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감튀 (감튀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https://blog.naver.com/flying2025</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7 Oct 2026 10:48:02 +0900</lastBuildDate><image><title>감튀</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16633265_639195638375550925.png</url><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감튀</description></image><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903</link><pubDate>Tue, 06 Oct 2026 2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90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1578&TPaperId=1755790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19/10/coveroff/k582131578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82131578&TPaperId=1755790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a><br/>체탄 바갓 지음, 이선미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세 얼간이 원작자가 알려 주는 코끼리 먹는 법 | 체탄 바갓 &lt;세상은 공평하지 않다&gt; 서평<br>배고픈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배달 앱 화면을 노려보고 있어요. 주문은 30분째 감감무소식이고, 앱 속 작은 오토바이 아이콘은 1km 떨어진 곳에서 꼼짝도 안 하고, 기사에게 건 전화는 두 번 다 통화 중입니다. 이 사람이 영화 (세 얼간이)의 원작자라니, 첫 장면부터 웃음이 나더라고요.<br>자기계발서 첫 장면치고는 꽤 배고픈 출발이죠.<br>&lt;세상은 공평하지 않다&gt;는 체탄 바갓이 자기 삶을 밑천 삼아 쓴 자전적 자기계발서예요. 부제가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11가지 법칙'인데 코끼리 먹는 얘기까지 나온다길래, 처음엔 대식가를 위한 다이어트 책인가 했네요. 10월 첫 화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해져서 따끈한 게 당기는 요즘이잖아요. 제목은 차가워도 책 속은 김 나는 커리 냄새로 가득해서 계절이랑 은근히 잘 맞는 거 같아요.<br>형식부터 좀 특이합니다. 저자가 혼자 칠판 앞에 서서 강의하는 게 아니라, 배달 기사 비라즈 슈클라와 밥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흘러가거든요. 출판사 소개를 보니 비라즈는 저자의 옛 모습을 일부 담은 가공의 인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소설가가 쓴 &lt;세상은 공평하지 않다&gt;답게 규칙들이 장면 속에 녹아 있어서 교과서 넘기는 기분은 별로 안 들었어요.<br>책은 2014년 뭄바이 반드라 거리에서 시작해요. 영화 (투 스테이츠)가 극장에 걸려 있고,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엔 그의 책이 줄지어 있고, 차기작 신문 광고비로만 2,000만 루피(옮긴이 주석으로 우리 돈 약 3억 2천만 원)를 쓰던 시절이에요. 그런데 정작 그 정점에서는 어떻게 거기까지 왔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놓더군요. 어린 시절은 괴로웠고, 자란 시골도 딱히 도움이 되는 곳은 아니었다고 하고요. 10년이 지나 쉰 살 가까이 돼서야 겨우 삶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는데, 여기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정신없이 달리다 돌아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설명이 잘 안 되는 건 사십 대 후반 직장인도 비슷하거든요.<br>그러고는 대뜸 이렇게 못을 박아요."세상은 도움을 베풀기 위해 다정한 시선으로 우리를 따스하게 보듬어 주는 곳이 아니다."학교에서 배운 것, 밥상머리에서 들은 것과 어른이 돼서 마주하는 세상은 다르다는 얘기예요. 매정하고 거칠다는 말까지 덧붙이고요.드디어 벨이 울립니다. 문 앞에는 2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청년이 옆구리 살이 삐져나올 만큼 작은 빨간 조마토 티셔츠를 입고 땀범벅이 된 채 서 있어요. 저자는 그 앞에서 "3일 동안 굶고 나서야 사과를 발견한 석기 시대 원시인"처럼 음식을 낚아채는데, 이 비유에서 소리 내서 웃었네요. 그런데 청년이 저자의 두 손을 맞잡고 배달 후기는 제발 나쁘게 남기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는 순간, 웃음이 쏙 들어가더라고요.<br>펑크가 났다는 오토바이, 두 번 다 통화 중이던 전화, 자기 발끝만 내려다보는 눈.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그다음 식탁이에요. 30분 뒤에 화상 미팅이 잡혀 있는데도 저자는 비라즈를 집 안으로 들이고, 접시와 숟가락을 꺼내 라즈마 커리와 쌀밥을 덜어 줍니다. 한자리에 앉기를 한참 머뭇거리던 비라즈가 겨우 앉아서 꺼낸 말이 "절 이렇게 대접해 준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입니다"였어요. 저자의 대답은 짧아요. "괜찮아요. 식사 시간이 외롭지 않아서 저도 좋네요." 대단한 명언도 아닌데 저는 이 두 줄이 참 좋았습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될 때가 있잖아요.<br>밥상에서 나오는 비라즈의 사정은 녹록지 않아요. 역사학 석사까지 마친 스물일곱 살 청년인데, 8년을 만난 여자 친구 아르피타가 다른 사람에게 떠났다고 합니다. 한 달 수입이 1만 8,000루피인데 뭄바이에서는 슬럼가 방 한 칸 월세만 8,000루피라서, 다음 월급날까지 남는 게 없다고 하고요. 인스타그램에서 본 새 남자 친구는 BMW를 몬다는데, 비라즈는 "제 직업도 변변치 않으니, 좋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저도 잘 알아요"라고 말해요. 삶의 의미까지 놓아 버린 듯한 말이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읽는 쪽도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br>비라즈의 하루 중에 자꾸 마음이 쓰이는 장면이 있어요. 퇴근 시간 꽉 막힌 길을 10km, 40분 동안 달려 빤 두 개를 배달했더니 손님이 문 앞에서 5초 만에 먹어 치웠다는 얘기요. 빤은 빈랑 잎에 곡물이며 과일, 향신료를 싸서 씹어 먹는 인도 길거리 음식이라고 옮긴이 주석이 알려 주더군요. 공들인 일이 몇 초 만에 소비되고 끝나는 허무함은 직장인이라면 다들 한 번쯤 겪어 보셨을 거 같아요.<br>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순서가 좋았습니다. 배달 기사라는 직업엔 잘못이 없고, 떳떳하게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일이라고 먼저 말해 준 다음에야 이렇게 묻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이겁니다. 당신은 이 직업으로 충분한가요?" &lt;세상은 공평하지 않다&gt;라는 제목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이 가는 질문이었어요.<br>중반의 '큰 꿈은 한 입씩' 장에는 저자 본인 얘기가 제일 진하게 담긴 거 같아요. 학창 시절 학교 잡지에 글을 쓰긴 했지만 작가로서 잠재력이 있다고 말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대요. 홍콩의 은행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고 하고요. "나는 기계 공학 전공에 MBA 소지자일 뿐인걸. 은행원일 뿐이라고." 이름표만 바꾸면 우리 회사 탕비실에서도 충분히 들릴 법한 혼잣말이에요.<br>저자의 처방은 코끼리 먹기입니다. 코끼리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서 한 번에 한 조각씩, 오랜 시간 동안" 먹는다는 거죠. 하루 한 페이지면 1년이면 한 권이라는 계산으로 출발했다가, 투자 은행 일이 바빠 그마저 버거우니까 주말엔 하루 두 페이지, 평일엔 사흘만 한 페이지씩 쓰는 걸로 계획을 고쳐요. 초본에만 2년이 걸렸고, 출판사에서는 단칼에 거절당했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썼대요. 3년 동안 코끼리를 여러 마리 먹고 나서야 데뷔작 &lt;세 얼간이&gt;가 세상에 나왔다고 하더라고요.<br>저는 계획을 고쳤다는 부분이 특히 반가웠어요. 바쁜 날엔 쉬어 가도 무너지지 않게 판을 다시 짠 거니까요. "나는 천재도 아니고 비범한 재능도 없다"는 고백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입에서 나오니 오히려 믿음이 갔고요. 방 청소를 했다고, 시장에서 토마토를 3kg나 사 왔다고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대목도 웃긴데 뼈가 있었습니다.그 와중에 크게 웃은 장면이 하나 있어요. 저자가 코끼리 먹는 법을 한참 설명하는 동안 비라즈는 아랫입술을 깨문 채 먼 데를 보고 있고, 그사이 저자 그릇의 오트밀은 한 톨도 안 남았거든요.<br>"제 이야기, 제대로 들으셨죠?"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네? 말을 하시지 그랬어요. 저랑 같이 먹으면 됐는데요. 마침 냉장고에 음식이 더 있는데, 갖다 드릴까요?" "아뇨, 그게 아니에요. 저는 사실 코끼리를 먹어 본 적이 없거든요. 염소나 토끼도요."비유를 곧이곧대로 알아들은 비라즈도, 빈 그릇 앞에서 냉장고부터 챙기는 작가도 둘 다 정겹더군요.웃음 뒤에 비라즈가 꺼내는 고백은 좀 아파요. 학교에선 평범한 학생이었고, 자기를 좋아해 주는 아르피타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었대요. 친구가 철도청 공무원 시험을 같이 준비하자고 했을 때도 거절했다고 합니다. 어려워 보였고, 스스로 평범하다고 여겼고, 아르피타와 보낼 시간이 줄어드는 게 싫었다고요. 그 친구는 합격했는데 자기는 시험장에 가 본 적도 없다면서 "돌이켜보니 참 부끄럽네요"라고 말해요. 그 앞에서 저자가 건넨 문장이 마음에 콕 박히더라고요. "누구도 당신의 행복의 원천이 되어 줄 순 없어요. 그 사람들에게 공정한 처사가 아니거든요."<br>그때 해 볼걸 싶은 시험장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나 싶어요. 저자는 그런 비라즈에게 "먹어야 할 코끼리는 또 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조급해하지 말라고, 그건 비라즈 씨만 아는 거라고 덧붙입니다. 이 장 끝에서는 비라즈가 오히려 저자를 따뜻하게 안아 주고, "이 수업이 당신만큼이나 저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말도 나와요. 가르치는 쪽도 이 밥상에서 뭔가를 받고 있었던 모양이에요.<br>"오늘의 주제가 코끼리였다면, 내일 주제는 바퀴벌레입니다." 어안이 벙벙한 비라즈만큼이나 저도 다음 장이 궁금해졌어요.'사람을 남겨라' 장의 병아리콩 통조림 이야기는 직장인이라면 무릎을 칠 만해요. 골드만삭스 시절 저자는 '독사 T'라고 부르는 최악의 상사를 만나 원하던 업무에서 밀려나고, 승진에서도 두 번이나 떨어졌대요. 당장 그만두고 싶었지만 닷컴 버블 여파로 금융계 채용이 꽁꽁 얼어붙은 때였다고 하고요. 그러다 주말에 홍콩 쇼핑몰에서 예전 상사였던 데미안 우드를 우연히 만나 충동적으로 집에 초대합니다. 메뉴는 병아리콩 통조림에 토마토 퓌레와 향신료를 넣고 볶은 차나 마살라, 후식은 알폰소 망고였어요.<br>저녁 끝 무렵 지나가듯 요즘 회사에서 그리 행복하지 않다고 흘렸더니, 데미안은 "아, 그래요? 왜죠? 그런데 망고 진짜 맛있네요" 하고 망고만 오물거렸대요. 그런데 두 달 뒤에 크레딧스위스로 이직할 생각이 있냐는 연락이 옵니다. 거기서 다시 도이치뱅크로 옮겨 모은 돈이 전업 작가로 나설 밑천이 됐다고 하니, 저자 말대로 병아리콩 통조림 한 캔이 인생을 바꿔 놓은 셈이에요. 독사 T가 나중에 타임지 100인 명단에서 저자 이름을 보고서야 그가 유명해진 걸 알았다는 대목에는 은근한 통쾌함도 있었고요. 회사 다니면서 독사 한 명 안 만나 본 분은 아마 드물 거예요.솔직히 걸렸던 건 말투예요. "이 책을 고른 당신은 이미 그들보다 낫다"라든가 "세상에 당신을 구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기억하자" 같은 문장은 처음 보면 좀 움찔하게 됩니다. 계층 사이에 견고한 철벽이 있다는 얘기도 꽤 냉정하게 들리고요. 그래도 비라즈와 마주 앉은 장면들 사이에 이런 말이 놓이니까, 밥 사 주는 선배가 정색하고 해 주는 얘기처럼 들리긴 하더라고요. 저자 스스로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고 당부하고요.<br>마지막 '나가며'는 에머슨의 문장으로 열려요. "당신의 운명이 되라고 정해준 유일한 사람은 당신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고백이 의외로 인간적입니다. 자기는 혹독한 군사 훈련을 시키는 교관이 아니고, 파티와 여행과 친구들과 주고받는 시시한 농담을 좋아하고, 술도 마시고 몸에 안 좋은 음식도 먹는 사람이라고 하거든요. 앞으로 50년을 더 산다고 해도 남은 주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셈법 앞에서는 저도 괜히 남은 주말을 헤아려 보게 되더라고요.'이걸 꼭 해야 되나?'가 '이걸 하면 되는구나!'로 바뀐다는 말, 그리고 "불행하다면 세상의 모든 성공도 의미가 없다"는 문장까지 오고 나니 앞에서 들은 직설들이 조금 다르게 읽혔어요. 차가운 제목 끝에서 저자가 붙드는 단어는 결국 행복이었습니다.<br>소장 가치로 보면, 핵심을 네모 상자에 따로 정리해 둔 대목이 쓸모 있어 보여요. "코끼리는 한 번에 최대 두 개까지만 처리하자" 같은 문장은 체크리스트처럼 다시 꺼내 보기 좋거든요. 조마토, 라즈마 커리, 빤, 차나 마살라처럼 낯선 인도 이야기마다 옮긴이 주석이 붙어 있고, 루피를 우리 돈으로 환산해 둔 것도 친절했어요. 이선미 님 번역이 매끄러워서 &lt;세상은 공평하지 않다&gt;가 술술 넘어갔습니다. 비라즈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 갈지는 직접 따라가 보시는 게 제일 재미있을 거 같아요.<br>읽는 내내 즐거웠고, &lt;세상은 공평하지 않다&gt; 같은 책은 다 읽고 나면 뭐라도 한 조각 시작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선선한 10월 첫 주에 코끼리를 한 입씩 먹는 법을 배운 기분이에요. 커리에 병아리콩에 망고까지 먹는 얘기가 하도 많이 나와서, 제 커리어보다 오늘 저녁 메뉴가 더 걱정되는 건 비밀로 해 주세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이 든든합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주말들 아껴 쓰시길요.<br>차가운 제목 뒤에 커리 한 그릇의 온기와 '코끼리는 한 입씩'이라는 현실적인 처방, 그리고 결국 행복을 붙드는 마음이 담긴 책<br>#세상은공평하지않다 #체탄바갓 #이선미 #오픈도어북스 #자기계발서 #자전적자기계발서 #세얼간이원작자 #불공평한세상에서살아남는11가지법칙 #큰꿈은한입씩 #코끼리먹기 #병아리콩통조림의기적 #직장인책추천 #자기계발책추천 #책추천 #가을책추천 #서평 #서평단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19/10/cover150/k58213157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191048</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887</link><pubDate>Tue, 06 Oct 2026 21: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8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002639120&TPaperId=175578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1/23/coveroff/e002639120_f3ae.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002639120&TPaperId=175578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a><br/>사카구치 유키히로 외 지음, 황정원 옮김 / 포텐업 / 2026년 10월<br/></td></tr></table><br/><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734명의 목소리로 배우는 28가지 이별 수업,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 서평<br>"저희 엄마는 100살이셨어요."&lt;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gt;의 들어가는 말에 실린 목소리 중 하나예요.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이야기도 잘하시고 식사도 잘하셨대요. 주변에서는 다들 호상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이분은 내년 봄에 태어날 손자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냥 1년만 더 살아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습니다. 호상이라는 말은 살면서 참 흔하게 듣는 말인 거 같아요. 그 말 뒤에 이런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br>10월 첫 주 화요일입니다. 월요일은 겨우 넘겼는데 주말은 아직 까마득한, 그런 요일이죠.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져서 그런지 이런 책이 유난히 손에 잘 붙는 계절이에요.책은 간세이가쿠인대학 '슬픔과 사별 연구센터'의 사카구치 유키히로, 아카타 지즈루 두 사람이 함께 썼고 황정원 님이 우리말로 옮겼어요. 포텐업에서 9월 15일에 나왔고 부제는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28가지 이별 수업'입니다. 제목만 보고는 감성 에세이인가 싶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꽤 꼼꼼하게 짜인 심리서에 가깝더라고요.<br>&lt;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gt;가 특이한 건 만들어진 방식이에요. 저자들이 만난 유가족 734명의 체험담을 하나하나 기록하고, 그 사람들이 슬픔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유형별로 나눠서 28가지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패턴 랭귀지'라는 기법을 썼대요. 책의 설명을 빌리면 많은 사람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천적인 처방을 뽑아내는 방법이고, 건축이나 교육, 간호 같은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고 하더군요. 한 사람의 극복기는 그동안 많았어도, 수많은 사람의 체험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게 저자의 이야기입니다.<br>수업 하나하나의 생김새도 정갈한 편이에요. 제목 아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아도 돼요' 같은 짧은 실천 문구가 붙고, 소제목마다 실제 사연이 이어지고, 저자의 조언이 따라오다가 마지막에 Point 상자 속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상담실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들어가는 말에는 이런 대목도 있어요. 이 책의 모든 조언이 다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슬픔에 대처하는 데 정답은 없으니 나한테 도움이 될 만한 것만 골라서 적용해 보라고요.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29번째 수업이라 생각해도 좋다고까지 합니다.<br>29번째 수업이라니.장례가 점점 간소해지고 친척끼리 만나는 일도 줄면서 슬픔을 함께 나누는 문화가 약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지는데, 우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제 나이쯤 되면 휴대폰에 부고 문자가 오는 일이 부쩍 잦아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들어가는 말에 실린 사연 가운데 두 개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한 분은 곧 정년퇴직이라 앞으로 둘이서 여행도 가고 고향에도 가자고 이야기했는데 혼자 남겨졌다고 해요. 다른 한 분은 "바쁘다는 말 좀 그만하고……" 더 빨리 고향에 돌아갈 걸 그랬다고 하고요. 바쁘다는 말, 직장인이라면 입에 달고 사는 말이잖아요. 그 말이 이런 후회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남의 이야기로만 넘기기는 어렵더군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수업 16 '주변 사람에게 맞춰주려 애쓰지 마라'였어요. 10년 전 아버지를 잃은 30대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병약해서 주변 사람 모두가 "이제부터는 네가 어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대요. 그 뒤로 10년 동안 가족을 지탱해야 한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살아왔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20대 때 여행 다니고 연애하며 즐겁게 사는 것 같았는데, 자기한테는 그런 시간이 전혀 없었다는 말도 덧붙이고요.<br>누가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어느새 짊어지게 되는 짐이 있죠.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내가 버텨야 한다'는 역할을 떠안기 쉬운 나이라 그런지, 이 사연은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같은 수업에는 친구가 "이제 좀 괜찮아졌어?"라고 물어볼 때가 제일 싫었다는 고백도 나와요. 어머니를 잃은 40대 여성은 이렇게 말합니다."악의가 없다는 건 알아요. 근데 그런 말을 들으면, '언제까지 슬퍼할 거야? 빨리 괜찮아져야지!'라고 재촉하는 것처럼 들려요."<br>"계속 울면 어머니가 천국에 못 가신대" 같은 말을 들으면 막 화가 나고, 그러다 그렇게 모나게 생각하는 자기 자신이 또 밉다고 하더군요. 여기에 저자가 건네는 답이 참 다정했어요.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받는 건 당연하다고, "내가 예민하고 까칠해서가 아니라는 말이에요"라고요. 위로가 안 되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면 그만이라는 조언도 붙어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고요.<br>남편을 잃은 40대 여성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친하게 지내던 부부가 함께 여행 간 사진을 SNS에서 보고 스마트폰을 바닥에 던져버렸다고 해요. 저자들의 조언대로 계정을 탈퇴하고 나서 처음에는 세상에 뒤처진 것 같아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기감정과 마주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br>솔직히 이 수업에서는 뜨끔했던 순간도 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래도 당신은 괜찮은 편이에요" 같은 말들이 상처가 되는 위로로 나오는데, 다 우리가 장례식장에서 흔히 주고받는 말이잖아요. 위로랍시고 비슷한 말을 건넨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는 장담 못 하겠더라고요. '좋은 뜻으로 한 말에도 상처받을 수 있다'는 소제목이 괜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lt;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gt;는 남겨진 당사자 못지않게, 그 곁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람한테도 잘 맞는 책 같아요.<br>5장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집니다.수업 25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을 떠올려라'에서 맛보기로 소개하고 싶은 사연이 있어요. 아버지를 잃은 40대 여성은 돌아가신 아빠 생신 때면 꼭 종류별로 맛있는 케이크를 사 먹는대요. 아빠가 자기 생일에도 딸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서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게 해줬기 때문이랍니다.<br>"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로 힘든 날들도 있었지만 생신날을 이렇게 보내면 그냥 아빠가 제 곁에 계신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거든요."생일 축하 문구가 적힌 초콜릿 플레이트까지 다 먹어버려서 그때마다 엄마한테 한소리 들었다는 대목에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슬픈 이야기인데 이상하게 따뜻합니다.<br>같은 수업에 나오는 70대 남성의 이야기는 결이 또 달라요. 갑자기 아내를 떠나보내고 몇 년이 지나자 가끔 아내 얼굴이 희미해져서 겁이 난다고 합니다."그 사람이 제 곁에 진짜 있었는지,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정말 있었던 일인지 아니면 꿈이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억이 희미해져요."그래서 아내와 함께했던 사진을 출력해 침실에도 거실에도 식탁에도 걸어두고 틈날 때마다 바라봤대요. 그러자 아내가 분명히 세상에 존재했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게 됐다고요.<br>침실에도, 거실에도, 식탁에도.저자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으로 산다는 말을 꺼내면서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고 권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수업 끝 Point 상자에는 "그 사람은 가고 없지만 그 사람과 함께했던 날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습니다.<br>&lt;이제는 만날 수 없는 당신이 생각나는 밤에&gt;는 보통 단행본보다 살짝 얇은 편이에요. 가방에 넣어도 티가 안 나는 두께라 제 뱃살보다 훨씬 날씬합니다. 수업 하나하나가 짧게 나뉘어 있어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날 마음에 맞는 수업 하나만 펼쳐 봐도 되는 구성이라 책장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 꺼내 보기 좋겠더라고요. 표지에 '내가 떠난 후 슬퍼할 가족을 위해 남기고 싶은 책'이라는 문구가 있던데, 다 읽고 나니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언젠가는 내가 남겨질 수도, 내가 누군가를 남기고 떠날 수도 있으니 집에 한 권쯤 두면 든든할 책이에요.<br>들어가는 말 끝에 있는 문장 하나."혼자서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은 나 자신에게 친절하자."<br>은행잎이 슬슬 물들 채비를 하는 10월이에요. 가을 탄다는 말이 있죠. 저는 요즘 책을 탑니다. 새 책 오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재가 다 됐네요. 슬픔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차분하게 들을 수 있어서, 마음 한쪽을 잘 갈무리한 기분입니다. 앞으로 누군가 큰일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말을 고르기 전에 이 책부터 떠올릴 거 같아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차 한 잔 곁에 두는 가을 보내세요.<br>빨리 잊으라고 다그치지 않고, 떠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734명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28가지 이별 수업<br>#이제는만날수없는당신이생각나는밤에 #사카구치유키히로 #아카타지즈루 #황정원 #포텐업 #심리서추천 #이별수업 #사별 #애도 #그리프케어 #슬픔치유 #유가족 #위로가되는책 #가을책추천 #책추천 #신간도서 #서평 #서평단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341/23/cover150/e002639120_f3ae.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341237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 - [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659</link><pubDate>Tue, 06 Oct 2026 18: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65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775&TPaperId=1755765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4/37/coveroff/k92213177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22131775&TPaperId=1755765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a><br/>제이크 냅 외 지음, 박우정 옮김 / 김영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lt;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gt; 쪼개진 달력 사이에 파란 덩어리 하나 서평<br>빨간 바탕에 시커먼 두 글자.표지 앞면은 '클릭'이라는 글자가 거의 다 덮고 있어요. 솔직히 제목만 보고는 마우스 더블클릭부터 알려주는 아재 컴퓨터 교실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가 끝까지 붙드는 질문은 딱 하나더라고요.<br>"통했어?"팀, 관리, 기술, 디자인, 가격, 타이밍, 운까지, 신제품이 뜨고 지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은데 결국 이 한마디로 모인다는 얘기예요. 제품과 고객이 레고 블록 두 개처럼 딱 맞물려야 한다면서, '제품'과 '고객'이라고 적힌 파란 블록 그림에 '통했다!'까지 붙여 놨더군요. 저자도 "상당히 뻔한 말이란 것, 안다"고 먼저 털어놓아요. 그렇게 선수를 치니까 오히려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br>10월 첫 주 화요일이에요. 월요일 회의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화요일쯤엔 이번 주 달력이 대충 눈에 들어오잖아요. &lt;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gt;는 그 달력을 자꾸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어요.책을 쓴 사람은 제이크 냅과 존 제라츠키, &lt;스프린트&gt;와 &lt;메이크 타임&gt;을 같이 쓴 콤비예요. 제이크 냅은 지메일 개발에 참여했고 구글미트를 공동 설립했어요. 존 제라츠키는 구글애즈와 유튜브에서 리더로 일했고, 책에서는 JZ라고 불러요. 두 사람이 구글벤처스와 지금의 캐릭터캐피털에서 스타트업과 함께 진행한 스프린트만 300번이 넘는대요. 이번 책은 그 스프린트보다 한 발 앞, 프로젝트를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쓰는 '토대 구축 스프린트' 이야기입니다. 박우정 번역가가 옮겼고 김영사에서 나왔어요.<br>이력만 보면 넥타이를 꽉 맨 경영서일 것 같은데, 문장은 생각보다 수다스러운 편이에요. 인공지능 스타트업 현장에서 일하는 자기들을 디즈니랜드에서 패스트패스를 가진 두 꼬마에 빗대요. 이렇게 일하는 동기가 부분적으로는 이기적이라고, 자기들 돈이 걸려 있어서라고 순순히 인정하기도 하고요. 디자인 스프린트가 성공했을 땐 "우린 좋아서 죽을 뻔했다"고까지 썼더라고요. 스티븐 킹 책이 아니면 끝까지 읽기도 힘든 사람이라 책을 최대한 짧게 썼다는 고백에선 웃음이 났습니다.<br>그래서인지 책도 보통 경영서보다 얇고 가벼운 편이에요. 경영서라고 하면 목침으로 써도 될 두께부터 떠오르는데, 이건 가방에 넣어도 어깨가 파업할 일은 없겠더라고요.&lt;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gt;에서 가장 이 책다운 건 빈칸 채우기 같아요. 저자들이 '토대 구축 가설'이라고 부르는 한 문장인데, 생김새는 이래요. 우리가 '고객'이 겪는 '문제'를 '접근방식'으로 해결한다면, 고객은 '경쟁 상대'보다 우리 솔루션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솔루션이 '차별화 요소'이기 때문이다.지메일, 블루보틀, 플랫아이언 헬스, 슬랙이 실제로 이 칸을 어떻게 채웠는지 차례로 보여주는데, 이게 은근히 재미있었어요. 블루보틀은 잠깐 쉬고 싶은 커피 손님에게 장인 스타일 커피와 세련된 카페로 다가가면서 스타벅스와 맞서요. 이유는 "맛있고 멋지"기 때문이래요. 슬랙의 칸에는 경쟁 상대로 이메일이, 차별화 요소로 "재미있고 팀워크를 증진"한다는 말이 들어가 있고요. 신규 사업 보고서 맨 앞에 이 다섯 칸만 채워 와도 회의 시간이 절반은 줄겠다 싶더라고요.<br>물론 저자들 말로는 이 단순한 약속을 찾는 게 절대 쉽지 않대요. 한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 세 명에게 타깃 고객을 써보라고 했더니 답이 세 가지로 갈렸대요. 경쟁사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 하나에는 60분짜리 토론이 벌어졌다고 하더군요. 이 대목에선 뜨끔했어요. 우리 팀에 같은 질문을 던지면 몇 분짜리 토론이 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저자들 표현대로 "뻔한 문제가 항상 그렇게 뻔한 건 아닌 것이다."<br>예전 방식을 묘사하는 대목도 남 얘기 같지 않았어요.회의를 하고, 하고, 또 한다.아무도 읽지 않는 슬라이드와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쏟아내고, 조직 안 알력다툼에서 상대보다 오래 버티다가, 결국 예감에 기대 몇 년을 매달린다는 거예요. 저자들은 이걸 "예전 방식이다. 게다가 정신 나간 것이다"라고 잘라 말해요. 쳇바퀴만 돌리는 다람쥐 열두 마리를 청소도구함에 넣고 육각 렌치 하나 던져주며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라는 것과 같다는 비유까지 얹고요. 웃기긴 한데, 웃고만 있기엔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서요.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1장의 스톡홀름 이야기예요. 2009년 1월, 제이크 냅은 일주일 출장으로 스톡홀름에 가요. 스톡홀름을 매우 좋아한다고 먼저 못 박아 두고는, 그해 1월은 춥고 어두컴컴했고 보도는 더러워진 눈으로 진창이었다며 '처량'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더군요. 진짜 처량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두 친구 세르주 라샤펠, 미카엘 드루게와 함께하던 화상회의 프로젝트가 1년 반이 넘도록 기능만 덧붙인 채 제자리였거든요. 게다가 금융위기 속에 구글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다른 사무소를 닫는다고 발표한 참이었어요.<br>셋은 "약간 미친 짓"을 하기로 합니다. 월요일 아침, 금요일까지 프로토타입을 만들자고 정했어요. 일정표의 회의를 전부 거절하고, 이메일과 채팅에서 로그아웃한 뒤 창문 없는 회의실로 들어가요. 수백 개 아이디어 가운데 남긴 건 시장에서 가장 쓰기 쉬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그거 하나였대요. 미카엘이 보낸 링크를 클릭하자 "짜잔!" 하고 서로 얼굴이 보이고 "안녕!" 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읽는 쪽까지 신이 나더라고요. 그게 지금의 구글미트라는 건 저자가 1장에서 바로 밝혀 둡니다.그래도 제가 오래 들여다본 건 그 뒤에 나오는 달력 그림 두 장이었어요. '스톡홀름에 가기 전' 달력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칸이 잘게 쪼개져 있고, 파란 집중 시간이 띄엄띄엄 박혀 있어요. '스톡홀름에서' 달력은 다섯 칸이 통째로 파란 덩어리 하나고요. 저자는 이전 방식이 "시간의 섬들"을 줬다면 이번엔 "대륙"을 줬다고 표현했어요.<br>한 시간을 잡아도 몰입하는 데 15분, 일하는 데 15분이 걸리고, 이메일 한 번 확인하고 나면 다음 회의를 생각할 시간이 된대요. 이 대목에선 제 업무 수첩을 들킨 기분이었습니다. 셋이 한 시간 통화하면 절반은 맥락 잡는 데, 절반은 마무리하는 데 썼다는 얘기도 마찬가지고요. 첫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집중도가 계단처럼 올라가는 그래프 밑에는 "순전히 내 경험에 따라 만들었지만, 맞는 것 같지 않은가?"라고 적혀 있어요. 40대 후반 직장인으로서 맞다고 손을 번쩍 들고 싶었어요.<br>1장 뒷부분은 거의 직장인 생존 지침서 같아요. 이메일에 바로 답하고 30분마다 이 회의 저 회의로 옮겨 다니는 하루를 두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 적어도 오늘만큼은"이라고 비트는 문장이 있어요. 스프린트에 결정권자를 꼭 앉히라면서, 끝나고 보스를 설득할 필요가 없는 건 "회의실 안에 보스가 내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는 문장도 있고요. 회의 많은 부서 사람이라면 다 같이 웃을 대목이에요.<br>맛보기로 하나 옮기면, 저자는 살면서 겪은 비상사태를 줄줄이 늘어놔요. 뼈도 부러져 봤고, 이도 깨졌고, 비장이 파열되고, 신종플루에 정전에 배심원까지 해봤다고요. 그러고는 "아마도 최악의 비상사태는 느린 와이파이일 것이다"라고 덧붙이더군요. 이런 일이 터지면 회의를 취소하고 메일함을 무시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하잖아요. 그러니 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좋은 비상사태'를 선언하라면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라고 합니다.<br>"우리 팀은 지금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 끝날 때까지 회의를 취소할 수밖에 없고, 답장이 늦어질 겁니다."이 메시지는 결정권자가 직접 보내라고 해요. 윗사람 이름으로 나가는 부재중 공지라니, 상상만 해도 든든하더라고요.그룹 브레인스토밍을 하지 말라는 대목도 좋았어요. 17세기 영국 왕립협회 과학자들한테 사업계획을 세우라고 해도 곧장 '아이디어!'를 외치며 접착식 메모지와 피자를 주문할 거라는 문장에서 한참 웃었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이 집단 속에서 불편한 사람, 말로 설득하는 데 서툰 사람, 조용할 때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사람을 밀어낸다는 지적도 나와요. 목소리 큰 사람 쪽으로 흘러가는 회의에서 끝내 입을 못 떼던 후배들 얼굴이 몇 명 떠오르더군요.<br>그리고 &lt;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gt;에서 제일 자주 보게 되는 그림, 2×2 도표.5장에 나오는 오비털 머티리얼즈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구글 딥마인드에서 일했던 조니 고드윈이 AI의 힘을 빌려 새로운 분자를 발명하겠다고 세운 회사예요. 처음엔 자기 기술의 장점을 '이것저것 다 때려 넣는' 식으로 열댓 가지나 고객에게 쏟아냈대요. 돌아온 건 위압감이었고요. 보고서에 장점 하나라도 빠질까 봐 이것저것 밀어 넣던 버릇이 있는 저로서는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첫 도표에서 오비털은 '익숙하지 않음'과 '변화 필요'가 만나는 왼쪽 아래 구석에 처박혀 있어요. 그러다 '더 높은 품질'과 '더 낮은 실패율' 딱 두 가지로 축을 바꾸자 오른쪽 위로 자리가 뒤바뀌는데, 그 장면이 꽤 통쾌하더라고요.<br>이게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아요. 스카이프와 탠드버그 사이에서 가망 없어 보이던 구글미트는 '브라우저만 필요'와 '다자간'으로 축을 새로 그립니다. 컨버스와 아디다스 앞에서 예산도 적고 이미지도 별로였던 나이키는 시그니처 농구화와 전례 없는 계약으로, 이메일과 맞붙은 슬랙은 재미와 팀워크로 판을 다시 짜고요. 사례마다 파란 상자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쓱 올라가요. 그걸 보고 있으면 "일단 차별화라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어느새 우리 회사 제품은 어느 축에 올려볼까 따져보게 되더라고요.<br>차별화를 정의하다가 "차별화는… 음," 하고 뜸을 들이는 것도 재밌어요. "언제나 대단한 일이다. 아니, 이 말은 취소!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다" 하고 스스로 말을 고치는 것도 이 사람 말버릇 같아서 정이 갔어요.솔직히 걸렸던 건 책이 아니라 제 달력 쪽이었어요. 저자들이 권하는 대로 이틀을 통째로 비우는 건, 일정이 빼곡한 중년 직장인한테는 꽤 먼 얘기처럼 들리더라고요. 다행히 저자들도 그걸 알아요. 조직에 따라서는 "태평양을 헤엄쳐서 건너라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먼저 인정합니다. 그러고는 일단 책을 읽고, 팀과 작은 과정부터 해본 다음, 큰 프로젝트 때 체크리스트대로 가보라고 길을 나눠 놨어요.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하는 처지라면 "이 책을 들고 가라"는 말까지 해주는데, 등을 슬쩍 떠미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br>소장 가치는 책 끝 '10시간 실전 체크리스트'에서 확실히 느껴졌어요. 파란 장을 넘기면 결정권자와 함께 시작하기, 작은 팀 구성하기, 달력에서 이틀 전체 비우기 같은 항목이 네모 체크박스와 함께 줄지어 있어요. 항목마다 본문 어디로 돌아가면 되는지 안내도 붙어 있고요. 앞에서 웃으며 읽은 튕겨내기 메시지가 여기서 그대로 다시 나오니 반갑더라고요. 노란색 포스트잇과 블랙 마커가 가장 좋은 이유가 익명성을 지켜주고 인지 부하를 줄여주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구체적이에요. 준비물에는 점 스티커 옆에 간식이 당당히 올라가 있습니다. 간식까지요. 진행자 항목의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유력한 후보다"라는 문장 앞에선 괜히 지목당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다시 꺼내 펼치게 될 책 같아요.<br>후기에서 열 가지 교훈을 한자리에 모아 둔 것도 좋았어요. 그중 "첫 아이디어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라!"와 "증명하기 전까진 가설일 뿐이다!"는 처음 떠올린 안에 금방 정드는 제 습관을 정확히 찌르는 말 같았습니다. 시골에 병원을 열면서 웹사이트 프로토타입부터 주민들에게 보여준 의사 카밀 플레밍의 이야기가 나와요. 부정 승차를 막으려고 부정 승차자를 인터뷰한 브뤼셀의 가엘 메르시에 이야기도 있고요. 이런 얘기를 보면 스타트업 사람들만 쓰는 방법은 아니구나 싶어요. 괄호 안에 툭 던진 "고객 우선주의!"에선 또 웃었고요.<br>그리고 후기 첫머리. 저자가 어릴 때 꿈꾼 건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드로리언을 타임머신으로 바꾼 브라운 박사 같은 발명가였대요. 마분지, 노끈, 꼬챙이, 스카치테이프로 실험했지만 작동하는 시간여행 장치는 끝내 못 만들었다고요. 벤처펀드 운영은 "주머니에 플루토늄이 가득 들어 있는 산발머리의 천재"가 되는 것과는 분명 다르대요. 그래도 팀이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도록 도울 때마다 브라운 박사와 칠판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고 해요. 같은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 그런지 이 대목이 참 반가웠습니다. 