 왜 이 순서로 놓였는지 그제야 감이 왔습니다.<br>처음 몇 꼭지는 솔직히 살짝 혼나는 기분이었어요. &lt;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gt;는 제목부터 명령형이고, 꼭지 제목도 "~하라", "~마라"가 53번 이어지거든요. 그런데 읽어갈수록 그 말투가 꾸지람보다는 오래 알고 지낸 선배의 직언처럼 들리더라고요.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보다 이런 사람이 나이 들수록 귀해지는 법이니까요.<br>한 번 읽고 꽂아두기엔 아까운 책 같아요. 꼭지 제목만 훑어도 그날 나한테 필요한 말이 하나쯤은 걸립니다. 사람 때문에 속 끓는 날엔 모욕을 같은 방식으로 되받아치지 말라는 34번을, 발표를 앞둔 날엔 9번을 펼치면 되는 식이라 책상 한쪽에 두고 손 닿는 대로 꺼내 보기 좋겠어요.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도 부담이 없고요. 스토아철학이 처음이어도 겁먹을 필요 없는 책이라,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br>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늦가을이에요. 북풍이 분다고 서풍을 불게 할 수는 없다고 하니, 이 찬바람은 원망하지 말고 외투 한 겹 더 챙기는 걸로 대응해 보겠습니다. &lt;에픽테토스의 지혜,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gt; 덕분에 든든한 선생님 한 분 모셔온 것 같아서 마음이 꽉 찬 기분이에요. 남은 10월, 다들 바꿀 수 있는 것에 힘 쓰시면서 따뜻하게 보내세요.<br><br>북풍을 원망하는 대신 내 돛을 손보게 해주는, 2천 년 전 선생님의 53가지 직언<br>#에픽테토스의지혜 #바꿀수있는것에집중하라 #에픽테토스 #메이트북스 #강현규 #김성훈 #스토아철학 #담화록 #엥케이리디온 #철학책추천 #인문학책추천 #고전다시읽기 #직장인책추천 #중년독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가을책추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12/cover150/k2721311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2128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 - [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6197</link><pubDate>Tue, 27 Oct 2026 17:2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9619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386&TPaperId=1759619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4/14/coveroff/k19213138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92131386&TPaperId=1759619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a><br/>성우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떡볶이 한 컵으로 배우는 경제 55가지, &lt;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gt; 서평<br>같은 시간 일하는데 왜 누구는 월급이 더 많을까.<br>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푸념인데요, 이걸 청소년 경제책이 한 꼭지로 깔끔하게 풀어놓더라고요. 메이트북스에서 나온 &lt;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gt;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분명 10대를 부르고 있는데, 막상 펼쳐 보니 40대 후반 아재한테도 건넬 말이 꽤 많은 책 같아요.<br>10월 하순 목요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습니다. 한 주가 거의 끝나 가니 몸은 무거운데, 새 책 얘기할 생각을 하면 또 기분이 들뜨네요.<br>책도 가볍습니다. 보라색 표지에서 교복 입은 두 학생이 만세를 부르고 있고, 메이트북스 슬림북 시리즈라는 이름답게 보통 교양서보다 한결 얇은 편이에요. 슬림북이라길래 은근히 기대했는데 제 뱃살까지 슬림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더군요. 표지 위쪽에는 '교과서 경제개념 55가지, 60분이면 충분하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br>&lt;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gt;은 목차부터 생김새가 독특해요. (왜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을까?)에서 시작해 (AI 회사는 무료 서비스로 어떻게 돈을 벌까?)까지, 55개 꼭지 제목이 전부 물음표로 끝납니다. 질문 아래에는 '핵심 개념'이라는 표시와 함께 희소성, 기회비용, 노동권 같은 용어가 작게 달려 있고, 꼭지 끝마다 '시험에는 이렇게 나와요!!'라는 정리 상자가 기다리고 있어요. 펼친 면 하나에 개념 하나가 끝나는 구성이라 호흡이 짧고 경쾌하더라고요.<br>지은이의 말을 보면 저자는 55개 개념을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라는 기준으로 설명했다고 해요. 쉽게 쓴다고 핵심을 줄이지는 않았다는 말도 덧붙이고요. 수요와 수요량, 공급과 공급량처럼 헷갈리는 개념은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싶었다는 대목에서는, 이분이 학생들이 어디서 넘어지는지 잘 알고 있구나 싶었습니다.<br>저자 성우식은 경제학을 전공하고 주간지에서 오래 취재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일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문장이 짧고 군더더기가 별로 없어요. 한 문장에 한 가지 얘기만 담는 느낌.<br>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역시 (왜 같은 시간 일해도 월급이 다를까?)였어요. 어려운 수술을 하는 의사를 예로 들면서, 꼭 필요한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으면 월급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쉽게 배울 수 있고 하려는 사람이 많은 일은 월급이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도 이어지고요. 위험한 일을 하거나 밤에 일하거나 큰 책임을 맡으면 더 받을 수 있고, 같은 일이라도 지역이나 회사에 따라 달라진다는 데까지 나아갑니다.<br>"결국 월급은 일한 시간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br>연봉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막연하게 느끼던 걸 경제학에서는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라고 부른다네요. 그 이름을 알고 나니 서운한 마음보다는 이해하는 쪽으로 조금 기우는 거 같기도 합니다. 회사가 그 일을 할 사람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br>바로 다음 꼭지 (아르바이트할 때 어떤 권리가 있을까?)는 결이 또 달라요. 청소년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노동자이고, 나이가 어리다고 임금을 덜 주거나 위험한 일을 마음대로 시켜서는 안 된다고 또박또박 짚어 줍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근로계약서를 확인하라는 얘기가 나오고, 가게 문을 열기 전 준비나 영업이 끝난 뒤 정리도 사용자의 지시로 한 일이면 일한 시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와요. 솔직히 어른들도 흐릿하게만 알고 있는 부분 같더라고요. 폭언이나 성희롱처럼 부당한 대우를 참고 일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근무 날짜와 시간, 문자, 급여 내역을 남겨 두면 나중에 사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은 정말 현실적이었어요. 주변에 첫 알바를 앞둔 학생이 있다면 이 꼭지만큼은 펼쳐서 보여 주고 싶습니다.<br>수요량을 학교 앞 떡볶이로 풀어낸 부분도 재미있었어요.<br>"학교 앞 떡볶이가 한 컵에 4,000원일 때 민지는 일주일에 한 번 사 먹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2,000원으로 내려가자 세 번 사 먹으려 합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정도는 그대로지만 가격이 싸져 사려는 양이 늘었습니다. 이것이 수요량의 증가입니다."<br>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사려는 양만 달라졌다는 거죠. 이 설명 하나로 수요와 수요량이 깔끔하게 갈라지더군요. 교과서 그래프로만 봤다면 한참 헤맸을 내용이 떡볶이 한 컵으로 정리됩니다.<br>환율 설명도 비슷한 방식이에요.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르면 같은 1달러를 사는 데 원화가 더 필요하니까, 환율 숫자와 원화 가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겁니다. 뉴스에서 환율이 올랐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잠깐 멈칫했는데, 이제는 조금 덜 버벅일 것 같아요.<br>&lt;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gt;의 후반부는 지금 이 시대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AI는 일자리를 어떻게 바꿀까?)에서는 AI가 직업을 통째로 지우는 쪽보다 직업 안의 일부 일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노동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영수증을 입력하거나 반복되는 질문에 답하는 것처럼 규칙이 분명한 일은 자동화되기 쉽고, 돌봄이나 현장작업,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일은 사람이 맡는다고 하고요. AI를 개발하고 점검하는 일, 틀린 답이나 한쪽으로 치우친 판단을 살피는 일처럼 새로 생기는 역할도 소개합니다.<br>"하지만 변화의 이익이 모두에게 똑같이 돌아가지는 않습니다."<br>바로 뒤에 교육과 재훈련이 중요하다는 말이 붙습니다. 10대한테 하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반복 업무를 오래 해 온 우리 세대한테 더 급한 숙제 같기도 하더라고요.<br>마지막 꼭지 (AI 회사는 무료 서비스로 어떻게 돈을 벌까?)도 흥미로웠습니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주고, 더 많은 기능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한테 이용료를 받는 구조예요. 처음부터 돈을 내라고 하면 써 보지도 않을 사람이 많으니 일단 경험하게 하고, 그중 일부가 유료 이용자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핵심은 "누가 무료로 쓰고, 누가 어떤 기능에 돈을 내는지"라는데요, 기본 기능만 알뜰하게 쓰는 저는 그 회사 장부에서 '무료로 쓰는 누군가'를 맡고 있었던 셈이네요.<br>솔직하게 걸렸던 건 하나 있어요. 꼭지마다 호흡이 짧다 보니 이야기가 막 궁금해질 때쯤 '시험에는 이렇게 나와요!!' 상자가 나오고 다음 꼭지로 넘어갑니다. 월급 꼭지 같은 데서는 조금 더 머물러 있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55개를 한 권에 담으면서 지킨 리듬이라고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 상자를 볼 때마다 중간고사를 앞둔 기분이 되살아나는 건 덤이고요.<br>이 책은 한 번 읽고 덮어 두기보다 책장에 꽂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는 게 더 어울리는 거 같아요. 뉴스에 기준금리나 경상수지 같은 말이 나오면 목차에서 질문 하나 찾아 펼치면 금방 감이 잡히니까요. 중학생 자녀가 있다면 한 꼭지씩 같이 읽고 '시험에는 이렇게 나와요!!'로 서로 퀴즈를 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는 늘 멀게 느껴졌다는 어른이 기초를 다시 다지기에도 부담이 없고요.<br>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br>단풍이 하나둘 물드는 10월 끝자락,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경제 용어들이 제자리를 찾아 정리된 기분이에요. &lt;10대가 꼭 알아야 할 경제의 핵심&gt;, 이름은 10대용인데 40대 후반 아재 마음에도 쏙 들어왔습니다. 부쩍 쌀쌀해진 목요일, 다들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고 좋은 책 한 권씩 만나시길 바라요.<br>떡볶이 한 컵으로 수요량을, 알바 근로계약서로 노동권을 풀어내는 교과서 경제 55가지. 10대용이지만 월급쟁이 아재에게도 쏙 들어오는 얇은 경제책이에요.<br>#10대가꼭알아야할경제의핵심 #성우식 #메이트북스 #메이트북스슬림북 #청소년경제책 #청소년추천도서 #경제입문서 #경제개념 #중등경제 #고등경제 #교과서경제 #기회비용 #수요와공급 #노동권 #근로계약서 #플랫폼경제 #AI와일자리 #가을책추천 #서평 #BOOKULOVE<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74/14/cover150/k19213138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741478</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아름다움이라는 우연 - [아름다움이라는 우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9957</link><pubDate>Sat, 24 Oct 2026 11: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99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131876&TPaperId=175899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16/coveroff/k30213187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02131876&TPaperId=175899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름다움이라는 우연</a><br/>브라이언 워싱턴 지음, 최현영 옮김 / 더픽션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독립은 좋은 거죠" 열아홉 시간을 날아간 엄마 이야기 &lt;아름다움이라는 우연&gt; 서평<br>이 소설의 두 주인공에게는 이름이 없어요.끝까지 '어머니'와 '아들'로만 불립니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번역하신 분도 혹시 어딘가에 이름이 나오는데 놓친 건 아닐까 싶어 여러 번 되짚어 읽었다고 하더군요. 끝내 나오지 않았대요.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장을 넘길수록 이름이 없어서 오히려 어느 집 이야기로든 읽히는 구석이 생기는 거 같아요.<br>&lt;아름다움이라는 우연&gt;은 브라이언 워싱턴의 장편소설이고, 최현영 님이 옮겨서 더픽션에서 나왔습니다. 원제는 Palaver예요. 2025 LA타임스 도서상 소설 부문 수상작이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대요. 