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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의 2.7그램 ㅣ 바일라 23
윤해연 지음 / 서유재 / 2025년 6월
평점 :
민수의 2.7그램 - 윤해연
p.33 모든 건 아빠 엄마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화가 나서 한 말이었다. 아빠 엄마를 원망한 것은 맞지만 죄가 될 일은 아니다. 누구나 뒤로 가야 할 때가 있다. 잠시 멈추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인생에 직진만 있다면 그처럼 따분한 일도 없을 것이다. 누구든 패자가 될 수 있고 패자 부활전에서 다시 살아나는 드라마도 있는 법이다.
p.51 "그깟 부수는 던져 버려. 그냥 즐겨!" 세상 불친절한 가르침이다. 아니 녀석은 가르치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느끼길 원했다. 그래서 웃은 거였다. 내 말이 다 맞았으니까.
p.110 "넌 아무것도 몰라." "뭘 몰라? 하면 돼. 안 한 놈보다 한 놈이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이 있어. 그러니까 힘내."
p.157 돌아가기에 너무 먼 길이다. 모두가 가는 정석대로 걸을 필요는 없다. 자신의 길을, 나만의 핑퐁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한다. 갑자기 나타난 돌발에 놀라거나 주춤할 순 있어도 자신을 믿어야 한다. 여태 지켜온 삶이 아니던가. 정답은 아니어도 나만의 핑퐁은 언제나 있고 정석만이 답은 아니라고 했다.
p.181 그럼 녀석은 예전에 그랬듯이 말한다.
"그냥 쳐. 너만의 탁구를 쳐." 한결같은 답이다.
어느 날, 아버지의 직장 사정으로 인해 아파트에서 빌라로 이사하게 된 고민수는 낯설고 어색한 동네와 집의 분위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동안 학교에서도, 일상에서도 늘 하호와 붙어 다니며 시간을 보냈는데 ‘성적 관리’를 이유로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자, 고민수는 문득 혼자가 되어버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등굣길에 마주친 굴러다니던 하얀 탁구공 하나.
별생각 없이 주운 공 하나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니, 그곳에 명지탁구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뒤에서 2등인 고민수는, 평소 말도 잘 섞지 않던 같은 반인 앞에서 2등인 윤민수가 명지탁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고, 무언의 끌림처럼 그의 뒤를 따라 문을 열게 된다. 처음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호기심에 불과했지만, 하얀 공이 라켓에 닿는 소리, 손끝으로 전해지는 회전의 감각, 그리고 한 점을 두고 벌어지는 정직한 승부에 점차 빠져든다.
탁구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고민수에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늘 혼자였던 윤민수와도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매개가 되어준다.
표현을 잘하진 않지만 사소한 행동으로 하나하나 챙겨주는 윤민수와 윤민수만의 표현과 배려에 익숙해지며 천천히 마음을 여는 고민수. 탁구를 사이에 두고, 두 [민수]는 경쟁자에서 친구로, 또 서로에게 필요하고 기대는 존재로 변해간다.
고민수에게도, 윤민수에게도,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각자에게도,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저마다의 사정이 담겨 있다.
누구는 외로움을 품고, 누구는 기대를 짊어지며, 또 누구는 삶의 균열을 가만히 삼키며 살아간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이유로 탁구부에 모인 이들은, 공 하나를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결핍을 알아차리지만, 그 결핍에 대해 굳이 말을 하거나 아는 체하지 않는다.
대신 탁구를 함께 하며 눈빛과 땀방울로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넨다.
잘하든 못하든, 탁구는 반드시 둘이서 함께 해야만 시작되는 경기이기에, 그 운동 속에는 이미 ‘함께해야 가능한 것들’에 대한 묵직한 은유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 책이, 탁구라는 스포츠를 빌려 말하고자 한 건 학교든 사회든, 혼자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실 아닐까.
작품 속 인물들이 무심히 던지는 말들 속에는,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그리고 결국엔 자신만의, 스스로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말들은 어쩌면 뻔한 위로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뻔한 위로가 진짜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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