어릴 적 꿈과 지금 하는 일이 꼭 같지 않아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재미를 찾아낸 사람의 얘기 같아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br>10월 들어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선선해졌어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데, 이번 가을엔 &lt;클릭, 아이디어에서 비즈니스로&gt; 덕분에 기획 공부까지 같이 한 기분입니다. 잘게 쪼개진 제 달력 사이에도 파란 덩어리 하나쯤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화요일이네요. 좋은 책 만나서 한 주가 든든하게 시작된 거 같아 좋았습니다.<br>회의만 길어지는 팀에게 "통했어?"라는 질문 하나와 빈칸 다섯 개, 2×2 도표를 건네는 이틀짜리 기획 플레이북<br>#클릭 #클릭아이디어에서비즈니스로 #제이크냅 #존제라츠키 #박우정 #김영사 #토대구축스프린트 #스프린트 #디자인스프린트 #차별화 #2x2도표 #신사업기획 #기획실행 #경영서추천 #직장인독서 #신간도서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4/37/cover150/k92213177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74372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고의 품격 - [사고의 품격 - 판단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홉 번의 생각 수업]</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628</link><pubDate>Tue, 06 Oct 2026 18:0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62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1774&TPaperId=1755762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3/77/coveroff/k56213177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62131774&TPaperId=1755762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고의 품격 - 판단의 품격을 높여주는 아홉 번의 생각 수업</a><br/>투리 문테 지음, 이영래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땅콩버터 취향에 정치가 묻어난다고요? &lt;사고의 품격&gt; 서평<br><br>부드러운 땅콩버터를 좋아하세요, 알갱이가 씹히는 쪽을 좋아하세요?싱거운 질문 같지만, 이 대답에 정치 성향이 묻어난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갸웃하실 거예요. 그런데 &lt;사고의 품격&gt;에 진짜로 그런 데이터가 나옵니다. 누가 올렸는지도 모를 '부드러운(알갱이가 없는) 땅콩버터가 최고다'라는 의견을 정치 성향별로 나눠 봤더니, 왼쪽으로 한 칸씩 갈수록 반대가 늘었다고 해요. 극좌에서는 44퍼센트가 반대했는데 극우로 가면 16퍼센트까지 떨어지더군요.<br>저자는 이 순간을 '반(反)유레카 순간'이라고 부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는 깨달음이라는 뜻이래요.<br>이 표현에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10월 첫 화요일이에요.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지니 책 생각이 더 나는 계절이 온 거 같습니다. 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만 틀어 놓다 잠들곤 했는데,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부터는 새 책 오는 날이 은근히 기다려지더라고요. 이번 책은 21세기북스에서 나온 투리 문테의 &lt;사고의 품격&gt;이고, 이영래 님이 옮겼어요. 보통 교양서보다 제법 두툼하고 손에 들면 묵직한 편이라 처음엔 살짝 긴장했는데, 막상 펼치니 이야기가 술술 넘어가는 쪽이었습니다.<br>표지를 보면 갈색 격자 칸칸이 DNA, 신전, 유인원, 모래시계 그림이 들어가 있어요. 책을 펼쳐 보면 그 그림들이 왜 거기 있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기후와 지리, 문화, 몸, 유전자, 감정, 집단까지, 내 생각이 어디서 흘러들어 왔는지를 아홉 번의 수업으로 나눠 따라가는 구성이거든요.책은 카를 융의 문장으로 문을 엽니다. "사람은 생각의 주인이 아니다.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는 주인이다." 첫 장부터 내 생각이 정말 내 것이 맞느냐고 묻는 거죠.<br>머리말의 저자 이야기가 꽤 독특해요. 투리 문테는 수피교 스승 '아가'를 따르는 공동체에서 자랐대요. 여름이면 스페인 남부의 거대한 캠핑장에서 전 세계에서 온 2,000명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지냈다고 하고요. 심리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무용수, 카펫 제작자가 한데 모여 밤늦도록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열 살 무렵부터 의심이 싹텄고, 대학교 1학년 무렵 "만약 문제가 내가 아니라면?" 하는 전환을 겪어요.<br>여기까지는 흔한 성장담 같지만 그다음이 재밌습니다. 20년쯤 전에 부모님도 똑같은 전환을 겪었는데, 방향이 정반대였다는 거예요. 아들이 믿음 밖으로 걸어 나올 때 부모는 믿음 안으로 걸어 들어간 셈이죠. 지금도 신을 믿느냐고 여쭤보면 두 분은 융의 말로 답한대요. "믿을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br>한 집, 같은 스승, 정반대의 결론.저자는 누구 진실이 맞는지 따지는 대신 "왜 나와 부모님은 다르게 생각하는가"를 묻기 시작합니다. 이 질문 하나가 책 전체를 끌고 가는 엔진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그 질문을 붙들고 저자는 2019년에 '의견의 백과사전' 팔리아를 만들어요. '식물은 의식이 있는가'부터 호날두가 메시보다 뛰어난가까지, 1,000개가 넘는 질문을 정리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야심 찬 프로젝트가 잘 안 풀렸대요. 찾아오는 사람은 대부분 숙제 자료를 찾는 고등학생이었고, 사이트를 두 번이나 갈아엎고 뉴스레터에 의견 지도까지 내봤지만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 마지막 실험으로 '투표' 버튼 하나를 달았더니 첫 6개월 만에 투표가 100만 번을 넘었답니다. 기획안 몇 번 엎어 본 직장인이라면 이 대목에서 웃음 반 한숨 반이 나오실 거예요. 공들인 건 조용하고 버튼 하나가 대박 나는 일, 회사에서도 심심찮게 보니까요.<br>그렇게 모인 데이터에서 이상한 상관관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성별은 두 개뿐이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남성이 67퍼센트, 여성이 45퍼센트였대요. '외계인은 존재한다'는 믿음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강해지고요. 저자는 결국 이런 의문까지 갑니다. "우리가 진보나 보수 또는 중도로 기우는 이유는 그저 그것이 맞다고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br>1부 첫 수업에서는 싱가포르가 나와요. 1965년 독립 무렵엔 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이던 나라가, 지금은 지표만 보면 북유럽 국가처럼 보일 정도로 잘사는 나라가 됐대요. 그런데 껌이 영토 전역에서 금지이고, 남의 눈에 띌 수 있으면 집 안에서도 알몸으로 다니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낯선 조합을 두고 저자는 "하지만 얼마간은 날씨도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며 몽테스키외를 불러와요. 몽테스키외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같은 오페라를 봤는데 관객 반응이 너무 달라서, 양의 혀를 얼려 보고는 추운 나라 사람들은 감각이 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하네요.<br>그 결론은 틀렸지만 저자는 방향을 살짝 틀어요. 덥고 습한 곳은 병원체가 번성하는 곳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행동적 면역체계'를 키워 왔다는 거죠. 코로나 때 마스크 쓰고 손 소독제 바르던 게 바로 그 면역체계가 본격적으로 돌아간 결과였대요. 곰팡이 핀 음식을 버리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괄호 안에 "치즈 같은 특정 음식을 제외하면"이라고 슬쩍 붙여 둔 게 재밌었어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태도나 엄격한 규범도 이렇게 몸을 지키려던 습관이 생각으로 굳은 거라고 보더군요.이 이야기가 Class 4에서 다시 이어지는 게 신기했습니다. 혀에 있는 미뢰가 많은 사람일수록 우파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대요. 몽테스키외가 혀를 들여다본 건 아주 엉뚱한 짓은 아니었던 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한 맛에 민감한 것도 큰 소리에 더 놀라는 것과 같은 결이라고 해요. 위협이 눈앞에 있든 입 안에 있든 말이에요.<br>음식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하면, 중도는 와인보다 맥주를 좋아하는 편이래요. 저자가 그 이유를 짐작하다가 수제 맥주 양조장이 "중산층 중년 중도 성향 아버지들" 사이에서 유행해서일까 하는 대목에서는 좀 뜨끔했습니다. 세 단어 중 두 개는 확실히 저한테 해당하거든요. 나머지 하나는 비밀로 하겠습니다.표정이 애매한 얼굴 사진을 보여 주면 보수 성향은 위협적으로, 진보 성향은 좋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실험도 있어요. 회의 중에 상사 표정 하나 읽느라 진땀 빼 본 사람이라면 남 일 같지 않으실 거예요.<br>혐오 민감성 대목은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어요. 코를 찡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는 반응은 원래 감염원에서 몸을 지키려고 생긴 거래요. 그런데 이게 집단 전체로 번지면 특정한 사람들을 '불결하다'고 몰아세우는 데까지 간다는 이야기거든요. 역사 속 사례까지 이어지다 보니 읽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졌습니다.<br>솔직히 1부 초반에는 날씨가 생각을 정한다는 말이 좀 세게 들렸어요. 덥고 습하면 권위적이고 춥고 건조하면 관대하다니, 지도만 펼쳐 놓으면 사람 속을 다 안다는 얘기처럼 들려서요. 그런데 저자가 혹한의 아이슬란드도, 덥고 습한 태국도 진보적이라는 예외를 먼저 꺼내 놓더군요. 기후가 태도에 미치는 유일한 영향은 아니라면서요. 땅콩버터 패턴도 끝내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여론 분석이 과학보다 소설에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는 쪽이 오히려 믿음이 가는 거 같아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2부에 나오는 이 질문이었어요."아침에 일어나 '나는 항상 X가 맞다고 믿어왔는데, 그것이 타당한지 다시 확인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한 날이 있었는가? 아마 손에 꼽을 것이다."40대 후반이 되니 이 문장이 꽤 아프게 찔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다시 확인하는 일보다 지키는 일에 더 힘을 쓰게 되잖아요.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면 듣기도 전에 방어 논리부터 세우게 되고요. 저자는 반박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자기 생각 속 모순을 거의 고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동의하지 않는 생각과 마주하는 일이 스스로를 의심하는 법을 배우는 유일한 길이라는 거예요.<br>여기서 1부의 '행동적 면역체계'가 2부에서 '지적 면역체계'로 짝을 이루는데, 저는 이 연결이 &lt;사고의 품격&gt;만의 묘미 같았어요. 남의 말을 덥석 믿지 않는 확증편향이 사실은 속지 않으려는 방어 장치라는 거죠. 혼자 있을 땐 결함인데, 둘이 부딪치면 쓸모가 생긴대요.예시로 영화 (아담스 패밀리)의 모티시아와 고메즈 부부가 나오는데 이게 참 재밌습니다. 결혼기념일 저녁, 모티시아는 지배인이 마음에 드는 프랑스 식당 에스카르고에 가고 싶어 하고, 고메즈는 늘 가던 식당만 고집해요. '매력적인 지배인'은 남편을 설득하는 데 하등 쓸모가 없으니 모티시아는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백조 내장 요리가 이 도시 최고라든가, 소믈리에가 드라큘라 백작의 직계 후손이라든가 하는 이유요. 저자는 이걸 이렇게 표현해요. "이런 고집과 사후 합리화의 난투극 속에서 기적이 피어난다." 결혼기념일 식당 하나 고르는 일도 협상이라는 걸 아는 중년 남편이라면 웃음이 나실 대목이에요.<br>추론을 떠올릴 때 혼자 턱을 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말고,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을 떠올리라는 말도 좋았어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중심으로 다들 시끌벅적하게 논쟁하는 그림이요. 파인만의 이 말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다."<br>뒤로 갈수록 데이터가 든든하게 받쳐 줘요. 까다로운 카드 문제에서 똑똑한 사람들도 85퍼센트가 틀렸는데, 평범한 학생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풀었더니 80퍼센트가 맞혔대요. 저자 말로는 단거리 선수를 100미터 2.5초에 뛰게 만드는 수준이랍니다. 위키백과에서도 편집자들 의견이 극도로 갈린 주제의 문서일수록 품질이 최상위권이었다고 하고요. 다른 분야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획기적인 발견이 자주 나왔다는 케빈 던바의 연구를 읽으면서는 다른 부서 사람이 한 명 끼면 꽉 막혔던 회의가 풀리던 순간들이 떠올랐어요.<br>감사의 말까지 꼭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집필에 3개월이면 된다던 사람에게 실제로는 3년이 걸렸다며, 그에 대한 감사가 "저주를 겨우 넘어선다"고 써 놨거든요. 3개월짜리 일정이 3년으로 늘어나는 건 회사나 출판이나 똑같은가 봅니다. 저자는 그 끝에 이렇게 덧붙여요. "결국 이 책은 대화의 기적에 관한 책입니다."<br>누가 맞는지 끝장을 보는 대화에 지친 분이라면 특히 반가우실 책이에요. &lt;사고의 품격&gt;은 상대를 이기는 기술 대신, 내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들여다보게 해 줍니다. 한 번 읽고 꽂아 두기엔 아깝고, 생각이 꽉 막혔다 싶을 때 다시 꺼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고, 덮고 나니 조금은 겸손해진 기분이더라고요.<br>은행잎이 하나둘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10월이에요. 올가을엔 생각이 다른 사람 말에 귀를 조금 더 열어 보려고 합니다. 좋은 책 만나서 마음이 든든한 화요일이네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br>내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 다른 생각과도 웃으며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br>#사고의품격 #투리문테 #이영래 #21세기북스 #인문교양 #교양서추천 #심리학책 #책추천 #신간도서 #서평 #도서리뷰 #북스타그램 #가을책추천 #10월추천도서 #최재천추천 #확증편향 #집단지성 #양극화 #독서기록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3/77/cover150/k5621317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73771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568</link><pubDate>Tue, 06 Oct 2026 17: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756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173&TPaperId=1755756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95/coveroff/k5221311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22131173&TPaperId=1755756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a><br/>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몸은 퇴근했는데 마음은 아직 회사에? 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서평<br>표지만 봐도 힘이 쭉 빠지는 책이 있더라고요. 노란 하늘에 구름이 둥실 떠 있고, 그 위에 부처님이 팔베개를 하고 모로 누워 계십니다. 어깨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고요. 옆에 적힌 문구가 "열반은 모르겠고, 오늘 하루는 좀 살 만해지고 싶습니다!"인데, 누가 제 속마음을 표지에 옮겨 놓은 줄 알았어요.<br>&lt;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gt;는 13년 차 직장인 우인 작가가 쓴 책이에요. 제목에 부처님이 있어서 경전 해설서인가 싶었는데, 막상 펼치니 회의실이랑 단톡방, 카드 명세서와 퇴근길 지하철이 줄줄이 나옵니다.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판형에 두께도 부담 없는 편이라 가방에 넣어도 무게가 거의 공(空)에 가깝더라고요. 부처님 책은 들고 다니는 것부터 비움인 모양입니다.<br>읽는 방식이 좀 특이해요.꼭지마다 경전 구절이나 불교 개념 하나에서 출발하는데, 거기서 오래 서성이지 않고 바로 오늘의 일상으로 내려오거든요. 제가 읽은 꼭지들은 파란 글씨로 된 누군가의 고민으로 열리고 거기에 답이 이어지는 식이라, 상담 코너를 읽는 기분도 납니다. 프롤로그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부처님이 말씀하신 고통의 구조는 사찰 법당 안에만 있지 않고 "점심 메뉴 앞에 있고, 증권계좌에도 있습니다"라고요. 증권계좌라는 단어에서 웃음이 났는데, 웃고 나니 좀 찔리더군요.<br><br>프롤로그는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요.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잠깐 정신이 드는 것 같다가도 책을 덮으면 다시 원래 자리고, 유튜브 알고리즘이 권하는 마인드셋 영상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털어놓습니다. 퇴근하면 유튜브만 보다 잠들던 게 얼마 전까지 제 모습이라 이 대목에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라고요. 그 질문에 가장 먼저 답한 사람이 뜻밖에도 부처님이었고, 그 말이 수천 년 전 언어에 싸여 있어서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라는 거죠.<br>이름이 생기면 달라지는 것이 있다는 프롤로그의 이 문장이 &lt;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gt;의 첫 단추 같아요.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곳은 3장의 카드값 이야기였어요. 사연 속 주인공은 월급날 휴대폰이 두 번 운다고 해요. 오전엔 입금 알림, 오후엔 카드사 출금 알림. 그 사이에 야근 사흘째 밤 11시에 결제한 러닝화가 있고, 점심시간에 백화점을 돌다 산 니트가 있고, 회식 끝나고 집에 가기 싫어 혼자 마신 하이볼 다섯 잔이 있습니다. "이 정도는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잖아"라는 말까지 붙으니 남 얘기 같지가 않더군요.<br>저자는 이 손동작을 정확히 그려 둔 문장이 따로 있다면서, 그 문장의 주제가 다름 아닌 윤회라고 말해요. 갈애(渴愛)의 어원이 '목마르다'라는 설명에, 아지랑이를 물인 줄 알고 쫓아가는 비유가 붙고요. 그러고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br>"어제의 갈애가 오늘의 카드값을 만들었고, 오늘의 카드값이 내일의 출근을 만듭니다."읽고 나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회사원의 한 달을 이렇게 짧게 줄인 문장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해결책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장바구니에 담긴 금액을 월급으로 나눠서 "이 물건은 상사의 잔소리를 몇 시간 견뎌야 하는 값인가"로 바꿔 보는 것, 사고 싶은 게 생기면 3일 동안 장바구니에만 담아 두는 것. 불교의 지(止)가 멈춤을 뜻한다는 설명 뒤에 "멈추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이긴 것입니다"라는 말이 붙는데, 이건 당장 써먹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br>처방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요. 돈 안 드는 출구를 하나쯤 마련해 두라는 건데, 예로 든 게 산책, 글쓰기, 오래된 친구에게 거는 전화 한 통, 그리고 30분의 독서예요. 목록 끝에 독서가 올라 있는 걸 보니 요즘 새 책 오는 날만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괜히 반갑더라고요.<br>4장으로 넘어가면 공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야, 원래 다 힘든 거야. 나 때는 더했어. 버티다 보면 다 요령이 생겨." 번아웃 꼭지가 이 말로 열리는데, 솔직히 여기서 좀 걸렸어요. 40대 후반이 되고 보니 저는 이 말을 듣는 쪽보다 하는 쪽에 가까운 나이거든요. 후배한테 위로라고 건넨 말이 상처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br>사연 속 사람은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했대요.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버티고, 쉬는 날에도 밀린 걸 해치웠는데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고 합니다. 설레서가 아니라 무서워서요. 저자는 이런 증상들을 "경전의 문장들"이라고 부르더군요. 좋아하던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도 남은 에너지가 바닥에 닿았다는 신호라고 하고요.<br>여기에 깔라마경이 붙습니다. 전해 내려온다고 해서, 스승이 말했다고 해서 믿지 말고, 스스로 경험해 보고 해롭다고 알 때 버리라는 부처님 말씀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휴가든 운동이든 명상이든 방법부터 고르지 말고 내 몸을 첫 번째 증인으로 세우라고 해요. 휴가를 냈는데 더 불안하다면 지금은 휴가가 나한테 맞지 않는 거라는 말까지 하는데, 이렇게 솔직한 마음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br>중간에 '갓생이라는 신흥종교'라는 소제목이 있는데, 새벽 5시 미라클 모닝 인증, 퇴근 후 자기계발 기록, 주말마다 다녀오는 재테크 임장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져요. 저자는 그걸 "화려한 열정의 연대기"라고 부르고요.<br>이 꼭지에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은 약한 것이 아니라는 한마디인 것 같아요.마지막 꼭지 제목은 '퇴근했는데 마음은 아직 회사에 있다'입니다. 사연이 "저는 매일 두 번 집에 돌아옵니다. 몸의 퇴근과 마음의 퇴근이죠"로 시작하는데, 직장인이라면 다들 무릎을 칠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 무심코 던진 "너 요즘 좀 예민한 거 아니야?" 한마디가 지하철에서도, 저녁 밥상에서도, 누워서도 떠나지 않는다는 이야기. 여기에 돌아오는 답이 물 한 컵 이야기예요.<br>"먼저, 물이 든 컵 하나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물이 탁해졌을 때, 그 물을 억지로 저어서 맑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을수록 더 탁해질 뿐입니다. 다만 가만히 두면, 찌꺼기는 스스로 가라앉습니다."그 뒤로 (잡아함경)의 두 번째 화살 이야기가 이어지더라고요. 누군가의 말이나 예상치 못한 상처 같은 첫 번째 화살은 피하기 어렵지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가 실제로 그런 사람인 걸까" 하면서 같은 자리에 거듭 꽂는 두 번째 화살은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거예요. 계속 물을 젓고 있는 손이 결국 내 손이라는 대목에선 할 말이 없었습니다.<br>해탈한 사람도 억울하면 속상하고 서운하면 화가 난다는 대목도 좋았어요. 그 감정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데서 차이가 난다고 하네요. 흔들려도 괜찮다고 먼저 말해 주니까, 저처럼 마음 근육이 시원찮은 사람도 끝까지 편하게 따라갈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br>&lt;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gt;를 읽는 내내 저자가 옆자리 동료처럼 느껴졌어요. 같은 회의실에 들어가고 같은 메신저 창 앞에서 한숨 쉬어 본 사람이 하는 말이라 설교 냄새가 덜 나는 것 같더라고요. 저자 소개에 경전을 거꾸로 읽으면 출근길과 회의실이 보인다는 말이 있던데, 책을 따라가다 보니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br>도거, 갈애, 전도몽상 같은 한자어가 목차에 빼곡해서 처음엔 시험공부 하는 기분이 들까 살짝 걱정했어요. 막상 읽어 보면 월급날 알림이나 단톡방 같은 장면이 먼저 나와서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단어 하나를 알게 될 때마다 내 하루에 이름표가 하나씩 붙는 느낌이라, 나중엔 그 한자어들이 오히려 기다려졌습니다.<br>&lt;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gt;는 35개 꼭지가 따로 읽어도 무리가 없어 보여서 순서대로 볼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목차 제목도 "단톡방에서 나만 읽씹당했다", "회사를 떠나면 정말 모든 것이 나아질까" 같은 하소연이나 질문이라, 그날 걸리는 마음에 맞춰 골라 펼치면 될 것 같아요. 책상 한쪽에 꽂아 두고 월요일마다 한 알씩 꺼내 먹는 상비약 같은 책이에요.<br>10월 첫 주 화요일입니다. 월요일을 겨우 넘기고 나니 아침저녁으로 겉옷 생각나는 계절이 성큼 와 있네요. 이번 주는 금요일이 한글날이라 한 주가 짧은데, 그래도 화요일은 화요일이라 몸이 무겁긴 합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던데, 올가을은 갈애는 좀 내려놓고 가을애에나 푹 빠져 보려고요.<br>&lt;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gt; 덕분에 휘젓던 손을 잠깐 내려놓고 마음 한번 정리한 기분이라 좋았어요. 단풍 드는 동안 장바구니 3일 법칙부터 하나씩 해 볼 생각입니다.<br>카드값부터 번아웃, 퇴근 후까지 직장인의 하루하루에 부처님 말씀으로 이름을 붙여 주는 생활밀착형 마음 처방전<br>#사는게왜이런지부처님께물었습니다 #우인 #서울문화사 #신간도서 #마음공부 #직장인마음공부 #불교에세이 #부처의지혜 #마음챙김 #마음다스리기 #번아웃 #깔라마경 #두번째화살 #갈애 #해탈 #직장인책추천 #서평 #책리뷰 #가을책추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2/95/cover150/k5221311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2950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음식 지능 - [음식 지능 - 다이어트, 대사, 건강한 식생활의 최신 과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6294</link><pubDate>Mon, 05 Oct 2026 22:3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62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1565&TPaperId=175562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9/20/coveroff/k7521315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131565&TPaperId=175562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음식 지능 - 다이어트, 대사, 건강한 식생활의 최신 과학</a><br/>케빈 홀.줄리아 벨루즈 지음, 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살 안 빠지는 거, 정말 내 의지가 약해서일까요.마흔 후반이 되도록 저는 그렇다고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lt;음식 지능&gt;은 머리말부터 그 믿음을 슬쩍 흔들어 놓더라고요.<br>10월 첫 월요일이에요.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거울을 보면 살찌는 게 꼭 말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내일 출근 생각에 일요일 오후가 조금 아깝게 느껴지는데, 햅쌀에 전어에 먹을 건 또 왜 이렇게 많은지요.<br>김영사에서 9월에 나온 책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20여 년 동안 영양과 대사를 연구한 과학자 케빈 홀과 건강 전문 기자 줄리아 벨루즈가 함께 썼고, 번역은 소아과 의사이자 번역가인 강병철 선생님이 맡았어요. 원서가 2025년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에 뽑혔다니 받아 들기 전부터 기대가 컸네요.<br>머리말 제목이 '별먼지와 햇빛'이에요.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이야기로 시작해서, 사람은 별먼지로 만들어졌고 햇빛의 에너지로 움직인다는 데까지 갑니다. 다이어트 책이 우주에서 문을 여니 괜히 설레더라고요. 건강한 음식을 식탁에 올릴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설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나 자신'이었대요.<br>저도 그 답을 골랐을 사람입니다.저자들은 여기서 질문을 바꿔 보자고 해요. 어떤 식단이 최고인지 따지기 전에, 우리가 왜 지금처럼 먹게 됐는지부터 들여다보자고요.<br>케빈 홀이라는 사람, 참 재밌습니다. 고등학교 때 열과 물질에 호기심이 생겨 물리학을 택했고, 얼터너티브 록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다고 해요. 맥길대학교에서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모델링해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그 뒤 바이오 벤처에서 당뇨 환자의 식후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다가, 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아도 소화는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고 하고요. 비만 연구자들 사이에서 유일한 물리학자였대요. 책이 빼곡한 연구실에서 흰 가운 대신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이었다는 묘사에는 웃음이 났어요. 어릴 적 꿈이 아버지 작업장을 돕던 정비공이었다니, 사람 몸을 기계 뜯어보듯 들여다보는 시선이 어디서 왔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파는 물건도 없고 특정 식단 편도 들지 않는 사람이라 마음 놓고 따라갈 수 있었던 거 같아요.<br>줄리아 벨루즈는 2015년 여름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케빈을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 모두 뻔해 보이는 질문까지 되풀이해서 묻는 편이라, 과학에 밝지 않은 저도 숨 고르며 따라갈 수 있었어요.<br>&lt;음식 지능&gt;에서 제일 재밌는 건 다들 상식처럼 알던 이야기를 하나씩 뒤집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8,000칼로리 법칙. 8,000칼로리를 덜 먹으면 지방이 1킬로그램 빠진다는 계산인데, 원래 1파운드에 3,500칼로리라는 규칙을 우리 독자에 맞게 킬로그램으로 바꾼 거라고 하네요. 뿌리는 1950년대 추정치예요. 막상 덜 먹기 시작하면 대사가 느려지고 뇌가 '더 먹어!' 신호를 보내서, 1년 안에 체중이 멈춰 선다고 합니다. 2012년에 미국영양학회가 공식적으로 버린 규칙인데도 아직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니 신기하죠. 다이어트를 몇 번 해 본 분이라면 처음 몇 달 잘 빠지다가 딱 멈추는 그 정체기를 아실 거예요. 그게 꼭 내가 해이해져서만은 아니었다는 설명에 어깨가 조금 가벼워지더라고요.<br>다른 대목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중반부 식품 환경 장의 쥐 실험이에요. 쥐는 원래 먹는 칼로리를 알아서 조절한답니다. 그런데 프루트 루프, 초콜릿칩 쿠키, 마시멜로, 땅콩버터, 살라미, 치즈 같은 마트 음식을 차려 주자 열흘도 안 돼 원래 사료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대요. 60일 뒤에는 평균 체중이 50% 가까이 늘었다고 해요. 뉴욕 지하철에서 피자 조각을 끌고 가던 쥐 영상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는데, 웃기면서도 남 일 같지가 않았어요. 케빈은 이 실험을 사람에게 옮겨, 성인 20명을 한 달 동안 병원에 머물게 하며 연구했습니다. 2019년에 나온 이 연구는 비타민 발견 이후 가장 중요한 영양 연구라는 평까지 들었다고 해요. 그런데도 저자들은 성인만, 한 달 동안, 병원에서 한 연구라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스스로 선을 긋더군요. 그 태도가 좋았습니다.<br>이 장을 읽다 보면 과식과 비만이 의지 부족 탓만은 아니고, 몸의 생물학이 지금의 식품 환경을 만난 결과라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가요. 2018년 미국 성인이 먹는 칼로리의 60% 정도, 아이들은 3분의 2 가까이가 초가공식품에서 온다는 숫자 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지고요. 그런데도 정책 결정자 300명쯤에게 물었더니 90% 넘게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개인의 동기 부족을 꼽았다니.<br>점심 메뉴 하나 고르는 것도 버거운 직장인 입장에선 좀 억울한 느낌이 듭니다.<br>옮긴이의 말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만나게 돼요. 강병철 선생님은 대학에 들어갈 때 42킬로그램이었는데 인턴 시절 70킬로그램을 넘겼고, 지금은 하루 만 보를 안 걷는 날이 드물다고 털어놓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먹는 문제 앞에선 우리랑 똑같이 고민한다는 게 은근히 위안이 되더라고요. 열 문항짜리 퀴즈도 실려 있어요. 하나만 귀띔하자면 대사가 느린 사람이 오히려 체중을 가장 잘 유지한다는군요. '나는 대사가 느려서 큰일'이라고 투덜대던 사람에겐 반가운 소식이죠. 체지방을 집 안의 벽장과 선반에 빗댄 설명도 있어요. 선반을 뜯어내면 잡동사니가 엉뚱한 데 쌓이듯, 체지방을 억지로 없애면 지방도 엉뚱한 곳에 쌓인다는 거예요.<br>옮긴이가 책 내용을 정리하며 쓴 문장 중에 밑줄 긋고 싶은 게 있었어요.<br>"우리는 '적당히 먹는다'는 선을 지킬 수 없다"의지가 약하거나 식탐이 많아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몸이 원래 그렇게 반응한다는 뜻이래요. 좋은 과학책의 미덕으로 과학적 엄밀성과 역사적 통찰력을 꼽으며 남긴 말도 좋았습니다.<br>"전자가 없으면 공허하고, 후자가 없으면 길을 잃는다"<br>이 책은 둘 다 갖춘 데다 재미까지 있다고 덧붙여요. 번역한 분이 이렇게 신나서 칭찬하니 덩달아 믿음이 가는 것 같아요.<br>솔직히 술술 읽히기만 하는 책은 아니에요. 연구 이름과 통계가 촘촘히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속도가 확 줄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통계가 중심이라 우리 식탁 이야기가 조금 더 있었으면 싶기도 했고요. 그나마 옮긴이의 말에서 우리나라 성인 35%, 아동·청소년 20%가 비만이라는 숫자를 보태 줘서 반가웠어요. 해법도 해로운 식품을 분명히 정의하고 아이들 대상 마케팅을 막자는 정책 쪽 이야기예요. 그래서 '나는 오늘 저녁 뭘 먹지' 하는 답답함은 남는 편이에요. 옮긴이도 말은 쉽지만 싸움은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인정하더라고요.<br>&lt;음식 지능&gt;은 두께도 꽤 두툼합니다. 들고만 있어도 팔 운동이 될 것 같은데, 운동만으로 살 빼기는 어렵다는 게 이 책 이야기니 팔뚝만 단단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오해 하나를 붙잡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구성이라, 궁금한 주제부터 골라 읽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br>소장 가치를 묻는다면 책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 두고 싶은 쪽이에요. 저탄고지나 단백질, 혈당 측정기 같은 유행이 돌 때마다 꺼내 볼 사전 같은 책이 &lt;음식 지능&gt;이거든요. 브로콜리와 도넛이 한 그릇에 담긴 표지도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들었어요. 칼로리를 킬로그램 단위로 바꿔 준 번역의 세심함도 두고두고 볼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br>옮긴이의 말은 살도 빼고 사람도 지구도 구하는 열쇠가 한 끼 식사에 있다는 문장으로 끝나요. 거창하게 들리지만, 먹을 게 넘치는 가을에 한 끼를 다르게 보게 해 준 것만으로도 좋은 책 만난 것 같아 흐뭇합니다. 내일 월요일 점심 메뉴 고를 때는 &lt;음식 지능&gt; 생각이 먼저 날 것 같네요.<br>살이 찌는 게 내 의지 탓만은 아니라는 걸, 별먼지에서 마트 진열대까지 따라가며 차근차근 보여 주는 음식 과학 이야기예요.<br>#음식지능 #케빈홀 #줄리아벨루즈 #강병철번역 #김영사 #김영사신간 #과학교양서 #영양학 #다이어트상식 #초가공식품 #식품환경 #비만과학 #대사이야기 #이코노미스트올해의책 #가을책추천 #책추천 #서평 #북스타그램 #BOOKULOVE<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49/20/cover150/k7521315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49208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미술적 인간 - [미술적 인간 -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85</link><pubDate>Sat, 03 Oct 2026 08: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8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1277&TPaperId=1755188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8/87/coveroff/k6921312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131277&TPaperId=1755188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미술적 인간 -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a><br/>문하연 지음 / 동아엠앤비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lt;미술적 인간&gt;서평 그림은 몰라도 괜찮아요, 10월에 읽기 좋은 국내 미술관 에세이<br>"막내딸, 여기 비가 하염없이 와. 비가 하염없이 오니까 마음이 울적하네. 회신 요망"여든둘 아버지가 딸에게 보낸 문자라고 합니다. 미술관 여행 에세이를 펼쳤는데 그림보다 이 문자가 먼저 튀어나오니 웃음부터 나더라고요. 부제가 '잘 알지 못해도 괜찮은 국내 미술관 여행'이에요. 그림은 잘 몰라도 그림의 떡은 누구보다 잘 아는 아재한테 이만큼 반가운 문구도 없는 거 같아요.<br>10월 넷째날, 일요일에 소개하는 책은 &lt;미술적 인간&gt;입니다.저자 문하연 작가는 간호사 출신이고, 첫 책 &lt;다락방 미술관&gt; 이후 7년 만에 미술 이야기로 돌아왔다고 해요.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국내 미술관 열아홉 곳을 다니며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글을 묶었어요. 그런데 읽다 보면 미술관 안내서라기보다 남의 집 가족 앨범을 넘겨보는 느낌이 듭니다. 그림 설명이 한창 이어지다가도 어느새 아버지 이야기로, 아들 이야기로 슬그머니 흘러가거든요. 프롤로그에는 "우리나라 미술관 중에서 어디가 가장 좋아요?"라는 질문에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답하는 대목이 있어요. 농담처럼 들리는데 꽤 진심인 거 같더라고요.<br>계절마다 꼽은 곳이 따로 있어요. 봄엔 벚꽃 피는 호암미술관, 여름엔 계곡 물소리 들리는 춘천 이상원미술관, 겨울엔 비교적 따뜻한 제주현대미술관이에요. 가을 칸에는 "단풍이 미쳐버린" 뮤지엄산과 석파정 서울미술관이 적혀 있는데, 요즘 같은 때라 그 두 이름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읽었던 건 부소갤러리 장이에요. 부여, 논산, 강경을 도는 1박 2일 부녀 여행인데, 저자는 무릎이 불편한 아버지 체력을 아끼려고 수채화 동호회 전시를 그냥 지나치려 했대요. 그런데 아버지가 들어가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아마추어 작가들의 고만고만한 그림 사이를 다빈치 작품 보듯 유심히 둘러보시다가, 슬레이트 지붕 집 옆에 앙상한 나무가 선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추셨다고 해요. "쓸쓸하기 짝이 없네" 하시고는 나가려다 말고 이러셨대요. "잠깐만, 나 저 그림 다시 한번 보고 올게."<br>"옛날엔 다들 이렇게 가난하게 살았거든." 이어서 아버지는 딸 대신 관계자에게 이렇게 대답하세요. "이 그림은 정말로 쓸쓸하기 짝이 없네요. 그런데도 이 그림이 참 좋아요." 마흔 후반쯤 되면 부모님 걸음이 느려지는 게 하나둘 눈에 들어오잖아요. 그래서인지 체력을 계산하던 딸의 마음도, 그 계산을 슬쩍 무너뜨린 아버지의 한마디도 남 얘기 같지가 않았습니다.<br>저자는 이 장면 끝에서 스스로를 돌아봐요. 아버지와 그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미술관엔 한 번도 같이 가지 않았고, 아마추어 그림은 별것 아니라고 여겼다고요. "감동을 주는 그림이 꼭 명화일 리 없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솔직히 저는 이 대목이 좀 찔렸어요. 전시장에 가면 이름 큰 작가 앞에만 오래 서 있을 사람이 딱 저 같거든요.<br>극 F 아버지, 그리고 스스로 붙인 별명 '불효녀'.아버지는 벤치에 앉으면 옆 사람에게 꼭 어디서 왔는지 물으세요. 해설사가 건물이 1942년에 지어졌다고 하면 "난 1943년생인데, 그럼 나보다 이 건물이 나이가 많네!" 하고 감탄하시고요. 말리면 "왜 넌 말도 못 하게 통제하냐?" 하고 삐지시니, 딸은 입을 다물고 멀찍이 떨어져 걷는다고 해요. 이런 투덜거림이 하나도 밉지 않았어요. 사비도성 가상 체험관에서 VR 고글을 쓰고 떨어지는 장면에 손잡이를 꼭 쥐셨다가, 끝나고 나서 멋쩍게 한참 웃으셨다는 장면까지요.<br>맛보기로 하나 꺼내자면 여행 다음 날 온 문자예요. "노벨 문학상 받은 한강이 너랑 동갑이더라. 누군 그런 상도 받는데 우리 딸은 되는 것 하나 없어 아버지가 심히 언짢다." 저자는 머리가 띵했다는데, 그래도 이렇게 답장을 보냅니다. "언젠가는 될 거예요, 아버지. 왜냐면 제가 될 때까지 할 거니까요. 회신 요망!" '회신 요망'으로 열고 '회신 요망'으로 닫히는 장이라 웃다가 찡해졌어요. 이 나이까지 회사를 다니다 보면 되는 것 하나 없는 기분을 모를 수가 없는데, 될 때까지 하겠다는 저 대답이 제 등도 한 번 두드려 주는 거 같았습니다.