이 작가 책이 한국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니, 저처럼 이름이 낯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br>이야기는 휴스턴에 사는 어머니가 도쿄로 날아가면서 시작돼요. 아들은 도쿄에서 산 지 십 년이 넘었고, 삼 년 전부터는 어머니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두 사람은 침묵이라는 리듬을 그냥 묵인하며 지내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도쿄 시간으로 새벽 네 시에 아들의 전화가 걸려 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아들은 "모르겠어요.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라고만 해요. 어머니는 결국 가장 겁나던 질문으로 아들의 안위를 확인하고, 그 길로 비행기표를 알아봅니다.<br>휴스턴에서 로스앤젤레스와 타이베이를 거쳐 하네다까지 열아홉 시간이 걸린대요.어머니가 낼 수 있는 휴가는 12일인데, 좀 더 우겼다면 14일도 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문장이 붙어 있어요. 여기서 피식 웃었습니다. 휴가 이틀을 두고 속으로 셈해 보는 그 마음,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면 다 알잖아요.<br>도쿄에 도착한 어머니는 신오쿠보에서 길을 잃어요. 네모반듯한 회색 건물들이 다 똑같아 보이고, 아까 지나친 세븐일레븐을 또 지나칩니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고요. 그러다 길 건너 작고 푸른 건물에서 노란 'Bistro' 글씨를 발견하는데, 프랑스어도 일본어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그 글씨가 도쿄에서 본 것 중 가장 눈에 익었다고 하더군요. 아름다움과 혼돈이 한 끗 차이라는 문장도 이 근처에 있어요.<br>한 시간쯤 지나 휘청거리며 나타난 아들은 첫마디부터 퉁명스러워요. "하느님 맙소사"를 달고 사는 아들에게 어머니가 "그렇게 하느님을 찾아대니 누가 보면 네가 크리스천인 줄 알겠다." 하고 받아치는데, 말싸움으로는 어머니도 한 수 위 같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이래요.<br>"엄마는 길을 잘못 들었어요." "나는 여러 번 방향을 틀었는데 어떤 게 잘못된 길이었을까?"길을 물은 건데 대답은 인생 얘기처럼 들리는 거 같아요.아들은 깔끔한 걸 넘어서 결벽에 가까워요. 어머니가 머그잔을 조리대에 올려 두면 바로 치우고, 의자에 걸어 둔 재킷은 세탁기에 넣어 버려요. 신발 신은 채 들어오면 어머니가 슬리퍼를 신을 때까지 고개를 저으며 지켜보고요. 밤마다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보는데, 그 작은 확인이 다음 날 아침을 무사히 맞게 해 주기라도 할 것처럼요. 어머니는 땅 밑 지각판은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움직이니 그건 환상일 뿐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아들 쪽 마음도 조금 알 것 같았어요. 퇴근 전에 책상을 정리해 둬야 내일이 덜 무서운 기분, 그거 비슷한 거 아닐까요.<br>그 침대를 두고 어머니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을 세 줄로 정리해 둔 부분이 있습니다."첫 번째, 혐오. / 그다음, 수용. / 그리고 질문."그다음 질문은 이거예요. "내가 언제쯤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니?" 아들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라고 답하고, 어머니는 그 순간 아들이 가식을 떨지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 설명은 짧은데 어머니 마음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보여서 좋았어요. 이런 문장이 툭툭 나오는 게 &lt;아름다움이라는 우연&gt;의 재미인 거 같습니다.<br>어머니는 시차 적응도 금방 해요. 아침저녁으로 동네를 한 바퀴씩 돌고는 신오쿠보 끝에서 신주쿠 끝까지 다 파악했다고 큰소리를 치죠. 아들이 그냥 기웃거리는 거라고 하자 "그럼 같이 여행을 가서 누가 지치는지 한번 보자."라고 받아칩니다. 산책길 풍경 중에는 오쿠보역 옆 육교 밑 터널이 기억에 남아요. 삿포로 캔맥주를 마시며 담배 피우는 남자들 사이로 태국어, 타갈로그어, 이그보어가 들려오는데, 어머니는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그 사람들은 손을 흔들어 줘요. 번쩍거리는 관광객들 세계로 다시 나가기 전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머니에게는 거기가 가장 편안한 장소였대요.<br>낯선 말들 한가운데서 오히려 숨이 놓이는 기분이요.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비스트로 셰프인 벤과 저녁을 먹는 장면이에요. 간판도 없는 식당 앞에서 어머니가 비밀 술집이냐고 놀리니까, 벤이 문을 세 번 두드리고 암호를 말하라고 받아줘요. 그러다 아들 이야기가 나오고, 어머니가 내 잘못 같다고 털어놓자 벤이 이렇게 말합니다.<br>"잘못은 나쁜 일을 의미해요. 독립은 좋은 거죠.""당신의 역할은 그 친구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곳이 되는 거예요."라는 말도 이어져요. 마흔 후반이 되니 자식 노릇과 부모 노릇이 한꺼번에 걸리는 나이라 그런지, 착륙할 곳이라는 말이 편하게 들어오더라고요. 무언가를 해 주는 쪽보다는 그 자리에 계속 있어 주는 쪽에 더 가까운 말 같아서요.<br>일본, 프랑스, 페루 요리를 섞은 아홉 가지 코스도 줄줄이 나와요. 고추냉이를 살짝 바른 구운 가지, 매실주 잼을 올린 사워도 빵, 일본주에 넣고 끓인 송이버섯까지 메뉴만 읽어도 배가 고파집니다. 그리고 이 저녁 자리에서 책 제목이 등장해요.<br>"그 시는 아니에요. 이 하늘은 아무도 이끌고 가지 않아요. 종소리를 들을 사람도 아무도 없어요. 이 세상과 함께 있는 동시에 떨어져 있는 곳이에요. 오래전에 그 시를 읽었어요. 자메이카에 있을 때 교과서에서요." "어떻게 자메이카 교과서에 바쇼의 시가 실릴 수 있죠?" "나도 몰라요. 아마도 우연이었겠죠. 아름다움이라는 우연. 하지만 난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그리고 그게 사실인지, 바쇼가 묘사한 이곳의 석양이 정말 그런지 내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아들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벤의 말에 어머니는 마음속에 질문이 하나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해요. 이 장면에서 어머니가 누구의 엄마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웨이터 옆에 서 있던 남자에게 윙크를 날려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대목에서는 그냥 웃었습니다.<br>어머니의 기억 속에는 오빠 스테판이 자주 나와요. 자메이카에서 보낸 어린 시절, 친구 셰릴과 셰릴 곁에 나타난 얼, 그리고 얼이 어깨에 팔을 걸치자 말을 멈추던 스테판이 있어요. 스테판이 놀리듯 혀를 쏙 내밀면 어머니도 똑같이 혀를 내밀어 주던 그 순간을, 어머니는 오빠가 죽은 뒤 마음속으로 되돌아보곤 했대요.<br>"그들의 세상은 작았다. 하지만, 스테판은 그걸로 만족했다."그 세상이 오빠에게 충분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자신에게는 충분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이어지는데, 쉬운 답을 내놓지는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다른 회상 속 스테판이 "땡처리 세일입니다요. 반품 불가. 패키지 상품입니다." 하고 너스레를 떨 때, 웃기면서도 마음이 쓰였어요. 아들의 휘청이는 걸음걸이에서 어머니가 스테판을 언뜻 보는 초반 장면도 그래서 다시 떠오르고요.<br>솔직히 처음에 좀 걸렸던 건 시간이 오가는 방식이었어요. 도쿄의 저녁 식탁과 어머니의 지난 시절이 별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붙어 있어서, 몇 번은 지금이 언제인지 잠깐 헤맸습니다. 신오쿠보의 어머니처럼요. 그래도 금방 익숙해졌고, 과거의 얼에게 "셰릴 곁에 그냥 있어. 변함없이."라고 말해 주던 어머니가 현재의 벤에게서 착륙할 곳 이야기를 듣는 걸 보니 두 시간이 서로 비춰 주는 느낌도 들었어요.<br>책은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어머니는 도쿄까지 열아홉 시간을 날아갔다는데, 이 책도 손목한테는 나름 장거리 비행입니다.한국어판만의 즐거움도 있어요. 맨 앞 '한국 독자들에게'에서 작가는 돌기민 &lt;보행 연습&gt;, 한강 &lt;희랍어 시간&gt;, 박상영 &lt;대도시의 사랑법&gt;, 손원평 &lt;아몬드&gt;를 꼽으며 한국 작가들에게서 받은 영향을 털어놓아요. &lt;대도시의 사랑법&gt;은 자기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 듯한 몇 안 되는 책이라고 하더군요. 글 끝에는 언젠가 신주쿠 니초메에 있는 앨런의 작은 바에 와서 빈자리에 편히 앉아 달라는 인사가 붙어 있고요. 맨 뒤 옮긴이의 말에는 '손끝에서 시작되는 사소한 친절'이나 일기일회 같은 말로 이 소설을 풀어 주는 대목이 있어서, 앞뒤로 안내를 받으며 읽는 기분이었어요. 원색 붓질로 두 얼굴을 그린 표지까지 생각하면 &lt;아름다움이라는 우연&gt;은 책장에 꽂아 둘 맛이 나는 책입니다.<br>전화 한 통을 자꾸 미루게 되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면, 읽는 내내 그 얼굴이 겹쳐 보일 거예요.<br>10월도 끝자락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요. 소설 속 도쿄의 건조한 겨울바람이 남의 일 같지 않은 목요일입니다. 요즘 가을 타냐고 물어보시면, 저는 책 탄다고 대답하고 있어요. &lt;아름다움이라는 우연&gt;을 덮고 나니 소식 뜸했던 사람한테 안부 문자 하나 보내고 싶어지네요. 따뜻한 책 한 권 만나서 좋았습니다.<br>십여 년의 침묵을 건너온 이름 없는 어머니와 아들이 도쿄의 작은 방에서 서로에게 착륙할 자리를 더듬어 찾아가는 이야기<br>#아름다움이라는우연 #브라이언워싱턴 #최현영 #더픽션 #Palaver #LA타임스도서상 #전미도서상 #영미소설 #퀴어문학 #가족소설 #도쿄배경소설 #신오쿠보 #신주쿠 #장편소설추천 #신간소설 #소설추천 #가을책추천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2/16/cover150/k30213187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2161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 - [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 - 스토리텔러 박정호 교수의 경제 흐름 읽기 특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8778</link><pubDate>Fri, 23 Oct 2026 17: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87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1275&TPaperId=175887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7/85/coveroff/k9021312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02131275&TPaperId=175887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 - 스토리텔러 박정호 교수의 경제 흐름 읽기 특강</a><br/>박정호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09월<br/></td></tr></table><br/><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아메리카노가 미국에서 안 통하는 이유, 콩 한 알에 담긴 세계사 &lt;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gt;<br>미국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달라고 하면 잘 못 알아듣는다고 하네요. 거기선 블랙커피라고 해야 통한답니다. 우리가 카페 카운터 앞에서 제일 자주 부르는 커피 이름이 정작 미국에서 태어난 말이 아니라는 얘기예요. 이 한 대목만 봐도 이 책이 경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 가는지 감이 오는 거 같아요.<br>박정호 교수의 &lt;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gt;은 반도체, 휴대폰, 리튬, 철, 금, 구리, 석유, 자동차, 쌀, 콩, 밀, 커피까지 열두 가지 사물을 하나씩 붙잡고 세계 경제의 흐름을 따라가는 책입니다. 저자는 명지대학교 테크노아트대학원 교수이고, MBC (박정호의 손에 잡히는 경제 플러스)와 유튜브 (박정호 교수의 여의도멘션)으로 경제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 온 분이에요. 그래서인지 문장이 강의실보다는 라디오에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 이거 아시나요?" 하고 말을 거는 투라 딱딱해질 틈이 없더라고요.예전 같으면 경제 책은 제목만 보고 슬쩍 내려놨을 거예요. 요즘은 서평단 덕에 새 책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돼서 그런지 샛노란 표지부터 반갑더군요. 돋보기 하나를 가운데 두고 반도체 칩, 콩깍지, 금괴, 커피콩, 자동차 아이콘이 빙 둘러서 있는데, 10월 하순 은행잎이랑 색이 꼭 닮았습니다.<br>두께는 보통 소설책 정도라 손에 쥐어도 부담이 없어요.머리말 첫 문장이 "경제는 너무 중요한데, 이상하게 공부는 자꾸 미루게 된다."예요. 읽자마자 뜨끔했습니다. 금리 뉴스, 환율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데, 마흔 줄 후반이 되도록 그 뒷사정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싶더라고요. 잘 몰라서 무서운 마음이 "그냥 나중에 하자"로 이어진다는 저자의 말이 딱 제 얘기 같았어요.휴대폰 장은 제 또래라면 웃으면서 읽을 대목이 많을 거 같아요. 피처폰 시절 매장에 가면 삼성 것도, LG 것도, 외국 회사 것도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고르는 데 한참 걸렸잖아요. 저자는 그걸 두고 "누구에게나 결정 장애를 유발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그 표현에서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지금은 갤럭시 아니면 애플이니 세상 참 단순해졌죠.<br>그런데 그 다양한 디자인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다가 이내 끄덕여지더라고요. 저자가 피처폰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던 학교 선배에게 회사를 키워 보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이랬답니다. "모르는 소리 하지 마. 피처폰으로는 절대 돈을 벌 수가 없어." 제조사가 몇 달마다 버튼 개수와 화면 크기가 다른 새 기종을 내놓으니, 개발자는 그때마다 프로그램을 다시 고쳐서 납품해야 했다는 거예요.<br>회사 다니는 분이라면 양식 하나 바뀔 때마다 서류를 전부 다시 손봐야 하는 그 피곤함, 다들 아실 겁니다.