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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딩 - 그곳에 회색고래가 있다
도린 커닝햄 지음, 조은아 옮김 / 멀리깊이 / 2025년 7월
평점 :
사운딩 - 도린 커닝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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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49 내 기억에 고래들은 희망이나 절망에 흔들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그들은 삶과 매 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혼자의 힘으로 어린 자식을 데리고 세상 끝까지 헤엄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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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왜 ‘사운딩’일까?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나는 그 의미가 궁금했다. 해양 탐사에서 ‘사운딩(Soundings)’은 수심을 재거나 해저 지형을 파악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 방식은 직선이 아니라 굴곡을 따라 움직이는데, 도린이 걸어간 여정 역시 그렇다. 단순히 고래를 좇는 여정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깊이를 측정해가는 여행이었음을 제목에 함축해 담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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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여행기나 환경 에세이에 가까울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고래를 좇아가는 여정 속에는 그녀가 살아온 삶, 여성으로서의 분투, 어머니로서의 내밀한 감정, 그리고 언론이라는 세계에서의 균열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그녀가 파고든 것은 결국 바다이자, 세계이자,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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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린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기억의 조각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길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BBC 저널리스트로서 알래스카 이누피아트족과 함께 고래 사냥에 참여했던 시간,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린 아들 맥스를 데리고 고래의 회유 경로를 따라 다시 북쪽으로 향하는 길.
두 여정은 과거와 현재, 상처와 돌봄, 자아와 모성 사이를 오간다. 도린이 고래를 좇아가며 건져 올린 것은, 사실 고래의 모습이 아니라 엄마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자각,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열, 그리고 연결되고자 하는 간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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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도린은 완강한 해류를 거슬러 가는 고래 같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통과하며, 길 위에 선다.
그 여정은 때로 무모하고, 경제적으로 위태롭고, 외롭기까지하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자신을 연민하지 않는다. 고래처럼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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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습에서 삶을 감정으로 포장하지 않고도 깊이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의 진정성을 보았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엄마]라는 존재를 동정하거나 이상화하지 않고 그려냈다는 것이다.
도린은 완벽한 엄마가 되려 애쓰지 않고, 대신 고래처럼 멈춰야 할 때는 멈추며, 느리게 숨을 들이쉴 줄 안다.
인간도 결국 동물이고, 자연의 일부라면, 잘 산다는 것은 어쩌면 함께 숨 쉬는 방식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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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바다와 고래를 따라가는 여행기 같지만, 사실 우리 내면을 향한 깊은 탐색이다. 도린은 고래처럼 묵묵히 삶의 파도를 헤치며, 인간과 자연이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또한, 엄마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무게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이와 함께, 기억과 치유의 길을 걸으며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을 그린다. 더 나아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끄는 저널리스트로서의 고뇌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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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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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딩 #도린커닝햄 #멀리깊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