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겁쟁이 보디가드
곽선조 지음 / 대영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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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 보디가드 - 곽선조

p.19 나는 늘 준비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내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p.49 많은 길을 돌아왔지만, 그 길 위에서 배운 것들이 나를 만들었다. 무언가를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늦은 게 아니다. 결국, 끝까지 가는 사람이 이긴다.

p.70 내가 모셨던 어떤 분은 "사람들은 시간을 시간 단위로 쪼개 쓰지만, 나는 분 단위로 쪼개서 쓴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감탄한 기억이 난다.

p.77 겁이 많아도, 게을렀던 과거가 있어도, 사람들이 믿지 않아도, 그 어떤 것도 '도전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p.122 경호원이 무조건 위험과 맞서야 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일상 속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보호가 될 수 있다.
지키는 방식은 다르지만, 지켜야 할 마음은 같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경호'라는 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경호원이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타인의 평온한 일상을 함께 지켜주는 존재라는 걸 그 아이를 통해 배웠다.

📌끝없는 자기검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이러니였다.
세상 무엇보다 든든한 보디가드와 ‘겁쟁이’라는 단어는 쉽게 함께 놓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순 같은 제목이야말로 이 책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곽선조 작가가 말하는 ‘겁’은 단순히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누구보다 먼저 예측할 수 있는 감각, 그 ‘앎’에서 비롯되는 두려움에 가깝다.
위험을 빠르게 알아채고, 상황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며,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태도.

그는 자신이 겁이 많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이 살피며, 쉽게 나서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상은 늘 용감함과 강함을 미덕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지키는 일에는 신중한 이성적 판단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책 속의 경호원은 영화 속 인물처럼 화려하지 않다.
늘 긴장의 연속이다. 식사 시간은 물론이고 화장실을 가는 것 같은 인간의 당연한 생리적 현상조차 스스로 통제해야 하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를 무사히 지나게 만드는 사람.
그것이 경호원이라는 직업이다.
곽선조 작가 역시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스스로를 검열해왔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항상 깔끔한 모습, 늘 착용해야 하는 경호 장비, 임무를 맡는 즉시 현장을 탐색하는 태도.
더 나아가 의식주까지 스스로 통제하는 그의 일상은 끊임없는 자기검열의 연속이다.

[나는 겁쟁이 보디가드]는 두려움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책임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연예인과 영향력 있는 인물의 곁에서 늘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경호원이라는 직업을 이만큼 솔직하고 진솔하게 들여다본 기록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본 도서는 모도님의(@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대영문화사(@daeyeongmunhwasa_kr)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나는겁쟁이보디가드 #곽선조 #대영문화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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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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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그대”라는 호칭의 사용과 더불어 독자를 책을 읽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 책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존재로 만든다.

p.19 자, 그럼 갈까?

이 책은 기존의 독서와 다르게, 책이 나를 끌어주고 나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책이라기보다 하나의 존재에 가깝다.
책은 끊임없이 나를 “그대”라고 부르며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고, 나를 멈춰 서게 만든다.
평소처럼 페이지를 넘기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독서가 아니라, 문장 하나를 읽고 나 자신에게 되묻게 되는 독서였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전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공기, 흙, 불, 물>이라는 네 개의 원소테마를 따라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을 천천히 건드리고 그것을 배출하게끔 한다.

기존의 책과는 다른 방식이라 독특했고, <공기, 흙, 불, 물>이라는 원소에 따라 각각 다른 색과 다른 폰트를 사용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기존의 ‘책’이라는 정해진 구조의 틀을 깨고, 지극히 읽기만 하던 독서의 방식을 바꿔 읽는 사람이 책의 주체적인 인물이 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건 정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만이 할법한 도전적인 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는그대의책이다 #베르나르베르베르 #열린책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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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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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 주루이

p.78 하지만 이는 죽음과는 다르다. 우리는 '죽어가다'와 '죽음' 즉, 영어로 'dying'과 'death'를 구분해야 한다. 죽어가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고, 죽음은 그 과정의 종결을 의미한다. 우리는 대개 죽음을 향하는 과정은 외면한 채 죽음 자체에만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다.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죽어가다’와 ‘죽음’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죽어가다는 현재진행형의 과정이고, 죽음은 그 과정이 끝난 뒤의 상태라는 점에서 두 단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라기보다, 죽어가는 동안 겪게 될 고통과 불확실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철학자 주루이는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자체가 철학적으로 보면 부질없는 일이라고 느꼈던 게 아닐까 싶다. 죽음은 고통의 상태가 아니라 그 고통이 끝난 뒤의 상태인데, 우리는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죽음이라는 단어에 모든 공포를 덧씌워왔던 것 같았다.