애플은 앱을 어떻게 올리고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정책을 표준화해서 공개했다고 해요. 그 덕에 중학생도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시장이 열렸고요. 그 대가로 우리가 내준 게 디자인의 다양성이라는 설명이 재밌었습니다. 버튼 하나만 늘어도 전 세계 개발자들이 만들어 둔 걸 다 고쳐야 하니, 이제 개성은 색깔이랑 케이스로 낼 수밖에 없다는 거죠. 폰 케이스 고르는 데 그렇게들 공을 들이는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싶더라고요.같은 장 뒤쪽에는 스마트 글라스 얘기가 이어지는데요. 해외 출장에서 낯선 간판 위에 번역 자막이 겹쳐 보이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대목은 직장인한테 꽤 솔깃하게 들립니다. 애플 관계자가 했다는 말도 실려 있어요. "우리 애플은 전 세계 사람들이 손에 아이폰을 들고 다니지 않을 세상도 준비 중이다." 2013년에 나온 구글 글라스는 오래 쓰고 있으면 귀 옆이 뜨끈뜨끈해졌다는데, 10여 년 사이 그런 단점들은 거의 보완됐다고 하네요.<br>손에서 폰이 사라지는 세상이라.&lt;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gt;에서 이 책만의 맛이 제일 진하게 나는 곳은 콩 이야기인 거 같아요.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와 만주 일대라는 건 어렴풋이 들어 봤는데, 그걸 확인할 수 있는 이름이 두만강이라니요. 豆滿江, 콩이 가득 찬 강이라는 뜻이랍니다. 외국 가서 콩나물 먹는 거 본 적 있냐고 저자가 묻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없더라고요. 콩을 나물로 키워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합니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더니, 이 책은 콩 한 알로 세계사를 통째로 나눠 주는 기분이었어요.<br>러일전쟁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채소를 못 먹은 러시아 병사들이 비타민 C가 부족해 더는 싸우지 못하고 투항했는데, 정작 그 군 기지 식량 창고에는 콩이 가득했다고 해요. 콩나물로 키워 먹는 법만 알았어도 투항하는 일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는 보고서가 나왔다는 대목에서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구나 싶었습니다.콩 잉크 얘기도 반가웠어요. 예전엔 신문을 넘기다 보면 손가락이 까매지곤 했잖아요. 오일쇼크로 석유값이 뛰자 미국 신문인협회가 1987년에 콩 잉크를 내놓았고, 지금은 미국 일간지의 90~95%가 이걸 쓴다고 합니다. 손에 묻지도 않고 냄새도 좋다니 반갑더군요. 루돌프 디젤이 1900년 파리 자동차 박람회에 선보인 첫 디젤 엔진 자동차가 땅콩기름을 썼다는 것도 이 장에서 처음 알았어요.<br>그러다 숫자 하나에서 마음이 걸렸습니다.1975년만 해도 98%였던 우리 식용 콩 자급률이, 지금은 세계 10대 콩 수입국이 될 만큼 떨어졌다고 해요. 1929년 미국 농무성이 보낸 식물 탐험 원정대가 모은 콩 종자의 거의 85%가 조선 땅 근처에서 나왔고, 보고서에는 "조선에서 모은 자료와 사진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적혀 있었다는데요. 미국은 '콩의 제국'이 됐고, 원산지였던 우리는 사다 먹는 쪽이 됐습니다. 미국 곡물 회사들이 콩을 두고 "땅에서 자라는 금"이라고 부른다는 걸 보니 마음이 좀 복잡해지더라고요.커피 장 앞부분은 꼭 역사 드라마 같았어요. 1767년 영국이 타운센드법으로 종이, 유리, 차에 관세를 붙이고, 미국인들은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영국은 차 관세만 남기고, 미국인들은 네덜란드 쪽에서 차를 밀수하고. 물고 물리던 싸움은 결국 1773년 보스턴 차 사건까지 가는데, 그 뒤로 미국 아침 식탁에서 차가 밀려난 자리에 커피가 들어왔다는 흐름이 술술 읽힙니다. 관세 하나가 한 나라의 아침 음료를 바꿔 놨다는 게 요즘 국제면 기사랑 괜히 겹쳐 보였어요.<br>아메리카노라는 이름의 유래도 여기서 나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들이 본토에서 마시던 대로 커피를 연하게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에 물을 좀 타 주세요!"라고 주문했대요. 그러자 이탈리아 커피점에서는 "밖에 미국인이 왔어"라는 뜻으로 '아메리카노'라고 불렀다는 거죠. 그 커피 문화가 거꾸로 유럽에 퍼져서 지금은 유럽 사람들도 커피를 즐긴다니, 사물의 이력이라는 게 참 돌고 도는 모양이에요.다른 대목보다 한 줄씩 천천히 짚어 가며 읽은 건 이 장 끝의 불공정 무역 이야기였습니다. 농지에서 파운드당 2센트에서 10센트에 팔리는 커피가 우리 손에 올 때는 7달러까지 오른다고 해요. 생두 1파운드면 커피 45잔쯤 나오고, 한 잔에 4달러라 치면 180달러어치가 되는데, 그중 농부가 가져가는 몫은 0.056%라고 합니다.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으로서는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 숫자였어요. 저자는 커피 한 잔이 누군가를 착취해서 얻은 결실이 되지 않게 하자고 말하면서도, 공정 무역에도 생각지 못한 그늘이 있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쉬운 답을 내놓지는 않는 거 같더라고요.<br>다른 장들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요. 금의 52%가 장식품으로 쓰이고 18%가 골드바 같은 투자용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외교 협상에서 불리할 때 우리 반도체가 협상 지렛대 노릇을 한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술자리에서 꺼내면 "오, 그래?" 소리 들을 만한 이야기들이라, &lt;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gt;을 덮고 나면 누구한테든 한마디 하고 싶어지더군요.<br>머리말에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게 썼다고 하던데, 정말 그래요. 문장이 쉬워서 중고등학생 있는 집이라면 식탁 위에 두고 같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진도 장마다 넉넉하게 들어 있어서 눈이 덜 피곤합니다. 반도체 수출 규제나 곡물값 뉴스가 나올 때마다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이라 책장 손 닿는 칸에 꽂아 둘 생각이에요. &lt;세계를 뒤흔드는 12가지 사물의 경제학&gt;은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경제 공부를 미뤄 온 사람한테 이만한 첫걸음도 드물겠다 싶었습니다.<br>10월도 막바지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요. 목요일쯤 되면 한 주 피로가 슬슬 쌓이는데, 오늘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 원두가 어떤 길을 거쳐 여기까지 왔을까 떠올려 보게 되네요. 아메리카노 말고 '코리아노'로 주세요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사장님이 콩나물국을 내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책 만나서 머릿속이 한결 든든해진 가을이에요.<br>콩나물 한 접시와 아메리카노 한 잔 속에도 세계 경제가 들어 있다는 걸 알려 주는, 경제 공부를 미뤄 온 어른에게 딱 맞는 첫 경제책<br>#세계를뒤흔드는12가지사물의경제학 #박정호 #박정호교수 #초봄책방 #경제교양서 #경제입문서 #경제책추천 #사물의경제학 #세계경제 #경제흐름읽기 #반도체 #스마트글라스 #콩의제국 #아메리카노유래 #공정무역 #보스턴차사건 #책추천 #서평 #BOOKULOVE #북유러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7/85/cover150/k9021312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7852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 도서 100 - [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8754</link><pubDate>Fri, 23 Oct 2026 17: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87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131888&TPaperId=175887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36/73/coveroff/k20213188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131888&TPaperId=175887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a><br/>김진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출근길 커피값이 왜 중학생 필독서에? &lt;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gt; 서평<br>출근길 역 앞 커피는 왜 유난히 비쌀까요.직장인이라면 계산대 앞에서 한 번쯤 속으로 투덜거려 봤을 질문이죠. 그런데 이걸 중학생 독서 가이드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4부의 (경제학 콘서트) 꼭지가 바로 이 문장으로 시작하거든요. 아이들 책인 줄로만 알았는데 첫 질문부터 제 얘기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더라고요.<br>&lt;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gt;은 제목 그대로인 책입니다. 전국 중학교 추천도서 목록을 조사해서 학교에서 많이 권해 온 100권을 골라 한 권에 정리했어요. 한국 문학이 두 부로 나뉘어 있고, 거기에 세계 문학, 인문·사회, 과학·환경·AI가 더해져 모두 다섯 갈래입니다. 메이트북스 청소년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에요. 진한 분홍 바탕에 색색의 책이 탑처럼 쌓인 표지라 책상에 올려두면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올 것 같아요.<br>100권을 품었다는데 막상 들어 보면 부담스러운 두께는 아니더군요. 목록에 (다이어트 학교)가 있던데, 이 책도 거기 다녀온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이 책만의 재미는 꼭지 하나가 짜인 방식에 있는 거 같아요. 책 제목 옆에 질문이 한 줄씩 붙어 있습니다. (변신) 옆에는 "쓸모가 사라지면 사람의 가치도 사라질까", (수레바퀴 아래서) 옆에는 "남이 정한 성공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 하는 식이에요. 그 아래 국어, 도덕, 진로 같은 관련 교과가 표시되고, 줄거리와 읽을 만한 이유가 이어진 다음, 마지막 문단에서 독후감을 어느 방향으로 써 보면 좋을지 슬쩍 길을 터 줍니다. 서평단 하면서 매번 뭘 써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이 마지막 문단이 은근히 부럽더라고요.<br>지은이의 말에는 저자가 책을 고른 기준이 나와 있어요. 한때 반짝 인기를 끈 책은 뒤로 미루고 여러 학교에서 꾸준히 읽혀 온 책을 먼저 챙겼다고 합니다. 유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넣지 않았다고도 하고요. 그 가운데 이 문장이 눈에 오래 남았습니다."좋은 책은 하나의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남깁니다."그런데 그 질문들이 어른한테도 고스란히 통한다는 게 이 책의 함정 같아요.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한 줄씩 따라가며 읽게 된 건 3부 세계 문학에 실린 (변신) 꼭지였어요. 외판원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벌레 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런 몸으로 그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게 뭐냐면요.<br>회사에 지각했다는 사실.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버지의 빚을 갚고 가족을 부양해 온 그에게 일은 이미 자기 삶보다 앞에 놓여 있었다는 설명이 붙는데,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가 더는 돈을 벌지 못하게 되자 가족이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그의 방에는 필요 없는 물건이 쌓여 창고처럼 변해 간다고 해요. 한 사람이 차지하던 자리가 줄어드는 모습이 너무 담담하게 그려져 있었어요. 그래도 그레테가 바이올린을 켜자 그 소리에 끌려 방 밖으로 나오는 그레고르의 모습도 나옵니다. 겉모습이 어떻든 마음은 여전히 사람이더군요. 꼭지 끝에는 사람의 가치가 능력이나 쓸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지 자기 생각을 밝혀 보라는 독후감 방향이 붙어 있어요. 중학생에게 던진 질문인데 제가 먼저 답해 보고 싶어지는 질문이었습니다.<br>같은 3부의 (수레바퀴 아래서) 꼭지도 비슷한 결이에요. 한스 기벤라트는 아버지와 교사, 목사의 기대에 맞추느라 낚시도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줄여 가며 공부에 매달립니다. 신학교에 들어가서도 경쟁과 엄격한 규율은 이어지고, 거기서 자유로운 성격의 하일너를 만나 자기가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보게 된다고 해요. 독후감 방향은 어른들이 기대한 삶과 한스가 실제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을 따로 적어 보라는 거였어요. 그 아래 "남의 기대 때문에 원했던 일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라는 문장이 있는데, 저는 '학교생활' 자리에 '회사생활'을 넣어 읽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둔 분이라면 반대편, 그러니까 기대를 거는 쪽에 서서 읽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br>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인물이 소설 속 인물만 있는 건 아니에요. 4부 (평균의 종말) 꼭지에 나오는 토드 로즈라는 학자가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된 사람이라고 해요. 꼭지에는 미 공군이 조종사들의 평균 신체 치수에 맞춰 조종석을 설계한 사례가 나옵니다. 4,000명이 넘는 조종사를 조사했는데 10가지 치수 모두 평균 범위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br>단 한 명도요.결국 좌석과 조종 장치를 사람마다 조절할 수 있게 바꿨다고 하는데, 그 대목을 읽으니 해마다 받는 인사평가가 절로 떠오르더군요. 숫자 하나로 한 해가 정리되는 기분은 직장 다니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거예요. 저자가 평균을 아예 쓰지 말자는 입장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었어요. 집단의 흐름을 볼 때는 유용하지만, 교육이나 채용처럼 한 사람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여러 능력과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여서 더 믿음이 가더라고요.