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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2 - 긴 밤이 될 겁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환상서점2 - 소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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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문이 닫히고 있었다.
그 사이로 유려한 미소를 던지며 서점주인이 말했다.
"그럼,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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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2 연서는 그를 일깨우고 싶었다. 지금은 당신이 상심에 빠져 있지만, 시간은 계속 흐를 거고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단지 이 세계의 허상이라고 해도 그녀는 그를 사랑했다.
💡오래전 자신을 잃고 삶의 의미마저 놓아버린 서주를 실제로 마주했을 때, 연서가 받은 충격은 얼마나 깊었을까. 말로만 전해 듣던 상실의 무게가 눈앞에 실체로 드러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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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4 연서가 물었다. 오래 준비한 마지막 질문이었다.
"영원한 삶을 끝내고 싶은가요?"
직설적인 물음에 서주가 조금 동요했다. 그러나 답은 명확했다.
"네."
가슴 아픈 대답이었다. 도와줄 방법이 없어서, 또한 그를 잃고 싶지 않아서. 연서의 슬픔을 알아본 듯 서주는 그녀를 끌어안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당신과 있는 게 좋아요. 영원 같은 건 깜빡 잊어버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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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4 "동정할 필요 없습니다. 그녀는•••”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혔죠. 저도 알아요." 담담한 대답에 서주는 그녀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따스해서 연서는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부디 누구에게나 이런 다정함이 허락되기를 잠깐 바랐다.
💡후궁은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고, 그 아픈 사연이 그 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살아서도, 죽어서도 진정한 따뜻한 다정함을 맛보지 못한 삶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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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5"고작 몇 년, 제겐 찰나에 불과합니다. 기다릴 테니까 다녀 와요."
연서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말했죠, 나 기다리지 말라고. 혼자 재밌는 일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잘 살고 있으라고!"
"어려운 주문이군요. 노력은 해보죠."
장난 같은 대답에 연서는 한층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잊지 마요. 과거의 당신을 구한 건, 당신 스스로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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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신비한 공간 환상서점을 배경으로, 영생을 사는 서주와 여러 생을 거쳐 그와 인연을 이어가는 연서의 이야기를 환상서점1편에 이어간다. 이번 2편에서는 서점의 정체인 도깨비가 깨어나고, 책무덤에서 태어난 책도깨비와 역병의 신 각시손님 등 전통 설화 속 인물들이 등장하며 세계관이 한층 확장되었다. 영원이라는 시간 속에서의 무게와 두려움을 짊어진 서주, 그리고 그를 지키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연서의 여정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기억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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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의 신, 각시손님 이야기에서는 ‘다정함’이 얼마나 쉽게 배신당할 수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난다. 역병 속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끝까지 버텼던 의원이, 불의의 오해로 감사하던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손가락질과 공격을 받는 장면은 판타지 속 장면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서도 자주 반복되는 일이다. 위기 속에서 다정함을 보이는 건 어렵지만, 그 다정함이 오래 유지되기를 바라는 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책도깨비 역시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도깨비는 선한 마음만 보고 사람을 믿었지만, 그 믿음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실로 이어졌다. 그리고 후궁이라는 인물도 단순히 ‘악’으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그녀가 악행을 저지르게 된 이유에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이 환상서점의 ‘신’들은 사실 인간보다 덜 잔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신들은 최소한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감당하려고 하지만, 인간은 순간적인 감정과 이익 앞에서 너무나 쉽게 배신하고 잔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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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2]는 전작보다 더 넓어진 세계와 깊어진 감정을 보여준다. 신비로움 속에서 인간을 비추고, 인간을 통해 신을 이해하게 하는 이 작품은, 다정함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지키기 어려운지를 끝내 묻는다. 판타지와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반드시 한 번 환상서점 문을 꼭 열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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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단단한 맘(@gbb_mom)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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