<br>프롤로그 끝에는 아버지가 2025년 늦가을에 하늘로 떠나셨다는 문장이 있어요. "그의 발 앞에 이 책을 놓아드리고 싶다"는 말을 알고 이 장을 읽으니, 웃긴 장면마다 다른 빛이 조용히 섞여 드는 느낌이 듭니다.<br>제주현대미술관 장에서는 저자가 이번엔 엄마가 돼서 아들과 여행을 떠나요. 7박 8일 제주 미술관 투어 중에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원화 143점이 온 &lt;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gt; 전시를 보러 갔대요. 가볍게 웃었던 건 만치니의 (필립스 부인)을 두고 "사실적이면서도 포토샵이 적당히 되어 있어" 주인공이 꽤 만족했을 거라는 대목이에요. 백 년도 더 전에 이미 보정 맛집이 있었던 셈이니, 초상화가도 고객 만족이 생명이었나 봅니다. 반 뒤어스의 (노인이 노래하면 젊은이는 피리를 불어라)를 보면서는 식탁 아래 등을 돌리고 연주에 빠진 아이의 볼이 사랑스러워 미소가 절로 나온다고 해요.<br>저자가 이 전시에서 단 하나만 가질 수 있다면 무조건 고르겠다는 작품은 밀레이의 (한 땀! 한 땀!)이에요. "살짝 벌린 입술이 곧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는 표현이 좋았어요. 그림 볼 줄 모르는 사람도 '하나만 고른다면' 하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돌면 훨씬 덜 막막하겠다 싶더라고요. 같은 방에 걸린 로세티의 (레지나 코르디움)은 모델 엘리자베스 시달과 로세티의 사연을 알고 나면 같은 얼굴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저자의 목소리는 확실히 낮아집니다.<br>세 시간 가까이 관람하고 나와 보니 아들에게서 두 시간 전에 온 문자가 있었대요. "관람 끝났고 카페에서 기다림." 왜 벌써 나왔냐고 빈정이 올라오던 참에 아들이 묻습니다. "엄마 좋아하는 그림 실컷 봐서 행복했어?" 혹시 돌려 까기인가 싶었는데 표정이 해맑았대요. 입장을 바꿔 자기가 게임하는 아들을 두 시간 기다렸다면 어땠을지 떠올리는 대목에 "(엄마 금쪽이 난동 예상)"이라는 괄호가 붙어 있어서 크게 웃었습니다.<br>그런데 이 집 아들, 보통이 아니에요.숙소에서 "아까 오래 기다리느라 힘들었지? 미안해" 하니까, 그렇게 미안하면 치킨을 쏘래요. 원래는 비싸서 안 사 줄 생각이던 고등어회까지 사 줬는데, 회를 먹었더니 속이 냉하다면서요. 저자가 붙인 괄호는 "(분위기 급랭)".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모자 대화라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아버지 뒤를 따라 걷던 딸이 아들과 여행하는 엄마가 되는 흐름이 &lt;미술적 인간&gt; 한 권에 같이 들어 있어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장 끝에는 "익숙한 누군가를 새롭게 알고 싶다면 낯선 곳을 함께 여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문장이 있어요.<br>컬러 도판이 큼직하게 실려 있어서 전시를 직접 보지 못해도 그림을 따라가기 좋아요. 미술관마다 근처에서 같이 들르기 좋은 곳도 챙겨 줘요. 부소갤러리 뒤로 이어지는 부소산성 숲길과 백마강 뱃길, 제주현대미술관 인근의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과 방림원 같은 곳들이요. 그래서 주말 나들이 계획을 짤 때 다시 꺼내 볼 책으로 책장에 꽂아 둘 만한 거 같아요. 열아홉 곳을 담았으니 얇은 책은 아니지만 장마다 미술관 하나씩 끊어져 있어서, 끌리는 곳부터 펼쳐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br>마침 10월이 시작됐어요. 단풍 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lt;미술적 인간&gt;에 나온 가을 미술관부터 하나씩 찾아가 볼까 싶어요. 그림 잘 몰라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친구를 하나 사귄 기분이라, 이번 가을이 조금 더 든든해졌습니다.<br>쓸쓸한 그림 앞에 선 아버지, 해맑게 묻는 아들, 그 사이에서 그림을 보는 딸의 다정한 미술관 여행기<br>#미술적인간 #문하연 #동아엠앤비 #미술에세이 #국내미술관여행 #미술관추천 #부소갤러리 #제주현대미술관 #모네에서앤디워홀까지 #다락방미술관 #가을미술관 #예술에세이 #책추천 #서평 #책리뷰 #신간도서 #중년독서 #가족에세이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8/87/cover150/k6921312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8877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주식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제표 공부 - [주식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제표 공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78</link><pubDate>Sat, 03 Oct 2026 08:2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7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0831&TPaperId=1755187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6/61/coveroff/k98213083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0831&TPaperId=1755187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주식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제표 공부</a><br/>김영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감 말고 숫자로 고르는 주식, 김영민 &lt;주식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제표 공부&gt; 서평<br>사상 최대 이익을 발표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회사가 있습니다. 반대로 실적이 영 시원찮은데 주가가 먼저 오르는 회사도 있고요. 주식을 조금이라도 해본 분이라면 이 두 장면 앞에서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다들 있으실 거 같아요. 저도 그렇게 갸웃하던 개미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만난 &lt;주식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제표 공부&gt;가 그 이유를 숫자로 하나씩 풀어주더군요.<br>제목에 재무제표가 박혀 있어서 솔직히 '재미없는 제표'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막상 읽어보니 '재미제표'더라고요.<br>메이트북스 슬림북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라 손에 쥐면 가볍고 얇은 편이에요. 표지에는 "60분 만에 끝내는"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한 번 훑는 데는 그 정도면 될 것 같은데, 꼭지마다 달린 것들을 직접 써먹으려면 두고두고 펼쳐 보게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지은이 김영민 님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재테크 잡지에서 오래 취재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전업 투자자이자 집필가로 활동한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짧고 단단합니다. 지은이의 말 첫머리부터 아픈 데를 정확히 짚으시는데, 이 문장이었어요.<br>"주가가 오르면 늦을까 봐 사고, 주가가 빠지면 더 떨어질까 봐 팝니다."뜨끔했습니다.이렇게 투자하면 판단의 기준이 "시장의 소음 속에 놓이게 된다"고 하는데, 반박할 말이 없더군요. 회사에서는 보고서 숫자 하나만 틀려도 진땀을 빼면서, 정작 내 돈이 들어간 회사의 숫자는 기사 제목만 보고 넘겼으니까요. "많이 빠졌으니 싸다"는 생각을 주식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으로 꼽는 대목도 있어요. 이익이 더 빠르게 줄고 있으면 낮아 보이던 주가수익비율이 곧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지는데, 거기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싸 보이는 주식과 실제로 살 만한 주식은 다르다는 말, 마음에 단단히 걸어두고 싶은 문장이었어요.<br>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꼭지마다 끝에 붙은 (실전에 바로 활용하는 AI 프롬프트)예요. 기업 이름만 바꿔 넣으면 그대로 쓸 수 있게 생겼습니다. 이를테면 "○○기업의 최근 8개 분기 매출·영업이익·순이익과 향후 4개 분기 예상치를 표로 정리해줘" 같은 문장으로 시작해요. 재미있는 건 평가하는 틀이 꼭지마다 다르다는 점이에요. 이익의 흐름은 '정점·둔화·바닥·회복'으로, 매출 성장의 힘은 '강함·보통·약함'으로, 본업의 흐름은 '개선·정체·악화'로 판단해 달라고 하고, 끝에는 늘 숫자 근거와 위험 신호를 3가지씩 달라는 주문이 붙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은이는 AI가 최종 판단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요. 그 균형이 좋았어요.<br>다른 꼭지보다 유독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 따라가듯 읽은 곳은 (주가는 현재 이익보다 앞으로 달라질 이익에 먼저 반응한다)였습니다. "이익이 가장 많이 나온 시점이 반드시 좋은 매수 시점은 아니다"라는 문장 다음에 정점과 바닥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정점은 이익이 높은 상태에서 주문·가격·가동률이 먼저 약해질 때 나타나고, 바닥은 이익이 낮아도 주문이 회복되고 원가 부담이 줄기 시작할 때 가까워진다고 해요.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잘나가던 부서가 꺾일 때도 실적표에 찍히기 전에 먼저 티가 나잖아요. 거래처 연락이 뜸해지고, 회의는 길어지고.<br>기업도 다르지 않다는 얘기로 들렸어요.매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매출이 똑같이 20% 늘어난 기업이라도 많이 팔아서 늘었는지, 값을 올려서 늘었는지에 따라 성장의 힘이 다르다는 거예요. 할인 판매나 유통업체에 물량을 미리 넘겨서 늘린 판매량은 다음 분기 판매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피식 웃음이 났어요. 월말에 숫자 맞추려고 물량을 미리 넘기는 풍경은 회사 다녀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보셨을 테니까요. "가격이 10% 올라도 판매량이 15% 줄면 매출은 감소한다"는 예시처럼, 계산이 단순해서 오히려 머리에 쏙 들어오는 설명이 많은 것도 좋았습니다.<br>영업이익 꼭지에서는 광고비·연구개발비·인건비를 줄여 이익을 높였다면 필요한 투자까지 줄인 건 아닌지 살펴야 한다는 부분이 오래 남았어요. 당장 숫자는 예쁜데 내년이 걱정되는 실적. 중년 직장인한테는 꽤 익숙한 장면이라 남 일 같지 않더라고요. 그 꼭지를 맺는 문장을 맛보기로 옮겨 볼게요.<br>"핵심은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판매 증가를 꾸준히 이익으로 바꾸는 기업을 찾는 것이다."뒤쪽 4장으로 가면 업종마다 봐야 할 숫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목차를 보면 반도체, 전력기기, 조선, 방산·원전, 로봇까지 요즘 시장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업종들이 들어 있어요. 전력기기 꼭지에는 연간 매출 1조 원짜리 기업이 수주잔고 2조 원을 들고 있는 예시가 나와요. 그런데 쌓인 주문을 제때 매출로 바꿀 생산능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죠. 조선 꼭지에서는 "조선 기업은 물량보다 계약의 질을 봐야 한다"는 문장 다음에 (비싸게 받은 배를 원가 안에서 만들 수 있는지 본다)라는 소제목이 나옵니다. 큰 계약을 따냈다고 다 같이 박수 치고 나서, 막상 납기와 원가를 맞추느라 고생하는 건 어느 회사나 비슷한 풍경 아닐까 싶어요. LNG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컨테이너선마다 가격과 원가 구조가 다르다는 설명까지 읽고 나니, 뉴스에서 수주 소식이 나올 때 이제는 다른 데부터 보게 될 거 같아요.<br>솔직히 걸렸던 건 제 쪽 사정이었습니다. 영업외손익, 공사손실충당금, 후판 가격 같은 단어 앞에서는 걸음이 확실히 느려지더라고요. 재무제표를 처음 여는 분이라면 낯선 용어 몇 개는 검색해 가며 읽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아요. 프롬프트도 읽기만 하면 그냥 문장일 뿐이라, 종목 이름을 직접 넣어 돌려봐야 비로소 내 것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br>주식 앱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열면서 사업보고서는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사람, 딱 저 같은 사람한테 이 정도 두께와 이 정도 난이도가 알맞은 출발선 같아요. 가방에 넣어도 티가 안 날 만큼 얇은데, 업종별 프롬프트가 꼭지마다 붙어 있으니 실적 시즌이 올 때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lt;주식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재무제표 공부&gt;를 책장에 꽂아둘 이유는 거기서 충분하다고 봐요.<br>지은이의 말 마지막 문장을 옮기면서 마무리할게요."재무제표를 읽는 순간, 주식투자는 감으로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확인하고 선택하는 일로 바뀝니다."<br>선선한 10월에 들어서자마자 좋은 책을 만난 거 같아서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올가을엔 단풍 따라 제 계좌도 빨갛게 좀 물들어 주면 좋겠네요. 물론 이번엔 숫자부터 확인하고요.<br>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빠지는 이유를 숫자로 풀어주고, 꼭지마다 바로 쓸 수 있는 AI 프롬프트까지 담은 얇고 알찬 재무제표 입문서.<br>#주식투자자를위한최소한의재무제표공부 #김영민 #메이트북스 #메이트북스슬림북 #재무제표 #재무제표공부 #주식공부 #주식투자 #주식입문 #투자책추천 #경제경영도서 #손익계산서 #영업이익 #AI프롬프트 #가치투자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6/61/cover150/k98213083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86616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 - [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 - 시간과 감정을 다스리는 세네카의 53가지 인생 지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77</link><pubDate>Sat, 03 Oct 2026 08:1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7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1760&TPaperId=1755187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4/94/coveroff/k54213176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1760&TPaperId=1755187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 - 시간과 감정을 다스리는 세네카의 53가지 인생 지혜</a><br/>세네카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br>피곤하면 화부터 나는 이유, 세네카가 먼저 알더라고요 &lt;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gt; 서평<br>목요일쯤 되면 별것 아닌 일에도 괜히 욱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게 꼭 상대 탓만은 아닐 수 있다고 2천 년 전 로마의 철학자가 이미 말해 두었더군요. 잠이 부족하거나 몸이 지쳤을 때는 평소라면 넘길 일도 견디기 어렵다고요. 늘 피곤한 아재 입장에서는 이 한 장 때문에라도 누구한테든 이 책 얘기를 하고 싶어지더라고요.<br>10월 셋째날, 토요일이에요.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져서 얇은 겉옷을 하나 챙기게 되는 계절입니다. 이번에 이야기할 책은 &lt;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gt;예요. 세네카는 후기 스토아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네로 황제의 가정교사였던 사람이에요. 그의 여러 저작에서 53가지 인생 지혜를 골라 지금의 말로 다시 엮은 책입니다.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이고 메이트북스에서 나왔어요.<br>구성이 꽤 독특한 편입니다. 장 하나가 펼친 두 쪽 안에서 딱 끝나거든요. 장 번호는 작은 고리에 매달린 동그라미 안에 들어 있는데, 메달 같기도 하고 열쇠고리 같기도 해서 보는 맛이 있더군요. 마지막 문단에서는 앞에서 한 이야기를 명령형으로 한 번 더 꾹 눌러 정리해 줘요. 그래서 한 장만 읽어도 손에 쥐어지는 게 분명한 느낌이 듭니다.<br>엮은이의 말을 보면 (도덕 서한)을 중심에 두고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분노에 관하여), (마음의 평정에 관하여) 같은 저작을 함께 참고했다고 해요. 번역서나 명언집과는 결이 다른 책이라고도 하고요. 그 글에서 제일 좋았던 문장은 이거예요.<br>"철학은 읽는 순간보다 선택하는 순간에 필요하다."두께는 보통 책보다 한참 얇은 편이라 가방에 넣어도 티가 잘 안 납니다. 들고 다니기도 가벼운데 덮고 나면 어깨까지 조금 가벼워지는 기분이라, 이런 게 진짜 경량 철학 아닌가 싶어요.<br>맨 앞의 01장(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재산이다)부터 직장인 마음을 정확히 건드리더라고요. 사람들은 돈을 쓸 때는 손익을 따지면서 시간을 내줄 때는 대가를 거의 묻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렇게 정리합니다.<br>"가장 귀한 것을 가장 쉽게 내놓는다."통장 비유가 특히 좋았어요. 통장 잔액은 줄어든 만큼 드러나는데 사라진 순간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거예요. 월급날 통장은 꼬박꼬박 들여다보면서 내 하루가 어디로 새는지는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거 같더라고요. 습관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고, 목적 없이 검색하고, 필요 이상으로 대화를 늘이는 사이에 흩어진 몇 분이 모여 온전한 한 시간을 없앤다고 합니다. 퇴근하면 유튜브만 보다 잠들던 시절의 제가 딱 그랬어요.<br>뜨끔.장 끝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 물어보라는 질문이 하나 나와요. 이 일은 내 삶의 한 부분을 내어줄 만큼 중요한가. 회사 모니터 옆에 붙여 두고 싶은 문장이에요.솔직히 마음에 걸렸던 장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다음 02장(거절하지 못하면 내 시간은 남의 것이 된다)입니다. 너무 제 얘기 같아서요. 돈을 요구받으면 이유와 액수를 따지는데 시간을 요구받으면 생각하기도 전에 승낙한다는 첫 문단부터 할 말이 없더군요. 그다음 문장은 더 아프게 들어와요.<br>"거절을 못하게 막는 것은 대개 친절이 아니라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다."차갑거나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서 원하지 않는 약속을 받아들인다는 대목은, 직장 생활 오래 한 사람 중에 안 걸리는 사람이 드물 거 같아요. 책은 부탁은 요청일 뿐 의무가 아니라고 하면서 결정하기 전에 확인할 세 가지를 내놓습니다. 반드시 내가 해야 하는가, 지금 해야 하는가, 이 일을 맡아도 이미 정한 중요한 일을 지킬 수 있는가. 가족과 친구, 공동체를 위해 감당해야 할 몫은 있다고 선을 그어 두기도 해요. 무조건 거절하라는 얘기로 흐르지 않는 점이 좋았습니다.<br>PART 2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감정 쪽으로 옮겨 갑니다. 21장(첫 동요를 분노로 키우지 마라)은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빨리 뛰는 몸의 반응부터 꺼내더군요. 이런 반응은 이성보다 먼저 일어나서, 갑작스러운 소리에 움찔하는 것처럼 의지로 막기 어렵다고요. 그러니 첫 동요를 느꼈다는 이유로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합니다. 화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진 것 같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거 같았어요.<br>22장(화가 나면 바로 말하거나 결정하지 마라)은 거의 실전 매뉴얼에 가까워요."반드시 대답해야 한다면 짧게 말하라. "지금은 바로 답하지 않겠다"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이야기하겠다"라고 밝히면 충분하다. 긴 해명과 반박은 다툼을 이어갈 말만 늘린다."답장을 보내지 말고, 전화를 끝내고, 혼자 걸으며 시간을 확보하라는 말도 있어요. 목소리를 낮추고 굳은 손을 펴라는 데까지 갑니다. 손을 펴라니,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철학책은 처음 보는 거 같더라고요. 다음 날에도 같은 결론이라면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문장까지 읽고 나면, 메신저 창에 급하게 써 내려갔던 긴 답장들이 하나씩 떠오르고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그다음 23장(자꾸 화가 난다면 몸의 피로부터 살펴라)이에요. 피로는 참을성을 먼저 줄인다고 하더군요. 피곤하면 기다리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고, 작은 소음도 거슬리고, 평범한 말까지 무례하게 들린다고요. 바깥 상황은 그대로인데 그걸 받아들이는 힘이 약해진 거라는 설명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습니다.<br>화가 반복되는 조건을 찾아보라는 대목도 좋았어요. 잠이 부족한 날인지, 식사를 거른 뒤인지, 일이 몰린 때인지. 중년 직장인한테는 이 셋이 거의 매일 겹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인데요.<br>그렇다고 피곤하니 봐 달라는 얘기로 끝나지는 않아요. "피로는 거친 행동이 나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을 옳게 만들지는 못한다." 지쳤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하고 행동을 고치라는 말까지 붙어 있어요. 위로와 따끔함이 한 장 안에 같이 들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br>읽다 보니 세네카라는 사람 자체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웅변술이 뛰어났지만 천식과 결핵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 출세도 남들보다 늦었다고 해요. 몸이 지치면 마음도 흔들린다는 얘기를 머리로만 쓴 사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황제 곁에서 권력의 한복판을 지나온 사람이 시간이며 분노며 거절 같은 걸 이렇게 생활의 말로 풀어 놓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br>PART 3에서는 관계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거절 얘기와 짝을 이루는 문장이 하나 눈에 들어왔어요. "감사를 복종으로 바꾸지는 마라."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후의 모든 요구를 따라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고마움을 기억하는 것과 내 판단을 넘겨주는 것을 나눠서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 같았습니다.<br>책의 끝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조금 더 깊어집니다.50장(노년에는 할 일을 줄이고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써라)은 제목만 보면 아직 먼 얘기 같은데, 40대 후반에게는 문 앞까지 와 있는 이야기처럼 읽혔어요. 더 높은 자리와 더 많은 성취가 지금도 필요한지 물어보라고 하고, 오래 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붙들 필요는 없다고 하더군요. 승진이며 연봉이며 붙들고 달려온 것들을 한 번쯤 내려놓고 바라봐도 된다는 말 같아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오래 살았다고 시간을 잘 쓴 것은 아니라는 문장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고요.<br>이어지는 51장과 52장은 죽음을 다뤄요. 무겁게만 흐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분한 결이더라고요. 죽음을 생각하는 목적이 삶을 어둡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고 하면서, 해야 할 말을 전하고 내려야 할 결정을 내리고 맡은 일은 시작하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서두르라는 뜻도 아니라서, 죽음을 기억하는 일을 "이유 없는 미룸을 줄이는 일"이라고 부르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슬픈 것도 자연스럽다고 인정해 주는 문장도 있어서, 사람 마음을 함부로 다그치지 않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고요.<br>마지막 53장(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결점을 하나씩 줄여라)은 책 전체를 다정하게 마무리하는 장 같아요. 한 번도 화내지 않고 늘 옳게 행동하겠다는 목표는 쉽게 좌절을 만든다면서, 자주 반복되는 결점 하나부터 줄이라고 하거든요. 예전보다 덜 화내고, 잘못을 더 빨리 인정하고, 욕심에 끌리다가도 일찍 멈춘다면 이미 달라지고 있는 거라고요.<br>"나아진다는 것은 결점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같은 결점을 조금씩 덜 반복하는 것이다."&lt;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gt;는 곁에 두고 아무 데나 펼쳐 보기 좋은 책이에요. 장마다 두 쪽이면 끝나니까 그날 마음에 걸리는 제목 하나만 골라 읽어도 충분하거든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날엔 02장, 괜히 짜증이 나는 날엔 23장을 펴 보면 되겠더라고요. 회사에서 늘 남의 일까지 떠안고 있는 후배 책상에 슬쩍 올려 두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br>하늘이 부쩍 높아진 가을 초입에 &lt;세네카의 지혜, 오늘에 충실하라&gt; 덕분에 좋은 책 만난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오늘은 일찍 자 보려고요. 피곤하면 화부터 난다고 세네카 선생님이 그러셨으니까요. 하루만 더 버티면 주말입니다. 다들 화 대신 잠을 넉넉히 챙기는 가을 보내세요.<br>시간과 거절, 분노와 피로, 그리고 덜어냄까지, 2천 년 전 세네카가 중년 직장인의 하루에 건네는 짧고 단단한 53가지 처방 같은 책.<br>#세네카의지혜오늘에충실하라 #세네카 #정영훈 #이선미 #메이트북스 #스토아철학 #철학책추천 #인문학책 #고전읽기 #책추천 #서평 #북리뷰 #직장인책추천 #분노조절 #시간관리 #거절하는법 #가을책추천 #오늘에충실하라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4/94/cover150/k54213176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4944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기억은물방울모양 - [기억은 물방울 모양]</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71</link><pubDate>Sat, 03 Oct 2026 08: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318&TPaperId=175518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0/28/coveroff/897604831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048318&TPaperId=175518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억은 물방울 모양</a><br/>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아직은 몰라요" 그 한마디가 오래 남는 책, 데라치 하루나 &lt;기억은 물방울 모양&gt;서평금요일 저녁이 되면 이번 주에 뭘 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어요. 분명히 바빴는데 손에 남은 게 별로 없는 느낌이죠. 이번에 소개할 책은 데라치 하루나의 &lt;기억은 물방울 모양&gt;인데, 이 책은 그렇게 흘러가 버린 시간을 하나씩 다시 주워 담는 이야기 같았습니다.원제는 &lt;雫&gt;, '시즈쿠'라고 읽고 물방울이라는 뜻이래요. 일본에서는 2024년 가을에 NHK출판에서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김지연 번역으로 문예춘추사에서 나왔습니다. 작가는 사가현 출신이고, &lt;비올레타&gt;로 데뷔해 &lt;물을 수놓다&gt;로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을 받은 분이에요. 이름은 낯설어도 이력을 보면 마음을 꿰매는 이야기를 꾸준히 써 온 작가인 것 같아요.<br>이야기는 2025년 4월에서 시작합니다. 마흔다섯 살 나가세 다마는 '주얼리 다카미네'에서 20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했는데, 건물 철거로 회사가 문을 닫는 마지막 날을 맞아요. 텅 빈 사무실, 몇 장 남지 않은 명함, 창문에 비친 나이 든 몸. 이 대목에서 책장이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저도 회사 책상 서랍 안쪽에 명함 상자를 넣어 두고 있는데, 언젠가 그 상자가 다 쓸모없어지는 날이 오겠구나 싶었거든요.<br>이 책에서 가장 독특하다고 느낀 건 시간이 거꾸로 간다는 점이에요. 2020년, 2015년, 2010년 하는 식으로 5년씩 과거로 내려가서 1995년, 열다섯 살 중학생들에게 닿아요.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읽다 보니 이 방식이 꽤 다정하게 느껴졌습니다. 2025년에 철거를 앞두고 텅 비어 있던 5층짜리 빌딩을 1995년의 다마가 교복 차림으로 처음 올려다보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열다섯 살 다마는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기가 죽어서, 평소에는 신경도 안 쓰던 치맛단 주름이 갑자기 창피해져요. 같은 건물이 30년을 사이에 두고 겹쳐 보이니까, 앞에서 무심히 읽은 장면들을 자꾸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br>천천히 읽게 되는 대목이 있었어요. 1995년 장에서 금속 기술자 고마 씨가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이에요. 열다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제자로 들어갔다는 고마 씨에게 누가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고마 씨는 느릿느릿 "모르겠습니다, 그건", "아직은 몰라요"라고 대답합니다. 망했다 싶은 일이 나중에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고, 운이 좋다고 생각한 일이 재난을 부르기도 한다고요. 괴로운 시기라고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인생에 좋다 나쁘다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말이 나와요. 이 대목은 몇 번을 다시 읽었습니다. 마흔 넘어서 이것저것 결론부터 내리려고 했던 제 습관이 조금 머쓱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br>인물들도 하나같이 기억에 남아요. 다카미네는 어릴 때부터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아이였던 것 같아요. 노트 좀 보여 달라, 교과서 좀 빌려 달라며 말을 거는데, 다마는 그럴 때마다 움츠러들어요. 그 빌딩 1층의 보석 가게를 보면서 다마가 "저 가게는 다카미네처럼 반짝거리네요"라고 혼잣말을 하는데, 이 한 줄에 그 아이가 다마 눈에 어떻게 보였는지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반짝이던 아이가 2025년에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넓네, 텅 비니까"라고 중얼거려요. 그 거리가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br>시즈쿠는 말수가 적은데도 존재감이 큰 인물 같아요. 어른들이 시즈쿠 문제로 둘이서만 얘기하겠다고 하자, 평소 손 들고 발표하는 일도 거의 없던 다마가 "기노시타 일인데 어째서 기노시타를 빼는 건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리고 나가려는 다마의 팔을 시즈쿠가 꽉 붙잡고 "여기 있어"라고 하죠. 둘이 친해지는 순간을 따로 설명하지 않는데도 그 손힘만으로 충분히 전해지는 것 같았어요. 모리는 늘 조용히 옆에서 챙겨 주는 친구라는 인상입니다. 다카미네의 체육복 바지 실밥이 터졌을 때 감쪽같이 꿰매 준 사람도 모리였어요.<br>2015년 장에 나오는 대화 하나도 적어 둡니다. 영원은 찾았느냐는 미술 선생님의 물음에 "아직 못 찾았어요"라고 답하자, 선생님이 "그렇구나, 나도 그래"라고 해요. 정답을 알려 주는 어른 말고, 같이 모르겠다고 말해 주는 어른도 있다는 게 묘하게 위로가 됐습니다. 이 책에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너한테만 하는 얘긴데" 같은 말이 시점을 바꿔 가며 몇 번씩 나오는데, 같은 말이 다른 나이에 다시 들릴 때마다 반가운 기분이 들었어요.<br>아쉬운 점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시간이 거꾸로 흐르니까 처음 몇 장은 인물들의 관계가 잘 잡히지 않아서 앞으로 돌아가 확인할 때가 있었습니다. 감정을 크게 터뜨리는 장면도 거의 없어서, 사건이 빠르게 몰아치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초반이 조금 잔잔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저는 그 잔잔함이 좋았지만 취향을 탈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br>번역은 편하게 읽혔어요. '기노시타 시즈쿠'라는 이름이 나무 아래 물방울이라는 뜻이라든가, 일본어로 바느질 매듭을 '다마무스비'라고 한다는 역주가 곳곳에 달려 있어서 이름에 숨은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손에 쥐기 알맞은 크기라 들고 다니기도 좋았어요. 보석 이야기라고 무게까지 금덩이는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파스텔 무지개 바탕에 물방울 모양 보석이 놓인 표지도 예뻐서 책장 눈에 띄는 자리에 꽂아 두고 싶어지네요.<br>10월 첫 금요일이에요.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달라진 게 느껴지는 걸 보니 가을이 성큼 온 것 같습니다. 이런 계절에는 오래된 친구 이름이 하나쯤 떠오르기도 하잖아요. 이 책을 덮고 나면 서랍 속 낡은 물건 하나를 꺼내 보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기억은 물방울 모양이라는데, 요즘 제 기억은 자꾸 증발하는 걸 보면 물방울은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br>30년을 5년씩 거슬러 올라가며 네 친구의 시간을 다시 꿰어 보는, 잔잔하고 다정한 소설이에요.<br>#기억은물방울모양 #데라치하루나 #김지연옮김 #문예춘추사 #일본소설 #일본소설추천 #장편소설 #신간소설 #우정소설 #성장소설 #가을에읽기좋은책 #중년독서 #직장인독서 #책추천 #소설추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0/28/cover150/897604831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0284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나는큰돈없이부동산경매로내집마련한다 - [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63</link><pubDate>Sat, 03 Oct 2026 08:0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63</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0639&TPaperId=175518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1/61/coveroff/k17213063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72130639&TPaperId=17551863"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a><br/>이주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경매는 1등 하는 게임이 아니더라고요, 아재의 첫 경매 공부 &lt;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gt; 서평<br>전입신고를 하루 먼저 했느냐, 근저당이랑 같은 날 했느냐.그 하루 차이로 낙찰자가 세입자 보증금을 떠안을지 말지가 갈린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저는 &lt;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gt;를 읽으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등기소는 오전 9시 이후에야 접수를 받는다는 평범한 사실 하나가 권리 순서를 정해 버린다니, 경매라는 세계가 생각보다 훨씬 촘촘하게 짜여 있는 거 같더라고요.<br>10월 첫날이자 목요일이에요.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해져서 겉옷 하나쯤은 챙기게 되는 때가 왔네요. 몸은 벌써 주말 쪽으로 반쯤 기울어 있는데, 이 책 얘기는 누구한테든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어요.지은이는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주현 님이고, 메이트북스에서 나왔습니다. 저한테 경매는 늘 전문가들 영역이거나, 사연 있는 집을 싸게 사는 일 정도의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첫 장부터 그런 막연한 인상을 조금씩 걷어내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느낌이 듭니다.<br>제일 먼저 반가웠던 건 1장 끝에 붙은 초보자 질문 코너였어요. 그중 "평일에는 바쁜데 직장인도 도전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거의 제 얘기 같았습니다. 공매는 온비드로 전자입찰이 되지만 법원 경매는 아직 전자입찰이 도입되지 않아서, 입찰 당일 법원에 직접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남은 연차부터 머릿속으로 세어 보려는데 바로 다음 문장에 수수료를 받고 입찰 절차만 대신해 주는 서비스가 점점 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어요. 순서가 꼭 질문하는 사람 마음을 미리 읽어 둔 것 같아요.<br>혼자 할지 대행업체에 맡길지에 대한 답도 솔직해서 좋았어요.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거용 부동산은 상업시설이나 공업시설에 비해 분석이 까다롭지 않고, 실제로 해결이 어려운 사례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대행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 법무사, 매수신청대리 등록을 마친 개업 공인중개사뿐이라고 분명하게 알려 주더라고요. 모르고 덤볐으면 엉뚱한 곳에 맡길 수도 있었겠다 싶은 대목이었습니다.<br>처음부터 겁을 주는 책이 아니라서 마음이 편했어요.4장 (권리 인수 여부를 가르는 기준, 말소기준권리)으로 넘어가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맛이 납니다. 말소기준권리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땐 말이랑 소가 왜 같이 나오나 싶었어요. 네, 아재는 이런 데서 못 참습니다.이 책에서 특이하다고 느낀 건 표였어요. 순서 1, 2, 3 옆에 A 근저당, B 압류, C 가압류 하는 식으로 딱 세 줄짜리 표를 놓고, 어느 권리가 기준이 되고 어느 권리가 사라지는지 같이 따라가게 해 줍니다. 선순위 지상권, 후순위 지상권, 선순위 전세권으로 순서만 살짝살짝 바꾼 표가 이어지는데, 표가 단출하니 낯선 용어가 들어와도 머리가 덜 복잡해지는 거 같아요. 지상권은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용익물권이라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없다는 설명도 그 표 아래에서 슬쩍 들어오고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선순위 전세권 사례였어요. 1순위 A 전세권, 2순위 B 근저당, 3순위 C 압류. 표 내용은 거의 똑같은데 맨 아래 '경매신청' 칸에 누구 이름이 들어가느냐로 결론이 달라지더군요. 전세권도 원래는 말소기준권리가 될 수 없지만, 전세권자가 스스로 경매를 신청했거나 배당요구신청을 했다면 말소기준권리로 탈바꿈한다고 해요. B가 신청한 사건은 "결국 이 사건은 전세권자 A의 배당요구 여부에 따라 낙찰자의 인수 여부가 달라지는 사례입니다"라고 정리돼 있습니다. A가 직접 임의경매를 신청한 사건에서는 뒤에 설정된 근저당과 압류가 모두 소멸해서 낙찰자가 인수할 권리가 없다고 하고요.<br>칸 하나 차이로요.6장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유)은 제일 집중해서 따라간 장 같아요. 대항력은 실제로 입주하고 주민등록까지 마치면 다음 날 0시부터 생긴다고 합니다. 왜 굳이 다음 날일까 궁금했는데, 전입신고는 주민센터에서 처리하고 소유권이전등기는 등기소에서 접수하니 같은 날 일이 겹치면 누가 먼저인지 가리기 어려워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월 12일에 전입하고 13일에 근저당이 잡힌 사례에서는 대항력이 13일 새벽 0시에 생기고, 근저당 등기는 오전 9시 이후에나 가능하니 임차인이 앞서게 됩니다. 둘 다 13일이면 대항력은 14일 0시가 되니까, 낙찰자 입장에선 보증금을 따로 물어줄 필요가 없는 안전한 물건이 되고요. 법이라는 게 책상에서만 만든 게 아니고 꽤 현실적인 고민 끝에 나온 거구나 싶었어요.<br>우선변제권으로 넘어가면 확정일자가 등장해요. 확정일자는 '내 보증금이 몇 번째로 배당받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요소라고 합니다. 받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 줘요. 주민센터에 계약서 원본과 신분증을 들고 가거나, 인터넷등기소에 스캔본을 올리고 본인 인증을 하면 됩니다. 저자가 "세입자라면 확정일자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는데요. 경매에 당장 뛰어들 생각이 없더라도 전세나 월세로 사는 분이라면 이 장만큼은 한 번 읽어 두시면 든든할 거 같아요. 요즘은 전세자금대출 때문에 전입신고보다 확정일자를 먼저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도 있어서, 지금 현실이랑 바로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br>솔직하게 걸렸던 건 권리분석 연습에서 2025년 5월 1일, 2일, 3일, 4일이 줄줄이 나오는 표들이었어요. 