<br>처음 꺼낸 커피 이야기로 돌아가면, 꼭지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출근길 역 앞의 커피는 왜 유난히 비싸고, 슈퍼마켓은 왜 비슷한 물건을 여러 가격으로 팔까?"팀 하포드는 스타벅스 커피값을 설명할 때 원두 가격만 보지 않는다고 해요. 사람이 몰리는 좋은 자리는 귀하고 손님은 편한 위치의 커피에 돈을 더 낼 마음이 있으니, 장소 자체의 값어치가 올라간다는 거죠. 할인쿠폰과 멤버십 카드가 가격에 민감한 손님과 그렇지 않은 손님을 가려내는 장치라는 대목에서는 지갑 속 카드들을 한 번 꺼내 보고 싶어졌어요. 독후감 방향은 최근에 산 물건의 영수증을 경제학자의 자료라고 생각하고, 그 가격이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설명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제 카드 영수증을 그렇게 들여다봤다가는 경제학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반성문부터 쓰게 생겼어요.<br>솔직히 마음에 걸렸던 건 책이 아니고 저 자신이었어요. 100권 목록을 쭉 훑어보니 제목은 거의 다 귀에 익은데, 끝까지 읽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책은 생각보다 적었거든요. 중학생에게 권하는 목록 앞에서 어른이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다 지은이의 말에서 "처음부터 어렵고 두꺼운 책에 도전할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보고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br>소장 가치는 부록에서 확실히 느껴졌어요. [중학교 3년, 이렇게 읽어보세요!]라는 제목 아래, 1학년은 책 읽는 재미를 먼저 발견하는 시기, 2학년은 나에서 세상으로 관심을 넓히는 시기, 3학년은 생각의 깊이를 키우는 시기로 나눠 학년별로 읽을 책을 묶어 두었습니다. 저자는 이 순서가 책의 수준을 매긴 줄 세우기는 아니라고 미리 밝혀 두는데, 그런 배려가 좋았어요. 3학년 부분에 책이 보여 주는 관점에 다 동의할 필요는 없고, 공감하는 부분과 의문이 드는 부분을 나눠 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좋았고요.<br>그 뒤로 한 달에 한 권씩 읽는 1년 로드맵 표가 나옵니다. 3월 (완득이)로 시작해서 이듬해 2월 (침묵의 봄)으로 끝나고, 이렇게 읽으면 중학교 3년 동안 36권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지금이 마침 10월이라 10월 칸에 눈이 가는데, 거기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들어 있어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에 세계의 불평등을 읽게 짜 놓은 순서가 괜히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독후감을 길게 쓰지 않아도 되고,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문장, 새로 알게 된 사실, 읽으며 생긴 질문 중에 하나만 기록해도 충분하다는 마지막 안내도 마음 편하게 읽혔어요.<br>중학생 자녀를 둔 집이라면 학교에서 받아 온 추천도서 목록 옆에 &lt;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gt;을 같이 두면 아이와 나눌 이야깃거리가 훨씬 많아질 것 같아요. 저처럼 서평단 하면서 뒤늦게 책 읽는 재미에 빠진 어른에게는 다음에 뭘 읽을지 골라 주는 든든한 메뉴판이 되어 주더라고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br>10월도 어느새 막바지고, 주말이 코앞인 목요일입니다. 은행잎도 하나둘 노랗게 물들어 가네요. &lt;중학생이 꼭 읽어야 할 추천도서 100&gt;을 덮고 나니 읽고 싶은 책이 한꺼번에 생겨서, 올가을은 좀 길게 머물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책 만나서 든든한 마음으로 가을을 보내게 될 것 같아요.<br>중학생 독서 가이드인 줄 알고 펼쳤는데, 질문 하나하나가 마흔 넘은 직장인한테도 그대로 통하는 100권짜리 메뉴판이었어요.<br>#중학생이꼭읽어야할추천도서100 #김진형 #메이트북스 #메이트북스청소년 #중학생추천도서 #중학생필독서 #청소년추천도서 #독서가이드 #청소년도서 #중학교독서 #독후감쓰는법 #교과연계독서 #1년독서로드맵 #수행평가독서 #학부모추천도서 #가을독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36/73/cover150/k20213188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36730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 - [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 -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을 위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8718</link><pubDate>Fri, 23 Oct 2026 16: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87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1294&TPaperId=175887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3/14/coveroff/k11213129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1294&TPaperId=175887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 -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을 위하여</a><br/>왕루이 지음, 유연지 옮김 / 이든서재 / 2026년 10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퇴근 10분 전 부탁, 이제는 거절해 봅니다 &lt;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gt; 서평<br>퇴근 10분 전에 꼭 서류 들고 찾아오는 분, 어느 회사에나 한 명쯤은 계시지 않나요?이 책에 나오는 C에게도 그런 과장님이 있더라고요. 하필 퇴근 직전에만 사소한 부탁을 하는 바람에 C는 금요일에도 10분씩 늦게 나가곤 했다는데, 그 대목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10분이면 별거 아니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퇴근 직전 10분은 체감상 1시간 10분이거든요.그렇게 웃고 나면 끝에 살짝 쓴맛이 남는 책이 &lt;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gt;이에요. 10년째 심리 상담을 하며 4만 회 넘게 사람들을 만나 온 왕루이가 쓴 책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가벼운 자기계발서인가 했는데, 펼쳐 보니 생각보다 제 얘기가 많아서 몇 번이나 뜨끔했어요.<br>10월도 끝자락으로 가는 목요일이라 그런지 이 책 얘기를 꺼내기에 날이 딱 맞는 것 같아요.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이라는 생각에 몸은 벌써 반쯤 퇴근해 있는 그런 날이요.<br>책이 붙잡고 있는 단어는 '자기 소모'입니다. 하루 종일 크게 한 일도 없는데 녹초가 되는 그 상태요. 저자는 이걸 멈춰 버린 톱니바퀴에 빗대더군요. 톱니 하나만 어긋나도 기계 전체가 서 버리고 엄청난 에너지가 새 나간다는 거죠. 그러니 제일 먼저 할 일은 어디가 멈췄는지 찾아내는 거라고 합니다.뜨끔했던 건 그다음이었어요. 사람들은 답답할 때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을 풀려고 하잖아요. 저자는 그게 말라 버린 강줄기에 물을 붓는 일과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잠깐은 괜찮아도 기분 전환이 끝나면 답답함이 다시 밀려온다고요. 금요일 밤 치킨으로 한 주를 퉁쳐 온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었습니다.<br>마음은 원래 흐르는 강물 같은데, 작은 돌멩이가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흐름이 막힌다는 비유도 나와요.&lt;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gt;만의 특이한 점을 꼽자면 A, B, C 세 사람이에요. 프롤로그에 셋 다 가명이고 실제 사례를 각색했다고 밝혀 두었더군요. 이 세 사람이 1장에서 처음 얼굴을 비추고는 책 끝까지 계속 나옵니다. 장이 바뀔 때마다 "아, 그 사람이 이번엔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면서 따라가게 돼서, 심리서인데도 연재물 보는 맛이 있었어요.A는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현실의 A는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요.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내가 거의 정반대라서 늘 괴로운 거죠. 뒤에 한계를 다루는 대목에서 A가 '어떤 상황에서도 울지 않을 수 있어'라고 믿으며 자신에게는 한계가 없는 듯 여겼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데, 그 마음이 짐작이 가서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더군요.<br>B 이야기는 솔직히 좀 걸렸습니다.설거지를 누가 맡을지로 다퉜던 옛일이 문득 떠올라서 이미 잠든 배우자를 깨워 다시 따지다가 결국 냉전으로 번지는 장면이에요. 다음 날 B는 '내가 잘못한 걸까?' 싶다가도 '상대도 잘못했으니 사과하기 싫다'는 마음이 같이 올라오고, 혹시 배우자가 떠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스쳐 간다고 해요. 저자는 B의 핵심 갈등을 '사과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정리합니다. 결혼 생활 좀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 앞에서 괜히 헛기침 한 번쯤은 하게 될 것 같아요. 남 얘기로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br>C는 제가 제일 오래 붙들고 있던 인물이에요. 혼자 하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맡은 일은 협업이 필수인 사람. 저자는 C의 처지를 물고기를 억지로 뭍에 내놓고 살아가라는 것에 빗대는데, 참 정확한 비유다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환경'보다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자고 권하더라고요. 환경 탓만 하다 보면 다른 선택지를 스스로 고민해 볼 기회를 놓친다고요.<br>나이가 이쯤 되니, C가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하다가 생계 걱정에 다시 주저앉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안 나왔어요. 누가 "넌 잘될 거야"든 "아니, 힘들 거야"든 확실하게 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게 어떤 건지 너무 알 것 같아서요.저자의 답은 의외로 담백합니다.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 보라는 거예요. 미래를 그려 보는 일도 결국 지금 이 순간에 하는 행동이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은근히 위로가 되더라고요.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거절 가면: 건강하게 거절하기)였어요.처음에 말씀드린 C와 과장님 이야기가 바로 여기 나와요. 저자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상대가 권위 있는 사람이어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고 말해요. 그 선을 지켜 주는 도구가 '거절 가면'이고요. 연습은 대형, 중형, 소형, 투명형 네 단계로 나뉘는데 표로 정리되어 있어서 따라 해 보기 편하더군요.<br>C는 마침내 이렇게 말합니다."어쩌죠, 과장님. 정말 죄송한데 오늘은 안 될 것 같아요."변명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꾹 참았다'가 제일 좋았어요. 거절해 놓고 미안한 마음에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다가 결국 "그냥 제가 할게요"로 끝나는 거, 다들 한 번쯤 해 보셨잖아요. 책에도 말이 길어지기 전에 상황을 마무리하고 자리를 뜨면 실패가 줄어든다는 팁이 나와요.그 뒤로 C가 "물 좀 떠 올게요" 하고 슬쩍 피하는 장면이 있어요. 다른 동료가 그저 난처한 표정만 지었는데 과장님이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걸 보고 C가 충격을 받는 장면도 이어지고요. 거절이라는 게 거창한 대사까지 필요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br>이 장에서 제일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거였어요.'한 번의 거절은 그 순간의 행동에 그치지만, 반복해서 자신 있게 거절하다 보면 점차 자신의 태도로 자리 잡는다.'날을 세워 거절하라는 얘기도 아니에요. C는 싸늘한 표정이나 빈정대는 말투로 거절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그건 자기 방식이 아니라고 느꼈고, 차분하고 예의 있게 말하는 쪽을 골랐다고 해요. 저자는 그것도 C의 방식일 뿐이고 유머를 섞는 게 더 잘 맞는 사람도 있다고 열어 두더라고요. 정답 하나를 밀어붙이지 않는 것, 이 책의 결이 대체로 그런 것 같아요.&lt;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gt;에는 이런 배려가 곳곳에 있어요. 1장에서도 자기 소모를 일으키는 요인을 두 가지 이내로 추리라고 하면서, 자기 소모를 느끼는 사람일수록 선택 자체를 어려워하니 처음부터 한꺼번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군요. 이런 문장 하나에 마음이 좀 놓입니다.<br>후반부의 (나를 지키는 일곱 가지 태도)는 시간, 한계, 미지, 감정, 흥분, 상실감, 거리, 이렇게 일곱 가지에 나를 맡겨 보는 연습이에요. 그중 한계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한계는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이라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있는 경계라는 거예요. 어제 못 한 일을 오늘 해냈다면 그건 어제의 한계였던 셈이라고요.<br>'한계는 언제나 현재를 기준으로 경계를 긋는다.'마흔 후반쯤 되면 한계라는 말이 자꾸 체력이나 나이 쪽으로만 들리는데, 이렇게 보니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요.좋아하는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일부러 안 보고 아껴 두는 마음을 상실감과 연결 짓는 대목도 있어요. 그 부분은 직접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한테도 그런 드라마가 하나쯤 있거든요.<br>&lt;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gt;은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순서대로 읽고, 소개한 방법을 직접 연습해 보고, 다 읽은 뒤에는 약하다고 느끼는 부분으로 돌아가 반복하라고 권해요. 