💡 에피쿠로스
“우리가 존재할 때 죽음은 없고,
죽음이 있을 때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철학자 주루이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쓰기 위해 젊은 인터뷰어와 열흘간 삶과 죽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대화한 책이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읽는 내내 더 많이 떠오른 것은 죽음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였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철학자가 남은 시간 동안 젊은 인터뷰어와 나누는 대화는 비장하거나 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보통 죽음을 멀리 두고 생각한다.
아직 시간이 많다고 믿고, 언젠가 죽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따로 있을 거라고 여기며 미뤄둔다.
그런데 이 책 속 주루이는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을 더 또렷하게 만드는 하나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인상 깊었던 점은 철학자 주루이가 거창한 메시지를 남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무엇을 성취해야 한다거나,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계속 묻는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죽음을 다루면서도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다는 점이다.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은 삶을 바꾸는 책이라기보다, 삶을 다시 직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철학은 늘 심오하고 어려운 분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인생 전반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영역임은 분명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철학자의마지막수업 #주루이 #니들북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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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모서리
이상민 지음 / 서랍의날씨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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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모서리 - 이상민

p.22 자꾸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참았다. 울든 말든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포기 하고 울다가 죽느니 살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하다 죽는 쪽이 나았다. 죽더라도 희망은 잃지 않은 셈이니까!

p.29 저 갑작스러운 해일에 무수한 동식물이 수몰되었다. 물론 인류도 포함이었다. 대자연의 힘 앞에 인류는 단지 무력한 하나의 종에 불과했다.

p.105 유봄은 오리배를 선택했다. 밤이었고, 이 시대에 조명은 없었다. 한동이 조금만 시간을 벌어준다면 별빛 속에 숨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해일 이후 지금까지 유봄에게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었고 그 모든 선택이 유봄을 여기까지 밀고 왔다. 그리고 결국에는 살아남게 했다. 비록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볼 수는 없었지만, 많은 경우 생사의 갈림길이었으리라. 말하자면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유봄은 올바른 선택의 총체라고 할 수 있었다. 유봄은 이번에도 자신의 선택이 옳았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며 힘껏 페달을 밟았다.

p.116 물에 잠긴 지구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여전히 사람이었다.

p.121 세상이 얼마나 미쳐 돌아가길래 어디서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사이코패스들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걸까?

p.212 지금 유봄에게 필요한 건 확신을 가지고 밝은 미래를 상상 하는 것. 아니, 꼭 밝지 않아도 좋다. 언젠가 도달해 있을 최 선의 결말을 상상하는 것. 그것만이 유봄이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었다. 희망은 인간을 살아가게 한다. 인간을 죽이는 건 언제나 절망이다.

이 소설은 재난을 다루고 있지만,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재난의 스케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바다가 도시를 삼켜버린 세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 즉 살아남은 인물들은 거창한 영웅이 되지도, 극적인 선택을 연속해서 하지도 않는다. 재난 상황에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저 하루를 넘기고, 또 하루를 버티는 일뿐이다.

서울이 물에 잠긴 뒤 오리배를 타고 표류하게 된 유봄의 여정은 생존기이면서 동시에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한순간에 문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남은 것은 돈도, 규칙도, 미래 계획도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뿐이다.

[파도의 모서리]는 SF적 상황도 포함되어있지만, 다가온 재난과, 그 재난이 발생하면서 드러나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행동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사람을 믿고 싶으면서도 믿을 수 없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가 되는 순간 더 불안해지는 마음.
그 모순적인 감정들은 끊임없이 파도처럼 반복해서 밀려오는 구조가 이 소설의 제목과도 닮아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에서는 희망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희망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절망을 결론으로 내리지도 않는다.
다만, 그 애매한 경계선 위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갈 뿐이고, 그 모습이 오히려 더 현실성 있게 다가왔다.

[파도의 모서리]는 “세상이 무너진 뒤에도 우리는 왜 계속 살아가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가는 이야기다.
재난 상황 속에서는 늘 인간의 양상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선택지가 무한할 때보다, 오히려 선택이 극도로 한정되어 있을 때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더 또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살릴 것인가 버릴 것인가, 함께 갈 것인가 혼자 남을 것인가,
오늘을 넘길 것인가 여기서 멈출 것인가.
재난은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는 대신, 끝까지 남아 있는 태도만을 드러내 보인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파도의모서리 #이상민 #서랍의날씨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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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이재문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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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 아니고 일시정지 - 이재문

▶️<문영수/54세>
"무명화야, 너는 자라서 꽃이 될 거야. 의심하지 마.”