전입신고, 확정일자, W은행 근저당이 자리를 바꿔 가며 네 번 나오니까 대항력은 있는데 우선변제권은 밀리는 경우와 둘 다 밀리는 경우가 제 머릿속에서 자꾸 엉키더라고요. 확정일자와 근저당이 같은 날이면 동순위로 보고 금액에 비례해 나누는 안분배당도 나와요. 보증금 2억 원, 채권 1억 원, 배당 총액 1억 5,000만 원으로 임차인 1억 원, W은행 5,000만 원까지 계산해 보여 주는데, 이 계산식은 몇 번이고 앞뒤로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런 건 원래 직접 표를 그려 가며 손에 익히는 영역 같기도 하고요.<br>이 장에서 가장 긴장하면서 읽은 건 실제 사례 하나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임차인으로 올라 있고, 공사가 선정한 입주자가 2019년 5월 10일에 전입한 사건이었어요.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대항요건을 갖췄고 확정일자도 받아 둔 임차인이었죠. 그런데 배당요구를 한 날이 2024년 10월 4일로, 배당요구종기일인 2023년 1월 31일이 이미 지난 뒤였습니다. 그 결과 낙찰자가 보증금 8,500만 원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해요. 날짜 하나를 놓친 대가가 고스란히 낙찰자 몫이 된다는 게 꽤 서늘하게 다가왔어요.<br>10장 (경매 입찰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실용서에서 이런 얘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싶은 장이었어요.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는 소제목 아래 첫 문장이 "경매 입찰의 목적은 1등이 아닙니다"거든요. 이어서 "경매는 경쟁이지만 승부의 개념은 아닙니다"라며, 본질은 '다른 사람보다 무조건 더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자금 범위에서 안전하게 낙찰받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회사 생활을 이만큼 하다 보면 이기는 것만큼 지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되는데, 그 감각이랑 비슷한 결이라 반갑더라고요.<br>'혹시 아무도 안 들어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든다면 권리분석이나 입찰가격에 확신이 부족하다는 뜻이래요. 분석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경쟁자가 없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거라는 대목도 오래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그럴 땐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전략이라고 하고, 낙찰 후 2등과 가격 차이가 크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입찰표는 되도록 몸으로 가리고 쓰라는 대목에선 학창 시절 시험지 가리던 모습이 겹쳐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br>패찰 이야기도 있어요.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단돈 얼마만 더 쓸걸 하는 아쉬움이 한동안 남기도 하지만, 새로운 경매 물건은 계속 나오니 아쉬움을 빠르게 털어내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매에서 중요한 건 자신이 정한 적정 입찰가격을 지키면서 본인에게 맞는 물건을<br>기다리는 것.책 전체에서 느껴지는 저자 목소리는 단호한데 다정한 편인 것 같아요. 소제목만 봐도 "자신이 없다면 포기해라", "패찰했더라도 실망하지 마라"처럼 짧게 끊어 말하는데, 막상 본문은 초보가 어디서 겁먹을지 알고 한 발 앞에서 기다려 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현장을 오래 지켜본 선배가 후배한테 요령을 하나씩 넘겨주는 말투랄까요.<br>&lt;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gt;는 보통 실용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한 번 읽고 꽂아 두기엔 아까운 책 같아요. 등기부등본 해석부터 권리분석, 입찰장에서 지킬 행동, 명도까지 표와 사례가 차곡차곡 들어 있으니까요. 언젠가 진짜 경매 물건을 들여다보게 되는 날, 옆에 펼쳐 두고 하나씩 대조해 보기 좋을 거 같거든요. 경매를 하지 않더라도 집 계약서 한 장 쓸 때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감이 생기는 건 덤이고요.<br>10월이 시작되니 올해도 이제 석 달 남았네요. 가을은 거두는 계절이라는데, 저는 이번 가을에 공부 씨앗 하나를 제대로 얻어 간 기분입니다. &lt;나는 큰돈 없이 부동산 경매로 내집 마련한다&gt; 덕분에 좋은 선생님 한 분 만난 거 같아 든든해요. 제 지갑에도 말소기준권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월급날을 기준으로 그 뒤에 긁은 카드값은 싹 소멸되게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남은 목요일도 힘내세요. 주말이 코앞입니다.<br>하루 차이, 날짜 한 칸 차이로 내 집의 운명이 갈린다는 걸 표와 사례로 차근차근 알려 주는 다정하고 단단한 경매 입문서예요.<br>#나는큰돈없이부동산경매로내집마련한다 #이주현 #메이트북스 #지지옥션 #부동산경매 #경매입문서 #내집마련 #권리분석 #말소기준권리 #대항력 #우선변제권 #확정일자 #주택임대차보호법 #배당요구 #경매초보 #직장인재테크 #부동산책추천 #경제경영책 #가을독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31/61/cover150/k17213063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316181</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 - [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 -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건너는 53가지 인생 지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52</link><pubDate>Sat, 03 Oct 2026 07: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5185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0451&TPaperId=175518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5/0/coveroff/k93213045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0451&TPaperId=1755185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 -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건너는 53가지 인생 지혜</a><br/>호메로스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집에 가는 데 10년 걸린 남자에게 배운 것, &lt;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gt; 서평<br>집에 가는 데 10년이 걸린 남자의 이야기예요.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출발했는데 폭풍을 만나고, 동료를 잃고, 낯선 섬에 갇히고, 고향이 코앞까지 보였다가 다시 먼 바다로 떠밀려 갑니다. 이쯤 되면 내비게이션 탓이라도 할 법한데, 오디세우스는 끝까지 이타케라는 목적지 하나를 놓지 않더군요. 퇴근길이 한 시간만 막혀도 투덜대는 저로서는 일단 고개부터 숙이고 들어가게 되는 주인공이었어요.<br>&lt;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gt;는 호메로스의 &lt;오디세이&gt;를 따라가면서 그 긴 여정에서 53가지 인생 지혜를 길어 올린 책이에요. 강현규 님이 엮고 이선미 님이 옮겼고, 메이트북스에서 9월 1일에 나왔습니다. 요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던데, 스크린으로 모험을 봤다면 이 책으로는 그 모험 속 선택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br>10월 첫날이고 목요일이에요. 주말이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몸은 한 주 중에 제일 무거운 요일이죠. 그래도 요즘은 이런 날에도 손이 책 쪽으로 먼저 갑니다. 서평단 하면서 생긴 버릇인데 이게 꽤 마음에 들어요.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lt;오디세이&gt; 전체 줄거리를 한 번 쭉 훑어주는 대목이 있어요. 칼립소의 섬,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 키르케, 세이렌, 스킬라와 카리브디스까지 이름은 들어봤는데 순서는 가물가물하던 장면들이 한 줄로 꿰어지니 좋더라고요. 원전을 안 읽은 사람도 지도 한 장 쥐고 출발하는 기분일 것 같습니다.<br>이 책만의 말하는 방식도 있어요. 꼭지마다 오디세우스가 직접 "나는"으로 그때 장면을 들려줍니다. 그러다 "나는 그때 ~을 배웠다"로 한 번 숨을 고르고, 곧이어 "당신도"로 고개를 돌려 독자한테 말을 걸어요. 마지막에는 "그렇다고 ~라는 뜻은 아니다"로 균형을 한 번 잡아주고요. 3천 년 전 영웅이 맞은편에 앉아 자기 고생담을 털어놓다가 "자네도 그럴 때 있지?" 하고 묻는 느낌이랄까요.<br>엮은이의 말에서 이 부분을 분명히 밝혀둔 것도 좋았어요. 53가지 지혜는 호메로스가 직접 남긴 교훈이 아니고 원전 이야기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은 해석이라고 해요. 대신 사건의 순서와 주요 장면, 인물의 행동은 원전에서 벗어나지 않게 살폈다고 하고요. 고전을 핑계로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는 책은 아니겠구나 하는 믿음이 거기서 생기더라고요.<br>다른 꼭지보다 유난히 천천히 읽게 된 건 10번, 부서진 뗏목 이야기였어요.포세이돈이 일으킨 폭풍 속에서 바다의 여신 레우코테아가 나타나, 뗏목을 버리고 자기가 건넨 베일을 두른 채 헤엄치라고 합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바로 따르지 않아요. 또 다른 신의 속임수일 수도 있으니 뗏목이 버티는 동안은 버티겠다는 거죠. 거대한 파도가 뗏목을 산산이 흩어놓고 나서야 그는 베일을 두르고 바다로 뛰어듭니다.<br>저는 이 순서가 좋았어요. 처음부터 냉큼 버리지도 않고, 다 부서진 널빤지를 끝까지 끌어안고 있지도 않거든요. 바로 뒤에 "방법에도 수명이 있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회사에서 십몇 년째 써먹고 있는 보고서 양식이며 일하는 순서 같은 게 줄줄이 떠오르더군요. 틀린 방법들은 아니었어요. 다만 그게 지금도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따져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br>오디세우스가 생각보다 훨씬 사람 냄새 나는 인물이라 좋았습니다. 세이렌 꼭지가 특히 그랬어요. 그 노래를 들은 사람은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경고를 듣고도 그는 노래가 듣고 싶었대요. 그래서 동료들 귀는 밀랍으로 막고 자기 몸은 돛대에 단단히 묶게 한 다음, 풀어달라고 명령해도 밧줄을 더 조이라고 미리 일러둡니다. 막상 노래가 들리자 몸부림치며 풀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페리메데스와 에우릴로코스가 밧줄을 오히려 더 단단히 조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좀 나더라고요. "위험을 만나기 전에 정한 약속이 그 순간의 욕망보다 강했다"는 문장이 그 뒤에 조용히 붙어 있어요.<br>의지가 강철 같은 영웅이라기보다 자기가 어디에 약한지 정확히 아는 사람에 가까운 것 같아요. 책은 이 이야기를 휴대전화로 끌고 옵니다. 이번엔 참겠다고 다짐만 하지 말고 알림을 끄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라고요. 퇴근하면 유튜브만 틀어놓다 잠들던 시절의 제가 들었으면 뜨끔했을 소리입니다.<br>17번 꼭지의 이름 이야기도 그냥 넘기기 아까워요. 폴리페모스가 이름을 묻자 오디세우스는 "아무도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나중에 눈을 찔린 거인이 "아무도 아니다가 나를 해치고 있다"고 외치니까 다른 키클롭스들이 도울 일이 없다며 그냥 돌아가 버리고요. 3천 년 된 말장난인데 지금 들어도 재밌더라고요.<br>"나는 내가 누구인지 버린 것이 아니다. 드러낼 때를 미루었을 뿐이다."이 문장 뒤에 오는 "당신도" 대목이 직장인한테는 꽤 아프게 들어와요. 내 직책을 알리고 싶고, 내가 한 일이라고 밝히고 싶고, 내가 옳았다는 것까지 인정받고 싶은 마음. 회의실에서 한 번쯤은 다들 겪어봤을 마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은 그게 문제 해결엔 도움이 안 되고 갈등만 키운다면 잠시 자신을 뒤로 물리라고 해요. 책임져야 할 순간에는 자기 행동에 이름을 걸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이고요.<br>뒤로 갈수록 결이 조금 달라집니다.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거지로 변장한 채 궁전으로 향하는데, 가는 길에 염소지기 멜란티오스한테 모욕을 듣고 걷어차이기까지 해요. 지팡이로 내리칠까 생각했지만 참습니다. 그 자리에서 힘을 드러내면 정체가 탄로 나고 지금까지의 계획이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반응하지 않는 것과 반응할 때를 스스로 고르는 것은 다르다"는 문장은, 이 나이쯤 되면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겪어서 알게 되는 이야기 같았어요. 상대의 도발이 대응할 시점까지 정하게 두지 말라는 말도 함께 붙어 있었고요.<br>42번 꼭지는 좀 더 깊은 데를 건드립니다. 잠들지 못하던 밤, 구혼자들에게 웃으며 가는 여종들을 보고 분노가 치미는 장면이에요. 오디세우스는 들끓는 자기 마음을 새끼를 지키며 낯선 이에게 으르렁거리는 개에 빗대요. 그러고는 동료들을 잃었던 키클롭스의 동굴을 떠올리면서, 그때도 버텼으니 이번에도 견디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더군요. 분노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대목이라 더 믿음이 갔습니다. 견뎌낸 기억이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잠깐 멈출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문장은, 쉰 가까이 살면서 버텨온 날들도 쓸 데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렸어요.<br>꼭지마다 장면, 배움, "당신도", "그렇다고"로 이어지는 흐름이 같아서 한자리에서 여러 꼭지를 내리 읽으면 문장 결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긴 했어요. 그래서 하루에 몇 꼭지씩 끊어 읽는 쪽이 이 책과 더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한 꼭지가 짧으니 그날 마음에 걸리는 제목 하나만 골라 읽어도 충분합니다.<br>두께도 부담 없는 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좋아요. 차례가 제목만 봐도 문장이라 "부서진 뗏목은 놓고 헤엄쳐라", "모욕에 반응하기 전에 목적부터 보라" 같은 제목만 훑어봐도 그날 필요한 말 하나는 건지게 되고요. 보라색 표지에 흉상 그림이 들어가 있어서 책장에 꽂아두면 제법 근사합니다. &lt;오디세우스의 지혜, 흔들려도 가라&gt;는 뜻대로 안 풀리는 날 아무 데나 펼쳐보기 좋은 책이라 오래 곁에 두게 될 것 같아요. 읽는 내내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재미있었습니다.<br>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진 10월, 나한테 이타케는 어디인지 한 번쯤 물어보기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세이렌 노래 들을 일이야 없겠지만, 퇴근 후 쏟아지는 알림 정도는 저도 돛대에 꽁꽁 묶어볼 생각입니다. 좋은 책 만나서 마음이 든든해졌어요. 다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흔들려도 가시길요.<br>항로는 몇 번을 바꿔도 괜찮으니 돌아갈 곳만은 잊지 말라고, 3천 년 전 영웅이 마흔 줄 직장인에게 건네는 53가지 인생 이야기.<br>#오디세우스의지혜흔들려도가라 #오디세우스의지혜 #흔들려도가라 #호메로스 #오디세이 #강현규 #이선미 #메이트북스 #고전다시읽기 #인생지혜 #인문교양 #고전인문 #책추천 #신간도서 #서평단 #서평 #북스타그램 #직장인책추천 #가을책추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05/0/cover150/k93213045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05008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예술로 읽는 스페인 - [예술로 읽는 스페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205</link><pubDate>Thu, 01 Oct 2026 18: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2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362&TPaperId=175492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7/24/coveroff/k322131362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22131362&TPaperId=175492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예술로 읽는 스페인</a><br/>백인필 지음 / 디이니셔티브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br>&lt;예술로 읽는 스페인&gt; 10월 첫날, 비행기표 없이 알람브라에서 프라도까지고급 주택 60채를 분양했는데 계약은 딱 한 건.회사였으면 담당자들이 줄줄이 회의실로 불려 갔을 숫자예요. 그런데 이 망한 분양 계획이 지금은 누구나 이름 한 번쯤 들어본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이라고 하더군요. 이 대목 하나로 책에 확 빠져들었습니다.<br>10월 첫날이에요. 목요일이라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고,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해져서 셔츠 위에 뭘 하나 걸칠까 고민하게 되는 날이죠. 이런 날 소개하고 싶은 책은 &lt;예술로 읽는 스페인&gt;입니다. 안달루시아,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세 지역을 따라가면서 건축과 그림 이야기를 풀어 주는 예술 교양서예요. 출판사 소개를 보니 저자 백인필 씨는 어릴 적 (시녀들) 이미지에 마음을 빼앗겼고,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다 스페인으로 건너가 8년을 살았다고 해요. 지금은 미술사 강연자이자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고요.<br>솔직히 이 이력에서 먼저 마음이 움직였어요. 저도 회사 다니면서 "언젠가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데, 그 언젠가를 진짜 해낸 사람의 첫 책이니까요. 남의 일인데도 괜히 응원하고 싶어지더라고요.책은 그라나다의 알람브라에서 시작합니다. 말발굽 모양 아치와 와인 문을 지나 나스르 궁전으로 들어가는 순서 그대로 따라가니까, 깃발 든 도슨트 뒤를 졸졸 따라 걷는 기분이 들어요. 술탄이 나랏일을 의논하던 멕수아르 홀, 회반죽을 바른 뒤 한 땀씩 새겨 넣은 아라베스크, 신성함을 식물 무늬로 표현하는 이슬람 문화 이야기가 이어지고요.<br>벽을 가득 채운 명문이 약 만 개쯤 된다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새겨진 문장이 "알라 외에 승리자는 없다."라고 하더군요. 사진으로만 봤을 땐 그저 화려한 무늬인 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벽 전체가 하나의 기도문이었던 셈이라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br>아술레호 타일의 초록색에는 천국과 생명, 자연이 담겨 있다고 해요.사자 정원 쪽은 또 다른 이야기예요. 빽빽하게 늘어선 기둥, 레이스처럼 얇게 뚫린 아치, 그리고 열두 마리 사자가 받치고 있는 분수가 사실은 물시계였다니요. 이 사자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두고 11세기 유대인 재상의 저택에서 가져왔다는 설과 14세기 무함마드 5세 때 마카엘산 대리석으로 만들었다는 설,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렘이라는 말도 원래는 '불가침'이라는 뜻이었고, 그 앞 전실은 햇빛을 막아 주면서 여성들이 상인과 거래를 하던 곳이었대요. 머릿속에 막연히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결이 꽤 다르더라고요.<br>그 아름다운 정원에는 슬픈 전설도 하나 얽혀 있어요. 술탄의 여인을 사랑한 젊은이 때문에 한 가문 전체가 비극을 맞았고, 그 피가 사자 정원까지 흘러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레이스 같은 아치 아래에 그런 기억이 겹쳐 있는 곳.바르셀로나로 넘어가면 가우디 세상이 펼쳐집니다. 색이 화려한 카사 바트요와 거칠고 날것 같은 매력의 카사 밀라를 나란히 놓고 보여 주는데, 독창성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는 가우디의 말이 그 사이에 놓여 있어요. 두 건물이 그 한마디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br>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 볼게요. 구엘 공원은 원래 고급 주택 60채가 들어설 단지였는데, 팔린 건 트리아스라는 변호사의 집 한 채뿐이었대요. 그런데 가우디가 자기 재산을 털어 모델하우스를 사들였다고 합니다. 프로젝트가 기울면 다들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게 보통인데, 만든 사람이 직접 들어가 살았다니요. 직장 생활 이십 년 넘게 한 사람한테는 이 대목이 꽤 오래 남아요. 빗물을 모아 용처럼 생긴 입으로 흘려보내는 장치 이야기까지 읽고 나니 이 사람은 처음부터 집보다 큰 걸 그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공원 곳곳을 덮은 트렌카디스는 깨진 접시, 커피잔, 병 조각으로 만든 모자이크래요. 저희 집에선 커피잔 하나 깨면 잔소리부터 날아오는데, 가우디 손에 들어가면 깨진 잔도 잔소리 대신 작품이 되더군요. 버섯 모양 관리실 지붕 꼭대기에는 머그잔과 컵을 거꾸로 엎어 올려 두었다고 하고요.<br>유독 천천히 읽은 건 열주실 대목이었어요. 원래 시장으로 지었지만 끝내 문을 열지 못한 공간인데, 천장은 구름이고 기둥은 쏟아지는 비를 닮았다고 해요. 도리아식 기둥이 위쪽 광장의 무게를 받치고, 바깥쪽 기둥은 안쪽으로 살짝 기울어서 하중을 나눠 진다고 하더군요. 기둥마다 높이를 조금씩 달리해서 타일 선이 수평으로 맞아 보이게 했고, 천장의 둥근 장식 네 개는 봄은 초록, 여름은 노랑과 빨강, 가을은 금색과 초록, 겨울은 흰색으로 사계절의 태양을 표현했대요. 태양마다 달이 열세 개씩 둘러싸고 있다는 얘기에서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 가며 세어 봤습니다. 저자는 이걸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 건축가의 고집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br>1926년 시의회가 이곳을 시립 공원으로 열었고,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것도 같은 해였다고 합니다. 올해가 꼭 그로부터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돌로 새긴 성경'이라고 불린대요. 이름 자체가 성가족이라는 뜻이고요. 계획된 높이는 172.5미터인데, 약 177미터인 몬주익 언덕보다 일부러 조금 낮게 잡았다고 해요. 사람이 만든 것은 자연을 넘어설 수 없다는 가우디의 믿음 때문이라고요. 늘 한 칸이라도 더 올라가는 게 목표인 줄 알고 살아온 나이라서 그런지, 몇 미터 아래에서 멈추기로 한 설계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어요.<br>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 속 A.KIM이라는 글자. 김대건 신부의 이름이 그 유리창에 들어가 있다는 건 이 책으로 처음 알았어요. 저자도 그 앞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고 썼더군요. 르코르뷔지에가 건축가들이 사랑한 건축가라면 가우디는 대중이 사랑한 건축가라는 비교도 나오고,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성당 앞에서 겸손해졌다는 고백도 이어져요. 사진 속 빛깔이 참 고왔습니다.티비다보 산 아래 부촌에 있는 벨레스구아르드 이야기에서는 저자 문장에서 장난기도 슬쩍 보여요. '좋은 전망을 가진 곳'이라는 이름 뜻, 꼭대기의 네 방향 십자가를 설명하다가 그곳까지 가는 길을 운동화 끈 꽉 조이는 소년에 빗대고, 건물은 중세 마녀가 사는 요새 같다고 하거든요.<br>마드리드에서는 드디어 (시녀들)을 만납니다. 프라도 미술관 12번 전시실에 걸린 높이 3미터가 넘는 그림이고, 1656년 작품이에요. 1794년 왕실 목록에는 펠리페 4세 가족 초상으로 올라 있다가 1843년에 지금 이름을 얻었다고 해요. 한가운데 마르가리타 공주가 서 있고, 양옆에는 백작 가문 딸인 시녀 둘이 공주를 챙기고 있습니다. 시녀가 공주에게 건네는 붉은 그릇 이야기는 마음이 무거웠어요. 당시 귀족 여성들이 창백해 보이려고 그 흙을 씹었고, 그 때문에 납 성분으로 빈혈을 앓았다고 하니까요. 오른쪽의 두 왜소증 인물을 차별 없이 그려 냈다는 점, 앞에 엎드린 개가 왕국에 대한 충성을 뜻한다는 해석도 함께 나와요.<br>붓과 팔레트를 든 벨라스케스 자신, 뒤쪽 거울에 희미하게 비친 펠리페 4세와 마리아나 왕비. 그리고 그림 밖을 바라보는 공주의 눈길. 그 시선 때문에 그림 앞에 선 사람은 공주의 부모, 그러니까 왕과 왕비 자리에 서게 된다고 합니다. 왕의 자리가 수백 년 뒤의 관람자에게 넘어온다는 해석이 '관람자를 왕으로 만든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있어요. 회사에선 늘 보고하는 쪽에 서 있는데, 이 그림 앞에서는 저도 왕 대접을 받는다니 기분이 괜찮더라고요.<br>(브레다의 항복)도 좋았어요. 창이 숲처럼 빽빽하게 서 있는데 피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습니다. 패장이 몸을 숙이자 승장이 그 어깨를 감싸 안는 장면이에요. 그림 구석에는 귀족이 아닌 남자가 하나 서 있는데, 그게 벨라스케스 자신이라고 하더군요. 평민 출신으로 궁정화가가 됐지만 평생 인정받고 싶어 했던 사람이라고요. 구석 자리에 슬그머니 자기 얼굴을 넣어 둔 그 마음, 왠지 알 것 같았습니다.<br>소로야 편은 발렌시아의 눈부신 빛으로 시작해요. 그러다 끝내 완성하지 못한 초상화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1920년 6월 17일 그림을 그리던 중에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1923년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장례식에는 정치인부터 시민들까지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요. 작업실을 그대로 재현해 둔 방 사진을 보고 있으니 붓을 잠깐 내려놓고 나간 사람의 자리 같았어요. 그림을 본다는 건 화가가 살던 시대와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그의 말이 이 책 전체와 겹쳐 보였습니다.<br>딱 하나 애먹은 건 이름이었어요. 스페인 이름이 길고 낯설어서 그림 속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앞쪽으로 몇 번씩 되돌아가야 했거든요. 이건 책보다는 제 머리 사정에 가깝습니다.<br>&lt;예술로 읽는 스페인&gt;은 사진이 넉넉하게 실려 있어서 설명을 읽다가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편했어요.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가이드북 옆에 꽂아 두고 싶을 책이고, 당장 떠날 계획이 없어도 도시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어요. 알람브라 벽에 새겨진 한 문장부터 (시녀들) 속 공주의 눈길까지,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br>10월 첫날,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선선해졌어요. 내일 하루만 버티면 주말인데, 이번 주말에는 그림 한 점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어지네요. &lt;예술로 읽는 스페인&gt; 덕분에 비행기표 없이 스페인 한 바퀴 잘 돌고 왔습니다. 좋은 책 만나서 마음이 한결 넉넉해졌어요.<br>벽에 새긴 기도문부터 그림 밖을 보는 공주의 눈길까지, 스페인에서 8년을 산 도슨트와 함께 세 도시를 예술로 걷는 책<br>#예술로읽는스페인 #백인필 #디이니셔티브 #예술교양서 #미술책추천 #스페인여행 #알람브라 #그라나다 #가우디 #가우디서거100주년 #구엘공원 #사그라다파밀리아 #벨라스케스 #시녀들 #프라도미술관 #소로야 #도슨트 #가을책추천 #책추천 #서평]]></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7/24/cover150/k32213136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72483</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 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 - [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201</link><pubDate>Thu, 01 Oct 2026 17: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2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977&TPaperId=175492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4/68/coveroff/k47213197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72131977&TPaperId=175492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a><br/>땃꾸 지음 / 모티브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모기가 왜 졸린지 아세요? 땃꾸 &lt;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gt; 서평모기가 왜 항상 졸려하는지 아세요?피로 가득해서랍니다. 저 같은 아재가 회식 자리에서나 던질 개그인 줄 알았는데, 한창 연애 중인 커플이 서로 주고받는 개그더라고요. 오늘이 10월 첫날인 데다 목요일이에요. 주말은 코앞인데 몸은 딱 피로로 가득한 모기 신세라 그런지 더 크게 웃었던 것 같아요.<br>이번에 만난 책은 인스타툰 작가 땃꾸의 &lt;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gt;입니다. 제목부터 대놓고 유치해지겠다고 선언하는 책이라, 펼치기 전부터 웃음이 났어요. 그냥 읽고 덮는 그림 에세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연인 둘이 마주 앉아 빈칸을 채워 가는 커플 사랑 기록장이더군요.<br>구성부터 재미있어요. 짧은 인스타툰 한 꼭지가 지나가면 둘이 함께 채우는 페이지가 사이사이에 끼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서로가 선호하는 스킨십을 확인하는 페이지예요. 손잡기, 포옹, 쓰다듬기, 뽀뽀를 싫음부터 완전 좋음까지 다섯 칸으로 나눠 두고, 한 사람은 주황색 동그라미에, 한 사람은 파란색 동그라미에 표시하게 되어 있어요. 이런 빈칸 페이지들이 매번 같은 틀로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좀비 이야기 뒤에는 "만약 세상이 끝난다면, 우린 어디서 만날까?"라는 페이지가 나와요. 각자 가장 먼저 갈 장소, 엇갈렸을 때의 최종 재회 장소, 도착했는데 네가 없다면 남길 쪽지까지 채우게 되어 있어요. 점수표였다가 메모지였다가 넘길 때마다 모양이 바뀌니까, 다음엔 또 뭐가 나올지 기다려지는 맛이 있었습니다.<br><br>그리고 말하는 사람이 바뀝니다.(밥)과 (배려)는 여자친구 목소리로 흘러가고, (예뻐하기)에 오면 남자친구 쪽으로 마이크가 넘어가요. 남자친구 까깨꾸는 오늘 뭐 먹었는지, 물은 얼마나 마셨는지를 꼬치꼬치 챙기는 사람이에요. 여자친구 대답은 "시리얼하구.. 또 과자랑.."이고요. 그래도 그 잔소리가 싫지 않아서 괜히 행복해진다고 하니, 읽는 제 입꼬리도 같이 올라가더군요. 싸울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는 대목에서는 회사 생각이 났어요. 이런 동료가 한 명만 있어도 목요일 오후쯤 바닥나는 체력이 좀 버틸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br>땃꾸 쪽은 반대로 애정 표현이 꽤 화끈한 편인 거 같아요. "온도니가 참 탐스럽뇨" 하면서 철~썩. 남자친구가 "나도.. 예뻐해줄 거양!!" 하고 덤벼 보지만,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또 예쁨받는 쪽이 되어 있어요. 표현 방식이 좀 달라도 이 사람이 행복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남자친구의 속말을 보니, 두 사람이 왜 잘 맞는지 살짝 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br>극 안정형과 극 장난형.<br>다른 꼭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첫 만남)과 (계기)예요. 대학교 동아리에서 "저 혹시 펜 하나만 빌려주실 수 있나요?"라는 한마디로 시작된 인연이에요. 남자친구는 전역하고 복학한 참이었고, 여자친구는 2학년이었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렸던 동아리 회식 날, 두 사람은 우연히 맞은편에 앉게 돼요. 쭈뼛거리던 여자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이것도 드세요" 하며 그릇을 먼저 내밀고요. 그 쑥스러운 미소에 마음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반해 버렸대요. 그때 여자친구 속마음이 "...선녀인가?"인데, 옆에서 큐피드가 "오늘도 한 건 했구만~" 하고 날아다녀요.<br>앞에서 밥을 챙기던 그 남자친구가 사랑의 시작도 그릇 하나로 열었다는 게 좋았어요. 이 사람의 다정함은 처음부터 밥으로 말하는 쪽이었구나 싶어서요. 그 뒤로 연락은 역시 여자친구가 먼저 했어요. "아 몰라 보내 이씌" 하고 전송을 누르고, 양치하다 문자를 받은 남자친구는 "잠깐만 대박"을 외쳐요. 이야기는 거기서 한 해의 마지막 날로 이어지는데, 그 장면은 직접 보시는 편이 훨씬 달달할 것 같아요.<br>사십 대 후반 아재 입장에서 이 대목이 좋았던 건, 시작이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고 펜 한 자루와 그릇 하나였다는 점이에요.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뭐든 크고 확실해야 움직인다고 믿게 되잖아요. 그런데 사람 마음은 이렇게 작은 데서 먼저 기울어지는구나 싶더라고요.<br>(좀비)도 좋았습니다. 두 사람에게 요즘 가장 뜨거운 대화 주제가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래요. 물부터 확보해야 한다, 무기랑 방어구도 챙겨야 한다며 한참 떠들어요. 그런데 결국 제일 먼저 정해 둔 건 세상이 무너져도 다시 만날 장소였어요. 그리고 이런 문장이 나와요. "사실 정말 두려운 건 좀비가 아니라, 살아남은 세상에 네가 없다는 사실일 테니까." 유치하게 시작했다가 한 줄로 쑥 들어오는 게 이 책의 특기인 것 같아요. 그러고는 바로 "녜암..! 만약을 대비하는 거예오!"로 다시 유치해지고요.<br>맛보기로 하나 더 소개하면 (이상형)이에요.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예전엔 못 하던 질문도 하게 됐대요. 그래서 여자친구가 "자기 진짜 이상형이 뭐야? 거짓말 없이!" 하고 물어요. 막상 물어 놓고 보니 자기와 정반대인 대답이 나오면 괜히 슬플 것 같았나 봐요. 무서운 얼굴로 "대답.. 잘하는 게 좋을 거야.." 하고 살짝 위협을 가해 줍니다. 결국 나온 대답은 "자기가 내 이상형이 됐오..!"이고, 돌아온 평가는 "좋은 대답이군"이에요. 협박 끝에 나온 모범답안인데도 돌고 돌아 서로의 곁에 있는 우리가 진짜라는 말로 닫혀요. 웃다가 괜히 흐뭇해지더군요.<br>(통화)에서는 남자친구가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는 자리에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전화를 걸어요. "자기 목소리 듣고 싶었어." 옆에서 친구들이 "쟤 누구랑 전화 함?", "여친", "아" 하고 넘어가는 컷이 은근히 웃겨요. 그걸 또 땃꾸는 "왜 사랑해가 안 나오지~?" 하며 실컷 놀리고, 남자친구는 "아앙 사, 사랑행..!" 하고 항복하죠. "놀려서 미안해. 그런데 네가 먼저 나한테 예쁜 짓 했잖아." 이 문장 하나에 두 사람의 연애가 다 들어 있는 느낌이었어요.<br>솔직히 걸렸던 건 딱 하나, 말투예요. "먹었오", "고맙뇨", "거양" 같은 혀 짧은 말투가 처음 몇 꼭지까지는 아재 눈에 좀 간지럽더라고요. 그런데 희한하게 금방 적응이 됩니다. 중반쯤 가니까 이 말투가 빠지면 이 두 사람이 아닐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어요. 제목에서 유치하다고 미리 경고해 줬으니 따ㅁ질 것도 없고요.<br>소장 가치는 뒤쪽 특별 부록에서 확실해지는 것 같아요. "연애 기억력 테스트"에는 바로 적지 말고 동시에 답을 외친 다음 적으라는 규칙이 붙어 있어요. 처음 만난 장소, 첫 데이트에서 먹은 음식, 먼저 고백한 사람, 첫 연락처 이름, 서로의 첫인상 같은 항목이 쭉 이어지고요. 아래쪽에는 첫 데이트 메뉴를 두고 팟타이냐 떡볶이냐로 엇갈리는 두 사람 그림이 있어요. 어느 집에서든 벌어질 법한 장면이라 한참 웃었어요. 오래 만난 사이일수록 이 테스트는 꽤 치열해질 것 같더라고요. "서로에게 바라는 편지"에는 평소 말하지 못했던 소소한 것들을 적어 보라는데, 예시가 "양말 잘 벗어놓거라"와 "온도니 조금만 살살 뜯어줘.."예요. 세상에서 제일 사소하고 제일 현실적인 부탁이라 정겨웠어요.<br>&lt;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gt;는 빈칸이 하나씩 채워질수록 값이 올라가는 책 같아요.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에 보통 에세이보다 살짝 도톰한 편이라, 둘이 번갈아 펜을 쥐기에도 부담이 없어 보였고요. 기념일에 편지 한 장 대신 이 책을 건네면 받는 사람도 같이 쓸 거리가 생기니, 선물로도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br>어느새 달력이 10월로 넘어갔네요. 하루만 더 버티면 금요일인 목요일, 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가을다워진 날에 유치한 연애 이야기로 실컷 웃고 나니 마음이 한결 말랑해진 기분이에요. 저도 모기 개그 하나 써먹어 볼까 싶은데, 수컷 모기 질문이 들어오면 -500점이라니 답부터 단단히 준비해 두고 도전해 보렵니다.<br>펜 한 자루로 시작해 좀비 재회 장소까지 정해 두는 두 사람의 유치하고 다정한 연애를 들여다보며, 둘이 함께 채워 가는 커플 사랑 기록장<br>#사랑은원래좀유치한거야 #땃꾸 #모티브 #땃꾸인스타툰 #인스타툰 #커플기록장 #커플문답책 #커플다이어리 #연애에세이 #그림에세이 #커플선물 #기념일선물 #연애툰 #커플책추천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가을책추천 #책추천 #서평 #BOOKULOVE<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84/68/cover150/k47213197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84688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 [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190</link><pubDate>Thu, 01 Oct 2026 17: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19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1870&TPaperId=1754919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7/2/coveroff/k23213187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1870&TPaperId=1754919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a><br/>때지타로 지음 / 모티브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br>15년 버틴 것도 재능이랍니다. 10월의 첫 책, 모범생 말고 모방생으로 살아보기 &lt;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gt;<br>10월 첫날이 목요일이네요. 금요일을 하루 앞둔 목요일은 직장인한테 거의 다 왔다 싶은 요일인데, 달력까지 새 장으로 넘어가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아침 공기도 제법 서늘해져서 겉옷 하나 챙기게 되는 계절이 왔고요. 이런 날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짙은 남색 네모 안에서 촛불 하나가 휘청 흔들리는 표지, &lt;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gt;입니다.<br>표지 아래쪽의 한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실패는 있어도, 추락은 없습니다."처음엔 촛불이 딱 하나라서 생일 케이크는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제 나이만큼 꽂았으면 표지가 모자랐을 테니까요.<br>그런데 저자가 타로 상담가라니.솔직히 처음엔 살짝 갸웃했습니다. 타로라고 하면 카드 몇 장 뒤집어 운세 봐주는 장면부터 떠오르니까, 제 또래 아재한테는 괜히 거리감이 있는 단어잖아요. 그런데 프롤로그를 펼치자마자 그 경계가 좀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해요. 명문대는 못 갔고 대기업 문턱도 못 넘어서 중견기업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요. 타로도 추가 수입이 필요해서 고른 "지극히 현실적인 부업"이었다고 하니, 신비로운 이야기보다 월급쟁이의 사정이 먼저 보여서 친근하더군요. 운명론을 설파하거나 절대적인 정답을 말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긋고 들어가는 점도 좋았어요.<br>저자는 유튜브 채널 때지타로를 8.5만 구독자와 함께 운영하고 있대요. 수천 명의 속마음을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좀 뜻밖이었는데, 이미 충분히 대단해 보이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느끼며 괴로워하더라는 거예요. 저자는 이걸 유튜브 알고리즘에 빗대요. 세상이 끊임없이 추천해 주는 정답, 그러니까 명문대, 대기업, 높은 연봉, 완벽한 스펙만 맹목적으로 시청하며 산다는 표현이 참 절묘한 거 같아요.재미있는 건 그다음 대목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또한 하나의 알고리즘일지 모르니, 무조건 정답이라 여기며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더군요. 자기 책을 너무 믿지는 말라는 저자라니, 이런 솔직함은 쉽게 만나기 힘든 것 같습니다.<br>프롤로그에서 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읽게 된 건 저자가 떠올린 몇 가지 장면이었어요. 십수 년 전 아버지가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셨다가 겨우 살아나셨던 날, 전날까지 함께 식사하며 장난치던 거래처 분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자신을 참 잘 챙겨주던 지인의 사망 소식이에요. "생각보다 인생은 짧기도 하고 예고도 없었다"는 문장 앞에서는 저도 조용해지더라고요. 이 나이쯤 되면 누구나 비슷한 부고 한두 개씩은 품고 사니까요. 