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훔치는 추억 상점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22
이병승 지음, 해랑 옮김 / 서유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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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훔치는 추억 상점 - 이병승

p.15 "단, 조건이 하나 있다. 이 게임은 행복한 사람에게만 공짜란다. 진지하게 물을 테니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대답해야 한다."

p.88 "내가 불행하다고 남의 행복을 뺏는 건 아니지. 그건 아주 못된 짓이지."

p.118 사과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용서는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았다.

p.165 생각해 보면 행복한 느낌이 꼭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기억을 훔치는 게임기, 그리고 그 게임기를 파는 ‘추억 상점’.
아이들에게는 신기하면서도 흔한 장난감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자신도 모르게 행복했던 기억이 빠져나가는 이상한 힘이 숨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친구들의 기억이 조금씩 달라지고 왜곡되고, 어떤 아이는 자기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통째로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주인공들은 그제야 깨닫는다. 이 상점이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기억’이라는 가장 중요한 것을 거래하는 위험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기억을 잃는다는 건 단순한 내용의 상실이 아니라, ‘나를 이루는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누구나 좋지 않은 기억은 지우개로 문지르듯 지워버리고 싶어하지만, 이 책은 그런 욕망을 비틀 듯 오히려 행복했던 기억이 사라지는 상황을 통해 그 이면을 아주 조용하게 짚어낸다.

책 속 아이들이 겪는 혼란은 단순히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마주했던 감정들과 닮아 있다. 평생 잊지 못할 신나고 또 소중한 감정같은 오래오래 감싸고 있고 싶은 행복한 기억들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순간,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감정, 지우고 싶었던 부끄러운 장면들같은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사라지는 순간, 나라는 사람의 결이 함께 흐릿해지는 걸 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기억은 아프더라도 결국 나를 만든다.
지우고 싶지만 끝내 지울 수 없는 이유는 ‘그때의 나’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존재한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추억 상점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작가님은 아주 조용히 말한다.

💡결국 우리는 기억을 지우는 법이 아니라, 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p.170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다 저의 추억이고 경험이니까요."

이 책은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어른이 된 우리가 더 천천히 읽어보고 곱씹어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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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떠나도
윤이나 지음 / 유유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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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떠나도 - 윤이나

p.40 "속였든 속았든, 앉아서 얘기하죠. 밤은 기니까." 크지도 높지도 않지만 주목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상대를 강아지쯤으로 취급하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목소리에 홀린 듯 의자를 끌어 재림 앞에 앉게 됐다. 귀신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로 사람을 흘리고 있는 걸 보면. 언젠가 들어봤던,
말 한마디로 자기 이야기 속으로 초대한다는 귀신.
이야기는 늘 질문으로 시작한다. 알고 있어요?
"여기 무연맨션, 터가 좋아요."

p.57 작두에 오르지 않고 점점 더 어두워지는 무거운 회색빛 하늘 멀리를 바라보는 재림의 이마 위로 똑, 빗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물방울이 피부에 닿는 느낌도, 차가운 감각도 들지 않았다. 잽이들이 연주하고 있을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굿이 시작되고 절정으로 향해갈 때까지 끊임없이 고조 될 선율이 들려와야만 했다. 그 소리 역시 아득히 멀었다.
재림은 손에 든 포도송이 모양의 무령을 내려다보았다. 재림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떨리는 손이 무렁을 흔들며 내고 있을 찰랑이는 맑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신이, 떠났다.

p.107 무속이 종교가 되면 사기가 되는 게지.

p.124 재림은 알고 있었다. 신은 직유로 오지 않고 은유로 온다는 것을. 오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올 것 같은 게 아니라, 왔거나 와 있다. 그러니 다시 눈을 감고 이렇게 되뇔 수밖에. 올 것이다. 오게 되어 있다.

p.156 보지 않고도 믿어야 복된 것은 3대 종교의 일이었다. 무속에는 증거가 필요했다. 과거를 읊으며 공수를 시작하는 이유였다.

p.195 "그 어떤 신도 자기가 정한 이름으로 살기로 한 사람을 탓하지 않아요."

p.213 "선생님 하시는 일은요?"
"우리? 넓게 봐서 운명을 점치는 산업이라고 하면, 여긴 불황이 없지. 인간이 자기 운명을 궁금해하지 않는 날은 오지 않으니까."

p.285 "무당의 능력도 some kind of, super power. Right? 그러니까 재림도 히어로. 둘은 히어로즈."
가라, 세상을 구하러. 한 사람마다 한 세상이니까.

p.348 망한 무당은 어디로 갈까.

p.356 "답보다 푸는 과정이 중요한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어쩌면 살아가며 풀어야 할 대부분의 문제가 그랬다.
살아가는 게 과정이었다.