그 시절의 자신이 지금의 영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열정적이라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보게 될 거라고. 당신의 노력이, 그 수고가, 마침내는 결실을 맺는 그날을. 그러니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얼마든지 괜찮다고.

▶️<고은비/15세>
어리다고 죽음이나 환생을 고민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최성식/70세>
“남들이 결정하게 놔두지 마세요.”
-
“당신의 쓸모를 왜 남이 결정하게 만듭니까? 그건 당신이 정하는 거지. 아니, 쓸모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요."

나사 같은 삶.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존재. 성식은 자신을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눈에 띄지 않는 삶이 꼭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라고. 모두가 태양처럼 빛날 수는 없고, 태양만으로는 우주를 이루지도 못하니까.
작고 흔한 나사 하나 없이는 거대한 기계가 돌아갈 수 없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먼지 한 톨이 없었다면 별과 행성은 결코 탄생하지 못했으리라.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평범한 존재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세상은 비로소 완전해지겠지.

▶️<송지혜/41세>
오래된 분실물 보관소 같았다. 손때 묻은 책 한 권을 들어 펼쳤다. 페이지마다 적힌 메모가 그녀를 과거로 끌어당겼다. 그 시절, 나는 무엇을 고민했고 무엇을 꿈꿨던가.

🏫

물론 다시 돌아가도, 새로 시작해도, 또 다른 후회가 쌓일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가 두려워 제자리에 머물 수만은 없었다.
그들이 품에 안은 졸업증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씌어 있었다.
[다시는 환생 학교로 돌아오지 마세요. 재입학은 어렵습니다.]

물론 누군가의 커다란 성공은 여전히 부러웠다. 하지만 마냥 실패로 점철된 줄 알았던 내 삶에, 실은 작은 성공들이 점점이 찍혀 있었다는 사실도 뜻밖의 벅찬 기쁨이었다.

결국 모든 것의 정답은 인생을 끝내보아야 알 수 있다는 말 같았다. 아직 다 살아보기 전에는 온전히 알 수 없는 것. 그렇다면 벌써부터 삶을 접고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정답을 알아갈 날이 너무나도 많은데.

실패한 삶이 어디 있냐고. 잠시 오르막길을 걷는 거겠지. 내리막길도, 편히 걸을 수 있는 평지도 있을 거라고.
혹시 아는가. 그의 인생에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질지. 예상치 못한 찬사와 주목을 받는 삶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니라도 괜찮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삶이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쌓아가는 삶이든.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새롭게 태어난 이상, 어떤 삶이 펼쳐지든 일해는 그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잠시 삶을 멈추고 환생 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이다.

음악을 연주하는 유일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소한의 생계를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 일을 하다 넘어지며 자기보다 더 소중하게 아끼던 기타에 큰 상처를 입히게 된다. 수리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던 중, 멋진 차와 시계,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가진 사촌형 유일한과 연결된다.
사촌형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마지못해 건네받은 용돈으로 치킨을 먹던 순간, 그는 닭뼈가 목에 걸리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리고 눈을 뜬 곳은 병원도, 현실도 아닌 ‘환생 학교’.
이곳에서는 테스트를 통과하면 현생으로 돌아갈 것인지, 환생을 선택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유일해는 이것은 곧 기회라며 테스트를 통과해서 다시 태어나는 길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곧 알게 된다. 자신은 원래 이곳에 올 사람이 아니었고, ‘실수로 잘못 데려온 존재’였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유일해는 환생 학교의 테스트에 도전한다.
과연 그는 이곳을 통과해 다시 한 번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환생 학교라는 설정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그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지금의 삶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의 대기실’처럼 느껴진다.
사실 우리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건 새로운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잠깐의 멈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특별하게 누군가를 극적으로 구해내거나 인생을 단번에 바꿔 놓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망가져 있고, 지쳐 있고, 확신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테스트를 통해 “그래도 살아볼 만하지 않느냐”고 조용히 말을 건다.

사실 ‘현생이냐 환생이냐’라는 선택 앞에 놓인다면, 많은 사람들은 환생을 선택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삶에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다시 태어나 이번에는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생각할 테니까.
책 속 인물들 역시 그렇다. 저마다의 후회와 상처를 안고, 만족하지 못하는 지금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생에서의 나의 삶을 지탱해온 모든 것들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든 기억을 지우고 다시 태어나는 선택보다, 좋든 싫든, 실수도 후회도 함께 껴안고 오밀조밀 꾸려온 지금의 인생을 결국은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

본 도서는 매일의 해안님(@haean.ee) 이벤트에 당첨되어 오리지널스(@originals_book)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은건아니고일시정지 #이재문 #이벤트 #오리지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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