우리가 진짜 갖고 있는 건 오늘,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말은 흔한 문장인데도 여기서는 가볍게 넘어가지지가 않습니다.<br>이 책에서 몇 번이고 밑줄 긋고 싶어지는 단어는 단연 '모방생'이에요.Part 2의 한 장 제목이 '모범생 말고 모방생이 되자'인데, 설명은 이래요.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해 내려는 '모범생'의 태도를 버리고, 이미 잘되고 있는 판에서 내 색깔만 더해보는 '모방생'의 태도를 갖자는 거예요. 말장난 같은 단어 하나에 어깨에 들어간 힘이 스르르 빠지는 느낌이 들어요.<br>이 장에는 대기업 회계팀 15년 차 E 씨가 나옵니다. AI를 활용해 뭔가 만들어 보는 공부도 하고 있고 나중엔 유튜브도 하고 싶다는데, 말끝이 이렇게 흐려져요. "퇴근하면 지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단 계획 중입니다." 여기서 좀 찔렸습니다. 일단 계획 중이라는 말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입에 올려봤을 문장 같아서요.저자가 회계팀 경력으로 후배들의 자소서나 면접을 도와보라고 권하자 E 씨가 머뭇거리며 대답해요. "제가 차라리 인사팀 출신이면 모를까…. 전 나이도 많고요…." 이 "전 나이도 많고요"에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40대 후반쯤 되면 새로운 걸 떠올릴 때마다 이 말이 거의 자동완성처럼 따라붙거든요.<br>저자는 E 씨에게 이미 특출난 재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끈기예요. "당신이 회사를 5년, 10년 동안 버텨왔던 것 자체가 이미 특출난 끈기라는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장은 제법 위로가 되더군요. 버텨온 세월을 재능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흔치는 않잖아요.다만 그 끈기에 '유통기한'을 두라고 해요. 한 달이나 두 달로 기한을 정해두고 하루 1시간 정도 가볍게 해보다가, 안 되면 바로 접고 다른 걸 해보라는 거예요. 1년에 10번쯤 바꿔 보다 보면 나랑 딱 맞아떨어지는 한 가지를 발견할 확률이 꽤 높다고요. 영업사원이 거래처를 공략하듯 빠르게 치고 빠지라는 표현에서는 영업사원 출신다운 말맛도 느껴지고요.<br>사실 저를 제일 뜨끔하게 만든 문장은 따로 있었어요.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남는 시간을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하듯 버린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사용해 보자." 예전의 저는 퇴근하고 유튜브 보다가 그대로 잠드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분이 유튜브 보듯 가볍게 써보라고 하니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요즘 퇴근하면 책부터 집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저 나름의 모방생 연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br>장 끝에는 타로 8번 '힘' 카드 이야기가 나와요. 한 여인이 거대한 사자의 입을 맨손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길들이는 그림이고, 그 사자가 우리 안의 두려움과 욕망이래요. 두려움은 노력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는 "디폴트 값"이라는 말이 반갑더군요. 타로를 이렇게 풀어주니 처음 가졌던 거리감도 한결 줄어드는 거 같아요.<br>딱 걱정할 그 시간만큼만, 가볍게 행동으로.&lt;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gt;의 뒤쪽 Part 4 '때지의 상담실'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집니다. 질문과 답이 오가는 형식이라 말투가 "~것 같습니다", "~어떨까 합니다"로 한결 순해져서, 상담 의자에 마주 앉은 기분이 들어요. 하고 싶은 일과 돈 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미치도록 하고 싶은 일이라면 돈이 안 돼도 이미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답해요. 뼈 있는 말인데도 말투가 부드러워서 아프진 않았어요.<br>운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의 답도 좋았습니다. 사람들은 '이건 내가 해볼 수 있겠는데?' 하다가도 "외모가 별로다", "학력이 별로다", "난 글을 못 쓴다" 같은 조건을 따지며 미룬대요. 마지막 조건은 블로그에 글 올리는 입장에서 괜히 뜨끔했습니다. 운을 바꾸는 작은 방법으로 읽어보지 않았던 책과 가보지 않았던 장소를 꼽는 대목에서는, 매번 낯선 책을 받아 드는 서평단 생활이 조금 뿌듯해지기도 하고요.<br>퇴사 고민에 대한 답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연료가 아예 바닥났는데 계속 운전할 수는 없으니까요." 몸도 마음도 벼랑 끝이라면 멈춰도 괜찮다는 이야기라, 이 나이 직장인에게는 은근히 필요한 허락 같은 문장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하는 이직인지, 나 자신을 위해 나아가려는 이직인지 구분해 보라는 조언도 스스로에게 한 번쯤 물어볼 만한 질문 같더라고요.<br>제일 편하게 웃으며 읽은 건 돈 이야기였어요. "제가 부자도 아니지만"으로 시작해서 1,000만 원 정도에 산 중고차로 20만 km를 탔다는 고백이 나옵니다. 20만 km면 지구를 다섯 바퀴쯤 도는 거리라던데, 이쯤 되면 차가 아니라 동업자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여느 남자들이 그렇듯" 차를 바꾸고 싶을 때마다 그 차와 함께한 날들을 떠올리고, 세차를 하거나 차 안 디퓨저를 바꿔서 새 기분을 낸다는 대목은 너무 현실적이라 정이 갑니다. "그냥 스스로 그런 담백한 생활을 좋아한다고 여겨보세요"라는 말도 중년의 지갑 사정에 꼭 맞는 처방 같고요.<br>판형이 아담하고 두께도 보통 책보다 얇은 편이라 가방에 넣어 다니기 부담이 없어요. 앞쪽은 한 번 쭉 읽어두고, 뒤쪽 상담실은 고민이 생길 때마다 해당 질문만 찾아 펼쳐보기 좋은 구성이에요. 그래서 &lt;모두가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갑니다&gt;는 책장 깊숙한 곳보다는 손 닿는 책상 위에 두고 싶어지는 책입니다.<br>흔들리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네요.10월이 시작됐어요. 서늘해진 바람에 표지 속 촛불처럼 조금씩 흔들리더라도 꺼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깊어지는 가을을 걸어가 보려 합니다. 좋은 상담 한 번 제대로 받고 나온 기분이라 이번 책은 참 잘 만났다 싶어요.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사실 하나로 버틸 힘이 나는 목요일, 다들 한 주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br>버텨온 세월은 끈기라는 재능이니, 완벽한 모범생 말고 가벼운 모방생으로 다시 시작해 보라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려 주는 책.<br>#모두가그렇게흔들리며살아갑니다 #때지타로 #모티브 #모티브출판사 #인생조언 #자기계발에세이 #타로상담 #모방생 #위로가되는책 #직장인추천도서 #중년의독서 #10월추천도서 #가을에읽기좋은책 #신간도서 #책추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 #실패는있어도추락은없다<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7/2/cover150/k23213187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77023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책이었습니다 - [책이었습니다 - 27개의 단서로 복원한 27권의 책 이야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105</link><pubDate>Thu, 01 Oct 2026 16: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10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1487&TPaperId=1754910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5/40/coveroff/k79213148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92131487&TPaperId=1754910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책이었습니다 - 27개의 단서로 복원한 27권의 책 이야기</a><br/>요시타케 신스케.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도넛이 C가 되는 순간까지 복원해 주는 책방, &lt;책이었습니다&gt; 서평<br>"어떤 책이든 복원해 드립니다."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허름한 빈집 앞에 이런 입간판이 서 있다면 저는 아마 그냥 지나치지 못할 거 같아요. 너덜너덜한 책은 물론이고, 한 줄만 남았거나 제목만 기억나는 책도 원래대로 되살려 준다니까요. 9월 마지막 날인데 마침 수요일이에요. 한 주 체력이 딱 반 남은 날이라 제 체력도 같이 복원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br>&lt;책이었습니다&gt;는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와 &lt;불꽃&gt;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개그맨 출신 소설가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만든 책입니다. 두 사람은 앞서 &lt;그 책은&gt;으로 한 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어요. 그래도 이번 권부터 펼쳐도 따라가는 데 전혀 걸리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앞 권을 읽으셨다면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는 기분일 테고요.<br>시작은 동화처럼 열립니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빨간 지붕 집, 덩굴이 타고 오른 책장, 그 앞에 놓인 빨간 의자가 나와요. 이 집이 옛날엔 작은 책방이었다는데 "조금 이상한 책방이었죠"라는 말이 슬쩍 붙어 있어요. 첫 장부터 뭔가 숨겨 둔 집 같은 느낌이 듭니다. 거기 들어와 사는 두 남자는 '전 세계 모든 책의 데이터가 들어 있는 기계'와 '어떤 책이라도 버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기계'를 갖고 있다고 해요. 파이프와 계기판이 얽히고설킨 그 기계 그림은 구석구석 뜯어보는 맛이 있더군요.사례 이야기도 좋았어요. 두 남자는 음식이든 옷이든 뭐든 좋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수상하게 여기다가 별일이 없자 하나둘 의뢰서를 넣고, 남은 채소와 소소한 음식을 건네요. 가난한 마을이었고, 안 좋은 일이 자꾸 생기던 때라서 일상을 바꿔 줄 작은 재미가 필요했다고 하더군요. 사는 게 팍팍할수록 사람한테 필요한 건 생각보다 작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퇴근하면 유튜브만 켜던 제가 요즘 책부터 집어 드는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닐까 하고요.<br>구성이 참 재미있는 책이에요. 이야기마다 '책 복원 의뢰서' 카드가 먼저 한 장 나옵니다. "그 책은 제목이 (불쌍한 고릴라)이었습니다. 이건 어떤 책이었을까요?" 이런 식으로 제목이나 첫 문장, 마지막 문장 같은 단서가 딱 하나만 적혀 있어요. 다음 장을 넘기면 줄 그어진 편지지 위에 "손님께. 그 책은 이런 내용의 책이었습니다."로 시작하는 복원본이 펼쳐지고요. 빨간 카드는 곱슬머리 캐릭터가, 파란 카드는 동그란 민머리 캐릭터가 복원을 맡습니다. 그래서 카드 색만 봐도 이번엔 누구 차례인지 알 수 있어요.<br>카드 앞에서 한 번씩 멈춰 먼저 맞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제목이 '불쌍한 고릴라'면 뭐가 불쌍할까, 마지막 문장이 '2천 년은 의외로 짧다'면 대체 누가 2천 년을 버텼을까 하면서요.그리고 대부분 빗나갑니다. 시원하게요.(불쌍한 고릴라)는 고릴라 셋이 모인 밴드 이야기예요. 기타와 베이스는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데, 드럼 맡은 고릴라는 자기 가슴을 양손으로 두드려 소리를 냅니다. 데뷔를 앞두고 동료들은 드럼을 제대로 칠 줄 아는 고릴라를 찾았다며 그에게 나가 달라고 해요. "생각해 보면 가슴을 두드리는 일은 고릴라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다."<br>"드러머였던 고릴라는 그냥 고릴라가 됐다."이 한 문장 앞에서 웃어야 할지 좀 헷갈렸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이 사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까 싶은 날이 오거든요. 알았다고 대답하고 조용히 밴드를 떠나는 고릴라가 남 일 같지 않았어요. 이야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가는데, 그 한 걸음은 직접 보시는 편이 좋겠어요.<br>빨간 카드의 두 번째 이야기에는 2천 년 뒤 미래가 보고 싶었던 소년이 나와요. 2천 년을 살 수는 없으니 타임머신을 만들기로 하고, 거기 매달리는 사이 어른이 되어 박사라고 불리게 됩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 싶어서 타임머신보다 먼저 '수명을 늘려 주는 사과'부터 개발하는데, 피식 웃다가 조금 뜨끔했어요. 일 하나 끝내려고 그 일을 위한 준비를 또 벌이는 모습은 회사에서 늘 보는 풍경이잖아요. 그 사과를 몇 개나 먹었는지, 단서가 왜 '2천 년은 의외로 짧다.'인지는 몇 줄 안 되는 이야기 안에 다 들어 있습니다.파란 카드로 넘어가면 결이 확 바뀌는 느낌이 들어요. (정리 번호 17)은 첫 문장부터 엉뚱합니다. 우유를 마신 뒤 커피를 마시면 뱃속에서 커피 우유가 완성되고, 같은 식으로 경제·경영서를 읽고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면 머릿속에 '연봉 10억인 당신'이 완성된다는 거예요. 선글라스 낀 남자가 차 앞에 서 있는 말풍선 아래 노트북 앞에 멀뚱히 앉은 사람이 그려져 있어요. 그게 딱 저 같아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러다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br>"맛을 본 기억은 없지만 커피 우유는 당신을 알고 있다. 돈을 출금할 순 없지만 10억은 당신을 알고 있다."말장난 같은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거 같아요. 원소 단위까지 쪼개 보면 마음속엔 이미 성공과 좌절, 흥분과 후회, 다정함과 질투, 현명함과 용기와 냉정함이 다 들어 있는 셈이라는 문장도 이어집니다. 복원된 책이 원래 무슨 책이었는지는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그 한 방이 제법 시원했어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정리 번호 20)입니다. 안경 쓴 남자가 카페에서 커피와 도넛을 주문하고 "일을 해야지." 하며 작게 한숨을 쉬어요. 오른쪽 남자는 키보드를 시끄럽게 두드리고 왼쪽 여자는 향수 냄새가 진해서 도무지 집중이 안 되니, 기분이나 바꿔 보자며 도넛을 베어 뭅니다. 세 입인가 네 입째에 도넛의 둥근 원이 더는 동그라미가 아니게 되는 한 입이 와요. O가 C가 되는 그 순간엔 뭔가를 이룬 듯한 성취감과 뭔가를 무너뜨린 허탈함이 뒤섞인다고 하더군요. 동그랗지 않게 된 도넛을 계속 먹다 보면 "마치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치르는 잔여 경기처럼 열정이 사그라든다"는 말까지 나옵니다.<br>잔여 경기라니.마감을 앞둔 사람이 딴생각으로 슬금슬금 도망가는 모습을 이렇게 정확하게 그려 놓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것보다 일을 해야 한다. 오늘 밤까지 기획안을 보내야 한다."로 겨우 정신을 차리는데, 이번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와요. 연체된 수도세 때문인가 싶어 받는 그 소심함까지 어찌나 사람 냄새가 나는지요. 단서가 '이런 이유로 나는 공룡입니다.'였다는 걸 떠올리면, 도넛 먹던 이 사람이 대체 어디까지 가게 될지 궁금해지실 거예요.<br>빨간 카드 쪽에서 오래 붙들고 있던 건 (정리 번호 13)이었어요. 첫 문장은 '저주의 말로만 채워졌지만 그건 러브레터였다.'입니다. "정말 못됐네. 너무 싫어."로 시작해서 남에게 상처 주고, 소문에 휘둘리고, 남과 비교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하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들이 쉴 새 없이 줄줄이 이어져요. 그러다 "당신을 괴롭히는 이런 모든 나쁜 감정을 저주하며 살 거야."로 닫히는 순간, 저주받는 쪽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괴롭히는 감정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런 러브레터를 받는 사람은 꽤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이가 들수록 누구 편을 들어 준다는 게 이런 모양일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br>만듦새도 소장 욕심이 나는 편입니다. 양장이라 손에 쥐는 맛이 단단하고, 갈색 바탕에 금빛 무늬 테두리를 두른 표지는 오래된 책방 서가에서 막 꺼낸 책 같아요. 초록색 가름끈이 달려 있어서 이야기 사이사이 끊어 읽기에도 좋고요. 그림도 정말 많아요. 기계 그림처럼 빽빽하게 채운 장면이 있는가 하면 펜 몇 줄로 툭툭 그린 장면도 있어서 넘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표지 띠에 적힌 "나를 구해 준 건, 책이었습니다."라는 문장은 스물일곱 권의 복원본을 다 넘기고 나면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읽힐 거 같아요.<br>9월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바람 끝이 제법 가을 같네요. 한 줄에서 책 한 권이 태어나는 걸 스물일곱 번이나 지켜보고 나니, 제 머릿속에 굴러다니던 한 줄들도 괜히 아까워집니다. 도넛 구멍이 사라지면 세상의 균형이 흔들린다는데, 제 뱃살 균형은 진작에 무너졌으니 도넛 하나쯤은 괜찮겠죠. 선선한 가을 초입에 &lt;책이었습니다&gt; 같은 책을 만나 마음이 한결 넉넉해진 기분이에요.<br>한 줄의 단서가 한 권의 이야기가 되는, 웃다가 뜨끔하고 가끔은 서늘해지는 스물일곱 번의 복원<br>#책이었습니다 #요시타케신스케 #마타요시나오키 #양지연 #김영사 #그책은 #책복원의뢰서 #책에대한책 #창작릴레이 #일본에세이 #그림에세이 #가을책추천 #9월신간 #직장인독서 #북스타그램 #서평단 #책리뷰 #BOOKULOVE #책좋아하는사람]]></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285/40/cover150/k7921314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285401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아무것도 아닌 왕 - [아무것도 아닌 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087</link><pubDate>Thu, 01 Oct 2026 16: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90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1170&TPaperId=175490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1/60/coveroff/k86213117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1170&TPaperId=175490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아무것도 아닌 왕</a><br/>너새니얼 레소어 지음, 신선해 옮김 / 폭스코너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왕관은 썼는데 얼굴이 없는 왕, &lt;아무것도 아닌 왕&gt; 서평<br>제목만 보고는 추수철 들판에 낫 들고 선 왕부터 떠올렸습니다. 킹 오브 '낫'띵이라니까요. 가을이라 그런 걸로 해 주세요.표지를 다시 보면 커다란 왕관 아래 곱슬머리만 잔뜩 부풀어 있고 얼굴 자리는 텅 비어 있어요. 왕관은 썼는데 표정이 없는 왕. &lt;아무것도 아닌 왕&gt;은 그 빈 얼굴 주인이 누구인지 조금씩 따라가 보는 이야기 같더라고요.<br>주인공 앤톤 찰스는 사우스런던 어느 학교 복도를 자기 왕국이라고 부르는 아이예요. 케힌데, 케일럽, 마커스와 무리 지어 다니고, 누가 무리 중 하나를 밟으면 모두를 밟은 셈이라는 규칙으로 버팁니다. 첫 장면부터 싸움 얘기로 시작하는데 말투가 워낙 능청스러워서, 웃다가 보면 이 녀석 독백을 벌써 몇 장째 따라가고 있어요.<br>"꿈이란 건 토트넘 팬들과 마틴 루터 킹을 위한 단어다."이런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녀석이라 처음엔 솔직히 좀 얄밉기도 했습니다.그런데 같은 날 생활지도실에서 벤저민 선생이 5년 후 자기가 어디 있을지 적어 내라는 과제를 냅니다. 코웃음 치던 앤톤이 결국 적어 낸 건 언제나 정원사가 되고 싶었다는 문장이에요. 장미, 야자수, 알로에 베라. 평생 삽 한 번 들어 본 적 없다면서 식물 이름만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선생은 그 종이를 읽더니 인상을 쓰고 접어서 자기 주머니에 넣어요. 허세 가득한 독백 바로 뒤에 이런 문장이 슬쩍 끼어 있으니 저도 모르게 속도를 늦춰 읽게 되더군요. 이 아이가 감춰 둔 게 생각보다 많겠구나 싶었습니다.5년 후 어디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은 회사에서도 면담 때마다 나오잖아요. 마흔 후반쯤 되면 그 칸 채우는 게 은근히 어렵습니다.<br>앤톤이 식물 이름으로 빈칸을 메우는 걸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남 일 같지 않기도 하고.집에 가면 이 왕은 그냥 철부지 아들이고 손자예요. 엄마는 노란 고무장갑을 끼고 앤톤이 크리스마스에 선물한 'Fry me to the moon' 앞치마를 두른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앤톤은 (이스트엔더스) 배우 뺨치는 발연기로 버티다가 인터넷 일주일 금지를 받고, 방문을 쾅 닫는 바람에 벌이 한 달로 늘어나요. 지난번 벌 받을 때 엄마가 바꿔 놓은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AntonLuvsMummyWummy123'이었다는 대목에서는 소리 내서 웃었습니다. 이 어머님, 보통 분이 아니세요.<br>인터넷을 되찾으려면 지역 봉사 동아리 '해피 캠퍼스'에 매주 나가야 하는데, 하필 거기서 학교 공인 찐따 매튜와 한 팀이 됩니다.매튜라는 아이가 참 좋았어요. 과학 시간에 주기율표 유인물을 받아 들고는 자기가 아는 원소는 (제5원소) 하나뿐이라고 목소리를 낮추는 녀석이에요. 캠핑장에서 앤톤이 타란툴라를 손바닥에 올려 볼 때는 옆에서 "넌 할 수 있어", "그렇지, 잘하고 있어. 천천히 숨 쉬고" 하고 다독여 줍니다. 1장의 패거리가 서로 부추겨 싸움판으로 밀어 넣던 모습을 떠올리면, 친구라는 말이 한 책 안에서 이렇게 다른 얼굴을 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br>캠핑에서 앤톤은 매튜에게 크게 빚을 지게 되는데, 무슨 일이었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빚을 갚겠다는 앤톤에게 매튜가 기대에 차서 묻습니다. "학교에서 내 베프 해 주면 안 돼?" 돌아온 대답은 이랬어요. "안 되지, 인마. 현실적인 걸로 해."솔직히 이 대목은 읽으면서 좀 걸렸습니다.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는 매튜가 눈에 선한데, 앤톤 머릿속엔 케힌데와 애들 눈빛부터 떠오르는 거죠. 그 나이에 무리 밖으로 한 발 내딛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자꾸 매튜 편을 들고 싶어지더라고요. 결국 둘은 '비밀 친구'가 되고, 앤톤이 매튜에게 해 주는 첫 번째 코칭은 이겁니다. "걔한테 그렇게 눈 깜빡깜빡하지 마. 귀신 들린 인형 같으니까."<br>맛보기로 하나만 더 꺼내 볼게요. 둘이 공포증을 같이 이겨 보자며 암벽 하강에 나섰는데, 앤톤은 초대형 거미로 충분했다며 쏙 빠지고 매튜 혼자 내려옵니다. 내려오는 내내 비명이고 "오, 어머니, 어머니 제발, 절 버리지 마세요"까지 튀어나와요. 땅에 발을 딛고 다리를 덜덜 떨면서 한다는 말이 "어. 진짜 짜릿했어." 바로 뒤에서 꼬마 여자애가 심드렁한 얼굴로 쓱 내려오는데, 이 대비에서 크게 웃었습니다.<br>캠핑에서 돌아온 앤톤은 마중 나온 엄마와 할머니를 인생 통틀어 가장 진하게 끌어안아요.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그날 아침 출소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앤톤이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는 건 예전에 그 사람이 자기한테 거미를 던졌다는 것 하나뿐이라고 해요. 캠핑장에서 매튜의 응원을 받으며 타란툴라를 버텨 내던 장면이 떠올라서, 우연인지는 몰라도 두 장면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br>다 읽고 나서 제일 오래 생각난 사람은 앤톤의 엄마예요. 앤톤이 그저 '엄마 프로젝트' 정도로 여겨 온 세인트 루크스가 엄마에게 어떤 의미인지 뒤에서 조금씩 드러나요. 그래도 엄마는 아들에게 모든 걸 말해 주지는 않습니다. 네가 아직 어른이 아닌 시절을 마음 편히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앤톤이 속으로 하는 말이 있어요. "강함이라는 건 정말 다양한 모습과 크기로 나타나는구나." 1장에서 복도를 왕국이라 부르던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라 더 오래 남았습니다.<br><br>"네가 누구인지 잊지 말라는 얘기야. 네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엄마랑 할머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꼭 기억하라고."어른 입장에서 읽으니 아이에게 건넬 수 있는 말 중에 이게 제일 어렵고 제일 필요한 말 같았어요.버스에서 "남자끼리 안는 거 아니다"라며 몸을 뒤로 빼던 녀석이, 나중에는 매튜 앞에서 그 사람을 닮아 갈까 봐 무섭다고 털어놓습니다. 늘 물렁하던 매튜가 그때만큼은 딱 잘라 말해요. "네 미래는 네가 정하는 거야, 앤톤." 5년 후를 적으라는 질문에 식물 이름을 늘어놓던 장면이 그제야 다시 생각나더군요. 그리고 앤톤이 매튜를 위로하면서 할머니가 자주 하셨다는 말을 들려주는데, 이것도 웃기면서 맞는 말이었어요. 남의 다리에 깁스했다고 내 두통이 낫는 건 아니래요.<br>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인데 페이지는 얇은 책처럼 넘어갑니다. 2025년 카네기 섀도어스 초이스상, 워터스톤즈 아동도서상 고학년 부문, 잘락상 아동·청소년 부문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청소년들이 직접 읽고 뽑는 상까지 받은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영국 드라마나 축구팀처럼 우리한테 낯선 이야기에는 신선해 번역가님의 옮긴이 주가 붙어 있어서 흐름이 끊기지 않았고요. 청소년소설로 분류되긴 해도 앤톤의 엄마와 할머니 쪽에 마음이 가는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좋습니다. 왕관 쓴 곱슬머리 표지도 책장에 꽂아 두면 괜히 한 번씩 눈이 가요.<br>이런 이야기는 읽고 나면 즐겁더라고요. 웃은 만큼 따뜻해지는 책이었습니다.벌써 10월 첫날, 한 주의 한가운데인 목요일이네요.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앤톤 엄마 따라 저희 집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바꿔 볼까 했는데, 그랬다간 제가 먼저 쫓겨날 것 같아서 참았어요. 가을 초입에 좋은 친구 둘을 새로 사귄 기분이라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lt;아무것도 아닌 왕&gt;, 이번 가을 책장에 한 권 들여 보셔도 좋겠어요.<br>학교의 왕 앤톤이 '공식 찐따' 매튜를 만나 왕관 아래 진짜 얼굴을 조금씩 들여다보는, 웃기고 따뜻한 성장소설.<br>#아무것도아닌왕 #KingofNothing #너새니얼레소어 #신선해 #폭스코너 #폭스코너청소년소설 #청소년소설 #성장소설 #영국소설 #카네기상 #워터스톤즈아동도서상 #잘락상 #우정소설 #남성성 #소설추천 #책추천 #가을독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91/60/cover150/k86213117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91600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판매의법칙 - [판매의 법칙]</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5917</link><pubDate>Wed, 30 Sep 2026 15: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591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1773&TPaperId=1754591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3/23/coveroff/k12213177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22131773&TPaperId=1754591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판매의 법칙</a><br/>김주환 지음 / 모티브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br>"제가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회사에서 후배한테 이 말을 들으면 속으로 한 번 욱하는 게 저희 또래일 거 같아요. 이 문장을 영업 책에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더 뜻밖이었던 건 저자가 이 질문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납득만 하면 누구보다 잘 해내는 세대라서 그렇다고 하더군요.<br>&lt;판매의 법칙&gt;은 강남에서 20년 가까이 빌딩 중개를 해 온 김주환 대표의 책이에요. 제목만 보면 고객 마음을 끌어오는 화술 모음집 같은데, 펼쳐 보니 사람이 버티는 법과 사람을 키우는 법이 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br>저자 이력은 숫자부터 셉니다. 2007년에 단돈 300만 원 들고 상경해서 입사 2년 만에 억대 연봉을 찍었고, 지금까지 중개 수수료로만 150억 원을 벌었다고 해요. 그런데 본인은 영업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대요. 거절당하고, 다시 시도하고, 실패하고, 일어서는 과정을 누구보다 빨리, 치열하게 반복했을 뿐이라고요.<br><br>결국은 반복.표지는 흰 바탕에 금색 글자, 가운데 작은 열쇠 하나라서 단정하고 점잖은 인상이에요. 속은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법칙이 바뀔 때마다 짙은 회색 바탕에 민트색 테두리를 두른 간지가 한 장씩 들어 있는데, 카드 게임에서 카드를 한 장씩 뒤집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두께도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으면 판매의 법칙보다 '팔'매의 법칙이 먼저 느껴지는 책이에요.<br>유독 속도를 늦춰 읽게 된 건 3장 맷집의 법칙이었어요. 초보 영업인일수록 거절을 당하면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린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자가 그 속마음을 그대로 옮겨 놨더군요.<br>'내 설명이 부족했나?'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br>제안 하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인데, 자기라는 사람 전체가 부정당한 것처럼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거절당하면 그 감정이 더 커진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기획안이 퇴짜 맞아 본 사람이라면 영업을 안 해 봤어도 이 얼굴 화끈거림은 다 알 거 같아요. 평소 10번 들던 무게를 15번 들면 당연히 힘든데 그걸 실패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는 비유가 바로 뒤에 붙어 있고요.<br>그렇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라는 책은 아니더라고요. 상대가 통화를 끊어 버리거나 대화를 분명히 거부하면 그 뜻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선을 긋습니다. "한 번 더 묻는 것과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 계속 압박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영업 책에서 이런 문장을 보니 오히려 믿음이 가더군요.<br>저자의 신입 시절 이야기는 읽는 내내 재미있었어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시고 전화를 걸었는데, 막상 상대가 호의적으로 나오니 그다음에 뭘 물어야 할지 몰랐대요. 첫 문장만 준비해 뒀던 거죠. 그 뒤로는 통화가 끝날 때마다 질문과 답을 메모하고, 전화 잘하는 선배의 통화를 엿들으며 몰래 받아 적었다고 합니다. 처음엔 흉내 내는 수준이었는데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자기만의 화법이 생겼대요. 작고 위축된 목소리는 자신 없는 태도로 전달된다며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br>책 안에 구호처럼 박혀 있는 문장이 하나 있어요. "NO=NEXT OPPORTUNITY". 계약 성사율이 10%라면 한 건을 위해 아홉 번의 거절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저는 그 뒤에 나오는 작은 성공의 목록이 참 좋았어요. '전화가 30초 만에 끊기지 않았다', '매도 희망 가격을 들었다', '다음 통화를 약속했다'. 이런 것까지 성공으로 쳐 준다는 게 은근히 위로가 되더라고요.<br>중년 직장인으로서 제일 크게 반응한 건 5장 리더십의 법칙이었어요. 사이먼 시넥의 &lt;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gt;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미 해병대에서는 가장 계급이 낮은 병사들이 먼저 식사를 마친 뒤에야 지휘관이 마지막으로 먹는다고 합니다. 저자가 리더십 교육 때 자주 한다는 말도 옆에 나와요. "리더십의 본질은 '나는 네 편이다'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br>신입사원은 이미 성인이지만 이 회사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와 같다는 대목에서는 조금 뜨끔했습니다. 많은 팀장이 자기도 같은 시간을 거쳤다는 걸 잊고, 이미 익숙해진 자기 기준으로 신입을 평가한다고 하더군요. 그 팀장 자리에 제 얼굴을 넣어 보니 영 자유롭지가 않았어요. 아이가 첫걸음마를 떼기까지 수천 번 넘어지듯, 신입 중개사가 첫 계약을 따내기까지는 리더의 인내심 있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비유도 오래 남을 거 같습니다.<br>맨 앞에 쓴 그 질문도 여기서 나와요. 저자는 권위로 사람을 움직이려 하지 말고, 일을 시킬 때도 '이렇게 말하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어떻게 설명해야 기꺼이 움직일까'를 고민해 보라고 합니다. 예전 영업은 선배들이 노하우를 잘 알려 주지 않는 개인전 분위기였대요. 그런데 요즘 저자의 회사에서는 직원끼리 SNS 마케팅이나 유튜브 운영 방법을 서로 묻고 배운다고 하더라고요.<br>직원 성향을 분석형, 실행형, 협상형으로 나눈 코칭 전략 박스도 있어요. 분석형은 수치와 근거에, 실행형은 명확한 목표와 행동 중심의 언어에, 협상형은 신뢰와 진심 어린 관심에 반응한다는 정리입니다. 주변 동료들 얼굴을 하나씩 대입해 보게 되는 페이지였어요. 3장에 있는 지그 지글러의 '판매의 5가지 장애물' 표와 함께 두고두고 다시 펼쳐 볼 만한 자료 같더군요.<br>솔직히 마음에 걸린 대목도 있어요. 직원 교육이 끝나고 받은 후기에 누군가 "빠르게 계약을 쓸 방법이나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적었는데, 저자는 순간 '밥을 차려주는 것도 모자라 숟가락으로 밥까지 떠먹여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저자 쪽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후기를 쓴 직원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지치고 막막할 때 지름길 하나만 알려 달라고 하고 싶은 건 저도 마찬가지거든요. 시도를 많이 하라는 저자의 답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양쪽 마음이 다 이해돼서 한쪽 편만 들기는 어렵더라고요.<br>에필로그에는 저자의 출발점이 나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무단결석이 300일에 이르렀고, 100kg이 넘는 몸 때문에 아침 구보조차 제대로 뛰지 못했다고 해요. 월세를 내고 나면 주머니에 2만 원밖에 남지 않던 시절, 늘 비슷한 옷만 입던 단벌 신사 시절 이야기도 있고요. 그 끝에 저자가 꺼내 놓는 말은 이거였어요. "사람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br>이 책이 모든 독자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며칠 뒤면 대부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저자가 먼저 말하는 부분도 좋았어요.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부터 하나라도 행동으로 옮겨 보라고 합니다. 전화를 한 통 더 걸어도 되고, 미뤄 둔 공부를 시작해도 되고, 오늘 실패한 계약을 다시 복기해도 된다고요.<br>저자는 이 책이 직원들 책상 한쪽에 꽂혀 있다가 막힐 때마다 펼쳐 보는 영업 교본이 되길 바란다고 했어요. 법칙이 카드 한 장씩 나뉘어 있어서 그날 막힌 부분만 골라 읽기 편하니, 그 바람이 괜한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물건을 팔지 않더라도 기획안이든 의견이든 결국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파는 게 직장 생활이라, &lt;판매의 법칙&gt;은 영업하는 분들 책상만큼 일반 사무실 책상에도 잘 어울릴 거 같아요.<br>에필로그 끝에서 저자는 언젠가 이 책을 읽은 누군가가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며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라고 말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해요. 그 문장 덕분인지 &lt;판매의 법칙&gt;은 먼저 걸어간 선배가 들려주는 긴 이야기처럼 읽혔습니다.<br>아침저녁 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9월의 마지막 화요일이에요. 이번 주는 누가 "노"를 해도 '노 프라블럼' 하고 넘겨 볼 생각입니다. 마음 한쪽에 맷집 한 칸 늘려 둔 기분이라 든든하네요.<br>거절을 버티는 맷집과 사람을 키우는 리더십까지, 먼저 걸어간 선배가 건네는 18년 현장의 실전 교본<br>#판매의법칙 #김주환 #모티브 #신간도서 #경제경영도서 #영업책추천 #세일즈 #세일즈심리 #협상의기술 #맷집의법칙 #리더십의법칙 #리더십 #팀장리더십 #직장인책추천 #자기계발서 #책추천 #서평 #서평단 #책스타그램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73/23/cover150/k12213177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73237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 - [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5861</link><pubDate>Wed, 30 Sep 2026 14:5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586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1365&TPaperId=1754586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9/56/coveroff/k452131365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131365&TPaperId=1754586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a><br/>정도전 지음 / 결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정도전은 평생 기도하지 않았다, 설계했다. 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 서평<br>표지부터 기운이 셉니다.까만 바탕에 흰 갓을 쓴 얼굴 하나가 비스듬히 앉아 있고, 그 뒤로 뿌연 달이 걸려 있어요. 옆으로는 鄭道傳 세 글자가 세로로 큼직하게 서 있습니다. 판화 같은 흑백 질감이라 그런지 눈빛이 꽤 매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첫 장을 열면 고려 말 궁궐 대신 퇴근길 이야기가 먼저 나옵니다. 회의는 끝났고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 내가 준비한 자료는 결정의 장식품에 가까웠다는 장면이에요. 조선 건국 이야기인 줄 알고 펼쳤는데 첫 문단부터 우리 사무실 얘기를 하고 있으니 괜히 뜨끔하더군요.<br>&lt;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gt;는 출판사 결에서 펴내고 있는 &lt;한국철학전집&gt;의 세 번째 책이에요. 앞서 이순신 편과 세종대왕 편이 나왔으니, 앞 권 서평 먼저 보고 오시면 편해요. 권마다 다루는 인물이 달라서 이 책부터 펼쳐도 전혀 문제는 없습니다.<br>9월의 마지막 날이자 한 주의 허리쯤인 수요일이네요.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해져서 반팔 위에 뭘 하나 걸칠까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런 날씨엔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지는데, 마침 생각할 거리가 잔뜩 든 책을 만났어요.<br>솔직히 정도전 하면 사극에서 이성계 옆을 지키던 책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그 이미지를 꽤 과감하게 흔드는 편이에요. 그를 이성계를 도운 참모로만 기억하면 그의 절반도 설명하지 못한다고 하거든요. 책이 그리는 정도전은 왕 하나가 나라를 망칠 수 없게 나라의 구조를 짠 사람이에요. 왕좌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문장으로 못 박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듣고 보니 저는 그동안 정도전을 딱 정도껏만 알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그가 두려워한 게 폭군 한 사람보다 우연이었다는 대목이 재미있었어요. 다음 왕이 능력이 아닌 핏줄로 정해지는 건 나라의 운명을 제비뽑기에 맡기는 일이라는 거죠. 책은 이 생각을 곧장 사무실로 옮겨 옵니다. 팀장이 유능하면 팀이 살고 무능하면 팀이 죽는 조직은 한 사람에게 기대는 도박이라고요. 좋은 팀장 만나게 해달라고 비는 마음이 있고, 팀장이 바뀌어도 굴러가는 업무 구조를 만드는 마음이 있는데, 둘은 완전히 다른 종류라는 얘기가 이어져요. 그 끝에 이런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br>"정도전은 평생 기도하지 않았다. 그는 설계했다."짧은데 세요, 이 두 문장.인물로서의 정도전은 따뜻하게 그려지지 않아요. 책도 그를 위인으로 소개할 생각이 없다고 대놓고 밝히는 편이고요. 오랜 벗이나 스승 격인 인물과도 갈라섰고, 잔혹한 처분들 곁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도 감추지 않습니다. 외가에 노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평생 시비에 시달렸고, 그 시대의 룰로는 결코 왕좌에 오를 수 없는 사람이었대요. 