그걸 보면 한 번 훑고 꽂아 둘 책은 아닌 것 같아요. 표와 실전 연습이 곳곳에 있어서 책상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기 좋겠더라고요. 소장할 만하다고 봅니다.<br>저자 자신도 이 책을 쓰는 동안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아 몇 번이나 자기 소모의 늪에 빠졌다고 털어놓아요. 상담사도 그렇구나 싶어서 이상하게 반가웠어요.책 앞부분에 결국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다 읽고 나니 그 말이 처음보다 덜 막연하게 들려요.<br>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심리서가 재미있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A, B, C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그래요. 사소한 일에 하루치 기운을 다 쓰고 퇴근하는 날이 잦다면, &lt;지치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법&gt;이 꽤 든든한 말벗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br>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어요. 은행잎 떨어지는 속도만큼 마음속 돌멩이도 하나씩 걸러 내 보려고요. 거절 가면은 일단 밤마다 찾아오는 야식 앞에서부터 써 보는 걸로 하고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쪽이 한결 가벼워진 목요일입니다.<br>멈춘 톱니바퀴를 찾고 거절 가면을 써 보는 연습, A·B·C 세 사람과 함께 덜 소모하며 사는 법을 배운 책<br>#지치지않는사람들의생각법 #왕루이 #유연지 #이든서재 #심리학책 #심리실용서 #자기소모 #마음챙김 #거절하는법 #직장인책추천 #자기수용 #감정관리 #인간관계 #책추천 #서평 #북리뷰 #가을책추천 #책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3/14/cover150/k1121312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43140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 - [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 - 스타트업 발굴부터 회수까지, 비상장 실전 투자 매뉴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73</link><pubDate>Thu, 22 Oct 2026 13: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7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535805&TPaperId=175863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3/44/coveroff/893153580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1535805&TPaperId=1758637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 - 스타트업 발굴부터 회수까지, 비상장 실전 투자 매뉴얼</a><br/>장동진.한정수.김대환 지음 / 성안당 / 2026년 10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0.18%만 들어가던 문이 열린다, J커브 앞에서 읽은 &lt;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gt;<br>주식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1,400만 명쯤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중에서 비상장 주식이나 사모펀드에 제한 없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는 약 25,000명뿐이래요.<br>비율로 치면 0.18%.천 명 중에 두 명꼴이니, 생각보다 훨씬 좁은 문 같아요.10월도 어느새 하순이고,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차가워져서 겉옷을 하나 더 챙기게 되는 계절이에요. 한 주의 허리쯤인 목요일은 늘 몸이 반쯤 방전된 상태인데, 이번에 만난 책은 제목부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더라고요. &lt;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gt;. 회사엔 누구보다 먼저 출근하는데 투자 소식은 늘 제일 늦게 듣는 쪽이라, 제목에 살짝 찔렸습니다.<br>성안당에서 나온 이 책은 비상장 기업, 그러니까 아직 주식시장에 올라오지 않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흐름으로 풀어낸 실전서예요. 스타트업 빌드업 전문가와 서른다섯 곳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그리고 현직 VC 투자 총괄, 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썼습니다.<br>솔직히 처음엔 저랑은 먼 세계 얘기인 줄 알았어요.그 생각을 프롤로그가 슬쩍 흔들어 놓습니다. 2021년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쿠팡 상장 종소리가 울리던 날 얘기로 시작하거든요. 국내 서학개미들이 그날 하루에만 383억 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정작 가장 크게 웃은 건 10여 년 전 비상장 시절에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 둔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그러고는 이 문장이 나옵니다.<br>"오늘의 공모주는 어제의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이다."비상장에 투자할 생각이 없어도 공모주 청약 한 번 해 본 사람이라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얘기 같아요. 누가 어떤 가격에 먼저 들어와 있는지, 상장하고 나서 풀려나올 물량은 얼마인지도 모른 채 들어가는 게 얼마나 아슬아슬한 일인지 꽤 차분하게 설명하더라고요.<br>&lt;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gt;에서 가장 특이하다 싶었던 건 구성이에요. 투자 이론이 이어지다가 장과 장 사이마다 평범한 직장인 김민호가 첫 시드 투자부터 엑시트까지 겪는 이야기가 다섯 편 끼어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론이 현실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주인공이 펀드매니저도 재벌 2세도 아닌 그냥 직장인이라는 게 반가웠어요. 저 같은 사람도 그 자리에 앉아 볼 수 있다는 얘기로 들렸거든요.<br>1장은 비유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상장 주식이 잘 관리된 실내 낚시터라면, 비상장은 물때와 지형을 모르면 빈손으로 돌아오기 십상인 바다낚시라는 거예요. 거기다 만화 (드래곤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까지 나와요. 정보는 적고 변동성은 큰 비상장 시장을 한번 겪고 나면 상장 시장 흐름이 한결 또렷하게 보인다는 얘긴데, 손오공 보고 자란 세대로서는 이 비유 하나로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br>직장인으로서 눈이 커진 대목도 있었어요. 개인이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면 3천만 원 이하는 100%,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는 70%, 그 이상은 30%까지 소득공제가 된다는 내용이요. 과세표준이 1억 원인 근로자가 3천만 원을 투자하면 세금이 1천만 원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 예시까지 붙어 있어서, 연말정산 때마다 한숨 쉬던 입장에선 그냥 넘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위험한 시장이라는 얘기도 책이 거듭 강조합니다. 전문 VC조차 10곳에 투자하면 7~8곳은 날린다고 하니까요.<br>1장 마지막 문장이 재밌어요. 독자가 "'한번 속는다 치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이번 장의 목표다."네, 저는 제대로 넘어갔습니다.유난히 속도를 늦춰 가며 읽은 곳은 3장의 J커브 대목이에요. 창업자들은 밤낮없이 일하면서 '노력 → 성장 → 성공'이라는 곧은 직선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해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초기 하강과 데스밸리를 지나서야 폭발적 성장으로 올라가는 J자 곡선을 그린다는 거죠.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노력한 만큼 딱딱 올라가는 직선은 잘 없다는 걸 다들 알잖아요. 그래서인지 그래프 하나가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br>데스밸리 설명은 특히 현실적이었어요. 스타트업 90% 이상이 창업 5년 안에 문을 닫고, 그 대부분이 이 구간에서 무너진대요. 이 시기에 투자자가 가장 눈여겨보는 건 고객 잔존율이라는데, 사용자가 들어왔다가 그대로 빠져나가는 '새는 바구니' 구조면 마케팅비를 아무리 부어도 성장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쏙 들어오더군요. 인스타그램이 원래 버븐이라는 위치 기반 체크인 앱이었고 유튜브는 데이팅 앱으로 시작했다는 피벗 사례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br>카페나 세탁소, 치킨집 같은 장사와 스타트업을 나란히 놓은 문단도 기억에 남아요. 쿠팡은 10여 년 동안 수조 원의 누적 적자를 감수했는데, 같은 기간 치킨집 사장님은 한 달만 적자가 나도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예요. 퇴직하면 치킨집이라는 말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가는 나이라 그런지, 웃으면서 읽다가도 어딘가 서늘했습니다.<br>"J커브는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지금 이 어둠이 구조적인 것임을, 그리고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통의 이정표다."투자 얘기인데도 어쩐지 응원처럼 들렸어요.3장 중반부터는 결이 조금 달라집니다. 재무제표는 문제 있는 기업을 걸러내는 필터에 가깝고, 결국엔 사람을 봐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가거든요. 피터 틸이 창업자를 만나면 가장 먼저 던진다는 질문, "왜 당신이어야 하는가?"도 여기서 나와요.<br>이 부분은 직장인 처세서로 읽어도 될 것 같아요. 연락에 답하는 속도, 약속 시간, 자료를 준비하는 꼼꼼함 같은 습관은 일부러 꾸며 내기 어렵다면서 이런 문장을 붙입니다. "첫 미팅 약속 시간에 10분 늦게 나타나는 창업자가 대규모 기관 투자자와의 IR에서 제시간에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뜨끔하는 분들 꽤 있을 거 같아요.<br>레드 플래그 중에는 '"믿어달라"라는 말을 자주 쓰는 창업자'도 있었어요. 회의실에서 근거는 안 보여 주고 "이 분야는 제가 잘 압니다"만 되풀이하는 사람, 어느 회사에나 한 명쯤은 있잖아요. 책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신뢰는 중요하지만, 신뢰는 근거를 대신할 수 없다." 그린 플래그 쪽에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데려와 빛나게 해 주는 창업자가 있었어요. 미팅에서 팀원을 소개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에, 같이 일했던 좋은 팀장님들 얼굴이 몇 떠오르더라고요.<br>직감 얘기도 좋았어요. "숫자는 좋았는데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는 느낌을 무시하지도 말고 맹신하지도 말라고 해요. 찜찜하면 그게 어디서 오는지 찾는 질문을 더 던져 보라고요. 직감은 수많은 경험과 관찰이 무의식적으로 쌓인 결과라는데, 오래 일한 선배들이 왜 "느낌이 좀 안 좋아"라고 말하는지 이제야 설명이 되는 거 같았습니다.<br>"다들 투자하던데", "저 유명한 투자자도 들어갔다던데", "이 섹터 요즘 엄청 뜨던데".FOMO를 다룬 대목에 나오는 말들인데, 투자를 안 하는 사람도 술자리에서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하죠. &lt;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gt;은 이런 말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면 그건 투자 판단이 아니라 군중 심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라고 봐요. 그러면서 "투자에서 가장 비싼 감정은 탐욕이 아니라 FOMO다"라고 못을 박습니다. 이어서 확신은 조용하고 조급함은 시끄럽다는 구분이 나오고, 투자하기 전에 투자 이유와 리스크, 엑시트 시나리오를 한 장짜리 글로 정리해 보라는 방법도 실려 있어요. 써 보면 논리의 구멍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선명하게 보인다고 하네요.<br>솔직히 걸렸던 건 용어예요. GP, LP, LTV, CAC, 리텐션 같은 말이 연달아 나오면 처음 접하는 입장에선 속도가 확 줄어들더라고요. 다행히 용어마다 영어 원어와 풀이가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천천히 따라가면 길을 잃을 일은 없었습니다. 경제 공부를 막 시작한 분이라면 한 번에 다 외우려 하지 말고 표시해 가며 읽는 게 편할 거 같아요.<br>에필로그는 이 책에서 가장 진지한 목소리였어요. "왜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부동산에 갇힌 자본, 끊어진 세대 간 사다리 이야기를 꺼냅니다. 부동산 갭투자에 묶여 있던 수억 원이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시드가 되고, 농촌 소멸 문제를 풀려는 애그테크 창업자의 첫 투자금이 되는 장면을 그려 보이는데, 중년의 자리에서 읽으니 마음이 조금 복잡하더군요. 우리 세대가 만들어 놓은 판이 아래 세대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br>"집값보다 아이디어의 가치가 더 공정하게 인정받는 구조"라는 문장 앞에서는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br>그리고 마지막 줄. "여기에 기회가 있다. 여기에 미래가 있다."두께는 보통 경제서보다 살짝 도톰한 편인데, 한 번 읽고 덮어 둘 책은 아닌 거 같아요. 3장에 나오는 체크리스트 네 축(경영진과 팀, 시장과 타이밍, 제품과 기술, 사업 모델과 수익구조)은 비상장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상장 주식을 고를 때 옆에 펴 두기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lt;가장 먼저 투자하는 사람들&gt;은 책장에서도 손이 바로 닿는 칸에 꽂아 둘 생각입니다.<br>창밖 나무들도 하나둘 물들기 시작하는 10월 하순이네요. 제 통장 J커브는 아직 초기 하강 구간 어디쯤인 거 같지만, 데스밸리만 지나면 폭발적 성장이 온다니 일단 버텨 보렵니다. 가을 하늘처럼 머릿속이 한결 맑아진 기분이라, 이번 주 남은 날들도 든든할 거 같아요.<br>공모주 창구 앞에서 막연하던 비상장 세계를 J커브와 사람 보는 눈, FOMO를 이기는 확신으로 풀어낸, 직장인도 따라갈 수 있는 실전 투자서.