💡신을 모시던 무당이 사라지고, 인간이 남았다

[신이 떠나도]를 읽는 내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신이 떠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라는 질문이었다. 무속이라는 세계는 늘 신비롭고 두렵고, 그래서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할 것 같은 영역이었지만, 윤이나 작가님은 그 경계를 조용히 흐트러뜨린다. 그리고 거기에는 신을 잃어버린 한 인간의 남은 삶과 마음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소설의 중심에는 한때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잘나가던 무당 ‘현재림’이 있다. 모든 것이 손닿는 듯, 꿰뚫어 볼 듯 화려하던 때가 있었지만, 신이 떠나면서 삶은 돌연 비어버린다. 명성도, 돈도, 믿음도 흐려지고, 남은 건 “어제까지는 당연히 있던 것들이 오늘은 없다"라는 잔혹한 공백뿐이다.

떠나간 신을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찾아 나선 그 시작점인 무연맨션에 들어와 아등바등 신의 흔적을 찾는 현재림의 모습은 볼 때마다 안쓰럽지만, 또 묘하게 단단하다. 윤이나 작가님은 무당을 신비한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더 고단하고, 때로는 무력한 사람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면서도 전혀 멀리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 소설이 신을 모시던 “초월적 존재의 힘”보다 신이 떠나간 뒤 인간이 버티는 힘에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신이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삶이 아니라,
신이 떠난 순간부터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관점.

[신이 떠나도]는 무속 판타지 소설이지만,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잃고, 흔들리고, 다시 꾸려가는 과정을 살아낸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당연한 본질적인 이야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신이떠나도 #윤이나 #유유히 #소설 #장편소설 #책추천 #무속 #서평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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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컷 사진 찰칵! 괴담 샤미의 책놀이터 19
김용세 지음, 김연우 그림 / 이지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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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네 컷 사진 찰칵! 괴담 - 김용세

📸내가 고른 사진이 운명이 된다!
"자 선택해 후회는 없지?"

1️⃣ 방송부 괴담
p.41 맞아. 그런데 너도 나고, 나도 너야.

2️⃣ 뒤바뀐 영혼
p.63 "보통 사진은 누군가의 추억 속 한 장면을 담지만 이 사진들은 달라."
-
"이 사진들은 모두 살아 있거든.“

3️⃣ 전학생
p.138 "그래, 행운을 빌게. 진정한 너를 찾기 바라"

누구나 한 번쯤은 찍어봤을 네 컷 사진.
바로 그 익숙한 형식에서 출발해,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던 일상의 틈을 가만히 비틀어 놓는다.

책 속 괴담들은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사진관, 학교 복도, 반 친구의 표정, 그리고 네 컷 사진.
너무 평범하기 때문인지 더 섬뜩하고, 익숙한 만큼 더 낯선 기분이 겹겹이 쌓여 간다.

이 책에서 네 컷 사진은 단순한 공포 장치가 아니다.
우리가 매일 선택하고 흔들리며,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마음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책 속 아이들은 네 컷 사진 한 장 때문에 흔들리고, 변하고, 때로는 사라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공포보다 더 진하게 남는 것은 “결국 스스로 선택한 나를 믿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남이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 사이의 미묘한 간극, 그리고 그 틈에서 피어나는 불안함이 책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동안 곱씹어 보게 된다.
가벼운 공포물처럼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더 조용하고 은근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 마지막에 등장하는 치즈 이야기는 고양이 집사라서 그런지 유독 마음이 아릿하게 남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김용세 #네컷사진 #사진관 #괴담 #오싹 #무서운이야기 #어린이동화 #도깨비식당 #동화추천 #네컷사진찰칵괴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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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이명진 지음 / 크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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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 이명진

p.48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지금 처한 상황이 바뀌는 건 아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무의미한 생각들을 접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 새로운 길이 펼쳐졌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단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만 생각했다. 그러자 비로소 새로운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p.53 중요한 날에는 우리 집만의 식사 문화도 소개하고, 힘든 날에는 서로를 위로하는 요리를 하거나, 명절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명절요리를 하며·· '엄마가 종종 만들어 줬지' 하고 추억하 는 마음으로 먹었으면 좋겠다.

p.114 "응, 나 잘하고 있으니까 내 걱정은 말고, 우리 잘 이겨 내고 있어."
"엄마도 그런 세월 다 견뎠어. 결국에는 다 지나간다. 네가 제일 잘 살거야."
정 여사가 왜 느닷없이 내게 '네가 제일 잘 살 거야 라고 말했는지 이제는 안다. 그 말에는 정 여사만의 방식으로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위로이자 응원이 담겨 있었다.

p.155 음식을 만들 때마다 생각한다. 과정이 귀찮고 힘들지만, 그 음식을 먹고 좋아해 줄 소중한 누군가를 생각하면 과정이 한결 고상하게 느껴진다.

p.169 누군가 내게 엄마들의 끼니 챙기기는 박사급이라고 말했 지만, 나는 박사'급'이 아니라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경영관리 자격증이라도. 밥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사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전부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먹고 자는 것부터 무너지니까.

