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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평점 :
#도서제공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 헬렌 듀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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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으로 무덤 가까이 다가가 관이 땅속으로 영원히 묻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큰 실수였다.
오늘 내가 이곳에 초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장례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새하얀 관 위, 황금색 명패에 큰 글씨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앨리스 앤더슨’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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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다. 내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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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론은 하나다. 누군가가 나를 알고 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를 그 장례식에 불러냈다. 내 추측이 맞다면, 그동안 ‘다른 이름’으로 지켜온 내 보호막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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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누가 나에게 초대장을 보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그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낸시가 누구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만약 나를 한번 찾아냈다면, 내가 도망친다 해도 다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도망치는 건 답이 아니다. 내가 먼저 그들을 찾아야 한다. 우선 그들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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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한 거 기억해 줘요, 도나.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에요. 당분간은 당신이 보고 느낀 걸 혼자만 알고 있으라는 거예요. 이 집에서는 알아도 모른 척하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면 안 될 일들이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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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잠기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붙잡을 수 없다. 아무리 바란다고 되돌릴 수 없다. 나는 학대를 받았고, 엄마는 나를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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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괴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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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족은 정말로 엉망진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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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그게 전부다. 사람은 이유 없이 살인을 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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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이유로 과거를 숨기고 다른 이름, 도나 슬레이드로 살아가던 앨리스에게, 어느 날 자신의 이름이 적힌 장례식 초대장이 이메일로 도착한다. 믿기 어려운 상황과 두려움 속에서 직접 장례식에 가보지만, 그곳에는 정말로 ‘자기 이름을 가진 죽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살아온 ‘앨리스 앤더슨’의 고용주 가족들과 얽히게 된 앨리스는, 자신의 이름과 인생을 대신 살아온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숨어 지내던 자신을 어떻게 찾아냈는지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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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내가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받는다는 설정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묘하게 불편한 감정을 건드린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누가 죽었는지를 밝히는 미스터리를 넘어, 누군가가 내 이름으로 살아왔다는 사실과 그 뒤에 숨겨진 이유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름을 바꾸고 과거를 지운 채 살아가는 삶은 겉으로 보기엔 안전해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이 깔려 있다. 그 불안이 ‘장례식 초대’라는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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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앨리스뿐 아니라,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 역시 각자의 비밀을 숨기고 살아간다. 결국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감춘 채 살아가며, 그 숨김은 타인을 속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인물들이 허물을 벗듯 비밀을 드러낼수록 사건은 선명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흐릿해지고, 모든 인물이 의심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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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흥미로웠던 건 ‘이름’이라는 요소였다. 이름은 가장 단순한 정체성처럼 보이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가장 쉽게 바뀌면서도 동시에 가장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모든 진실을 마주한 앨리스는 자신의 과거를 뒤로하고, 진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다.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여지를 남긴 채 이야기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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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너무 궁금했는데, 운 좋게 앨리스님의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초대한 걸까’, ‘USB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같은 생각이 계속 이어져서 힘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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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앨리스(@alice_bookworm)님께서 진행한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서사원(@seosawon)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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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나의장례식에초대받았다 #헬렌듀런트 #서사원 #심리스릴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