<br>#가장먼저투자하는사람들 #성안당 #장동진 #한정수 #김대환 #비상장투자 #스타트업투자 #벤처투자 #J커브 #데스밸리 #FOMO #공모주 #소득공제 #투자책추천 #경제경영신간 #재테크책 #서평단 #책리뷰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73/44/cover150/893153580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73444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 - [기술창업가의 J 커브 전략 - 아이디어 검증에서 시장 확장성 확보까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61</link><pubDate>Thu, 22 Oct 2026 13: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12665&TPaperId=175863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7/68/coveroff/89586126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612665&TPaperId=175863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술창업가의 J 커브 전략 - 아이디어 검증에서 시장 확장성 확보까지</a><br/>서원겸 지음 / 청년정신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기술자에서 기업가로 가는 여섯 계단, 서원겸 &lt;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gt;<br>"5시 58분, 5시 59분… '6시 땡!'"창업 책을 펼쳤는데 이런 문장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만원 지하철에서 체력을 다 쓰고 9시쯤 컴퓨터를 켜고, 오후엔 나른해서 쇼핑몰이랑 웹툰을 몰래 보다가 시계만 쳐다보는 하루.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운동 다녀와 유튜브 보다 잠드는 데까지 그려지는데, 퇴근하면 유튜브만 틀어놓던 예전 제 평일이랑 어쩜 이렇게 닮았나 싶더라고요. 저자는 그 하루를 두고 "위의 삶은 정확히 내가 회사를 다닐 때 평일에 했던 일상이다"라고 덧붙입니다.<br>오늘 소개할 책은 서원겸 님의 &lt;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gt;이에요. 제목에 J커브가 들어가 있길래 처음엔 제 뱃살 그래프 얘긴 줄 알았는데, 그쪽은 꺾이는 구간 없이 꾸준히 올라가기만 해서 J자 축에도 못 끼는 거 같더군요. 책에서 말하는 J커브는 창업 초기에 아무리 애써도 꿈쩍 않던 그래프가, 기술과 사람, 고객, 자본,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 가파르게 솟구치는 구간을 가리킵니다. 저자는 국내에서 인공지능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AI를 연구해 온 1세대 개발자이고, 지금은 제조 AI 기업 다겸을 이끄는 대표라고 하더라고요.<br>그런데 의외였던 건 서문이었어요.저자는 처음부터 창업가가 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고백하더군요. 수능 점수에 맞춰 진학하고, 직장생활이 녹록지 않아 대학원에 갔다가, 다시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되고, 몇 번 이직하고, 박사과정에도 들어갔대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인생이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 믿었다는 대목에서는,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그림을 한 번쯤 그려봤겠다 싶었고요. 그렇게 자본도 배경도 없이 할 수 있는 건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하는 일뿐이었다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br>책을 내기까지의 사연에서도 사람 냄새가 났어요. 과거를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아서 "왜 대표가 일은 안 하고 책을 쓰고 있나?" 하는 비아냥을 들을까 봐 가명으로 낼까 고민했다는 거예요. 결국 자기 이름을 걸었다는데, 그 망설임까지 서문에 그대로 남겨둔 게 좋았습니다.<br>&lt;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gt;만의 특이한 점은 성장의 순서를 또박또박 나눠놓았다는 데 있는 거 같아요. 기술자, 1인 사업가, 창업가, 사업가, 경영자, 기업가. 프롤로그에서 이 여섯 계단을 먼저 쭉 보여주고, 단계마다 무엇부터 하고 그다음엔 뭘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풀어가는 식이에요.<br>1인 사업가 단계에서 나온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큰돈을 버는 것보다 내가 만든 기술에 누군가 돈을 지불한다는 걸 직접 겪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개발자는 "어떻게 더 좋은 기술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사업가는 "고객은 무엇에 돈을 지불하는가"를 고민한다는 구분도 나오고요. 개발과는 거리가 먼 회사원이 읽어도 뜨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공들인 결과물과 상대가 정말 원하는 것 사이의 간격은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해도 여전히 어렵거든요.<br>"기술은 경쟁력을 만들고, 영업은 매출을 만들며, 브랜딩은 기회를 만든다."&lt;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gt;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영업 장이었어요. 저자는 대표가 직접 영업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로, 초기 B2B 고객이 결국 사람을 보고 계약한다는 점을 들어요. 제품에는 하자가 있을 수 있고 회사가 중간에 없어질 수도 있으니, 고객이 기댈 수 있는 건 "이 일을 끌고 갈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거죠. 기술이 부족하고 레퍼런스가 없어도 대표의 눈빛, 태도, 진정성, 비전이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는 어떤 영업 인력도 대신 전달할 수 없다는 문장 앞에서 읽는 속도가 확 느려지더라고요.<br>같은 장에는 대기업 임원이나 부장급을 억대 연봉에 모셔 와서 영업을 통째로 맡기는 경우도 나와요. 삼성이나 LG 출신 임원이 와서 데모 버전 제품과 5개도 안 되는 거래처를 보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 거라고 하는데, 큰 조직에서 오래 일한 중년 입장에서는 웃으면서도 어딘가 씁쓸했어요. 명함 속 회사 이름이 해주던 일이 생각보다 컸다는 걸 그 자리를 떠나봐야 안다는 얘기로 읽혀서요.<br>투자 유치나 영업 자리에서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진짜 잘 되는 거 맞냐"는 말을 수없이 듣던 저자가 꺼낸 한 문장이 있어요."저희 회사 제품은 SK하이닉스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제품 납품 전 1년 넘게 SK하이닉스로부터 기술 검증 테스트를 받았습니다."<br>이 말 한마디면 상대가 바로 신뢰를 보였다고 하더군요.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이 왜 초기 기술기업에 지름길이 되는지, 이 장면 하나로 설명이 끝나는 느낌이 듭니다. 지인에게 부탁할 때는 "한 곳만", "엔지니어 한 분만"처럼 콕 집어 말하라는 팁도 있는데, 창업과 상관없이 회사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저자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제품을 소개해 줄 지인이 있을지 고민하며 전화와 카톡을 돌리고, 단 하루도 지인 영업을 쉰 적이 없다고 해요.<br>정 많은 사람에겐 조금 서늘한 대목도 있어요.코파운더 이야기입니다. 초기 멤버끼리는 가족처럼 지내며 도원결의를 하지만, 저자 주변 스타트업 가운데 창업 3~5년 차까지 코파운더가 그대로 남은 곳은 거의 보지 못했대요. 창업자와의 불화, 더 좋은 회사의 스카우트 제의, 본인 창업, 결혼 후 안정적인 직장으로의 이직, 건강 문제까지 떠나는 이유도 가지가지고요. 그래서 중간에 떠나면 대표가 액면가로 지분을 회수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꼭 넣으라고 하더군요. 평생 갈 거라는 믿음을 반드시 버리라는 말이 냉정하게 들리면서도, 사람이 오고 가는 걸 숱하게 보는 게 회사 생활이라 그런지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br>웃음이 난 대목도 있었어요. 저자의 회사는 오전 중 아무 때나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되고, 재택근무도 되고, 보고 절차는 최소한이래요.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자 주변에서 "그건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다", "그러다 회사가 개판이 된다"는 말까지 들었다는데, 정작 시행한 뒤로 스스로 그만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니 부러움 반 신기함 반이었습니다.<br>3F 장의 치과 일화도 빼놓기 아쉬워요. 3F는 family, fitness, freedom, 그러니까 관계와 건강과 자유를 말하는데요. 회사 다니던 시절 어금니가 아팠는데 토요일엔 예약이 안 잡히고 연차는 이미 다 써버려서, 점심을 굶고 치과에 갔다가 30분 늦었다는 이유로 크게 질책을 받았대요. 해명했더니 돌아온 말이 "젊은 사람이 좀 참으라"였다니, 남은 연차부터 세어보는 직장인이라면 쓴웃음이 날 수밖에 없는 장면 같아요.<br>솔직하게 걸렸던 건 창업 후의 하루를 그린 대목이었어요. 오전 10시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데까지는 마냥 부러웠는데, 6시 이후 전화를 꺼두고 밤 12시까지 실무, 다시 새벽 3시까지 공부로 이어지는 일정표를 보니 40대 후반 체력으로는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자유를 이야기하는 장인데 일하는 시간은 회사 다닐 때보다 더 길어 보이기도 하고요. 원치 않는 곳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는 삶을 수감에 빗댄 표현도 월급쟁이 귀에는 조금 세게 들렸습니다.<br>그래도 저자는 9시~18시로 출퇴근하는 분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고 그 성실한 삶을 존중한다고 먼저 밝혀두더군요. 기술창업가를 "가장 자유롭게 그러나 가장 치열하게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그 자유가 공짜로 오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같았어요. 위의 생활이 매일 똑같이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단서도 달려 있고요.<br>&lt;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gt;은 보통 소설책 정도의 두께라 손에 부담이 없고, 문장도 어렵지 않아서 술술 넘어가는 편이에요. 창업 계획이 하나도 없는 저도 읽는 내내 재미있었으니, 노트북 앞에서 밤늦게까지 코딩하며 내 기술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분이라면 훨씬 자주 손이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섯 단계가 지도처럼 정리돼 있어서 지금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궁금할 때마다 다시 펼쳐보기 좋고, 책장 손 닿는 곳에 꽂아두고 꺼내 볼 책에 가까운 거 같아요.<br>&lt;기술창업가의 J커브 전략&gt; 서문 마지막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하루하루 쌓인 기술과 경험, 고객과 사람, 그리고 실패의 기록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창업가에게 하는 말이지만,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사람한테도 그대로 통하는 얘기더군요.<br>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어요. 주 한가운데 수요일이라 몸은 무거운데, 이런 책을 한 권 만나고 나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듭니다. 창업은 아직 먼 얘기지만 제 독서량 그래프만큼은 요즘 J커브를 제대로 타는 중이에요. 떨어지는 건 낙엽이랑 머리카락 정도로만 해두고 싶네요. 좋은 책 만나서 든든한 가을 수요일이었습니다.<br>"6시 땡"을 기다리던 직장인이 기술 하나로 기업가가 되기까지, 그 순서를 솔직하게 펼쳐 보인 현실 창업 로드맵<br>#기술창업가의J커브전략 #서원겸 #청년정신 #기술창업 #J커브 #스타트업 #창업책추천 #경제경영도서 #개발자창업 #1인창업 #코파운더 #B2B영업 #오픈이노베이션 #3F #직장인독서 #가을독서 #신간도서 #책추천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7/68/cover150/89586126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87684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 - [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 - 어쩌면 당연했던 흔들림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43</link><pubDate>Thu, 22 Oct 2026 13: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4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1282&TPaperId=175863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7/87/coveroff/k0221312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1282&TPaperId=1758634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 - 어쩌면 당연했던 흔들림의 기록</a><br/>한정환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흔들리지 않는 사장님은 없었다, 한정환 &lt;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gt; 서평<br>누가 저한테 한 단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면, 아마 잠깐 머뭇거릴 거 같아요. 회사 이름이나 직함을 대면 되긴 하는데, 그게 저를 다 설명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딱 그 머뭇거림에서 출발하더라고요. "배우 한정환입니다", "셰프 한정환입니다"처럼 자기를 망설임 없이 소개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는 고백으로요.<br>&lt;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gt;는 유튜브 채널 &lt;서울 사는 남자&gt;를 운영하는 한정환 작가의 첫 책입니다. 제목에 레시피가 들어가 있어서 처음엔 요리책인 줄 알았어요. 