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김쿠만 지음 / 허블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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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 - 김쿠만

p.52 그렇게나 남쪽 바다를 좋아해서인지 주방장은 종종 꿈에서 남쪽 바다를 엿봤는데, 남쪽 바다와 접한 도시에서 온 손님들은 주방장에게 꿈에서 본 바다는 어땠냐고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방장은 잠깐 눈을 감고 미소를 지은 채 이렇게 답했다.
- 무척 포근했습니다.

p.55 - 남쪽 바다를 너무 그리워하지 마.

p.63 이런 날은 로봇들도 쉴 거야. 다행히 기상 캐스터가 내일은 파도가 잠잠할 거라고 말해줬어. 역도산은 항구 제일 오른쪽 끝에 묶여 있으니 내일 새벽 6시까지 거기로 와.
- 내일 파도도 저렇게 험상궂을 수 있지 않나요?
- 그럼 모레 나가면 되지. 조급하게 굴지 말라고. 남쪽 바다는 언제나 저기 있으니까.

8편의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판교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준 것은 “남쪽 바다의 초밥”이다.

내란죄로 수감되어 있는 총사령관이 계속 찾을 정도인 전통 초밥집.
이 초밥집에서 오른팔이 없는 왼팔로만 초밥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

남쪽에서 잡은 고기만 사용하고, 남쪽에서 잡은 고기가 없으면 가게 문을 닫을 정도로 남쪽 바다에 진심인 장인은 기후변화로 남쪽 바다가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사실은 알고 있음에도 포근했던 바다로 기억한다.

역도산 배의 선장은 남쪽 바다를 너무 그리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장인은 남쪽에서 잡은 고기만 고집하고, 포근했던 그때의 남쪽 바다로 기억하고, 자신이 죽고 유골을 남쪽 바다를 뿌려달라고 했을 정도로 남쪽 바다를 죽을 때까지도 그리워한 사람이다.

기후변화로 우리가 알던 바다가 달라지고, 로봇이 배를 운항하고, 초밥마저도 기계가 만드는 세상으로 달라졌지만 장인은 기후변화로 달라지기 전의 바다를 기억하고, 한 쪽 팔을 잃었음에도 장인 정신으로 초밥을 만들고, 콕 집어 선장이 직접 운항하는 배를 타서 자신의 유골을 뿌려주길 원한 것에는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기억과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이곳에서 언급하는 남쪽 장례식과 관습을 따르는 역시)

p.83 - 원래 두 손으로 초밥을 만드셨나요?
제자는 접시 위로 두 번째 초밥을 내려놓으며 답했다.
- 이제 그럴 때가 된 거 같아서요.

오른팔이 없어 한 팔로 초밥을 만들던 장인의 밑에서 배운 제자는 두 팔이 다 있음에도 한 팔로 만드는 법만 배웠다며 똑같이 한 팔로 초밥을 만들었는데 스승님의 유골을 바다에 뿌려보내고 다시 초밥집으로 돌아와 이제는 두 손으로 초밥을 만드는 모습에서 다시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본 것 같다.
남쪽 바다를 떠나기 전 선장은 제자에게도 남쪽 바다를 너무 그리워하지 말라 했지만 북쪽 출신인 제자도 어쩐지 남쪽 바다를 그리워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원스어폰어타임인판교 #허블 #김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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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엄마들
조지은 지음 / 달고나(DALGON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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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엄마들 - 조지은

p.78 그런데 이렇게 살 거면 공부는 왜 이렇게 열심히 한 걸까.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은 왜 간 걸까. 내게 대한민국 여자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미리 말해주지 않은 엄마에게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다.

p.288 사실 나는 아직도 내가 옥스퍼드에 있다는 게 믿지 않는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 온 것도 아니고, 수지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온 것도 아니다. 오직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꿈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아니다. 옛날 우리 엄마가 그랬듯 가족을 위해 희생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지난 15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면 충분하다. 이제 나는 봉선아로 살아갈 것이다.

p.294 수지는 클레어와 어울리면서 환경 문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세상은 경쟁하며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는 걸 클레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엄마, 세상이 이렇게 넓고 다양한데 나는 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 학원을 돌며 수업만 들었던 걸까? 억울해."

대한민국 엘리트 교육의 최전선 강남구 한 가운데에 있는 크고 반짝이는 황금고양이상이 세워져 있는 이 곳 금묘아파트.
이 곳에서는 금묘조리원에서부터 이미 교육이 시작될 정도로 치열하다.

사건의 시작은 금묘아파트의 자부심인 황금고양이상의 수염이 없어진것에서부터 시작된다.
#WheresTheWhisker
황금고양이상의 수염을 찾기 위해 하버드에서 범죄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디렉티브 칼까지 고용됐다.

🏠[203호] 금묘인스티튜트 페어런트 컨설턴트도 하며 24시간 내내 빈틈없는 관리까지 하는 공부머리가 없어도 돈으로 시키면 된다는 강남 건물주 부부네
p.184 성공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3박자가 있다고 들었다.
조부모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과 체력.
우리 집은 이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집이다.