이 대목에서는 마음이 좀 복잡해지더라고요. 노력으로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그는 원망하지도, 무작정 부딪치지도 않았다고 해요. 벽을 인정하고 꼭대기를 포기한 뒤 왕관의 규격을 정하는 자리로 옮겨 앉았다는 거예요. 책은 이 선택을 두고 "체념이 아니다. 훨씬 무서운 종류의 야심이다"라고 씁니다.<br>그는 결국 이방원 쪽의 기습으로 목숨을 잃었고, 역적으로 몰려 이름도 오래 지워졌어요. 그런데 그를 제거한 쪽조차 그가 설계한 법전과 행정 조직, 도시 구조를 그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책에서는 사람은 지웠으나 설계도는 지우지 못했다고 표현하더군요. 싸움에서는 졌는데 구조에서는 이겼다는 평가를 듣고 나니, 한 사람의 생애를 어디까지 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br>중반쯤 군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도 결국 직장 이야기였어요. 조선이 섰다고 군대가 곧바로 하나가 된 건 아니었대요. 장수마다 병력도 신호도 대열 세우는 방식도 제각각이었다고 해요. 정도전은 병서를 지었고, 태조는 &lt;진도&gt;와 &lt;수수도&gt;를 펴내 모두 그 방식대로 훈련하게 했습니다. 장수 머릿속에 있던 판단을 종이 위로 끌어내린 셈이에요. 책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습니다. "머릿속에 있으면 개인의 것이고, 종이에 있으면 국가의 것이다."훈련을 익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휘관 292명이 한꺼번에 탄핵된 일도 나와요. 왕자와 공신에게는 차마 손대지 못했지만, 그 휘하 지휘관들이 대신 매를 맞았다고 하고요. 책이 여기서 붙잡는 건 예외가 있느냐 없느냐예요. 예외가 하나 생기면 나머지 사람들은 규정보다 눈치를 먼저 보게 된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더라고요. 어느 조직이든 늘 예외인 한 사람은 있으니까요.<br>"대부분의 기준은 첫 예외에서 죽는다."인수인계 문서 이야기에서는 웃음이 좀 났어요. 퇴근 무렵 인수인계 문서를 열어 놓고 얼마나 자세히 쓸지 망설여 본 적이 있을 거라는데요. 다 쓰면 손해 같고 안 쓰면 옹졸한 것 같은 그 애매한 감정을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짚어내는지요. 2주 동안 연락이 끊기면 무엇이 멈추는지 물어보라는 대목도 있어요. 멈추는 게 많을수록 조직 입장에서는 위험한 사람이라고 하니, 저도 모르게 저만 아는 파일들을 떠올리게 됩니다.<br>다른 대목보다 천천히 눈으로 따라가며 읽었던 건 후반부 유배지 이야기였어요. 나주에서 모든 것을 잃었던 사람이 이십 년 뒤 새 수도의 자리를 정하는 논쟁 한복판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한양의 주산을 두고 무학은 인왕산을, 정도전은 북악을 등져야 한다며 의견이 갈렸다고 해요. 책도 이 일화는 사료로 확정하기 어려운 전승이라고 밝혀 둡니다. 다만 두 사람이 실제로 다툰 건 무엇을 근거로 나라의 중심을 정할 것인가였다고 풀어내요.<br>그리고 이야기는 곧장 회의실로 넘어옵니다. 왜 이렇게 하냐고 물으면 원래 이렇게 해왔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순간이 있잖아요. 근거를 물을 수 없는 규칙은 권위로 유지되고, 그런 규칙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린다는 설명이 이어져요. 회사 밥을 오래 먹은 입장에서는 반박할 말이 하나도 없더군요.회의에서 "왜요?" 하고 물으면 공기가 식는 걸 느껴봤을 거라는 문장도 있어요. 무례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고 예민한 사람으로 찍힐 것 같아서 결국 말을 삼키게 되죠. 그러고는 회의가 끝나고 복도를 걸어 나오면서 아까 말할걸 후회한다는 장면이 나와요. 그 후회가 몇 년 쌓이면 조직에서 가장 성실하게 관행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누가 제 얘기를 받아 적은 줄 알았습니다.<br>책은 거기서 위로만 하고 끝내지 않아요. 의심 없이 따라온 규칙 세 개를 종이에 적어보라고 권합니다. 왜 하는지 모르지만 계속 하는 일, 왜 안 되는지 모르지만 안 된다고 믿는 일, 왜 그 순서인지 모르지만 늘 그 순서로 하는 일이요. 적고 나면 대개 불편해진대요. 그중 하나쯤은 십 년 넘게 지켜온 것이기 때문이라고요. 중년 직장인한테는 이 말이 좀 아프게 들리는 거 같아요. 그래도 옛것을 전부 버리라는 얘기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정도전 역시 옛 문헌을 근거로 삼았고, 판단 기준은 오래됐느냐보다 설명할 수 있느냐라고 하거든요.<br>맛보기로 한 대목만 옮겨볼게요."대안 없는 반대는 태클로 들린다. 대안이 있는 반대는 설계로 들린다. 같은 말을 해도 전자는 밀려나고 후자는 검토된다."관행을 흔들고 싶다면 먼저 준비할 것은 용기가 아니라 대체안이라는 말이 뒤따르는데, 이 부분은 회사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br>처음 목차를 훑을 때는 솔직히 좀 긴장했어요. 세상의 목을 베고 새 판을 짜라, 무능한 리더를 허수아비로 세워라 같은 제목이 줄줄이 나오니까요. &lt;스스로 왕이 될 수 없다면 왕을 만드는 자가 되어라&gt;라는 제목부터가 이미 센데, 목차까지 이러니 이거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런데 본문을 따라가 보면 문장이 의외로 차분합니다. 반론도 먼저 꺼내 놓고, 21세기에 왕조를 갈아엎으라는 조언은 무책임하다며 스스로 선을 긋기도 해요. 읽다가 마음이 불편해지면 그게 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미리 말해 두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센 제목에 한 번 놀라고, 본문에서 한 번 더 찔리는 셈이랄까요.<br>판형은 손에 쏙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이고, 두께도 보통 인문서보다 가뿐한 편이에요. 그래도 한 번 읽고 꽂아 두기엔 아까운 책입니다. 곳곳에 "당신은 지금 어느 쪽인가" 하고 묻는 질문이 박혀 있어서, 회사에서 일이 꼬일 때마다 다시 펼쳐 볼 만하거든요. &lt;한국철학전집&gt; 앞 권들과 나란히 꽂아 두면 책장이 제법 든든해질 것 같아요.<br>9월도 오늘로 끝이네요. 가을바람이 선선해지니 저도 뭔가 하나쯤은 바꿔 보고 싶어집니다. 책에서 권한 대로 책상 방향부터 슬쩍 돌려볼까 하는데, 돌렸다가 부장님 자리랑 정면으로 마주치면 판이 통째로 깨질 수도 있으니 방향은 좀 더 궁리해 보려고요.좋은 책 한 권 덕분에 한 주의 허리가 꼿꼿하게 펴진 기분입니다.<br>좋은 사람 하나를 기다리지 않고, 좋은 사람이 없어도 무너지지 않는 판을 짠 정도전의 방식을 오늘의 사무실로 옮겨 온 책.<br>#스스로왕이될수없다면왕을만드는자가되어라 #정도전 #한국철학전집 #출판사결 #인문학책추천 #조선건국 #삼봉정도전 #직장인책추천 #중년독서 #리더십책 #조직문화 #자기계발인문학 #가을독서 #신간도서 #서평 #책리뷰 #북스타그램 #BOOKULOVE #서평단 #독서기록]]></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9/56/cover150/k452131365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9560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오래머무는 마음 - [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4021</link><pubDate>Tue, 29 Sep 2026 20: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402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1168&TPaperId=1754402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4/47/coveroff/k9721311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131168&TPaperId=1754402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a><br/>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미운 건 없어? 그럼 됐어. 9월 끝자락에 만난 &lt;오래 머무는 마음&gt;<br>잘 잤어? 아침 햇빛은 눈부시고? 미운 건 없어?시집을 열면 앞쪽에서 이런 안부가 먼저 기다리고 있더군요. 나태주 시인의 (아침 인사)는 몇 가지를 묻고 나서 "그럼 됐어 / 오늘도 / 잘 살기 바래"로 끝납니다. 미운 게 없으면 됐다는 기준이 소박해서 도리어 마음이 탁 풀리는 거 같아요. 부장님 결재보다 훨씬 통과하기 쉬운 기준이라 더 반갑기도 하고요.<br>오늘 이야기할 책은 &lt;오래 머무는 마음&gt;이에요. 풀꽃시인 나태주의 시와 윈도 페인팅 아티스트 나난의 그림을 한 권에 엮은 시화집이고, OTD에서 나왔습니다. 서평단을 하면서 새 책 오는 날이 기다려지게 됐는데, 이번 책은 표지부터 온통 분홍이더라고요.결이 느껴지는 분홍 바탕 한가운데 큼직한 꽃 두 송이가 있고, 초록 잎과 노란 해, 구름 자락이 그 둘레를 채우고 있어요. 양장이라 손에 쥐면 단단하고, 판도 보통 시집보다 넉넉해서 그림 보는 맛이 있습니다. 아재가 들고 다니기엔 색이 좀 수줍긴 한데, 제목에 마음이 들어가 있으니 봐주기로 했어요.<br>그림이 놓이는 방식이 이 책만의 재미 같아요. (봄밤) 옆에서는 노란 새 두 마리가 버드나무 가지에 나란히 앉아 있고, (꽃향기)에서는 나비 한 마리가 페이지 구석에 살짝 내려앉아 있어요. 시가 적힌 면 뒤로 그림 윤곽이 연하게 비치는 장도 많습니다. (꽃다발) 곁의 그림은 이름은 꽃다발인데 생긴 건 꼭 한 그루 나무 같았어요. 굵은 초록 줄기가 기둥처럼 올라가고, 분홍 데이지와 붉은 백합, 보라색 종 모양 꽃이 가지처럼 뻗어 있거든요. 나난 작가는 작업 노트에 "그림이 시보다 앞서거나 더 많은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라고 적었는데, 정말 그림이 시 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서 있는 느낌이 듭니다.<br>(꽃다발)은 이렇게 짧아요."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 꽃을 보여주고 // 마음을 줄 수 없어 / 꽃다발을 드리니 // 부디 거절하지 / 마시기 바랍니다."마지막 두 줄이 참 사람 냄새 나더라고요. 꽃다발을 내밀면서 괜히 눈길을 피하는 얼굴이 그려지는 거 같고요. 이 나이쯤 되니 꽃 한 다발 사 들고 가는 게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br>키 큰 애들 향기, 키 작은 애들 향기.(꽃밭 옆)에서는 하얀 꽃들이 "반가워요", 붉은 꽃들이 "좋아요" 하고 인사를 건네요. 그러면 시인도 "그래 그래 / 그래"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줍니다. 저도 하루에 고개를 꽤 여러 번 끄덕이는 편인데, 이렇게 절로 나오는 끄덕임은 언제 해 봤는지 모르겠어요.1장이 꽃 이야기라면 2장부터는 그 자리에 사람이 들어섭니다. (오랜 사랑)은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고 바다는 변하여 물이 되는데, 사람의 마음과 우리의 사랑은 무엇이 되느냐고 두 번 물어요. 두 질문 사이에는 밤새워 우는 새, 아침 이슬, 기와집 처마 끝에 걸린 초승달, 더러는 풍경소리 같은 장면만 놓여 있고요. 쉬운 답은 끝까지 내놓지 않는 거 같더라고요. 그 풍경들이 답인가 싶다가도, 또 아닌 거 같기도 하고.<br>2장에서 읽는 속도를 일부러 늦춘 시는 (옆 사람)이었어요. 하늘길 가던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옆으로 왔나 보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네게서 하늘 냄새가 나겠느냐고 합니다. 사막에 핀 꽃송이가 바람 따라 왔나 보다고, 그래서 마른 모래 냄새가 나는 거라고도 하고요. 그러고는 옆 장에 "목이 마르다 / 졸음이 오려고 한다 / 어깨를 좀 빌려다오 / 기대어보자."가 이어집니다. 별과 꽃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목마르고 졸리니 어깨 좀 빌리자는 데까지 가니까, 오래 곁에 있어 온 사람한테 하는 말처럼 들렸어요. 그림에는 주황 꽃과 노란 꽃 두 송이가 금빛 구름 무늬 위에서 서로 기대듯 겹쳐 있는데, 시랑 참 잘 맞아서 좋았습니다.<br>(우리가 마주 앉아)도 비슷한 결이에요.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던 나무에 둘의 숨결과 웃음소리가 스며서, 그 자리를 떠나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은 뒤에도, 해마다 봄이면 나무가 그 소리를 되받아 "싱싱하고 푸른 새잎으로 피울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 시 끝에는 남색 가지 위에 분홍 꽃들이 줄지어 피어 있어요. 제가 잊어버린 웃음소리들도 어딘가에서 새잎이 되고 있을까요.(마지막 기도)는 조용히 읽게 되는 시예요. 사랑하는 마음이 언젠가 미움으로 변할까 걱정되니 더는 그를 사랑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바로 이어서 그를 사랑했던 마음이 오래 후회될까 걱정되니 어떤 경우에도 미워하지 않게 해 달라고 빕니다. 두 부탁이 서로 반대쪽을 보는 것 같은데, 읽고 나면 결국 한 사람을 향한 같은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은편 그림에서는 붉은 분홍 붓질이 둥글게 감싸 도는 가운데 모은 두 손이 노란 꽃 한 송이를 받쳐 들고 있어요.<br>솔직히 뜨끔했던 줄도 있어요. (너무 외로워 마세요)에서 다른 사람들이 섭섭하게 대하면 "오히려 /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섭섭하게 / 대해주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입니다"라고 하거든요. 회사에서 서운했던 일들이 줄줄이 떠오르는데, 그중 몇 개는 제가 먼저 서운하게 한 건 아니었나 싶어지더군요.위로받으러 들어갔다가 한 대 맞고 나온 기분이랄까요.그래도 같은 시에 "지금 당신의 일로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마세요"라는 줄이 바로 붙어 있어서, 찔린 데를 금방 다독여 줍니다. "모든 좋은 일에 끝이 있듯이 / 아무리 어려운 일 어두운 일에도 / 언젠가는 다할 날이 있음을" 믿으라는 대목은 월요병을 달고 사는 직장인한테 꽤 쓸모 있는 문장이에요. 가끔은 발길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과 바람을 느껴 보라는 권유도 이어지고요.<br>3장으로 넘어가면 계절이 가을 쪽으로 기웁니다. (낙엽처럼)은 이별 인사도 여러 번, 사랑 고백도 여러 번, 아픔과 아쉬움이 마음에 남지 않을 때까지 하고 나서, 끝내 헤어질 때는 가볍게 손을 흔들자는 시예요. "호숩게 호숩게 / 안녕 안녕 / 다만 사랑해서 좋았단다." 호숩게라는 말이 입에 착 붙어요. 끝면에는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갈색 잎 세 장이 데굴데굴 굴러가듯 그려져 있습니다.(시계 선물)은 시계를 드리고 싶다고, 그 시계를 보며 오래오래 나를 생각해 달라고 말을 꺼냈다가 "아닙니다 / 나 없는 세상에서도 / 오래오래 잘 살아달라고."로 말을 바꿔요. 선물에 담는 마음이 여기까지 갈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 옆의 (바람 부는 날)은 더 짧습니다. "당신이 곁을 / 지켜주시어 // 덜 흔들릴 수 / 있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그림이 시의 곁을 조용히 지키기를 바랐다는 나난 작가의 말과 이 시가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br>책 끝의 작업 노트도 그냥 넘기기 아까웠어요. 나난 작가는 "제게 꽃은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방식이며, 말로 다 담지 못한 감정을 대신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라고 씁니다. 2년째 수련하고 있는 미술치료 현장에서 사람들이 말로 다 꺼내지 못한 마음을 꽃과 자연에 조용히 맡기곤 했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 부업으로 비단 위에 꽃 자수를 놓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한 땀 한 땀 수놓인 꽃들이 자기 삶의 씨앗이 되었다고 적은 대목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알고 나니 책 속 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는 거 같아요.<br>&lt;오래 머무는 마음&gt;은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해도 그 칸만 봄 같은 책이에요. 꽃다발 대신 누군가에게 건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꽃다발)의 마지막 두 줄을 쪽지에 적어 끼워 주면 딱일 거 같습니다. 시가 짧고 그림이 숨 돌릴 틈을 만들어 줘서, 퇴근하면 유튜브부터 켜던 예전의 저 같은 사람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는 호흡이더라고요.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br>9월 마지막 주 수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어요. 이 책의 계절은 봄꽃에서 출발해 낙엽까지 한 바퀴를 도는데, 지금이 딱 그 끝자락이라 더 잘 맞는 거 같습니다.수요일이 원래 이렇게 화사한 요일이었나 싶네요.<br>내일 아침엔 누구한테든 "잘 잤어?" 한마디 먼저 건네고 싶어지는, 다정한 책을 만나 흐뭇했습니다.<br>봄꽃에서 낙엽까지, 나태주의 시 곁을 나난의 그림이 조용히 지켜 주는 다정한 시화집<br>#오래머무는마음 #나태주 #나난 #OTD #나태주시화집 #시화집 #시집추천 #신간시집 #풀꽃시인 #윈도페인팅 #가을시집 #선물하기좋은책 #양장본 #시와그림 #책추천 #서평 #책스타그램 #북유러브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4/47/cover150/k9721311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44776</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기억의 맛 - [기억의 맛]</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3825</link><pubDate>Tue, 29 Sep 2026 18:1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382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1164&TPaperId=1754382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20/coveroff/k2321311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32131164&TPaperId=1754382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기억의 맛</a><br/>손미주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카레 한 솥에 첫 출근이, 갈치 한 토막에 할머니가 담긴 음식 에세이 &lt;기억의 맛&gt;<br>노란 표지 위에 한 상이 차려져 있습니다. 카레라이스, 함박스테이크, 떡볶이, 주먹밥, 아이스크림 파르페에 거품 소복한 맥주 한 잔까지요. 표지만 보고 배가 고파지는 책은 참 오랜만인 거 같아요.제목은 &lt;기억의 맛&gt;입니다. 요즘 제 기억력이 좀 맛이 간 상태라 제목부터 살짝 찔리더라고요.막상 펼쳐 보면 맛집 안내서나 레시피 모음과는 결이 꽤 다릅니다. 한 사람이 살면서 삼켜 온 끼니를 하나씩 꺼내 놓고, 그 음식이 언제부터 어떤 사연으로 우리 식탁까지 왔는지를 쫓아가는 책이더군요.<br>재미있는 건 꼭지마다 이야기가 두 겹으로 들어 있다는 점이에요. 앞쪽에는 손미주 작가의 아주 사적인 기억이 있고, 뒤쪽에는 '메뉴판 비하인드'라는 코너가 붙어서 그 음식이 걸어온 내력을 풀어 줍니다. 할머니 부엌 얘기에 푹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면 일본 해군 급식이나 조선시대 문헌 얘기를 듣고 있는 식이죠. 처음엔 넘어가는 게 조금 낯설었는데, 몇 꼭지 지나고 나니 이 리듬이 은근히 기다려졌습니다.<br>에세이 한 편에 역사 한 토막이 덤으로 따라오는 셈이에요.첫 꼭지 (시작의 맛, 카레)는 발령을 받고 자취를 시작한 첫날 밤에서 출발해요. 부모님이 사 주신 살림살이를 들여놨는데도 원룸은 텅 비어 보이고, 그토록 바라던 자유인데 이상하게 속이 울렁거리고 어깨가 무거웠다고 합니다. 전세금은 매달 나눠서 엄마에게 부치기로 하고, 관리비랑 생활비를 떼고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남는 돈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대목에서는 제 신입 시절 통장이 겹쳐 보였어요. 월급날 계산기 한 번 안 두드려 본 직장인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어요.<br>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 계란 후라이, 된장찌개 정도. 그래도 첫 끼만큼은 제 손으로 해 먹겠다며 마트로 가는데, 그 이유가 이렇습니다. "어른이란 모름지기 그래야만 하니까." 이 짧은 문장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어요. 감자 세 개, 당근 한 개, 큰 양파 한 개를 썰어 넣었더니 혼자 사는 이십 대 여자가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양이 돼 버렸고, 결국 점심도 저녁도 다음 날 아침도 카레였다고 해요. 그렇게 꾸역꾸역 삼킨 카레만큼 통장 잔고가 불어나는 게 안심이 됐다는 고백에서는 웃다가도 마음 한쪽이 찡하더라고요.<br>"내게 카레는 시작의 맛이다. 초년생의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맛.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던 어리숙한 신규 교사의 눈물 맛."교사가 아니어도 첫 출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아들을 말 같아요. 지금은 워킹맘이 되어 아이들 입맛에 맞춰 고기 반, 채소 반으로 끓인다는데, 둘째가 "엄마, 또 카레야?" 하고 투정 부리는 장면까지 이어지니 한 사람의 세월이 카레 한 솥에 다 담긴 느낌이 들더군요.메뉴판 비하인드로 넘어가면 맛이 확 달라집니다. 일본에서 카레라이스가 국민 음식이 된 데는 흰쌀밥만 먹던 병사들이 각기병에 시달린 사정이 있었고, 커리 분말에 밀가루를 더해 걸쭉하게 만든 게 지금의 일본식 카레가 됐다는 얘기까지는 흥미롭게 읽었어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 병사들이 먹은 쌀이 어디서 왔는지 따라가 보면 한반도가 나와요. 1939년 조선미곡통제령으로 수확한 쌀의 3분의 2가량을 빼앗겼고, 흔히 아는 보릿고개 풀뿌리 이야기도 일제강점기 이후에 생긴 일이라고 하니 한동안 멍했어요. 저자는 이 대목에서 "입맛이 절로 씁쓸해진다"고 썼는데, 제 마음도 딱 그랬습니다.<br>앞으로 카레를 예전처럼 마냥 편하게만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다른 꼭지보다 속도를 늦춰 가며 읽은 건 3부의 (갈치를 발라주는 시간)이었어요.저자는 스스로를 '갈치 발골사'라고 부릅니다. 가시를 유독 겁내는 첫째를 위해 가장자리에 뼈가 남았는지 한 번 더 훑고 나서 아이 수저 위에 살을 올려 주는데, 발라내는 속도보다 아이들이 먹어 치우는 속도가 빨라서 마음이 급해진대요. 아이들이 다 먹고 나서야 남은 한 토막을 천천히 자기 입에 넣는다는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남편은 옆에서 "지들이 발라먹게 내버려둬"라고 한마디 한다는데, 영 틀린 말도 아니라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그런데도 성가시고 귀찮아도 발라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는 곧바로 나와요.<br>부산의 할머니는 기름에 튀기듯 바싹 구운 갈치를 접시에 탑처럼 쌓아 내오셨대요. 손녀가 뒤늦게 "할머니도 드세요" 하고 내밀면 "니 많이 묵으라" 하며 고개를 저으셨고, 이미 식사하셨다며 먹는 모습만 오래도록 바라보셨다고 해요. 말리는 손을 뿌리치고 "더 갖다 줄꾸마" 하며 기어이 살을 발라 입에 넣어 주던 분이었죠. 엄마와 얼굴을 맞대고 나눴다는 대화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br>"내가 구우면 이렇게 안 되는데, 할머니가 구우면 이래 바삭하게 잘 구워진다. 이상하재."이상한 게 아니라 할머니니까 그런 거겠죠.첫 아이를 가졌을 때 제일 먹고 싶던 음식도 갈치구이였대요. 그런데 생선구이 식당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조금만 더 구우면 과자가 될 것처럼 바싹 구운 그 맛은 없었다고 해요. 참다 못해 한달음에 부산으로 내려가니 할머니가 만삭의 손녀를 꼭 안아 주셨고, 식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갈치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몰라요" 하며 아이처럼 투정 부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거 같았어요.<br>할머니에게서 저자에게로, 다시 저자에게서 아이들에게로 넘어가는 게 거창한 말씀이 아니라 가시 발라 주는 손길이라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갈치 편의 메뉴판 비하인드도 알차요. 갈치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지느러미만 살랑거리며 서서 헤엄친다는 것도, 칼을 닮은 생김새처럼 성질도 사나워서 먹이가 모자라면 동료까지 잡아먹는다는 것도, 1960년대까지는 동네 아이들이 말린 갈치를 껌처럼 씹고 다녔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서민 생선이 어쩌다 '금갈치'가 됐는지 유통 구조와 남획 얘기로 이어지는 부분도 흥미로웠고요. 조상들이 오늘날 갈치 가격을 보시면 놀라 자빠지실지도 모른다는 문장에는 마트 생선 코너 가격표 앞에서 멈칫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거 같습니다.<br>4부 (시간을 삶아낸 한 그릇, 수제비)는 반갑게 시작했다가 조용히 가라앉는 꼭지였어요. 주 6일제로 수업받던 시절, 토요일에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멸치 다시 국물 냄새가 솔솔 나고 할머니가 "내 강아지 어서 온나. 퍼뜩 끓여줄게" 하며 맞아 주셨대요. 어린 저자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TV를 켜고 (출발, 비디오 여행)부터 봤고요. 토요일 오전 수업 마치고 집으로 뛰어가던 그 공기는 저희 또래라면 다들 아는 풍경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단정하게 빗은 뽀글 머리, 은은한 로션 냄새, 반짝이 장식 티셔츠에 몸빼바지. 할머니 모습이 어찌나 또렷하게 그려지는지 우리 동네 어느 집 할머니를 보는 거 같았어요.<br>어른이 되어 고향을 떠난 뒤로 저자는 그 맛을 찾아 다녔다고 해요. 들깨 수제비, 된장 수제비, 메밀수제비, 감자수제비, 해물 수제비까지 먹어 봤지만 심심한 듯하면서 계속 국물을 들이켜게 만드는 할머니 손맛은 어디에도 없었대요. 어쩌면 자기가 찾던 건 그 맛을 건네주던 할머니의 손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고백이 이어지고, 살아 계시는 동안 제대로 된 밥 한 끼 대접해 드리지 못한 철없는 마음이 자꾸 수제비 한 그릇을 불러냈는지도 모르겠다는 문장이 그 뒤를 따라요.<br>이 꼭지의 메뉴판 비하인드에는 전쟁 뒤 원조 밀가루 얘기가 나오고, 음식점에서 쌀밥을 팔지 못하게 한 '쌀 없는 날'과 선생님이 도시락에 잡곡을 섞었는지 검사하던 시절 얘기도 나옵니다. 할머니 수제비에 들어간 멸치 국물이 전국으로 퍼진 것도 1960년대 후반보다 더 뒤의 일이라니 신기하더군요. 저자는 수제비를 "우리가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조용히 기억하는 음식"이라고 불러요. 2부에 실린 (특별하진 않지만 충분한 한 잔, 믹스커피)에서 "완벽하지 않지만 충분한 것들로 버텨나가는 것"이라는 문장을 봤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탕비실 믹스커피 한 봉지로 오후를 버텨 본 직장인한테는 남 얘기 같지 않은 문장이에요.<br>에필로그를 보면 이 책은 아주 개인적인 그리움에서 시작됐다고 해요. 쓰다 보니 오래 열고 싶지 않던 기억까지 마주하게 됐고, 어떤 장면은 차마 붙들고 있을 수 없어서 지웠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고 하고요. 목차에 (에이스, 수치심의 맛) 같은 제목이 끼어 있는 걸 보면 예쁜 추억만 골라 담지는 않았다는 게 느껴집니다. 친구들이 뒤에서 수군거린 날에도,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은 날에도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조용히 밥상을 차려 주셨다고 해요.<br>"많이 묵어라." 그 한마디 뒤에 얼마나 많은 말이 숨어 있었는지 이제는 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저자는 할머니가 음식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자신은 음식에 대해 쓰는 것으로 그 사랑에 답하고 싶었다고 해요. &lt;기억의 맛&gt;을 다 읽고 나니 이 책 전체가 "많이 묵어라"에 대한 긴 답장처럼 느껴지더라고요.<br>솔직히 걸렸던 건 딱 하나예요. 읽는 내내 배가 고픕니다. 카레 꼭지에서는 카레가, 갈치 꼭지에서는 바삭한 갈치 껍질이, 수제비 꼭지에서는 멸치 국물 냄새가 계속 아른거려서 꽤 곤란했어요.판형이 아담하고 두께도 보통 에세이만 해서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요. 그런데 뒤쪽에는 백여 건이 넘는 참고 문헌이 붙어 있고, 각주도 백이십 개가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책장에 꽂아 두고 그날 먹은 음식 꼭지만 골라 다시 펼쳐 봐도 좋을 거 같습니다. 할머니 밥상이든 엄마 밥상이든, 누군가 차려 준 밥을 먹고 자란 사람이라면 어느 꼭지에선가 자기 얘기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br>9월 끝자락,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화요일이에요. 이런 날엔 뜨끈한 국물이 당기는데, &lt;기억의 맛&gt; 덕분에 오늘 저녁 메뉴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더니,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말보다 제가 먼저 살찌게 생겼어요. 누가 차려 준 밥 한 끼 든든하게 얻어먹은 것처럼 속이 따뜻해진 기분입니다.<br>카레 한 솥, 갈치 한 토막, 수제비 한 그릇 뒤에 숨은 할머니의 사랑과 우리 식탁의 역사를 함께 떠먹는 책<br>#기억의맛 #손미주 #작가의집 #음식에세이 #에세이추천 #신간에세이 #책추천 #서평 #책리뷰 #메뉴판비하인드 #음식의역사 #할머니의밥상 #많이묵어라 #가을에읽기좋은책 #위로가되는책 #워킹맘에세이 #음식문화사 #BOOKULOVE #북유러브 #독서기록<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6/20/cover150/k2321311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6206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쫀득 대한 검정회 한자 7급 - [쫀득 대한검정회 한자 7급 - 한자의 기초를 쫀득하게 붙잡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3804</link><pubDate>Tue, 29 Sep 2026 18: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380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1168&TPaperId=1754380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4/48/coveroff/k25213116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1168&TPaperId=1754380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쫀득 대한검정회 한자 7급 - 한자의 기초를 쫀득하게 붙잡다</a><br/>문해력한자연구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아재가 펼쳐 본 초등 한자책, 쫀득 대한검정회 한자 7급 서평<br>표지를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떡집 신메뉴 안내문인 줄 알았어요. '쫀득'이라는 글자가 워낙 큼지막하게 박혀 있어서요. 노란 제목 위에 토끼와 곰돌이가 앉아 있고 연필을 타고 날아오르는 아이까지 있으니, 누가 봐도 초등학생 책입니다. 그런데 오십을 코앞에 둔 아재가 이 책을 펼쳐 놓고 입 구, 눈 목을 따라 읽다가 제법 재미를 봤다면 조금 궁금해지지 않으세요?<br>&lt;쫀득 대한검정회 한자 7급&gt;은 시원스쿨닷컴에서 나온 초등 한자 급수 대비서예요. 7급 50자를 다룹니다. 먼저 8급 한자 30자를 복습하며 몸을 풀고, 이어서 7급 신출한자 20자를 하루 한 글자씩 5주에 걸쳐 익히는 흐름이더라고요. 1주는 신체, 3주는 위치처럼 주마다 주제가 묶여 있어서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헷갈릴 일은 없을 거 같아요.<br>하루치 구성도 단정한 편입니다. 한자의 생김새를 이야기와 그림으로 이해하고, 따라 쓰고, 한자어를 문장 속에서 읽고, 빈칸을 채워 문장을 완성하는 네 단계예요.<br>이 책만의 맛은 첫 단계에 몰려 있는 느낌이 들어요. 口는 "'아' 하고 크게 벌린 입 모양을 보고" 만든 글자라고 설명하고, 目은 동그란 눈동자와 위아래 눈꺼풀을 본떴다고 보여 줍니다. 手는 다섯 손가락을 쫙 편 손 모양이고요. 실제 입과 눈 모양이 한자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화살표로 차근차근 이어 놓아서, 설명을 다 읽기도 전에 그림만 보고 먼저 알겠더군요. 한복 입은 도령과 아씨 캐릭터가 손가락을 치켜들고 설명해 주는 모습도 귀여웠어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10일 차 外, 바깥 외였습니다.<br>달이 뜬 밤, 등불을 든 아이들 옆에서 어른 한 분이 점을 치는 그림이 나와요. 설명은 이렇습니다. "아침에 치던 점(卜)을 원칙과 다르게 저녁(夕)에 친다고 해서 '밖, 바깥'이라는 의미가 생겼어요." 외출, 외식, 해외를 그렇게 쓰고 살면서도 이 글자 안에 저녁 점 이야기가 들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원칙에서 벗어난 일이 곧 바깥이라는 발상이 오래된 글자치고 꽤 사람 냄새가 나는 거 같더라고요.<br>예외가 곧 바깥이라니.<br>회사에 다니다 보면 원칙대로 안 되는 일이 매일같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씩 바깥으로 나가 있는 셈인가 싶기도 하고요. 바로 앞 9일 차 內는 테두리 안으로 사람이 쏙 들어가는 모습이고, 11일 차 出은 땅을 뚫고 새싹이 고개를 쑥 내민 모습입니다. 세 글자를 이어서 보면 들어가고, 나가고, 싹이 트는 작은 이야기 한 편 같기도 했어요.<br>한자어 예문에서는 어른 눈이 자꾸 멈추는 곳이 있었습니다. 內外를 설명하는 예문이 "발표는 3분 내외로 준비하면 돼요"인데, 회의실에서 3분 내외라던 발표가 정말 3분 안에 끝나는 건 거의 못 봤거든요. 手下 예문 "이순신 장군은 수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요"에서는 팀원들 말을 끝까지 들었었나 싶어 괜히 뜨끔했고요.<br>솔직히 걸렸던 단어는 名目이에요. 뜻풀이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이고, 예문은 달리기 연습이라는 명목으로 운동장을 뛰어다녔다는 문장입니다. 어른 세계에서 명목이라고 하면 어쩐지 속사정이 따로 있는 말처럼 들리잖아요. 그런데 아이 문장 속 명목은 그저 신나게 뛰어놀 핑계라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같은 단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온도가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싶더군요.<br>중간중간 나오는 동그란 얼굴 캐릭터들도 정이 갑니다. 안경 쓴 친구가 "이렇게 '口'는 '입'을 뜻하고, '구'라고 읽어요!" 하고 한 번 더 정리해 주고, 페이지 구석에서는 다람쥐가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어요. 문제를 끝낼 때마다 별을 색칠하는데, 별 네 개면 "야호! 오늘 한자 공부 완료!"라는 칭찬이 기다립니다. 세 개면 몰랐던 문제만 복습하고, 두 개 이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식이고요. 아이가 오늘 공부를 어디까지 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짜 놓은 거 같아요.<br>"아하 이거구나!"라는 작은 코너도 좋았습니다. 첫날 口를 배우면서 耳目口鼻를 살짝 보여 주는데, 이 이목구비가 뒤쪽 사자성어 쓰기 연습에서 다시 나와요. 앞에서 한 번 스쳐 본 말을 뒤에서 또 만나게 해 놓은 배치가 은근히 친절하다는 느낌이 듭니다.<br>사자성어 연습 쪽에는 산전수전, 우왕좌왕, 소탐대실 같은 말들이 줄지어 있어요. 산전수전의 뜻풀이가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모두 겪었음을 이르는 말"인데, 초등학생이 이 말을 또박또박 따라 쓰는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더라고요. 따라 쓰는 건 아이인데 뜻이 몸으로 와닿는 쪽은 아무래도 중년이니까요. 우왕좌왕 풀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하는 모습"이라니, 월요일 아침 사무실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줄 알았습니다.<br>그 바로 뒤에는 溫故而知新 한 구절만 크게 넣은 페이지가 있어요. "배운 것을 다시 익히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어요." 8급 복습으로 시작해 7급으로 넘어가는 이 책의 흐름과 딱 맞는 문장이라, 일부러 이 자리에 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br>마지막 셋째 도전은 출제 예상문제입니다. 한 회에 25문항씩 15회분이 들어 있고, 그림을 보고 한자를 고르는 문제부터 밑줄 친 어휘를 한자로 바르게 쓴 것을 고르는 문제까지 유형이 다양해요. 재미있었던 건 본문에서 익힌 문장이 문제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이에요. 2일 차에 배운 五目의 뜻을 묻는 문제가 나오고, 3일 차에 나온 목수는 "목수가 나무를 다듬어 책상과 의자를 만들었다"는 문장으로 다시 등장합니다. 공부한 게 시험장까지 이어진다는 걸 아이도 금방 알아챌 거 같아요.<br>소장 가치로 보면 챙겨 주는 게 꽤 많습니다. 날마다 QR로 들을 수 있는 한자 챈트송이 있고, 선정한자와 빈출 한자어를 모은 브로마이드도 있어요. 많은 부모님이 막막해하신다는 OMR 답안 작성법은 가이드 영상과 연습용 답안지로 익힐 수 있고, 교사·학부모용 지도 가이드 PDF도 따로 제공한다고 해요. 한자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와 그 옆에 앉아 봐 줄 어른 모두에게 &lt;쫀득 대한검정회 한자 7급&gt;은 든든한 짝이 될 것 같습니다. 저처럼 한자를 대충 눈치로 읽어 온 어른이 들여다봐도 얻어 가는 게 쏠쏠했고요.<br>책장을 넘기다 보면 평소 무심히 쓰던 출구, 입구, 외식 같은 말들이 달리 보여요. 저마다 벌린 입 모양이나 새싹, 저녁 점 이야기를 하나씩 품고 있다고 생각하면 흔한 단어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br>9월의 마지막 화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出 자 속 새싹은 봄 이야기지만, 가을에 새로 뭔가를 시작해도 늦지 않겠다는 기분이 드는 걸 보면 이 책 덕분에 제 마음에도 싹 하나가 쏙 올라온 거 같아요. 좋은 책 만나서 기분 좋은 한 주의 시작입니다.<br>예상문제 끝마다 적혀 있던 인사를 빌려 볼게요. 오늘 하루도 다들 手고하셨습니다.<br>입 모양, 눈꺼풀, 저녁에 치던 점까지 한자마다 담긴 생김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7급 50자가 쫀득하게 붙어 있는 책<br>#쫀득대한검정회한자7급 #쫀득대한검정회한자 #시원스쿨닷컴 #문해력한자연구회 #대한검정회 #대한검정회7급 #한자7급 #한자급수시험 #초등한자 #한자공부 #한자챈트송 #초등문해력 #교과어휘 #사자성어 #온고지신 #한자학습서 #초등학습서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34/48/cover150/k25213116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344884</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해석자의 시대 - [해석자의 시대 - 사건에 휩쓸리지 않고 구조를 읽는 법]</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3792</link><pubDate>Tue, 29 Sep 2026 17: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4379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656&TPaperId=1754379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3/12/coveroff/k86213065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62130656&TPaperId=1754379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해석자의 시대 - 사건에 휩쓸리지 않고 구조를 읽는 법</a><br/>김준현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br>사람이 바뀐 걸까, 판이 바뀐 걸까? 김준현 &lt;해석자의 시대&gt; 서평<br>9월도 마지막 주에 들어섰네요. 화요일이면 한 주가 겨우 시동이 걸리는 날인데,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서늘해서 긴팔부터 찾게 됩니다.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지기 쉬운 환절기에 결이 참 좋은 책을 만난 거 같아요.<br>표지를 펼치기도 전에 커다란 카메라 렌즈 하나가 정면에서 이쪽을 빤히 쳐다봅니다. 그 위로 "왜 세상은 이토록 어지러운가?"라는 문구가 떡하니 얹혀 있고요. 뉴스 몇 꼭지만 넘겨 봐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요즘이라, 이 질문에 대답해 보겠다는 책이면 손이 먼저 가더라고요. 렌즈가 워낙 커서 들고 있으면 제가 찍히는 기분인데, 다행히 초상권 청구서는 날아오지 않았습니다.<br>&lt;해석자의 시대&gt;는 세상을 11개의 층으로 잘라서 들여다보는 책이에요.<br>세계, 감각, 지식, 과학, 기술, 경제, 문화, 법, 정치, 권력, 판단.<br>아래층이 위층의 가능성을 먼저 깔아 주고, 그 위로 차곡차곡 올라가는 단면도입니다. 층마다 붙은 한 줄 설명이 꽤 맛깔나요. 감각은 "오감이라는 좁은 창문"이고, 문화는 "우리는 원래 이렇게 산다"는 기본값이고, 권력은 "누가 케이크를 자를 것인가"라는 분배의 룰이라고 하죠. 케이크가 나오니 딱딱한 권력 얘기가 괜히 동네 생일잔치처럼 들리기도 하고요.<br>정치는 평론가가, 경제는 경제학자가, 문화는 비평가가 따로따로 말하는 세상이 있죠. 저자는 이걸 "각자의 방송국이 각자의 주파수만 송출하는 셈"이라고 표현합니다. 정보가 산더미처럼 쌓여도 지도가 없으면 길을 찾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이고요. 그래서 독자에게 '구조적 렌즈'를 건네고 싶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표지의 커다란 렌즈가 이해되더군요. 멋 부리려고 박아 둔 그림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br>저자는 자신을 오래 관찰하고, 책을 읽고, 여러 개념을 연결해 보고, 추론하기를 즐기는 사람일 뿐이라고 소개해요. 거창한 직함을 늘어놓지 않으니 오히려 귀가 솔깃해집니다. 이런 시선이 생긴 계기도 책 세 권이었대요. 리처드 탈러의 &lt;넛지&gt;는 인간이 정말 자유롭게 선택하는지를 물었고, 로렌 슬레이터의 &lt;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gt;는 인간이 자기 마음의 주연인지를 물었대요. 유현준의 &lt;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gt;는 도시가 왜 하필 이런 모양인지를 물었고요. 