앞치마부터 둘러야 하나 했는데, 알고 보니 앞치마 두른 사람들의 이야기더군요.저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했고, 12년째 외식업 관련 일을 하고 있대요. 주변에서는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부른다는데, 정작 본인은 흔들린 순간이 많았다고 털어놓습니다. 대학 시절엔 친구들과 미래 얘기를 할 때면 제 차례를 기다릴 만큼 목표가 선명했는데, 졸업하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벽을 만나면서 확신이 흐려졌다고요. 그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마흔 후반인 지금도 그 질문에서 자유롭다고는 말 못 하니까요.<br>부러웠던 건 직업이 아니라 그 말을 자신 있게 꺼내기까지 버텨온 시간이었다는 문장도 좋았습니다.그래서 저자는 그동안 다닌 수많은 식당 가운데 오래 기억에 남은 열두 곳의 사장님을 다시 찾아가요. 질문은 하나. 저 사람이 걸어온 길은 어땠을까.&lt;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gt;는 꼭지마다 흘러가는 방식이 재미있어요. 가게 첫인상과 음식 맛 묘사로 시작했다가, 그 맛에서 생긴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사장님 쪽으로 옮겨 가거든요. 맛집 리뷰로 들어갔다가 인터뷰로 빠져나오는 느낌이랄까요. 수백 곳을 다닌 사람이라 그런지 묘사가 눈앞에 그려지듯 생생하고, 꼭지마다 가게 사진이 실려 있어서 그 골목 앞에 서 있는 기분도 들더라고요.<br>1부 첫 꼭지 (마음을 여는 열쇠 — 덕희커피)는 맛보기로 딱이에요. 입구부터 (응답하라 1988) 촬영지 같은 곳이래요. 평상 위에 바둑판이 놓여 있고, 문 옆엔 '덕희커피'라고 쓴 나무 간판이 걸려 있고요. 다른 카페들이 깔끔한 와이셔츠라면 여기는 체크무늬 남방 같다는 비유에서 가게 분위기가 단번에 그려졌습니다. 좌석을 늘리면 매출이 오를 텐데 굳이 혼자 온 손님을 위한 공간처럼 꾸며놓은 것도 궁금증을 키우더군요.<br>저자가 주문한 건 땅콩 크림이 들어간 크림 라떼, 피넛스윙이에요. 고소한 크림 위로 크럼블이 바삭하게 씹히고, 마지막에 따라오는 에스프레소가 "해맑은 녀석들 사이로 진중함을 더하는 어른 같은 역할"을 한대요. 커피 맛 설명인데 이상하게 사람 얘기처럼 읽혔어요. 회사에서 저는 해맑은 쪽일까, 진중한 쪽일까.그다음 장면에서는 크게 웃었습니다. 같이 간 일행이 얘기하다 웃음이 터져서 커피를 창문에 뿜었는데, 사장님이 물티슈를 건네면서 이러셨대요.<br>"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손님을 단골로 만들고 그 단골을 팬으로 만드는 카페라는 저자의 말이 그대로 납득되는 한마디 같아요. 인터뷰 요청에 다음 날 온 답장도 그 사장님다웠어요. 고민이 끝났고 재밌을 것 같아서 참여해 보고 싶다며, 끝에 "일정 조율 렛츠기릿".<br>렛츠기릿이라니.2부 (어른의 사춘기 — 일이사당)은 제목부터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사춘기라는 말이 중년에게도 붙을 수 있다는 게 반갑기도 하고 조금 찔리기도 하고요. 저자가 자주 가는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 '비밀의 방앗간'이라며 알려준 곳인데, 자기만 알고 싶어서 꼭꼭 숨겨뒀던 데래요. 깊숙한 뒷골목의 작은 빵집이고, 문을 열면 진열대에 빵이 가득하고 벽에는 르 꼬르동 블루 디플로마가 걸려 있다고 합니다.<br>그 많은 빵을 사장님 혼자 다 만든대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만 문을 열어서 쉬는 날이 많은 줄 알았는데, 오히려 쉬는 날에 주로 밑 작업을 하신다고요. 쉬는 날이면 소파부터 찾는 저 같은 사람은 괜히 뜨끔했습니다.솔직히 걸렸던 부분도 하나 있어요. 이 책, 배고플 때 펼치면 곤란합니다. 크로슈는 겉이 바삭하게 부서지고 속은 부드럽게 사라지는데, 그 순간 바닐라빈 크림이 풍미를 터뜨린대요. 퀸아망은 캐러멜의 끈적한 단맛 뒤에 빵의 담백함이 따라오는 게 "진한 반찬 뒤에 먹는 흰밥" 같다고 하고요. 빵에 흰밥 비유를 붙이는 걸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음식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경력과 완성도에 비해 가격이 유난히 합리적이어서 그 열정이 쌓인 과정을 들으러 가게를 다시 찾아가는데, 거기서부터는 책으로 만나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br>3부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한 것 — 쇼니노)는 결이 조금 달라요. 용산 골목의 이탈리안 식당인데, 지인이 건넨 "거기는 입구부터 달라."라는 한마디로 소개가 시작됩니다. 저자는 그 입구를 마주하고, 어릴 때 읽은 책에서 문 하나를 열면 전혀 다른 세계로 이어지던 장면이 떠올랐다고 해요. 곳곳에 레몬이 놓여 있고, 천장의 네모난 창으로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곳이래요.<br>"삶이 팍팍하고 힘들어 굳어 있던 마음도 누그러뜨릴 만큼의 온기."이 문장엔 밑줄을 긋고 싶었어요. 종이 울리면 다 같이 잔을 드는 '살루테' 시간이나 서비스로 나온 티라미수처럼 즐거운 장면이 이어지는데, 저자는 나중에 사장님이 과거에 백혈병을 앓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작은 이탈리아는 어떤 시간을 지나 만들어진 것일까. 저자가 품은 그 질문을 읽는 저도 똑같이 품게 되더라고요.<br>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건 에필로그였습니다. 저자는 정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할 때마다 책을 찾았대요. 한 권을 읽으면 정답이 보이는 듯했고, 두 권을 읽으면 서로 다른 정답 앞에서 혼란스러웠다고요. 서평단을 하면서 이 책 저 책 만나다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어요. 여러 권을 읽고 나서야 지겹도록 듣던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말이 비로소 마음에 들어왔다는데, &lt;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gt;라는 제목이 그 말을 저자 식으로 바꾼 거구나 싶더라고요.<br>마지막엔 도종환 시인의 구절이 나와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처음엔 감성적인 구절 정도로 여겼는데 지금은 다르게 다가온다며, 저자는 이렇게 덧붙입니다.<br>'나 또한 그 꽃이었구나.'&lt;인생은 레시피대로 가지 않는다&gt;는 보통 에세이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열두 집을 돌았으니 그럴 만도 하죠. 사진이 넉넉하게 들어가 있어서,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는 마음에 남은 가게를 찾아갈 때 다시 꺼내 보게 될 책 같아요. 저자도 프롤로그에서 마음에 남는 매장이 있다면 언젠가 찾아가 보라고 권하더라고요. 사장님이 만든 음식과 공간,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이라면서요. 저는 덕희커피 피넛스윙이랑 일이사당 퀸아망이 벌써부터 궁금합니다.<br>지금 하는 일이 맞나 싶은 날이 잦은 분이라면 화려한 성공담보다 이 열두 사람의 흔들림이 훨씬 가깝게 느껴질 거 같아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남의 인생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제 얘기를 듣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 많았습니다.<br>10월도 하순이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차요. 한 주의 허리쯤인 수요일, 따뜻한 라떼 한 잔이 생각나는 날씨네요. 흔들려도 괜찮다는 말을 열두 번쯤 들은 기분이라 마음 갈무리가 좀 된 거 같습니다. 가을 타는 아재들, 이번 가을엔 이 책이랑 같이 타 보시죠.<br>&nbsp;<br>맛집 열두 곳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온 사장님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br>&nbsp;<br>#인생은레시피대로가지않는다 #한정환 #시원북스 #서울사는남자 #인생레시피 #12명의사장님 #사장님이야기 #사장님스토리 #쉐프인터뷰 #삶의전환점 #동기부여 #나만의길 #서울식당 #서울맛집 #맛집탐방 #인터뷰에세이 #에세이추천 #직장인책추천 #가을책추천 #BOOKULOVE<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7/87/cover150/k0221312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57876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 [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28</link><pubDate>Thu, 22 Oct 2026 13:1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32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1682&TPaperId=1758632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8/55/coveroff/k59213168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131682&TPaperId=1758632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a><br/>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양말 뒤집어 벗는 아재가 뜨끔했던 책, 나태주×김지수 &lt;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gt;<br>수요일은 한 주의 허리라서 그런지, 제 허리도 꼭 이날 제일 뻐근합니다.<br>이번에 만난 책은 표지부터 퍽 귀여워요. 크림색 바탕 위로 물방울 두 개가 똑, 똑 떨어지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물방울이 꽃잎이 되어 피어납니다. 그런데 제목은 &lt;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gt;예요. 비참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말랑한 파스텔 옷을 입고 있으니 고개가 살짝 갸웃해지더라고요. 띠지에 적힌 시인의 한마디를 읽고 나서야 조금 감이 왔어요.<br>"산다는 건… 말이지요. 매우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인터스텔라' 인터뷰로 이름난 김지수 기자가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매주 월요일, 공주 풀꽃문학관으로 나태주 시인을 찾아가 나눈 이야기를 엮은 책이에요. 원래 &lt;나태주의 행복수업&gt;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가을을 맞아 새 옷과 새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고 하더군요. 봄 한철의 기록이 낙엽 지는 계절에 돌아온 셈이라, 계절이 한 바퀴 빙 돌아 제자리로 오는 기분도 듭니다.<br>&lt;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gt;를 펼치면 금방 눈치채게 되는 게 하나 있어요. 묻고 답하는 인터뷰집 모양새가 아니에요. 두 사람을 '태주'와 '지수'라고 이름으로 부르면서 소설 속 인물처럼 3인칭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거든요. 여든을 바라보는 노시인을 '태주'라고 부르는 게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몇 꼭지 지나니까 그 호칭 덕분에 두 사람이 동네 단짝처럼 보이더라고요. 서문에서 작가는 이 책을 인터뷰 대화록이자 공주의 제철 여행기, 서툰 어른의 참회를 담은 동화, 시 해설서라고 소개합니다. 읽어보니 그 말이 꼭 들어맞는 느낌이었어요. 윤동주의 (새로운 길),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이형기의 (낙화) 같은 시들이 갈피마다 불쑥불쑥 피어나니까요.<br>다른 페이지보다 걸음을 늦춰 정독하듯 읽은 건 봄맞이꽃 이야기였어요. 정원 한쪽에서 작은 꽃 하나가 하루 종일 바들바들 떨고 있으니까 지수가 묻습니다. "얘는 왜 이렇게 드드드드 떨고 있어요?" 시인의 대답은 이랬어요.<br>"약하니까. 그냥 있는 게 떠는 거예요.""가여워라. 꼭 나 같다"는 지수의 혼잣말에, 시인은 "생명체가 다 떨림이니까. 떨면서 나아가는 거예요"라고 받아줍니다. 회사 다니는 사람 중에 안 떨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어요. 보고 들어가기 전에도 떨고, 인사철에도 떨고, 카드 명세서 열 때도 떨고. 그 떨림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표시로 봐주는 시선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7부에 가면 이 꽃이 다시 나와요. 혼자서는 사시나무 떨듯 하던 봄맞이꽃이 동무들과 어울려 핀 자리에서는 미동도 안 하고 새초롬했다고 하더군요.<br>같은 7부에는 지수가 열 살 소년과 다낭으로 패키지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도 실려 있어요. 45인승 버스에 옵션 관광, 쇼핑센터가 나오고, "여행비보다 비싼 양털 이불과 영양제 앞에서 홀린 듯 카드를 긁은 후" 서로의 어리석음에 안도하는 순간들도 나와요.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는데, 이 문장에서는 괜히 뜨끔했습니다.<br>"남자들은 방어적인 수줍음으로 가족을 돌봤고, 여자들은 적당히 방심하며 경계를 풀었다."가족 여행 가서 괜히 지도 앱만 들여다보며 앞장서는 아빠들 얼굴이 줄줄이 떠오르는 거 같았어요. 재미있는 건 이 패키지 이야기가 곧장 공주로 이어진다는 점이에요. 가이드 뒤를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다닐 때의 그 '수동적인 편안함'을 지수는 태주의 등 뒤에서도 똑같이 느꼈다고 하거든요. 최고의 행복 가이드라니, 이런 가이드라면 옵션 관광을 전부 신청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br>&lt;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gt; 속 태주는 영락없는 정원사입니다. 농사꾼 모자를 쓰고 전지가위를 들고, 검은 털신 신은 작은 노인이 나뭇가지 같은 손을 뻗어 인사하죠. 탱자나무 가시에 찔려봤냐는 물음에는 "찔려봤다마다. 이게 그 상처예요" 하며 짐짓 심각한 얼굴을 지어요. 열매가 맺히면 "얘는 기분 나쁘겠지만 잘 자라라고 나는 계속 가지를 잘라줘"라고도 하는데, 듣기에 따라 자식 키우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후배 챙기는 이야기 같기도 했어요.<br>여든의 사랑을 묻는 대목도 빼놓을 수 없어요. 시인 말로는 "부지런한 사랑"이래요. 아내가 목욕하라면 목욕하고 옷도 깨끗이 입고, "양말도 뒤집어서 벗지 않고. 이불 속에 식탁 아래 벗어 던지지 않고." 세상 아저씨들이 조용히 넘기고 싶은 대목이 아닐까 싶네요. 양말 뒤집어 벗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br>지수는 &lt;이어령의 마지막 수업&gt;을 쓴 사람이라 책 곳곳에 이어령 선생의 그림자가 겹쳐요. 두 어른을 나란히 놓고 쓴 문단이 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이어령은 크고 명료한 생각의 스승이었고 나태주는 웃기고 다정한 느낌의 아버지였다고 해요. 한 사람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동작이 컸고, 한 사람은 희극 배우처럼 표정이 변화무쌍했고요. 