🏠[303호] 지금은 경단녀로 육아와 집안일도 모자라 시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지만 부부가 서울대 출신인 서울대 커플네
p.96 서울대 스티커를 붙이며 꾹꾹 눌러 붙이며 남편은 말했다. "이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거야 포르쉐를 탄들 이걸 붙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403호] 대학 때 사시 패스를 하고 법무법인 차&리에 다니는 아내와 하버드 법대를 나온 남편인 차&리 변호사네
p.164 그렇지만 내가 누구인가? 김 진 아. 김진아는 달라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변호사 김진아가 자연인의 삶을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은 나를 울슈맘이라고 부른다. 울트라 슈퍼맘. 누구나 부러워하는 연봉과 명품을 자랑하는 울트라 슈퍼맘. 물론 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뼈 빠지게 일하고 김밥과 샌드위치로 간신히 끼니를 때우지만, 모두가 나를 부러워하는 건 사실이다.

금묘아파트 105동의 세 집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각각 집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할 완장들이 있다.
서울대, 변호사, 하버드, 강남 건물주 등등
그렇게 다 가진 것 같고 완벽해 보이는 집들에게도 말 못 할 속 사정과 동시에 당장 눈앞의 아이의 행복보다는 명문대 입학을 위해 뭔들 가리지 않는 이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신랄하게 풍자하면서도, 때로는 그 삶에 공감 가게끔 허심탄회하게 풀어나간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엄마의 욕망이 들어간 이야기는 비단, 엄마나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 땅에서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픈 현실이다.

p.233 "내가 반찬가게 하면서 본 바로는 엄마가 아무리 열심히 서포트해도 애들이 열심히 안 하면 다 소용없더라. 그니까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 하더라 이거야. 학교 잘 보낸 엄마들은 자기들이 다 잘해서 그런지 아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그러니 이제 스스로에게 맡겨둬. 우리 때 생각해봐. 중2면 다 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모든 걸 다 갖춰줘도 결국에는 공부란, 스스로 하는 것이며 끝에 가서는 마냥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부모에 의해 억지로 끌려가듯 목적의식 없이 공부하던 아이들은 나중에는 스스로가 목적의식을 찾음과 동시에 부모나 주변의 압박감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가 선택해서 나아간다는 열린 결말과 동시에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어 풍자했지만 많은 생각과 동시에 여운을 남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추가) 책 보는 내내 치킨이 땡긴건 안 비밀🍗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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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 - 남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당당하게 나 자신으로 살자, 2025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은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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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성, 나로서 살아가는 힘 - 김은주

💡 내가 나로 살고자 ‘결정’했다면 바로 지금이다.

💡 내가 꾸는 꿈, 내가 걸어가는 길, 내가 만드는 행복

p.21 사람은 스스로 무엇인가 하기로 결단하면, 엄청난 힘을 갖습니다. 때때로 그 힘은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섭니다.

p.131 오랫동안 끈기 있게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합니다. 집중해서 투입한 시간에 비례해 성과가 나타납니다. 집중해 공부한 시간은 성적 예측의 결정적인 변인입니다. 과업에 집중한 시간이 곧 나의 성공을 예측하는 강력한 변인입니다.

p.132 성과는 가끔 지각하지만 결코 결석하지 않습니다.

p.135 도전적인 과제를 두려워하면 발전은 없습니다.

p.138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 번 한 번의 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전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훌륭한 경험으로 여기며 즐기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다."라고 말한다.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이 간단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행복이란 숙제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서는 자기결정성에 대한 정의를 설명하고, 자기결정성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동시에 강의를 진행하며 만났던 학생들의 사례들과 또한 김은주 교수님의 사례들을 적절하게 보여주며 이 책에서 강조하는 행복의 핵심 가치인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의 관계와 그 관계성이 끼치는 영향을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 역시 그 영향력을 제대로 캐치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현대사회에서 문명의 발달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 속에 너무나 빠르고 간편하게 쉴 새 없는 다양한 정보들과, 간단하게 타인의 삶을 접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심리와는 다르게 내가 나 자신으로서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도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또한 타인에 의한 나의 삶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스스로 개척하며 살아갈 수 있게끔 중심을 잡아준다.

자기 계발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많은 자기 계발서 중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나 자신에게 또 다른 기회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으로 살면서 내가 원하는 꿈을 꾸고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여 걸어갈 나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다.