식당 메뉴판의 순서, 스마트폰의 기본값, 골목의 너비 같은 이야기는 결국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배치가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br>요즘 서평단을 하면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 책 저 책 받아 읽는 입장이라, 이 대목이 은근히 부럽고 반가웠어요. 따로따로 읽은 책들이 어느 날 한 줄로 꿰어진다니, 책 읽는 사람한테 이만한 보상이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br>프롤로그 한쪽에는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장소에서 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하루가 그려져요. 거대한 톱니바퀴 속 부품, 컨베이어 벨트 위를 흘러가는 제품.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한테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림이죠.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저자의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맴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왜 어떤 변화는 세상을 통째로 뒤집고, 어떤 변화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가.<br>맛보기로 하나 꺼내 보면, 이 책의 첫 사례는 동네 놀이터의 깍두기예요. 세발뛰기를 하다가 어린 동생이 끼워 달라고 하면 네 발까지 봐주던 그 규칙 말입니다. 이기는 게 목적이었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인데, 그 시절엔 다 같이 노는 게 먼저였다고 하죠. 저자는 그때의 놀이 문화를 이렇게 요약해요. "완벽히 공정하진 않아도, 같이 놀 수 있으면 된다." 이 문장 하나로 골목 어귀 흙바닥이 눈앞에 그려지는 거 같았어요.<br>놀이가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판이 바뀝니다. 판정은 시스템이 하고, 전적과 랭킹은 영구히 남고, 초보자는 팀의 승리를 갉아먹는 걸림돌이자 민폐가 돼요. 취업 이야기로도 이어지는데, 예전엔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전화 한 통으로 끝났다는 대목에서 웃음이 났어요. 지금은 합격자 스펙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나와 그 사람의 차이가 숫자로 비교되죠. 저자는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커진 까닭을 세상이 더 잘 보이게 된 데서 찾더라고요.<br>저자도 처음엔 사람을 의심했다가 곧 세대를 의심했다고 털어놓아요. 요즘 MZ세대들은 이기적이야, 우리랑 달라. 회식 자리에서 한 번쯤 들어 봤을, 어쩌면 제 입에서도 나왔을 말이라 뜨끔했습니다. 사람이 바뀐 걸까, 판이 바뀐 걸까. 이 질문 앞에서 괜히 뒤통수를 긁적이게 되는 사람이 저 하나는 아닐 거 같아요.<br>&lt;해석자의 시대&gt;가 한 번 크게 방향을 트는 곳은 2부의 '역류' 장입니다. 앞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흐름이었다면, 여기서는 꼭대기의 정치와 권력이 물길을 거슬러 내려와요. 저자는 이걸 하류로 흐르면서도 곳곳에 소용돌이를 만드는 강물에 빗대더라고요. 규제를 두고는 브레이크이면서 핸들이고 도로공사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책임을 누가 지는지,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같은 질문에 답이 서야 기술이 달릴 도로가 깔린다는 거죠.<br>"법은 언제나 상처가 난 자리에 붕대를 감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br>뉴스에서 뒷북 행정 소리가 나올 때마다 혀만 차던 사람으로서, 이 문장 앞에서는 잠깐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누군가 피해를 입고 나서야 법이 움직이는 게 꼭 누가 게을러서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청나라의 쇄국 정책과 20세기 후반 한국의 반도체·통신 투자를 나란히 놓은 대목도 있어요. 둘 다 위층에서 내려온 힘인데 결과는 정반대로 갈렸으니, 그 차이가 어디서 생겼는지 궁금해지고요.<br>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곳은 3부의 AI 장이었어요. 저자는 AI의 출발점을 사람처럼 '생각'하는 데서 찾지 않고, 압도적인 확률로 '맞히기'를 하는 데서 찾습니다. 그렇게 분류하고 예측하고 결정하는 데 드는 '판단의 가격표'가 뚝 떨어지면, 노동이 짊어지던 두 가지 역할이 흔들린다고 해요. 하나는 소득이고, 다른 하나는 "무엇을 하며 사는가"라는 정체성이에요.<br>두 번째 이야기에서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이 나이쯤 되면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하는 자기소개가 곧 회사 이름과 직함이잖아요. 일이 삶을 떠받치는 중심축이었다는 문장이 남 얘기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그 빈자리를 채울 후보로 이야기와 놀이를 꺼내 들어요. 이야기를 소비하는 인간 '호모 나랑스',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드라마, 게임, 스포츠, 스트리밍, 밈, 팬덤까지 전부 여기에 들어간다고 하니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br>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만 켜 놓다 잠드는 게 일과였는데, 요새는 새 책부터 집어 드는 쪽으로 바뀌었거든요. 이것도 제 나름의 놀이 찾기였나 싶어서 혼자 슬며시 웃었습니다.<br>AI 판사 이야기에 이르면 앞에서 만난 깍두기가 불쑥 다시 떠오릅니다. 같은 규칙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보편성'의 체제와, 상황과 서사를 따지는 '맥락'의 체제가 맞서는 대목이에요. 저자가 든 비유가 참 알아듣기 쉬웠어요. "어린아이와 어른에게 똑같은 양의 밥을 제공하면 어른은 배가 고플 것이다."<br>놀이터에서 시작한 질문이 법정 문턱까지 걸어온 셈.<br>손익이라는 오래된 기준이 AI 앞에서 흔들린 뒤 그 자리에 무엇이 올라서는지, 저자가 내놓는 답은 의외로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더라고요. 그 답은 책에서 직접 만나시는 편이 훨씬 즐거울 것 같습니다.<br>솔직히 걸렸던 건 제 쪽 사정이에요. 개념어가 촘촘하게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읽는 속도가 저절로 느려지는 편이었거든요. 그래도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는 천장 위의 얇은 실, 나무의 나이테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다 숲이 불타는 걸 놓친다는 비유 같은 게 틈틈이 손잡이가 돼 줬어요. 덕분에 어렵다는 기분까지는 가지 않았어요.<br>두께는 보통 인문서보다 날씬한 편이라 출퇴근 가방에 넣어도 부담이 없어요. 11개 층을 한 줄씩 풀어 둔 부분은 뉴스가 뒤죽박죽으로 느껴질 때 펼쳐 보는 약도로 쓰기 좋겠더군요. &lt;해석자의 시대&gt;는 책장에서 손이 제일 잘 닿는 칸에 꽂아 두고 싶어요.<br>선선한 바람이 드나드는 9월 끝자락에, 머릿속에 엉켜 있던 전선을 한 가닥씩 풀어 본 기분이에요. 11층까지 계단으로 올라온 셈인데 다리는 멀쩡하고 머리만 운동한 느낌이랄까요. 쓸 만한 렌즈 하나 챙긴 가을이라 든든합니다.<br>골목의 깍두기에서 AI 판사까지, 사건 아래 깔린 판을 11층 렌즈로 읽어 보게 해 주는 책.<br>#해석자의시대 #김준현 #어깨위망원경 #인문교양 #사회교양서 #구조를읽는법 #11층구조 #깍두기 #공정성 #AI시대 #기본소득 #호모루덴스 #규제 #세대갈등 #책추천 #신간도서 #직장인독서 #가을독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3/12/cover150/k86213065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131210</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 - [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 - Ray Dalio’s The All Weather Portfolio]</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79</link><pubDate>Sat, 26 Sep 2026 21:0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7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12130656&TPaperId=1753817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3/19/coveroff/k81213065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12130656&TPaperId=1753817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 - Ray Dalio’s The All Weather Portfolio</a><br/>도세 도시로 지음, 김지선 옮김 / 북웨이브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주식이 고작 26%? 갸웃하던 아재를 끝까지 붙잡은 올웨더 이야기<br>올웨더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는 사계절용 등산 재킷 광고인 줄 알았어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끄떡없다는 그 올웨더 말이에요.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올웨더는 사람 대신 계좌에 입히는 옷이더군요. 경기가 좋든 나쁘든, 물가가 뛰든 멈추든 버티는 계좌라니, 주식 좀 해 볼까 기웃거리던 아재 입장에서는 첫 장부터 솔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br>&lt;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gt;은 일본의 개인 투자자 도세 도시로가 쓰고 김지선 님이 옮긴 책이에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세운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 전략을 ETF 3개와 우량주 5개, 딱 8개 종목으로 풀어낸 게 핵심이라고 하더라고요. 1년에 한두 시간 리밸런싱만 해주면 된다는 말에 늘 피곤한 직장인 귀가 쫑긋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br>이 책만의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장마다 문을 여는 [주린이가 묻다] 코너일 거 같아요. 주인공 에미가 스마트폰에서 'ETF 투자 혁명'이라는 가상의 앱을 찾아내는데, 다운로드 5억 이상에 리뷰 2582만 건, 평점 4.9짜리 앱이에요. 앱을 켜면 저자 도세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나 "숨을 크게 들이쉬고 긴장을 풉시다" 하고 말을 건넵니다. 투자책에서 이런 설정을 만날 줄은 몰랐어요.<br>앱 리뷰들도 소소하게 재미있어요. "그야말로 갓투!"를 외치는 20대 리뷰어도 있고, "불황에도 이익이 나다니… 버그인가?" 하는 30대 리뷰어도 있거든요. 40대 남성 taro 님 리뷰에는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가더군요.에미가 털어놓는 고민은 남 얘기 같지 않았습니다. 회사 동료들한테 안 하면 손해라는 말을 매일 듣다 보니 뒤처질까 봐 초조하대요. 유튜브에서 주식으로 100억을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요.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라 그런지 에미가 꽤 가깝게 느껴졌어요. 도세의 대답은 차분한 편이더군요. "확실히 성공담은 매력적이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반드시 위험이 따릅니다." 조급한 마음을 나무라지 않으면서 발걸음을 한 박자 늦춰주는 말투라 좋았어요.<br>1장은 저자가 "먼저 양해를 구한다"며 시작합니다. 폭락과 관련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부터 꺼내겠다는 거예요. 희망부터 건네는 재테크 책에 익숙해서 그런지 이런 솔직함에 믿음이 가더라고요. 주가 대폭락,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 높은 변동성이라는 3대 리스크가 나오고, 남들 따라 쏠리는 FOMO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적립식 투자도 결국 주식이라는 한 자산군에만 투자하는 방식이라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대목에서는 살짝 뜨끔했어요. 적립식으로 인덱스만 사면 다 되는 줄 알았거든요.<br>머리말에 담긴 저자의 가족사는 조금 다른 결로 읽혔어요.1980년대 후반 초등학생이던 저자는 버블 경제 속에서 부모님이 일본 주식을 사는 걸 지켜봤다고 해요. 버블이 무너진 뒤에도 부모님은 주가가 회복될 거라 믿고 팔지 않았대요. 그사이 아버지는 밤낮없이 일했고, 어머니는 무릎 통증을 참으며 매장에서 내내 서서 일했다고 적혀 있어요. 그러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결국 주식을 던졌고, 그 뒤 주가가 올랐을 때는 그 이익을 누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올웨더 전략을 처음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부모님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는 문장은 담담하게 쓰여 있어서 더 조심스럽게 읽혔습니다. 그 부모님 나이쯤 와 있는 입장이라 그런지, 한 가정의 계좌가 흔들린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br>그 뒤로 저자는 해외 자료를 찾아 읽으며 리스크 패리티 전략을 연구했다고 해요. 직접 투자하며 검증한 끝에 지금의 8개 종목 구성을 만들었고요. 일본적십자사 재무팀에서 인명과 직결된 자금을 다루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제일 반가웠던 건 "고액 연봉자가 아니었으므로 매월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는 고백이었어요. 월급 받아 사는 사람한테는 이런 문장이 꽤 힘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앞에서 뜨끔했던 적립식 얘기와 이어 보니, 결국 핵심은 여러 자산군에 나눠 담는 쪽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br>2023년 45세에 경제적 자유를 이룬 뒤의 일상 이야기도 살짝 나오는데요. 발리의 아침 햇살 아래서 명상을 하고, 필리핀 팔라완 해변 풍경에 감탄하고, 시칠리아에서 지중해 요리를 즐긴다고 합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떠오르는 크로아티아 로비니 거리에서 석양을 보며 하루를 마친다는 대목에서는 부러움을 숨기기가 좀 어렵더군요.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저기까지 갔다니.<br>기본 포트폴리오는 원형 그래프 하나로 정리돼 있어요. 미국 주식 VTI 26%, 미국 장기 국채 TLT 34%, 금 GLDM 20%이고, 원자재 20%는 엑슨모빌, 셰브론, BHP, 리오틴토, 디어 다섯 기업에 4%씩 나눠 담는 구성이에요. 솔직히 처음 볼 때는 주식이 고작 26%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자가 이런 반응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독자의 속마음을 대신 꺼내 놓더군요. "원자재에 20%나 투자하다니 바보 아니야?" 제 머릿속 목소리랑 너무 똑같아서 웃음이 났어요. 이어서 1972년부터 2022년까지의 데이터를 가지고 차근차근 반박합니다. 미국 주식 60%, 국채 40% 포트폴리오와 비슷한 중간 정도 리스크로 미국 주식 100%를 웃도는 수익률이 나왔다는 거예요.부동산과 비트코인, 명품 시계, 미술품, 우표, 보석, 고주화를 빼놓은 이유도 정리돼 있어요. 잘 모르는 투자 대상은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에요. 명품 시계는 애초에 없으니 뺄 것도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2장의 설계 과정이었어요. 경제 환경을 고성장, 저성장, 고인플레이션, 저인플레이션 네 가지로 나누고, 환경마다 강한 자산을 두 개씩 배치하는 방식이에요. 미국 주식은 고성장과 저인플레이션에, 미국 국채는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에, 금은 저성장과 고인플레이션에, 원자재는 고성장과 고인플레이션에 강하다고 해요. 이렇게 짝을 지어 놓으니 네 자산이 서로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저자는 각 자산의 특성을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고 지금은 이 정도만 이해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은근히 위로가 됐습니다.<br>여기서 저자는 독자를 축구 감독 자리에 앉혀요. 선수마다 포지션이 다르고, 모두 공을 쫓지만 경기 흐름에 따라 공이 있는 곳이 달라진다는 거죠. 그러고는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 나온 안 감독의 명대사를 꺼내 듭니다.<br>"너를 위해 팀이 있는 게 아니다. 팀을 위해 네가 있는 거다!"그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라 이 대사를 투자책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부터 들었어요. 한 명의 에이스에게 기대지 않고 팀 전체로 이긴다는 이야기가 머리말의 선수 비유에서 축구로, 다시 농구로 이어지는데, 이게 책 전체를 꿰는 줄 같은 느낌이 듭니다.비율을 정하는 과정도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리스크를 1부터 5까지 점수로 매기면 미국 주식이 4, 초장기 미국 국채가 3, 금과 원자재가 5예요. 이걸 모두 1:1:1:1로 담으면 가격 변동이 큰 금과 원자재가 포트폴리오 전체를 흔들어 버린대요. 그래서 금과 원자재를 1로 두고 미국 주식은 1.25배, 국채는 1.67배로 늘립니다.<br>1.25, 1.67, 1, 1.이걸 백분율로 바꾸면 26, 34, 20, 20이 돼요. 앞에서 본 원형 그래프의 숫자와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걸 보는 순간 퍼즐 조각이 딸깍 끼워지는 기분이었어요. 숫자라면 고개부터 젓는 사람도 이 대목은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5장의 "그럼에도 현금은 왕이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은 처음엔 좀 세게 들렸습니다. 현금을 쥐고 있으면 일시적인 안도감은 들어도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자산이 가져다줄 이익을 놓쳐 기회비용이 생긴다는 설명이 이어져요. 그러다 "현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위험한 투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는 문장까지 나오거든요. 그렇다고 올웨더를 만능처럼 포장하지도 않더군요. 패닉 장세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금리 인상 같은 분산할 수 없는 리스크 앞에서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도 하락을 피할 수 없다고 먼저 인정합니다. 금이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약 20년 동안 부진했던 시기도 숨기지 않고요. 좋은 얘기만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서 오히려 더 믿고 읽게 되는 거 같아요.<br>올웨더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어려운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대목도 좋았어요. 투자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너무 단순해서 싱겁다고 느낄 수 있대요. 오히려 이 책으로 투자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이 선입견이 없어서 유리할 수도 있다고 하니, 초보 아재 입장에서는 괜히 어깨가 펴지더라고요. 5장 끝자락에는 이런 비유가 나와요.<br>"투자는 씨앗을 뿌려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매일 흙을 파헤치면 식물은 절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필요한 관리(리밸런싱)를 해주면서 성장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하루에도 몇 번씩 증권 앱을 들락거리는 사람이라면 뜨끔할 만한 비유 같아요.솔직히 걸렸던 부분도 있어요. VTI, TLT, GLDM 같은 영어 티커와 원자재 기업 이름이 한꺼번에 나오는 대목에서는 처음에 좀 버벅거렸거든요. 다행히 종목마다 어떤 상품인지 표에 짧은 설명이 붙어 있어서 한두 번 앞뒤로 오가다 보니 금방 익숙해지더군요. 저자도 더 낮은 비용의 ETF가 새로 나올 수 있으니 상품을 고를 때 최신 정보를 확인하라고 당부합니다. 실제로 계좌를 꾸리기 전에는 각자 한 번 더 따져볼 일 같아요. 레버리지를 다루는 4장은 겁 많은 제 성향상 기본형부터 충분히 익힌 뒤에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어지더라고요.<br>&lt;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gt;은 한 번 읽고 꽂아두기보다 1년에 한 번 리밸런싱할 때마다 다시 꺼내 볼 책 같아요. 자산군별로 강한 경제 환경을 정리한 표, 리스크 점수표, 비중 계산표가 한곳에 모여 있어서 참고서처럼 곁에 두기 좋겠더라고요.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 손이 자주 갈 것 같고요.<br>9월 마지막 토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네요. 매일 흙을 파헤치지 말고 믿고 기다리라는 &lt;누구나 만드는 평생 연금 ETF 투자 혁명&gt;의 말처럼, 이번 가을에는 증권 앱을 좀 덜 열어보고 제 계좌에도 사계절 우산 하나 씌워 줄 궁리를 해 보려고요. 좋은 책 만나서 마음 한쪽이 든든해진 주말입니다.<br>에이스 한 명에게 기대지 않고 네 자산의 팀워크로, 어떤 경제 날씨에도 버티는 계좌를 만드는 법을 친절하게 풀어낸 올웨더 입문서<br>#누구나만드는평생연금ETF투자혁명 #ETF투자혁명 #도세도시로 #김지선옮김 #북웨이브 #올웨더포트폴리오 #레이달리오 #리스크패리티 #자산배분 #분산투자 #ETF투자 #연금투자 #리밸런싱 #재테크책 #경제경영도서 #투자입문서 #책리뷰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13/19/cover150/k81213065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131952</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71</link><pubDate>Sat, 26 Sep 2026 20: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7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131864&TPaperId=1753817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84/coveroff/k01213186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131864&TPaperId=1753817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 - 애덤 스미스부터 프리드먼까지 200년 경제사상사</a><br/>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하버드 교수가 교수직을 아예 때려치울까 고민하던 1973년 여름, BBC에서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고 합니다. 경제사상사를 다루는 텔레비전 시리즈에 나와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었대요. 이 교수는 별 망설임도 없이 덥석 받아들입니다. 텔레비전은 시청자가 전원 끄는 소리를 들을 일이 절대 없으니, 누가 졸든 커플이 자리를 뜨든 무슨 상관이냐는 거죠.<br>첫 장면부터 이렇게 능청을 떠는 사람이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예요. 그 방송과 함께 세상에 나온 책이 &lt;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gt;고요. 추석 연휴 끝자락 토요일이라 그런지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이 책 이야기를 꺼내봅니다.<br>머리말에 제목을 정한 사연이 나오는데, 무엇보다 어감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지난 100년 동안 자본주의자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가, 제국주의자는 제국주의가 번영할 거라고 저마다 확신했대요. 그런데 그 확신이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인류가 맞닥뜨린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 생각하면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말이 덤덤하게 붙어 있고요.<br>반세기 전에 쓴 문장인데 오늘 경제면을 펼쳐 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책 앞머리에 실린 이강국 교수의 추천의 글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1970년대는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속에서, 정부가 경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케인스주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던 시절이었대요. 그런데 금융위기와 팬데믹, 보호무역과 인공지능, 기후위기까지 겹친 지금이 어쩌면 그때보다 더 불확실한 시대일지 모른다고 합니다. 방송이 나가자 대처 같은 영국 보수 정치인들이 반대했고, 밀턴 프리드먼은 1980년에 PBS 시리즈와 &lt;선택할 자유&gt;로 맞불을 놨다는 뒷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경제학자들은 한번 붙었다 하면 판을 크게 벌이는구나 싶더군요.<br>이 책만의 결이 가장 잘 느껴졌던 건 머리말에서 방송과 책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카를 마르크스를 한 시간 다루면 지루하다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에 비하면 그 한 시간은 1분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방송에서는 무엇을 다룰지 골라야 하는데, 그 선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정이니 절대적인 정답인 척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 선을 긋습니다. 방송 대본을 두고는 "얼굴이 없는 어떤 것"이라고까지 해요. 그러고는 책을 쓰는 사람은 독자가 앞으로 돌아가 되짚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쓴다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다행스럽게도, 어떤 책을 쓰는 저자든 간에 어떤 독자가 하나의 장을 한 시간 안에 다 읽을 수 있도록 원고를 써야 한다는 제약은 없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br>그 "아직까지는"에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저도 예전엔 퇴근하면 유튜브만 넘기다 잠들던 사람이라, 반세기 전 경제학자한테 한 방 먹은 느낌이 들었거든요.적어도 아직까지는. 요즘은 책을 먼저 집는 쪽이라 조금은 떳떳합니다.7장 관료 혁명으로 들어가면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거의 주인공처럼 등장해요. 마르크스가 세상을 떠난 1883년에 태어났다는 소개부터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갤브레이스는 위대한 인간은 보통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다는 처칠의 말을 꺼내 놓고는, 괄호 안에서 이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슬쩍 털어놓습니다. 그러고는 케인스가 이튼에서든 케임브리지에서든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개인적인 불만 때문에 세상을 바꾸려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써요. 그에게 세상은 정말이지 멋지기만 한 곳이었다고요.<br>세상에 별 불만 없던 사람이 세상을 크게 바꿔놓았다는 게 저한테는 꽤 신선했어요. 공무원 시험에서 경제학 점수가 나쁘게 나오자 "시험관들은 아마 경제학을 나보다 더 몰랐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는 일화도 웃겼습니다. 이런 배짱은 인사평가 시즌에 한 번쯤 빌려 쓰고 싶더군요. 인도 사무소에 배치돼서 무료함을 달래려고 책을 두 권이나 썼다는 대목에서는, 지루한 부서에서 버티는 방법도 사람마다 참 다르구나 싶었고요. 스승 격인 알프레드 마셜의 &lt;경제학 원리&gt;가 소양이 부족한 학생들이 일찌감치 경제학을 포기하도록 기를 꺾는 데도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는 문장도 좋았어요.<br>파리 강화회의에서 물러난 케인스가 두 달 만에 써낸 책이 &lt;평화의 경제적 결과&gt;인데, 그 안의 인물평이 아주 압권이더군요. 우드로 윌슨은 "눈이 멀고 귀가 먼 돈키호테"라고 했고, 클레망소를 두고는 "프랑스라는 환상에 사로잡혀서 인류라는 전망을 내팽개쳤다"고 했답니다. 로이드 조지에게는 훨씬 더 냉혹한 문장을 써두었다가 마지막 순간에 원고에서 빼버렸대요. 여기에 갤브레이스가 붙인 말이 이렇습니다.<br>"완벽한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케인스도 그랬다."이 두 문장이 괜히 좋았어요.다른 페이지보다 한결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케인스가 그 책 이후 공적인 자리에서 밀려난 뒤를 다룬 대목이었습니다. 갤브레이스는 그 배제가 오히려 행운이었다며 이런 말을 해요.<br>"공인의 저주는 처음에는 말투를, 결국에는 생각까지 자신의 공적 지위에 맞추게 된다는 점이다. 곧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도 예의 바르게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다. 바깥에 있으면 적어도 진실을 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예의 바르게 말하는 법이라니요.이 나이까지 회사를 다니다 보면 누구나 하나쯤 몸에 붙이게 되는 기술 같아요. 말투가 먼저 바뀌고 생각이 뒤따라 바뀐다는 그 순서가 특히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장의 처칠과 금 이야기도 비슷하게 읽혔어요. 1925년에 파운드화 가치를 전쟁 전 수준으로 되돌리려던 결정을 두고, 갤브레이스는 그런 결정이 극소수만 모인 자리에서 내려진다고 말해요. 가장 높은 사람이 한마디 하면 다른 참석자들은 그 발언이 지혜롭다며 칭송하게 마련이고, 케인스처럼 반대할 게 뻔한 사람은 애초에 그 자리에 앉지도 못한다는 거죠. 백 년 전 런던 이야기인데 요즘 어느 회사 임원 회의실 풍경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더라고요.<br>9장 거대한 법인기업에 가면 이 회의실 이야기가 한층 더 노골적으로 펼쳐집니다. 우리 삶을 가장 많이 바꿔놓는 제도를 우리는 아주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는 말로 장이 열려요. 기업이 정치인이나 공무원에게 금품이나 이권을 제공하는데, 이것을 순수한 자선이나 사랑의 표시라고 믿는 사람은 그것을 받는 사람들뿐이라는 문장도 나옵니다. 뉴요커에 실렸던 찰스 애덤스의 만화도 한 컷 들어가 있는데, 동상들 앞에서 어른이 아이에게 "얘야, 이 세상에 위대한 사람은 없어. 위대한 위원회들만 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에요.<br>그리고 등장하는 게 UGE, 통합글로벌기업입니다. 갤브레이스가 여러 실제 기업의 모습을 뽑아 합성해서 만든 가상의 회사예요.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라 그 신화를 방어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안이든 밖이든 검열 없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설정이죠. 경제사상사 책 한가운데에 가상 기업의 연대기를 통째로 써넣은 발상이 이 책에서 가장 기발했던 거 같아요.맛보기로 조금만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1871년 시카고로 건너온 제임스 B. 글로우가 정육점을 열고, 돼지의 비명만 빼고 모든 것에 값을 매긴다는 업계에서 누구보다 앞서 나가요. 덕분에 이 회사 소시지는 '글로우 벌레'라는 경멸적인 호칭으로 불렸는데, 회사는 소시지 모양을 보고 애정을 담아 지은 별명이라고 우겼대요. 2세 때는 약간의 중독성 덕에 인기가 좋던 음료 브랜드를 인수하는데, 그 비결이 소량 들어 있던 코카인이었고요. 1955년에는 회사 이름을 UGE로 바꾸면서, 사보를 통해 이 이름이 '거대하다(huge)'에서 h를 묵음으로 처리한 발음이라고 선언합니다.<br>이사회 장면은 직장인이라면 웃다가 뜨끔해지는 대목이에요. UGE 이사회는 두 달에 한 번 모여 이미 내려진 결정을 승인하고, 몇몇은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안건에 손을 들어 찬성하며, 두 사람은 꾸벅꾸벅 존다고 해요. 어떤 이사도 경영진의 제안에 반대하지 못하는데, "적어도 화장이나 미용보다 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확실히 그렇다"는 단서까지 붙어 있습니다. 이사를 뽑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경영 결정에 결코 간섭하지 않는다는 평판이었고요. 이 가상 인물들의 "동시대인이거나 친구이거나 동족"이라며 헨리 포드와 IBM의 토머스 J. 왓슨 같은 실존 경영자들 사진을 떡하니 붙여놓은 페이지에서는 결국 소리 내어 웃고 말았어요.<br>솔직히 발목이 잡힌 곳도 있긴 했어요. 처칠과 금 대목에서 1파운드당 금 123.27그레인, 4.86달러, 4.40달러 같은 숫자가 줄지어 나오니까, 저 같은 사람은 속도를 늦춰야 겨우 따라가지더군요. 그래도 갤브레이스가 머리말에서 말한 책의 장점, 그러니까 앞으로 돌아가 되짚을 수 있다는 그 장점 덕을 톡톡히 본 셈이라 싫지는 않았어요.<br>책 자체도 참 예뻐요. 7장과 9장 모두 검은 바탕에 애덤 스미스의 옆얼굴과 빌딩 숲이 메달처럼 들어간 표제지로 시작하는데, 표지의 액자 그림이 그대로 이어져서 장이 바뀔 때마다 반갑더라고요. 사진도 넉넉하게 들어 있습니다. 마셜의 초상화, 조약에 참석하러 걸어가는 로이드 조지와 클레망소와 윌슨, 발레리나 리디아 로포코바, 에설런연구소 광고 페이지까지 있어요. 뉴욕의 제너럴모터스 빌딩과 모스크바의 코메콘 빌딩을 한 면에 나란히 실어둔 사진도 있는데, 모든 시대의 지배적인 주제는 그 시대의 가장 웅장한 건축물에 반영된다는 문장과 겹쳐 보니 체제는 달라도 빌딩은 닮은꼴이라 웃음이 나더군요.<br>두께는 보통 경제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라 들 때마다 'huge'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요. UGE식으로 h를 묵음 처리하면 "유~" 하는 감탄사만 남습니다. 딱 그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알찬 두께예요.경제학 공식은 거의 안 나오고 사람 이야기로 굴러가서, 경제학 용어를 잘 몰라도 읽는 데 큰 부담은 없을 것 같아요. 회사 다니는 분이라면 9장 하나만으로도 본전은 뽑았다는 기분이 드실 거 같고요.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br>달력은 벌써 9월 끝자락이고 추석 연휴도 막바지네요. 불확실성의 시대라지만 연휴 끝나고 체중계에 올라가 볼 숫자만큼은 확실성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lt;존 갤브레이스 불확실성의 시대&gt; 덕분에 가을 초입에 머릿속 곳간을 든든하게 채운 기분이에요. 좋은 책 한 권 만나서 한 계절 잘 여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br>확신이 무너진 자리에서 200년 경제사를 사람 이야기로 풀어낸, 회사원일수록 웃다가 뜨끔해지는 경제 고전<br>#존갤브레이스불확실성의시대 #불확실성의시대 #존케네스갤브레이스 #갤브레이스 #21세기북스 #이경식옮김 #경제고전 #경제교양서 #경제사상사 #세계경제사 #케인스 #자본주의의역사 #거대기업 #법인기업 #BBC다큐 #책추천 #서평 #서평단 #가을독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129/84/cover150/k01213186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1298458</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 - [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 -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 교수가 최신 연구를 총정리한 잠의 모든 것]</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57</link><pubDate>Sat, 26 Sep 2026 20: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0359&TPaperId=175381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9/2/coveroff/k402130359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02130359&TPaperId=175381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 -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 교수가 최신 연구를 총정리한 잠의 모든 것</a><br/>하야시 유 감수,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수면 부족은 늘 있는 일이니까." "익숙해지면 별것 아니에요."<br>넥타이 맨 아저씨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서 이렇게 말하는 그림이 있어요.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가만 보니 딱 우리 또래 직장인 얼굴이더라고요. 그 그림 위에 붙은 제목은 "'난 괜찮아'는 자기 생각일 뿐, 전혀 괜찮지 않다"입니다. 첫 장부터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어요.추석 연휴도 오늘로 끝자락에 와 있네요.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해져서 이불 속이 부쩍 좋아지는 계절인데, 마침 이맘때 잠에 관한 책을 만났습니다. &lt;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gt;은 도쿄대학교 대학원 수면생리학연구실의 하야시 유 교수가 감수하고 홍성민 님이 옮긴 책이에요. 레몬한스푼에서 이번 9월에 나왔고요. 잠을 다루는 책이니 읽다가 졸면 그것도 실습이라고 우기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럴 틈을 잘 안 주는 책이더군요.<br>이 책의 재미는 그림에서 먼저 오는 거 같아요. 그래프와 실험 그림이 쉴 새 없이 이어져서 논문 이야기를 만화 넘기듯 따라가게 됩니다. 숨겨진 규칙을 찾는 문자열 실험이 대표적이었어요. 과제를 푼 뒤 낮 동안 깨어 있던 그룹, 밤에도 깨어 있던 그룹, 밤에 푹 잔 그룹에게 비슷한 문제를 다시 풀게 했더니 푹 잔 그룹만 통찰력이 올라갔대요. 참가자가 18~31세, 한창 체력 좋은 나이인데도 그랬다니 아재 입장에서는 더 할 말이 없어지죠.<br>여백마다 고양이 한 마리.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동그랗게 말려 자기도 하고요.선생님 캐릭터와 독자가 주고받는 말풍선도 좋았어요. "술을 마시면 졸리긴 해요. 마시면 안 되나요?"처럼 딱 제 입에서 나올 법한 질문을 먼저 꺼내주니까, 혼나는 느낌보다는 동네 병원에서 상담받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br>원리를 다루는 앞부분과 생활 습관을 다루는 뒷부분이 서로 맞물린다는 점도 이 책만의 맛인 것 같아요. 앞쪽에서는 아데노신이 깨어 있는 시간만큼 쌓여서 졸음을 부르는 물질이라고 설명해요. 오렉신은 각성 스위치를 누르는 쪽이 아니라, 켜진 스위치가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붙잡아 두는 쪽이라고 알려주고요. 수면과 각성을 시소 양쪽에 올려놓은 일러스트로 한 번 더 보여주기도 해요. 그러다 뒤쪽 아침 루틴에 가면 커피가 아데노신을 막아서 잠을 깨운다는 이야기와, 아침 햇빛을 쐬면 오렉신이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앞에서 배운 게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머리가 좋아진 것 같은 착각도 들더라고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프레젠티즘 이야기 뒤에 붙은 짧은 문단이었어요. 일에 진심이라 오래 일하면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이 불면에 빠지기 쉽고, 회사에 기여하려던 마음이 결국 생산성 저하라는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잠 줄여 가며 버틴 걸 은근히 자랑처럼 여기는 분위기는 우리 또래라면 다들 아실 거예요. 40대 이상은 수면 시간이 지금도 줄어드는 추세라는 문장에도 밑줄이 쳐져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어요.<br>쇼트 슬리퍼 이야기도 이어서 읽게 되더군요. 적게 자고도 쌩쌩한 체질은 예전엔 모든 직장인의 꿈이었지만, 인구의 1% 미만이고 유전적인 '행운 체질'이라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래요. 그 꼭지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 시간으로 적절히 일하며 개인생활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훨씬 멋진 시대다." 스무 살 때 들었으면 흘려들었을 말인데, 지금은 어깨를 토닥여주는 말처럼 다가와요.<br>옮긴이가 챙겨 넣은 숫자 하나도 반가웠어요. 일본인 평균 수면 시간 옆에 한국인 평균은 7시간 51분이라는 주석을 달아둔 거예요.맛보기로 제일 웃으면서 읽은 대목을 옮겨볼게요. "커피를 매일 마시고 있는데, 저는 체질상 괜찮은 것 같아요." "개인차가 큰 것은 확실합니다. 단, 수면 부채가 클 뿐일지도 몰라요." 24개 연구를 메타분석했더니 커피 한 잔 기준으로 이 시각 이후에 마시면 수면에 영향이 있었다고 합니다.<br>13시 12분.본문이 "오후 1시를 조금 넘은 시간까지라니, 너무 이른 거 아냐?" 하는 독자 속마음을 먼저 꺼내놓는데, 그게 딱 제 속마음이라 웃음이 났어요. 커피를 안 마시면 머리가 개운하지 않은 것도 엄연한 금단증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빠져나갈 구멍이 없더군요.솔직히 뜨끔했던 건 음주 대목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술을 안 마셔"라는 말로 시작해서, 중장년 남성일수록 비즈니스 술자리와 회식을 많이 겪어왔다고 짚는데 첫 문장부터 우리 얘기예요. 술을 마시면 금방 잠들어도 얕은 비렘수면이 길어지고 렘수면은 짧게 끊긴대요. 매일 마시면 내성이 생겨서 잠드는 효과마저 사라지고요. 선생님 대답은 짧고 단호합니다. "뇌 내 물질의 리듬이 흐트러졌을 뿐이라서 깨기 쉬워요." 뜨거운 탕을 좋아하는 중장년 남성에게도 한마디 하는데, 나이 들면서 온도 감수성이 떨어지는 탓도 있으니 푹 자고 싶으면 40℃ 전후가 좋다고 하네요. 5분 간격 알람에 스누즈까지 걸어두는 게 가장 좋지 않다는 문장 앞에서도 괜히 휴대폰 알람 목록이 떠올랐어요.<br>소장 가치는 충분한 편이라고 봐요. 알람 없이 원하는 만큼 자본 뒤 평소 수면 시간을 빼고, 거기서 다시 1.5시간을 빼면 내 수면 부채가 나온다는 계산법이 그림으로 정리돼 있어요. 