남편의 사업이 무너지고, 아픈 시부모님을 돌보며 어린 아이들까지 책임져야 했던 작가님은 식구들의 밥을 챙기던 시간속에서 흘러나온 생각들을 조용히 꺼내 보인다.
특별한 재료도, 화려한 문장도 없지만, 그 사이사이에는 스스로를 버텨내야 했던 날들의 숨결이 고요하게 스며 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나의 삶을 되짚어보게 된다.
어떤 냄새, 어느 저녁의 풍경, 그때 옆에 있었던 사람들까지… 책을 읽는 내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특히 “음식은 때때로 마음을 다루는 방식이 된다”는 작가님의 시선이 오래 남았다.
살아가며 유난히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에, 떠오르는 음식 하나가 우리를 붙들어주는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작가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기억 속 음식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내가 지쳤던 날을 위로해주던, 아주 소박하지만 힘이 되었던 그 맛들.

🍴 고3 수험생 시절, 새벽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돌아와서 허기진 나를 위해 급하게 지은 밥에 김만 싸주었는데도 세상 무엇보다 맛있게 느껴졌던 순간.

🍴 대학생 때, 갓 지은 밥에 엄마표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서 집에 가기 전부터 조르기 시작해 도착하자마자 밥을 몇그릇이나 비웠는지 기억도 안 났던 순간.

🍴 겨울이면 육수를 내고 오뎅을 하나하나 끼워 만든 오뎅탕,
석화와 홍합을 삶아 초장에 찍어 먹고 제주에서 온 귤을 손이 노래지도록 까먹으면서 식구들이 둘러앉아 웃던 저녁들.

이런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음식이 단지 ‘입으로 먹는 무언가’가 아니라, 마음을 붙들어주던 순간의 증거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결국 위로라는 건 거창한 말보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한 입의 음식처럼, 부담 없이,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마음을 덮어주는 것.
우리네 일상을 지탱해온 것도 결국 이런 작고 단정한 순간들이었다.
불안한 날에도, 마음이 쉽게 흔들리는 어느 저녁순간에도, 다시 일으켜세워 준 건 거창한 응원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마다 떠오르던 따뜻한 음식들이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음식 사진과 레시피도 소개되어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전부 맛있어보여서 배고팠다🥹🥹

*본 도서는 모도님의(@knitting79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이명진작가님(@wittystella_writer)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한입가득위로가필요해 #이명진 #푸드에세이 #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서평 #서평단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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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훔치는 그림자 사유와공감 청소년문학 3
이성엽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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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훔치는 그림자 - 이성엽

p.13 이런 공허한 아침이 반복되며 지훈은 어느새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 만든 방패였을 뿐, 사실은 외로움이 굳어져 생긴 껍질이었다.

p.20 이름은 단순히 적혀 있는 문자나, 혼자 되뇌는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불릴 때, 타인의 기억 속에서 존재할 때 비로소 무게를 갖는 것이었다.

p.20 지훈은 학생증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단단한 플라스틱이 손바닥을 눌렀다. 그 속의 글자가 유일한 방패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알았다. 언젠가 이마저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름을 지켜주는 건 종이도, 플라스틱도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목소리라는 걸.

p.54 지훈의 눈가가 젖었다.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이게 금기라면, 나는 금기를 깬다. 기억하기 위해서, 존재를 지키기 위해서.

[이름을 훔치는 그림자]는 이름과 기억, 그리고 존재의 무게를 정확하게 건드리는 이야기다.
누군가에게 불리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그 사실이 이 책에서는 가장 취약한 지점이자 가장 지키고 싶은 지점으로 드러난다.

주인공 지훈이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움찔하는 감정은, 지훈이 가진 아픔과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상처는 종종 말보다 표정, 표정보다 분위기에서 먼저 퍼져 나가는데 이 책은 그 미세한 틈을 아주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래서 나는 지훈이 “차라리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린다는 건 결국 존재를 승인받는 일인데, 그걸 피하고 싶어진다는 건 얼마나 오래, 깊게 외로웠다는 뜻인지 말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준서가 기억에서 아예 사라지는 장면은 판타지적 장치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정말 소중했던 누군가, 혹은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이야기하던 존재가 어느 순간 내 세계에서만 살아있는 존재가 되어버릴 때의 그 벙벙한 상실감.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던 지훈에게 모두에게 준서의 존재에 대한 부정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결국 이름을 지킨다는 건 ‘나’를 지킨다는 의미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이름을 붙잡는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까지 함께 지켜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훈이 준서를 잊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장면들은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강한 힘인지 보여준다. 어쩌면 존재한다는 건 이렇게 기억 위에 간신히 서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책은 결국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지우지 않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이야기였다.

👥 책 표지를 보면 푸른 하늘과 억새 사이에 소년이 서있는데 전체적 이미지는 밝아 보이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맑고 밝음이 이 이야기의 핵심과 묘하게 충돌한다. 실제로 책 내용에서 지훈이 사실 이름을 불리는 것에 대한 상처, 기억에서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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