“아직 최고의 것은 오지 않았나니!”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자기결정성나로서살아가는힘 #자기계발 #행복 #인간관계 #성공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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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유리 준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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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카페, 카에데안 - 유리 준

p.37 "사람은 누구라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설령 괴롭고 슬픈 일이 있었다 해도 말이야."

p.63 뭐랄까, 남에게 더 너그럽게 대하게 되었다. 이것도 반려동물과 주인이 슬픔을 극복하고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사랑을 전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미소 짓는 것. 그것이 상대방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며,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는 비결임을 배운 것이다.

p.145 과거가 아무리 후회뿐이라고 해도 괜찮아. 왜냐면 사람은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니까. 아무리 후회뿐인 인생이었다 해도, 미래에 행복을 품을 수 있어.
그러니까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미래를 이야기하자. 후회 하지 않는 헤어짐이란 분명 그런 것일 거야.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성격의 미노리는 7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그동안 숱하게 바람을 피워왔고 뻔뻔하게 이별을 요구해도, 회사의 구조조정에 월급이 삭감돼도 말을 하지 못한다.
주 3일 근무, 삭감된 월급과 맞바꾸게 된 회사의 겸업금지 조항 해제로 본업과 병행하고자 카페 일을 찾던 미노리는 그 과정에서 소라를 만나고 카페 카에데안을 소개받아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이 카페 카에데안은 그냥 보통 평범한 카페가 아니다.
반드시 초대받은 자만 올 수 있고, 1시간만 이야기할 수 있다.
전체적인 틀은 반려동물 중심이지만 꼭 반려동물이 아닌 소중한 인연이라면 어디든 국한되지 않는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또는 위로받는다는지만 요즘에는 상처를 주고받지도, 위로 역시 주고받지도 않는 삭막한 사회이다.
나 역시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인연들에 대해서는 감정 소비하지 않고 깊이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지 않고는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인연과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달리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지금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로서 생각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가슴 아프고 끔찍하기에 책을 읽는 내내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장면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내가 만약 초대장을 받고 방문한 카페에서 나의 사랑하는 초롱이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지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화든 뭐든 일단은 못 보낼 것 같다.

덧붙여 작가님께서 말씀하셨듯 “옷깃만 닿아도 인연”이라는 말이 낯설어진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나의 세계를 이루는 주변의 인연과 관계에 대해 조금 더 다정하게 둘러보는 사회가 되기를.

사랑과 이별, 그리고 지금 현재 이 순간의 소중함을 더욱더 느낄 수 있었던 “기적의 카페, 카에데안”을 만나게 해주신 구구의 서재님@book.gu_book.gu 필름 출판사 @feelmbook에 감사드립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기적의카페카에데안 #유리준 #필름출판사 #구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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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스파
설재인 지음 / 한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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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스파 - 설재인

p.54 지현은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러나 하나의 후회는 언제나 극도의 연쇄적 힘을 가지고 있다. 마치 유치원 다니던 시절 만들었던 색종이 사슬처럼, 둥그렇고 쨍한 색의 후회는 또 다른 후회로 계속해 이어진다.

p.112 “겨우 파이트머니 50달러 받고 갈 뻔 했는데.
차라리 다행이야, 좀비들이 생겨난 게. 나는 돈 많이 벌어서 갈 거야. 남들이 다 망해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거야."

p.177 지현은 허리를 더 틀며, 전완근에 바짝 힘을 주었다. 귓가에서 억, 소리가 났다. 이런 느낌이구나. 지현은 생각했다. 남에게 아주 가까이 붙어 필살기를 날리는 것은 이런 기분이구나.

p.190 그러나 나도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멍청한 여자애는 아니야. 나약한 여자애는 더더욱 아니고.

아이돌이었던 현지현은 논란으로 인해 한순간에 추락하고 옆에 남아있던 팬 승유에 의해 복서로 재기를 꿈꾼다.
계체량 전 마지막 체중 감량을 위해 웃돈을 얹어 마련해뒀다는 낡고 오래된 찜질방 ‘레드불 스파’에 가게 된다.
그 곳을 가는 길, 좀비를 맞닥뜨리게 되고 좀비가 더위에 약하다는 것과 동시에 혼자 인 줄 알았던 공간에서 자신의 상대인 쌈루타와 함께 얼떨결에 지내게 된 현지현과 쌈루타는 좀비가 창궐하는 대한민국에서 무사히 경기를 치를 수 있을까?

아이돌에서 추락하게 된 현지현은 죽고 싶다 말하면서도 차마 죽을 용기는 없고, 다시 재기하고 싶고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해서는 안 될 도덕적인 선을 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현지현의 상황들은 이 시대를 그대로 투영한 것 같다.
그런 현지현의 선택을 자신도 두 딸을 둔 엄마이기에 현지현의 모습에 딸의 모습을 생각하며 쌈루타는 마냥 비난만 하지는 못했다.
누구보다 죽고 싶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살고 싶었고,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누구보다 필요로 했던 것이 많았던 현지현은 여자라는 이유로 아이돌일 때도, 아이돌로 추락했을 때도, 복서일 때도 계속해서 신랄하게 이용당하고 평가받는다.

어떻게 그런 곳에 있느냐며 불평하고, 상대와의 불편한 동거가 이루어졌던 [레드불 스파]는 좀비로부터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고, 현지현과 쌈루타가 여자라는 딱지를 떼고 복서로서 어떠한 방해와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가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여자로서 겪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어 수면 위로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현지현과 쌈루타 두 사람의 협동과, 성장 이야기를 녹여낸 이 책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레드불스파 #설재인 #한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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