그러고는 둘 다 충청도 사람이고 유머가 풍부했고 키가 작았다는 문장이 툭 붙어요.<br>좋은 시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흘러가요."습윤이라는 게 있어요. 좋은 시에는 습기가 있고 반짝임이 있답니다." "모이스처네요. 물광 같은 건가요?" "네. 모이스처예요." "습기와 물기는 언제 생기나요?" "솔직할 때 생깁니다."지수가 나의 솔직을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을지 늘 염려된다고 하자, 시인은 "솔직은, 그런 것조차 다 포기하는 데서 와요"라고 답합니다. 물광이라는 말에 피식했다가 마지막 대답에서 오래 눈이 갔어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까지 내려놔야 솔직해질 수 있다니, 체면 챙기며 사는 중년한테는 제일 어려운 숙제 같더라고요.<br>시인이 어린 시절 외할머니에게 들었다는 말도 마음에 남습니다. "너는 머리가 좋은 애가 아니야. 열심히 노력하니까 그만큼 하는 거란다." 듣기 좋은 칭찬 대신 건넨 이 한마디가 평생의 지침이 됐다고 해요. 무식한 양반이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있었다는 회고까지 읽고 나니, 어른의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을 얼마나 오래 붙들어 주는지 생각하게 됩니다.<br>솔직히 처음엔 마음에 걸린 문장도 있었어요. 글 쓰는 일과 정원 일 중에 뭐가 더 힘드냐는 질문에, 시인은 둘 다 정직한 육체노동이라며 이렇게 말해요. "인생, 편하게 가려고 하지 마라. 절대로 안 편할 테니까. 오히려 '인생, 절대 안 편하다'고 생각하면 인생이 더 편해집니다." 매일 조금이라도 덜 힘든 길을 찾느라 머리 굴리는 직장인으로서는 처음에 이 말이 좀 야속하게 들렸어요.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의외로 숨통이 트이는 구석이 있더군요. 기대를 내려놓으면 실망할 일도 줄어드니까요.<br>책 끝에는 나태주 시인이 직접 쓴 글 '흘러서 바다에 닿거라'가 실려 있어요. 첫 문장이 "겨우 1장을 읽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먼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예요. 젊은 날의 자신을 "주목받지 못한 변두리 인간"이라고 부르고, 서울 사람에 기자에 이어령 선생의 대담자라 처음엔 조금 긴장했다는 고백도 숨기지 않습니다. 그러다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알아주는 "지음"이 되었다고 해요. 서문에서 지수가 건넨 인사에 시인이 맨 끝에서 답장을 보내는 모양새라, 책 한 권이 편지 한 통을 주고받은 것처럼 느껴졌어요.<br>친구란 내 슬픔을 대신 지고 가주는 사람이다.&lt;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gt;는 보통 에세이보다 살짝 도톰한 편인데, 손에 쥐면 생각보다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아요. 꼭지가 짧게 나뉘어 있어서 아무 데나 펼쳐 한 편씩 읽기도 편하고요. "흔들려야 안 무너져요", "미워하지 마, 또 볼 사람이니까" 같은 꼭지 제목만 훑어봐도 위로가 되니, 기운 빠지는 날 목차만 넘겨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새로 입은 표지도 고와서 책장 앞쪽에 세워두고 싶어집니다.<br>어느새 10월도 하순이네요. 책 속 태주는 구절초와 마가렛이 다 비슷해 보인다는 지수에게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니야. 구절초는 가을에 피고 마가렛은 여름에 피어요"라고 알려줘요. 지금이 딱 구절초 필 무렵이라, 길가에 핀 들국화도 한번 쪼그려 앉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더라고요.<br>제일 지치는 수요일인데도 마음 한구석이 한결 말랑해졌습니다. 비참한 일이야 내일도 있겠지만, 이 아재도 떨면서 명랑하게 나아가 보렵니다. 좋은 어른 한 분 뵙고 온 것 같아서 참 좋았어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가을 보내세요.<br>떨어도 괜찮다고,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게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풀꽃 시인과 지친 서울 어른의 봄 한철 우정 기록<br>#비참을알고도명랑하게 #나태주 #김지수 #열림원 #인터뷰에세이 #나태주의행복수업 #풀꽃시인 #인터스텔라 #풀꽃문학관 #공주여행 #이어령의마지막수업 #에세이추천 #가을책추천 #위로가되는책 #중년에세이 #직장인책추천 #책스타그램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18/55/cover150/k59213168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18555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 - [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 - 맛에 진심인 야마마사 고야마엔의 30가지 레시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091</link><pubDate>Thu, 22 Oct 2026 10: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8609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62131281&TPaperId=1758609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7/68/coveroff/k66213128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62131281&TPaperId=1758609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 - 맛에 진심인 야마마사 고야마엔의 30가지 레시피</a><br/>고야마 마사요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시원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br>셰이커 소년이 400년 차 가문의 이사가 되어 쓴 레시피 &lt;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gt;<br>어릴 때 집에 있던 칵테일 셰이커를 매일같이 흔들던 소년이 있었대요. 목욕하고 나오면 그린티 가루를 한 스푼 듬뿍 떠 넣고 우유를 부은 다음, 바텐더 흉내를 내며 흔들어 마시는 게 삶의 큰 즐거움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소년이 자라서 400년째 교토 우지에서 차를 만들어 온 집안의 이사가 됐습니다. &lt;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gt;는 그 사람이 쓴 레시피북이에요.<br>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든 수요일이라 그런지, 한 주의 허리쯤 오면 커피 말고 다른 따뜻한 게 당기는 날이 있잖아요. 이 책 덕분에 커피만 마시던 아재가 차로 갈아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말고 마시는 차요.<br>저자 고야마 마사요시는 제다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는데도 어릴 때 다도 영재교육을 받은 건 아니었다고 해요. 말차를 정식으로 격불해서 마시는 대신 셰이커를 흔들던 쪽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말차는 비싸고 문턱이 높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이 남다르게 들리더라고요. 대학원을 마치고 영업과 마케팅 기획 일을 하다가 브랜드 컨설팅 회사로 옮겼고, 그 뒤에 가업에 합류했다는 이력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남의 회사 밥을 먹어본 사람이라 그런지 말투가 엄한 장인보다는 친절한 선배에 가까운 느낌이에요.<br>맛이 우선.이 책 전체를 꿰뚫는 말은 결국 이 하나인 거 같아요.시작하며에 나오는 설명이 재미있었습니다. 말차는 오븐에 구우면 특유의 풍미와 색이 날아가 버리는 섬세한 재료라서, 향을 지키면서 수분을 충분히 더하는 게 맛을 살리는 길이라고 하더군요. 이 대목에서 '아, 그래서 드링크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저자는 '베이킹보다 간단하게 10분 내에 완성할 것'을 염두에 뒀다고 하는데, 레시피마다 그 약속이 지켜집니다. (말차 안닌도후 밀크)는 컵에 안닌도후를 담고 말차 라테를 붓는 두 단계가 전부더라고요. 시판 와라비모찌, 시판 안닌도후, 시판 바나나 칩이 당당하게 재료 목록에 올라 있는 것도 반가웠어요. 정통 차 가문의 이사님이 "마트에서 사 오셔도 괜찮아요" 하고 어깨를 두드려 주는 기분이랄까요.<br>아이스크림, 탄산수, 콘플레이크, 크림치즈.맛보기로 하나 소개하면 (말차 소금 바닐라 아포가토)가 있어요. 컵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100g을 담고 소금을 뿌린 다음, 다진 견과류를 올리고 농차 소스를 끼얹으면 끝입니다. 원 포인트 어드바이스에 "소금이 맛을 내는 결정적인 한 수이니 뿌리는 것을 잊지 말자!"라고 느낌표까지 붙여 놓은 걸 보고 피식 웃었어요. 사진에서는 진한 초록 소스가 아이스크림 위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그 옆에 "말차의 감칠맛을 이끌어 내는 소금이 결정적인 한 수"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단짠은 알아도 쌉쌀한 말차에 짠맛과 단맛이 한꺼번에 얹히면 어떤 맛일지 자꾸 상상하게 되더군요.<br>(말차 허니 진저 스쿼시)에 붙은 조언도 마음에 들었어요. 말차와 섞이면 탄산이 다소 약해져서 탄산수를 잘 못 마시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는 거예요. 나이 들면서 톡 쏘는 음료를 슬슬 멀리하게 된 사람한테는 꽤 다정한 한 줄 같았습니다. 라임이나 유자를 곁들여도 좋다고 하고요. (말차 줄렙 소다)는 말차 얼음을 컵에 넣고 탄산수를 흘리듯 부어서 천천히 녹여 마시는 메뉴인데, 사진만 봐도 저녁에 맥주 대신 한 잔 해도 괜찮겠다 싶은 모양새예요.(말차 와라비모찌 시루코)는 사진이 거의 카페 메뉴판 수준이더라고요. 컵 가장자리를 따라 농차 소스를 부으면 마블 무늬가 생긴다고 하는데, 하얀 우유 사이로 초록 줄기가 흘러내리고 맨 위에 팥앙금이 소복하게 올라가 있어요. 와라비모찌나 시루코처럼 낯선 이름에는 옮긴이 주석이 짧게 붙어 있어서, 일본 디저트를 잘 모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겠더군요.<br>솔직히 와라비모찌나 안닌도후는 동네 마트에서 바로 집을 수 있을지 잠깐 고민이 되긴 했습니다. 그래도 (말차 바나나 셰이크)처럼 바나나, 우유, 바닐라 아이스크림, 콘플레이크면 되는 메뉴도 많으니 그런 것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싶어요. 바나나에 레몬즙을 조금 바르면 컵 안쪽에 잘 붙고 갈변도 막을 수 있다는 팁처럼, 해 본 사람만 아는 디테일이 군데군데 숨어 있습니다.유독 천천히 읽게 된 건 칼럼 02 '집에서 차를 볶다'였어요. 호지차는 번차나 경차 같은 녹차를 볶은 차이고, 볶는 과정에서 떫은맛이 누그러지면서 향긋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살짝 볶는 것이 전부이므로 집에 있는 프라이팬으로도 충분합니다."라는 문장 하나로 문턱이 확 낮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코나베야키, 이가야키, 프라이팬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 사진도 있고, 볶기 전부터 약배전, 중배전, 강배전까지 네 접시를 늘어놓은 사진에서는 초록 찻잎이 짙은 갈색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와요. 다 볶은 차는 끓는 물에 30초에서 40초 정도만 짧게 우리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br><br>그 칼럼에서 한 문장이 남았습니다. "오래되었거나 습기를 먹은 찻잎도 다시 볶아주면 마지막까지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지혜라는데, 한물간 것 같아도 한 번 볶아 주면 다시 향이 난다는 말이 이 나이에는 남 얘기 같지 않더라고요.책 끝부분에는 야마마사 고야마엔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에도시대 초기부터 우지에서 차밭을 운영하면서 재배부터 말차 제조까지 직접 하는 몇 안 되는 제다 도매상이라고 합니다. 새싹을 3~4주 동안 가려서 키우고, 찻잎을 쪄서 산화를 막는다는 설명이 이어지는데, 산화시키면 홍차나 우롱차가 된다는 대목에서는 '같은 잎이었구나' 싶어 신기했어요. 극소수만을 위한 비싼 말차만 다루지도 않고, 수요에 휩쓸려 싼 말차를 대량으로 만들지도 않는다는 사명 이야기를 읽고 나니 앞에서 본 레시피들이 다르게 보이더군요. 좋은 재료를 집에서 편하게 즐기라는 마음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져 있었던 거죠.<br>호지차 파트로 넘어가면 계절이 바뀝니다. (호지차 시나몬 라테)는 표지처럼 짙은 체크 천 위에 놓인 사진이 정말 이맘때 분위기예요. "볶은 향미와 시나몬이 자아내는 최고의 콤비네이션"이라는 문구가 딱 들어맞는 모습입니다. (호지차 치즈티)에는 "겨울 메뉴의 새 얼굴"이라는 말이 붙어 있고, 크림치즈는 산미가 적은 걸 쓰라는 조언과 바나나 칩을 치즈폼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는 귀여운 팁까지 들어 있어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10월 하순에 보기에 이만큼 반가운 페이지도 없는 거 같습니다.<br>판형이 시원하고 사진이 큼직해서 넘기는 재미가 있어요. 두께는 얇은 편이라 부엌 한쪽에 세워 두고 꺼내 보기 좋겠더군요. &lt;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gt;는 레시피마다 원 포인트 어드바이스가 붙어 있어서, 한 번 만들고 끝나는 책보다는 옆에 두고 계속 펼치게 될 책 같아요. 말차 음료라고 하면 라테밖에 몰랐던 저 같은 사람한테는 메뉴판이 갑자기 서른 줄로 늘어난 기분이었습니다.<br>시작하며 첫 줄이 "말차를 더 자유롭고, 즐겁고, 맛있게 즐기자!"였는데, 다 보고 나니 그 말이 책 전체를 요약한 문장이었구나 싶어요. &lt;누구나 10분, 홈메이드 말차 드링크&gt; 읽는 내내 즐거웠고, 우지의 차 가문 셰이커 소년 덕분에 저도 셰이커 하나 장만할 핑계가 생겼습니다.<br>찬 바람이 슬슬 옷깃을 파고드는 수요일이네요. 바나나 셰이크부터 시작해서 호지차 시나몬 라테까지 하나씩 따라 해 볼 생각을 하니 벌써 신이 납니다. 오늘 저녁은 차 한 잔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해 볼게요. 이름부터 차분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br>400년 차 가문의 셰이커 소년이 부엌으로 건네는, 붓고 올리면 끝나는 10분짜리 말차 한 잔.<br>#누구나10분홈메이드말차드링크 #고야마마사요시 #양수현 #시원북스 #야마마사고야마엔 #말차 #말차드링크 #말차레시피 #홈메이드말차 #말차배우기 #말차책추천 #말차라테 #교토말차 #호텔식말차 #호지차 #호지차레시피 #호지차라테 #홈카페 #홈카페음료 #레시피북 #북스타그램 #책추천 #서평 #신간도서 #졸라맨 #인스타툰 #책툰 #가을책추천]]></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57/68/cover150/k66213128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576873</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