그 아래에 수면 부채와 이상적인 수면 시간을 직접 적어 넣는 빈칸까지 있어서 워크북처럼 쓸 수 있고요. 그래프마다 참고한 논문이 달려 있어서 궁금한 건 더 찾아볼 수도 있어요. 크기는 보통 교양서 정도이고 무게도 가벼운 편이라 가방에 넣고 다니기 부담 없습니다. 잠 줄여 버티는 게 당연해진 직장인이라면 &lt;내일이 달라지는 수면 과학&gt;에서 한 꼭지쯤은 자기 얘기를 찾게 될 거 같아요.<br>가을밤이 하루하루 길어지는 계절이라 잠 공부하기에는 이만한 때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알람 끄고 원하는 만큼 자보는 실험은 연휴 마지막 일요일에 한번 해볼 생각이에요. 오후에 커피 생각나시면 시계부터 한번 보세요. 13시 12분이 넘었으면 오늘부터 우리는 디카페인 아재입니다. 좋은 잠 이야기를 그림으로 편하게 배운 것 같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br>잠 줄여 번 시간은 이자까지 붙어 돌아온다는 걸, 넥타이 아저씨와 고양이 그림으로 알려주는 친절한 수면 교과서.<br>#내일이달라지는수면과학 #하야시유 #홍성민 #레몬한스푼 #수면과학 #수면부채 #수면책추천 #잘자는법 #꿀잠 #쇼트슬리퍼 #카페인컷오프 #아침루틴 #자기전음주 #목욕습관 #직장인책추천 #건강교양서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9/2/cover150/k402130359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90285</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 [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44</link><pubDate>Sat, 26 Sep 2026 20: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814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130237&TPaperId=1753814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9/41/coveroff/k01213023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130237&TPaperId=1753814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a><br/>박용남 편역 / 리미트리스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명함이 안 통하는 동굴에서 칼을 거둔 사내 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 박용남 편역<br>목마 뱃속은 캄캄했을 거예요. 그 어둠 밖에서 누군가 이름을 부릅니다. 십 년 동안 듣지 못한 아내의 목소리를 흉내 내서요.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다들 안다고 생각하는데, &lt;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gt;는 바로 그 목마 속의 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더군요.헬레네가 목마를 세 바퀴 돌면서 안에 든 수령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고, 메넬라오스와 디오메데스는 뛰쳐나가려 하고, 안티클로스는 대답하려 해요. 오디세우스는 그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습니다. "그 손 하나가 그 안의 모두를 살렸다"는 문장까지 오면, 읽는 쪽도 괜히 따라서 숨을 고르게 되는 거 같아요.<br>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9월 끝자락의 토요일이네요. 긴 항해 이야기를 꺼내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외눈박이 거인이나 세이렌 같은 장면은 조각조각 알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로 이어서 따라가 본 적은 없었어요. &lt;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gt;가 특이한 건 바로 이 순서 때문이에요. 원래 (오디세이아)는 이야기 한가운데서 시작하고, 유명한 장면들은 주인공이 남의 궁정에서 들려주는 회상으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편역자 박용남 님은 그걸 목마의 밤부터 시간 순서대로 다시 늘어놓았습니다. 회상도 액자도 없이, 한 방향으로.<br>그렇다고 줄거리만 추려 놓은 느낌은 아니었어요. 장마다 첫머리에 "원전 제9권 105~566행" 같은 표기가 붙어 있어서, 지금 읽는 장면이 호메로스의 어느 대목에서 왔는지 바로 보이거든요. 부록 원전 대조표를 펼쳐 보면 A.T. Murray의 산문역을 저본으로 행 번호를 맞췄고, 원전의 1인칭 회상은 3인칭으로 다시 풀었다고 밝혀 두었더라고요. 이런 걸 보고 나니 마음 놓고 따라가도 되겠다 싶었습니다.<br>순서를 바꿔 놓으니 생기는 재미도 있어요. 1장에서 허리 굽은 노인 아이깁티오스가 "오디세우스가 떠난 뒤로 우리는 회의라는 것을 가져 본 적이 없소"라고 묻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몇 장 뒤에 나오는 키클롭스들은 회의도 법도 없이, 각자 제 동굴에서 제 처자식에게만 법이 되는 족속으로 그려지거든요. 서로를 찾지 않는 족속이요. 주인 없는 섬과 법 없는 동굴이 나란히 놓이니까 두 장면이 자꾸 겹쳐 보이더라고요.인물 이야기를 하자면 페넬로페가 먼저 떠오릅니다. 구혼자 백여 명이 날마다 홀에 눌러앉아 남의 소와 양을 잡고 포도주를 퍼마셔요. 거절하면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고, 승낙하면 남편을 제 손으로 장사 지내는 셈이 되죠. 그래서 그녀는 세 번째 길을 찾아냈어요. 시아버지의 수의를 다 짤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해 놓고, 낮에 짠 베를 밤마다 횃불 곁에서 풀었습니다. 삼 년을요.<br>"한 사람의 평생 살림이 남의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살림을 꾸려 온 중년의 가장 입장에서는 이 문장이 좀 서늘하게 읽혔어요.텔레마코스도 눈에 밟힙니다. 아버지가 떠날 때 갓난아이였으니 이제 갓 스물이에요. 문간에 손님이 서 있는데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홀에서, 이 청년 혼자 일어나 손님의 오른손을 잡고 창을 받아 들어요. 먼저 드시고 용건은 그다음에 말씀하시라면서요. 그런데 그 손님 앞에서 털어놓는 말이 이렇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그분의 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모릅니다." 제 또래 아버지들이라면 이 대목에서 괜히 마음이 쓰일 것 같더라고요.<br>그 청년이 그날 저녁 어머니에게 "이 집의 권한은 제게 있으니까요"라고 말하고, 구혼자들의 조롱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아요. 아까 온 손님이 누구였느냐는 물음에는 타포스의 멘테스라고만 대답하고요. 책은 그 모습을 두고 "그는 하루 만에 감추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고 적어 두었는데, 아버지를 닮아 가는 첫걸음을 이 한 줄로 보여 주는 게 좋았어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었던 부분은 키클롭스의 동굴이었습니다. 너희는 누구냐는 물음에 오디세우스가 아가멤논의 이름을 대고, 탄원자라는 처지를 말하고, 제우스를 들먹여요. 사람의 도시였다면 그중 어느 하나로도 문이 열렸을 텐데, 책은 이렇게 적습니다. "이 동굴에서는 셋 다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br>회사 명함이 한 장도 통하지 않는 자리에 앉아 본 사람이라면 남 얘기로 들리지 않을 문장이에요.영웅이라고 늘 현명한 것도 아니더군요. 주인 없는 동굴에서 부하들은 치즈랑 새끼 양만 챙겨서 당장 배로 가자고 매달리는데, 오디세우스는 그 주인을 직접 보고 싶었고 손님의 선물도 받아 보고 싶었답니다. "호기심과 욕심이 절반씩이었다." 훗날의 오디세우스가 그편이 훨씬 나았을 거라고 인정하는 대목도 있어요. 이런 빈틈이 있어야 저 같은 보통 사람도 정이 가는 법이죠.<br>그 뒤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솔직히 저한테는 좀 셌습니다. 묘사가 꽤 생생한 편이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그 한가운데에 칼을 잡았다가 도로 거두는 장면이 있어요. 괴물을 죽이면 문을 막은 바위를 치울 자가 없으니까요. "문제는 힘이 아니었다. 문이었다."<br>프롤로그 해설에서 읽은 "좋은 계략은 머리에서 나오고, 계략의 완성은 참는 데서 온다"는 문장이 여기서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목마 속에서 남의 입을 막던 그 손이, 동굴에서는 제 칼을 거두는 손이 되는 셈이라서요.맛보기로 한 장면만 살짝 꺼내 볼게요. 눈먼 괴물이 문간에 버티고 앉아서 나가는 양들의 등을 손으로 더듬어요. 사람들은 숫양 세 마리를 한 묶음으로 엮어서 가운데 양의 배 밑에 하나씩 매달려 있고요. "등만 더듬었다. 배 밑은 만지지 않았다. 눈을 잃은 자의 손은 보이던 시절의 버릇대로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나가는 으뜸 숫양에게 괴물이 말을 겁니다. 착한 숫양아, 어째서 오늘은 네가 맨 뒤냐. 그 배 밑에 누가 매달려 있는지 아는 독자로서는 한 줄 한 줄이 조마조마하더라고요.<br>숨소리 하나가 목숨이었다는 말 그대로.오디세우스가 댄 "아무도아니"라는 이상한 이름이 이 동굴에서 어떤 쓸모를 갖는지는 직접 읽어 보시는 게 훨씬 재밌을 거예요.장마다 끝에 붙은 해설도 이 책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부분이었어요. 프롤로그 해설의 첫 줄은 "트로이아는 함락당하지 않았다. 스스로 열었다."입니다. 목마를 도끼로 쪼개자던 사람들의 손을 멈추게 한 건 신을 두려워하는 마음, 그러니까 그들의 미덕이었다는 이야기가 이어져요. "경계는 위협 앞에서 일어서고 호의 앞에서 눕는다"는 문장을 읽는데, 거절하기 아까웠던 제안 몇 개가 머릿속을 스쳐 가더라고요. 직장 생활을 좀 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br>제일 정이 간 인물은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였어요. 주인이 떠난 사이에 여주인도 모르게 농장을 손수 지어 놓았고, 구혼자들의 잔치에 날마다 가장 좋은 놈을 골라 보내면서도 남은 수퇘지가 삼백육십 마리라는 걸 정확히 세고 있어요. "줄어드는 쪽의 장부는 이렇게 정확했다." 월말에 숫자 맞춰 본 적 있는 직장인이라면 웃프게 고개를 끄덕일 문장 같습니다.그는 거지 차림으로 찾아온 낯선 노인에게 자기가 덮고 자던 염소 가죽을 깔아 줘요. 폭풍 칠 때 입으려고 아껴 둔 두꺼운 겉옷까지 덮어 주고, 자기는 투창을 들고 바위 아래로 나가 수퇘지들 곁에 눕습니다. "짐이 되겠다는 사람을 붙드는 데에 조건이 하나도 붙지 않았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저까지 조금은 착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br>두 사람이 긴 밤마다 서로의 고난을 이야기하는 장면도 좋았고요. "요즘 밤은 놀랍도록 길다오" 하는 돼지치기의 말이, 해가 부쩍 짧아진 요즘과 겹쳐서 들리더군요. 거지가 오디세우스는 꼭 돌아온다고 맹세하는 대목에 붙은 "이보다 참된 맹세도 이보다 새빨간 시치미도 없었다"는 문장은 참 얄밉게 잘 쓴 것 같아요.<br>굳이 걸렸던 걸 하나 꼽자면 낯선 이름들이에요. 안티노오스, 에우리마코스, 아이깁티오스, 할리테르세스까지 나오니까 처음에는 누가 누군지 좀 헷갈렸어요. 그래도 이야기가 한 방향으로 흐르다 보니 금방 자리가 잡히더라고요.두께는 보통 책 한 권 정도라서, 스무 해 항해를 통째로 담았는데도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어요. 오디세우스가 짊어진 짐에 비하면 이 정도는 깃털이죠.<br>소장 가치로 보면 부록의 원전 대조표가 든든합니다. 나중에 완역본에 도전해 볼 마음이 생기면 옆에 펼쳐 두고 길잡이로 쓰기에 딱 좋을 것 같거든요. &lt;한 권으로 끝내는 오디세이아&gt; 덕분에 이제 누가 (오디세이아) 읽어 봤냐고 물으면 쭈뼛거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br>선선한 가을 토요일, 목마 이야기로 시작했더니 저도 말(馬)이 많아졌네요. 이십 년 걸려 집에 돌아가는 사람을 따라가고 나니, 오늘 저녁은 식구들이랑 밥 한 끼 제대로 먹고 싶어집니다. 좋은 책 만나서 기분 좋은 주말이에요.<br>스무 해 귀향길을 목마의 밤부터 차례대로 따라가니, 참고 버티는 사람의 이야기가 오늘 내 얘기처럼 읽히는 편역본<br>#한권으로끝내는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박용남 #박용남편역 #리미트리스 #그리스고전 #고전문학 #서사시 #오디세우스 #트로이목마 #키클롭스 #페넬로페 #텔레마코스 #에우마이오스 #고전입문 #책추천 #서평 #가을책추천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19/41/cover150/k01213023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19410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 세계 6개 미술관에서 처음 시작하는 그림 여행]</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7682</link><pubDate>Sat, 26 Sep 2026 14: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7682</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130441&TPaperId=1753768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24/coveroff/k4321304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32130441&TPaperId=17537682"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 세계 6개 미술관에서 처음 시작하는 그림 여행</a><br/>박혜성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6년 09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직장인의 30분에도 미술관은 열려 있다, &lt;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gt; 서평<br><br>"미술을 애호하고 더 깊이 알고자 하지만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온종일이 아닌 30분이나 한 시간의 여가를 이용해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br>1857년, 내셔널 갤러리를 공해가 덜한 곳으로 옮기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영국의 존 듀크 콜리지 대법관이 이렇게 말하며 지금 자리를 지켰다고 하더라고요. 생업에 매달려야 하는 계층이라니, 딱 제 얘기 같았어요.<br>네, 여기 한 명 있습니다.&lt;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gt;에는 이렇게 백 년도 더 된 누군가의 말이 지금의 직장인한테 불쑥 말을 거는 순간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화가이자 아트 스토리텔러인 박혜성 작가가 2018년에 낸 &lt;어쨌든 미술은 재밌다&gt;의 후속작이고, 8년 만의 신작이라고 합니다. 전작이 그림과 화가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그 그림을 품은 공간, 미술관 자체를 파고드는데요. 작가님이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미술관 사용 설명서라고 할까"라고 소개하시는데, 다 읽고 나니 그보다 잘 맞는 이름도 없는 거 같아요. 전작을 안 읽었어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었습니다.<br>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프라도, 뉴욕 현대 미술관. 이름만 들어도 항공권 검색창을 열고 싶어지는 여섯 곳이 한 권에 다 들어 있어요. 재미있는 건 순서입니다. 장마다 [entrance]라는 이름으로 그 미술관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부터 들려주고, 그다음에 작품 이야기가 이어지고, 끝에는 [미술관 플러스]에서 미술관 바깥 이야기까지 챙겨 줘요. 입구로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나오는 동선을 책이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작가님이 이 여행을 시작하게 된 사연도 좋았어요. 오래전 단체 여행으로 해외 미술관을 몇 번 찾았는데, 작품을 급하게 훑고 지나가는 관람이라 늘 갈증만 남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다 막내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서양화를 전공한 남편분과 함께 2014년부터 해마다 한 달씩 미술관 여행을 떠나게 됐대요. 막내를 대학 보내고 나서야 묵혀 둔 꿈을 꺼내는 그 순서가, 이 나이쯤 되면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습니다.<br>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작가님이 옛 단체 관람을 두고 쓴 이 표현 하나로 패키지 여행의 추억이 다 정리되는 거 같았어요.루브르 장에서는 이 유명한 건물이 처음엔 요새였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12세기 말 노르만인의 공격을 막으려고 지은 요새가 감옥, 병기창, 왕실 금고 보관소를 거쳐 왕궁이 됐대요. 루이 14세가 베르사유로 떠난 뒤로는 작업장이나 숙소로 밀려났다가, 프랑스 대혁명을 지나 1793년에야 대중에게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한자리에서 직업을 이렇게 여러 번 바꾼 건물이라니, 이직 이력서로 치면 꽤 화려한 편이죠. 연표에 약한 편이라 왕 이름과 연도가 줄줄이 이어지는 대목에서는 잠깐 헤맸어요. 그래도 옆에 실린 1380년 무렵 왕궁 그림과 그랑 갤러리 사진을 따라가다 보니 금방 길이 잡혔습니다.<br>제가 유난히 천천히 읽었던 대목은 유리 피라미드 이야기예요. 1989년 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이 피라미드는 당시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예산이 동결돼 무산될 뻔했대요. 그런데 미테랑 대통령이 10년에 걸쳐 그랑 루브르 프로젝트를 밀고 나갔고, 지금은 에펠탑에 버금가는 파리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하더군요. 회사에서도 처음 올렸을 때 온갖 소리를 듣던 기획이 몇 년 지나면 간판 사업이 돼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 기획을 끝까지 붙들고 있던 사람들 얼굴이 괜히 떠올랐어요.<br>이 책이 설명서라는 말을 들을 만한 건 이런 대목 덕분인 거 같아요. 2026년 기준으로 비유럽권 성인 입장료는 32유로이고, 한국어를 지원하는 오디오 가이드는 6유로래요. 회화 위주로 보려면 드농관 2층에서 시작하고, (모나리자)를 본 다음에는 다빈치가 프랑스로 가져온 (성 안나와 성모자)와 (세례자 요한)도 놓치지 말라고 챙겨 주십니다. 그중에 제일 반가웠던 팁은 따로 있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들어가기 전에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간식도 챙기라는 조언이요. 이런 걸 알려 주는 미술책은 흔치 않아서 웃음이 났습니다.내셔널 갤러리 장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또 달라져요. 런던 시민이 가장 많이 모이는 트라팔가 광장에 국립 미술관이 있고, 1824년에 문을 연 뒤로 지금까지 무료입장 원칙을 지켜 왔다고 하더군요. 해마다 한 달씩 해외에 머무는 작가님에게 런던은 경비 부담을 덜어 준 "감사한 도시"였대요. 그 표현에서 여행 경비를 꼼꼼히 따져 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집니다.<br>유럽의 다른 미술관보다 늦게 출발했다는 사연도 흥미로웠어요. 우피치는 1769년, 루브르는 1793년, 프라도는 1819년에 대중에게 문을 열었는데, 영국에는 제대로 된 미술관이 없어서 컨스터블이 한탄했대요. 그 뒤로 기증이 모였고, 정부가 수집가 앵거스테인의 소장품 38점을 사들였어요. 그의 집을 임시 미술관으로 쓰다가 트라팔가 광장으로 옮겼다고 하고요.<br>영국 국회 위원회는 "그림의 존재 가치는 수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고귀한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수단이 되도록 하는 데 있다"라고 했다는데요. 앞의 대법관이 말한 30분과 나란히 놓고 보니, 이 미술관이 누구를 위해 문을 열어 두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붉은 벽 전시실에서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 앞에 사람들이 서 있는 사진이 실려 있는데, 그 뒷모습들이 유난히 편안해 보였어요.맛보기로 하나 꼽자면 프라도 장 끝에 실린 [미술관 플러스 5]예요. 제목부터 "넌 슈퍼 터니? 난 아트숍 턴다"라서 보자마자 피식했습니다. 작가님은 시카고 미술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판화를,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데이미언 허스트의 판화를 샀는데, 작품은 그 자리에서 들고 오지 않고 몇 달 뒤 집으로 배송된다고 하네요. 미술관에서 파는 거라 작품도 확실히 보증받는다고요.도록도 값이 오른다니요.2017년 베네치아에서 본 허스트의 &lt;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들&gt; 전시 도록을, 여행 중에 끌고 다니기 무거워서 포기하셨대요. 그런데 나중에 인터넷에 뜬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서 그 뒤로는 웬만하면 도록을 사신다고 합니다. 짐 줄이려다 두고두고 아쉬워해 본 사람이라면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일 거 같아요. 책장에 형형색색 꽂힌 도록을 보면 부자가 된 기분이고 인테리어 효과도 꽤 있다는 말이 참 솔직해서 좋았어요.<br>같은 코너에 나오는 관람 요령도 오래 남을 거 같아요. 기대하던 작품 앞에 사람이 몰려 있으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공간 전체를 보거나, 캔버스 옆면과 액자, 기법, 사인 같은 걸 차분하게 보라는 거예요. 작품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들도 10분 넘게 보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에 조금 안심이 됐고요. 관람을 마치고 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일행과 그날의 베스트 작품을 하나씩 뽑아 본다는 방법은, 당장 가까운 미술관에서도 따라 해 볼 수 있겠더라고요.<br>에필로그에서 작가님은 작품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서, 관람을 마치고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작품이 없을 때가 있다고 털어놓으세요. 그래도 미술관에서 보낸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어느 날 문득 그때 본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대요. 역풍을 만나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에 오히려 뜻밖의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사십 대 후반 직장인한테 괜히 따뜻하게 들렸습니다.&lt;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gt;는 보통 교양서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미술관 전경과 전시실 사진, 명화 도판이 넉넉하게 실려 있어서 넘기는 맛이 있습니다. 장마다 첫머리에 위치와 개관 시간, 휴관일까지 정리돼 있어서, 언젠가 정말 항공권을 끊게 되면 가방에 넣어 가고 싶은 책이에요. 당장 떠날 계획이 없어도 책장에 꽂아 두고 한 장씩 펼쳐 보는 것만으로 미술관을 한 바퀴 돈 기분이 들고요. 미술 지식이 없어도 읽는 내내 재미있었습니다.<br>추석 연휴 마지막 토요일이라 송편으로 채운 배가 아직 든든하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조건은 이미 갖춘 셈이에요. 볕 좋은 가을날에 가까운 미술관 한 곳 골라서 30분만이라도 천천히 걸어 보고 싶어지네요. 좋은 길잡이 한 권 만나서 마음이 한결 넉넉해졌어요.<br>직장인의 30분에도 문을 열어 주는 세계 여섯 미술관의 탄생 이야기부터 아트숍 쇼핑까지, 미술관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다정하게 알려 주는 미술관 사용 설명서.<br>#어쨌든미술관은재밌다 #박혜성 #아날로그 #글담 #화줌마 #미술관여행 #그림여행 #예술교양서 #루브르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내셔널갤러리 #우피치미술관 #프라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모마 #아트숍 #미술에세이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91/24/cover150/k4321304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912449</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서리꽃2 - [서리꽃 2]</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7670</link><pubDate>Sat, 26 Sep 2026 14:3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7670</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041&TPaperId=1753767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4/81/coveroff/k03213004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0041&TPaperId=17537670"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리꽃 2</a><br/>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반 고흐 그림에는 산이 잘 안 보인다는 거, 혹시 알고 계셨어요?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연애소설 속 두 연인이 유럽 기차 창밖을 내다보다가 퀴즈 풀듯 맞혀낸 답으로요. 조정래 작가의 &lt;서리꽃 2&gt; 이야기예요.<br>1권에서 곧장 이어지는 이야기라 앞 권 서평 먼저 보고 오시면 편해요. 두 권짜리 소설을 1권만 읽고 멈추면 남의 연애를 절반만 엿들은 기분이잖아요. 제 오지랖이 그걸 못 참더라고요.대학 동아리 '글밭'에서 이재이의 시에 윤소인이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바꿔 그린 그림을 붙이면서 시작된 인연이죠. 그 두 사람이 5년 만에 다시 만난 게 1권이었다면, 2권은 윤소인의 요양을 위해 남도 장흥으로 내려가는 데서 열려요. '어머니 품 장흥'이라는 표지판을 먼저 알아본 건 윤소인이었어요. 이재이가 왜 하필 장흥을 골랐는지 떠올리며 '별이 있고, 바다가 있고, 숲이 있는 곳'이라고 되뇌는 대목이 있어요. 별이 제일 앞에 오는 게 저는 좋았어요. 1권의 그 별밤이 여기까지 따라온 느낌이 들어서요.<br>이재이라는 남자, 공부를 해도 너무 했더군요.키조개 점심 한 끼를 먹이려고 책이며 인터넷이며 유튜브까지 뒤졌다고 하니까요. 편백숲 통나무집에 짐을 풀고, 바다를 '장흥이 준 첫 번째 선물'이라 부르는 두 사람을 보면서 연애를 이렇게 성실하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습니다.보림사 장면은 풍경이 먼저 들어와요. 연꽃 봉우리 같은 산들이 절을 빙 둘러싸고, 철조 비로자나불은 반쯤 뜬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입술을 살짝 벌리고 있다고 해요. 무슨 말을 건네려다 만 얼굴이라니, 그 앞에 서면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줄줄이 나올 거 같아요. 이재이는 기도를 빌어서 얻는 일로 여기지 않더군요. 자기 의지와 결의를 다지는 일이라고 하는데, 월요일 아침마다 이번 주도 한번 버텨보자고 마음먹는 직장인한테는 꽤 가깝게 들렸어요.<br>보림사 가는 길에 밤새 벚꽃이 피어 있어요. 윤소인은 벚꽃이 활짝 폈을 때보다 바람에 흩날릴 때가 더 좋다고 해요. 흐느낌 같고, 서러움 같대요. 이재이가 시로 써 보라고 하자 그 느낌을 통째로 오빠한테 선물할 테니 오빠가 쓰라며 건네요.&lt;서리꽃 2&gt;에서 제일 특이하게 다가온 건 반 고흐가 자꾸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는 점이었어요. 보림사 찻집에는 스님이 사들였다는 모작이 걸려 있어요.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는 (해바라기)가 돈 벌어 주는 그림으로 붙어 있고요. 그걸 본 윤소인이 "수난일까요, 영광일까요?" 하고 묻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대답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기념품 상점 앞에서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못 봐 아쉬워했던 (론강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이 실물 크기 인쇄본으로 걸려 있어요. 그 크기가 보림사에 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는 한 줄에서 장흥과 암스테르담이 한 줄로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반 고흐의 흔적을 찾아 현지 미술관을 직접 취재했다고 하던데, 기차 안에서 오가는 반 고흐 이야기가 유난히 촘촘한 게 그 덕인가 싶기도 해요.<br>제가 유독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곳은 동백 숲이었어요. 땅바닥이 떨어진 꽃으로 온통 새빨갛게 덮인 걸 보고 이재이가 풀어놓는 말이 있어요. 동백은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송이째 뚝 떨어지는데, 떨어지면서 뒤집혀 하늘을 본다는 거예요."나무에서는 땅을 보고 피고, 땅에서는 하늘을 보고 피는 거야."그래서 동백은 두 번 피는 꽃처럼 느껴진대요. 나무에서는 높낮이가 제각각이던 꽃들이 땅에서는 전부 똑같이 깔린다는 말도 덧붙여요. 1권부터 돈과 집안 이야기가 줄곧 두 사람을 따라다닌 걸 생각하면, 저한테는 그 말이 꽃 얘기로만 읽히지 않더라고요. 윤소인은 오빠가 동백을 '남도의 서러움이 서린 처연한 꽃'이라고 했던 말을 이제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합니다.<br>두 번 피는 꽃이라니요.그 서러운 꽃밭에서 두 사람이 벌이는 일은 또 의외로 명랑해요. 윤소인이 막대기로 빈터에 사람 키만 한 하트를 그리고, 이재이는 점퍼를 벗어 동백꽃을 쓸어 담아 옵니다. 동백 꽃말이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래요. 꽃이 모자라서 소인이는 가만히 있으라고 막는 이재이한테 윤소인이 그 꽃말을 고스란히 돌려줘요."어허, 동백꽃 꽃말이 뭔지 몰라?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허, 나 참. 알았어, 살살해."이 두 줄에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더군요. 완성한 하트에서 서로 상대가 만든 쪽에 누워 손을 잡고 (그 겨울의 찻집)을 부르는 장면도 있어요. 제 나이쯤 되면 쑥스러워서 엄두도 못 낼 일인데 이상하게 부럽기만 했어요.<br>시인의 숲 산책길에는 (어머니)라는 시비가 서 있어요. 윤소인은 아침마다 그 앞에서 법당의 비로자나불께 기도할 때처럼 두 손을 모은다고 해요. 시에 '쓴 것만 알아 / 쓴 줄 모르는 어머니'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제 또래라면 이 구절에서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이 하나씩 있을 거 같아요. 그 옆의 이재이는 조금 다른 마음이에요. 시를 쓰던 사람이라서 자기는 그런 시를 써내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깊어진다고 하거든요. 사랑하는 사람 옆에 서면 제 모자람부터 보이는 그 마음, 저는 알 것 같더라고요.<br>2권에서 가장 달라 보인 사람은 윤소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부터 보이던 사람이 뒤로 갈수록 판을 짜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유로스타 안에서 반 고흐가 첫 유화 습작에 물감을 끈적할 만큼 두껍게 발라 놓고 자신만만해했다는 편지 얘기를 꺼내요. 그러고는 형의 그림이 백 점 넘게 쌓였을 때 동생 테오가 한숨처럼 했을 말이 뭐였겠느냐고 두 남자한테 퀴즈를 내요. 이재이가 "형 정말 너무한다"라고 답하고 가이드가 "정답입니다" 하는 대목에서는 기차 한 칸이 통째로 웃는 것 같았어요. "빈 캔버스는 열정적인 화가를 두려워한다"는 편지를 꺼낼 때는 평생 반 고흐를 흠모해 온 화가 지망생다운 목소리가 나고요. 미술관이 한 해에 벌어들이는 돈 얘기가 나오자 "생전에 네덜란드가 도와준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라고 차갑게 툭 던지는 모습도 좋았어요.<br>암스테르담 중앙역 인파 속에서 윤소인이 잠깐 안 보이는 소동도 있어요. 정작 본인은 그 별밤 그림 앞에 태평하게 서 있었고, 진땀을 닦은 두 남자는 윤 선생한테는 없던 일로 하자고 입을 맞춥니다. 짠하면서도 웃기더라고요. 좌석을 미리 잡아 두고 두툼한 화집까지 선물하는 가이드도 정이 가는 인물이었어요.기차 안의 반 고흐와 테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꾸 1권이 겹쳐 보여요. 형은 그리고, 동생은 돈을 대고. 동생이 어떻게 해서든 돈을 보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형의 편지를 두고 '참 아름다운 조화'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 위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이재이 얼굴이 슬쩍 포개지더라고요. 테오가 보낸 돈이 지금 돈으로 얼마냐는 질문에 가이드가 당황하자, 이재이가 휴대폰 속 '만능 해결사 이놈'한테 시켜 AI한테 물어보는 장면도 나와요. 억 단위 금액이 나오고요. 등단 56년 차 작가의 소설에서 AI가 튀어나오니 괜히 반갑더군요.<br>솔직히 읽는 내내 걸렸던 건 제 안의 월급쟁이 계산기였어요. 김이며 감태며 제일 좋은 걸로 달라는 이재이가 나와요. 불전함에 조용히 봉투를 넣는 이재이, 선물로 받은 화집 값을 헤어질 때 얹어 주겠다고 마음먹는 이재이도 나오고요. 그때마다 계산기가 저 혼자 돌아가더라고요. 그러다 "죄송하게는 생각하지 말어. 내가 좋아서 신나게 하는 일이니까"라는 말 앞에서 그 계산기가 슬그머니 꺼졌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에 영수증을 들이미는 건 촌스러운 일이니까요.&lt;서리꽃 2&gt;는 보통 소설책보다 제법 두툼한 편이에요. 그래도 동백꽃 한 아름 쓸어 담은 이재이 점퍼만큼 무겁지는 않으니 걱정 마세요. 두 권을 나란히 꽂아 두면 반 고흐 그림 몇 점과 시비 몇 개, 남도 동백숲을 한꺼번에 들여놓는 셈이라 소장할 맛이 납니다. 작가가 아직도 원고지에 손으로 쓴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문장들이 서두르지 않는 느낌이 있어요. 소설에 나오는 그림을 옆에 띄워 놓고 읽으면 재미가 두 배일 거 같아요.<br>소설 속 장흥은 꽃 피는 봄이에요. 그런데 이재이는 보림사 가는 그 길을 두고 "봄보다는 가을이 훨씬 더 아름다울 거야"라고 해요. 9월 마지막 토요일, 막 가을 문턱을 넘은 지금 들으니 딱 맞춰 도착한 편지 같더라고요. 가을 타는 남자라는 말이 있던데 저는 요즘 가을보다 책을 더 타는 중인 거 같아요. 두 사람을 따라 장흥에서 암스테르담까지 다녀오고 나니 좋은 사랑 이야기 하나 만난 거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br>동백처럼 땅에서 한 번 더 피는 사랑, 장흥 동백숲에서 암스테르담의 별밤까지 이어지는 조정래의 첫 연애소설<br>#서리꽃 #서리꽃2 #조정래 #조정래신작 #해냄출판사 #한국소설 #장편소설 #연애소설 #사랑이야기 #반고흐 #론강위로별이빛나는밤 #장흥 #보림사 #동백꽃 #암스테르담 #소설추천 #책추천 #서평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4/81/cover150/k032130041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48147</link></image></item><item><author>감튀</author><category>리뷰/페이퍼</category><title>서리꽃1 - [서리꽃 1]</title><link>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7654</link><pubDate>Sat, 26 Sep 2026 14: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89294209/1753765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0041&TPaperId=175376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4/80/coveroff/k062130041_2.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130041&TPaperId=1753765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서리꽃 1</a><br/>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08월<br/></td></tr></table><br/>"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br>함박눈이 내리는 날, 5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온 이재이가 눈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바라보는 장면으로 &lt;서리꽃&gt; 1권이 시작돼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열린 시화전에서 미대생 윤소인은 이재이의 시를 곱씹어 외웠어요. 그리고 반 고흐의 &lt;별이 빛나는 밤&gt;을 바꿔 그린 그림을 그 시에 붙여 주었죠. 그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유학을 떠났던 남자가 다시 그 사람 앞에 서게 되는 이야기예요. 조정래 작가가 등단 56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을 정면에 내세운 소설이라 더 궁금했는데, 첫 장면부터 공기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어요.<br>시화전의 기억처럼 맑게 흘러가겠거니 했던 이야기는 (빨간 장미꽃 백 송이)에 이르러 무게가 확 달라집니다. 그림 그리는 일조차 이제는 사치가 되어 버렸다는 윤소인의 고백이 유난히 오래 남았어요. 집안이 무너지며 떠안은 5억 원가량의 빚을 5년 동안 갚았는데도 아직 절반이 남았다는 사정을 알고 나니, 그 고백이 투정이 아니라 체념처럼 들렸거든요. 물감보다 빚이 먼저인 하루하루가 어떤 무게일지, 숫자 몇 개만으로도 짐작이 가는 것 같아요. 서로 좋아하면 간단한 거라는 민태석의 말은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월급날마다 잔고부터 확인하는 입장이라, 사랑 앞에 돈이 먼저 막아서는 장면이 남 일 같지 않았어요.<br>읽는 내내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건 이재이의 가족이었어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형도 돈을 떠받들고 가난한 사람을 깔봐요. 그런 가족 앞에서 이재이가 "산도 높고 높은 산이었고, 바다도 깊고 깊은 바다였다"고 느끼는 대목에서는 읽는 저까지 숨이 막히는 것 같았어요. 딸만 셋을 둔 탓에 후계자 자리가 흔들리는 형은 무엇이든 몇 배의 보상으로 계산해 내는 사람입니다. 얄밉다가도 회사에서 한 번쯤 마주쳤던 유능한 사람의 말투가 겹쳐서, 씁쓸하게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어요. 이재이가 하필 그런 형을 협상 상대로 고르는 이유도 수긍이 갔어요. 돈 앞에서 누구보다 계산이 빠른 사람이니까요.<br>다른 페이지보다 천천히, 정독하듯 읽은 부분은 (형과의 밀약) 첫머리였어요. "이 결의는 쉬웠다. 혼자 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 실행이 문제였다. 그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 기획안은 밤새 혼자 쓸 수 있어도 결재는 혼자 받을 수 없는 직장 생활이 겹쳐 보였어요. 그래서 이 문장 앞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잠들지 못하다가 찬물을 들이켜는 이재이의 모습에서도 그 막막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어요.<br>아침에 &lt;현대문명과 철학&gt;을 펼쳐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장면에도 공감이 갔어요. 인공지능과 철학을 두고 펼쳐지는 거창한 이야기들이 당장의 고민 앞에서는 한가한 잠꼬대처럼 느껴졌다고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한 날 서류가 한 줄도 안 읽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그 활자 사이로 자꾸 윤소인의 얼굴이 떠오르는 걸 보면, 사랑은 철학보다 힘이 센가 봅니다.<br>이어서 민태석과 통화하던 중에 '청춘사업'이라는 말이 오가는 대목에서는 잠깐 웃음이 났어요. 제 나이에 청춘사업이라면 건강검진 결과표의 빨간 글씨를 줄이는 일 정도일 텐데 말이죠. 그러다 친구에게 전해 들은 윤소인의 밭은기침 소식이 가슴에 바위처럼 얹히고, 이재이는 남편이라는 자리를 서둘러야겠다고 마음먹어요. 형과 어떤 약속을 주고받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는 편이 좋겠어요.<br>작가의 말 (직업병의 행렬 속에서)도 그냥 넘기기 어려웠어요. 반 고흐의 그림을 취재수첩에 그려 가며 준비하다가 "지옥문 앞까지 갔다 온" 일을 겪었고, 지난해 9월 복부대동맥 수술대에 올랐다는 고백이 담겨 있어요. 팔순을 넘기고도 여전히 원고지에 손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가 이 사랑 이야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짐작이 가더군요. "소설에서 주제 찾기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라는 문장 덕분에 저도 읽는 내내 나름의 답을 찾아보게 됐어요. 출간 간담회에서 장편은 아마도 이게 마지막일 거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lt;서리꽃&gt; 두 권을 책장에 나란히 꽂아 두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br>9월의 마지막 토요일, 아침저녁 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요즘 읽기에 잘 어울리는 책이에요. 사랑 이야기 앞에서 괜히 쑥스러워지는 나이가 됐지만,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걸어 보겠다는 이재이의 결심 앞에서는 오랜만에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더군요. 주말 저녁에는 찬물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2권을 이어서 펼쳐 볼까 합니다.<br>결심은 혼자 할 수 있어도 사랑을 지키는 일은 혼자 할 수 없다는 걸, 눈 내리는 재회로 조용히 건네는 &lt;서리꽃&gt; 1권이었어요.<br>#서리꽃 #서리꽃1권 #조정래 #조정래신작 #조정래장편소설 #해냄출판사 #한국소설 #장편소설 #사랑소설 #신간소설 #소설추천 #책추천 #가을책추천 #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책읽는직장인 #BOOKULOVE]]></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4/80/cover150/k062130041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48009</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